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것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빌드업‘ 작업을 했다. 즉, 소금의 용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밑바탕이 되는 관련 개념들을 먼저 설명했다는 말이다. 핵심 개념인 원소, 원자, 분자, 전자 등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본론인 소금물 이야기로 들어간다.

비전공자라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 번에 읽을 때는 일단 이해는 했던 것 같은데, 몇일 있다가 다시 보려니 저자가 빌드업했던 내용들이 조금씩 헷갈린다. 뭐 어쩌겠는가. 다시 읽어서 개념 잡아야지. 별 수 있나. 한편으로는 이과에서 과학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 문득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생소한 용어들과 복잡한 과정들을 어그러짐없이 잘 따라갔다는 거니까 말이다. 뭐 어쩌면 나도 저자와 비슷한 ‘운명적 문과‘ 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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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2에 원자 별로 특성이 나오는데, 마치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과도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p.183에는 저자가 원자와 전자의 결합 과정을 통해 지구에 물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이야기가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저자가 인문학에 조예가 깊어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과학적인 내용을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게 쓴다는 건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저자가 소화시키기 힘든 음식을 잘게 부수어서 독자들이 소화하기 쉽게끔 만들어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p.187에 나오는 탄소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일종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것은 전지구적으로 기후위기의 원인이 탄소라고 지적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였다.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탄소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탄소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매도하는 행태에 대한 억울함(?)을 저자가 대신 풀어주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억울함(?)이 이해가 되어서 독자인 나도 탄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금이 물에 들어오면 음전하를 띤 물 분자의 산소 원자가 양전하를 띤 소금 분자의 나트륨 이온을 움켜쥔다. 양전하를 띤 물 분자의 수소 원자는 음전하를 가진 소금 분자의 염소 이온을 낚아챈다. 물을 이루는 두 원자가 그렇게 갈퀴질을 해서 소금 분자를 찢어발긴 것이 소금물이다. - P173

소금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갈라선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은 물속을 떠다니다가 기회가 생기면 바로 재결합한다. 소금물 안에서 어떤 원자들은 소금 결정을 이탈하고 다른 원자들은 소금 결정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많은지는 물과 소금의 상대적인 양이 결정한다. 물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이탈하는 원자가 많고 물이 적으면 복귀하는 원자가 많다. - P173

바닷가 사람들은, 이유는 몰랐지만, 바닷물이 증발하면 소금이 생긴다는 사실은 옛날부터 알았다. 그래서 얕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두어 물을 증발하게 두었다가 바닥에 쌓인 소금 결정을 거두어들였다. ‘천일염天日鹽‘이다. - P174

물의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만든 전하의 미약한 불균형 덕분에 생명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더 신기했다. - P174

생물의 세포는 화학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물질이 작용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폐기물을 배출하며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를 만든다. 모든 공정에서 물이 필수다. 물이 없으면 세포라는 화학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인간 세포 질량의 70퍼센트가 물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P174

산소가 욕심이 많아서 다행이다. 산소가 전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 놓지 않는다면 물은 아무것도 녹이지 못할 것이다. - P174

전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지 몰랐다. 원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물질을 이루는 것, 우리 몸이 생존에 필요한 화학 공정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다 전자 덕분이다. 전자가 하는 일은 그뿐만이 아니다. 전등부터 휴대전화까지 전기산업과 전자산업의 모든 제품을 가동하는 것도 전자다. - P174

인문학의 사고방식과 언어습관에서는 ‘핵심‘이 중요하다. 이야기가 겉돌면 이렇게 야단친다. ‘그게 핵심이 아니잖아!‘ 언제나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초점을 맞춘다. ‘어서 핵심으로 들어가!‘ 물질도 그런 것 같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질량은 거의 전부 원자핵이 차지한다. 전자는 하는 일 없이 핵 주변을 서성이는 하찮은 존재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은 전자가 다 한다. 원자핵은 가만히 있을 뿐이다. - P175

《알릴레오 북스》에서 내가 ‘일은 전자가 다 한다‘고 했더니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지적했다.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 라고, 옳은 지적이다. 우주에서는 원자핵이 모든 일을 한다. 전자는 거들지도 않는다. 원자핵이 일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175

지구에서는 그래야 한다. 원자핵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게 거의 유일하게 좋은 일인데, 그것마저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다. 사용후 핵연료는 최소 수만 년 동안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는다. 핵이 단시간에 대량 분열하거나 융합하면 대폭발이 일어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시 하나를 없애고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는다. 스리마일 · 체르노빌 ·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와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핵폭탄 폭발에 우리는 그런 위험을 목격했다. - P175

우주에서는 모든 일을 원자핵이 하고 전자는 존재감이 전혀 없다는 걸 알지만, 나는 전자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인이니까. - P175

원자는 성격이 제각각이다.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원자가 있는가 하면, 아무 원자하고나 들러붙으려 하는 원자도 있다. 멀어져가는 다른 원자를 붙잡지 않고 다가오는 다른 원자를 밀어내지 않는 원자도 있다. 어떤 원자는 같은 원자들과 친하고 어떤 원자는 다른 원자를 좋아한다. 호시탐탐 남의 전자를 넘보는 원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전자를 슬쩍 내버리거나 길 잃은 전자를 조용히 영입하는 원자도 있다. - P176

화학자들은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소의 성격을 파악해 행동방식이 비슷한 원소를 그룹으로묶었다. 그게 주기율표다.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작성한 주기율표는 양자역학의 도움을 받아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 P176

주기율표를 외울 필요는 없다. 구조와 사용법을 알기만 하면 된다. 중요한 원소기호와 원자번호는 공부를 하다 보면 저절로 머리에 박힌다. - P176

표준 주기율표는 원소기호와 원자번호 말고도 여러 정보를 담고 있다. 원소들이 상온에서 기체인지 액체인지 고체인지 글씨 형태로 구분하고, 성질이 비슷한 원소를 그룹으로 묶어 같은 색으로 표시하며, 표준 원자량과 전자 궤도의 형태도 알려준다. 하지만 원자의 결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전자의 수뿐이다. - P178

원자번호는 그 원자의 핵에 있는 양성자 수를 나타낸다. - P178

나는 인문학의 연구 주제와 관련이 있는 몇몇 원소에 마음이 끌렸다. 1번 수소와 2번 헬륨은 지구를 오늘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우리 집을 만든 원소다. 6번 탄소와 8번 산소가없다면 생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만들었고 살게 하는 원소다. - P178

29번 구리와 26번 철, 7번 질소와 92번 우라늄은 생산기술을 혁신하고 전쟁도구가 됨으로써 문명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 P178

원자번호 21번 스칸듐, 39번 이트륨, 원자번호 57번 란타넘부터 71번 루테튬까지는 ‘희토류 금속‘rare earth metal이라고 한다. 비금속 원소와 결합해 튼튼한 화합물을 만드는 특성 때문에 휴대전화· LED 디스플레이·콘덴서·광섬유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가 되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원소다. - P179

