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2단계 통독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독서법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을 잘 구분하여 독서하라는 것인데, 이것도 결국에는 많이 읽어봐야지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진정한 능력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떤 특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건너 뛰어넘어서는 결코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스텝 바이 스텝‘ 처럼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아가야 진정한 참된 실력이라는 게 길러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도를 걷기보다는 좀 더 쉬운 길, 어떤 지름길만을 찾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반성해보게 된다.

요즘 시대를 보면 노력의 가치보다는 그저 한탕주의 같은 운에 의지하려는 분위기들이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노력하는 사람에 대해 어리석은 바보같은 사람이라 비하하면서 요령을 찾고 지름길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사람들마다 인생에서 우선하는 가치들이 다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절대적으로 맞다 혹은 틀리다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능력에 한해서 만큼은 결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없이는 얻어질 수 없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읽다보면 무슨 키워드에 기반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독서 팁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결국 이러한 것들도 기본적인 독서능력이 어느정도 갖춰진 사람들에게 추가적으로 날개를 하나 더 달아주는 정도의 내용들이지 애초에 기본적인 독서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다‘ 정도로 밖에는 들리지 않을 듯 하다. 결국 기본적인 독서역량을 키우는 게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팁들은 기본적인 능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2차적으로 자신의 독서스킬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하는 식으로 배워가면 좋을 듯 하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속독법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여기 나온 속독법에서 무슨 눈알을 굴리고 뭘 어떻게 하고 하는 등의 자잘한 스킬들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단 다독을 통해 기본적인 어휘력과 이해력(일명 독서력)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속독법이라는 것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것이 있다는 얘기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어떤 것인지는 잘 몰랐었는데, 오늘 읽은 부분에 나온 저자의 얘기를 통해 결국 독서능력을 키우는 데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다른 분야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독서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독서량으로 승부를 보는 일명 양치기 전략(?)이 가장 정직하면서도 올바른 전략이라는 게 오늘 독서를 통해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결론이다.

추가적으로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비단 독서분야 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대다수의 분야에서도 이러한 ‘양치기 전략‘이 잘 통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나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다. 뭐든 일단 많이 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개선할 점들을 스스로 찾고 개선해나가는 게 참된 실력을 기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 슬로우 리딩을 설명하면서 책을 읽는 동안 모르는 내용, 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내용은 참고문헌이나 별도로 자료를 찾아보면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 통독은 그 정도로 깊이 있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읽고 있는 책을 중심으로 꼼꼼히 읽는 것이 2단계 통독이다. - P149

책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이 많을 때는 반드시 2단계 통독을 해야 한다. 1, 2단계 통독을 거치면서 수집하는 정보는 매우 방대해진다. 그리고 1단계 통독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는 정보와 가치가 떨어지는 정보를 구분하기 때문에 2단계 통독에서는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 P149

1단계 통독에서 자기에게 꼭 필요한 내용인지 가려내고 꼭 읽지 않아도 되는 내용들은 무시해버리는 것도 독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 P150

1단계 통독으로 전체 내용을 파악한 다음 2단계 통독해야 할 내용을 선별할 때는 ‘내용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 P150

내용이 무겁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배경지식과 다양한 사례를 많이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리 보다는 시대상이나 사람들의 경험을 병렬식으로 늘어놓는 책들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 P150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고 관심 있는 책,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으며 여유를 찾으라고." - P151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두꺼운 책은 관심이 있는 내용만 읽으면 된다. 내용이 어려운 책은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 - P152

공부하는 학생들은 가능하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바람직하다. - P152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서는 권장사항이지만 학교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법칙처럼 강요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된다고 가르치면 몇 페이지만 읽고 필요한 부분은 다 읽었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독서는 독서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말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독서습관을 성인이 돼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 P152

책을 읽는 자세와 환경, 시간은 편안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면 책 읽는 동안은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엎드려서 책을 읽어도 좋다. - P153

독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대학에서는 토론 수업과 글쓰기 수업 등을 연계해서 진행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까지  써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고 하더라도 책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훑어보기 수준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필요한 내용만 읽더라도 정말 관심 있는 단락만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 P159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도 독서를 많이 해본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는 목적과 읽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책을 읽는 방식은 달라진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전체 내용을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표시한 다음 본격적으로 읽는다. 책을 읽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전체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는 독서에 익숙하지 않다. 책을 훑어 보더라도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려내지 못한다. - P160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독서법을 요점만 가려서 읽는다는 의미로 적독摘讀 또는 선택해서 읽는다는 의미로 선독選讀이라고 한다. 선독은 참고서적을 볼 때 주로 이용한다. 사전이나, 도감 등의 참고자료에 필요한 부분만 보는 방식이다. - P160

