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질문에 물리학이 ‘별에서 왔지‘라고 답한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말이 좀 길어지는 관계로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밑줄친 부분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하다. 그래도 여기서 핵심만 간단히 얘기하자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자가 지구 밖에서 왔다는 정도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듯 하다.

오늘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별에서 왔지‘라는 문장 안에 있는 별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별의 생애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사람과도 비슷하다는 얘기를 전하는데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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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p.231에 밑줄 친 내용 중에 초신성超新星이라는 뜻을 가진 supernova라는 단어가 나왔다. 우연한 타이밍인지는 몰라도 이 단어는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에스파의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독자인 나는 이 노래 후렴부분의 멜로디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가 문득 노래의 가사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가사 중에 ‘우린 어디서 왔나‘ , ‘불러낸 내 우주를 봐봐‘ , ‘내 모든 세포 별로부터 만들어져‘ , ‘원초 그걸 찾아‘ 등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아마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도 우주에 존재하는 별에 대한 배경지식들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었기에 이러한 가사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볼 수 있었다. 사소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렇게 책에서 읽어봤던 내용들을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더 우주나 별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태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태양도 별의 한 종류라는 말과 함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태양이라는 게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물론 본문의 내용에 근거하자면 한 50억년 정도 후에 사라진다고 하니 우리 생애에야 영원하다고도 볼 수 있을진 몰라도, 그냥 이론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에 있다는 건 인간이나 태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p.234 에 밑줄친 문장인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말은 문득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이 우주상에서 참으로 작디작은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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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불교와 양자역학 간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느 물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불교와 양자역학 간의 교집합적인 부분을 얘기해보자면 어떤 대상들 간의 상호의존 관계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p.237에 밑줄 친 내용에서 저자는 경전의 내용을 글자하나 틀리지 않은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최초의 원문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미의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기독교나 불교나 관계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해당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저자간의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이 책은 저자가 쓴 책이니 여기서는 저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 다들 다를 것이기에 뭐가 옳고 그르냐는 식의 가치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몫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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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막판에는 ‘유물변증법‘이라는 것이 살짝 나오는데 저자가 청년시절에 읽었다고 하는 책에 나온 명제들은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들어본 듯 한 문장들이어서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다음 포스팅에서 관련 내용을 조금 더 다뤄보겠다.




별도 태어나고 죽는다. 저마다 주어진 시간이 있다. 절정기에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에너지를 내뿜는다. 짧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기도 하지만 생애의 마지막이 길고 초라한 경우도 있다. 사람과 닮았다. - P229

우리 모두가 ‘별에서 온 그대‘라면, 별은 언제 왜 생겼고 우리는 어떻게 별을 떠나 지구에 왔을까? - P229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 138억 년쯤 전에 밀도와 온도가 매우 높은 한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이다. - P229

빅뱅이 일어난 시점을 어떻게 알아냈는가? 모든 천체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속도를 역산했다. 증거가 있는가? 여러 증거가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우주 전역에 존재하는 주파수 약 160기가헤르츠의 전자기파다. - P230

빅뱅 직후 매우 뜨거웠던 우주에서 나온 빛이 우주 전체로 퍼져 나갔다. 처음보다 파장이 1,000배 넘게 길어진 상태로 지구에 도달한 그 빛을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한다. - P230

빅뱅 직후 양성자와 중성자를 비롯한 입자가 생겼다. 그 입자들이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서 주기율표 첫 주기의 수소와 헬륨이 되었다. - P230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떨어진 탓에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는 합성하지 못했다. 빅뱅 때 만들어진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되었고, 별에서 원자번호 3번 다음의 원소들이 태어났다. 질량이 큰 별일수록 온도와 압력이 높았다. - P230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들은 수백만 년 동안 수소를 융합해 헬륨을 생산하다가 수소가 소진되어 온도가 내려가자 중심부를 향해 수축했다. 그로 인해 중심부 온도가 상승하자 헬륨 핵을 융합해 탄소를 제조했다. 헬륨이 소진된 뒤 중력으로 더 수축했고 더 높은 온도에서 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융합했다. 나트륨·네온·마그네슘·황·실리콘이 차례로 생겼다. 마지막 생산물은 양성자 26개와 중성자 30개를 가진 원자번호 26번 철(Fe)이었다. 별은 남은 원자핵을 모두 태워 철을 합성하고 폭발해 ‘스타의 일생‘을 마감했다. - P231

별의 이름은 인간의 시선을 반영한다. 신성新星(nova)은 갑자기 밝아진 별이고 그중에도 유난히 밝아진 별이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이다. 초신성은 하루 사이에 몇만 배 밝아지기도 한다. 육안으로 우주를 관측하던 시대에 그 별이 새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 P231

그러나 그 별(신성新星)들은 장렬한 최후를 맞는 중이었다. 우리가 관측한 시점에는 이미 죽고 없었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폭발한 그 별들이 내뿜은 빛을 본 것이다. 성능 좋은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를 멀리 볼수록 우리는 더 오래된 과거를 만난다. - P231

별의 시신은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철로 가득한 별의 시신은 자체 중력으로 계속 수축한다. 중심부의 밀도와 온도가 상승해 물질이 내부에서 부서져 튀어나온다. 그 반작용으로 중심부는 더욱 수축해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고 폭발해 물질을 우주 공간에 흩뿌린다. - P231

어떤 별의 시신은 내부가 중성자로 가득했다. 중성자별은 다른 중성자별과 충돌해 초신성이 폭발한 때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었다. - P231

태양은 젊은 별이다. 빅뱅 이후 90억 년도 더 지나서 태어났다. 태양이 보내는 온기 덕에 지구는 생명의 행성이 되었다. 태양은 약 45억 년을 살았고 그보다 조금 긴 생애를 앞두고 있다. 빅뱅과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충돌 등으로 뿌려진 물질이 우주 구름으로 회전하다가 중력으로 뭉쳐 수소핵융합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태양은 다른 별과 다르지 않다. - P232

우주 구름이 뭉쳐 태양이 될 때 떨어져 나간 물질 가운데 수소 · 헬륨 · 메탄 · 암모니아처럼 가벼운 것은 멀리서 모여 가스형 행성인 목성 · 토성 · 천왕성 · 해왕성이 되었다. 철 · 니켈 · 알루미늄처럼 무거운 원소들은 태양 가까운 곳에서 바위형 행성인 수성 · 금성 · 지구 · 화성을 만들었다. - P232

지구는 중력 수축으로 중심부가 뜨거워졌지만 핵융합을 할 만큼은 아니었다. 형성 초기에 큰 행성과 부딪친 충격으로 자전축이 공전 면에 대해 약 23.5도 기울어져 사계절이 생겼고 떨어져 나간 물질은 달이 되었다. 수억 년 동안 유성이 비처럼 쏟아져 물이 끓었다 식기를 되풀이했다. 유성우가 그쳐 바다가 어느 정도 안정 상태에 들어가자 최초의 생명이 출현했고, 이후 35억 년이 지나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 P232

우리는 떠나온 별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 몸의 원자들을 만든 별은 죽고 없다. 태양이 생애를 마칠 때까지는 지구에 머물러야 한다. 다른 별처럼 태양도 죽는다. - P232

태양은 온도와 압력이 높은 중심부에서 매초 수소 4억 톤을 융합해 헬륨을 만든다. 핵융합의 결과 수소 핵 4개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 핵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질량의 극히 일부가 에너지로 바뀐다. - P233

중심부의 수소는 앞으로 50억 년 정도 지나면 바닥난다. 수소 핵융합이 멈추면 태양은 온도가 내려가면서 자체 중력으로 수축한다. 중심부의 온도와 밀도가 높아지면 헬륨을 융합해 탄소와 산소를 만든다. - P233

태양은 표면에 남은 수소를 마저 융합하면서 적색거성赤色巨星(red giant star)으로 부풀어 오른다. 껍데기가 흩어지면서 수성과 금성을 삼키고 지구를 껴안는다. 그것이 지구의 종말이다. - P233

