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우생학자들에 의해 사람들의 표준 치수를 측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특별히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표준화된 치수에 기반하여 제품이 생산되는 기성복 패션 산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해본다.

기성복 패션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18세기 말에 일어났던 제1차 산업혁명이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의류 제작 과정이 단순해지고 비용도 저렴해졌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서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정말 관련 업계의 판을 크게 뒤집어놓을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AI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 변화의 물결에 제 때 올라타지 못한다면 시대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다시금 느끼게 되면서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야한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읽다보니 표준화된 수치를 얻기 위해 앞선 포스팅에서도 잠깐 봤던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통제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군대에서 데이터를 측정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데이터라는 게 활용하기에 따라서 정말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데 기성복과 관련하여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남성의 표준 데이터는 그래도 편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여성의 경우 표준 데이터가 있더라도 개개인별로 가슴 둘레와 엉덩이 둘레의 편차가 커서 의류를 표준화하여 제작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실제 신체사이즈와 맞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것과 관련하여 저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에비게일 글럼-래스버리 라는 사람의 말을 통해 여성복 업계에서 표준화된 치수로 소비자들에게 맞는 옷을 만들어내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독자인 나만의 용어를 사용하여 이것을 단순한 말로 정리하자면 ‘업계의 고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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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나타샤 와그너‘라는 모델에 대한 얘기가 소개되는데 이 모델은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를 가진 모델로 많은 기성복 업체들에게 선호되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이 모델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은 평균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에 기성복 제조 업체들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맞는 옷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이런 걸 보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것보다는 뭐든지 적당한 것이 낫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물론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말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사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의류 업계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독자인 나만의 문장으로 이 부분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의류 업체들은 사람들의 몸에 맞는 옷을 제작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와 더불어 의류생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제성이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표준화된 대량생산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 몸에 딱 맞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혹시 운이 좋아서 의류 업체가 모델로 사용한 사람의 치수와 완전히 동일한 신체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어쨌든 이러한 최적화와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 어딘가에서 절충점을 찾아나아가는 과정이 의류 업계가 풀어야할 과제다. 여기서 저자는 이 과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이러한 옷과 사람의 몸이 정확히 매칭이 안되는 불가피한 상황을 본문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의 몸은 제멋대로예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의 몸이라는 걸 획일화할 수 없다는 것과 더불어 참 인간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 또한 이는 비단 몸이나 생김새같은 외적인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질들로 인해 형성되어가는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성격들 또한 각양각색이다. 문득 가수 싸이의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사가 생각났다.

˝세상이 나를 뭐라 판단해도~ 그냥 사는거야. 생긴대로˝

이 가사처럼 생긴대로 사는거지 뭐 어쩌겠나. 무슨 게임처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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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단락을 바꿔서 ‘저항‘이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 글은 뉴욕 퀸즈 애스토리아의 술집인 아이콘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여 쓴 글인데,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분야인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이 일부 등장한다. 여기서 이와 관련된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글의 요지와는 논외의 얘기이므로 따로 하진 않겠다. 다만 이와 관련된 용어인 드래그 퀸, 펨, 크로스드레서 등과 같은 단어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용어들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드래그 퀸 같은 경우 본문에 별도로 의미가 나와있지 않아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여장을 한 남성을 지칭한다고 했다. 아마도 남남인 동성커플 중 한 사람이 여성의 역할을 해야할 때 혹은 드래그 쇼같은 것을 할 때 여장하는 것을 폭넖게 아우르는 단어라고 여겨졌다.