주기율표의 가로 줄을 주기週期(period)라고 한다. 1주기 원소는 둘뿐이고 2주기와 3주기는 각각 8개, 4주기와 5주기는 각각 18개씩이다. 6주기와 7주기는 32개나 되기 때문에 각각 15개씩 아래쪽에 따로 배치했다. - P179

주기율표의 세로 열은 족族(group)이라고 한다. 같은 족에 속한 원소는 성질이 비슷하다. - P179

좌측 첫 열의 수소·리튬·나트륨(소듐)·칼륨(포타슘)은 매우 사교적이다. 호시탐탐 다른 원소와 결합할 기회를 노리고 기회가 생기면 즉각 달라붙는다. 좌측 둘째 열의 마그네슘과 칼슘도 정도는 덜하지만 그런 편이다. - P179

우측 둘째 열의 염소와 요오드는 매우 사교적이고, 우측 셋째 열의 산소와 황도 그런 편이다. 그러나 맨 우측 열의 헬륨·네온·아르곤·크립톤은 혼자서 논다. 주변에 다른 원소가 있어도 아무 관심이 없다. 중간 열에 있는 탄소·질소 ·규소·인 등은 다른 원소와 뭉치려고 안달하지 않지만 뭉칠 기회가 오면 거부하지 않는다. - P179

한 주기를 돌 때마다 성격이 비슷한 원소가 나타난다. 화학자들이 관찰과 실험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주기율표를 만들었고 물리학자들은 왜 그런 주기가 나타나는지 알아냈다. - P179

앞서 말한 것처럼 지구에서는 전자가 모든 일을 한다. 그런데 전자는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고전역학으로는 전자의 운동을 서술할 수 없다. 전자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한다. - P180

원자는 중성이다.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의 수가 같다. 원자핵에는 중성자를 비롯해 다른 입자도 있지만 전하를 띤 것은 양성자뿐이다. - P180

전자를 배치하는 건 더 어렵다. 전자는 자신과 똑같은 전자와 나란히 앉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전자가 다른 전자와 나란히 앉으려면 서로 다른 게 적어도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 그 다른 하나가 바로 스핀, 자전하는 방향이다. 전자는 스핀이 다른 전자와는 짝지어 앉기도 한다. 그러나 둘까지만이다. 전자 셋을 한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 - P181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 P181

우리의 감각과 직관으로는 파동을 그리면서 이동하는 입자를 생각하지만, 전자는 파동하면서 이동하는 입자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입자이고 파동이다. 그게 뭐냐고 되묻지 마시라. 인간의 언어로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그대로 받아들이자. - P181

우리는 고전역학으로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스케일의 세상에 산다.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크기와 속도 모두 어중간하다.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면서 얻은 정보와 감정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한다. - P181

상대성원리를 적용해야 하는 광대한 우주 공간과 양자역학으로 서술하는 미시세계는 언어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수학으로 서술할 수 있을 뿐이다. - P181

전자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돌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움직이는 영역을 가리켜 오비탈 orbital, 전자구름, 궤도, 전자껍질 등 여러 말을 쓴다. - P181

전자껍질은 여러 층이 있다. 원소 주기율표의 한 주기를 전자껍질 한 층으로 보면 된다. - P182

원소의 성질과 관련해서는 원자의 전자껍질이 몇 층이고 전자가 모두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자핵에서 제일 멀리 있는 전자껍질, 줄여서 ‘최외곽 전자껍질‘에 전자가 몇 개 들었는지에 따라 원소의 성질이 달라진다. - P182

원자한테는 최외곽 전자껍질을 전자로 채우는 게 중요하다. 최외곽 전자껍질에 빈자리가 있는 원자는 다른 원자의 전자를 탐낸다. 주기율표 우측 2열 3열의 산소·황·염소가 그렇다. - P182

반면 최외곽 전자껍질에 전자가 한두 개밖에 없는 원자는 누구한테든 전자를 떠넘기거나 버리려고 안달한다. 주기율표 좌측 1열 2열의 수소·나트륨·칼륨·칼슘이 그렇다. 소금이 녹고 종이가 불타는 게 다 그 때문이다. - P182

반면 최외곽 껍질이 만석인 원자는 남의 전자에 관심이 없다. 헬륨·네온·아르곤 같은 원소는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며 있다는 티를 내지도 않는다. - P182

산소 원자는 전자가 8개다. 1층 껍질은 전자 2개가 들어찼고 2층 껍질에는 전자 6개가 있다. 2충 껍질을 채우려면 전자 2개가 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산소는 애타게 전자를 찾아다닌다. - P183

산소 원자가 다른 산소 원자와 전자 두 쌍을 공유해 2층 전자껍질을 채우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산소 분자(O2)가 된다. 전자가 하나뿐이어서 1층에 빈자리가 하나 있는 수소도 전자에 목마르다. 두 수소 원자가 각각 하나뿐인 전자를 공유하면 수소 분자(H2)가 된다. - P183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에게 중요한 건 전자다. 전자에 대한갈증을 채울 수 있다면 파트너가 누구든 상관없다. 여러 원자를 동시에 파트너로 삼아도 된다. 전자 2개를 원하는 산소 원자는 각각 전자 하나를 원하는 수소 원자 2개와 손잡을 수 있다. 산소는 질소에 이어 공기 중에 두 번째로 많고, 수소는 지구의 모든 원소 가운데 아홉 번째로 많으니 만나기도 쉽다. 그래서 지구에는 물이 많다. - P183

원자번호 11번 나트륨은 3층 최외곽 껍질에 전자가 하나뿐이다. 원자번호 17번 염소는 3층 껍질에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나트륨은 공유결합을 형성할 파트너를 찾기보다는 3층에 혼자 있는 전자를 내버리는 경향이 있다. 염소는 어디선가 버림받고 혼자 돌아다니는 전자를 보면 얼른 3층 껍질에 맞아들인다. 이런방식으로 3층 전자껍질을 비운 나트륨은 양전하를 띠고 3층 전자껍질을 채운 염소는 음전하를 띤다. 그래서 그 힘에 끌려 나트륨과 염소 원자가 1대1로 들러붙는다. - P184

원자는 도대체 왜 최외곽 전자껍질의 빈자리를 없애려고 발버둥치는 것일까? 나는 모른다. 그렇다는 사실만 안다.
원자는 최외곽 전자껍질을 채우려는 욕망 때문에 다양한 분자와 이온화합물을 만든다. 그 분자와 화합물들이 결합해 자기를 복제하는 유기분자를 형성했다. 단순했던 최초의 생명체는 자연선택이라는 필연과 유전이라는 우연을 통해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그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우리 종이 탄생했고, 80억 호모 사피엔스의 한 개체인 내가 있다. 이보다더 신기하고 극적이고 장엄한 창조 신화나 탄생 설화를 나는 들은 적이 없다. 화학이 말했다. ‘너는 내가 만든 기적이야.‘ - P184