중심부의 헬륨을 소진하고 나면 태양은 수축하다가 마지막 핵융합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열기가 남아 있는 동안은 백색왜성白色矮星(white dwarf)으로 희미하게나마 존재를 알리지만 온기를 완전히 잃으면 흑색왜성黑色矮星(black dwarf)으로 우주를 떠돈다. - P233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틀렸다. 태양도 영원하지 않다. - P233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The saddest thing under the sun above is to say good bye to the ones you love 이라는 사프카 노래의 도입부와 "모든 것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라는 캔자스 노래 후렴구 가사는 들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다. - P233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것이다. - P234

불교는 인격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독교나 이슬람과 다르다. 우주의 모든 것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범신론汎神論, 자연법칙을 신의 자리에 올려두는 이신론理神論에 가깝다. - P234

석가모니는 종교를 창시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달은 사람‘ 이었을 뿐이다. 그는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탐색한 끝에 인간 이성과 자연법칙 말고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결론에 도달한 철학자였다. - P234

범신론과 이신론에 가까운 종교는 다른 종교나 과학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불교철학이 양자역학과 통한다고 한다. 근거가 없지는 않다. 둘은 분명 닮은 데가 있다. - P235

세상의 많은 종교와 윤리 도덕 강령 중에서 과학적 진리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이다. 연기법은 붓다가 깨달은 보편적 진리로 그 자체가 과학이다. 시공간의 모양과 물질의 분포는 어느 쪽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결정한다. 둘은 상호의존 관계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 P235

과학은 어떤 경우에도 종교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는 필요에 따라 과학을 배척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한다. 무엇도 배척하지 않고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아야 훌륭한 것 아니겠는가. - P236

불교철학과 양자역학의 논리적·역사적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으니 둘이 닮은 것을 우연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어떤 점이 닮았는지 생각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예컨대 불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문장이 그렇다. - P236

「반야심경」은 당나라 승려 현장이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중국 글자 270자로 압축한 텍스트다. - P236

기독교든 불교든, 우리말로 옮겨 놓은 경전의 내용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은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의 언어는 절대 진리를 담지 못한다. - P237

석가모니와 부처는 산스크리트어 샤키아모니(샤키아의 성자)와 붓다(깨달은 사람)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중국 글자 말을 우리 식으로 읽어 한글로 적은 것이다. - P237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그가 죽기 전에 남겼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법(진리)을 등불로 삼는 것은 관습과 미신이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산다는 뜻이다. 세상에 끌려다니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라 했으니 석가모니는 분명 깨달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무신론자이고 유물론자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38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석가모니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들 한다. 기계적으로 옮기면 간단하다. ‘색과 공은 같다.‘ 문제는 ‘색‘과 ‘공‘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불교 철학자들은 ‘현상과 실체‘, ‘존재와 변화‘, ‘물질과 마음‘, ‘존재와 무無‘, ‘물질과 에너지‘ 등 갖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 P238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리를 담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게 당연하다. 이 문장을 양자역학과 연결하려면 ‘색‘과 ‘공‘을 ‘존재‘와 ‘무‘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 P238

우리가 감각으로 인지하는 세계는 물질로 꽉 차 있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지구행성의 모든 공간은 공기로 가득하다. 달과 지구, 지구와 태양, 태양과 다른 별, 은하와 은하 사이에도 물질이 존재하지않는 공간은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그 역逆도 성립한다. ‘겉보기는 꽉 찼으나 실제로는 텅 비어 있다.‘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면 이 말을 수긍하게 된다. 석가모니가 그런 뜻으로 말했다는 게 아니다. 그가 원자의 구조를 알았을 리 없다. 우연일 뿐이다. 그래도 흥미롭긴 하다. - P239

세상은 원자로 꽉 차 있고, 원자는 모두 텅 비어 있다. 존재와 무를 어찌 구분할 것인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양자역학과 엮으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 P240

지구는 태양에서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태양을 출발한 빛이 ‘빛의 속도로‘ 달려도 지구까지 약 8분 걸린다. 둘 사이에는 수성과 금성뿐, 공간은 대부분 비어 있다. 태양계의 마지막 외행성에 이르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이 띄엄띄엄 있을 뿐이다. 태양계가 유난히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다른 곳보다는 뭐가 많은 편이다. - P240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센타우리‘까지 거리는 약 4.25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4년 3개월 걸린다는 말이다. 1977년 지구를 떠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7만 년을 달려야 하는 거리다. 우리 은하는 별이 촘촘한데도 그렇다. 우주여행은 사실 볼거리가 없다. 가도 가도 어둠뿐이다. 지구의 천문대에서 보든 우주선에서 보든 다를 게 없다.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수백만 년, 수억 년 전에 별을 떠난 빛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주 전체가 텅 비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P240

원자는 왜 안정되어 있을까?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빈 곳을 그 무엇도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질은 왜 뒤섞이지 않는가? 힘 때문이다. 세 가지 힘이 텅 빈 원자를 꽉 찬 물질로 보이게 한다. - P241

우주에는 네 가지 근본적인 힘이 있다.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다. - P241

중력은 우주를 뭉치게 한다. 중력이 있어서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태양은 우리 은하에 묶여 있으며 우주는 은하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중력은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 P241

원자의 구조를 결정하고 원자를 결합해 물질을 형성하는 힘은 핵력과 전자기력이다. 핵력은 강력强力과 약력弱力 두 가지가 있다. - P241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뭉쳐 원자핵을 만든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근본입자가 아니며, 둘이 주고받는 ‘파이 중간자‘ 도 마찬가지다. 그 입자를 만드는 쿼크가 글루온이라는 입자를 교환하면서 강력을 만든다. - P241

약력은 ‘원자핵의 베타 붕괴‘에 관여한다. 베타 붕괴는 원자핵의 중성자와 양성자가 전자나 양전자를 방출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로 바뀌는 현상이다. 약력은 정말 약하지만 미시세계인 원자핵 안에서는 중력보다 세다. - P241

과학자들은 물질을 더 작은 것으로 끝없이 나누는 환원주의 연구 방법을 통해 미시세계를 파악했고 우주의 탄생시점을 알아냈으며 우주의 종말을 예견하기에 이르렀다.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어디까지 가서 무엇을 더 밝혀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 P242

석가모니는 관찰과 사유를 통해 존재와 부재 사이에 경계가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을 것이다. 양자역학은 석가모니가 얻은 결론이 물질세계의 근본원리와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게 전부다. - P242

종교와 과학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 P242

인문학에는 그럴법한 이야기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나눌 기준이 없다. - P242

‘물질이 관념에 우선한다.‘ ‘세계의 본질은 운동이다.‘ ‘사물은 대립물의 통일이다.‘ ‘변화의 동력은 대립물의 투쟁이다.‘ ‘양적 축적은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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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공작의 꼬리 깃털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진화론적인 관점으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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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저자는 ‘진화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이와 엉덩이의 접점을 찾아간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껴졌던 견해는 사람들이 큰 엉덩이를 선호하는 이유가 생물학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 나온 다양한 견해들은 특정인의 주장정도로만 봐주시길 바란다. 이게 정설이다 같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점 참조해주시길 바란다. 아, 저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더 읽다보니 진화적인 관점을 지칭하는 (이 책의 용어로) ‘적응주의‘ 적인 시각이 아닌 관점으로도 엉덩이라는 것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도 등장한다. 맨 위에서 언급했던 공작의 꼬리 깃털이든 엉덩이든 굳이 거창하게 진화적인 측면을 들이대기보다는 그냥 순수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이끌려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처음엔 진화론과 연관된 관점으로 서술이 되는 줄 알았는데, 꼭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엉덩이를 분석해야 한다는 이유도 굳이 없다는 게 저자가 1장에서 하고싶었던 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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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호텐토트의 비너스‘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세라 바트먼 이라는 아프리카 코이족 여성이었다.
코이족의 특징들이 몇 가지 나오는데 이 책의 주요 소재가 엉덩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코이족 여성의 특징 중에 커다란 엉덩이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바트먼이 살던 당시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는 시기여서 아프리카 인들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구체적인 얘기들을 다 할 순 없지만, 대략적인 것들만 논해보자면 이 바트먼이라는 여성을 유럽인들이 공연에 출연시켜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은 다소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기에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책 내용과는 다소 무관할 수도 있는 얘기를 잠깐 해보자면 이런 것들을 보면서 결국 모든 문제는 다 돈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돈 자체가 물론 나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돈을 버는 방식 혹은 그 과정들이 뭔가 좀 정직하지 못하다면 정확히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좀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꼰대같은 발상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본문을 읽으면서도 그런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요즘 무슨 유튜버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등의 대가로 돈을 갈취한다든가 하는 등의 행태들을 보다보면 뭔가 그냥 느낌이 그렇다. 돈이 진짜 뭐길래 하는 생각도 들고 뭐 그렇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행태는 과연 괜찮은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남들의 부도덕함을 손가락질하면서 나 자신의 부도덕함에는 관대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를 포함해 인간이라는 건 결국 어쩔수 없는 것들인가 싶기도 하고, 그냥 인간의 한계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부도덕함에 대해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관대해져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결론은 일단 ‘나부터나 잘 하자‘ 이게 맞는것 같다. 남들한테 뭐라 왈가왈부할 거 없이 그냥 ‘나나 잘하자‘ 이게 맞지 싶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서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여 생존하고 번성할 가능성이 큰 종이, 재생산 가능성도 더 크다고 말한다. 유전 가능성이 크고 생존에 유용한 특질이 있다면,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높은 비율로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임의적인 유전적 돌연변이들이 쌓여가면, 환경에 잘 적응해 살도록 진화한 개체들이 만들어진다. 이를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 P58