책을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려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키워드를 찾아내지 않고 책을 본다. 사전이나 도감에서 자료를 찾을 때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모르는 용어나 추가로 자료를 찾아봐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책을 처음 읽을 때도 사전과 도감을 볼 때처럼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 P160

키워드는 책을 읽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두고 책을 읽으면서 파생시키면 된다.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키워드를 파생시키면 된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 책의 제목, 머리말, 차례 등을 살펴본다. 표지와 뒤표지에 나온 책 소개와 차례를 보면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P161

책을 훑어보기 전에 ‘이 책을 고른 이유‘, ‘이 책의 키워드‘, ‘책을 읽은 후에 얻는 것과 실천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 P161

이 중에서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다. 차례를 보면서 흥미를 느낀 키워드는 본문을 훑어보는 동안에도 자주 눈에 띈다. 차례를 보면서 관심이 있는 부분의 키워드만 골라도 되고 책 전반에 걸쳐서 키워드를 골라도 좋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면지 또는 노트에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책을 읽는 동안 더 집중하게 된다. - P161

너무 많은 키워드를 고르면 많은 내용에 모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10개 내외의 키워드만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 P161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별하기 위해 키워드를 고르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키워드가 책의 내용에 부합하는 키워드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을 읽을지 판단하기 위한 키워드에는 맞는 키워드, 틀린 키워드가 없다. 자기가 고른 키워드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 P161

 책을 읽는 동안 차례에서 골라내지 못한 키워드가 눈에 띠면 키워드 목록에 추가한다. 키워드 중심으로 책을 읽으면 집중력도 향상되고 책을 읽는 목적도 분명해진다. 필요한 내용만 읽기로 했기 때문에 부담도 덜하다.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도 줄어든다. - P161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고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책을 읽는 방법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밑줄을 긋고 메모하고 포스트잇을 붙이느라고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책 읽기는 아닐 것이다. - P162

키워드를 직접 골랐다면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읽게 된다. 내용 중에서 자기가 고른 키워드가 나오면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누구나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 P163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2004년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하버드대학에서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1991년 제정했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단순하다. 흰 옷을 입은 사람 3명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 3명이 계속 이동하면서 농구공을 패스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것은 무시하고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농구공을 패스한 횟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는 동안 고릴라가 지나간다. 화면 중앙에서 가슴을 치고 화면 밖으로 이동하지만 흰 옷을 입은 사람 3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다보면 고릴라가 지나갔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실험을 통해서 사람이 가진 인지 능력과 인지 능력의 한계를 증명하고《보이지 않는 고릴라》 에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 P163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관심이 없는 내용은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에서는 ‘무주의 맹시‘ 또는 ‘부주의 맹시‘라고 한다. ‘작업 기억 용량Working memory capacity‘에 따라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수 있는 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P164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제목을 알고 동영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릴라를 찾아낸다. 하지만 ‘고릴라‘라는 키워드를 주지 않고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라고 하면 고릴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 P164

책을 읽을 때도 ‘작업 기억 용량‘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과정에는 ‘키워드‘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P164

우리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실천해 온 독서법 가운데 ‘초록抄錄‘이 있다. 숟가락으로 떠낸다는 의미의 ‘초抄‘자와 기록할 ‘록錄‘를 써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서 옮겨 적으면서 책을 읽는 독서법이다. 논문 앞부분에 전체 내용의 요점만 간략하게 설명한 것도 초록이라고 한다. - P165

책을 읽기 전에 차례를 보면서 키워드를 고르고 마인드맵을 그리면서 키워드를 메모했다면 책을 읽는 동안에 자신이 고른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읽게 된다. - P165

독서할 때 초록을 실천한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을 뽑아서 옮겨 적었다. 책을 읽다가 중요한 내용을 보고 종이에 옮겨서 적는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적은 종이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하나씩 살펴본다. 초록할 당시에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을 써두었기 때문에 종류별로 분류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장들을 분류한 다음 모아서 읽으면 핵심만 모아놓은 자료가 된다. 다산 정약용은 초록을 하면서 문장을 기억했고 나중에 분류하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했다. 초록을 통해서 수많은 책을 쓸 수 있었다. - P165

