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경계의 모호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다. 같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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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여러가지 내용들이 나오는데 저자는 건축과 관련하여 ‘공간‘에 대한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크게 공간을 4가지로 분류하여 한 축은 공적, 사적 공간으로 다른 한 축은 고정된 공간(정주 공간)과 이동 가능한 공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다양한 공간들을 각 분류에 맞게 배치하는 것을 보면서 공간의 특성과 성격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는 비단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 뿐만아니라 일반인들도 알고 있으면 좀 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간‘과 관련하여 이어지는 얘기들 가운데 특별히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에 대해 건축적인 관점으로 해석한 저자의 관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라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하나 더 배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가지 중복된 기능으로 사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사무실은 사무실, 카페는 카페, 도서관은 도서관으로 확연하게 기능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특정 공간이 어느 하나만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 P77

현대사회에서는 하나가 다중적인 기능을 갖는다. 경계의 모호성은 공간과 기기를 넘어 인간에게까지 확대된다. 점점 남녀의 구분이 없어지고, 노인과 청년의 구분도 사라진다. 적어도 패션상으로는 구분이 잘 안 간다. - P77

건축에서는 이러한 경계의 모호성이 층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하나의 큰 공간에 여러 개의 다른 기능이 중첩된다. 과거에는 복도와 방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었다면 이 새로운 공간에는 벽이 없어서 복도와 방의 구분이 모호하다. 한쪽에서는 책상에서 일을 하고 그 옆으로는 사람이 다니고 의자 배치를 다르게 하면 큰 세미나실이 되는 식이다. - P79

유발 하라리는 과거에는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은 동물을 인간과 비슷한 급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지지를 받는다고 말한다. - P82

하라리는 이러한 동물의 권위 상승을 인공지능의 발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으로 동물과 차별화되는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퀴즈 게입이나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이라는 독보적인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지능으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했던 인간을 지금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동물과 같은 계단에 서 있으라고 말한다. - P82

인간은 점점 동물과 동등해져 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동물이 된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동물의 존엄성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P82

동물과 인간이 비슷해지는 이러한 시대에 한쪽에서는 ‘기술적 인본주의자‘들이 인간을 기계와 동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일론 머스크는 뇌와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적 한계를 없애려고 한다. 기계가 우리 위에 있으니 인간을 기계와 한 범주로 묶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 P83

어느 방향이든 인간은 동물과 기계 사이에서 경계의 해체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경계의 모호성이 <마리텔> 같은 예능 프로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 P83

현대사회의 특징들은 TV 방송 매체에서 잘 드러난다. 왜냐하면 방송은 많은 사람이 보기 때문이다. 방송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다. 대중의 요구는 곧 그 시대의 정신이다. 그래서 방송 프로그램에는 시대정신이 반영된다. - P83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은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최초의 디자인은 한 명의 건축가의 머리에서 나올지 몰라도 적어도 그 디자인이 건축되어 우리 눈에 보이려면 공사비 대출을 해 주는 은행, 건축주, 시공자, 허가권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 P83

방송과 마찬가지로 건축물도 여러 명의 공통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지어지기 때문에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 P83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P83

건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그것에 맞추어서 변화한다. - P87

지금의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스트레스를 낮추는 방법은 어떨까? 그것은 건축이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P88

도시의 카페는 주거 공간의 부족을 메우는 공간이다. - P90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 값이든 마찬가지다. - P91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해서 한 평이라도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 P91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흐름은 지금 거꾸로 1인 가구의 작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 P91

우리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변화에 맞는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들로 채워 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그곳들은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한 거리에 분포되어 있어야 하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 P92

물리학에서 중력 에너지의 영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줄어든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의 거리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나면 중력의 영향은 4분의 1이 된다는 식이다. 이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건축 공간에서도 이 중력의 법칙은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공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리가 멀면 그 쓰임새는 줄어든다. - P95

중력의 공식이 공원의 쓰임새에도 적용된다면 다음과 같은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4천 평짜리 공원이 있다고 하자. 그 공원이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4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마치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1천 평짜리 공원과 쓰임새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있다. 마찬가지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250평짜리 공원과 쓰임새가 같으며, 5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60평 정도의 공원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 P95

그러니 아주 작은 마당이라고 하더라도 내 방 앞에 있는 마당은 몇 킬로미터 밖의 수천 평 공원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공원이 우리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 P95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카페를 보유한 이유는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 앉아서 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 P95

교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경험은 연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골목길의 옆집 친구 집에 갈 때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의 친구에게 갈 때의 느낌은 다르다. - P97

우리 중 누구도 ‘우울한데 엘리베이터나 타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늘을 보고 햇볕을 받으며 골목길을 걸으면 기분 좋지만 답답한 상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경험은 유쾌하지 않다. 몇 십만 년의 경험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우리는 주광성 동물이 되었다. - P96

교통기관을 타면 답답한 실내 공간 속 기억 때문에 경험이 단절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장소로 가고 싶어 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현재 공간 속에 갇히게 된다. - P96

우리의 도시에는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 P96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 P96

필자는 전작에서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 성공적인 가로는 ‘지하철역과 공원 사이를 연결하는 1.5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 P97

상업 시설 없이 산책로만 있는 곳에 누가 가겠는가? 시간이 많은 사람만 간다. 이말은 현재 우리의 서울에는 시간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길은 많지만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보행자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 P97

일상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 P97

우리 국민은 지난 40년간 꾸준하게 자가용의 소유를 늘려 왔다. 그 이유는 도시의 도로를 나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내가 차를 소유하면 전국의 모든 도로는 나의 사적인 공간이 된다. 현재 우리의 차도는 실제로는 사적인 이동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 P99

도시 내에서 내 소유의 공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머무를 공간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말마다 산에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도심 속에는 정주할 공간이 없어서다. - P101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녹지공원은 경사져 있다는 점이다. 경사졌다는 것은 앉아 있지 못하고 계속 이동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경사면 때문에 산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니 서울 주변에 아무리 좋은 산이 많아도 우리는 공적인 정주 공간에 목이 마른 것이다. - P101

공공의 정주 공간이 사라지니 우리가 공간을 점유하려면 사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카페를 비롯해 비디오방, 노래방, 찜질방도 마찬가지다. - P101

힙합 가수들은 후드티를 많이 입는다.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후드를 쓰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시선을 차단해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려는 노력이다. - P102

후드티는 미국에서도 흑인 힙합 문화의 상징이다. - P102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주변이 안 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런 행동이 힙합의 무브(움직임)다. - P103

후드티를 입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행동은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이 없을 때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행동 패턴이다. 손을 좌우로 넓게 흔드는 것도 힙합 춤의 형태다.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액션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공간을 구축하려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다. - P103

힙합 문화에서는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다닌다. 그런 헤드폰은 ‘나는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라는 사회에 대한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큰 헤드폰은 ‘나를 내버려 두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벽으로 소리가 차단된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가장 손쉽게 청각적으로 독립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헤드폰이다. - P104

우리는 청각, 시각, 촉각, 후각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소통한다. 이런 감각들 중 일부를 제어하면 외부와 차단된 사적인공간을 만들 수 있다. 헤드폰은 그중 청각 제어 장치다. 우리가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을 만들려는 몸부림이다. - P104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엿보는 것을 ‘관음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관음증은 본능이자 권력을 나타낸다. 훔쳐볼 수 있는 사람은 보이는 대상이 되는 사람보다 더 권력을 가지는 것이다. - P104

도시에서 자동차 안의 공간은 일부러 불을 켜지 않으면 항상 밖보다 어둡다. 어두운 자동차 안에 있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다. 자가용은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장치다. 익명으로 댓글을 쓸 때 폭력적이 되는 것처럼, 자동차 안에서는 숨어서 자신을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할 때 더 난폭해지는 것이다. - P104