이처럼 유리한 특질을 지닌 동물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 한눈에도 불필요해 보이고 심지어 반생산적인 장식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P58

다윈이 ‘이차적 성 특질‘이라고 부른 유전 가능한 특질들은 개체를 짝에게 더 매력적 (다윈주의 진화론에서는 이성 간 짝짓기를 전제로 한다)으로 보이게 해주므로, 따라서 개체를 더 적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P59

인간의 경우, 이차적 성 특질로 간주되는 여성의 골반과 엉덩이와 가슴은 남성의 선호로 인해 지금과 같은 모양을 지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말은, 인간 남성들이 오랜 시간 자기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엉덩이를 지닌 여성과 짝짓기하기로 선택한 것이, 엉덩이가 진화할 방향을 정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했을 거라는 의미다. - P59

당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므로 우리가 당을 갈망하듯이, 내가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큰 엉덩이를 갈망하는 이유가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은연중에 주장한다. 빵빵한 엉덩이를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건 자연스러우며, 생물학적으로도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 P61

진화 심리학자들은 성과 끌림에 관련된 대중적인 주제를 자주 다룬다. - P61

엉덩이는 대중 미디어에 출연하는 진화 심리학자들이 특히 자주 건드리는 소주제다. - P62

목표는 여성 엉덩이에 대한 성적 갈망의 진화적 기원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 P63

연구자들에 의하면 허리가 45도로 굽은 가임 여성은 식량을 채집하려고 몸을 굽힐 때 더 큰 회전력을 얻었으며, 이는 스스로 더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고 아기에게 젖을 잘 먹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남성에게는 가족에게 가장 많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짝을 선택하는 게 유리했다. 뒤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엉덩이는 여성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는 시각적 신호였다. - P63

진화 심리학 연구를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이 "원래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고 - P64

호프 교수에 따르면 진화 심리학자들은 흔히 설문 데이터를 활용해서 결과를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 반면, 대니얼 리버먼 같은 진화 생물학자들은 실험 연구와 화석 기록에 의존한다고 한다. - P64

진화 심리학의 또 다른 문제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가정에 자주 의존한다는 것이다. - P64

생물학자들은 조류 세계의 다양성을 모든 면에서 살펴보며 깃털 색소의 물리학을, 후두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새의 노랫소리를 이해하고자 한다. - P67

암컷 공작이나 인간이 잠재적 짝의 신체 특징에 끌리는 이유가 전적으로 생물학적 요소(건강·힘·재생산 능력)라고 주장할 때, 우리는 인간이 서로를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들을 지우고, 아름다움에 대해 던질수 있는 질문의 문을 닫아버린다. - P68

어떤 끌림이 진화적으로 "맞거나 틀렸다는" 주장은 취향과 선호의 서사적 다양성을 앗아간다. 물론 실제 사람의 (혹은 새의) 끌림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 P69

가장 매력적인 엉덩이 유형이 있다거나 가장 적합한 엉덩이 유형이 있다는 등 보편성의 낌새가 느껴지는 전제는 거의 틀렸다고 해도 좋다. 잘 살아갈 능력을 결정하는 환경과 문화와 개인의 맥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개체마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호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죽이지 않은 엉덩이는 다 적당히 괜찮은 겁니다." - P69

크고, 작고, 납작하고, 빵빵한 엉덩이들은 그냥 그렇게 생긴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는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엉덩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진화나 생물학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 P70

적응주의 사고방식을 겨냥한 굴드와 르원틴의 비판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며, 호프는 말한다. "누구나 선호하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마블 영화를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진화 얘기까지 끌어울 필요는 없어요" 엉덩이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 P70

엉덩이는 우리가 끌리는 지점이자 혐오하는 지점이고, 인종과 젠더의 연상과 뗄 수 없이 엮인 신체 부위지만, 이런 의미들은 엉덩이의 생물학적 실재를 구성하는 뼈와 근육과 지방의 층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단지 우리가 그 위에 얹은 의미와 역사에서 나올 따름이다. - P70

조르주 퀴비에 Geore Cuvier는 19세기 초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비교 해부학자로서 19세기와 20세기에 정밀한 생물학적 발견들을 해냈다. 퀴비에는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을 만든 사람이자 다윈진화론이 등장할 길을 닦은 사람이며, 오늘날 대니얼 리버먼과 리처드 프럼 같은 생물학자들도 그의 발견을 기틀로 삼고 있다. - P74

우리는 모두 동물이라고. 살아 있는 모든 게 하나의 가족이라고. - P75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동물이라고. - P75

내가 파리에 온 건, 인간의 위계를 정하려 했던 퀴비에의 프로젝트에 자기 몸과 엉덩이를 내준한 여성의 삶과 유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퀴비에는 1816년에 그 여자의 시신을 이 박물관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당시 많은 사람에게 "호텐토트"라고 불린, 18세기와 19세기에 오늘날의 남아프리카 지역에 살던 코이족의 주요 견본으로 이를 전시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세라 바트먼, - P77

코이족이었던 바트먼은 1770 년대에 남아프리카 시골의 네덜란드 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났다. 코이족은 본디 아프리카 남서부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원주민으로서, 남자들은 양과 소를 쳤고 여자들은 베리류와 곤충을 채집했다. 그러나바트먼이 태어났을 즈음에 코이족은 식민화와 부족 간 갈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위협당하고 있었다. 바트먼이 태어나기 수십 년 전부터 식민지 탐험가들은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유럽 본국으로 보고서를 보냈는데, 보고서에 코이족 여자들은 길게 축 늘어진 음순과 게으른 태도, 끊임없이 담배를 태우는 습관을 지녔다고 묘사되었다. 또한 유럽인들의 머릿속 코이족의 가장 유명한 특징도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큰 엉덩이였다. - P78

공연을 본 사람 중에 스코틀랜드에서 온 사업가 기질이 충만한 군의관 알랙산더 던롭 Alexander Dunlop이 있었다. - P79

던롭은 이국적이라면 뭐든 매혹되고 마는 본국의 분위기를 이용해 큰돈을 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P79

던롭은 당시 잉글랜드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엉덩이에 환장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 P80

지난 몇 세기 동안 여성의 (반드시 엄청 크진 않더라도) 둥그런 엉덩이는 여성성 및 아름다움의 동의어인 관능적 실루엣의 요소 중 하나였다. 그 유래를 찾자면, 구석기 시대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랑과 풍요와 아름다움과 번영의 로마 여신 비너스를 따서 ‘비너스‘형이라고 불린 이런 조각상들은, 한 신체 부위에 집중하기보단 전체적으로 여성적인 이미지를 놓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추앙했다(눈에 띄는 하나의 예외로 "아름다운 둔부를 지닌 비너스"라는 뜻의 베누스 칼리피게 Venus Callipyge가 있다). - P80

19세기 초 런던에서는 엉덩이에 관한 열광이 그 이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런던 사람들은 한마디로 엉덩이에 집착했다. - P81

던롭의 계획은 런던 사람들에게 엉덩이가 큰 "호텐토트" 여자의 전형을 산 채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확장하는 제국과 하이퍼 섹슈얼한 아프리카인의 상징이었다. 던롭은 그를 통해 큰돈을 만질 꿈에 부풀었다. - P81