초록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독서토론에 참여하는 것보다 실천하기 쉽다.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시작하는 문장부터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기가 생각했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옮겨 적으라고 하면 부담 없이 적는다. - P165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베껴 쓰면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베껴쓰는 동안 중요한 내용의 앞뒤 문장을 다시 한 번 읽게 되고 나중에 베껴 쓴 문장들을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 P165

책 전반에 걸쳐서 초록抄錄을 하면 핵심 내용이 저절로 정리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키워드에서 시작된다. - P166

초록을 실천해보면 생각한 것보다 책 내용이 효율적으로 정리된다. 책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300페이지 내외의 책은 7~10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하나의 챕터는 한두 개의 주제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키워드도 한두 개로 정리할 수 있다. 10개 챕터로 구성된 책의 키워드는 15~20개 정도다. 책 앞의 면지에 키워드를 메모해 두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키워드를 염두에 두게 된다. - P166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이 보인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초록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의 효과는 두세 배 이상 향상된다. - P166

독서력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힌트는 ‘쓰기‘다.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하지만 글을 씀으로써 읽기 능력은 현격하게 높아진다. 리포트나 일기라도 상관없다. - P166

처음 글을 쓸 때는 주제가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느낀 바를 그대로 쓰면 된다. 자신이 느낀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은 생각을 논리로 바꾸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쨌든 써야 한다. 인풋은 아웃풋을 동반할 때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 P167

속독은 책을 빨리 읽는 독서법으로 미국의 여성 교육자 애블린 우드Evelyn Wood가 1950년대에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일을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만든다. 맥도날드 매뉴얼도 그렇게 탄생했다. 속독법도 책을 빨리 읽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이다. - P168

애블린 우드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속독법은 눈을 빨리 움직여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활자를 보는 것과 눈으로 읽은 문자들의 의미를 머리로 전달하는 것 두 가지로 구분된다. 눈의 움직임은 생리적인 부문이고 문자의 의미를 머리로 전달하는 것은 인지력과 관련이 깊다. - P169

속독법에 최적화된 눈의 움직임은 행을 따라서 눈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의 어느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특정 단어를 중심으로 시야에 들어온 글자를 읽어서 짧은 시간에 여러 행을 읽는 것이다. - P169

속독법을 배울 때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한다. 이 운동은 스포츠에서 차용되었다. 테니스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서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을 한다. 테니스 선수들이 서브할 때 공의 속도는 시속 150km정도이고 남자 선수들의 서브는 시속 200km 이상 나오기도 한다. 테니스 선수들이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포착해서 쳐내는 것처럼 시야에 들어온 많은 글자들의 의미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속독의 훈련이다. - P170

글자를 빠르게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게 글자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눈으로 많은 글자를 읽었더라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속독은 의미가 없다. - P170

우리나라에서 속독법이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사라진 이유가 눈으로 글자를 읽는 양에만 치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170

독서는 머리로 이해하고 지식으로 지혜로 거듭날 때 빛을 발한다. 속독은 매우 유용한 독서법이지만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빨리 읽는 방법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요즘은 속독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 P170

속독법을 가르치는 학원을 몇 달 다니고 책을 빨리 읽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 P170

속독법은 실제로 그 책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책을 읽었다는 잘못된 자만심을 안겨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쁘다.
출처 :《나를 성장시키는 독서법》 채석용, 2011 - P171

채석용 교수는 요약한 줄거리만 읽고 그 책을 다 읽은 것처럼 말하는 사람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글을 빠르게 읽기만 하는 독서법이 나쁘다고 했다. 마치 서울에 가보지도 못한 시골 쥐들끼리 광화문과 남산타워에 대해서 떠드는 모습에 비유했다. - P171

속독의 핵심은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게 아니다. 빨리 그리고 많이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가가 중요하다. 이해하지 못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 P171

많은 내용을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하려면 어휘력과 이해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쉬운 문장이라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결국 속독을 하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흔히 독서가 이해력을 높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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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와는 약간 다른 관점으로 성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다거나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에서 얼마나 많이 전진했는가를 성공의 척도로 삼고 있다. 이러한 관점이 개인적으로는 좀 색다르게 느껴져서 앞으로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이야기들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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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 가장 빈번히 만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바로 ‘품성‘ 이라는 것이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품성‘ 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인지적 능력과는 대비되는 말로써 다양한 상황 속에서의 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주도력, 친화력, 자제력, 결의 등과 같은 것들을 품성 기량이라는 단어로 통합해서 지칭하였는데, 이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오해 중 하나는 바로 ‘품성과 성격이라는 것의 의미가 비슷한 것 아니냐‘ 하는 것인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 반면 품성은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라고 구분짓기도 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 성격은 평상시에 우리가 어떠한 것에 반응하는 방식인 반면 품성은 어렵거나 난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지칭한다고도 설명한다.