자가용이 없을 때 관음증을 가장 손쉽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다. 언론에서 사람의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싶을 때 흔히 사진 속 사람들의 눈에 검정색 테이프를 붙인다. 사람의 눈은 이처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눈을 가려 주는 어두운 선글라스는 밖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다. - P105

자동차, 헤드폰, 장갑, 선글라스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 공간을 만들려는 장치들이다. - P105

적어도 화장실만큼은 생리적인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 - P105

요즘 주택의 평면도를 보면 화장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중형 아파트의 경우 예전에는 두 개였다가 최근 지어지는 고급 주택들은 방마다 따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현대 건축은 사적인 내부 공간의 면적을 늘려 가는 추세다. - P105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것과 아니면 화장실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 P106

현대사회는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방식, 즉 사적 공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방향은 건축을 넘어 도시까지 확장된다. 현대 도시는 사적인 공간으로 가득하다. - P106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맞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야 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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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책의 저자가 얘기하는 유튜브 영어 마스터 플랜 총 4단계 중에 마지막 4단계인 표현 확장하기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1,2단계에서 일단 영어에 친숙해진 뒤 형성된 뼈대를 바탕으로 3단계부터 뼈대에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가는데, 4단계에서는 3단계보다 조금 더 고급수준의 레벨의 영어로 살을 붙인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하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을 하나둘 구독하다보니 유튜브 알고리즘도 거기에 발맞추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영어로 된 각종 유익한 채널들을 알려주어서 적어도 컨텐츠가 없어서 영어를 익히지 못했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 없을 듯 하다. 이제는 이 책에서 배운 단계별로 그냥 내가 영어에 많이 노출되면서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거 밖에 없는 듯 하다.

이 4단계인 ‘표현 확장하기‘ 부분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수준이 높아지는 영역이기에 일상적인 회화정도만 해도 무방한 분들의 경우 3단계 정도까지만 해도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다만, 저자가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유학이나 취업 면접 같은 것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4단계에서 언급하는 고급 레벨의 콘텐츠들을 접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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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플랜 4단계의 소개 이후에 챕터를 바꿔서 나오는 ‘절대 진리 영어 공부법‘에서는 섀도잉, 매일 음성으로 영어 일기 쓰기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등한시 했던 dictation(받아쓰기)같은 방법도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어휘가 나온다거나 말이 너무 빠르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잘 안 들릴 때는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실력을 탄탄하게 쌓는 정석적인 방법인듯 하다.

솔직히 유튜브로 영어를 배웠다는 책 제목으로 인해 저자가 조금이나마 편한 방법으로 영어를 익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국에는 정공법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역시나 쉽고 편하기만 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들을 잘 몰랐던 분들이라면 책에 나온 채널 중 자신에게 잘 맞는 콘텐츠를 선별하여 저자가 책에서 전수해준 다양한 노하우들을 활용하여 자신의 실력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긴하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말처럼 호락호락할지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는듯 하다. 역시 쉬운 길은 없다. 여러 갈래의 길은 있지만 결국 그 중에서 자신과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답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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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잉, 음성으로 영어 일기 쓰기 다음으로는 표정과 몸짓까지 따라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대화가 단순히 음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정이나 몸짓도 의미를 전달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자가 영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이 단계(4단계 : 표현 확장하기)에는 앞서 다루지 않았던 명사의 연설, 뉴스 등과 같이 고급어휘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토익 700점 이상의 필수 어휘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영어로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토익 700점이 다소 낮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할 때는 그 정도 어휘 실력으로도 충분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어휘의 80퍼센트는 이해할 수 있거든요. - P130

검색에 쓰이는 언어를 영어로 바꾸는 등 일상에서도 영어를 마치 숨 쉬듯 사용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6개월만 눈감고 노력하면,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 P130

4단계에는 가벼운 일상 영어 외에 주제에 따라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좀 더 폭넓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전문적인 어휘나 표현법들이 필요하죠. 이런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유명한 명사들의 연설이나 강연 콘텐츠입니다. - P131

영어의 귀를 뚫는다는 목적으로 입문 단계부터 뉴스 채널을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나운서들이 정확히 발음한다고 해도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 자체가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처음에는 North Korea 밖에 들리지 않아요. 또 사회적인 이슈나 국제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상 대화에서 뉴스 수준의 대화를 나눌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재미있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굳이 뉴스 채널까지 찾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유학이나 취업 면접을 앞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사적인 화법보다는 이처럼 정제된 영어 구사 스킬을 익힐 수 있는 뉴스 채널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P131

고급스러운 회화 스킬을 익히는 데는 명사들의 연설이나 강연 영상으로도 충분합니다. 유튜브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큰 역할을 한것도 유명 대학이나 명사들의 강연 영상이에요. 하버드 대학의 명강의를 전 세계 어디서든 본다는 것은 유튜브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연설의 대가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영상이나 연설 영상의 레전드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영상 등은 꼭 한 번 챙겨 보세요. - P131

이 시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멘탈‘을 단단하게 붙잡는 것입니다. 반년 이상 영어 공부에 몰입했는데, 영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역시 난 안 돼‘ 대신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는 뚝심과 자신감이 필요해요. - P132

만약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에 대해 영어로 말할 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고 헷갈린다면 1~3단계를 조금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합니다. - P132

머릿속으로는 어떤 문장인지 어떤 표현인지 다 아는데도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이건 직접 원어민과 부딪쳐서 해결해야 해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죠. - P132

만약 해외에 나갈 기회를 좀처럼 만들기 힘들다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과 가볍게 한두 마디를 나눈다거나, 스터디 그룹 등을 활용해보세요. 집 안에 앉아서 계속 표현만 외우고 혼잣말만 한다면 실전 실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 P132

‘부딪쳐서 해결하자‘ - P133

물론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기회를 만들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어떻게든 외국인을 만나다 보면, 어디서 뭘 배우고, 어떤 희열을 느낄지 모릅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런 경험이라도 꼭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 P133

저는 영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 지금도 매일 ‘의무적으로‘ 영어 콘텐츠를 접합니다. 제 아무리 원어민이라도 영어를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단어도 잊어버리고 적절한 표현도 말하지 못하게 돼요. 언어는 매일 듣고 써야만 그 실력이 유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 P134

아마 미국인들도 영어를 전혀 쓰지 않는 환경에서 몇 년간 지낸다면 단어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거예요. 또 외국인과 완벽한 프리토킹이 가능한 사람이라도 영어와 멀리 지내면 다시 영어에 적응하기까지 영어를 멀리한 시간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어를 쓰지 않는 시간만큼 매일 조금씩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 P134

어쩔 수 없이 매일 영어를 접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어를 잘함에도 불구하고 매일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새로운 동기와 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계속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P134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학습식‘ 방법을 동원해야 해요. 하지만 그다음에는 마치 공기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실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P134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강렬한 동기를 잊지 말아야 해요. 또 영어 공부의 동기와 동력은 유튜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터디든 대인관계든 영어의 재미와 흥미를 식지 않게 해줄 그 무언가를 꼭 찾으세요. - P135

저는 요즘 한국말 콘텐츠는 잘 보지 않습니다. 어차피 일상생활에서 늘 한국말을 쓰기 때문에 유튜브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최대한 영어 노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제 뉴스 피드를 보면 이제 한국어 콘텐츠는 거의 뜨지 않아요. 물론, 영어로 접하는 콘텐츠들이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고, 재미있는 점도 한몫했지만요! - P135

제가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하는 일이 바로 영상촬영입니다. 꼭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틈 날 때마다 영어를 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모니터링하죠. 구독하는 유튜버의 영상은 빼놓지 않고 시청한 다음, 그가 사용한 표현이나 단어 중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따라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보기도 합니다. - P135