바트먼을 만화풍으로 그린 포스터가 런던 곳곳에 나붙었다. 상점, 길모퉁이, 신문 가판대 등 옆모습을 그린 그림 속에서 그는 커다랗고 둥글며 높게 올라붙은 어마어마한 엉덩이를 자랑하고 있다. 코이족 풍의 장식품 몇 개를 걸치고 가슴을 팔로 가렸을 뿐, 그는 거의 전라다. 입에 문 파이프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포스터에서는 커다랗고 대담한 글자들로 공연을 홍보했다. "아프리카 내륙에서 막 도착한 호텐토트 비너스: 이 나라에 전시된 최고의 경이. 메트로폴리스 런던, 오래 머물진 못합니다." - P83

첫 공연은 피커딜리 225번지에서 열렸다. 피커딜리는 런던 사람들이 알비노 어린이, 이른바 ‘샴‘ 쌍둥이, 거인 등이 출연하는 "프릭 쇼Freak Show" 를 통해 확장하는 세계의 기이함과 새로움을 경험하러 오는 동네였다. 과학과 외설이 하나 되는 장소이자, 바트먼 같은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청소부로 일하는 가난한 아일랜드인 이민자부터 금융계 거물들까지 한데 모여든 장소였다. 피커딜리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이 뒤섞인 공공 공간으로도 기능했다. - P83

당시 노예해방론자 대부분은 기독교 도덕론의 전통적 구속을 동력으로 삼고 있었고 성과 신체 노출, 악덕에 대해서도 강경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트먼은 노예였지만, 동시에 노골적인 성적 유혹이기도 했다. - P86

재판 기록에는 국가축 공증인이 바트먼에게 "희망봉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잉글랜드에 머물고 싶은지 물었고, 그는 머물고 싶다고 답했다"라고 적혀 있다. - P88

법원에서는 바트먼이 "갇혀 있지 않고 잉글랜드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 덕분에 무상으로 홍보 효과를누린 바트먼의 공연은 겨우내 매진 행렬을 벌였고, 던롭과의 재정적 합의 내용이 세세하게 대중에게 알려지자 바트먼을 그린 만화에는 금화더미와 돈주머니가 추가되었다. - P89

파리에서도 공연은 역시 대흥행이었다. 프랑스도 아프리카에 식민지가 있었고, 프랑스 사람들은 상상 속의 섹슈얼한 아프리카 원주민에 관해 열띤 호기심을 지니고 있었다. - P90

런던에서 노예제는 불법이었으며 뿌리 뽑아야 마땅한 악이었다. 반면 파리에서 노예제는 기본적으로 허용되었으며 (프랑스 혁명이후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법이 되었지만) 인간을 사고, 팔고, 소유하는 일이 도덕적 측면에서 비판받는 일은 적었다. 바트먼이 자유인인지 묻는 사람도 더는 없었다. 바트먼은 그냥 S. 로라는 이름의 남자 소유였다. - P91

로는 파리 과학협회에 연줄을 가진 동물 조련사였다. 그는서로 다른 종이 유전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관심 갖는비교 해부학자들에게 해부하고 연구할 동물 사체를 팔았다. 바트먼의 공연은 언제나 과학의 경계에 살짝 걸쳐 있었다(던롭과 시저스는 그를 대놓고 아프리카성의 표본으로, 인간과 유인원의 살아 있는 연결고리로 팔아먹었지만). 로는 파리의 과학자들이 바트먼을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고, 마침내 어느 날 두둑한 돈을 받고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서 퀴비에와 그의 조수, 화가 세 사람을 앞에 둔 채 바트먼이 포즈를 취하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 P91

해부는 말하자면 과학의 이름을 한희롱이었다. 보고서 말미에 그(퀴비에)는 바트먼이 "인간보다는 유인원의 친척에 더 가까웠다"라고 결론짓는다. - P93

퀴비에의 박물관에 서서 바트먼의 유해가 전시되었던 진열장을 들여다보며, 나는 한때 그곳에 있었던 것들을 상상한다.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만 봐도 기분이 끔찍했다. 커다란 유리 진열장 안에, 유리병에 담긴 신체 부위들이놓여 있었다. 잔인한 피투성이 역사를 말쑥하게 다듬어서 보여주는 박물관의 전략이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분노를 곱씹을수록, 나는 내 안에서 또 다른 감정을 발견했다. - P94

나는 먼 과거의 일과 내가 살아가는 시대, 나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바트먼의 시신을 이렇게 능욕하는 건, 나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박물관 큐레이터와 방문객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원시적인 행동일 거라고 믿고 싶었다. 우산으로 바트먼의 몸을 찔러보려고 1실링을 더 낸 런던사람들이 나랑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체라고, 내가 사는 시대에 그들은 완전히 낯선 존재라고 믿고 싶었다. - P94

물론 1810년과 2020년은 여러 면에서 딴판으로 다르다. 하지만 세라 바트먼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단순히 19세기 초에 학대당한 엉덩이 큰 여자가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그의 삶과 전시와 해부가 수 세기가 지난 지금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 P94

여성의 엉덩이에 대한 서구 백인들의 이해는 세라 바트먼이 잉글랜드에 도착한 순간 바뀌었고, 그 상태로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엉덩이, 그중에서도 큰 엉덩이는 이국적이고에로틱한 것과 강력한 연상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런 연상은 오늘날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 P95

바트먼이 생전에 누린 큰 인기는 세상을 떠나고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어졌고, 진화했고, 왜곡되었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남지 않을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전시당하고 해부당한 그의 몸이 남긴 유산은 엉덩이만의 방식으로 우리 안에 남아 있다. 그러니까 농담 속에, 암시 속에, 시각적 반향 속에. - P95

올버니 대학에서 여성,젠더,섹슈얼리티를 연구하는 저넬 홉슨Janell Hobson 교수는 흑인 여성의 아름다움과 신체, 현재와 과거에 흑인 여성의 엉덩이가 지닌 의미, 세라 바트먼에 관해 폭넓게 글을 써왔다. - P95

홉슨은 당시 바트먼의 공연이, 직전 두 세기 동안 펼쳐지고 있던 두 개의 대규모 인종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설명한다. 그 두 프로젝트란, 식민주의와 노예제의 지속이었다. 대중문화와 과학 양쪽에서 바트먼을 호출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럽인보다 더 원시적이며, 따라서 기독교 유럽의 도덕적 지도가 필요하다는 증거로 써먹었다. 이는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은 유럽 국가들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들먹인 주된 논리였다. - P96

바트먼의 몸은 또한 아프리카 여성이 태생적으로 백인 여성보다 섹슈얼하다는 거짓된 믿음의 증거로 쓰였다. 바트먼이런던에 등장한 1810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이 믿음은 대단히 중요했다. - P96

1807년에 노예무역이 금지되자, 노예제로 이득을 보고 있던 많은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새로 노예를 들이지 않으면서 노예제 관습을 이어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수입되는 아프리카 노예의 공급을 끊었는데, 아메리카에서 노예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면, 남은 건 다음 세대의 노예를 생산할 방법을 찾는 것일 테죠. 그래서 남북아메리카에서는 노예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전부 노예라고 법으로 정했습니다. 근본적으로 강간을 합법화하는 법이었죠" - P96

홉슨은 세라 바트먼을 섹슈얼한 아프리카 여성의 표본 (과학 논문과 대중문화 기록에서 그의 엉덩이를 묘사할 때 반복적으로 강조했다)으로서 대중 앞에 세운 것이, 노예 여성 강간을 합리화할 때 사용된 ‘타고나길 섹슈얼한 흑인 여성‘ 논리를 뒷받침하는 일종의 증거였다고 말한다. "그게 기독교를 믿는 노예주들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스스로 용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 P96

바트먼의 몸은 널리 퍼진 인종차별적 관점을 합리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짐작건대 피커딜리나 팔레 루아얄을 찾아 바트먼을 희롱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 공연을 우스운 볼거리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더 넓은 함의를 온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바트먼의 몸을 빤히 쳐다보고 비웃었을 것이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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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는 부분은 6장 ‘중력 거스르기‘ 라는 부분인데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혼자 힘으로 공중을 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 태양의 서커스단 단원이 그리하는 걸 본 적이 있다. -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방송작가)

어둠 속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느낌

황금의 13인은 그들을 끌어내리는 중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중력을 거스르고 솟구쳤다.