사람의 측은지심은 한계가 없다. 동물과 식물, 심지어는 무생물한테도 연민의 정을 느낄수 있다. 시비지심도 그렇다. 무생물이라도 합당한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탄소 이야기를 들으면 내 안의 시비지심이 고개를 든다. - P185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다. 온실효과를 내는 기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비중이 가장 크다. 분자화합물인 두 기체의 중심 원소가 바로 탄소다.
환경운동가들이 탄소 배출 행위는 흉악한 범죄자를 시장 바닥에 풀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국제적 탄소 배출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합당한 근거가 있다. 왜 지구 차원의 규제가 필요한가? 온실가스는 지구 표면 어디에서 누가 배출하든 똑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P186

ppb는 10억분의 1, ppm은 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다. 대기에 매우 적게 들어 있는 기체의 농도를 표시할 때 쓴다. 1ppb는 0.0000001퍼센트, 1ppm은 0.0001퍼센트와 같다. 매우 낮은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는 ppb를, 상대적으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ppm을 쓴다. - P187

2021년 지구 대기의 평균 메탄 농도는 1,908ppb,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 또 다른 온실가스 아산화질소(NO)는 334.5ppb로, 셋 모두 기상관측 역사에서 가장 높았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농도가 낮지만 온실효과는 각각 80배와 250배 강하다. 탄소의 억울함을 덜어주려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아산화질소는 논외로 하자. - P187

그 많은 탄소는 다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서 온 게 아니다. 원래 지구에 있었다. 다른 곳에 다른 형태로 있던 탄소가 풀려나 산소·수소와 결합한 탓에 기후위기가 생겼다. 오로지 인간 탓인 건 아니다. 화산 폭발과 자연발화 산불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 P187

인간이 집을 데우고 자동차를 굴리고 비행기를 띄울 때마다거기 들어 있던 탄소가 풀려났다. 소와 양과 돼지를 비롯한사육 가축의 방귀와 하품과 배설물에서 나온 탄소도 만만치않았다. 숲을 훼손해 도시와 경작지를 만든 탓에 나무가 광합성으로 흡수 고정하는 탄소량이 줄었다. 탄소는 잘못이 없다. 지구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 그대로다. 호모 사피엔스가 탄소를 악당 취급하는 것은 살인범이 칼을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188

숯과 석탄과 석유에는 왜 탄소가 들었는가. 식물과 동물의 사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물의 몸에는 다 탄소가 있는가? 그렇다. 탄소가 없었으면 생물도 없었다. 탄소는 생물의 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188

화학은 무기화학無機化學(Inorganic chemistry)과 유기화학有機化學(organicchemistry)으로 나눈다. 유기화학은 유기화합물을, 무기화학은 무기화합물을 연구한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탄소의 존재 여부다.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얻는 화합물에는 탄소가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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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속독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저자는 속독에서 중요한 것이 단순히 책을 빨리 읽는 차원을 넘어서 그 빨리 읽은 글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라는 얘기를 했었다. 또한 이러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해하지 못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오늘은 이해력의 중요성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덧붙여지면서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해력 향상을 위해 먼저 어휘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이 종합적으로 밑바탕이 될 때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충분한 이해력이 가미된 속독도 가능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결국 독서든 뭐든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 해봐야 진짜 실력이 는다.


뒤 이어 나오는 내용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속독을 해도 되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는데, 자기계발서 같은 실용서들의 경우에는 속독을 하면서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결과적으로는 책에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 삶에서 실천해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면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들의 경우에는 속독보다는 행간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읽어나가는 정독이 바람직하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을 좀 떠올려보자면 같은 페이지 수를 가진 책이더라도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에는 그냥 쭉쭉 진도가 나가고 빨리 읽혔던 경우들이 많은 반면, 소설같은 문학 작품들의 경우 아무래도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보다는 진도가 빨리 나가진 못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페이지 수가 같은데도 왜 이렇게 읽는 속도가 차이가 날까 하는 의구심만 있고 명확한 이유를 몰랐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의구심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저자가 말한 독서법으로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자기계발서같은 책들은 앞 뒤 문맥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의미들이 파악되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책 같은 경우에는 앞 뒤 문맥의 흐름이라는게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어서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종합적인 사고를 하면서 읽고 있었기에 시간이 더 걸렸던 것이다. 소설책을 읽을 때 시간이 더 많이 걸렸던 건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독서를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궁금증이 어느정도는 해소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정독과 속독의 장점만 뽑아내어 읽는 독서법인 ‘정속독‘ 이라는 것이 소개되는데 저자는 이 ‘정속독‘을 훈련하기 좋은 매체로 종이신문을 추천한다.

이 종이신문을 활용하는 NIE (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밑줄 친 내용을 참조해서 읽어보면 될 듯 하다.

별도로 여기 밑줄치진 않았지만 책의 본문을 보다보면 신문을 이용해서 독서훈련을 했던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이 꽤나 괜찮았다는 데이터도 소개되는데, 만약 자신의 자녀가 공부와 관련된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에 나온 NIE 교육 방법을 활용하여 자녀의 독서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과거에 한 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는 재독에 관한 얘기들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여기서의 핵심은 독자가 책을 읽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서 같은 텍스트도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본문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책을 처음 읽을 때의 목적과 재독할 때의 목적이 달라져서 같은 사람이 똑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나 깨달음이 달라졌다는 얘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나도 경험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보통 한 번 읽을 때 집중해서 읽는 편이라 웬만해서는 처음 볼 때 지긋지긋하게 봤던 책을 다시 펼쳐보는 일이 드문 편인데, 이 책에 소개되는 독서법처럼 2단계로 나누어서 책을 읽는다든지 아니면 한 번 진득하게 봤던 책이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어떤 특별한 목적이 생겨서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첫 회독 때 느끼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어가는 독서가가 되기를 바래본다.


저자는 독서를 깊이있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모티머 애들러 라는 사람이 자신의 책에 썼던 독서의 단계와 독서의 원칙에 대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질문의 수가 좀 많긴 하지만 이 질문의 수만큼 독서를 꼼꼼하고 깊이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 다 할 수만 있다면 다 해보는 게 좋겠지만 솔직히 한 번에 모든 질문을 다 하기는 힘들 것 같고, 단 몇 가지 만이라도 적용해보면서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맞을 듯 하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초록‘ 과 ‘머리말‘ 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 ‘초록‘은 색깔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논문에서 전체 내용을 간략하고 정확하게 요약한 글을 지칭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제대로 된 논문을 써본 적이 없기에 정확하게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책들의 맨처음에 등장하는 머리말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초록‘이라는 것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부가적으로 ‘초록‘이라는 것이 논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해력은 보거나 들은 정보를 정확히 해석해서 머리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책을 읽을 때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는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한다. 그래야 저자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 P172

책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자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공감하지 못하고 저자가 쓴 글은 나와 상관없는 내용이 된다. 공부할 때도 이해력은 중요하다. 영어와 수학보다 국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도 어휘력과 이해력 때문이다. - P172

이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독서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이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휘력을 먼저 키워야하고 어휘력은 독서를 통해서 향상되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더라도 소화를 시켜야 몸에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과 이해력, 배경지식을 키운 다음에야 비로소 속독의 효과가 발휘된다. - P173

독서에 능숙한 사람들은 책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을 때는 속독으로, 필요한 내용을 찾았다면 해당하는 부분만 정독으로 읽는다. - P174