특히 저는 운전하는 시간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혼자 차 안에서 스피칭을 하고 이걸 영상으로 녹화하는 거죠. 그 영상을 나중에 보면 ‘내가 어느 부분에서 말이 막혔구나‘, ‘어떤 단어가 생각이 안 났구나‘ 또는 ‘여기서 이런 표현을 썼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특히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을 갖춘 분이라면 자신이 어떤 부분을 틀렸고 어떤 부분에 취약한지, 셀프 티칭을 해보면 금세 파악할 수 있어요. - P136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 알고 싶다면 자신이 영어를 말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P136

셀프 티칭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거예요. 자신의 부족함이 크게 보이고, 단점으로 느껴지는 순간, 그건 자신감을 잃는 첫 발걸음이 되니까요. ‘부족하면 채우면 되지. 딱 이 정도의 마인드로 셀프 티칭을 하세요. 몇 개월을 했는데도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과 자기비하는 절대 금물입니다. - P136

유튜브 메인 화면 하단의 가장 우측에 있는 ‘라이브러리‘에는 자신이 그동안 시청한 동영상이 타임라인별로 기록되고, 자신이 업로드한 영상과 구입한 동영상, 별도로 저장한 영상(나중에 볼 동영상) 등이 카테고리별로 구분돼 있습니다. - P143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이 바로 ‘나중에 볼 동영상입니다. ‘구독‘으로 챙겨봐야 할 영상이 리스트업되기는 하지만 ‘구독‘ 영상이 너무 늘어나면 놓치는 경우가 많아져요. 이럴 경우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하지만 나중에라도 봐야 할 영상은 라이브러리 내의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저장해두세요. 그러면 잊지 않고 챙겨볼 수 있습니다. - P143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는 화면 아래에 ‘저장‘과 ‘오프라인 저장‘이 있습니다. ‘저장‘은 라이브러리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관리되는 기능입니다. ‘나중에 볼 동영상‘도 각자의 입맛에 맞게 카테고리를 나누어 폴더별로 관리할수 있습니다. - P143

독학으로 영어를 마스터한 거의 모든 분이 가장 첫 번째로 손꼽는 공부비법이 있다면 바로 ‘섀도잉‘입니다. 섀도잉이란 영상을 보면서 원어민이 말하는 것을 그림자처럼 똑같이 따라 말하는 것이죠. 영어를 가르치는 많은 전문가들도 섀도잉을 영어회화를 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트레이닝이라고 말합니다. - P147

섀도잉의 기본 원리는 먼저 귀로 들은 다음, 들리는 소리 그대로 입으로 따라 말하는 거예요. 발음이나 억양에 대한 기존 지식과는 상관없이 원어민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원어민의 발음과 톤, 억양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원어민의 속도로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할 수 있죠. 또 철저하게 듣기와 말하기로 구성된 훈련법이다 보니 영어로 말문을 트기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48

영어는 같은 말이라도 억양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우리말은 억양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문장을 매끄럽게 말하더라도 평소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억양 없이 영어를 하면 원어민들은 굉장히 어색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때로는 내가 말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때문에 단어를 따라 말하기 전에 원어민의 억양, 즉 인토네이션만 허밍으로 따라해보고 억양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 P148

그다음 본격적으로 듣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문장을 반복해 들으면서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이걸 딕테이션(dictation)이라고 합니다. 듣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외국어를 들리는 대로 받아쓰는 것이죠. 처음에는 문장 전체가 들리기 않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며 일단 스스로 문장 하나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 들리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한글로 채워 넣어보세요. 그래야 따라 말할 때 말이 끊어지지 않으니까요. - P148

다음은 받아 적은 문장을 원문 스크립트와 비교하여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정확히 잘 받아 적었는지, 어떤 단어와 구문을 틀렸는지, 또는 듣지 못했는지 확인하고 체크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 이를 원어민이 어떻게 읽고 발음하는지 대조하며 들어봅니다. 이 단어를 이렇게 발음했구나‘ 하고 확인하는 거죠. 당연히 몰랐던 단어나 문장, 표현은 따로 정리해두고 외워야 합니다. - P149

마지막으로 해당 문장을 원어민과 거의 똑같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합니다. 아마 최소한 열 번 이상은 해야 원어민과 거의 같은 속도, 발음으로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단어와 뜻은 이미 앞에서 확인했으니 이때는 의미나 해석보다는 발음이나 억양 또는 감정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며 말해보세요. 원어민과 완벽히 똑같아질 때까지요. 자신이 말하는 것을 녹음하거나 영상으로 찍어놓고 자신의 발음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P149

단, 섀도잉 훈련법에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특히 회화공부를 막 시작하여 1, 2단계를 거치고 있는 분들에게 당부합니다. 처음에는 원어민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제대로 들었다 해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심지어 스크립트를 보고 읽어도 원어민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스크립트 전체가 아니라 문장의 기본 틀이 탄탄한 포인트 문장만 집중적으로 섀도잉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문장의 패턴을 연습하는 것과 비슷해요. - P150

초보자들이 단어를 따라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면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놓칠 수 있어요. 초보자일수록 문장의 구조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단어의 어순은 어떻게 놓였는지 등에 더 신경 쓰면서 연습해야 해요. 섀도잉하는 문장이 너무 길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섀도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툭 하고 문장이 통째로 튀어나옵니다. - P150

섀도잉에 적합한 영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따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영상이라면 뭐든 상관없어요. 반복해서 보고 들어야 하니 자신이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이왕이면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이 나오는 영상이라면 더욱 좋겠죠. 섀도잉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좋아하는 영상의 스크립트를 통째로 외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 P150

섀도잉은 ‘말하는 영어‘의 첫 단계입니다. 언제든 ‘섀도잉은 기본으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영어를 보고 듣는 순간마다 잊지 말고 섀도잉해보세요. 단어를 외울 때도, 문법 교재를 볼 때도 말이죠. 영어만 보면 조건 반사처럼 따라 말하는 수준까지 돼야 ‘말하는 영어‘가 가능해집니다. - P150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 직접 말로 내뱉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입이 아프게 말해도 모자랄 만큼 정말 중요해요. - P151

영어로 말하는 것이 마음만 먹는다고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당장 뭘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한두 마디만 하고 나면 그다음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거든요. - P151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매일 밤 영어로 음성 일기를 쓰는 거예요.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단 5분, 아니 1분이라도 영어로 말을해보고 이걸 녹음하는 거예요. "I ate breakfast (나는 아침을 먹었다). It was delicious (맛있었다)." 이 정도의 문장만 말해도 상관없어요. - P151

사실보다 현지인의 캐주얼함을 섞어서 말하고 싶다면 eat보다는 have를, delicious보다는 good을 써서 "I had breakfast. It was good."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굳이 eat과 delicious를 사용한 이유는 처음부터 정확한 표현, 문장, 단어를 쓰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라는 의미에서예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정확한 표현을 써야한다는 부담감 없이 ‘영어로 말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세요. - P152

영어 일기는 음성이든 영상이든 상관없습니다. 매일 영어로 말해본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음성 일기는 언제 어디서든, 그러니까 불을 끄고 누워서 자기 직전에도 기록할 수 있어서 편해요. 굳이 따로 시간을 만들 필요가 없죠. 영상도 언제 어디서든 찍을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말할 때 자신의 표정이나 제스처 등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둘 중 자신에게 더 맞는 방식을 활용하면 됩니다. - P152

음성 일기가 좋은 이유는 ‘하루 일과에 대한 기록‘이라는 주제가 주어진다는 거예요. 회화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지금 기분을 영어로 말해보세요"라고 하거나 "아무 말이나 틈나는 대로 하세요"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힙니다. 사실 앞뒤 맥락을 모두 자른 듯한 이런 요구는 한국말로도 들어주기 힘들어요.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순간 멍해지니까요. - P153

그러니 ‘오늘 하루의 일‘이라는 주제로 매일매일 조금씩 말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어요. 어떤 사람은 그날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먼저 얘기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를 쭉 늘어놓기도 해요. 그저 I had breakfast. "든 "I‘m so tired."든 각자의 스타일대로 생각나는 말을 하면 돼요. - P153

