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랫동안 기억하는 독서법‘이라는 소주제로 시작한다. 핵심은 눈으로만 읽기보다는 가슴으로 읽으라는 것이다. 가슴으로 읽으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정신을 차리고 능동적으로 읽으라는 얘기다.

저자는 능동적인 책읽기를 위해서 ‘질문‘을 해볼 것을 권한다.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을수록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이해도도 높아진다는게 그 이유다.

좀 더 읽다보니 독서에 치료의 기능도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각각의 상황별로 관련된 도서를 소개해줌으로써 마음에 치유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당 도서의 독서를 적극 권하고 있다. 만약 살면서 힘든 일이나 고민이 생길 때 읽어보면 확실히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뇌과학적으로 독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간단히 논하는데 학생이든 성인이든 불문하고 지속적인 독서는 우리가 갖고있는 기존의 지식들을 끊임없이 활성화시켜준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머리를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말이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바빠서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지하철 독서를 강력히 추천한다. 출퇴근시간이나 등교시간 같은 짜투리 시간을 독서하는데 활용하면 생각보다 꽤나 많은 양의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지하철의 환경도 독서하기에 바람직한 환경임을 역설한다. 백색소음과 관련된 내용들도 잠깐 등장하는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친 부분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뒤이어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가진 독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지적하며 책을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읽어도 괜찮다는 말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약간은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인 나는 저자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책을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신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독서라는 것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말처럼 한 순간에 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노력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독서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목적적합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어떤 지식을 배운다는 측면의 독서를 넘어서, 어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독서라면 그 목적에 맞게 필요한 것들을 잘 발췌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정된 시간 안에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독서를 효율적으로 하는 기술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저자도 본문에서 이러한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독서 습관이 온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은 독자들을 타겟으로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팁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만약 해당되는 독자들이 있다면 나름대로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무겁지 않고 가볍게 시작하자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읽을 거리를 너무 두껍게 시작한다면 금방 나가떨어질 수 있기에 비교적 얇은 텍스트부터 시작해보자는 말이다. 독서 습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책을 읽긴 했는데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눈으로만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내용을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76

책을 읽으면서 ‘아하!‘하고 감탄하는 순간에 내용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감탄하면서 저자의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진다. - P76

어떤 책이든 가슴으로 읽는다면 책을 읽는 자세가 달라진다. 자세가 달라진다고 해서 눕거나 엎드려서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의미다. - P76

주도적으로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전체 내용을 조망할 수 없고 저자가 쓴 글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책을 읽는 것만큼 능동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일은 드물다. - P77

능동적인 책읽기의 핵심은 바로 ‘질문‘에 있다.
책을 읽을 때 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글의 종류는 무엇인가?
•저자의 주장, 정보,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글인가?
•글의 주제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저자의 주장과 실제 사례를 구분하고 있는가?
•책에서 설명한 사례와 저자의 의견, 주장을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는가?
•저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가?
•저자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책을 읽고 변화된 행동은 무엇인가?
•책을 읽은 후에 행동이나 의식이 바뀐 점은 무엇인가? - P78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왜 이런 주제로 책을 썼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고 궁금증이 생겼다고 해서 답을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질문을 해야 한다. - P78

책을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질문을 했다면 책을 읽은 후에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이해가 될 때가 있다. 교양이나 인문, 비즈니스 서적을 읽는 독자들이 뒤늦게 내용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 P78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궁금증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집중력이 향상되고 이해도도 높아진다. - P79

디지털 디바이드는 정보 격차를 의미한다. 개인이 가진 정보의 질과 양에 따라 사회적·경제적인 격차가 발생한다. 정보의 격차는 단순히 사회적인 문제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의 경제문제로 확대되었다. - P80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때문에 정보는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 생존의 열쇠가 되었다. - P82

읽고 사고하는 능력에 따라 정보 격차가 생긴다 - P83

책을 읽고 얻는 정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고급 정보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P83

책을 읽는 동안 얼마나 집중했느냐, 얼마나 노력했느냐, 어떤 배경 지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고급 정보가 만들어진다. 읽기는 기본적인 기술이지만 읽고 사고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 P83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 얼마나 깊이 있는 정보를 알고 있느냐, 여러 분야의 정보들을 얼마나 융합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지식의 양은 달라진다. - P83

스폰지처럼 받아들일 자세 - P83

독서가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축적하는 유일한 방법 - P83

책을 읽는 사람은 읽은 책의 양과 질만큼, 책을 읽은 시간만큼 성숙해지고 지식이 쌓인다. - P84

돈을 벌고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도 실용독서의 한 종류다. - P84

독서의 기능 중에는 치료의 기능도 있다. 독서치료는 사람에 따라서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진행되기도 한다. - P84

<독서치료 대상과 처방전>

취업 등 미래가 불안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20-30대

나는 원래 행복하다 (스티븐 S 알라디)
필링 굿 (데이비드 번스)

갈등 관계의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청소년 감정코칭 (최성애)
10대들의 사생활 (데이비드 월시)

갈등의 골이 깊은 부부

가트맨의 부부 감정치유 (존 가트맨, 낸 실버)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는 40대

인생학교 - 일 (로먼 크르즈나릭)
방황의 기술 (레베카 라인하르트)

노후를 걱정하는 중장년

제3의 성공 (아리아나 허핑턴)
인생수업 (법륜)

방황하는 청소년

데미안 (헤르만 헤세)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박완서) - P85

독서치료로 처방되는 책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내용이다. - P85

영국에서는 독서치료가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에서는 "우울증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에 독서를 권하라"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 P85

독서에는 정서적인 발달 외에도 재테크, 마음의 치유 등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 P85

<독서시간을 확보하는 수단>

일찍 일어난다

능률이 오르는 ‘아침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독서 효율을높인다. 출퇴근 시간을 독서하는 시간으로 바꾼다.

근처 도서관에 다닌다

멀리 있는 큰 도서관보다 가까이 있는 작은 도서관을 이용한다. 정기적으로 책상 앞에 앉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과 ‘장소‘를 한정하고 정해둔 책을 읽는다.

