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빅데이터에 관한 관심들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전공자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쪽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읽어봅니다. 이 책이 그나마 초심자가 접근하기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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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데이터를 기생충과 비교하며 둘 사이의 유사한 속성을 찾아나가는 저자의 접근 방식이 비전공자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나마 친숙하게 느껴졌다. 데이터하면 뭔가 화려한 수식이나 함수들이 연상되기 마련인데, 저자의 이러한 접근은 데이터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자세히 들어가면 각종 산식들, 수식들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초심자들에게는 이러한 접근이 잘 맞는 것 같다.

본문 처음에는 데이터의 흐름이라는 것에 입각하여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지식과 지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설명이 나온다. 데이터라는 건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것들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의미있는 자료를 정보라고 하고,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발견하게 된 노하우나 방향성을 지식이라고 명명하며, 이렇게 쌓인 지식들을 바탕으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지혜라고 부른다는 게 이 부분의 핵심 포인트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에 나온 예시와 함께 개념을 접하면서 이해가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의 통계관련 과목에서 기초 개념으로 나오는 평균과 분산, 표준편차에 대한 것이었다. 학교다닐 땐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하기보다는 그냥 기계적으로 계산만 했던 것들인데, 이 책에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각각의 의미들을 곱씹어보면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왜 이렇게 되는건지를 예시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각각의 식의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못했지만 오늘 읽은 부분의 마지막 부분에 ‘데이터 분석의 블루오션이 오히려 IT공간 이외의 곳에 있지 않을까?‘ 라는 저자의 말에서는 데이터 분석의 미개척 분야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낯선 분야일수록 오히려 기회가 많다는 말이기에 향후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변화에 발맞춰 이쪽 분야에 대한 기본 토대를 잘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학자는 사전적으로 ‘이론적 또는 실험적 연구를 통해 과학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즉, 특정 분야를 논리적 시각에 입각해 연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로 해석하자면 데이터 과학자는 데이터라는 실체를 논리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P4

아마도 저 명칭(데이터 과학자)은 분야와 상관없이 데이터를 수집, 설계, 분석, 가공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큰 의미의 개념일 것이다. - P4

데이터는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며 데이터 분석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없다. 경험에 의한 시행착오 역시 훌륭한 데이터가 된다. 단, 그 분석의 깊이가 다를 뿐이다. - P4

서민 교수의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을유문화사,2016)』 - P5

어라, 근데 이 기생충! 왠지 내가 다루는 데이터와 많은 것이 닮았다. - P5

첫째, 기생충이든 데이터든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기생충의 핵심은 숙주다. 우수한 숙주를 만나야 기생충은 번식이라는 큰 뜻을 이룰 수 있다. 데이터도 훌륭한 숙주를 만나야 큰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터에게 절대적인 숙주는 사람이다. 데이터는 누구에게 분석되고 해석되느냐에 따라 결과를 달리하는 매우 유연한 무생물이다. - P5

둘째, 기생충도 데이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든 존재한다. 전 세계 방방곡곡,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해서 존재한다. - P5

셋째, 기생충과 데이터 모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데이터는 누군가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은 진실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역전의 만루홈런을 안겨줄 기회일 수도 있다. - P5

마지막으로 기생충과 데이터는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많고 적음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유형과 구조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 P5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기생충은 생물이기에 수명이 있지만 무생물인 데이터는 수명이 없다. - P6

데이터는 오늘 활용되고 내일 활용돼도 무한반복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진실은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다. - P6

"그러니까 저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 처리해 일정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적용하고 분석한 후 도출된 결과를 해석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합니다." - P7

데이터 분석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된다.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아니다. 전문가 집단 또는 전문 기업에서나 다룰 법한 특수한 분석 기법을 우리 모두가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복잡한 분석 기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어떤 대상을 분석해야 할지를 판단하고 대상과 내 수준에 맞는 분석 기법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 P7

무슨 일이든지 알아야 지시도 하고 알아야 흥미가 생긴다. - P7

전달하는 사람도 결과를 보고 받는 사람도 이 분석이 왜 수행되고 얻고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결과를 쉽고 간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 P8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통일돼야 결과의 효용 가치가 충분히 높아진다. 데이터 분석 역시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된다.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보편적인 영역이 돼야 더욱 발전하고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P8

데이터 분석의 영역도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일반인들이 쉽고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말이다. - P9

데이터는 이미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고 깊이 연결돼 있다. 여기저기서 전문가를 데려가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실행하는 시대가 왔다. 보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처럼 데이터 분석이 우리 삶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 P9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 언제나 결과로 말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밑거름은 분명 데이터가 될 것이다. - P10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알아야 관심을 갖고 알아야 친해진다. - P10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쉽고 재미나게 설명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구나‘ - P10

소설가 황석영 선생이 "책은 엉덩이로 쓰는 겁니다."라고 했는데, - P10

데이터는 화려하거나 꾸밈이 없다. 참으로 영혼이 맑은 아이다. 데이터는 꾸미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며 그 안에는 거짓없이 진실만을 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진실이 미래도 알려줄 수 있고 반복된 습관도 발견하게 하며 때로는 유사한 것들끼리 묶어주기도 한다. 진실하면서 정보까지 주니 정말 착하지 않은가. - P10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데이터와 분석 기법에 친숙해지기를 - P11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다 딱 한 가지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 P17