"어깨를 짓누르는 짐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꼭 성공하겠다고 결심했다."

극복하기가 불가능해보이는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너무 어렵다. 우리를 가로막는 힘이 너무 강하다. 이런 때에 우리는 남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극복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숨은 자신감과 지식을 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바깥으로 눈을 돌려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함으로써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고 개발하게 된다.

승산이 낮을 때, 자신을 벗어나 바깥으로 시선을 집중해야 지상에서 이륙할 수 있다.

버거운 과제에 직면하면 능력과 자신감 둘 다 필요하다.

우리가 지닌 기량과 기대수준을 높이는 역량을 갖추려면 우선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장애물을 위협으로 보면 항복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증거가 많다. 장벽을 극복해야 할 난관으로 취급하면 분연히 떨쳐 일어서게 된다.

장애물을 극복할 난관으로 보려면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진전을 이루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성장을 믿는 마음가짐은 이를 지탱할 임시 구조물 없이는 별 소용이 없다

운이 따라주지 않아 임시 구조물을 건네줄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스스로 임시 구조물을 조립해야 할지 모른다. 바로 여기서 자구책(bootstrapping)이 필요하다.

자력은 이미 존재하는 재원을 동원해서 궁지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힘이다. 이 용어(bootstrapping)는 말을 타고 가다가 말과 함께 늪에 빠진(그리고 땋아 늘린 자기 머리를 밧줄 삼아 늪에서 탈출한) 한 남작에 대한 민화에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는 남작의 머리카락이 신발 끈(bootstrap)으로 바뀌었다.

자구책은 보통 개인적인 역량으로 여긴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다. 장애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가 신은 신발의 끈을 당겨 올리는 주체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개인주의를 거칠게 표현한 용어처럼 들린다. 독자적인 행위다. 그러나 장애물을 극복할 역량과 자신감을 얻으려면 자구책에 상호 의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혼자서 만든 자구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든 자구책이 가장 튼튼하다

지식이 풍부한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면 성장을 촉진한다

어느 팀이 최고의 성과를 올릴지 예측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동료들이 서로 얼마나 자주 상부상조하는지다.

가르치는 행위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가르치는 행위는 놀라울 정도로 막강한 학습 방법이다.

가르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더 많이 배웠다.

뭔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르치는 방법이다. 상기하면 더 잘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설명한 내용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교습 방법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불편한 느낌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만 들어도 여러분의 학습 효과가 급상승한다.

자기는 잘하지 못하지만 가르침으로써 가르친 내용을 자신도 터득하게 된다.

가르쳐서 지식을 공유하는 행위를 통해 가르치는 행위를 하는 이들의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들은 서로 협력해 더 튼튼한 자구책을 만들었다.

남에게 가르친 내용은 오래 기억되었다.

최상의 해법에 대해 합의에 다다르면 그들은 서로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서로에게 퀴즈를 내고 막 습득한 지식을 모두가 공유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 실력이 향상된다. 본인의 자신감을 높이려면 다른 사람을 지도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격려하면 본인의 동기도 유발된다.

나는 이를 지도효과(coach effect)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지도한 후에 장애물을 극복하는 본인의 역량에 대해 훨씬 자신감을 얻게 된다.

조언을 받기보다 조언을 준 후에 더 동기가 유발되었다.

자신 안에서 해답을 찾아라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해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지도 효과는 교습 효과와는 다르다. 교습 효과는 우리가 습득하고자 하는 바로 그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학습하는 게 초점이다. 지도 효과는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동기를 다른 이들에게 유발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동기가 유발되는 방법을 포착한다.

지도하기는 우리가 이미 지닌 도구들을 우리 스스로 상기시킴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지도는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보통 하는 행위의 정반대다.

괴거에 자신이 남에게 했던 조언을 돌이켜보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연락해 그들에게 조언하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에게 하는 조언이 보통 내게 필요한 조언이다.

받기보다 주는 게 훨씬 더 동기 유발된다

받는 행위는 수동적이다. 늘 지도를 받기만 하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주는 행위는 능동적이다. 다른 사람을 지도하면 여러분이 뭔가 남에게 해줄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여러분이 스스로 힘으로 해낼 만큼 강하다는 자신감을 준다. 여러분은 이미 여러분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도왔으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역량을 믿지 않는 상황에 놓이면 포기하거나 달아나버리기 쉽다.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은 성장을 저해하는 독특한 장애물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독특한 종류의 임시 구조물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를 걸면 말이 씨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잠재력을 믿으면 우리가 오를 사다리가 된다.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기대는 우리가 더 높은 열망을 품게 하고 더 높은 봉우리에 도달하게 해준다.

직장에서 관리자가 직원들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면 직원들이 보통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배우고 업무 수행도 더 잘하게 된다는 수십 개의 연구 결과가 있다.

높은 기대는 우리가 정상을 오르는 지지대가 되어주고 낮은 기대는 우리의 전진을 방해한다. 마치 납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를 골렘 효과(Golem effect)라고 일컫는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과소평가하면 우리의 노력과 성장도 제약을 받는다. 이처럼 말이 씨가 되는 상황은 특히 걸핏하면 낮은 기대에 직면하는 낙인찍힌 집단에게서 두드러진다.

다른 사람들의 낮은 기대를 여러분의 장점으로 전환 가능한 때가 있다. 남들의 기대가 낮다고 해서 제자리에 머물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낮은 기대를 지렛대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기대가 발휘하는 효과는 기대하는 주체가 누군가에 달려 있다. 높은 기대가 가열찬 노력과 과제 수행 결과의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기대가 그 과제에 대한 식견이 있는 사람에게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찰자가 신뢰할만한 사람이 아니고 해당 과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 효과는 역전된다. 즉 그런 관찰자가 격려하기보다 의구심을 표할 때 사람들은 한층 더 열심히 하고 훨씬 더 잘한다.

여러분이 이미 목표 추진에 착수했는데 전문가들이 여러분에게 의구심을 보인다면 이는 위협이다. 전문가는 신뢰성은 있을지 모르나 그들은 여러분의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므로 여러분이 진전을 이루도록 도와줄 코치는 아니다. 그들이 여러분을 믿지 않으면 여러분은 금방 자신감을 잃는다. 그들이 여러분을 미덥지 않아 하면 여러분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성장을 저해한다. 말이 씨가 된다.

미덥지 않아 하는 주체가 식견이 없다면 그들의 낮은 기대감은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그들의 확신을 깨부수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게 된다. 누르모하메드는 이를 약자 효과 (underdog effect)라고 일컫는다.

초보자들이 여러분을 미덥지 않다고 여기면 여러분의 도전 정신이 불타오르게 된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낮은 기대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기대를 거스르겠다는 동기가 유발된다. 내가 증명해보이겠다. 여러분의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그들의 의구심이 오히려 자신감을 강화하는 시련이 된다. 예상을 깨고 성공할 약자같은 기분이 든다.

일단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그러한 경험을 자신에게 되새기면 다른 사람들이 틀렸음을 증명할 여러분의 역량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 강해진다.

"여러분 자신이 만든 제약은 여러분을 옥죄는 한계가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든 제약은 격파해야 할 한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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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이것저것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처음에 스포츠카 얘기가 나오는데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것이 상징하는 바가 무언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에 속뜻을 지칭하는 정확한 워딩이 나오지는 않지만, 어떤 ‘획기적인 또는 혁신적인 방법‘ 이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느껴졌다. 이를 책 제목과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월급쟁이로 근로소득을 버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이자나 배당같은 금융소득, 사업을 해서 버는 사업소득, 혹은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한 방법인 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을 얻는 양도소득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듯 하다.

아직 뒷부분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투자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저자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걸어왔던 혹은 달려왔던 길이 어땠는지 살펴볼 수 있을 듯 하고, 저자가 갖고있는 마인드셋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도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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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돈‘에 대한 이중잣대적인 시각에 대해 말한다. 겉으로는 돈을 터부시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행태를 말이다. 저자는 돈에 대해 솔직해지자는 얘기와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을 역설한다. 이를 강조하기위해 저자는 가난의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얘기하면서 하기 싫은 일을 돈때문에 어쩔수없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지를 말한다.