또한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품성 기량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계와 같은 인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쯤 되면 저자가 말하는 품성 기량이라는 것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법이 슬슬 궁금해지는데, 먼저 상황적인 측면만 놓고 봤을 때 고요하고 편안한 상황보다는 뭔가 불편한 상황을 맞닥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할 일을 미루는 이유에 대한 조금은 색다른 관점도 제시되는데, 이는 우리가 단순히 게을러서라기보다는 어떤 일을 할 때 발생하는 불쾌한 감정을 회피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이와 관련된 미국의 어느 코미디언의 사례가 책의 본문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 코미디언도 처음엔 자신에게 불편한 감정을 심어주는 행동을 회피하다가 자신이 하는 일이 계속 잘 풀리지 않게 되자 결국 나중엔 그 불편한 감정을 심어주는 행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였는데 벌써부터 뒤에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누군가가 별을 빛나게 했고 그 별빛은 내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타오른다."

위대한 사상가, 행동가, 지도자를 존경할 때 우리는 흔히 그들의 업무 수행 성과에 집중한다. 그래서 가장 성취도가 높은 이들을 우러르지만, 가장 적은 밑천으로 가장 많이 성취한 이들을 간과하게 된다.

여러분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진정한 척도는 여러분이 도달한 봉우리의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먼 거리를 전진했는가다.

"서른 살이 될 무렵, 품성은 석고처럼 굳어서 절대로 다시 말랑말랑 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품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성인은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금융과 마케팅 지식은 창업자들이 기회를 금전화하도록 도왔을지 모르지만, 주도력과 자제력은 그들이 기회를 창출하도록 해주었다. 그들은 시장의 변화에 반응하기보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들은 훨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했고 더 많은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들은 재정적 난관에 봉착하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출을 받으려고 애썼다.

이 증거는 품성 기량이 대단한 성취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러한 기량을 기르는 데 너무 늦은 나이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품성은 석고처럼 딱딱해지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성질을 유지한다.

품성을 흔히 성격과 혼동하는데, 이 둘은 같지 않다. 성격은 여러분이 지닌 성질이나 경향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원초적 본능이다. 품성은 여러분의 본능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역량이다.

자신이 원칙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원칙들을 어떻게 실천할지 안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스트레스나 압박을 받는 상황에 놓였다면 말이다.

만사가 잘 굴러갈 때 주도력이나 결의를 실천하기는 쉽다. 품성의 진정한 시험대는 상황이 여러분에게 불리할 때 그러한 가치들을 지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성격은 평상시에 여러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이고, 품성은 어려운 때에 여러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성격은 여러분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 성격은 여러분의 경향이다. 품성은 여러분이 그러한 경향을 초월해 여러분이 지닌 원칙에 충실하게 도와준다.

품성 기량은 여러분이 지닌 기질이 아니다. 그 기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오늘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지금 당장 여러분의 품성 기량을 육성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품성 기량들이 강인함의 가장 큰 원천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인지적 기량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한다면, 품성 기량은 인간을 기계 이상의 존재로 승격시킨다.

점점 더 많은 인지적 기량들이 자동화되면서 우리는 품성 혁명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상호 작용과 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품성 기량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성공과 행복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들 하는데 품성은 왜 중요한 목표로 여기지 않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경력을 쌓기 위한 기량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의 시간을 품성 기량 육성에 투자하면 어떨까?

장거리를 여행하려면 적절한 종류의 불편함, 적절한 정보를 흡수하는 역량, 그리고 적절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의지가 필요하다.

불편함의 피조물

학습이라는 참기 어려운 어색함 받아들이기

품성은 편안하고 고요한 상황에서 발달하지 못한다.

오로지 시련과 고통을 겪음으로써 영혼은 강인해지고 시각이 명료해지고 야망이 타오르고 성공을 성취하게 된다.

"내게 여행 가방의 내용물을 퍼붓지 마라."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너무 노력이 많이 들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18세 무렵 언어 학습 능력이 감퇴하는 게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이 아니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교육에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다언어 구사자들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들(해즈번과 루이스)이 마침내 첫 외국어를 터득하게 된 까닭은 인지적인 장애를 극복해서가 아니라 감정적인 장애물을 걷어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놀랐다. 그들은 불편한 상태에 놓이는 게 편안해졌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게 되면 서로 다른 수많은 학습의 형태에서 숨은 잠재력을 펼치게 된다.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특히 중요한 유형의 결의)를 내는게 품성 기량이다.