‘화장실에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 등을 정해둔다.
자투리 시간에 읽을 만한 카탈로그나 스크립을 가지고 다닌다. - P89

인간의 뇌는 정보를 계속 들여보내야 기존에 입력된 정보들도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는 구조다. 정보를 지속적으로 들여보내는 방법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것이 책 읽기다. - P90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과 오래된 기억들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간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정보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과 지식들이 활동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 P90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빠른 시간에 핵심을 찾아내는 독서법이 유행하는 것이다. - P91

지하철은 독서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책을 읽을 때는 너무 조용한 곳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곳이 더 좋다. 주기적으로 나오는 안내방송과 적절한 소음 덕분에 집중력이 향상된다. - P94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리는 백색소음이고 지하철 안내방송도 익숙해지면 백색소음과 비슷하게 들린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백색소음은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가지는 신호로 특정한 청각패턴을 갖지 않는 소음이다. 파도소리나 빗소리, 폭포소리, 진공청소기에서 나는 소리 등이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사람의 귀에 쉽게 익숙해지고 귀 기울여 듣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의 소음을 덮어주는 작용을 한다. - P94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한 권의 책 안으로 접히고, 그 접힘이 다시 펼쳐져 내 기억들과 섞이고, 또 다른 문장들로 확장되던 경험은 또한 놀랍고 즐거웠다. - P95

책이라는 사물 안에는 누군가 그 책 안의 문장들을 써내려간 시간과 공간, 그리고 때로는 몇 개의 우주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매번 그 우주 속에서 지하철이라는 시공간을 다시 발견했고, 사람을 보았으며, 세계의 비밀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삶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 P95

지하철은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적당한 소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느끼는 심리적인 안정감, 반복적으로 들리는 백색소음과 진동은 자극을 준다. - P95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자극들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 외에도 집중력이 필요한 학습이나 일을 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 P95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바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빠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TV 등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탓도 있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책 읽기를 큰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기도 한다. - P97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책을 읽는 시간을 매우 조용하고 엄숙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잠깐씩 책을 읽는 방법을 모른다. 한번 책을 잡으면 적어도 두세 시간 정도는 꾸준히 집중해서 책을 읽어야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정독으로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 P97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과 독서전문가들은 정독으로 한번 읽기보다 책장을 넘기며 여러 번 훑어보기를 권하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읽으라고 조언한다. - P97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독서하는 방법은 독서전문가들이 권하는 독서법과 차이가 많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반드시 무언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이유는 책을 읽는 목적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98

반대로 생각하면, 배울 게 없다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경험과 가치관, 통찰력 등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책을 읽는 행동, 시간, 비용 등 모두가 낭비라고 생각한다. - P98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단편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도 의미가 있다. - P98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박사는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책을 우연히 만난 친구이자 애인이라고 표현했다.
"사다놓고 안 읽었던 책을 빼서 읽다가 우연히 만난 몇 구절이 나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일깨운다."
책장을 넘기면서 우연히 와닿는 글이 영감을 주기 때문에 우연히 만난 친구이자 애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 P98

이어령 박사의 독서는 발췌독에 해당한다. 책을 모두 읽으려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여 읽는 것이다. 발췌독은 독서량이 많은 사람들과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 P98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배우게 된다. - P99

책을 좀처럼 읽지 않는 사람들도 신문이나 뉴스기사는 수시로 읽는다. 책과 신문 모두 활자인데 책은 읽지 않고 신문, 뉴스 기사를 읽는 이유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 P99

신문은 필요한 내용만 읽고 접어두어도 되지만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책을 더 멀어지게 만든다. 신문의 기사는 패스트푸드이고 책은 코스요리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책 읽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 P99

바쁠 때는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여유가 있거나 중요한 사람과 식사할 때는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먹거나 코스요리를 먹는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읽으면서 정보를 얻는 책이 있고 책상에 앉아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 P99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주제별로 짧게 정리된 얇은 책을 선택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 P99

학생들은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읽지만 성인이 돼서도 그럴 필요는 없다. 학창시절에 공부하느라고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성인이 돼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 P99

나이가 많든 적든 책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얇은 책 한 권을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읽는 습관을 들이자. 전자책을 다운받아서 읽는 것도 좋다. - P99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는 책으로 두꺼운 책은 적당하지 않다. 신문에서 필요한 기사만 읽듯이 얇은 책을 출퇴근 하는 시간에 필요한 부분만 정독해서 읽어보자.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책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책 읽는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 P100

‘바쁘기 때문에 쓸 수 없다‘가 아니라 ‘바쁘기 때문에 쓰고 싶은 재료나 경험이 많아진다‘ - 니시무라 아키라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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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 중에는 ‘거울신경세포‘ 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이것은 뇌과학 분야의 내용인데 저자는 아직 이 분야의 퍼즐이 극히 일부만 발견된 상태이며 아직도 발견해야 할 퍼즐들이 많이 있다고 말한다. 뇌과학에 대한 연구성과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되면 좋을 듯 하다.

뒤이어서 나오는 내용 중에는 저자께서 ‘전향‘이라는 키워드로 뇌과학과 인문학을 결합하여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 자아와 자유의지, 뇌에 있는 신경세포 등에 대한 얘기들이 섞여서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태도를 180도로 바꾸는 ‘전향‘의 이유에 대해 단순히 자아의 변화나 자유의지의 변화가 아니라 뇌과학에 나오는 신경세포의 변화만으로도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오늘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저자께서도 자신이 인문학만 공부할 때보다 과학공부를 하고나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실히 좀 더 트이고 넖어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책의 중간중간에 볼 수 있었는데, 독자인 나 또한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의 폭이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확실히 더 넓어진 것 같아서 뭔가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이타 행동은 생물학적 유전자를 공유한 가족구성원 사이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한 형태로 나타난다. - P84

인간의 뇌는 작은 신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대도시를 닮았다. 설계도에 따라 창조한 기계가 아니라 맹목적인 진화의 결과 나타난 기계이기 때문이다. - P84

논쟁을 종결하려면 사실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 P85

1992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연구진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발화하는 원숭이 두피질의 일부 뉴런이 다른 원숭이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도 발화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후속 연구자들이 인간의 뇌에도 같은 기능을 하는 뉴런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라는 멋진 이름을 얻은 그 세포는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마음을 읽는 세포‘라거나 ‘문명을 만든 뉴런‘이라고 명예로운 별명도 생겼다. - P85

거울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에 분포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등 여러 일을 한다. 또한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 - P86

거울신경세포가 모방과 공감에 관여한다면 문명을 만든 뉴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방하고 공감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언어를 익힐 수 있다. 언어가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공동 행동을 조직할 수 있었고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으며 생산력을 높이고 문명을 건설했다. - P86

언어는 종교와 함께 문명을 가르는 가장 강력한 경계선이다. - P86

우리의 뇌는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이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배려하게 해주는 것은 거울신경 ‘세포‘라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뉴런이 협동해서 만든 거울신경 ‘시스템‘인지도 모른다. - P87

"과학이 제공하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의 마음은 세계를 일부밖에 보지 못한다." - P88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 P88