만약 영어로 바로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가볍게 우리말로 정리한 뒤에 그걸 영어로 옮겨보는 것도 좋아요. 실제로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어제 일을 영어로 말해달라고 하니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고요.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우리말로 편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하니 소소한 이야기들로 잘 이어가더라고요. 입이 안 떨어진다면 우리말로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을 영어로 말해보세요. - P153

일기에 기록되는 내용들은 대부분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아침에 뭘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데이트 중에 뭘 먹고 뭘 했는지, 특별한 가족 이벤트는 없었는지 등 우리가 숨 쉬듯 겪는 모든 일이 일기의 주제가 돼요. 심지어 아무런 사건·사고가 없는 평범한 하루조차 일기에 쓰면 의미 있는 기록이 됩니다. "Today was good(오늘은 편안한 하루였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 P154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문장만 말하다가 영어로 음성 일기를 쓰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상황이나 기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세요. 표현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이죠. 일상의 에피소드를 주제로 말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쓰이는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 P154

영어 음성 일기는 가능하면 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것이 좋아요.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매일 자기 전에 영어 음성일기를 쓴다고 생각하고 실천해보세요. 너무 바빠서 그날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했더라도 자기 전에 딱 3분간 음성 일기를 쓰는 것만큼은 절대 빼먹지 않겠다는 각오로 말이죠! 만약 매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주일 중 영어 음성 일기를 쓰는 날을 정해놓고 그날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 P154

굳이 일기로 남길 얘기가 없다면 전날 공부하고 외운 표현이나 단어를 쭉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영어 음성 일기는 좋은 복습의 기회입니다. 실제 자기 목소리를 귀로 듣는 것과 녹음해서 듣는 것은 느낌이 정말 달라요. 상대에게 자신의 목소리와 발음, 억양이 어떻게 들리는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알고 싶다면 녹음된 음성이 큰 도움이 됩니다. 하루하루 어휘도 늘고 표현도 매끄러워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면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 - P155

대화는 단순히 음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말할 때의 표정이나 제스처, 목소리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 P156

특히 영어는 이런 비언어적 요소들을 많이 활용하는 언어입니다. 간단히 미드나 영화만 보더라도 그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얼마나 풍부한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동작도 크고, 톤이나 억양에도 감정이 많이 실립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표정이나 제스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죠. 우리나라 정서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문화이고 일종의 대화 매너이니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 P156

실제로 이렇게 비언어적인 요소를 활용하면 회화 실력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 P157

늘 영상을 보면서 문장만 달달 외운 것이 아니라 영상 속 배우의 표정과 말투, 발음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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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번 포스팅에 연이어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힘으로 만드는 24가지 규칙(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24가지 규칙)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마지막 24번째 규칙의 말처럼 모든 규칙을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그동안 잘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두가지라도 실행에 옮겨보면서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17. 누구에게 당신의 일을 넘겨줄 수 있을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의무와 책임을 넘겨주는 연습을 하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실수를 할 기회를 주어라. 당신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18. 하루의 일부를 반복되는 일로 채워라. 반복되는 일상은 내적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19. 가끔씩은 아주 가벼운 사람이 되어라. 유쾌한 웃음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날려버려라.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의 왕이 된다.

20. 당신이 ‘성공지향형 인간‘이라면 가끔씩은 아무런 의도가 없는 행동을 해보라. 의미있는 행동만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행동을 기꺼이 허용하라.

21. 항상 외부와 연락이 닿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사람들은 가끔씩 휴대폰을 꺼두는 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여긴다. 휴대폰은 가끔씩만 켜놓는 것이 가장 좋다.

22. 자신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어라. 시간을 내어 휴가와 연애, 취미활동을 하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투자하라.

23.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해놓고 지켜라. 마지막으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빈둥거렸던 날이 언제인가?

24. 모든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도 이 24가지 규칙 중에서 하루에 몇 개밖에 지키지 못한다.

건강을 해친 대가로, 온갖 상처를 견딘 대가로 얻은 성공과 성취는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삶은 안정과 평정, 균형을 갖춘 삶이다.

휴식, 만족, 행복은 성공한 뒤에 얻는 부산물이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건강을 도모한 사람만이 성공의 길을 걷는 이유는, 성공은 절대 ‘희생‘위에 세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마음챙김, 즉 마인드풀니스 mindfulness의 대가들이다.

"여러분은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포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포기를 하면 모든 것이 그것으로 끝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 번 꿈을 포기한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꾸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꿈꾸기를 포기한 사람은 살아있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삶은 해변과 같다. 험난한 파도가 끝없이 출렁인다. 어려운 문제와 역경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따라서 답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답을 찾는다고 해서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어려움을 ‘통과‘하면 충분하다. 어려움을 잘 견디는 법을 배우면 된다. 잘 견디기만 하면 어려움은 저절로 물러간다."

"강해지려면 외부로부터의 타격이 필요하다."

번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비를 도와주기 위해 번데기의 틈을 벌려주면, 나비는 죽고 만다. 이 투쟁은 나비에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번데기를 빠져나오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날개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견디고 싸우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삶의 법칙이다.

"누군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그를 결코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역경과 고난은 당신의 성공을 돕는 최고의 코치다.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당신이 그럴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성공의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운 코스를 멋지게 활강해 내려오는 스키선수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의 출중한 활강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높고 아슬아슬한 곳에서 만난 ‘두려움‘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고난을 통과하지 못한 실력은 눈부시게 빛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두려움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실력이 위력을 발휘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실력을, 안목을, 통찰을 갖게 된다. 다만 성공하려면 ‘누구보다 빨리‘ 실력과 안목과 통찰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두려움을 경쟁자보다 빨리 떨쳐내면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견딘다는 것은 두려움에게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어려움은 곧 두려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답이 아니라 통과해내면 충분하다.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려고 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삶에 큰 어려움이 닥쳐올 때는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생각하라. 당신의 장점과 강점에 집중하라. 사람들이 당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축하해주었던 일들을 떠올려라. 그것들이 당신이 전쟁에서 활용할 탁월한 무기들이다. 걱정과 불안은 당신의 적이 보내온 척후병일 뿐이다. 척후병은 발견되는 대로 제거하면 그뿐이다."

당신의 무기를 믿지 못하면 당신은 백전백패한다. 척후병 앞에서도 벌벌 떨면 큰 싸움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인도의 한 시인이 말했듯 ‘인생은 하나의 여인숙‘ 일지도 모른다. 그 여인숙에 어떤 손님을 들이고 어떤 손님을 떠나보낼지는 오롯이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가는 길 위에는 당신의 목표를 먼저 이룬 누군가가 존재한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울의 스토리를 훤하게 꿰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확률이 높은 유형의 사람이다. 그 인물의 크고 작은 인터뷰들의 토씨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꿈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그에게서 직접 조언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당신이 당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1호로 기록될 것이 아니라면, 1호에게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쉽다. 그의 숱한 실패와 실수와 시행착오가 축적해놓은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당신 스스로 깨우쳐갈 수 있다면, 당신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2호가 될 것이다."

창의력은 누구나 원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성공에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종종 사람들은 창의력에 집착하다가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바퀴를 새로 발명하려고 하지 마라. 그보다는 효율성이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찾아라."

창의성은 1호가 닦아놓은 길 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적절하게 폭발해주면 충분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새로운 도전에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난관들을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바로 이 때 1호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어진 통찰들이 필요해진다. 우리가 현자와 위너들의 조언을 구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 또한 당신보다 먼저 성공한 인물들의 지혜와 통찰을 얻기 위함이지 않은가.

"기본기를 탄탄히 익혀야 한다. 드리볼과 슈팅을 모르는데 어떻게 골을 넣겠는가? 드리볼과 슈팅을 익히려면 그걸 선수 시절에 가장 잘했던 코치에게서 배워야 한다."