설사 돈에 초연한 사람일지라도 가난이 주는 고통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돈이 지닌 힘이 단순히 어떤 금액적인 것을 훨씬 뛰어넘는 강력한 것임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둘 중 하나의 삶을 살게 된다.
돈의 노예이거나, 자유인이거나. - P22

결국 너희는 달리게 되어 있으니 시간낭비 말고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라고, 지금 달리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라고. - P25

욕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 P26

이 경주는 제한시간이 없다고 했다. 평생이란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 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내게 승산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26

어차피 평생을 달려야 할 게임이라면 차근차근 나만의 무기를 준비해 최대한 멀리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 P26

그들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경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차피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경기는 진행되고 있다. 누구도 그들의 투정을 듣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세력까지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년 전, 수십 년 전,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온 것이다. - P29

나는 계속해서 책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스포츠카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료가 필요했고, 재료를 마련할 돈이 필요했다. 나는 돈을 벌기 시작했고, 재료를 준비해나갔다. 조금이라도 빠른, 그리고 평생 경주하는 데 쓸 나만의 튼튼한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 P30

출발점에는 아직도 달리지 않고 서 있는 이들이 있었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차를 사주지 않은 부모를 욕하고 있었다. 또한이 경주를 만든 보이지 않는 주최자를 원망했고, 눈앞에 있는 심판을 한 대 패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심판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그런 경찰들도 싸잡아 욕했다. 모두가 불평과 분노의 대상이었다. - P30

아무도 나에게 방법을 일러주지 않았다. 철저히 나 혼자서 깨지고 부딪히며 얻은 것들이었다. - P31

그들은 말했다. 꼭 멀리 가야만 이 경주의 승자가 아니라고, 어디에 있든지 스스로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너는 멀리 가는 대신 자신들과 함께 이 경주를 만들어낸 이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말이다. - P31

그들은 어느새 자신들만의 이념을 만들어냈고, 교묘한 합리화 논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장과 달리 그들은 결코 행복할 수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마음만 다잡는다고, 전혀 만족하지 않으면서 만족하는 시늉을 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그들은 더 불행해질 것이다. - P31

그러는 와중에 그들 사이에서도 묘한 신경전이 생겨났다. 다들 출발점 언저리에 머물고 있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간 자들이 자신보다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텃세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자신이니 같은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한 발짝이라도 앞선 사람들은 뒤에 있는 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서도 계층이 생겨나고 우열관계가 형성되었다. - P31

왜 이 게임이 시작되었는지 의문을 품을 필요 없다. 자꾸 게임은 어떠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지도 말자. 한탄은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에 불과하다. - P32

무식하게, 무작정 달리라는 것도 아니다. 먼저 자신의 위치를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공부하며 준비해야 한다. 분명 방법은 있다. 당연히 쉽게 얻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능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 P32

이미 경기가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흐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제 막 경기에 참가하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너무 늦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얼마든지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명심하라.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만의 성공적인 경주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면 그만이다. - P32

열심히 공부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자.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자신이 신고 있는 초라한 신발만 바라보고 있기에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지름길은 있다. 방법도 있다. 그 과정을 몸소 겪어온 내가 확신할 수 있다. - P32

어차피 평생 지속될 경주다. 당신에게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특히나 이제 막 경주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좌절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괴롭겠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래야 발전적인 모색이 가능하다. 이 책이 당신에게 지름길을 알려주는 지도가 될 것이다. - P33

사람들은 돈에 대해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돈을 ‘악‘으로 치부하곤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은 나쁜 놈들이고, 가난한 나는 착하게 사는 순진한 사람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돈은 많이 갖길 원한다. 모순이다. - P34

가난한 집안일수록 돈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이 집안에 깔려 있으면 가난의 덫에서 평생 헤어 나올 수 없다. - P34

생각의 위력은 놀라울 정도라, 때로는 운명을 좌우하기까지 한다. - P34

우리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지만, 필요할 때 언제라도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는 ‘저금통장‘이라는 친구보다 좋은 친구는 없다. - 존 템플턴 - P35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돈에 관한 올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돈이 왜 소중한지, 왜 그토록 피땀 흘려 일하며 돈을 벌고 있는지 그 가치에 대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지닌 사람만이 건강한 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35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돈이다. 하지만 반대로 돈을 밝히면 속물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돈에 얽매인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 P36

돈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당연히 돈을 잘 다룰 수 없고, 점점 더 돈과 멀어진 삶을 살게 된다. 성장과 번영, 성취와 풍족함에 관해 깨우치기보다 자꾸 결과의 평등에만 주목하다보니 자본주의 사회의 부적응자가 속출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한탄뿐이다. 부모, 회사, 국가를 원망하고 결국 자신의 인생 전체에 회의를 갖는 진짜 루저의 삶을 사는 것이다. - P36

다만, 돈이 인생의 절대 가치이자 전부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돈을 위한 삶이어서는 안 된다. 돈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재료일 뿐이다. 목적을 분명히 해야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다. - P36

일본의 재정전문가 혼다 세이로쿠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가난해지면 스스로 괴로울 뿐 아니라 의리도 없어지고, 인정도 메마를 수밖에 없다. 결국 돈이 없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인격적으로도 신용을 잃게 되며, 품성마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돈은 매우 귀중한 것이며, 그 소중한 돈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돈의 의미, 돈을 버는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 P36

부자가 되고 싶다면,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돈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돈이 나에게 자유를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고, 가정에 행복과 평안을 가져올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 P37

기억하라. 돈을 무시하는 자는 결국 돈 때문에 무시당하게 될 것이다. - P37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자(資)‘ ‘본(本)‘ 즉, 재물이 근본을 이루는 국가라는 말이다. 당신이 자본주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더 나은 대안체제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 P39

재물, 즉 돈이 근본인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돈에 대해 배우지 않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전혀 잘살고자,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 P39

부는 대물림 된다. 부 자체가 대물려지지만, 돈에 대한 가치관이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유대인이 전 세계의 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을 쓰는 법, 돈을 버는법, 돈을 불리는 법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 P39

조금 뒤로 물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길 바란다. - P39

눈앞의 단기적인 문제에만 집착하면 우리의 삶에 여유가 존재할 틈이 없다. 중·고등학생 때는 사회가 알아주는 대학만을 목표로, 대학생이 되어서는 안정적이며 연봉이 높은 직장만을 목표로, 직장에 들어가서는 승진만을 목표로, 나이 든 이후에는 노후대비만을 목표로 사는 치열한 삶. 그 끝에 추구하고 있는 것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결국 ‘돈‘이다. 돈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평생 눈앞의 단기적 목표를 바라보며 준비만 해야 하는 것이다. - P40

오늘날 유태인이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삶의 치열함을 몸소 가르쳐왔고 그에 걸맞은 경제교육을 시켜왔기 때문이다. 돈의 달콤함보다 혹독함을 일찍이 깨우친 까닭이다. - P40

쓰디쓴 돈의 맛을 보아야 한다. 돈의 혹독함을, 처절함을,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가난의 사슬을 끊고 돈을 다스릴 수 있는 길이다. - P41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라. 그러한 태도가 당신을 경제적 자유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 P41

사람들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 P42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시청자는 대한민국 상위 1% 재벌이 아니다.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의 서민이다. 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사랑을 받기 위해 제작진은 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리만족용 환상과 희망을 그려낸다. 그래서 소위 대박나는 드라마에는 늘 잘생긴 재벌집 아들과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러브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또 어떤가. 언제나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서민이다. 현실은 고달프지만 곧 상황이 나아지길 꿈꾸며 힘들어도 웃는 사람들 말이다. - P44

굉장한 모순이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응원과 격려와 위로를 보내면서, 부유하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는 시기와 질투어린 저주를 퍼붓는다. 돈 많으면 나쁜 놈이고, 가난하면 착한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착해서 가난한 것이고, 나빠서 부자가 된 것일까. - P45

미디어에 속아선 안 된다. 진실은 불편한 법이다.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도 당신으로부터 욕먹을 짓은 하지 않았다. 부자들은 나쁘다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들은 남들보다 돈의 가치를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기에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뿐이다. - P45

만약 당신이 치열하게 돈을 벌어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입장을 바꾸면 답이 보이기 마련이다. - P45