사람은 변한다. 그런데 그게 꼭 좋지 않은 일일까? 시간이 흘러도 늘 같은 모습인 게 반드시 좋은가? 그렇지 않다.
좋게 달라지면 변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그런 변화는 ‘발전‘이라 하고 더 못해지면 ‘퇴행‘이라 한다. - P89

그들의 인생은 그들이, 내 인생은 내가, 인생은 각자 책임지는 것이다. - P91

좋으면 가까이, 싫으면 멀리, 그렇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 P92

돌이 날아오면 몸을 틀어 피하는 무의식적 반사행동부터 파생금융상품을 매매하는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우리의 뇌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받아들여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다. 왜? 생존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뇌의 존재 이유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본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뇌에 깃든,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는 그 일을 하려고 애쓴다.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생존기계라서 그렇다. - P93

뇌에 깃든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쉼 없이 흔들리고 부서지고 비틀리는 가운데 스스로를 교정하고 보강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견딘다. 자유의지는 그런 자아가 지닌 것이다. 자아가 불안정한데 자유의지가 어찌 강고하겠는가. - P93

모든 전향을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본다면 자아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자아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보다는 뇌의물리적 변화나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인문학보다는 뇌과학과 신경생리학이 전향이라는 행위를 더 잘 설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P94

뉴런들은 전기·화학 신호를 주고받아 정보를 처리하는데 전기 신호는 전자로 교환하고 화학신호는 신경전달 물질로 주고받는다. - P95

과학자들은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을 이미 100여 개나 발견했고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아드레날린 · 도파민  · 세로토닌 · 옥시토신 · 엔도르핀 · 멜라토닌 같은 것이다. - P95

전자 교환과 화학물질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 뇌의 정보처리 패턴이 달라진다. 특정한 신경전달 물질 하나의 부족 또는 과잉이 소프트웨어 전체의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 P95

도파민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습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도파민 분비량이 너무 적으면 사람은 둔감하고 느려지며 지나치게 많으면 충동적이고 급해진다. - P95

뇌는 기대보다 큰 보상을 받았을때 도파민을 분비한다. 행복해지려면 욕심을 줄이라고 한 현인들의 말씀은 전적으로 옳다. 도파민 분비에는 절대적으로 큰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여기서 보상은 먹이·짝·지위·권력 등 생존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 P95

도파민은 중독을 일으킨다. 사람들이 알코올·니코틴·카페인이 든 물질을 좋아하는 것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 P96

코카인과 암페타민 같은 마약성 물질은 도파민을 대량으로 나오게 하고 이미 분비된 도파민의 회수를 방해함으로써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도파민 농도를 높인다. 중독 행위를 유도하는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고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 무엇에든 잘 적응하는 우리의 뇌는 도파민 농도를 유지하려고 금단증상을 일으켜 더 강력한 마약을 찾게 한다. - P96

도박· 게임 · 쇼핑· 만화 · 음식 같은 것도 도파민 분비와 관련이 있다. 물론 나쁜 것만 뇌에 보상을 주는 건 아니다. 성취감·희망·공감 같은 것도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일중독자·기부천사·헌혈왕이 아무 이유 없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것이다. - P96

우리의 자아는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땅 위에서 전자와 신경전달 물질의 홍수와 가뭄과 해일과 폭풍우를 견뎌야 한다. 자유의지더러 모든 악천후를 극복하고 철두철미한 일관성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유리창이 깨지고기와가 날아가고 기둥이 흔들린다고 해서 부실 건축물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전향은 뇌의 시냅스 연결망과 연결 패턴의 변화로 생긴 현상일 수 있다. - P96

데이터도 자아에 영향을 준다. 뇌는 학습하는 기계다. 하드웨어인 뉴런과 소프트웨어인 시냅스 연결망으로 매순간 방대한 데이터를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한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는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성능이 나아진다. 데이터가 늘어나면 소프트웨어 성과가 좋아지고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하드웨어 활용 방식을 개선한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뇌는 같은 질문에 대해서 그렇지 않은 뇌와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고 같은 과제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한해서 우리는 누군가 자유의지로 전향했다고 조심스럽게나마 말할 수 있다. - P97

자연이 생존을 위해 조합한 천연지능은 스스로 학습해 도덕을 알고 감정을 느끼는 우리의 뇌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 P98

천연지능은 인간 개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소멸할 수밖에 없지만 인공지능은 스스로 복제함으로써 영생할 수 있다. 하드웨어를 무한 증강하고 소프트웨어를 끝없이 개선하고 데이터를 무한 집적해 천연지능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P98

뇌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달리 더 더 늦게까지 스스로를 개선한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뇌가 획득하는 데이터는 노년기까지 계속 증가할 수 있다. - P99

‘뉴런은 서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거꾸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영향을 준다.‘ 자아가 뇌에 그저 깃들어 있는 게 아니라 뇌를 형성하고 바꾼다는 말이다. 물질이 아닌 자아가 물질인 뇌를 바꾼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 P99

내 뇌의 뉴런이 순조롭게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세상과 연대하며 낯선 곳을 여행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뇌에 새로운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어리석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 P100

나는 내 자신을 무한정 믿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때가 올 것이다. - P100

뇌의 하드웨어 퇴화로 인해 벌어진 신경생리학적 사건으로 여겨 주기를 - P100

내 자아가 오늘의 상태를 유지하는 한, 어떤 경우에도 자유의지로 그런 변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테니까. - P100

다시 강조한다.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하지 못하겠다. - P101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 P101

사랑하기엔 흉하고 절멸하기에는 아깝다. - P101

악과 누추함을 되도록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내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자. 이것이 내가 뇌과학에서 얻은 인문학적 결론이다. - P101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 P105

무인도에 책을 한 권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그 책(칼 세이건의《코스모스》)을 선택할 것이다. 밤하늘 · 별 · 바다 · 풀 · 나무 · 새 · 구름 · 바람 · 비가 모두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고독을 견디는 게 수월해질 테니까. - P105

다윈주의Darwinism는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사상·이념·철학·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다윈주의자는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문학자도 얼마든지 다윈주의자일 수 있다. - P106

『종의 기원』 결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종은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다.‘ - P106

역사에서는 ‘최초‘가 중요하다. 다윈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이 되게 설명한 최초의 인간이다. 그 전에는 설화나 신화밖에 없었다. - P107

오늘날《종의 기원》은 생물학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논증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보탬이 된다. - P108

‘개체는 변이가 있다.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지닌 개체는 불리한 변이를 지닌 개체보다 생존할 확률이 높고 자손을 퍼뜨릴 가능성도 크다. 그리하여 생존에 유리한 형질은 널리 퍼지고 불리한 형질은 소멸한다.‘ - P109