때에 따라서는 책에서 사실이나 데이터(조사결과, 분석자료 등)에 해당하는 부분만 찾아서 읽어야 할 때도 많다. - P174

필요한 정보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빨리 활용해야 하는 글이 있고 필요한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며 여러 번 되새기면서 읽어야 하는 글도 있다. - P174

우리가 알고 있는 효과적인 독서법, 특히 속독법은 책을 읽는 속도를 높이는 데만 치중할 뿐 내용을 이해해서 활용하는 데까지 관여하지는 않는다. - P174

소설이나 수필, 시집 등의 문학은 속독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특히 수필이나 시집은 작가의 경험과 사용한 단어들, 운율 등을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단순하게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빨리 읽는다면 제대로 된 책 읽기라고 말할 수 없다. - P175

속독은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읽는 글에 적합하다. 특히 자기계발분야의 실용서는 속독과 정독의 중간 형태인 ‘정속독‘로 읽어야한다. 정속독은 정확하게 빨리 읽는 독서법이다. - P175

필요한 내용을 찾을 때는 책 앞부분의 차례와 뒷부분의 인덱스를 참조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필요한 내용을 찾으면서 빠르게 읽고 필요한 내용이 정리된 페이지에서는 정독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어야 한다. - P175

속독과 정독의 장점만 뽑아서 책을 읽는 정속독은 짧은 시간 동안 집중력을 극대화할 때 최고의 효과가 나타난다. - P176

신문·잡지는 헤드카피, 발문, 중간 제목, 사진과 캡션 등을 기사 비중에 따라서 눈에 띄게 구성한다. 신문이나 잡지는 정속독을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인 매체다. - P176

일반적으로 종이신문은 종합, 경제, 정치, 해설, 전망, 금융, 국제, 스포츠, 문화, 인물, 사회 등의 분야로 나눠서 지면을 구성한다. - P176

신문에는 1면에 가장 비중 있는 기사가 실리기 때문에 신문을 속독으로 읽을 때는 1면부터 차례대로 보는 것이 좋다. - P177

요즘은 별도의 섹션으로 구성해서 추가로 지면을 늘리기도 하는데 이슈의 중요도에 따라 기사의 크기를 차등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예전과 같다. - P177

신문에서 특정 분야를 섹션으로 구분해서 수록할 경우에는 섹션 1면에 해당 분야에서 가장 비중 있는 기사를 보여준다. 신문에서 중요한 기사는 큰 글씨로 헤드라인을 편집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다. - P177

신문의 전체 페이지를 훑어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기사가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한 다음 필요한 내용이라면 집중력을 발휘해서 정독한다. 유용한 기사나 나중에 다시 봐야 하는 기사는 스크랩해 놓는다. - P177

신문으로 속독을 훈련하는 목적은 첫째, 키워드를 빨리 찾기 위해서이고 둘째,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기사를 스크랩하기 위해서다. 속독의 목적은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서 머릿속에 또는 물리적으로 스크랩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P177

종이신문으로 꾸준히 글(뉴스)을 읽은 학생의 읽기 능력과 논리력, 사고력이 향상되고 시사 상식도 풍부하기 때문에 학습에 도움이 된다 - P178

독서와 신문 활용 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은 따로 배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독서법을 터득하면 신문 활용 교육의 효과도 향상된다. - P179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동시에 통찰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신문 활용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신문을 스크랩해서 기사를 비교하면서 읽으면 신문 활용 교육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P179

어떤 기사를 스크랩해야 하나

• 사회 전반적인 이슈와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내용으로 나눠서 스크랩할 기사를 정한다.

• 한 신문에서 5개 정도만 스크랩한다. 스크랩할 내용이 너무 많다면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기사 5개만 고른다.

• 1면에 나온 헤드라인 중심으로 스크랩한다. 1면에 경제기사가 제일 크게 실렸다면 경제면에서 관련 기사도 스크랩한다.

• 2종류 이상의 신문을 읽으며 스크랩한다. - P180

어떤 과정으로 스크랩해야 하나

• 1단계: 신문제목과 중요한 기사(시사적으로 중요한 기사,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기사), 사진, 정보성 광고 등을 훑어 읽는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색연필이나 빨간색 볼펜으로 표시한다.

• 2단계: 색연필로 표시한 기사를 정독하면서 스크랩 여부를 판단한다. 기사 내용에서 스크랩할 부분을 따로 표시한다.

• 3단계: 스크랩할 부분을 표시한 내용들을 잘라내서 신문제목, 날짜, 스크랩한 이유 등을 간략하게 적어 넣는다.

• 4단계: 스크랩하기 위해 잘라낸 신문을 별도로 보관한다.

• 5단계: 1주일 간격으로 스크랩한 신문들을 모아서 분류한다. 이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스크랩은 정리한다. 스크랩한 신문을 다시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메모한다. - P180

정독이나 통독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따로 있다. - P185

1단계 통독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전문가가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용의 실용서나 학자들이 비전문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쓴 이론서다. - P187

대부분의 실용서와 이론서는 1단계 통독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씌여 있다.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한 책들은 1단계 통독으로 충분하다. - P187

실용서 가운데 직접 따라 해야 목적을 달성하는 책들도 두세 번 반복해서 읽을 필요는 없다. 실용서는 여러 번 읽는 것보다 읽은 내용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습관이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 P187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는 의미는 내용이 쉽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P187

그(고미야 가즈요시)는 쉬운 책이기 때문에 1단계 통독으로 읽어도 상관없는 책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해서 메모를 하고 책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찾아가며 읽었다. 특히「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기업의 컨설팅을 의뢰받고 회사의 좋은 점을 더 개발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다시 읽게 되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이미 읽었지만 컨설팅을 의뢰받고 다시 읽어보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고 다른 시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 P189

어릴 때 읽고 중 · 고등학교 때 읽고 대학생, 사회인이 돼서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른 책들이 있다.「어린왕자」,「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갈매기의 꿈」이 대표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상실의 시대」도 20대가 읽고 느낀 점과 30대가 읽고 느낀 점이 다르다. - P189

과제를 제출하려고 책을 읽을 때와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껴서 감정을 대입하며 읽을 때가 다른 것처럼 오래 전에 봤던 책인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 P189

10년 후에 다시 읽으면 10년 전에 읽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는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서 눈에 안 들어오던 문장이 보이기도 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던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 P190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글, 즉 2단계 통독을 해야 하는 책은 사람마다 다르다. 배경지식에 따라서, 책을 읽는 입장과 목적에 따라서 다시 읽을 책, 나중에 한 번 더 읽을 책, 문장을 암기할 책 등을 구분하면 독서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 P190

자기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생각이 넓어진다. - P191

속도보다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을 강조 - P192

모든 일에는 넓이와 깊이가 있는데 속독은 넓게 책을 읽는방법으로 내용을 빠르게 포착하려는 목적의 독서에 적합하다. - P192

중·고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을 향상시키면 대학 이후 사회에서도 목적에 따라 독서를 할 수 있게 된다. - P193

저자가 책에 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스로에게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 P194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정독해서 읽으면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덮고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글자를 읽은 것이지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 P194

저자와 커뮤니케이션은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 글의 논리,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 P194

요즘은 공부하는 학생들도 책을 읽을 때 사전이나 참고도서를 함께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고 문장의 구조나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핵심만 파악하며 책을 읽는다. 이런 독서방식으로는 제대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독자들에게 모티머 애들러가 정의한 독서의 원칙은 큰 도움을 준다. - P194

<독서의 단계>

제1단계 무엇에 관한 책인지 알아낸다.