데이터의 범위는 무엇일까? 데이터의 범위는 학자마다 분야마다 해석이 다양하다. 영어로 data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증명, 판단, 결정하는 과정에 필요한 자료‘라고 나온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원하는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각자가 필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자료는 곧 데이터라고 범위를 정할 수 있다. - P19

데이터는 의사 결정을 위해 사용된 모든 내용을 의미한다 - P20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위한 모든 사실을 의미하며 모든 사실 중에서 필요한 사실만을 수집해 정리한 데이터를 정보라고 한다. 즉, 정보는 의사결정을 위해 수집하고 정리한 데이터의 묶음을 의미한다. - P20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된 정보를 통해 가치(지식)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데이터의 흐름이라 한다. 여기에 더해 가치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화시키면 지혜가 된다. - P21

데이터(data)

fact

현실 세계의 모든 자료 - P21

정보(information)

processing

유의미하게 가공된 자료 - P21

지식(knowledge)

value

정보로 얻게 된 방법과 방향성 - P21

지혜(wisdom)

idea

지식을 활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 P21

우리는 지금 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정보를 찾고 정리된 정보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을 가치 발견의 시대라는 의미에서 밸류러시value rush라고 부른다. 단, 금은 한정된 지역에 있지만, 데이터는 어디에서나 있다는 사실이 다르다. - P22

평균은 표본 값의 총 합을 표본개수로 나눈 값이다. - P23

평균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일반적으로 산술평균을 말한다. - P23

평균은 한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극단적인 값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 P23

따라서 평균을 진정한 평균으로 만들 방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과정으로 계산한 평균으로부터 각각의 관측 값 (과목별 점수)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한다. 측정하려면 관측 값들이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분포(산포)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편차deviation라 한다. 편차는 다음 방법으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편차= 관측값(과목별 점수) - 평균 값 - P24

편차는 양수도 있고 음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측 값이 평균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편차를 모두 더하면 반드시 0이 된다. 다시 말해 편차의 평균도 0이다. 따라서 편차로도 평균의 대표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 P25

편차의 합이 0이 되지 않는 방법이 필요하다. 편차가 모두 음수거나 양수라면 합은 0이 되지 않는다. 이때 음수를 양수로 바꿀 방법이 필요하다. (중략)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므로 각 편차를 제곱해 원래의 편차 값을 두 배로 늘리면 된다. - P25

편차의 합은 반드시 0이 되지만 두 배로 늘린 편차의 합은 0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두 배로 늘린 편차의 평균을 분산variance이라고 한다. - P25

제곱으로 구한 분산은 그 값이 두 배로 늘었으므로 다시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늘린 값을 줄이는 방법은 제곱근을 취하는 것인데, 이를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라고 한다. - P25

데이터 분석의 목적은 데이터로부터 창출되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균은 아주 기본적인 분석으로 수치화한 중요한 가치다. - P26

그러나 평균은 절대적인 영향력이 없음 - P26

평균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표준편차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시된 평균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 가치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평균을 올리는 것만큼 표준편차를 줄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P26

평균이 표준편차와 짝꿍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명심하자. 표준편차가 0이 되면 평균을 구할 필요가 없다. - P26

IT 공간에서 생산된 것만이 데이터가 아니다. 데이터는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다만 컴퓨터라는 도구가 데이터를 다루는 데 유용할 뿐이다. - P27

세상의 모든 정보가 IT 공간으로 모이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까지도 분석대상이 되는 환경이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리하고 활용하고 분석하는 공간으로서 컴퓨터는 현존하는 최고의 도구이자 저장공간이다. - P27

우리가 일상에서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든과정이 데이터 분석인 것이다. - P27

내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모든 것이 데이터 저장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 궁금할 때 유용한 지식을 알려주는 인터넷 역시 좋은 정보가 담긴 저장소다. 책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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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걷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을 하루라도 더 빨리 뜨겠다고 작정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지난 포스팅에서 혈액순환, 각종 호르몬의 작용 등이 인체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었는데 아직 읽지 못한 부분들에서는 또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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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p.134에 흡연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있는데, 이는 직접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도 해당이 된다고 하니 가급적이면 담배는 자의든 타의든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각종 권위있는 기관의 연구결과라든지 유명 의사들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걷기가 심장질환발생 가능성을 현저하게 감소시켜준다고 한다. 걷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뒤이어 읽다보면 p.142, p.143에 근육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의 핵심은 걷기가 ‘지근섬유‘라는 것을 활발하게 움직여서 체지방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달리기는 지방보다는 주로 탄수화물을 연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방을 연소해 비만을 예방하는 데에는 걷기가 달리기보다 오히려 낫다는 게 저자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바이다. 독자 개개인의 목적에 맞게 걷기든 달리기든 잘 활용하면 될 듯 하다.