인문학 이론은 가끔 과학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인구론이 대표 사례다. 맬서스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질병이나 전쟁으로 사람이 충분히 죽지 않으면 식량 부족으로 사람이 굶어 죽는 사태가 찾아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P109

다원은 ‘사람은 양육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자녀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맬서스의 견해를 사실로 받아들여 생물학 연구에 적용 - P110

진화론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인류의 지성을 한 차원 높였다. - P110

우파는 생존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으로 간주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발전의 동력이라고 옹호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집단이다. - P111

좌파는 사회적 약자, 착취당하는 사람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려는 개인과 집단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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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에 관한 얘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저자는 유명인들과 일반인들을 비교하면서 유명인이라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니고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님을 독자들이 느끼게 만든다.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든 게 다 좋을 수도, 다 나쁠 수도 없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창의적인 사무 공간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다. 여기서 핵심은 천장의 높이를 높인다든지 해서 빈 공간을 만들면 사람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여유없이 빽빽한 공간보다는 뭔가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보면서 우리의 머릿속이 새롭게 환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뒤이어 우리나라의 무슨무슨 방(PC방, 노래방 등)문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개개인의 욕망과 현실적인 제약이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라는 저자의 얘기가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이어서 아파트와 돼지를 비교한 글이 있는데, 처음엔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해 둘 사이에 유사한 속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p.235에 밑줄친 내용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익명성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보통 사적인 공간에서의 자유를 소유하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그 크기가 건물의 규모를 넘기 어렵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이 된다면 우리는 한 도시 크기의 공간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 P223

우리는 모두가 유명해지기를 원하지만, TV에 많이 나오는 연예인들은 유명해지면서 동시에 이러한 익명성을 포기해야만 한다. 유명인들은 익명성이 없기 때문에 점점 더 큰 집을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집만이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 P223

대신 우리는 집은 작지만 대문 밖의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다. 유명인이 아닌 분들은 여러 도시를 소유한 부자인 것이다. - P223

사무 공간이라는 것은 개인의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협업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극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좋은 사무 공간은 개방성과 폐쇄성이 적절하게 배합된 공간이다.  - P223

좋은 사무 공간은 직원들이 큰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우리가 천장고가 높은 종교 건축에 들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같은 원리로 사무공간에서도 빈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더 쉽게 나오는 것이다. 그 비어 있는 공간이 우리의 사고가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천장 높이가 높은 사무실이 창의적인 환경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P225

뇌 연구가 앤드류 스마트의 책《뇌의 배신》에 의하면 사람은 아무 일도 안하고 멍 때리거나 명상을 하거나 빈둥거릴 때, 즉 뇌의 상태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되었을 때에 창의적이 된다고 한다. - P225

분명한 것은 창의적인 사무 공간이 되려면 편하게 빈둥거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P225

사람이 사는 모습은 수천 년의 시대가 지나가도 그 형식이 조금 바뀔 뿐 그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구성이 좀 작아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일하고 집에서 가족 단위로 쉬는 형식은 똑같다. - P230

건축도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실상 잠자고, 밥해 먹고, 싸기 위한 공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경제와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의식이 강해지고,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욕망이 커져 온 것은 있다. 따라서 주거 공간에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생활 속에서 사적인 공간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집에서 방 하나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230

카페는 우리의 파트타임 거실인 것이다. - P230

개인의 욕망과 공간의 부족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시장 경제는 노래방, 비디오방, PC방, 룸살롱 같은 방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의 밀폐적인 방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이 방을 좋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욕망과 공간적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 낸 해결책으로서의 결과물이다. - P231

과거에 식량은 곧 생존이었다. 현대 사회에는 돈이 그 역할을 한다. - P235

과거에 식량 저장의 한 방편으로 돼지를 키웠다면 현대에는 돈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산다. 부동산도 돼지나 발효식품처럼 부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 P235

고대의 농부들이 돼지를 키우는 것은 남는 식량을 오랫동안 보존가능한 식량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소비 후에 남는 감자나 고구마를 돼지에게 먹이고 수년 후 기근 때에 돼지를 도살해서 식량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 P234

돼지가 기근을 넘기는 방식이 되듯이 현대인들에게 돈이 부족한 시기를 넘기는 방식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아파트는 환금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돼지의 역할을 한다. - P235

대부분의 중산층 국민들은 은퇴 후 아파트를 처분해서 돈의 기근 시기를 넘긴다. 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돼지와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감안하면 수많은 아파트 돼지들이 도살을 기다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 P235

건축은 사람의 수명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비로소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아내고, 사람 냄새가 배어나는 ‘환경‘이 되는 법이다. - P236

아무리 흉측한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 P237

때때로 시간은 사춘기의 가슴 아픈 실연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 건축물 역시 그렇다. - P237

쓰리베이: 3-BAY. 아파트 평면을 구성할 때 전면을 세 개의 공간으로 구획한 것으로, 흔히 방, 거실-부엌, 방으로 나누어지는 구성을 뜻한다. - P386

툇마루 공간은 우리나라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중간적인 성격을 띠는 공간이다. 그 이유는 처마 아래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처마 아래에 있다는 것은 비가 올 때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신발을 신지 않고서 바깥바람을 쐬러 나갈 수 있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고로 외부와 내부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 P240

현대 시대에서 아파트의 발코니도 이런 중간적인 성격이지만 신을 신고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툇마루와는 약간 성격을 달리한다. 게다가 발코니에는 높은 난간이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난간이 낮거나 없는 툇마루에 비해서는 외부 공간과 더 단절된 느낌의 공간이기에 툇마루가 가지는 내외부의 중간적인 성격이 부족하다. - P240

다이어그램: diagram, 건물의 설계 취지, 배치, 구성, 시스템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간략화한 그림. - P386

굵은 가지에서 잔가지로 갈라져 나갈수록 나뭇가지는 나누어지고, 나누어진 나뭇가지의 끝끼리는 다시 연결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아파트에서는 거실 복도에서 나누어져서 일단 방으로 들어가면 방끼리 연결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공간 구성을 띠게 된다. - P242

집에서 아이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으면 그대로 나머지 식구들과는 단절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목적 관계의 공간 구성은 서구적인 사생활을 만드는 데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기에는 좋지 않다. - P242

창문과 문은 엄연히 다른 건축 요소이다. 문은 바라보면서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문은 프라이버시를 ‘0‘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하지만 창문은 서로 바라볼 수는 있되 건너갈 수는 없는 건축 요소이다. 창문으로 연결된 공간은 적절한 사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느슨하게 관계를 형성해주는 장치이다. - P244