개인적으로 가난보다 더 가혹하고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난은 단순히 불편함으로 치부하고 그칠 문제가 아니다. 가난은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며, 다른 모든 질병의 숙주가 되기도 한다. - P46

가난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게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 도리어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든다. 이것이 가난이라는 질병이 지닌 가장 무서운 점이다. - P46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아끼려고 일부러 사지 않는 것과,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특히나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성장기에 겪는 가난은 자신감 상실, 학교 부적웅, 폭력, 일탈 등의 거칠고 자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헛되이 보낸 학창시절이 이후의 삶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 P47

가난은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든다. 화려한 곳에 가면 괜히 위축이 된다. 그러다보면 거부감이나 반감이 생기게 되고, 부유한 계층이나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잘나가는 이들에게 무언가 배우려는 태도보다는 시기와 질투를 하며, 자신의 가난을 합리화하고자 사회구조를 원망한다. 절도, 강도, 폭력, 살인 등의 범죄나 자살과 같은 일의 대부분은 가난, 즉 돈이 없음에서 기인한다. - P47

가난은 치명적인 질병이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병은 완치되지 않는다. 형편이 나아지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언제고 다시 재발하고 만다. 그뿐 아니다. 이 질병은 전염성도 지니고 있어 가족이나 주위 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 P47

이처럼 세상에는 심각한 질병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세상을 향한 독기어린 비판을 쏟아내고, 돈에 쪼들려 늘 근심이 가득하고,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못하는 사람들, 돈이 없어 연애도 못하고 공부도 할 수 없으며 병원에도 갈 수없다. 아이를 낳거나 꿈을 좇을 용기도 없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하루하루 돈의 노예로 살고 있다. - P47

부모로부터 이 병을 물려받은 사람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2세에게도 자연스럽게 전염된다. 서러운 현실이지만 가난은 그렇게 대물림된다. - P47

이제 인정해야 한다. 남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낭비는 그만둘 때다. 가난이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하자. 어떻게든 완치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이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 P48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당신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돈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대부분도 역시 돈에 의한 것이다. 가난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으면서, 이것이 병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치료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병은 악화될 뿐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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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 말의 근거가 된 실험에서 있었던 결과를 토대로 이 문장이 말이 되는 문장이라는 것을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독자인 나는 처음에 이런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은 한 번 믿고 가보기로 했다. 과학은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근거하여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실험 과정과 그 이후에 드러난 결과를 토대로 쉽게 믿기지는 않지만 결국 말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과학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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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본문을 읽다보면 저자도 책에서 고전역학, 양자역학 등 과학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관련 이론이나 내용들을 이해해보려고 발버둥쳤다는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었다. 생년처음보는 용어들과 난해한 수식들을 보면서 얼마나 생경한 느낌을 받으셨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정도다.

독자인 나는 문과 출신의 저자가 어렵고 난해한 과학 용어들과 개념들을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것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데, 진짜 과학자들이 쓴 책들을 한두권도 아니고 여러권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저자의 고충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p.227에 밑줄친 내용 중에 저자가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독자인 나는 ‘유시민 작가님, 고맙습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저자가 본문에 고백한 것처럼 과학 관련 책들을 여러권 읽고 공부해본 자신조차도 빛과 전자가 입자이고 파동이라는 것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상대성이론 역시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과학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인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과학에 좀 더 친숙해지고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이 책마저도 읽지 않았다면 어쩌면 죽을때까지도 과학이라는 것과는 어떠한 인연도 맺지 못한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문과출신의 저자가 쓴 과학관련 책을 만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과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친밀해지고 약간의 호기심도 생긴듯 하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건 계속 진화하며 발전해나갈텐데 그러한 발전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각이 생긴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책의 앞부분에서 나왔던 원자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는데, 이와 관련된 질문이 하나 나온다.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밑줄 친 부분에서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해준다. 읽으면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내용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입자는 두 슬릿 중에 어느 하나만 통과한다. 파동은 두 슬릿 모두를 지난다. 고전역학으로는 그래야 한다. 그런데 전자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 P214

전자의 운동을 확인하려고 사진을 찍었고, 믿기 어려운 결과를 받았다. 사진에는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전자가 없었다. 모든 전자가 두 슬릿 가운데 하나를 지났고 스크린에 줄무늬가 두 개 생겼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않고 똑같은 실험을 하면 언제나 줄무늬가 여럿 생겼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측정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전자는 누가 보면 입자였지만 아무도 보지 않으면 파동이었다. - P214

과학은 마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 P214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려면 전자를 봐야 한다. ‘전자를 본다‘는 건 무엇인가? 물리적으로는 ‘빛이 전자에 충돌하고 튀어나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 P215

빛도 전자와 마찬가지로 파동이고 입자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입자는 운동량이 있다. 가시광선 영역 빛 입자의 운동량은 날아가는 모기 운동량의 1/10^24쯤 된다. - P215

전자의 질량은 9/10^28 그램에 불과하다. 전자의 위치를 알려고 빛 입자를 전자에 충돌시키면 전자의 운동량이 달라진다.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빛 입자의 운동량은 크다. 따라서 위치가 정확해지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지고, 운동량이 확실해지면 위치가 부정확해진다. 전자현미경을 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의 운동은 확률로 기술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불확정성 원리‘의 요체다. - P215

슬릿A를 지나는 상태와 슬릿B를 지나는 상태가 하나의 양자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양자 중첩量子重疊 (quantum 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 P215

전자는 두 슬릿 가운데 하나만 지나는 것도 아니고 두 슬릿을 모두 통과하는 것도 아니다. 측정하기 전에는 전자의 상태를 알 수 없고 측정하면 중첩상태가 깨진다. 물리학자들은 고전역학의 방정식으로는 이러한 입자의 운동을 서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서술방법을 찾아냈다. 하이젠베르크는 행렬行列(matrix)역학으로,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으로 전자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 성공했다. - P216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 P216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로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P216

양자역학은 우주를 둘로 갈랐다.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지배하는 거시세계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이 존재하는 미시세계로. - P217

과학은 보편법칙을 탐구한다. 과학자는 우주를 서로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두 영역으로 나누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슈뢰딩거는 그런 이분법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애먼 고양이를 끌어들였다. - P217

어떤 원자가 A와 B 두 상태일 수 있다. 원자가 A상태면 아무 일이 없지만, B상태면 기계가 작동해 독약 병을 깬다. 독약 병과 고양이 한 마리가 상자에 들어 있다. 그런데 원자는 중첩상태여서 A인 동시에 B일 수 있다. 독약병은 멀쩡한 동시에 깨져 있을 수 있다.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죽어 있다. 원자는 미시세계에 속하니까 그래도 된다. 그러나 고양이는 거시세계에 속한다. 죽어 있는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없다. 독약 병도 그렇다. 원자도 그럴 수 없다. 하나의 입자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는 중첩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 - P217

‘철학은 거대한 책 우주에 수학이라는 언어로 씌어 있다. 수학을 모르면 철학을 파악할 수 없다.‘ 갈릴레이가 『분석자』Il Saggiatore 라는 책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 철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다. 정말 그렇다. 수학 없이는 우주의 운동법칙을 이해하고 서술하기 어렵다. - P219

큰 성취를 남긴 과학자는 다들 수학을 잘했다. 갈릴레이의 말이 옳다는 것은 케플러와 뉴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케플러가 뛰어난 수학자였다면 뉴턴보다 먼저 만유인력 법칙을 정립했을지 모른다. - P219

케플러는 튀코 브라헤의 천문 관측 기록을 연구해서 찾아낸 행성의 운동법칙을 인간의 언어로 서술했다. 첫째, 행성은 타원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타원의 초점에 있다.
둘째, 행성의 동경動徑, radius vector (행성과 태양을 연결한 선분)은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넓이를 쓸고 지나간다. 공전궤도가 태양에 가까울수록 행성이 더 빨리 달린다는 뜻이다. 셋째, 행성의 공전주기를 제곱한 값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를 세제곱한 값에 비례한다. 행성은 태양에서 멀수록 더 천천히 움직이고 그 관계는 수학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 P220

첫째와 둘째 법칙은 천상계의 완벽함을 가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을 깨뜨렸다. 셋째 법칙은 행성의 운동을 서술하는 데는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P220