일주일에 150분씩의 운동을 한 사람은 전혀 운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8% 감소한다. 하루 25분씩 운동하면 50~60대에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노화가 지연됨으로써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최대 7년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행복지수도 향상된다. - P132

40~50대 중년층의 돌연사를 유발하는 가장 큰 주범은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져 발생한다. - P132

심근경색증(myocardial infarction): 심장혈관이 혈전, 연축 등의 원인에 의해 갑자기 막혀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 P132

깨끗한 혈관은 말랑말랑하지만(柔軟性유지, 軟化)
중성콜레스테롤과 지방 등이 쌓여서 두꺼워지면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지고(硬化), 내벽이 좁아진다. 이로 인해 혈관 내 혈액 흐름이 느려지면서 각종 장기 조직은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고 괴사된다. 그러한 증상들 중 심장혈관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 P132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몸에 골고루 피가 순환하도록 몸을 움직이는 것(活動), 즉 수시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 P132

운동장비를 구입하거나 체육관에 가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운동(weight training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것들만을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으로 건강에 유익한 운동은 몸에 무리를 가하지 않으면서 피를 맑게 하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운동이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 중에 육체미 운동가(bodybuilder)는 찾아보기 어렵다. - P133

옥외에서는 승용차를 타지 않고, 옥내에서는 승강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을 이용하여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유익하다. - P133

"매일매일 걷기는 노화를 늦추는 ‘마법의 약(magic pill)‘과 같다" - P133

"규칙적인 생활이 보약이다" - P133

‘활동(活動)‘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자 몸에 활력(活力)을 불어넣어 주는 생명의 움직임(動)이다. ‘활동하지 않는 것(不動)‘은 ‘삶의 기운이 스러져 가고 있다 (消滅)‘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활기차게 걸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활기차게 걷고 있다는 것은 곧 건강하게 살아서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 P133

걸음을 멈추면 생명도 멈출 수 있다. 적당한 활동(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완벽한 불로초‘는 아니더라도 ‘노화억제제‘로서의 불로초는 될 수 있다. - P133

흡연은 혈관내피세포를 손상하고, 혈소판 및 응고체계를 자극하여 혈액순환에 지장을 줄 수 있으며, 혈압을 상승시킴으로써 하루 반 갑의 흡연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약 세 배 증가할 수 있고, 간접흡연 역시 심혈관질환을 약 두배 증가시킬 수 있다. - P133

흡연자는 평균적으로 비흡연자보다 13~14년 일찍 사망하는데, 하루에 담배 한 개비를 줄인다면 1년 경과 시 약 67시간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흡연 욕구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 P133

담배를 피우면 체내로 흡수된 일산화탄소에 의해 혈관이 수축한다. 심장근육 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도 흡연에 의해서 이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줄면 심장 기능이 저하되고, 따라서 전신으로의 혈액 공급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 - P134

토끼의 귀를 담배 연기에 노출하고 귀를 지나는 혈관을 관찰하면 담배 연기에 노출하기 전에 비해 혈관이 크게 수축되어 관찰이 안 될 정도로 쪼그라드는 것을 볼 수 있다. - P134

흡연은 혈액의 점도(粘度, 끈적거림의 정도)를 높이기 때문에 혈관 내 혈전 생성의 위험도를 높여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게 함으로써 동맥경화체를 형성하게 된다. - P134

이미 관상동맥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가 더해져 있는 경우에는 담배 연기로 인하여 혈관이 수축되는 현상으로 갑자기 심장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더욱더 커져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 P134

근육을 구성하는 섬유 중 지근섬유(遲筋纖維, slow-twitch muscle fiber)는 지방의 저장량이 많을 뿐 아니라 지방을 연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걸을 때는 바로 이 지근섬유를 주로 사용하므로 걷기 운동은 지방을 연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 P135

심장 기능이 걱정되는 사람들에게는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다. 굳이 힘들게 파워워킹(power-walking)을 할 필요도 없다. 가볍게 산책하듯이 걷기만 해도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심장기능을 강화하고 심근육 발달을 촉진하며 심장혈관의 탄성을 높여 주기 때문에 심장전문의들도 가벼운 걷기를 추천한다.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의 37%는 활동부족에 기인하는데,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그러한 위험을 예방할수 있다. - P135

하버드대학교 의대는 걷기를 실천하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31% 줄어들고, 매일 8층 이상의 계단을 걸어서 오른다면 앉아 있는 경우에 비해 사망 위험이 33%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P135

"계단 두 칸 오를 때마다 칼로리 소모가 0.5kcal씩 증가하고 수명이 8초 늘어난다" - P135

홍혜걸 박사는 고혈압, 고혈당, 고지방의 세 가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이므로, 심장 위험 요인이 있다면 뛰는 것보다 걷기로 예방하라고 권한다. - P136

걷기가 심장혈관계에 좋은 이유는, 걸으면 심장박동이 활발해지고 동맥, 모세혈관, 정맥 등 혈관 곳곳에 산소가 공급될 뿐만 아니라 걷는 동안 다리나 발바닥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은 물론, 근육의 수축 팽창에 따른 혈관의 수축, 팽창 효과 (젖 짜기 효과, milking action)로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올라가는 것이 수월해지고, 발뒤꿈치에 가해진 압력으로 인해 정맥류의 순환도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 P136

하반신에는 몸 전체 근육의 70%가 모여 있기 때문에 하반신 근육운동을 조금만 해도 근육과 혈관의 ‘젖 짜기 효과(milking action)‘가 크게 일어나 매우 효과적으로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발은 제2의 심장이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반신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세포에 혈액을 보내는 것이 수월해진다. 그 결과 온몸의 세포가 건강해질 수 있다. 온몸을 구성하는 수십조(兆) 개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원활한 혈액 공급을 받아 건강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전신(全身) 건강의 기초이다. - P136