건축계에는 흔히 노벨상에 비유되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이 있다. - P244

건축이라는 것은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일 중에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고 수많은 과정을 통해서 문화, 정치, 경제, 사회가 합쳐진 종합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프리츠커 상)을 받는 것은 단순히 한 건축가가 받는 상이라기보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에 주는 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 P244

한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는데,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포르투갈도 ‘알바로 시자‘라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 P244

몇 천 세대가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하나는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몇 명의 건축가가 디자인하면 된다. 하지만 몇 천 세대가 주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면 수백 명의 건축가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소규모인 주택은 대형 사무실의 조직으로 수행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은 소형 설계사무소가 주로 맡아서 디자인을 한다. - P245

건축적으로 보면 주택은 모든 건축의 줄기세포 같은 건축물이다. 주택에서 방을 여러 개 만들면 호텔이 되고, 거실을 넓게 하면 컨벤션센터가 되고 마당을 키우면 경기장이 된다. - P246

관광객이 사랑하는 도시들은 모두가 다 하나 이상 브랜드화시킨 이미지들이 있다. 뉴욕은 타임스퀘어와 센트럴 파크, 파리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런던은 빅 벤과 템스 (Thames) 강을 내세워서 마케팅을 한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경우에는 도박과 밤새도록 켜 있는 현란한 네온사인이다. - P250

자국의 간판은 싫어하면서 외국에 나가서보는 지저분한 간판에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이것은 문화의 사대주의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지식적 배경에 의해서 외부 환경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 P251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현란한 네온사인 역시 결국에는 간판이다. - P250

간판 경관에 대한 판단은 경험하는 사람이 그 간판을 정보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장식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P251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들에게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은 정보로 인식되어 정보가 과부하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홍콩에 가서 한자로 쓰인 간판을 볼 경우엔 그것들은 모르는 글자이기 때문에 정보가 아닌 아르누보 장식과 같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P251

아르누보: Art Nouveau, ‘새로운 예술‘을 뜻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서 유럽 및 미국, 남미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으로 유행한 장식 양식이다. 기존의 예술을 거부하고 새롭고 통일적인 양식을 추구했는데, 특히 초기에 자연 형태에서 모티프를 빌려 새로운 표현을 얻고자 했기 때문에 덩굴풀이나 담쟁이, 섬세한 꽃무늬 등의 반복적인 패턴이 대표적이다. - P387

도시 경관의 많은 부분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 의해서 가치가 평가된다. 특히나 풍경 속에서 사인물(Signage) 같은 상징적인 요소들은 사람들 개인의 인지에 따라서 크게 차이를 갖게 된다. - P251

라스베이거스 간판의 경우에서 보이듯이 건축은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서 다르게 경험되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건축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는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것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 P252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객체의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 P252

과거에는 공간이라는 것을 하나의 물리적인 객체로 보아 왔다. 뉴턴 같은 과학자는 시간과 공간을 따로 독립된 객체로 본 상태에서 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근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법칙들을 고안해 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독립된 것이 아니고 하나로 연결된 개념인 시공간임을 증명해냈다. - P252

최근 들어서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같은 21세기의물리학자는 그의 책《우주의 구조》에서 시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실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의식에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개념의 틀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최신 물리학의 개념은 건축 공간을 주관적 인식의 산물로 바라보는 시각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P252

건축 공간을 주관적 인식의 산물로 보는 시각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공간관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인터넷 안에서 구축된 가상 공간과 우리가 태초부터 살아온 현실 공간을 넘나들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P252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주관적 인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 - P253

인터넷과 가상 공간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것은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더 주관적인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건축 공간이라는 것도 어느 하나의 확정된 물리적 조건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대신 정보의 해석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인식의 산물로 보는 것이 이 시대에 건축 공간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일 것이다. - P254

공간은 어떻게 인지되는지부터 생각해 보아야했다. 그러다가 유럽 여행 중 우연히 17세기 화가 안드레아 포초(Andrea Pozzo)의 천장화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포초의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한 투시도 기법에 의해서 그려졌는데, 천장 면에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열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완벽한 그림이었다. 2차원 평면의 정보이지만 내 뇌는 그 안에서 3차원 공간을 보았던 것이다. - P255

N차원의 존재는 N-1차원 이하의 존재만 완벽히 이해 가능하다. 몸을 가진 우리는 3차원의 존재이다. 3차원의 존재가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은 2차원의 평면, 1차원의 선, 0차원의 점일 뿐이다. - P255

어떻게 우리는 3차원의 공간을 인식할 수 있을까? 우리가 3차원 공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의 단기 기억력에서 나온다. 우리는 기억력을 통해서 다른 시간대의 장면 속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머릿속의 의식은 여러 시간대에 존재할 수 있는 4차원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 P255

빛이 물체를 때리면 반사된 빛이 수정체를 통해서 우리의 눈으로 들어오고, 망막에 상이 맺히고, 그 상은 전기적 신호가 되어 뇌로 전달된다. 뇌는 그 정보를 연산해서 공간을 만든다. 현실은 뇌가 초당 200장 정도의 그림을 연산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자전거의 휠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느 순간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연산하는 그림의 조합이 어느 순간 거꾸로 돌아가는 연속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아서 우리의 뇌가 무한대의 이미지를 연산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 P255

현실은 마치 우리가 만화영화를 볼 때 초당 16장의 그림을 연산해서 공간과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그림의 숫자가 영화는 초당 32장이고, 현실은 200장일 뿐이다. 같은 원리로 모니터상의 2차원 정보를 보면서 우리의 뇌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텍스트뿐인 화면의 연속 장면이 공간이 되는 것이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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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살펴보기 독서‘라는 것에 대해 알아봤었는데 여기에는 스키밍skimming과 스캐닝scanning이 있다는 것까지 살펴봤었다. 오늘은 이러한 노하우들이 어떤 상황에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독서의 효율에 관한 각종 노하우들이 등장한다. 독자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여 각각의 내용별로 긴장감을 다르게 가지고 읽는다든가 흥미있는 주제부터 찾아 읽어서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지시켜 준다든가 선후관계가 딱히 중요하지 않은 책의 경우 처음부터 억지로 꾸역꾸역 읽지 말라든가 등의 다양한 tip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독서 전략‘에 관한 글에선 저자가 책을 읽기 전, 중, 후 이렇게 3단계로 단계를 나누어 각각의 단계에 따른 독서 전략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개별 질문들을 통해 기존에 잘하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있었던 것을 보면서 나의 독서 전략을 재점검해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기도 했다.