기본기를 쌓는 과정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알파벳을 모르면서 유창한 영어회화를 구사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목표다. 현대 철학의 흐름을 알고 싶다면 고대 희랍 철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쓰여진 고전들을 탐독하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그 고전들이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도 아니다.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된 경전들을 고통스럽게 읽어내지 않으면, 뛰어난 2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뚜렷하고 탄탄한 ‘처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뭔가 일이 엉킨 실타래처럼 몹시 꼬이고 혼란스러울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기부터 다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처음‘이 없는 사람은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점검해야 할 기본기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력은 인류가 낳은 위대한 1호 천재들의 몫이다. 우리는 2호만 되면 충분하다. 충분한 노력과 인내와 시간을 들여 기본기를 쌓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창의력의 정의일 것이다.

타인의 조언과 가르침은 어떤 일의 ‘처음‘에 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1호들이 구축해놓은 시스템들 중 어떤 것들을 선택할지를 결정하는 데 먼저 시간을 써야 한다.

타인에게 배움과 조언을 구할 때는 당신의 지식과 견해를 앞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만 일의 전체를 조망하면서 의미 있는 개선과 수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습은 장인을 만든다. 그리고 폐인도 만든다. 무엇을 연습하든 그것은 하나의 습관이 된다. 뭔가 잘못된 것을 연습하면 잘못된 습관이 형성된다. 올바른 것을 연습해야 올바른 습관이 만들어진다."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마라. 타인의 경험을 돈을 주고 사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시간을 지불한다. 부자들은 돈을 지불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를 고용할수록 당신의 ‘처음‘과 기본기는 탄탄해지고 누구보다 빠른 시간 내에 골을 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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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 이어서 나오는 이종산 작가님의 ‘두 친구‘라는 작품이다. 예은과 지원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두 사람은 한동안 따로 연락없이 지내다가 제주도에 사는 지원이 예은을 자기 집에 초대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엔 그냥저냥 평범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읽다보니 뭔가 스산한(?)느낌마저 들 정도다. 심지어 어떤 장면에서는 뒤통수가 오싹해졌다.

이 단편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메시지가 느껴졌는데,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때만이 진정 하나가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작가가 생각한 의도와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한편으로는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 상대방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돕는 것이 뒤늦게 돕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높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나온 이 단편 소설을 읽고 독자인 나의 느낌대로 끄적이긴 했지만, 실상은 나도 여기 나온 ‘예은‘이라는 인물처럼 행동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때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작가님이 이 작품에 등장시켰던 ‘작은 짐승‘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독자들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안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 혹은 남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마음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아마 이것은 이 소설을 쓴 작가님의 생각과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겉으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뒤에서는 혹은 속마음으로는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사람들의 특성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내 안의 ‘작은 짐승‘ 이라는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을 법한 감정인듯하다. 인간이라는 게 무슨 성인군자나 득도한 신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 친구‘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님의 프로필이 나오는데 이 소설이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추론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쓰셨던 작품들이 주로 호러, 미스터리 같은 것들 위주였던 분이시라 그랬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소설 장르 쪽을 일부러 찾아보거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간만에 Axt를 통해 접하면서 이 쪽 분야도 나름의 매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오싹함이 다시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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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 다음에는 소설가 송섬 님의 ‘무제‘라는 작품이 나온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기념일‘이었는데 수록된 작품을 읽다보니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념일과는 그 성격이 약간은 다른 느낌의 날이었다.

주인공은 일기를 쓰는 오랜 습관이 있는데, 뭐 거창하게 다이어리에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은 아니고 달력에 자신의 스케줄과 해당 날짜에 있었던 일을 적어두는 정도로 매일 기록을 남기는 정도의 일기다. 근데 특이한 점은 1년 중 하루(여기서는 3월 13일)가 꼭 비어있어서 왜 그런가 봤더니 12일날 자고 14일날 깨어나는 아주 독특한 패턴이 주인공에게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주인공은 ‘병원이라도 한 번 가봐야하나‘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아는 지인의 지인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한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주인공 자신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마다 정말 남들은 생각조차도 하기 힘든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고민없는 사람은 없다는 나 스스로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냥 크게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잠깐 고민이 들 수는 있을지언정 그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좀 더 집중하는게 올바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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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송섬 님의 ‘무제‘ 다음에는 문학평론가 황예인 님의 책 리뷰가 2개 나온다. 하나는 윤고은 작가님의 《불타는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라디오 체조》다.

첫 번째 책인 《불타는 작품》은 리뷰해주신 평론가님의 말처럼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요즘 트렌드가 명확한 결론보다는 약간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책인《라디오 체조》는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가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쯤 읽어보고픈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통해 쾌감을 느낀다는 컨셉이 뭔가 후련함을 전해준다고나 할까. 캐릭터가 독특한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뻔하거나 상식적이기 보다는 예측불가의 캐릭터인 이라부가 어떤 인물일지 평론가님의 리뷰 너머에 있는 실제 책의 본문 내용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리뷰였다.

연락이 끊어졌을 즈음, 지원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혼자 있는 걸 힘들어했고, 항상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지원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는 콕 짚어 말하기가 어려웠다. - P124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지원은 밝고 천진난만했다. 어느 자리든 지원이 오면 분위기가 밝아지고는 했다. 사람들은 지원을 좋아했다. 예은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 지원이 부러웠다. 가끔은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면을 가지고 있는 지원이 정말 좋기도 했다. 예은이 의기소침해질 때면 지원은 항상 밝게 응원하며 힘을 북돋아주었다. - P125

그런 관계가 뒤집힌 것도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지원은 점차 어두워졌다. 몇 년 전부터는 사람도 잘 만나지 않는 것 같았다. 지원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일단 아무 일이나 해봐. 그래야 적성을 찾지." 예은은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위로나 응원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 P125

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저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까?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생활하는 것부터 그만둬야지. 당장 돈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작은 짐승은 신나서 맞장구쳤다. 그치! 맞는 얘기야. 재는 정신을 좀 차려야 해, 한가하니까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자꾸안 좋은 생각이나 하는 거야. 그러면서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악순환이지.‘ - P125

무슨 일이든 해보라고 하면 지원은 수업료가 비싼 클래스를 새로 등록했다. 요가필라테스, 발레, 수영, 글쓰기 수업, 인문학 강좌, 연기 교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베이킹도 그중 하나였다. ‘차라리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지‘ 예은은 그런 말을 꾹 삼키고는 했다. 몇 번 넌지시 얘기한 적도 있었지만, 지원은 엄두가 안 난다고만 말할뿐이었다. 예은은 그런 지원이 답답했다. 나중에는 위로나 응원도 점차 하지 않게 되었다. - P125

예은은 피곤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 끝마쳐야 할 일들이 있어 며칠 동안 무리하게 일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지금 담당하고 있는 작가의 원고 교정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메일을 보낸 뒤에 오후 3시쯤 출판사 사무실에서 나왔다. 공항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수속하고 대기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비행기는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되었다. 5시 반쯤 겨우겨우 비행기를 타고 나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지원을 만나 먹을 것을 산다고 여기저기를 한참 돌아다녔다. - P126

이제는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다. 체력이 거의 바닥났다. 하지만 예은 역시 배가 부르기도 했고, 지원의 가게가 보고 싶기도 했다. 잠깐 산책하는 정도야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가게도 이 동네에 있다고 하지 않나. 어차피 자정까지 할 일도 없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 P126

예은도 오늘 코트를 입었다. 한 달 전쯤에 백화점에서 산 캐시미어 울 코트였다.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몇 번 입지는 못했다. 출근할 때 입고 갈까 하다가도 결국 손이 가는 것은 작년부터 닳도록 입은 패딩 점퍼였다. 그러나 요즘 매일 입는 그 점퍼는 여행에서 입기에는 궁색해 보였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지원을 만나는 것인데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 P127