하루 30분 이상의 꾸준한 걷기는 심장마비 위험을 37% 정도 감소하게 하지만, 운동에 의한 건강증진의 효과는 3일 정도 후면 소멸하므로 꾸준히 걷는 것이 중요하다. - P137

한 끼 식사의 효과가 다음 식사 이전까지만 지속되듯이 운동의 효과도 잠깐 동안만 지속된다. 적어도 식사 횟수만큼 매일매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 P137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주중에 30분씩 나눠서 하거나 아니면 매일 최소한 10분씩이라도 일주일에 총 150분 동안 적당한 강도로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P137

매일 세 번씩 적당량의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듯이, 매일 세 번씩 식후산책을 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유익한 운동 방법이다. 거기에 더하여 틈날 때마다 조금씩 분할하여 수시로 움직여준다면 건강에 더욱더 이로울 것이다. - P137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심장 주변에 지방이 쌓여, 오래 앉아 있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2.5배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망률은 1.9배 증가한다.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떡 (血栓, 혈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 P137

부동(不動)의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움직이면 혈류가 개선되고 혈액이 깨끗해져 혈전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사망률도 감소한다. - P137

한 시간에 2분씩만 가볍게 걷거나 움직여 주는 것만으로도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33%나 줄어든다. - P137

실제로 한 시간에 2분씩만 움직이더라도, 일주일에 두 시간 30분씩의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 P138

다만, 체력과 근력이 극도로 약하다면 합병증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건강 상태에 따라 걷는 시간 및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 P138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주중(週中)에는 승용차와 승강기만 이용하고 전혀 운동을 하지 않다가 주말에 5~10시간 무리한 산행을 하는 도중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 P139

주말에만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주중에 조금씩 분할하여 수시로 움직이는 것이 더 건강에 좋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 P139

평소에는 전혀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간혹 지나치게 무리해서 하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의 몰아치기 운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운 일이다. 평소에 전혀 운동을 하지 않으면 혈관 내벽에 노폐물이 쌓여 혈관(특히, 뇌혈관과 심장혈관이 좁아지고 막혀 있는 상태가 되는데, 어느 한순간 몰아치기 운동으로 근육과 혈관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139

특히, 연세가 드신 분들은 모처럼 주말 산행을 하더라도 30~50분마다 3~5분 정도씩 휴식을 취하고, 몸 상태에 따라 걷는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 - P139

평소에는 식사를 전혀 하지 않고 지내다가 1개월 만에 한 번 1개월분의 식사를 한꺼번에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단히 위험하거나 해로울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 P139

매일매일 하루 세 번의 식사를 하듯이, 기본적으로 매일 일정 시간 동안 세번 이상씩 분할하여 걷는 것이 더 건강에 좋다. - P139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소식(小食)과 더불어 가벼운 운동(몸에 무리를 가하지 않는)을 조금씩, 자주, 그리고 꾸준히 실천했다는 점이다.  - P140

젊었을 때 꾸준히 걷는 사람들은 80~90세에도 앓아눕지 않고 꾸준히 걸을 수 있다. 반면, 젊었을 때 걷지 않는 사람들은 60~70세에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앓아눕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40~50세에도 뇌졸중 혹은 심장마비 등으로 쓰러져 아예 걷지 못하거나 돌연사하는 경우도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명도 멈춘다. - P140

질병은 진단받은 바로 그 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장기간 반복한 결과 체내에 노폐물과 독소가 누적됨으로써 어느 순간 한계치에 도달하여 생긴 결과이다. 다만, 진단받은 순간에 ‘양성‘으로 확인된 것일 뿐이다. - P142

또한, 진단받은 순간에 설령 ‘음성‘으로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질병으로 판정되는 기준치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완전히 건강하다거나 건강을 안심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매일매일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좋다. - P142

근육은 근육섬유라고 하는 가늘고 긴 무수히 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데, 근육섬유는 달리기와 같이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동작에 사용되는 ‘속근섬유‘, 걷기와 같이 느린 동작에 사용되는 ‘지근섬유‘로 분류된다. - P142

속근섬유(速筋纖維, fast-twitch muscle fiber)는 수축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순발력이 좋고) 무산소적 대사능력이 크지만 주로 탄수화물을 연소시킨다. - P143

반면, 지근섬유(遲筋纖維, slow-twitch muscle fiber)는 수축 속도는 느리지만 피로하지 않고 장시간 움직일 수 있으며, 세포 내에 많은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단수는 mitochondrion)를 갖고 있다. - P143

또한, 지근섬유에는 지방의 저장량이 많을 뿐 아니라 지근섬유는 지방을 연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지방을 연소해 비만을 예방하는 데에는 지근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걷기 운동이 달리기보다도 더 효과적이다. - P143

한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걸으면 밥 한 공기 (210g. 313kcal)가 소화된다. 각종 실험 결과 1회 30분, 주 3회, 20주 동안 꾸준히 걸을 경우 체지방 감소율은 달리기의 두 배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의대는 "1회 45분, 1주간4회 걷기 운동을 하면 연간 8.2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소식(小食)과 함께 걷기를 노화 예방의 2대 비결로 꼽았다. - P143