<독서의 원칙>

제1원칙 : 어떤 부류의 책을 읽고 있는지 가능하면 미리 파악하라.

제2원칙 : 통일성, 즉 그 책의 전체를 꿰뚫는 일관된 흐름을 간단한 문장으로 이야기해보라.

제3원칙 : 주요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이 어떤 순서에 의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하라.

제4원칙 : 저자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를 찾아내라. - P195

<독서의 단계>

제2단계 책의 내용을 해석한다.

<독서의 원칙>

제5원칙 : 중요한 단어를 찾아 저자가 어떤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라.

제6원칙 : 가장 중요한 문장에 주목하라.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명제를 찾으라.

제7원칙 : 문장과의 연관 속에서 기본적인 논증을 찾거나 만들라. - P195

<독서의 단계>

제3단계 비평할 내용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독서의 원칙>

제9원칙 : 의견이 같거나 다르다고 표명하거나 판단을 보류하기 전에 확실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제10원칙 : 찬성하지 않을 경우, 트집을 잡거나 따지려는 것처럼 하지 말고 조리있게 비판하라.

제11원칙: 어떤 비평을 하든 지식의 차원에서 하는 비평인지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고 그 비평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제12원칙 : 저자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제시한다.

제13원칙 :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제시한다.

제14원칙 : 저자가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을 제시한다.

제15원칙 : 저자가 분석한 내용이나 설명이 불완전한 부분을 제시한다. - P195

어떤 종류의 책인지 알아내고 중요한 단어와 문장, 논리를 찾으며 책을 읽은 후에 저자의 의견에 찬성하고 비판도 하면서 논리적인 부분, 불완전한 부분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책을 읽고 저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 P195

논문을 보면 첫 페이지에 ‘초록‘이 나온다. 논문에서 초록은 전체 내용을 간략하고 정확하게 요약한 글이다. 초록은 논문을 요악한 글이지만 논문을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이 초록을 쓰는 것이다. 영화 예고편에서 내용이 전개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것처럼 논문에서는 초록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 P196

논문의 초록을 쓸 때는 본문에 나온 내용 중에서 핵심적인 키워드와 그에 관한 설명을 덧붙인다. 중요한 키워드와 새로운 사실, 조사 자료 등을 짜임새 있게 넣어서 초록을 만들면 논문 심사에서도 더 높은 점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 P197

학술 논문이든 연구 논문이든 논문을 심사할 때 심사관들이 초록을 먼저 보고 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서, 초록만 보고 심사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논문의 본문을 쓸 때 보다 초록을 쓸 때 더 심사숙고하게 된다. - P197

책에서도 논문의 초록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머리말의 내용에 따라 초록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지은이가 책을 쓴 이유와 읽어야 하는 사람, 내용의 흐름을 머리말에 써두기 때문이다. - P197

머리말 보다 책의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곳은 바로 ‘표지‘다. 책 표지에는 제목과 부제, 중요한 키워드, 대상 독자 등의 정보가 있다. 하지만 제목을 제외하고 다른 정보들은 독자가 찾아내야 한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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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미국의 어느 한 코미디언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그는 원래 글쓰기에 재능이 없던 사람이라 글쓰는 것을 굉장히 기피할 정도로 글쓰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주변 상황들로 인해 자신이 하는 코미디의 대본을 직접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오늘 그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코미디언은 자신이 글을 직접 써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불편한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맞닥들여야 했지만 결국에는 이 결심이 결실을 거두어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가장 핵심은 불편한 상황을 받아들일 때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성장의 제약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위에 예시로 든 코미디언이 평소대로 편안함만을 추구했다면 연기자로서의 기회는 커녕 어쩌면 기존에 하던 코미디언 일에서 마저도 도태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교훈을 다른 사례에서도 언급한다.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 대한 사례였는데 무슨 스페인어니 광둥어니 일본어니 하는 언어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어를 배우는 방식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냥 실제상황에서 부딪쳐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로 ‘도서관 분량의 지식들을 다 머릿속에 넣고 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혹시 저런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있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이들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결국 이 책에 사례로 등장한 언어 학습이든 혹은 다른 어떤 것이든 간에 학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용기‘라는 것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작은 용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아주 큰 용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책의 저자가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강조하는 용기는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것이었다. 쓰고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 이것을 삶에서 온전히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도 독자인 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용기‘의 가치라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맨 마지막에 밑줄 친 공포증을 치료하는 방법 두 가지가 나오는데 여기서 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마틴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분야 바깥으로 진출했다.

글쓰기는 악전고투였지만 그는 점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 즉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장황하게 이야기를 이어가기가 쉬웠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군더더기를 걷어내자 점차 실력이 늘었다.

코미디 재료를 적어내려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그는 본인의 유머에서 기본적인 요소들만 남기고 걷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왜냐하면 골격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농담의 구조는 너무 정교하면 안 된다"

그는 글쓰기가 주는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과 같이 한 방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문구를 생각해낼 역량을 다듬게 되었다.

지난해 대본을 하나 영화 제작사에 제출했는데 제작사 측에서 단어 하나 (를) 바꾸지 않았다.

[‘단어 하나 바꾸지 않았다(did not change one word)‘ 라는 표현은 의미상 단 한 단어도 바꾸지 않았다, 즉 바꾼 게 없다는 뜻이지만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바꾼게 달랑 한 단어, 즉 단어 하나만 빼고 다 바꿨다는 의미도 된다]

그는 글쓰기를 즐기게 되었고 글쓰기는 그에게 연기자로서 경력을 쌓을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저어한다. 자연스럽게 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글쓰기가 소통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글쓰기는 학습 도구다. 글쓰기를 하면 여러분의 지식과 논리 사이에 간극이 노출된다. 따라서 가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반박 논리를 개발하도록 해준다. 글이 불분명하면 생각이 불분명하다는 징후다.

"단어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글쓰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글쓰기를 꼭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쉽게 터득되지 않는 학습 기법이 주는 불편함을 피하면 성장에 제약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편안하게 느껴지면 잘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언어 구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언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바로 그러한 사실(편안하게 느껴지면 잘못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습은 여러분에게 적합한 학습 방법을 찾는 게 다가 아니다. 과업에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경우가 훨씬 흔하다.

듣기가 더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읽기는 이해와 기억을 돕는다. 듣기는 직관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반면 읽기는 훨씬 분석적인 과정을 활성화한다.

영어와 중국어로 똑같은 잡학지식 문제와 수수께끼와 퍼즐을 들려주기보다는 적어주었을 때 논리적 사고를 훨씬 더 잘 활용한다.