세 가지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써온 닳고 닳은 방법들을 포기하고, 싸울 준비가 됐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링에 올라가고, 다른 이들이 시도하는 횟수보다 훨씬 여러 차례 실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고속 성장하는 최선의 길은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추구하고 증폭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지닌 장점만 이용하는 학습 유형에 의존하면 자신의 단점을 개선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사실

여러분이 선호하는 학습 유형으로 배우면 편안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아니다. 때로는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학습 유형으로 배우는 게 학습 효과가 훨씬 좋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첫 번째 유형의 용기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편안한 학습 유형을 던져버릴 정도의 용기 말이다.

"나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

대단한 연기자들이 연기 기법을 어떻게 터득하는지 생각해보면 듣고 보고 직접 해보면서 터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관찰하고 청취하고 직접 해보는 방법만으로는 그의 성장을 촉진하기에 부족했다.

"글쓰기는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여러분이 편안한 영역을 벗어나 자신을 밀어붙일 때마다 나타나는 문제가 미루기다.

여러분의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바라는 원숭이한테 사로잡혀, 해야 할 어려운 작업보다 쉽고 재미있는 작업을 고른다. 그처럼 시간과 공을 들이고도 얻는 것이라고 해야 자신이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뿐이다. 자존감을 태워 치욕의 잿더미에 얹는 셈이다.

"창작의 고통은 칭얼대며 불평하는 자들이 술 마실 핑계를 찾으려고 만든 고상한 용어다."

작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은 생각이 막혀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의 문장들을 키보드로 두들김으로써 창작 모드에 돌입하는 소설가들도 있다.

나는 이메일에 답장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내게 추진력을 주기 위해 몸 풀기를 하는 셈이다.

글쓰기가 일상이 되면 입에서 말이 나오듯 단어가 막힘없이 지면에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을 무작위로 여러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 날마다 글을 쓰게 했더니 산출량이 네 배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루 15분 글쓰기만으로도 총분히 진전을 보았다.

많은 이들이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미루기는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관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러분이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 노력을 피하는 게 아니라 그 행동이 일으키는 불쾌한 감정을 피한다. 머지않아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일조차 회피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내가 코미디언으로 성공하려면 직접 대본을 모조리 써야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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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개미의 분업과 이타주의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개미에게서 볼 수 있는 협업 등과 같은 이타주의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개미의 유전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그저 행동양식이 조금 달라보이는 것일뿐 결국엔 생존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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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관련 내용이 일단락 되고 다음 챕터에서는 화학 관련 내용이 나온다. 원자, 원소, 분자, 전자 등 중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개념들이 등장한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학창시절에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그닥 없었기에 과학과목(특별히 여기선 화학)에 관심이 안 생겼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운명적 문과‘일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는데, 저자의 이 고백은 비단 저자만의 고백이 아닌 독자인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시간이 되면 과학에 대한 어떤 학문적인 호기심이 발동하기보다는 이런게 실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회의감이 더 컸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과학 과목에서 호기심이나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그냥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쪽팔리지 않을 정도의 점수만 맞았으면 좋겠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어리석었던) 생각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과거에 시험본다고 꾸역꾸역 머리에 욱여넣었던 지식들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거에 이해없이 단순 암기만 했던 것들이 많았던지라 읽으면서 찬찬히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아서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저자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이제 겨우겨우 이해할 수 있는 수준정도까지는 된 것 같다. 과학쪽에 무지몽매했다는 표현이 딱 나에게 해당되는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기초과학, 교양과학 수준정도로는 올라갈 수 있는 레벨로 접근하기 시작한 듯 하다.

일꾼개미와 여왕개미의 분업은 유전적 우연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출산과 양육을 위해 헌신하도록 진화한 것은 자식을 잘 돌보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번식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 P154

자연선택은 어떤 종 어떤 개체한테도 특권을 주지 않으며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 P154

자식을 돌보는 것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훌륭해서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 P154

해밀턴은 그 모든 형태의 친족이타주의에 유전 연관도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그 이론에서 물질의 증거를 토대로 대상의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서는 과학의 매력을 보았다. - P154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뇌는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조합한 기계인데도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한다. - P156

자연선택은 보편적인 친족이타주의를 진화시켰는데 우리의 뇌는 적응의 이익과 무관하게 그것을 확장했다. 자신의 존재를 고귀하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에 친족 아닌 타인에 대해서도 이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 P156