‘나는 그보다 더 많이 걷는데 왜 살이 빠지지 않나요?‘ 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걷고 난 후의 왕성해진 식욕을 자제하고 소식(小食)을 해야만 체중이 감소할 텐데, 혹시 운동 후 왕성해진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는 운동을 했으니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자격이 있어‘라는 자기보상심리에서 더 많이 먹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P143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은 근력이나 순발력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세포의 방어 능력을 초과하는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생성함으로써 세포를 공격하여 노화를 촉진시키고 뼈대와 근육, 관절의 손상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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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김영준 지음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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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작가나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출판업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철학자 파트에선 삶에 적용해볼만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마지막 스파이 파트에선 존 르카레와 그의 작품에 관한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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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의 제목은 ‘잠깐 쉬는 바람에‘라는 것인데, 앞선 포스팅에 나왔던 존 르카레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독자인 나는 글을 읽으면서 계속 존 르카레의《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라는 소설에 대한 설명과는 별개로 도대체 왜 제목이 ‘잠깐 쉬는 바람에‘ 일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는데, p.295에 밑줄 친 문장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글쓴이가 이 소설의 핵심 주제와 관련이 있어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에 대한 논의와는 별도로 p.296에 밑줄 친 문장은 조직이라는 것에 속해있는 개개인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단지 자기자신의 생존의 차원을 뛰어넘어 조직에도 필요한 일이 진정 무엇인지를 독자들이 고민해보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국의 영문학자들이 주인공인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 『교수들』(1984)에는 셰익스피어의 첫 일본어 번역의 희한한 제목들을 부끄러워하는 일본인 번역가가 나온다. - P286

유명한 고전의 상당수가 제목부터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우리는 주기적으로 접하게 된다.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from the Cold)》도 그런 지목의 대상이 되었는데, 제목을 ‘현업에 복귀한 스파이‘로 해야 옳다는 주장이 있다. - P287

위대함은 보통 자기가 깨닫지 못할 때 달성되는 듯하다. - P287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이하 『추운 나라』) - P287

『추운 나라』는 영국 베스트셀러를 넘어 곧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국추리작가협회상(대거상)과 미국추리작가협회상(에드거상)을 다 받았다. 두 상을 석권한 건 이 소설이 처음이다. - P287

그레이엄 그린은 "내가 읽은 최고의 스파이 소설"이라고 찬양했다. 그 뒤 모든 판본의 표지를 장식하게 될 이 찬사는 원로 작가 J. B. 프리스틀리의 찬사("최고의 구성, 차가운 지옥의 분위기")와 함께 당대의 흥분을 간직하고 있다. - P288

초기의 장르 소설과 후기의 문학적인 소설이 상호 보증하면서 양자가 점진적으로 더 많은 신용을 획득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 - P289

‘순수함‘을 보증하는 쪽, 즉 더 많은 보증의 책임을 진 쪽은 초기의 소설 『추운 나라』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얽혀 있다는 데 있다. - P289

cold는 여러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춥다, 차갑다 말고도 은퇴했다. 현업에서 떠났다는 뜻도 있고, 길을 잃었다. 준비가되지 않았다는 뜻도 있다. ‘워밍업‘ 할 때 그 warm의 반대편의미로 말이다. 이런 용법은 컴퓨터를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켜는 ‘콜드 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P289

원어가 중의적이더라도 번역은 선택을 해야 한다.《추운 나라》는 cold의 가장 익숙한 뜻 ‘춥다‘를 택한 번역이다. 이런 선택의 강점은 일차적인 뜻이 파생시키는 여러 의미들을 가장 많이 붙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가움 - 냉혹-냉전으로 이어지는 의미의 연쇄는 이 소설이 냉전의 절정기에 등장했다는 시간적 맥락을 부여한다. - P290

‘나라‘의 추가는 스파이에게 국제적인 임무를 기대하는 독자들, 특히 스파이라는 말 자체를 외국어로 수입한 동양의 독자들의 상상에 부합했다. - P290

the cold라는 어구는 소설 초반 주인공 리머스와 상관 컨트롤의 두 번의 면담 중에 나온다. 컨트롤은 말한다. "사람이 영원히 추운 곳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 P291

"이것이 자네의 마지막 임무일세. 그러고 나면 자네는 추운 곳에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거지." - P292

추운 곳은 고생스러운 정보부 업무 또는 직장 생활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 듯하다. - P292

(대부분의 모호한 제목들은 본문 속에서는 어떤 뜻인지 밝혀진다.) - P292

그(컨트롤)의 목적은 가능한 한 the cold라는 말의 편리함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편리함은 모호함에서 나온다. 지금 그가 행하는 것은 ‘설득과 약속‘인데, 리머스의 동의를 받아 낼 수만 있다면 the cold가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지든 컨트롤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 P293

컨트롤 덕분에 우리는 리머스의 직업적 상황이라는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때 떠오르는 또 하나의 번역이 서두에 적었던 ‘현업에 복귀한 스파이‘이다. - P293

‘현업에서 떠나 있다‘는 앞에 열거했던 cold의 여러 뜻 속에들어 있던 것이다. 여기에 ‘돌아오다‘를 붙이면 ‘현업에서 떠났다가 복귀한 스파이‘라는 제목이 얻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컨트롤과 리머스의 면담에서 암시된 의미인 ‘외근, 바깥에서의 고생, 또는 직업 그 자체로부터의 해방‘과 정반대의 뜻이 되었다는 것이다. - P293