인쇄물을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단락의 시작 부분에서 속도를 늦추고 핵심적인 개념을 처리하고 단락과 단락이 분리되는 지점과 소제목을 이용해 정보를 덩어리로 만든다.

난독증이나 학습 장애가 있어서 텍스트를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데 있어서 읽기만 한 게 없다.

여러분의 사회적 지능과 감성 지능을 개선하고 싶다면 시각적 단서보다 청각적 단서에 주의를 집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친구나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을 감아도 그들의 감정을 읽는 데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표정을 잘못 읽고 몸짓을 잘못 해석한다. 목소리의 어조는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훨씬 정확한 신호다. 문자 메시지를 읽을 때 감정을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어조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지 표정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거짓말 탐지기도 마찬가지다. 범죄 혐의자가 사실대로 말하는지 확인하려면 언어적 단서가 비언어적 신호보다 훨씬 신뢰할만하다.

미소를 짓는다고 반드시 신뢰할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속이는 데서 희열을 느끼거나 거짓말을 하고도 뒤탈이 없다는 흥분감에 웃는지도 모른다.

남의 말을 들을 때 경계해야 할 경우는 목소리가 떨릴 때,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을 때, 이야기가 일관성이 없을 때다.

카스티야 방언을 구사하고 싶으면 직접 단어를 발음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학생과 성인 모두 새로운 언어를 이해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말해보면서 배우면,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새로운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데 훨씬 숙달하게 된다.

그들은 수업 전에 어휘를 배우고 수업 시간에 소통을 연습하도록 하는 ‘역발상 학습(flipped class)‘에서 언어 습득이 훨씬 향상되었다.

"쓰지 않으면 잃게 된다" 라는 널리 알려진 문구만으로는 부족하다. 쓰지 않으면 애초에 습득하지도 못할지 모른다.

최소한의 불편함이 느껴질 때 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놀랍게도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편안함이 오히려 불편해지면 어떤 언어든 배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학습에서 편안함은 모순이다. 어떤 기량을 갈고닦아 완전히 터득하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편안해지기 어렵다. 그러나 터득하기 전에 연습하는 과정이 불편하므로 사람들은 이를 회피하게 된다.

학습을 가속화하려면 두 번째 유형의 용기가 필요하다. 습득할 지식을 이용할 용기 말이다.

"당신의 목표는 어색하고 서투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불편함을 성장의 징표로 보게 되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영역을 벗어나려는 동기가 유발된다.

불편함이 진전한다는 신호라면 그 신호를 피해 달아나면 안 된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불편함 쪽으로 다가가야 한다.

서로 다름은 사람들이 더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의 의견을 더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고, 남의 말을 더 경청하도록 밀어붙인다.

불편함을 받아들이면 "감정적 고통을 인지적 이득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준다"

달달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어색하고 서투른 발음과 실수는 배우고 있다는 징후라는 사실

표적에 명중하려면 빗나갈 각오를 해야한다

외국어로 소통하기 전에 도서관 분량의 지식 전체를 습득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여러분의 정신적 도서관은 여러분이 소통하면서 확장된다.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항상 사람들에게 그냥 말하기 시작하라고 설득한다. 문장 몇 개를 그냥 외워라. 자기소개하고 그 언어를 배우는 이유를 설명하는 짧은 단락을 외워라"

세 번째 유형의 용기가 필요했다. 불편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용기를 내 더 많은 실수를 함으로써 불편한 상황을 증폭하는 용기 말이다.

새로운 언어를 처음으로 사용할 때 무척 불안하고 떨리는 느낌을 경험해봤으리라. 낯선 단어를 우물거리면서 당혹스럽고 창피한 기분을 느낀다. 실수해서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까 봐 걱정된다. (중략) 바로 이때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외국어 말하기를 연습하려면 실수를 많이 할 각오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수는 다다익선이다.

발달 중인 뇌는 발달이 완성된 뇌보다 훨씬 빨리 재조직화한다

아이들은 실수하면 느끼는 창피함과 불편함을 대체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소통을 주저하지 않는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자마자 주절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남에게 멍청하게 보일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의 경우 특히 실수한다는 생각만 해도 겁이 난다. 수줍음은 사회적 상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인데,

심리 치료사는 공포증을 치료할 때 체계적 둔감화 (systematic desensitization)와 자극 범람(flooding),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노출 치료 방법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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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데미안 - 35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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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알라딘 콜드브루는 우유와 함께 즐길 때 맛이 가장 좋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콜드브루 데미안 역시 그러했습니다. 우유와의 궁합이 아주 좋은 제품입니다. 이번엔 특별히 콜드브루가 담긴 유리병 디자인이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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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21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자인 매력 있고 이름은 데미안, 독특하네요 마니 더워졌는데 아이스라테 즐기면서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6-21 11:56   좋아요 2 | URL
예 요 몇일 사이 날이 많이 더워서 찌는 듯한 무더위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네요. 서곡님도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올해 유현준 교수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읽다보니 이 책이 어느덧 4번째 책이다. 읽기 전에 목차를 간단히 살펴봤는데, 동 저자의 다른 책에서 봤던 내용들이 일부 겹치는 부분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다. 겹치는 부분은 가급적 빨리 읽거나 기억을 상기하는 정도의 용도로 활용하면 될 듯 하고, 이 책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저자만의 통찰력을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여는 글에서 밑줄 친 문장들 중에 과학관련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최근 읽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에서 과학관련 내용들을 접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비해 확실히 과학관련 내용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찌보면 학창시절에 과학 공부를 어느 정도 하신 분들에겐 아주 기초적인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부끄럽게도 본인은 그러지 못했기에 과학관련 내용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제 어느정도는 과학분야에 내성이 생긴듯 하다. 최소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사라진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1차적으로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과학이라는 분야를 알기쉽게 설명해준 유시민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2차적으로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지레 겁먹고 기피했던 과학에 대한 필요성을 뒤늦게나마 느끼고 일단 부딪혀서 낯선 내용들을 더이상 낯설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익숙한 것으로 변환시킨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쓰고보니 뭐 엄청 대단한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끄적여 놓았는데, 그냥 그동안 과학에 무지했던 어느 한 독자의 부끄러운 자기고백(?)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될 듯 하다.