예은은 지원이 건네준 자신의 코트를 걸치고 말했다. 새삼 좋은 코트를 사놓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이 나는 카멜색 코트가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지원이 입은 패딩 점퍼는 수수해 보였다. 그래도 아마 좋은 브랜드일 것이다. 지원은 예전부더 비싸고 좋은 옷만 입었다. 예은이 대학 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던 돈은 물론이고, 취직해서 매달 받는 월급으로도 사기 어려운 가격의 옷들이었다. 지원은 그런 옷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 입었다. - P127

자신의 월급으로는 살 수 없는 값비싼 옷을 입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을 하는 지원을 보고 있으면 예은은 하품이 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짜증이 치밀고는 했다. "집에만 있어서 그래. 자꾸 나와서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그래야지." 그런 식으로 가시 돋친 충고를 던질 때도 있었다. 그런 일이 늘면서 지원도 예은에게 더는 우울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지원이 자기만의 세계에 더 깊게 빠지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 P127

지원에게는 정리 강박 같은 것이 있었다. 상태가 불안정해질수록 강박도 심해졌다. 종종 지원의 집에 놀러가보면 집 안은 먼지 한 톨 없이 사방이 반짝거렸다. 그러고 보니 지금 지원이 사는 집에 있는 방들이 그렇게 깨끗한 것도 그리 신기한 일 같지 않았다. 지원은 매일 그 집을 쓸고 닦고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가 될 때까지. - P128

"나는 나무가 그 여자의 소원을 들어준 거라고 생각해. 아주 외로운 여자였을 거야. 그 여자"
지원이 나무를 만졌다. 친밀하게 사랑하는 것을 쓰다듬는 것처럼 예은은 뒤로 물러났다. 그 나무보다 지원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지원은 얼마간 나무를 만지며 미소 짓다가 손을 뗐다. 그리고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 P129

"이게 내 가게야."
지원이 손을 펼쳐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그것은 폐가였다. 오래 방치된 빈집 같았다. 빈집을 둘러싸고 있었을 담은 무너져 있었고, 집에 얹힌 초가지붕은 흘러내리듯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문짝은 아예 떨어져나가 마당에서 뒹굴었다. 집 뒤쪽 벽은 부수다 만 것인지 뻥 뚫려 있는 듯했다. 집 주변에 불빛이 없어서 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 P129

지원은 기분이 좋아진 듯 웃으며 예은의 팔짱을 꼈다. 그 행동은 친밀했다. 그러나 예은은 약간 숨이 막혔다. 여기 와서 조금씩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는 확실해졌다. 지원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입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여기서 혼자 지내면서 상태가 더 악화된 것이겠지. 예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지원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 P130

예은은 사람에게는 어떤 ‘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강하지 않다. 마음이 약해지면 사람의 정신에는 분열이 생긴다. 분열이 생긴 틈으로 온갖 것이 흘러들어온다. 주로 악하고 어두운 것들이 환각이나 환청이 생길 수도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보고 들리게 된다. 그러다 정신이 아예 산산조각 나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선을 넘어가면 사람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다. 그 세상은 외롭고 무서운 곳이다. - P130

예은은 지금껏 살면서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이 위태로울 정도로 약해지는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랬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남에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저 혼자 끌어안고서 그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선을 넘지 않고 이 세상에 남으려 힘껏 버텼다. - P131

지원이 우울한 목소리로 밤에 전화를 걸어와 몇 시간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들어주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졌다. 지원과 있으면 함께 파도에 삼켜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은은 우울과 불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가 자신을 선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1년 전에 지원은 그 파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파도가 지원을 휩쓸고 가버렸다. 지원은 선 너머의 세계로 가버린 것이다. - P131

예은의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됐다. 지원과 화해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나 순진하게 느껴졌다. - P131

케이크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어설프게 쌓아올린 스펀지 시트들은 한쪽으로 무너지듯 기울었고, 그 실패의 무더기에 하얀 크림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어린아이가 케이크 재료로 장난을 쳐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케이크 위에는 새빨간 크림으로 열한 글자가 레터링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예은 생일 축하해‘ - P132

지원은 그렇게 물으며 예은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 깊은 시선을 예은은 견딜 수가 없었다. 지원의 눈빛과 시선이 예은의 안에 있는 작은 짐승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속이 간질거렸다. 몸까지 가려운 듯했다. - P133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기억은 많은 일을 잘못 기억한다. - P135

예은에게 지원은 지나간 옛 친구가 아니었다. 비록 지금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예은은 아직 지원을 놓지 못했다. - P135

‘아무래도 이번에 같이 서울로 올라가는 게 좋겠어. 내일 잘 설득해봐야지?‘
예은은 뒤척이며 생각했다.
"소용없을 걸? 쟤는 이미 망가졌어. 낫기 어려울 거야."
작은 짐승이 불쑥 나타나 말했다. 작은 짐승은 눈앞에 있었다. 언제 밖으로 나온거야?‘ 예은은 눈앞의 작은 짐승에게 반박했다.
"아니야. 나아질 거야 꾸준히 치료받으면 돼." - P135

"이제 와서 위하는 척하기는 예전에 좀 잘하지 그랬어. 재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냉정하게 외면했잖아. 네가 조금만 신경썼어도 저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것이 작은 짐승의 레퍼토리였다. 작은 짐승은 몸을 도사리고 있다가 한 번씩 불쑥 나타나 그렇게 비난을 퍼부었다. 혼자 있는 깊은 밤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을 때, 기쁘거나 슬픈 순간에. - P136

예은은 거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짐승은 집요하게 거울을 들이댔다. 거울에 또 다른 기억들이 지나갔다. 거절했던 순간들. 차가운 얼굴, 냉정한 말, 받지 않은 전화들 예은은 팔로 얼굴을 가리고 쥐어짜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나도 힘들었어. 나도 내 인생이 있잖아. 내 인생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고. 내가 그 애의 짐까지 짊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 자기 짐은 자기가 감당해야지. 그렇지 않아?" 작은 짐승이 히죽 웃는다. 작은 짐승의 얼굴이 광대처럼 바뀌었다. 하얀 눈물을 달고 빨간 입으로 활짝 웃고 있는 피에로. - P137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눈을 감으면 지원이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볼 것 같았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예은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P137

방 안을 떠돌던 검은 그림자가 예은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작은 짐승은 펄쩍 뛰쳐나가 눈앞에 있는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두 친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친구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예은은 자신이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지도 몰랐던 그것을. 아마 지원도 그럴 것이다. - P139

"내일은 네가 가고 싶은 곳 다 가자. 케이크 가게도 다시 가보고 싶어. 아까는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는데, 이제는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안 봐도 알지. 분명 멋질 거야."
두 친구 중 하나가 말했다. - P139

일기를 쓰는 대신 달력의 빈칸에 하루 일과를 간략히 메모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날짜 옆에는 일어난 시간과 잠든 시간을 적고, 그날의 날씨를 간략한 기호로 표시한다. 굳이 날씨를 기록하는 것은 부족한 기억력을 보충하기 위한 요령이다. 일정과 일기를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색 볼펜을 사용한다. 일어날 일은 검정펜 이미 일어난 일은 파란 펜.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 P141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 P143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있잖아요." - P152

숫자로 따지면 겨우 1년 중 하루 365분의 1이다. 퍼센티지로는 0.27%.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는 높지만 폐암에 걸릴 확률보다는 낮다. 아무튼 그리 큰 손실은 아니다. - P155

0.27%일 뿐이야-나는 최면술사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숫자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빈 달력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1년 중 겨우 하루를 잃어버렸을 뿐인데 그 외의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미세한 구멍이 난 모래주머니가 된 것처럼. - P155

나의 하루하루는 무빙워크 위를 걷는 것처럼 비슷한 모양으로 흘러간다. 계절에 따라 배경은 계속 바뀌지만 발밑은 평탄하고 편안하며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여유를 부리기엔 약간 빠른 속도로. - P156