뉴턴은 케플러가 인간의 언어로 말한 행성 운동의 법칙을 포함한 물질세계의 일반법칙을 수학으로 서술했다. 케플러라면 ‘우주의 모든 입자들은 그들의 질량을 곱한 것에 비례하고 그들 사이의 거리에 제곱한 것에 반비례하는 힘으로서로를 끌어당긴다‘고 말했을 그 법칙을 뉴턴은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만유인력 공식이다. - P220

F=G×m1m2/d²
(F는 인력, d는 거리, m1, m2는 두 물체의 중량, G는 중력상수) - P220

이 방정식은 우주 어느 곳에 있는 어떤 물체에도 다 들어맞는다. 케플러의 행성 운행법칙도 도출할 수 있다.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니 ‘천상의 압축미‘를 지닌 한 편의 시라고 해도 될 것이다. - P220

우리는 이것이 완전한 진리를 서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우선 입자가 활동하는 미시세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거시세계를 다 설명하지도 못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두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보일 뿐이다.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내놓기 전에는 그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 P221

여기서 ‘천천히‘는 범위가 넓다. 초음속 항공기나 발사대를 떠난 인공위성 로켓처럼 우리 눈에는 아주 빨라 보이는 물체의 운동을 포함해 고전역학으로 서술할 수 있는 운동은 다 ‘천천히‘의 범위에 들어간다. 다른 천체에 우주선을 보내고 망원경을 태양계 밖으로 내보내는 우주 탐사 작업도 마찬가지다. - P221

아인슈타인은 고전역학이 거시세계의 운동을 대체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예측하지만 특정한 조건 아래서만 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P221

최초의 핵폭탄 제조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E=mc²(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희봉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을 추천한다. (중략) 책의 초점은 에너지 보존 법칙과 질량보존 법칙이 별개가 아님을 설명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전환되니 진정 불변인 것은 질량과 에너지의 합이며 둘을 매개하는 상수가 빛의 속도라는 것이다. - P222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이 있어서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었다는 생각 역시 오해다. 그 공식은 물질의 질량은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것만큼의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 P222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 정확하게는 299.792.458km/s로 음속의 무려 90만 배나 된다. 제곱하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이 공식(E=mc^2)에 따르면 질량 1그램인 물질은, 어떤 물질이든, 보통 규모 핵발전소 하루 발전량과 맞먹는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 P223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에서 에너지로 변한 질량은 1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냈다. - P223

실험물리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공식과 상관없이 중성자를 우라늄(U235) 원자핵에 밀어 넣어 연쇄분열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핵폭탄은 이론물리학이 아니라 실험물리학의 산물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실험실이 없는 이론물리학자였다. 그의 공식은 핵폭탄이 왜 그토록 강력한지 알려주었을 뿐이다. - P223

상대성이론은 철학의 상대주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 ‘상대성‘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고전역학의 상대운동 법칙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물리 현상이 전혀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이라는 실험 결과를 이해하려다가 새로운 물리학을 창안했다. - P223

어떤 물리 현상이 절대적인가? 빛의 속도다. 빛은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도 빛의 속도로 달린다.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빨리 움직이지는 못한다. 빛보다 빠른 속도를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절대온도 0도보다 낮은 온도가 그런 것처럼, 물리적 의미는 없다. 절대온도 0도는 모든 입자의 운동이 멈추는 온도로 섭씨 -273.15도에 해당한다. 그보다 낮은 온도는 물리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빛보다 빠른 속도 역시 그렇다. - P224

고전역학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공간은 공간이고 시간은 시간이며, 둘은 얽히지 않는다. 공간의 기하는 유클리드기하학을 따르고 시간은 모든 관측자에게 동일하다.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과 크기는 불변이고 시간은 모든 곳에서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른다. - P224

아인슈타인의 세계는 속도와 스케일이 다르다. 뉴턴의 세계에서는 무관한 것들이 하나로 얽힌다. 움직이는 물체가빛의 속도에 접근하면 크기가 줄어들고 시간은 느려진다. 가속에 쓴 에너지가 질량으로 바뀌어 물체의 질량이 증가한다. - P225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빛은 직선으로 달리다가 별 가까이에서 휜다. 별이 물체를 끌어당겨서가 아니다. 중력이 시공간을 구부렸기 때문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시공간의 곡률이 매우 작을 때는 잘 들어맞지만 곡률이 크면 어긋난다. - P225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없는 상황에서 공간·시간·물질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먼저 세웠고 10여 년 후에 중력을 고려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했다. - P225

고전역학으로는 상대성이론이 진리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빛은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려면 행성 · 별 · 블랙홀 같은 천문학적 스케일의 공간과 사건이 필요하다. 천문학자들은 관측 자료와 이론의 예측치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 P225

결론은 분명하다. 상대성이론이 틀렸다면 우리의 일상이 지금처럼 질서정연하게 돌아갈 수 없다. - P225

행성의 공전궤도는 타원이다. 행성의 공전궤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을 ‘근일점‘近日點(perihelion)이라고 한다. 공전궤도의 장축 방향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근일점도 매우 느리게 태양 주위를 이동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계산한 수성의 근일점 이동 추정 값은 관측 값과 일치했다. 반면 고전역학으로 추정한 값은 100년에 약 43 아크초arcsec 정도 오차가 났다. - P226

아크초는 각도의 단위로, 1아크초는 1/3,600도이다. - P226

거대한 천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세계에서는 매우 작은 측정 오차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지구 자전속도는 적도 기준 초속 465미터로 음속보다 빠르다. 공전속도는 초속 30킬로미터나 된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수직축을 2억 5,000만 년에 한 바퀴 도는데 공전속도가 무려 초속 200킬로미터다. - P226

항공기와 선박과 자동차 등 현대의 교통수단은 대부분 위성항법장치를 쓴다. - P226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주행할 때 내비게이션이 오차 범위가 몇 미터를 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위치를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위성이 송출하는 신호를 25나노초(10억분의 25초) 안에 포착해야 한다. - P226

위성의 이동과 지구의 중력장이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고전역학으로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운영할수 없다. - P226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위성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에 7마이크로초(100만분의 7초)씩 뒤처진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그 원자시계는 지구 중력 때문에 하루 45마이크로초 빨라진다. 종합하면 위성의 원자시계는 지상의 시계보다 하루 38마이크로초 빨라진다. 위성항법장치가 감내할 수 있는 오차 25나노초의 무려 1,500배나 된다. 뉴턴 역학으로 위치를 계산하면 내 차가 시속 110킬로미터로 달릴 경우 하루에 10킬로미터씩 오차가 생긴다. 유럽이라면 며칠 안에 다른 나라에 갈 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저절로 말이 나왔다. ‘아인슈타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 P227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직관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 P227

우리는 빛의 속도를 보거나 구부러진 공간을 느낄 수 없다. 이론에 따른 예측과 실제 관측 결과가 일치하고, 그 이론이 틀렸다면 일어나야 할 혼란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니 옳다고 믿는 것이다. - P227

나는 머리를 쥐어짜서 고전역학을 일부 ‘이해‘했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해‘ 할 수 없었기에 그냥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는 초인간적·초자연적 인격신의 존재를 믿고 경배하는 행동양식이 호모 사피엔스 군집에서 진화한 이유를 어쩌면 알 듯도 하다. - P227

생물의 몸은 세포의 집합이다. 세포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원자의 결합이다. - P228

사람의 몸을 원자 단위로 분해하면 산소·탄소·수소·질소·칼슘·인이 질량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1퍼센트는 칼륨·황· 나트륨· 염소 · 마그네슘·철 등이다. 혈액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철이 그런 것처럼 이 원소들은 양이 적어도 생명활동에는 매우 중요하다. - P228

우리 몸의 원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문과 감성을 입히면 이런 질문이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물리학이 대답한다. ‘별에서 왔지.‘ - P228

이론만 보면 원자 제조법은 간단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좁은 공간에 집어넣고 전자를 양성자 수만큼 오비탈에 뿌리면 된다.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달리 고려할 게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가까워지면 서로 강하게 당기거나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핵에 욱여넣으려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에서 엄청나게 강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지구에는 그런 일을 할 만큼 온도가 높은 곳이 없고 그 정도로 강한 압력을 만들 방법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에서 왔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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