지금 읽기 시작한 이 책과는 다소 무관한 잡다한 얘기들이 길었는데, 어쨌든 그건 그거고 위의 첫문단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읽는 이 책을 통해 이런저런 유익한 것들을 잘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새로운 생각은 때론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 내기도 한다. - P5

지구는 표면의 72퍼센트가 물로 덮여 있다. 이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과 비교해서 아주 특별한 예외적인 조건이다. 지구에 이렇게 물이 많은 이유로 지배적인 가설은 수십억 년 전에 얼음 형태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많은 양의 물은 태양에서 오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지구 전체로 고루 퍼지게 해 주는 에너지 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 P6

태양 빛은 바닷물을 데우고 바닷물은 수증기가 되어 공기중으로 올라가서 구름이 된다. 그런데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중위도에는 편서풍이 불고 이후 각종 다양한 바람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 바람에 의해서 수증기는 구름의 형태로 지구의 대기 곳곳을 돌다가 비나 눈이 되어 지면으로 내려오게 된다. 구름은 태양 에너지를 운반하는 ‘택배 상자‘ 다. 이러한 에너지의 순환 속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 P6

생명이 무생물과 구분되는 차이점은 에너지의 흐름이 있느냐 없느냐다. 돌과 같은 무생물은 에너지가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는다. 돌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돌은 에너지의 흐름이 없는 ‘닫힌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생명체는 에너지가 들어오고 나가는 에너지의 흐름상 ‘열린 시스템‘이다. - P6

태양 에너지는 식물을 키운다. 우리는 그 식물을 직접 먹기도 하고, 식물을 먹고 자라난 동물을 먹고 힘을 얻는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것은 태양 에너지가 유기물 음식의 형태로 변환된 것을 소비하는 작용이다. 음식을 먹는 것은 근본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생명은 태양 에너지의 흐름을 이용해서 생명성을 만들어 내고 유지한다. - P7

문화는 이러한 에너지 흐름의 과정 중에서 생명이 만들어 낸 2차 부산물이다. - P7

둥그런 행성의 모양, 자전축의 기울어짐, 자전과 공전,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는 지역마다 다른 ‘지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지리적 배경은 각기 다른 ‘기후‘를 만든다. 각기 다른 기후는 각기 다른 ‘환경적 제약‘을 만든다. 이런 환경의 제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인간 지능의 노력이 ‘건축물‘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 P7

건축은 기후가 주는 문제에 대한 인간의 물리적 해결책이다. - P7

《뇌의 배신》이라는 책을 보면,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빈둥거릴 때라고 한다. - P7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에 의하면 모든 쓸모 있는 에너지는 온도의 차이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우주에서 생명이 가능한 것도 최초 빅뱅의 뜨거운 폭발에서부터 점점 식어 가는 우주 사이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온도 차가 없으면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가 없으면 창조와 생명도 불가능하다. - P8

과학자들은 수백억 년이 지나고 나면 우주가 전체적으로 같은 온도의 차가운 상태가 되고, 그러면 시간도 멈출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무질서의 정도를 말하는 엔트로피가 늘어나면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지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창조는 온도 차에 의해서 시작된다. - P8

인간 사회 안에서 ‘온도 차이‘를 만든 것이 농업이다. 농업혁명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계층과 부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내자 인간은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 문화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 P8

계급의 차이는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지만 냉정히 말해서 문명 발생을 촉발시켰다고도 볼수 있다. 물론 계급 차이가 계속 존재해야 창조적인 사회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차이에 의해서 나오는 ‘흐름‘이 창조를 만드는 것이니, 사회의 계급이나 부가 고착화되면 차이에 의한 흐름이 정체되고 사회는 쇠퇴한다. 따라서 공정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사회 계급 간의 자리 배치의 변화가 많은 것이 사회 발전의 에너지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 P9

현대사회에서 계급 간의 이동이 없어져 가고 있다는 점은 발전의 에너지가 소실되고 있다는 중대한 문제다. - P9

인류 초기에 사회적인 계급의 형성은 문명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열심히 일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놀아도 살 수 있는 계층이 생겨나면서 누군가는 빈둥거리게 되었고 창조성이 키워졌고 문명이 발생했다. 부가 한곳에 축척되면서 사람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자본력도 만들어졌다. 그 자본력으로 무거운 돌로 만든 큰 건축물이 세워지기도 했다. 위대한 사상가들도 그러한 가운데 탄생했다. - P9

강수량의 조건은 농업의 품종을 결정한다. 세계의 문화 권역은 크게 벼농사 지역과 밀 농사 지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둘을 나누는 기준은 ‘연강수량 1천 밀리미터‘다. 연강수량이 1천 밀리미터 이상이면 벼농사, 1천 밀리미터 이하면 밀 농사를 짓는다. - P9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하는 벼농사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치수 사업이 필요했다. 벼농사에는 저수지와 보를 만들거나 물길을 만드는 토목 공사가 필요한 것이다. 반면 밀 농사를 할 때에는 개인이 씨를 뿌리며 다니면 되고 치수를 위한 대형 토목 공사도 필요 없다. - P9

노동 방식 면에서 벼농사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하는 방식이고, 밀 농사는 개인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 P10

잉여 농산물은 사회 계층을 만들었고, 나누어진 사회 계층은 잉여 시간을 만들었으며, 잉여 시간은 문화를 만들었다. 문화는 다시 기후적 제약의 차이에 의해서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만들었다. 1차적으로 문명의 생각이 창조되자 서로 다른 생각은 만나고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2차적인 창조가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고 융합하려면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살아야 한다. 도시는 그런 환경을 제공해 준다. 도시는 문명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 P10

교통수단의 발달이 ‘공간의 압축‘을 만든 것이다. 공간이 압축되자 다른 문화 간의 융합이 일어나게 되었고 새로운 문화 변종이 만들어졌다. - P11

유전공학적 관점으로 비유해 본다면 다른 문화 간의 교류와 융합은 다른 품종의 교배로 볼 수 있다. - P11

자연에서 각각의 생명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진화하고 이종 간 교배를 통해서 선택된 우성 유전자를 후대에 남긴다. 이러한 우성 유전자를 가진 혼합종을 만들기 위해 자연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을 만들었고, 서로 다른 성이 만나 매 세대마다 다른 유전자 조합을 만들도록 했다. - P12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서 발전한 문화는 이종 교배를 통해서 2차적인 창조를 만들고 그렇게 다음 세대의 문화가 탄생한다. 이렇듯 문화의 진화 과정은 생명체의 진화 과정과 동일하다. 그래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문화를 유전자적으로 이해하고 ‘문화 유전자(밈)‘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 P12

이 책에서는 도킨스가 사용한 문화 유전자와 똑같은 의미로 ‘문화 유전자‘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문화를 하나의 유전자 정보로 보고 문화 간의 융합을 유전자의 교배로 바라보고 있다. - P12

문화적 교류는 보통 물건에서 시작한다. 사람이나 집단이 이동해서 교류하는 것은 어렵다. 언어의 장벽도 있고 외모가 다른 것도 융합을 어렵게 만든다. - P12

‘차이‘와 ‘융합‘에 이어서 새로운 창조를 만드는 요소는 ‘기술‘이다. 앞서 말한 융합 역시 교통 기술 발전이 만들어 낸 것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할수록 문화의 2차적 변종의 탄생은 가속화되고, 여기에 새로운 기술혁명까지 더해지면 문화의 파생과 결합의 방향에 큰 흐름이 생겨난다. - P13

모더니즘이란, 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 전반에 걸친 새로운 변혁을 말한다. - P13

위대한 이론은 다양한 현상들을 단순하게 설명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위대한 이유는 야구공의 움직임부터 복잡한 행성 간의 움직임까지 한 가지 공식으로 다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3

문화에서 새로운 생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생명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4

생명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열린 시스템이다. 그만큼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변수 요인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은 예측하거나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혜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보다 사람이 다음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지 예측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생물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듯이 생물이 만드는 문화나 창조도 그러하다. - P14