아름다움과 고귀함은 물질의 특성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물질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표현하려고 때로는 목숨까지 건다. 이타주의도 그런 것 중 하나일 수 있다. - P156

신神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이 있다고 믿으면서 간절하게 기도한다. 자신이 신을 대리한다고 주장하는 성직자한테 돈을 바친다. 크고 높고 화려한 집을 지어 신을 경배한다. 신을 배신하지 않으려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신의 영광을 위해 사람이 붐비는 시장 한복판에서 폭탄을 터뜨리기도 한다. 때로는 똑같은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를 죽인다. - P156

어디 종교만 그런가. 인간의 존엄성이라든가 천부인권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은 물질이 아니며 물질에 깃들어 있다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은 그런 게 있다고 확신하면서 대규모 공동 행동을 조직한다. - P156

이타 행동이 고귀하다는 관념도 우리 뇌의 인지 제어시스템이 만들었다. 그런데 그 관념이 유전자의 생존기계인 사람을 이타 행동으로 이끈다.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한 친족이타주의를 진화시켰지만, 우리의 뇌는 유전 연관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타주의 적용 범위를 확장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굶주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해변에 좌초한 돌고래를 구조하면서 기쁨에 들뜬다. 진화의 부작용인데,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 P157

유전자는 유전자, 나는 나다. 유전자는 생각하지 않지만 유전자가 만들어낸 나는 생각한다. 둘은 차원이 다르다. 유전자는 복제할 뿐이고, 나는 인생을 나름의 의미로 채우며 살아간다. 나보다 오래 산다고 해서 유전자가 부럽지는 않다.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 P158

유전자는 생존기계가 배타 행동을 하든 이타 행동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개인은 배타 행동도 하고 이타 행동도 하면서 그것이 초래한 결과를 각자 감당한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단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이타 행동을 한다. 집단은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 P158

인간과 개미는 완전히 다르지만 인간 집단과 개미 집단은 닮은 데가 많다.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개인들이 인종적·경제적·국가적 집단으로 뭉치면 힘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집단은 크면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 P158

집단은 행위의 결과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나치의 범죄를 끝없이 사죄하는 독일은 드문 예외다. 보통은 일본처럼 제국주의 침략과 인권유린 행위를 부인한다. - P159

유전자는 특정 종의 생존에 관심이 없다. 모든 종의 모든 개체에 서식하고 있으니 어떤 종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 P159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서 지구를 구하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공감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아니다.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 P159

탄소는 단백질 분자의 기본이고 지방 · 탄수화물 · 효소 · 비타민에 있으며 무생물도 만든다. - P164

메탄 분자의 수소 3개를 염소(Cl)로 바꾸면 마취용 클로로포름이 되고, 넷 모두를 염소로 바꾸면 드라이클리닝에 쓰는 액체 사염화탄소가 된다. 탄소 원자가 여러 개인 탄화수소를 사슬 모양으로 배열해 다른 원자나 분자를 붙이면 맹독성 물질을 만들 수 있다. 화학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DDT · 클로르데인 · 알드린·엔드린 같은 살충제를 합성했다. - P164

탄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한 메탄(CH4) - P164

사육 가축의 방귀와 배설물에서 나온 메탄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온도를 높이며, 탄광 갱도에 쌓인 메탄은 폭발을 일으킨다. - P164

살충제는 특정 해충만이 아니라 모든 곤충을 죽인다. 없애려고 했던 해충은 살충제 내성을 얻어 다시 창궐한다. 인간이 곤충을 상대로 전개한 군비확장 경쟁은 새를 죽였다. 새가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기 어렵다. - P165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펜이 돈보다 힘이 셀 때가 있다. - P166

아는 사람은 안다. 화학이 ‘돈 되는 과학‘이란 걸, 화학의 이미지가 나빠도 사람들은 ‘화학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 P166

화학은 어떤 학문인가? 물질의 조성과 구조·성질·관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 P166

화학은 천연의 반대말이 아니다. 자연 상태에 존재하든 사람이 만들었든, 물질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화학의 연구 대상이다. 화학을 모르면 물질과 생명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정의다. - P167

일상 언어로 말하자면 화학은 욕망 · 생명력 · 번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을 만드는 과학이다. 뇌의 기본 업무와 관련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화학산업은 시장이 크다. - P167