뒤이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관점을 온전히 흡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간혹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것보다는 가급적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녹아드는 것이 바람직한 독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효율적인 독서를 위한 꿀팁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밑줄 친 부분들을 참조하면 좋겠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스캐닝은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지문을 읽으면서 표시한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지문 옆에 적어두면 기억에 남고 문제를 풀 때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을 수 있다. - P64

필요한 정보를 찾은 후에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유추한 의미가 맞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가 다른 부분에 또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 P64

살펴보기 독서법에는 스키밍과 스캐닝 외에 표지와 차례, 머리말, 저자의 프로필과 가치관, 색인 등을 보고 전체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 P64

살펴보기 단계에서 책의 내용을 확인한 후에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했다면 이제는 내용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분석하며 읽는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 단계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눈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 P65

분석하며 읽으면 필요한 정보와 필요없는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다. - P65

살펴보기 단계에서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했더라도 전체내용이 모두 필요한 책이 있고 몇 개 챕터만 중점적으로 봐야하는 책도 있다. - P65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업무와 관련된 책을 볼 때 적용해야 하는 독서법이다. 책을 훑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했다면 꼭 봐야하는 내용, 어려운 내용, 중요한 내용으로 구분해야 한다. - P66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상식적인 내용을 솎아내고 보는 게 독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요령이다. - P66

학습 독서는 책을 읽을 때 리듬을 탈 필요가 있다. 책만 펼치면 잠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자기만의 리듬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 P66

몰랐던 내용이나 중요한 부분에서는 집중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서는 긴장을 풀고 책을 읽으면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도 높아진다. - P66

성인 기준으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내외다. 어린이들은 이보다 짧다. - P66

책 한 권을 통독하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단락이나 한두 페이지를 읽는 몇 분 동안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때 시작하는 두세 문장을 읽으면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내용인지, 그냥 훑어봐도 되는 내용인지 판단해야 한다. - P66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면 집중해서 계속 읽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다음 단락이나 페이지로 넘어가도 좋다. - P66

의무감에 꾸역꾸역 책을 읽는 것만큼 나쁜 습관도 없다. - P66

책을 반드시 첫 페이지부터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소설처럼 앞의 이야기를 알아야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 나온다면 처음부터 읽어야 하지만 책의 중심이 되는 내용을 설명하는 단락만 읽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이다. - P67

때로는 책장을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다가 보고 싶은 내용을 발견하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읽는 것도 좋다. 보고 싶은 내용을 읽다보면 그와 연관해서 또 다른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그러면 또 궁금한 내용을 읽고 그와 연관된 또 다른 내용을 찾아서 읽는 것이다. 책을 사전처럼 필요한 부분을 찾아가며 읽는 독서법이다. - P67

지식을 전달하는 책은 호기심이 생기는 내용이나 읽고 싶은 단락부터 읽으면서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시키는 게 좋다. - P67

학교에서 과목마다 선생님의 가르치는 방법이 바뀌는 것처럼 책도 내용에 따라서 읽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더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 P67

역사적인 사실, 과학적인 연구, 성공한 사람의 성공 비법 모두 책을 쓴 저자가 있다. 역사적인 사실과 과학적인 연구에 관한 책에도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들어 있다. 저자가 역사서를 참조해서 글을 쓰면서 자신의 견해를 책에서 밝힐 수도 있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도 실험을 하면서 얻은 개인적인 의견을 담을 수도 있다. - P68

학습 독서를 하는 동안에도 저자의 의도와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 - P68

모든 책은 저자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순간 저자와 관점을 일치시키고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는 자세로 책을 읽으면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 P68

머릿속에 오래 남기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만큼 중요하다. - P69

효과적인 독서를 하려면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 P69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과거에 읽었던 책과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계발된다. - P69

같은 책이라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읽을 때와 궁금한 것을 찾아보려고 읽을 때 두뇌는 다르게 반응한다. - P70

통합적인 읽기 단계에서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 P70

텍스트를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는 것만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능적인 독서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독서 목표와 독서 전략이 중요하다. - P70

"다음 내용을 읽고"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제는 모두 독서전략을 필요로 한다. 독서 전략은 ‘의식적인 통제 아래 독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 일련의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 P70

(읽기 전에) 독서 전략 질문

독서 목적을 구체화하나요?
글을 읽고 할 일을 계획하나요?
글을 먼저 보나요?
내용을 미리 예측하나요? - P71

(읽기 중에) 독서 전략 질문

예측한 내용을 점검하며 읽나요?
내용에 대해 질문하며 읽나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읽나요?
배경지식과 내용을 연결하며 읽나요?
내용을 추론하며 읽나요?
내용의 각 부분을 서로 연결하며 읽나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을 통해 추측하나요?
표지·차례를 사용하여 글의 관계를 파악하나요?
어려운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였나요?
잘못 이해한 부분을 조정하였나요?
지은이나 글에 대해 평가하며 읽나요? - P71

(읽기 후에) 독서 전략 질문

독서 목표에 얼마나 잘 충족했는지 판단하나요?
텍스트로부터 알게 된 내용을 다시 살피나요? - P71

책을 읽는 행위, 독서는 적극성을 필요로 한다. 적극적으로 책을 읽고 책을 통해서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면 책을 통해서 저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 P71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나갈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통합적인 읽기다. - P72

저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저자의 경험을 공유할 때 비로소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온전히 얻게 된다. 책을 고르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저자의 관점과 다르면 책을 끝가지 읽기 어렵다. - P72

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나에게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 P72

사람이 하는 말을 컴퓨터는 알아듣지 못한다. 컴퓨터가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는 기계이다. 흔히 0과 1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기계어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문자로 표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컴파일해서 만들어진다. 프로그래밍을 완료한 후에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바꾸는 과정이 바로 컴파일이다. - P73

읽기는 머리가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 - P73

책이든 기사는 텍스트를 읽는 과정은 번역을 하는 것과 같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번역이라고 알고 있는데 책을 읽어서 머릿속에 넣는 것도 번역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P73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대입해가면서 글을 읽으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 P73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빨리 읽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뇌가 받아들이는 언어로 번역해서 머릿속에 집어넣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독서 능력이 결정된다. - P73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책을 읽으라는 뜻에서 ‘오감독서‘, 읽은 내용을 실천하라는 뜻에서 ‘오행독서‘를 권한다. - P74

글을 읽을 때는 저자의 상황, 견해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대입해야 한다. 이런 독서법을 가슴으로 읽는다고 해서 ‘하트리딩 Heart Reading‘이라고 한다. - P74