은퇴와 복직은 르카레의 전 작품에서 하나의 상수로 존재하는 주제 - P294

이 책은 인간이 공백기를 갖는다는 것, 정신이 해이해진다는 것에 얼마나 중대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소설이다. 그가 계속 조직에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을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잠깐 인간으로 돌아온 뒤 그건 불가능한 일이된다. - P295

르카레는 말한다. 인간은 뜻하지 않게 서툴러진다. 그런데 그건 결함이라기보다 안전장치인 것이다. - P295

발표 당시《추운 나라》는 비도덕적인 조직과 그에 철저히 농락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단지 그 얘기뿐이었다면 이 소설의 긴 여행은 꽤 오래전에 멈추었을 것이다. - P295

우리가 생각처럼 간단히 비인간화되지 않는 존재이며 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무수한 계기가 주어져있다는 건 희망을 준다기보다는 두려운 이야기이다. 그 계기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더 이상 타인과 조직에 책임 전가를 할 수 없고 자기 행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 P295

르카레의 윤리학을 응용하자면, 우리는 의식적으로도 서툴고 생경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조직에도 필요한 일이다. 숙련자와 동조자에만 익숙한 조직은 이미 병든 것이기 때문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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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조지 블레이크가 ‘자신이 봉사하는 사회 계급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는 글이 나왔었는데 그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배신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지 블레이크의 말처럼 과연 ‘속한 적이 없으면 배신이 아닐까?‘ 이것은 조직 속에서의 존재감과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자인 나는 조지 블레이크의 주장이 ‘자신은 원래 조직에서도 딱히 존재감없이 소외되어 있던 존재였기에 애초에 배신이라는 단어가 허용될 수 없는 존재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아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런 식의 해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조지 블레이크는 조직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명목상 속해있는 조직과 적대하고 있는 조직에 불리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기에 이것이 배신이네 아니네 하면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그냥 이것을 단순한 개인의 행동으로 치부할지 아니면 명목상 소속된 조직의 사람이니 배신이라고 봐야할지는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논쟁거리가 아닐까 싶다.

위에 언급한 배신자 논쟁과는 별개로 애초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배신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케임브리지 5인조‘ 라고 불린 사람들이었는데, 그중 필비나 버제스 같은 인물들은 오늘날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배신자 논쟁이 있었던 블레이크같은 인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것과 관련하여 p.260에 밑줄 친 마지막 문장에서 블레이크의 어정쩡한 포지션에 대한 아쉬움을 살짝 나타내는데,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 정치판이 생각났다. 어느 특정 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을 보면 캐릭터가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그 캐릭터가 좋은 쪽이든 안좋은 쪽이든 관계없이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인지도도 높아지는 반면 캐릭터가 어정쩡해서 그저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사람들은 대중들의 눈밖에 나고 인지도도 그닥 없어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경우들이 많다.

오늘 읽은 부분에 나오는 캐임브리지 5인조(배신자 혹은 간첩 집단)와 조지 블레이크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이미지든 안 좋은 이미지든 관계없이 확실한 개성이 있는 캐릭터가 오래도록 대중들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혹은 신념(?)같은게 생기게 되었다. 어정쩡한 포지션은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대중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얻기에는 쉽지 않은 포지션인듯 하다. 이런 걸 보면 다 좋은 것도 없고 다 나쁜 것도 없다는 말인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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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욕망의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은 삶의 유한함이라는 제약하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독자 개개인이 각자의 리스트를 정리해보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맥나마라 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생각을 종이에 쓰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워런 버핏의 인생목표 정리법을 소개하며 우리 인생에 남아있는 시간이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상기시켜준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업하는 와중에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욕망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앞서 소개한 맥나마라가 얘기했던 적는 것의 중요성을 독자들의 마음 속에 되새겨주고 있다.


뒤이어서 ‘아홉 개의 빈 방‘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과거 유사과학에서 인간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것에 착안해 지은 제목인듯 한데,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글쓴이는 여기서 책에 대한 얘기로 논의를 이동시키는데 p.267에 밑줄친 문장 중에 집의 책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얘기를 읽으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간단히 논하는데, 각종 정리니 무슨 미니멀리즘이니 하는 것들이 생각나는 글이었다. 과연 나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잘 쓰지도 않는 불필요한 것들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고 물건들을 사용목적에 맞게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다음에는 ‘현실감‘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권투얘기부터 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특별히 p.271에 밑줄 친 문장이 뭔가 핵심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직관적인 깨달음이라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현실감이라는 게 ‘충격적인 깨달음의 결과가 아닌 하나하나 노력해서 얻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는 저자의 고백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매사에 성실해야 함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성실함에 있어서 방향성이 올바라야 한다는 전제는 디폴트 값이다. 아무리 성실해도 방향성에 일관성이 없으면 그 성실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뒤이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대한 회상‘ 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것은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인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의 근원이 된 제목이기도 하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어찌됐든 껍데기는 그렇다 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책이 정말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팔렸다는 점이다. 처음에 첫 인쇄본이 전량 소진되는데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절판도 진지하게 고려했던 책이었는데, 계약기간 말에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이에 편승하여 책 판매도 증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쓴이는 출판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p.277에 밑줄 친 것처럼 책이란 게 어떻게 팔릴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 판매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영화의 개봉과 같은 우연이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책 장사의 본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뒤 우연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글이 마무리된다.