우주의 ‘불변의 법칙‘ 중 하나는 만물의 무질서는 증가한다는 엔트로피 법칙이다. 방을 따로 청소하지 않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오직 청소하고 정리 정돈에 힘과 에너지를 썼을 때에만 분위기 있는 방을 만들 수 있다. 문화도 그러하다. - P14

문화는 방대한 에너지의 흐름 과정 중에 잠깐 동안만 만들어지는 질서라는 ‘저低 엔트로피‘의 상태이다. 따라서 잠깐만 에너지의 흐름이 깨져도 문화는 서서히 소멸한다. - P14

마야나 잉카 문명은 한때 거대한 국가를 만들고 문명을 꽃피웠지만 식량이나 물같은 에너지의 흐름이 사라지자 사라져 버렸다. 서울도 농촌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중동에서 가져오는 석유, 팔당댐의 물, 발전소에서 만들어 송전해 주는 전기라는 외부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일주일도 안 돼 폐허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건축물은 그만큼 만드는 데 힘들고 유지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요구된다. 인류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모아서 건축물과 도시를 만든다. - P14

건축물과 비교해서 공예품은 전파가 쉽고, 텍스트는 공예품보다 전달과 유지가 더 쉽다. 텍스트에 담긴 사상은 번역만 되면 여러 문화권으로 퍼져 나간다. 건축, 공예품, 텍스트는 문화의 유전자 코드다. 이 문화 전달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 발전시킨다. - P15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의 씨줄과 날줄이 오랜 시간 동안 엮어서 만들어내는 ‘문화의 카펫‘에 그려진 ‘생각의 무늬‘를 보여 주려는 시도다. - P15

이 책은 건물을 세로로 길게 자른 단면도라 할 수 있다. 시간이라는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층을 통과하면서 1층부터 27층 그리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 책이다. - P15

이 책에는 「모더니즘」, 「현대건축의 흐름」 등 지금은 절판됐지만 초기에 냈던 책들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건축적 관점에서 생각이나 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진화했는가를 이야기하려면 건너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 P15

우리가 인간을 설명할 때 혈관의 네트워크로 인체를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위장, 소장, 대장 같은 기관을 중심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기氣의 흐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인체는 우주처럼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의 시각으로는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문화와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문화와 생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공간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찔러 보며 탐구할 것이다. 그런데 그 설명이 물리학 공식처럼 깔끔하고 단순 명확하지는 못할 것이다. - P16

건축물은 건축가 한 사람의 구상에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건축주가 돈을 내는 데 동의해야 하고, 각종 행정 기관에서 승인을 해 주고, 실제로 많은 인부가 시멘트를 붓고 벽돌을 쌓아야 완성된다. - P25

고딕 성당 내부에 줄지어 서 있는 기둥 옆을 걷다 보면 리듬감이 느껴지고 창문을 보면 비례의 조화도 느껴진다. 이런 리듬감과 하모니는 건축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하지만 빈 공간이 주는 시각적 3차원 정보는 다른 어느 예술이나 문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같이 건축물의 빈 공간은 건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사 전달 수단이요, 특징이다. 그래서 이 같은 빈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느냐가 문화적 성격의 특징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 P26

빈 공간은 빛보다도 먼저 존재한다. 구약 성경 창세기 1장 1절부터 3절까지 보면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 땅은 형태가 없고 비어 있으며 어둠은 깊음의 표면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들의 표면 위에서 움직이시니라.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KJV 흠정역)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을 보면 보이드 공간과 빛의 존재 순서가 잘 나타나 있다. 본문의 ‘비어 있으며‘를 영어 성경에서 찾아보면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단어인 ‘Void‘라고 표기되어 있다. - P26

과학적 사고가 거의 없던 시절에도 중동 지역에 살았던 초기 문명사회의 인간은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빈 공간인 보이드 공간을 먼저 창조하고 그 이후에 빛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 P26

현대 과학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초에 빅뱅이 있은 후 10^-43초가 지난 후에는 우주의 크기가 ‘플랑크 길이‘ 라고 하는 10^-33센티미터 정도로 작았다. 이후 10^-43초와 10^-36초 사이에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10^50배까지 공간이 팽창한다. 이후 우주 공간은 10^-32초와 10^-12초 사이에 다시 10^50배로 팽창한다. 이후 쿼크, 양성자, 중성자 등이 만들어지고, 10초와 38만 년 사이에 빛의 광자가 만들어졌다. 최초의 빅뱅 이후 38만 년이 지나서야 광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도 공간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빛보다 38만 년 먼저 앞서서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 P28

빛은 세상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전제되는 조건이지만 그 빛조차도 빈 공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빈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 걸까? - P28

3차원의 존재는 X, Y, Z 세 가지 정보의 좌표 값을 가진다. 반면 2차원의 존재는 X, Y 두 가지 정보만 가지면 위치를 알 수 있다. - P28

인간은 가로, 세로, 높이 세 가지 정보로 규정할 수 있는, 부피감을 가지고 있는 3차원 존재다. 3차원의 인간이 온전히 인식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낮은 차원인 2차원 혹은 1차원이다. 2차원은 종이 같은 평면이고, 1차원은 선이다. 어떤 존재가 사물을 인지할 때는 자신보다 낮은 차원의 것만 완전히 인지할 수 있다. - P28

동그라미, 네모, 세모가 의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도형들은 2차원의 ‘종이 나라‘에서 서로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될까? 이들은 서로를 볼 때 똑같은 직선으로 보인다. 다만 길이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왜냐하면 동그라미, 네모, 세모는 2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에 사물을 1차원 이하로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9

만약에 축구공 같은 3차원의 ‘구‘가 2차원의 ‘종이 나라‘를 통과한다고 상상해 보자. 종이는 이 구를 어떻게 인식할까?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갑자가 ‘점‘이 생겼다가, 그 점이 ‘원‘ 이 되었다가, 원이 점점 커졌다가, 어느 정도 커진 다음에는 다시 점점 작아지다가 점이 되었다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 P29

2차원의 종이는 3차원을 인식할 수 없다. 대신 3차원의 구를 다른 시간대에 따라서 다른 크기의 원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인간과 공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3차원의 인간은 3차원의 공간을 완전히 인식할 수 없다. 다만 2차원으로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 P30

인간은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 망막에 투사되는 평면적인 2차원 이미지 정보만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기억력‘이다. 인간의 지능은 단기 기억력 덕분에 좀 전의 과거와 조금 더 먼 과거의 2차원 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의식은 초당 2백여 장의 그림을 연산한다고 한다. 기억력과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의 도움으로 망막에 잡힌 그림을 연산해서 이어 붙여 3차원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억력 덕분에 우리는 3.5차원 정도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2차원의 종이가 커졌다가 작아지는 여러 장의 ‘원‘ 이미지를 이어 붙여서 ‘구‘를 상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때 구에 대한 인식은 4차원의 존재가 파악하는 것처럼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의 얼굴 정면과 뒤통수를 동시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정면의 얼굴과 옆모습, 뒷모습을 보고 조합해서 그 사람을 기억할 수는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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