립스틱 · 주름방지화장품 · 자외선차단제 · 미백크림 · 오메가3 · 비타민C · 비아그라 · 살균제 · 소독약 · 항생제 · 백신 · 항우울제 · 일회용기저귀 · 껌· 아스팔트 · 시멘트 · 젖병이 다 화학제품이다. 막걸리 · 맥주 · 포도주를 포함해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알코올 함유 음료도 모두 화학의 세계에 속한다. 여기에 농축산물 생산과 유통에 쓰는 비료 · 농약 · 포장재와 건축용 시멘트 · 페인트 · 내장재를 더해 보라. 현대인의 삶은 화학에서 시작해 화학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P167

화학은 생명을 해치는 사악한 마법이 아니다. 좋지 않은 물질을 만들어 잘못 사용한 책임은 화학이 아니라 사람한테 있다. - P168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건 먼 옛날에도 알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한 건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원자의 구조와 전자의 운동을 모르면 소금이 물에 녹는 현상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 - P168

화학의 정의를 다시 보자. ‘물질의 조성과 구조 · 성질 · 관계 ·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 이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정체를 모르고는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파악할 수 없다. 양자역학이 나온 뒤에야 화학은 비로소 온전한 과학이 되었다. - P169

화학은 ‘환원‘還元(reduction)의 필요성과 위력을 잘 보여준다. 환원은 크고 복잡한 것을 작고 단순한 것으로 쪼개는 것이다. 모든 대상을 이런 방법으로 연구하려는 경향을 ‘환원주의‘라고 한다. 원자와 같이 작고 단순한 것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으로 크고 복잡한 대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다. - P169

물리학을 모르면 화학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 P169

우주의 모든 물질은 ‘원소‘元素(element)로 이루어져 있다.
결합해서 어떤 물질의 분자를 이루는 원소는 보통 두 종류이상이지만 산소·금·다이아몬드처럼 원소가 하나인 물질도 많다. 더 작게 나누면 고유의 성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물질의 기본 성분‘인 원소는 원자原子(atom)와 같고 또 다르다. 물리학 책에는 주로 원자가 나오고 화학 책에는 원소와 원자가 뒤섞여 나온다. - P170

원자는 원소의 한 단위다. 생물학 언어로 하면 원소는 호모사피엔스, 원자는 한 사람이다.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화학자에게는 원소가 중요하고, 미시세계의 역학을 탐구하는 물리학자에게는 원자가 중요하다. - P170

산소(O2)를 보자. 없으면 우리가 몇 분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물질인 산소의 원소는 산소 한 가지다. 산소
‘분자‘分子(molecule)는 산소 원자(O) 2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 P170

화학에서는 물질의 분자를 원소의 기호와 원자의 수를 적은화학식으로 표현한다. 예컨대 화학식 H2O는 물의 원소는 수소와 산소 두 가지이고, 물 분자는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2개로 이루어진다는 정보를 담고 있다. - P170

모든 원소는 영어 알파벳에서 가져온 ‘원소기호‘와 원자핵의 양성자 수를 나타내는 ‘원자번호‘가 있다. - P170

원자번호 1번은 양성자가 하나인 수소(H), 2번은 양성자가 두 개인 헬륨(He), 원자번호 92번은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우라늄(U), 원자번호 93번부터 118번까지는 인위적 핵반응에서 나온 원소다. - P170

모든 원소를 원자번호와 화학적 성질에 따라 배열한 것이 ‘주기율표‘週期律表(periodic table of the elements)다. - P170

물질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들이 결합해 물질의 분자를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원자들은 왜 결합할까? 결합한 원자들은 왜 흩어지지 않으며, 흩어질 때는 왜 흩어질까? 어떤 힘이 원자들을 뭉치게 할까? 궁금해한 적은 없었지만, 알고 나니 신기했다. 화학이 이렇게 신기한 과학인지 몰랐다. - P171

둘 이상의 원자가 서로 전자를 공유해 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공유결합‘이라 하고, 전자를 방출하거나 영입해 양이온이나 음이온이 된 원자들이 서로 끌어당겨 화합물을 만드는 것을 ‘이온결합‘이라고 한다. - P171

금속 원소의 원자들이 고체 결정을 형성하는 ‘금속결합‘ - P171

공유결합이 만든 ‘분자화합물‘은 부드러워서 액체나 기체가 많은 반면, 이온결합이 만든 ‘이온화합물‘은 고체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분자화합물인 물은 액체, 이온화합물인 소금은 고체다. 그렇지만 원자를 결합하게 만드는 것은 두 경우 모두 전자電子(electron)다. - P171

물은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2개가 전자 두 쌍을 공유한 분자화합물이다. 산소 원자를 꼭짓점 삼아 수소 원자 2개가 V자로 가지처럼 붙어 있다. - P171