책을 읽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책을 프리리딩 Pre-reading 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한 다음 책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저자를 만나는 하트리딩을 하라고 권한다. - P75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 P75

핵심 문장만 꼼꼼히 살펴봐도 좋다 - P75

하트리딩을 하면서 공감하는 글귀는 형광펜으로 표시하거나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면서 읽고 중요한 문장은 책 여백에 기록하면 가슴으로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 P75

한번만 읽으면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천재가 아닌 이상 글을 읽고 오래 기억하려면 가슴에 남기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 P75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와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다르다. - P75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절실하게 알고 싶은 내용이라면 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 P75

책 속에서 알고 싶은 것을 발견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이것을 ‘울림‘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현실, 시의 한 구절이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과 마찬가지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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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칸트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칸트는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과학지식을 수준급으로 갖추고 있었던 철학자라고 한다. 칸트가 자신의 책 《순수이성비판》에서 공간과 시간의 개념에 대해 논한 것이 있는데, 이 내용이 상당히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뭔가 심오한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쓰여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칸트 본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칸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차이점을 비교해주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이것의 핵심은 밑줄에도 쳐놓았는데, 간략히 언급하자면 과학자는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만 인문학자는 잘 몰라도 일단 아는 것처럼 둘러댄다는 것이다. 이 말에 근거해본다면 칸트는 과학적 지식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에서 바로 앞 문장에서 언급했던 인문학자처럼 행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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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칸트의 ‘불가지론‘이라는 것인데 얼핏보면 굉장히 난해하게 느껴져서 무슨 말인가 싶은데 저자의 설명과 저자가 제시한 다양한 사례들을 따라 읽다보면 그래도 어떤 느낌인지 정도는 알게 되는 것 같다.

이와 관련된 기초적인 과학 개념들이 나오는데, 전공자들에게는 아주 기본중의 기본일 수 있겠으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전공자들에게는 이마저도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싶은 개념들이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께서 문과출신이다보니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게끔 낯선 지식들을 잘 풀어서 설명해주었다는 점이다. 읽으면서 각각의 개념들이 좀 낯설긴 했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것은 이 책을 쓰기위해 과학관련 책들을 꽤나 여러권 독파하신 저자의 노력덕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수고 덕분에 나같이 과학에 무지한 독자도 기본적인 과학지식을 익히는데 조금이나마 수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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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는 맹자에 관한 얘기가 등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묵가와 양주학파에 대한 내용이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뒤이어지는 내용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과학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철학자는 모른다는 말도 무언가 아는 것처럼 한다. 과학자와 인문학자는 무엇보다 그런 면이 다르다. 나는 그게 인문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으로 증명한 사실만 책에 담아야 한다면 국립중앙도서관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 P68

칸트의 글을 해석하려면 그가 물리학과 천문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 P68

칸트는 과학적으로 옳은 견해를 말한 경우에도 사실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논리적 추론 과정을 생략한 경우도 많았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할 수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 P68

칸트는 인간의 인식을 ‘선험적‘ (아 프리오리)인 것과
‘경험적‘(아 포스테리오리)인 것으로 나누었다. - P68

도덕법을 알게 하는 것이 이성 그 자체의 기능이라는 칸트의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인간에게는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없는 준칙을 거부하고 사람을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기피하는 본능이 있다.‘ - P69

진화생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진화를 통해 우리가 도덕이라고 하는 사회적 본능을 획득했다고 말한다. 칸트는 옳았다. 인간은 배우거나 경험하지 않아도 도덕법을 알 수 있다. - P69

칸트의 글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인 성과 비슷하다. ‘접근하면 발포함‘ 따위 경고문은 필요 없다. 거기 들어갈 능력이 있는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 P69

인간이 도덕법을 선험적으로 안다는 칸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으로《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4)를 들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인 핑커는 전쟁·약탈·강간·살인과 같은 폭력의 역사를 다룬 기록과 자료를 분석해 인간이 자신의 폭력성을 억제하는 능력을 키웠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책 9장과 10장은 도덕법에 대한 칸트의 주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P69

우리는 주관적 감성형식(공간형식과 시간형식)과 열두가지 범주의 사고형식을 통해 외부의 대상을 인식한다. 이런 형식이 활동하지 않고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식했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주관의 형식으로 인식한 대상은 ‘현상‘ Erscheinung으로 우리의 주관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있다고 상정하는 ‘사물 자체‘Ding an sich가 아니다. 우리는 사물 자체를 인식할 수 없으므로 그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자연은 우리 주관의 형식에 따른 자연이지 주관과 관계없이도 존재하는 자연이 아니다. - P70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옳았다. - P70

어떤 천재도 자신의 시대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한다. - P71

칸트의 인식론은 불가지론不可知論이다. 사물이 우리의 주관과 무관하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 P71

뇌는 감각기관이 보내는 정보를 특정한 패턴으로 처리함으로써 외부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고 몸을 신속하게 제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물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 P72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상호 변화를 유도하면서 퍼져 나가는 파동으로,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진동한다. 초속 30만 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데 매우 긴 것부터 극히 짧은 것까지 파장의 길이가 매우 다양하다. 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파장이 긴 전자기파는 초당 진동수가 적고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는 진동수가 많다. - P72

인간의 신경세포는 파장이 380~720나노미터인 전자기파만 감지한다. 그것을 ‘가시광선‘ 또는 ‘빛‘이라고 한다. - P72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다. - P72

우리 뇌는 가시광선 영역의 전자기파를 파장의 길이에 따라 긴 쪽부터 ‘빨주노초파남보‘로 인식한다. - P72

파장이 720나노미터보다 긴 전자기파(적외선)와 380나노미터보다 짧은 전자기파(자외선)는 감지하지 못한다. - P72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단 장비에 쓰는 엑스선은 모두 전자기파다. 파장과 진동수가 다르지만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 - P73

별개의 현상인 줄 알았던 전기와 자기가 서로를 유도하는 결합 현상임을 밝힌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 Michael Faraday(1791~1867)와 몇 개의 방정식으로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을 정리한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맥스웰James Maxwell(1831-1879) - P73

전기부터 전화·라디오·텔레비전·인터넷과 휴대전화까지 우리가 쓰는 모든 전기·전자 기기는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발견에서 비롯했다. - P73

우리는 빛이 우리 신경세포가 감지하는 영역의 전자기파임을 알면서도 전자기파나 가시광선보다는 빛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과학적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여러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P73

‘빛은 파동이고 입자다.‘ - P73

인간은 감각기관으로 인지한 것을 언어로 표현한다. 파동인 동시에 입자인 전자기파의 성질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런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가 없다. - P74