결국 그것이 나의 인생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한 지점에서 태어나 쉼 없이 걷다가 다른 지점에서 죽는 것. 엄마도 아빠도 이렇게 살았고 언니도, 오빠도, 친구들도 모두 엇비슷하게 살고 있다. 어쩌다 당근 농사꾼이 된 한 명만 제외하면, 아무튼 나는 지금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계속 무빙워크 위를 걷고 싶다. - P156

꽤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빨대가 꽂힌 유리잔은 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메뉴는 아이스 카페모카 (처럼 보였다). - P157

"사람들은 남의 사연을 들을 땐 즉각 스마트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면 당황한 나머지 당연한 것도 떠올리지 못하거든요." - P158

"전 되도록 남의 손은 빌리고 싶지 않았어요." - P161

"지나치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엔 남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전 생활 습관을 바꾸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를 타러 가는 대신 가끔 지각하는 걸 택했어요. 내 앞으로 떨어진 일만 적당히 해치우고 매일 제시간에 퇴근했습니다. 짬을 내어 운동도 했고요. 하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더군요." - P162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 P162

"누군가 사고가 뻗어나가는 일을 막고 있다. 이렇게 느껴본 적 없습니까?" - P163

"이렇게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요." - P163

"몇 날 며칠을 깊이 고민한 결과 저는 이런 가능성 하나를 떠올렸어요. 이건 우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저쪽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 P163

"우리의 삶이 두 쪽으로 나뉜 겁니다. 남자는 손날로 자신의 얼굴을 반으로 갈라보였다. "이쪽의 전 1년 중 364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 하루, 매년 8월 15일엔 저쪽의 제가 눈을 뜨지요. 침대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가서 그쪽의 삶을 사는 겁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 P163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안심이 되더군요." - P165

지금은 일단 느긋하게 지내고 싶다. 달력이 무어라 말하든 3월 13일은 나와 세계 사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 P166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미로와 덫을 제가 직접 통과해야만 했고요. - P169

불타는 작품만이 진짜라고. 불타고 있을 때, 그 순간의 화력만이 사람의 영혼을 움직인다고, 그런 의미에서 화염을 피해 밖으로 나온건 진짜일 수가 없다고. - P170

자신에게 늘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던 피디의 말이 이라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을 지켜보며 스태프는 즐거움을 느끼는 거야. - P174

사람은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마련이지만, 그 렌즈가 함께 살아가는 데(혹은 그 렌즈의 소유자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데)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라부는 그가 보는 풍경, 그러니까 그가 동참하기를 원하는 세상에 눈을 딱 감아버리는 거지.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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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4-04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작은 짐승‘ ... 잘 관찰하고 돌봐야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오늘 잘 보내시길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4-04 10:59   좋아요 1 | URL
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작은 짐승‘ 하나씩은 있는 듯 합니다. 살다보면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할 때가 종종 있는데 저 또한 잘 관리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곡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저자는 지속적으로 얘기한다. 획일화되고 고층화된 학교 건축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연 속 공간과 멀어지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성을 감퇴시키고 있다는 것을.

또한 천장의 높이에 관한 얘기도 나온다. 천장의 높이가 높을수록 창의력이 좋아진다는 실험결과를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학교의 천장 높이에 대한 획일화된 규제가 창의력을 좋게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자는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이 많아져야 한다는 건축가로서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신도시에 새로운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한 얘기가 나온다. 앞서 저자가 책에 했던 얘기들이 종합된 디자인의 학교를 설계해서 교육부 관계자에게 제안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들로 까였던 일화들이 잠깐 나온다. 독자인 내가 일화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교육부 담당자들이야 어차피 공무원이다보니 무슨 일을 하든 받는 돈은 동일할텐데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을 수용하게 되면 자신들의 일만 일대로 많아질 뿐 금전적인 인센티브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러한 내용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상 이런 식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저자가 제안한 혁신적인 학교 건축이 좋은 것은 맞지만 금전적인 부분이라든지 현실적인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정작 그곳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창의성 개발은 정체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엔 예산, 돈이 문제인듯 하다. 나만의 용어로 치환하면 결국 기승전돈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이 비단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 전반에 걸친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종합하면 돈, 인간의 이기심 등이 얽히고 섥혀있는 문제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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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에 밑줄 친 ‘탈중심‘ 현상과 ‘경계의 모호성‘과 관련된 내용은 비단 이 책의 저자가 속한 건축분야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 키워드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흐름이라는 파도가 칠 때 그 파도에 잘 올라타는 것이 현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제약 회사에서 신약을 잘 개발하는 연구원의 특징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들의 모든 습성을 조사해 본 결과 창의적인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청소부와 떠든다든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잡담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P43

지금처럼 고층화된 학교에서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이고 다채로운 교우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항상 똑같은 교실이라는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실내 공간에서 쌓는 교우 관계와 계절과 날씨의 변화가 있는 자연 속 공간에서 만들어 가는 우정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뻔하다.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인간관계를 쌓은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P43

교실의 낮은 천장고도 문제다.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운 메이어스-레비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한다. 2.4미터, 2.7미터, 3미터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3미터 천장고에서 시험을 친 학생이 낮은 천정고의 학생에 비해 창의적 문제를 2배나 더 많이 풀었다는 연구 결과다. 이처럼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은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교실 높이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2.6미터로 동일하다. - P45

우리의 학교에는 3미터가 넘는 경사지붕의 교실도 있어야 하고 둥그런 천장의 교실도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모양의 천장이 있는 교실에서 공부하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P46

이들(교육부 관계자들)은 친구가 늘어나고 왕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학교를 만들기보다는 교도소처럼 한 건물에 모든 아이들을 넣고 감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46

지금의 우리 학교는 외부 세계나 외부 자연과 격리된 곳, 실내에서 감시하기 좋은 곳으로 진화해 왔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가둬 두는 실정이 된 것이다. - P47

"좋은 줄은 알겠는데 우리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어느 한 학교만 좋아지면 형평성이 깨져서 안 된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사립학교에 가서 펼치시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화다. - P48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부 내의 시설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 P48

책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독자들은 학교의 변화가 힘든 이유를 상상해 보기 바란다. 지금의 공립학교 건축계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십 년간 해오던 관성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다. 마치 한국의 주공아파트 디자인이 항상 비슷하듯이 학교 건축도 마찬가지다. - P49

이들은 각종 디자인 규제를 정해 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 수준의 학교를 피하기 위해 만든 디자인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이 너무 많아져서 50점 이상 수준의 학교 디자인은 나오기 힘들게 되었다. 이게 우리나라 학교 건축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규제는 점점 늘어나서 자기들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외부인들은 들어오기 어려운 리그가 되었다. - P49

우리나라 공립학교는 단군 이래 제대로 된 건축상을 받은 적이 없다. 제대로 된 훌륭한 건축가가 공립학교를 지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모든 공립학교 설계는 공모전을 통해 결정되고 그들만의 고착된 심사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관 발주의 거의 모든 건축이 그러하듯이 디자인을 잘해도 편법을 쓰지 않는 설계 사무소의 계획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 P49

변화가 없는 건축의 갑은 교육부의 공립학교다. ‘공평‘이라는 미명하에 거제도의 학교부터 서울 강남의 학교까지, 대구, 광주, 대전, 부산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공립학교가 전부 비슷하다. 그 이유는 교육부에서 중앙 통제를 하고 있어서다. 이들 학교는 심지어 관할 행정구역에서 건축 허가를 받지 않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는다. 그렇게 이들은 완벽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 P50

이들은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은 공간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학교 건축물을 양산하고 있다. 평등과 전체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숭고하나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이들은 평등을 획일화를 통해 이루려 한다. 평등은 다양성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 P50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인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학교 건물에서 공부한다고 평등한 세상은 아니다. 그런 세상은 북한 같은 전체주의 세상이다. - P50

아이들에게 다양성 없는 건축공간을 제공하고서 왜 그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기대하는가? 창의적인 아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51