잠시 인문학 언어를 쓰자.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욕심이 많고 힘도 세다. 그래서 수소와 공유하는 전자를 자기 쪽으로 살짝 당겨 놓는다. 그 불균형 때문에 물은 중성이지만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 2개는 양전하를 띤다. - P172

소금은 나트륨(Na)과 염소(Cl)의 이온화합물이다. 나트륨 원자는 전자를 11개 보유한다. 전자는 원자핵에서 가장가까운 전자껍질에 2개, 그다음 전자껍질에 8개, 최외곽 전자껍질에 하나가 있다. (중략) 나트륨 원자가 최외곽 전자껍질에 혼자 있는 전자를 방출하면 전자가 양성자보다 하나 적어져 양전하를 띤 나트륨 이온이 된다. - P172

염소 원자는 전자가 17개다. 전자는 첫 번째 전자껍질에 2개, 그다음 전자껍질에 8개, 최외곽 전자껍질에 7개가 있다. 염소 원자가 혼자 돌아다니는 전자하나를 영입해 최외곽 전자껍질을 전자 8개로 채우면 전자가 양성자보다 하나 많아져 음전하를 띤 염소 이온이 된다. - P172

두 이온(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서로를 끌어당겨 뭉친 것이 염화나트륨(NaCl)이다. 염화나트륨 분자의 염소 이온과 나트륨 이온은 다른 염화나트륨 분자의 이온들과 들러붙어 정육면체 결정을 만든다. 그것을 소금이라고 한다. - P172

엄격한 물리학자라면 이쯤에서 물질이 분자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할 것이다. 물은 원자 3개가 분자 하나를 이루니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금은 다르다. 소금 결정은 염소 이온과 나트륨이온의 육면체 배열 패턴이 모든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분자에 해당하는 최소단위를 엄격하게 정의할 수 없다. - P172

나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서술이 아님을 알면서도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장을 쓴다. 이온화합물인 소금도 ‘소금 분자‘라고 한다. 분자화합물과 이온화합물을 매번 구분해서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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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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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상황이나 배경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을 통해 건축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또한 책속에서 드러나는 저자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관점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축을 보다 흥미롭게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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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특별히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게 느껴졌다. 대다수의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보다는 만들어진 결과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에 더해 건축물이라는 최종 결과물 자체로 시공을 초월하여 그 가치가 전달된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오래 전에 지어진 웅장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전부 다 포함된다고 본다.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부가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보태보자면 축구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인터뷰 같은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최종적인 결과물로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앞서 말한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 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위에서 함께 언급한 시공을 초월하여 가치가 전달된다는 것의 한 예로 과거 2002년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다시 보다보면 그때의 그 감동이 어느정도 되살아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떤 말보다도 그 장면 자체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건축물이 공간으로 말을 하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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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저자는 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논하는데 최종적인 결론은 ‘건축은 그냥 건축‘이라는 것이었다. 건축은 과거엔 과학이었으나 어느순간 예술이 되었고 이후 기타 다른 학문들(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건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이러한 결론만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이유로 건축가가 아닌 비전공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이는 단순히 어떤 건축관련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향후 더 나은 건축물을 만들어가기 위한 생산적인 소통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이 책이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저자의 말에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건축주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갈때 보다 훌륭한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건축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의견이 건축에 반영된다면 건축물도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른 물감이 적당히 섞이면 아름다운 색을 만들지만,
너무 많이 섞이면 회색빛이 되는 법이다. - P379

내연기관 : 연료의 연소가 기관의 내부에서 이루어져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 - P387

건축물 앞에는 설명서가 없다. 대신 공간이 말을 한다. - P381

음악이나 미술에서도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 긴 설명을 하는 말이나 글이 필요하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음악, 미술, 건축 같은 창조의 분야에서 창작자는 읽고, 보고, 먹고, 느끼고, 만나고, 살면서 하는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릇 예술은 체험하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의 설명 없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81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인 필자가 책을 썼다. 그 이유는 건축은 예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P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 P382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 P382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 P382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글을 통해서 건축 전공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건축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 사용자와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야 한다. - P383

제대로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건축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기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재테크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야 한다. - P383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다. 이 편지를 읽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축에 대한 답장을 해 주었으면 한다. - P383

우리 모두가 다 건축가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일종의 건축주이다. 사는 집을 고를 때, 데이트할 거리를 선택할 때, 개발 정책에 따라서 정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건축주의 입장에 서게 된다.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P383

훌륭한 건축주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을 가지고 건축적으로 주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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