모든 입자가 그런 것처럼 빛도 일정한 양의 에너지가 있다. - P74

태양이 내뿜은 빛의 에너지는 지구에서 공기를 만나 열에너지로 바뀐다. 우리가 햇볕이 따스하다고 느끼는 것은 빛 자체가 따뜻해서가 아니라 빛이 공기를 데우고 우리가 따뜻해진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이다. - P74

진공에서도 ‘빛의 속도‘로 달리는 빛은 어떤 대상을 만나면 자신의 에너지를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덜어 준다. 이 현상을 우리는 복사輻射(radiation)라고 한다. - P74

빛은 또한 파동이고 파장에 따라 에너지가 다르다. - P74

독일 물리학자 플랑크Max Planck(1858~1947)는 빛의 에너지를 파장별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빛에는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에너지 값을 가진 진동자가 있다고 추측했다. 진동수에 작은 상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빛의 에너지를 알아냈다. 그 상수는 6.6260755를 10^34로 나눈 극히 작은 값이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플랑크 상수‘라고 한다. - P74

플랑크는 빛의 복사가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의 방출 ·  전달· 흡수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가 발견한 불연속적인 에너지 덩어리가 바로 ‘양자‘量子(quantum)다. - P74

빛의 복사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관계를 설명하는 고전역학 classical mechanics으로는 다룰 수 없는 현상이었다. 플랑크가 발견한 현상을 설명하고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양자역학量子力學(quantum mechanics) 이다. - P75

플랑크의 발견은 아인슈타인과 프랑스 물리학자 드브로이 Louis de Broglie(1892~1987)의 연구를 거쳐 오스트리아 과학자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의 파동방정식으로 결실을 맺었다. - P75

파장 380~720나노미터영역의 전자기파가 물방울을 만나 굴절한 것을 우리는 무지개라고 한다. 뇌가 특정한 파장 영역의 전자기파에 대한 정보를 각각 다른 패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무지개를 일곱 색깔로 본다. - P75

‘사물 자체‘는 굴절한 파장 380~720나노미터 영역의 전자기파이고, 일곱 색깔 무지개는 우리의 감성형식으로 질서를 부여한 ‘현상‘이다. 둘은 같지 않다. 우리는 무지개를 볼 뿐 ‘파장 380~720나노미터 영역의 전자기파‘는 보지 못한다. 따라서 그런 것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 P76

물질은 모두 원자의 집합이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와 전자를 비롯한 여러 입자로 이루어진다. 얼음과 물과 수증기는 각각 다른 ‘현상‘으로 보이지만 ‘사물 자체‘는 모두 동일하다.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가 전자 두 쌍을 공유하는 분자화합물이다. - P76

물은 온도에 따라 분자의 활동성이 달라서 고체 · 액체 · 기체로 바뀌는 상전이相轉移(phase transition) 현상을 일으키지만, 물 분자 사이의 간격이 넓어졌을 뿐 ‘사물 자체‘가 달라진 건 아니다. - P76

나는 칸트의 ‘감성형식‘과 ‘사고형식‘을 패턴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작동 방식으로 해석한다. - P71

‘내가 보고 만지는 이 탁자는 우리의 감성형식이 질서를 부여한 현상에 지나지 않아. 사물 자체가 아니야!‘ - P76

사람만 주관적 감성형식이 있는 게 아니다. 뇌를 가진 동물은 다 저마다의 감성형식이 있다. 그 사실을 알면 칸트의 불가지론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 P76

박쥐는 자신이 쏜 초음파가 대상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것을 감지해 뇌에서 외부 세계의 이미지를 만든다. 밤에 곤충을 사냥할 때는 초당 200회씩 이미지를 조합한다. 사람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처럼 박쥐는 소리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 - P77

동물이 경험하는 세계의 형태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뇌가 빛의 파장 차이를 색깔 차이로 처리하는 것처럼 박쥐의 뇌는 음파의 파장 차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인간과 박쥐는 주관적 감성형식이 달라서 동일한 ‘사물 자체‘를 각각 다른 ‘현상‘으로 인식한다. - P78

칸트는 옳았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옳았다. 그의 시대에는 망원경만 있었고 현미경이 없었다. 고전역학은 있었지만 양자역학은 없었다. - P78

칸트는 인간의 지적 잠재력과 과학혁명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인간이 감각기관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대상을 인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자·원자·전자 같은 미시입자는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인지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무지개라는 현상의 ‘사물 자체‘가 무엇인지 안다. 그 둘이 왜 그리고 어떻게 다른지도 안다. - P78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깊이 탐구한 것만으로도 존경하기에 충분하다. 시대를 초월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 P78

‘자아‘, ‘인격‘, ‘정체성‘은 무엇인가. 일단 물질은 아니다. 사람의 몸을 해부해 샅샅이 뒤져도 그런 것은 나오지 않는다. 원자 단위까지 쪼개도 헛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과 타인을 대한다. - P79

사람은 저마다 인격과 정체성이 있다. 가치관 · 개성 · 기질 · 취향이 다르다. 그 모든 것을 지닌 삶의 정신적 주체를
‘자아‘라고 하자. 사람은 외모만 다른 게 아니라 자아도 다르다. 한 사람의 자아는 사는 동안 계속 달라진다. 물질은 아니지만 물질에 깃들어 있다. 내 몸이 없으면 자아도 없다. - P79

사람의 자아는 각자 다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자아 안에도 서로 다른 여러 면이 있다. 모든 자아는 복잡하고 변덕스러우며 주체적이고 괴팍하다. - P80

맹자는 군자君子의 미덕인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측은지심惻隱之心(여린 것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董惡之心(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이라는 본성에서 나온다고 했다. - P81

묵가는 이기심을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간주하고 유가의 가족중심주의가 악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모두가 모두를 똑같이 존중하고 사랑하며 사는 평등 세상을 지향했다. 자급자족 공동체를 형성해 모든 구성원이 생산 활동에 참가하면서 검소하게 살았다. 자기 몸을 아끼듯 남을 아끼고 자기 부모를 사랑하듯 남의 부모도 사랑하자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공산주의 운동이나 무정부주의 생활공동체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82

양주학파는 묵가의 반대쪽 극단이었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상호 불간섭주의를 표방했고 국가 제도와 사회의 지배적 문화양식을 부정했으며 세상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천하를 준다 해도 목숨과 바꾸지 않겠다든가, 내 몸의 털 한올을 해쳐서 천하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다 그런 태도에서 나왔다. 극단적 고립주의 또는 은둔형 무정부주의라고 할 만한 사상이었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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