우리는 아이들을 좀 더 다양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도전의식 있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분동되어야 하고, 그 앞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 공간이 있어야 한다. - P51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 P51

해남 땅끝 마을까지 이 이야기가 닿아서 많은 사람이 학교 건축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의 학교 건축이 바뀌고 나서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 - P52

실험에 의하면 3미터 이상의 높은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람 키보다 위로 기능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공간에 각각 어떤 기능이 주어지면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다. - P55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 없는 빈 공간이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생각이라는 빵‘을 만들 때 필요한 밀가루나 버터 같은 재료였다.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명한 철학자들이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P55

TV는 마치 내가 말할 틈을 안 주고 계속해서 떠드는 친구와 같다. 마당이 주는 자연의 변화가 내 해석이 필요한 요리하기 전의 재료라면 TV 속 이야기는 가공식품과도 같다. 가공식품이 있으면 내가 요리할 가능성이 없어진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지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지금 우리의 주거 공간은 인스턴트식품 같다. - P56

40년 전 캘리포니아의 스티브 잡스가 살던 집에는 차고라는 ‘여유‘ 공간이 있었다. 차고는 주차 공간이자 창고지만 차를 밖에 세우고 물건을 치우면 애플의 사무실 겸 공장이 될 수 있었다. - P56

현재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집은 천장이 낮고 여유 공간이 없다. 아파트 광고를 보면 구석구석 비는 공간이 없어 효율이 높다고 자랑하는데, 오히려 낭비되는 허술한 공간이 없는 집은 창의성을 질식시킨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1인 가구가 되어 초소형 원룸에 살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창의성은 더 묻혀 버릴 것이다. - P56

주택에서 아파트로,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향하는 반창의적 주거 환경의 흐름을 틀어서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창의성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해야 한 건축 분야의 과제다. - P58

보통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다양성‘이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다양한 문화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충돌이 사고 패턴의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 P58

미국에 살았을 때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은, 다양한 피부색의 수백 가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악센트와 억양으로 하는 영어 소통이 더욱 멋있기까지 하다. 이런 환경 자체가 ‘다양성과 소통‘을 가르친다. - P59

건축가의 시각에서 보면 민족의 다양성뿐 아니라 삶의 터전이 다양한 것도 부럽다. 미국은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국가다. 그뿐 아니라 도시들도 다들 제각기 특색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LA가 다르고, LA와 뉴욕은 둘 다 대도시지만 다른 나라라고 느껴질 만큼 문화가 다르다. LA는 계란 프라이처럼 퍼져 있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인 반면, 뉴욕은 초고밀화된 보행자 중심의 도시다. 도시가 다양하다 보니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자라날 가능성이 많아진다. - P59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0퍼센트가 똑같은 아파트에 산다. 친절하게도 몇몇 건설사가 각 평수대로 전형적인 아파트 평면을 만들어 놓았다. 1장에서 강조했듯이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대부분 비슷한 아파트에 살고 비슷한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 곳 없는 도시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아이들과 자란다. 이런 획일화된 보편적인 삶의 공간이 어떤 천재들에게는 창의성을 죽이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주거 공간과 삶의 형태가 필요하다. - P59

도시를 좋게 만들려면 추억이 만들어질 만한 장소가 많아야 한다. 그런 장소를 만드는 데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어린 아이들이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숨겨진 공간과 버려진 땅을 찾아서 재미난 놀이터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빈 골목길은 축구장이나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놀이터가 되었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도 여러 가지 재밌는 놀이를 했다. 술래잡기는 창의적으로 공간을 찾는 기가 막힌 놀이다. 술래잡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문 뒤쪽이나 장롱과 벽 사이 등 자기 몸의 크기와 모양을 상상하며 공간을 찾는다. - P60

아이들은 ‘시간‘만 있으면 ‘공간‘을 찾아서 ‘장소‘로 만든다. 아이들은 천재 건축가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점점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자. 그래야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 P61

아르데코 양식 : 1910~193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장식 양식으로, 아르누보와는 달리 기본형의 반복,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즐겨 사용하였다. - P375

고층 건물로 지어진 사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 한다. 높은 건물은 누군가가 무거운 건축 재료를 높이 올려서 구축한 결과물이다. 그런 건축 행위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높은 건물은 그 건물을 지은 회사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여러 층으로 나누어진 고층 사옥은 내부 간의 소통을 막는 단점이 있다. - P63

기업이 사옥을 지었을 때 좋은 점은 직원들이 모여 생각을 교류하는 중에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다. 그런 이유에서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최첨단IT 기업들도 재택근무가 아닌 사옥 근무를 고집한다. - P63

하지만 초고층 사옥에서는 층과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은 오래 기다렸다가 좁은 상자에 타서 그 안에 갇혀있다가 문이 열리면 나가는 그다지 기분 좋지 않은 비연속적인 공간 체험이다. 층간의 소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 P63

코어(core): 모든 층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다발로 묶이는 시설을 말한다. 보통 엘리베이터, 현관, 계단 등 주변에 동선이 집중된 공간을 가리킨다. - P375

보이드(void): 대규모 홀, 식당 등 내부 공간 구성에서 열려 있는 빈 공간을 뜻한다. - P375

아트리움: 고대 로마의 주택 건축에서 홀(hall)식 안뜰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근래에는 호텔이나 사옥, 기타 대형 건물에서 실내 공간을 유리 지붕으로 씌우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 P375

중앙에 있는 텅 빈 수직의 공간이 전체 층을 아우르면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기 쉽다. 이처럼 서로 바라볼수 있는 대형 공간은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 밥상에 둘러앉아 마주 보며 밥을 먹는 식구가 더 돈독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P65

하지만 중정형 사옥이 누구에게나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직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늘 사내 다른 직원들에게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간부가 더 높은 층에 있으면 부하 직원들의 많은 부분을 감시할 수 있게 되어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위계질서가 분명한 회사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사옥 유형이다. - P68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잘 재해석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 P69

건축적 관점에서 보면 높은 층에 있을수록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내려다볼 수 있어서 권력을 가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통적 기업은 꼭대기 층에 회장실을 둘 수 있는 고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그런데 비교적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IT 기업은 수평적 구조를 강조하고 저층형 사옥을 선호한다. - P69

뉴욕 맨해튼은 단단한 암반의 섬이고 땅이 제한적이어서 고층 건물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많고 땅이 남아도는 사막지대여서 고층의 고밀도 도시가 형성되지 않는다. - P69

수평적 사옥은 중심점이 있는 방사상 구조로 되어 있지 않는 한 어느 곳이나 같은 권력의 위계를 가지는 공간 구조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수평적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높지 않아서 멀리서 바라보는 외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다. 또한 저밀화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도시 조직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 P70

사옥의 공간 구조는 향후 수십년간 그 회사의 조직과 사회,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사옥 설계는 회사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결정이다. - P71

지금까지는 보증금을 내고 한 사무 공간을 연 단위로 계약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이제는 월 단위로 계약이 가능하고 동시에 여러 개 지점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IT 기술의 발달로 전통적인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 P73

새로운 기술은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공간을 바꾸게 된다. 우리는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살고 있다. - P73

여러 명의 MC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는 현대사회의 탈중심 현상을 보여 주는 한 예다. - P74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자면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 컴퓨터가 있었다면 지금은 여러 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시대인 것이다. - P74

골목길 같은 관계망을 어려운 말로 ‘리좀‘이라고 부른다. 리좀rhizome은 감자나 고구마 같은 식물의 뿌리 모양을 지칭하는 말인데, 건축에서는 골목길 망처럼 여러 갈래로 엮여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 P76

<마리텔>은 시청자가 작가이자 MC가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PD나 작가가 직접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방송인과 시청자와 제작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라디오 스타>가 ‘탈중심‘의 현대사회를 보여 준다면 <마리텔>은 현대사회의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 준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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