책 장사의 본질은 허영과 욕망을 파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우연이라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운‘이라는 외부적인 요소도 책 장사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글은 앞서 언급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작가인 존 르카레의 또다른 작품인 『실버뷰』라는 것과 관련된 글이다.

글쓴이는 먼저『실버뷰』에 등장하는 핵심인물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뒤, 이 소설의 작가인 존 르카레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히 이『실버뷰』가 르카레 사후에 그의 아들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르카레의 가족사를 보면 약간 비극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르카레의 아버지가 사기 사건으로 체포되었다는 것인데, 르카레가 이러한 아버지 문제를 청산하기 위해 썼던 글이 바로 『실버뷰』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근데 청산을 온전히 하지 못한채 죽음에 이르렀으니 이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죽고난 후 그의 아들이 이 미완성의 작품을 유고작의 형식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후대를 이어가는 것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르카레에게 자식이 없었다면 『실버뷰』라는 작품은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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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와 관련하여 연이은 2개의 글로 인해 그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이 에세이 집의 저자분께서도 이런 효과(?)를 어느정도는 의도하고 글을 쓰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아닐수도 있겠지만 내 주관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근데 어쩌면 내가 그 미끼(?)를 제대로 문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내가 낚인건가 싶기도 하다.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지적 호기심에 불이 지펴진 것은 틀림없다.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게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다시금 몸소 느낀다.

이런 말이 블레이크에게 큰 위안을 주지는 않았을 것같다. "아! 그는 비주류 출신이니 이해해 줘."가 당사자에게 좋게 들릴 수 있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힘드니까. 그렇지만 블레이크 자신의 말 "속한 적이 없으니 배신이 아니다." 역시 수치스럽게도 그와 정확하게 같은 말이었다. 그건 설명이라기보다는 ‘양해의 말씀‘에 가까웠다. 확신범이라면 딱히 하지 않아도 될 얘기였다. - P259

오늘날 필비나 버제스 같은 5인조의 인물들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그 인기는 아버지 세대에 반항하는 록스타에 대한 선호와 비슷한 점이 있다. - P259

이들(필비와 버제스)이 개인으로서 비정치적인 매력을 획득한 것, 블레이크는 그렇지 못한 것, 그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필비와 버제스는 자신을 배신자라고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정당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마 그래서 그들은 좋게든 나쁘게든 개인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나 보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 배신자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어느 보호막 뒤에 서 있기를 선택한 인생에게는 그런 출구가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 P260

말로 해 보거나 종이에 써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 P261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한 맥나마라는 포드사 사장 시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생각을 종이에 적어라. 아직 종이에 쓰지 않았다면 너는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명쾌하지만, 이건 종이에 적기 전의 생각이 전혀 그럴듯한 꼴이 아니라는 뜻일 뿐, 아예 없다는 판정이 아니다.
그 생각ㅡ부족하고 막연한 의식의 덩어리ㅡ도 존재는 한다. 단지 그 덩어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려면 종이에 써보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다. - P262

사업가 워런 버핏의 인생목표 정리법 - P262

먼저 자신의 인생의 목표 25가지를 적는다. 다 쓰고 나면 그중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를 고른다. 이것이 ‘목표‘이다. 나머지 20개를 따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제목을 이렇게 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할 20가지. - P262

즉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턱없이 짧다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 - P262

보통 때는 잘 안 떠오르는, 예컨대 수줍은 나머지 여러 항목 속에 섞여서가 아니면 결코 혼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욕망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 P263

나는 바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늘 재밌었다. "상실 뒤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올린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263

욕망은 매우 수줍지만 교활하기도 하다. 스파이나 마피아 두목처럼 감시가 소홀한 틈을 정확히 이용할 줄 안다. - P263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 - P264

뇌의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집의 책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높은 확률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 P267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자리만 차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보편적인 적대감에 매우 익숙해졌다. 정치에서든 생활에서든 말이다. - P267

체험되기 전에는 이해될 수 없기 때문 - P267

부재를 슬퍼하는 것보다는 옆에서 행복감을 얻는 편이 훨씬 나은 법 - P268

점수든 횟수든 뭔가를 세면서 보는 건 몰입도를 높이는 좋은 관전법 - P270

살아갈수록 현실감은 어떤 충격적인 깨달음의 결과라기보다는 하나하나 노력해서 얻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 P271

그저 그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한다는 느낌 - P272

그는 살려고 하기 때문에, 일단 익숙한 것에 집중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이런 노력이 그리 높이 평가받지 못하리라는 걸 안다. - P272

아마 그렇겠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도 현실감을 한 점 한 점 따내야 하는 과정은 다시 시작되고, 그 일에 딱히 아무도 면제되지 못하리라는 것 역시 진실이긴 하다. - P272

기획자에게는 상업적인 감각과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는데, - P274

편승이란 이미 잘되고 있는 것 위에 슬쩍 올라타는 일인데, - P274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 P275

업계인들이 알다시피 어떤 책이 출간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얘기 같은 건 없다. 진짜 민망함은 이제부터인데『팅커』가 너무 안 팔린 것이다. - P276

초쇄가 소진되는 데는 육 년이 걸렸다. 회사에 미안했다. 판매가 이 정도라면 저작권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다른 일이 없었다면 책은 절판되었을 것이다. - P276

2011년 9월 게리 올드먼과 콜린 퍼스 등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했다. 『팅커』라는 책의 운명은 다시 예정된 궤도를 벗어난다. 연말부터 반응이 달라지더니 2012년 2월 국내 개봉 후에는 외국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장하게 되었다. - P276

몬티 파이선식의 개그로 표현하면, 잘생긴 영국 남자 배우가 두 명, 앗 아니 세명, 앗 아니 네 명, 앗 아니 다섯 명……… 출연해 준 덕이다.  - P276

내가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호모에로틱한 요소가 그렇게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새로운 르카레 독자 유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줄은 상상 못했다. - P277

책이란 게 어떻게 팔릴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든다. - P277

"무언가를 소망하기를 멈추는 순간 당신은 그것을 갖게 된다." 앤디 워홀의 말이다. 이 말은 점쟁이의 말과 비슷해서 누구나 자기 삶에서 적합한 예를 두어 개는 떠올릴 수 있다. - P277

어쨌든 우연은 꼭 필요한 것이다. 헌책방에서 《팅커》를 발견했을 때의 계시 같은 느낌은 그게 우연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발생한다. - P277

책 장사는 결국 허영과 욕망을 파는 것인데, 우연이라는 요소가 한 축이 되지 않으면 욕망은 성립하지 않고 무너진다. - P278

자신에게 중요한 책 몇 권과의 만남을 회고해 보는 사람은 그 책들이 실로 우연히, 난데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278

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팅커』) - P273

르카레 소설의 리얼리티가 정보부 근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흔히 말하지만, 작가 본인은 그걸 내세울 만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은 강조되어야 한다. 중요한 건 묘사되는 감정의 진실성이지, 조직 배치도나 용어의 사실 부합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 P281

르카레는 진짜보다도 더 그럴듯한 스파이 용어들을 창조해 냄으로써 이미 자신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경력상의 이점을 초과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 용어들은 뒷날 실제 정보 세계에서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결국 스파이 소설가가 되기 위해 정보부에 근무할 필요는 없다. 그건 이 장르의 역사가 보여 준다. - P281

현대스파이 소설의 아버지 에릭 앰블러도, 르카레의 동년배 라이벌 렌 데이턴도 상상으로 스파이 업무를 그렸을 뿐이다. 오히려 정보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언 플레밍은 007시리즈라는, 리얼리티에 치중했다고 볼 수 없는 소설들을 써내고 있었다. - P281

『실버뷰』는 르카레 사후에 미완성 원고로 발견되었다.
2021년 역시 작가인 아들 닉의 손질을 거쳐 출간되었다. - P281

 닉에 따르면 『실버뷰』는 쓰다가 만 소설이 아니다. 원고는 완성되어 있었다. 단지 르카레가 육 년 가까이 이 원고를 계속 수정하면서도 발표할 결심을 하지 못한 것뿐이다. - P281

 이것은 어느 의미로 볼라뇨 사후 발견되는 미완성 작품들과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정서까지 끝나 있지만, 좀 더 확장과 심화 작업이 있기를 기대하며 작가가 서랍 속에 넣어 놓은 작품 말이다. - P282

실버뷰는 데버라와 에드워드 부부가 살고 있는 저택 이름으로, 독일어 ‘질버블리크‘를 직역해서 에드워드가 붙인 것이다. 질버블리크는 니체가 미쳐 버린 뒤 여동생의 간호를 받으며 살던 집이다. 이곳에서 인종주의자인 엘리자베트는 오빠의 사상을 난도질하며 뒷날 민족사회주의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왜곡시켰다. - P282

에드워드/르카레의 경고는 이런 것이다. 영국인들은 나치와 싸웠지만, 이들도 자신들만의 과거에 집착해 섬 바깥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는 한 나치와 비슷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 P282

데버라는 총명한 학자지만, 자신의 애국심이 자신의 부족에 대한 일체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는 불길한 징조이다. - P282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 『하워즈 엔드(Howards End)』 등 집 이름을 제목으로 택한 영국 소설들이 그렇듯 『실버뷰』 역시 ‘누가 영국을 상속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다룬다. - P283

끝에 실버뷰를 물려받게 될 젊은이들은 앞 세대들보다 훨씬 솔직하고 관용적이며 다문화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르카레의 기획이 그 이상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힘들겠다고 느끼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 젊은이들의 영혼이 데버라와 에드워드 중 어느 쪽을 더 닮았는지, 작가는 오해의 여지가 없게 표시해 두었다. - P283

르카레 소설의 독자들은 ‘나는 네 아버지를 알고 있다‘ 라는 말의 불길한 의미에 익숙하다. 실제로 로널드 콘월(르카레의 본명인 데이비드 콘월의 아버지)은 사기 사건으로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가족들을 수치와 경제적 곤란에 빠뜨렸다. - P284

르카레가 지배계급의 말석에 앉는 게 허락되었을 때 정체를 숨기는 직업, 스파이를 택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 P284

르카레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아버지들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존재하는 것 같다는 감정." - P285

어쩌면 『실버뷰』는 르카레를 평생 괴롭힌 ‘아버지 문제‘
를 최종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시도였고, 그는 이를 대작으로 완성시킬 영감이 찾아올 날을 조용히 기다렸던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날은 오지 않았고, 『실버뷰』 곳곳에 뿌려놓은 그의 아버지의 형상을 수습하는 일은 작가 르카레를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의 아들의 손에 맡겨졌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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