여기서 저자는 매력적인 드래그 퀸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어떤 업체(플래닛 페퍼)의 사장 부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이 인터뷰에서 사장 부부는 이 분야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당당함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만드는 아이템들이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게 핵심적인 이유였다. 아이템을 착용한 고객들이 ‘제 모습이 달라졌어요,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라는 말을 할 때마다 해당 업체의 공동체 내에서의 기반이 보다 확고히 다져진다는 저자의 말은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갑자기 살짝 생뚱맞긴 하지만 경영학적인 마인드로 이 이야기를 바라봤을 때 독자인 나는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어떤 물질적 혹은 심리적인 이득을 가져다 주는 회사가 결국 해당 업계에서 잘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위 사례에 나오는 업체는 퀴어, 즉 성소수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데, 특정한 아이템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여 고객들의 기분을 좋게해주고 자존감까지 올려주는, 고객들이 느끼기에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전달해주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가치는 바로 ‘당당함‘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앞서 이 챕터의 제목이 ‘저항‘이기도 했고, 퀴어라는 성소수자집단의 문화에 대한 얘기를 통해 이 세상의 그 누구든 간에 자신의 몸이 어떠한 체형이든 관계없이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당당함과 자신감‘ 이라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일명 뽕이라고 불리는 보정 아이템들을 착용하는 얘기까지도 서슴지 않고 하는 것들을 보면서 저자가 ‘당당함‘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와 관련된 얘기들을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기성복 패션 산업은 사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 표준화된 의복 치수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보다도 더 최근의 일이다. 19세기 이전에는 거의 모든 의류가 지금 쿠튀르 의류가 제작되는 방식대로 하나씩, 손으로,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 P177

1300년 이전 유럽의 의류 대부분은 몸에 꼭 맞지 않고 흐르는 듯 느슨했으며, 치수도 여유로워 두루 입을 수 있었다. 중세의 튜닉엔 끈이 달려서 몸에 맞추기 쉬웠고, 사람들 대부분은 성인기 전체를 이런 튜닉 한두 벌로 지냈다. - P178

이렇듯 중세 사람들이 치수가 분화되지 않은 옷을 입고 살았던 건, 옷을 만드는 과정이 워낙 고됐기 때문이다. 옷을 만들려면 손바느질로 천을 꿰매는 것은 물론, 천을 짜기 위해 양모나 다른 섬유를 뽑는 일마저 일일이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그러니 당시 옷은 여러 해 동안 입을 수 있어야 했고, 신장과 몸 둘레가 달라져도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 P178

18세기 말에 제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 직물 제조 과정이 단순화되고 직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기성복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직물 공장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많은 일을 외주하게 되자, 의류를 제작하는 과정은 갈수록 단순하고 저렴해졌다. - P178

1850년대에 재봉틀과 대량 생산이 도입되자 의류 제작에는 또 한 번 대변혁이 일어났다. 옷은 전보다 더 싸졌고,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많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집에서 땀 흘려일하는 재봉사의 임금은 그만큼 상승하지 않았다. - P178

많은 기술이 그렇듯 최초의 표준 의류 치수는 군에서 개발되었다. - P178

군 간부들은 가슴둘레를 재면 신체 비율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가슴둘레를 기준으로 하는 일련의 표준 치수들을 만들어냈다. - P179

군에서 발명한 치수 체계는 전쟁 밖에서는 당시 늘고 있던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일상복으로 입을 정장을 제작하는데 활용되었다. 치수 체계는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언정 그럭저럭 쓸만했는데, 그 이유는 남성의 몸이 여성의 몸보다 살이 적고 분포도 더 균일하기 때문이었다(난데없이 불룩 튀어나온 가슴, 살집 있는 엉덩이, 임신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 P179

남성복 시장은 점점 성장했다. 1890년대 뉴욕의 의류 지구는도시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그러나 의류 산업이 늘 그렇듯, 높은 수익이 공정한 임금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19세기 초 이후 실제로 옷 만드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민자들이었다. 처음엔 아일랜드인 이민자, 다음엔 독일과 스웨덴 이민자, 1890년대에는 남유럽과 동유럽 이민자들이었다. 그들의 근무 조건과 임금은 대체로 최악이었다. - P179

기성 남성복(즉, 가게에서 사서 수선 없이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이 거둔 성공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남성복과 비견할 만한 여성복 치수 체계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제조업체들은 옷걸이에 기성복을 걸어놓고 여자들이 이를 쉽게 구매하게 하면 떼돈을 벌 걸 알았으나, 방법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제일 먼저 시도된 건 옷을 반쯤만 맞춤으로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1890년대에 여성들은 가게나 카탈로그에서 4분의 3 정도 완성된 옷을 구매해서, 자기 재봉틀을 이용해 직접 몸에 맞게 수선해 입었다. 노동의 마지막 단계는 집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 P180

코코 샤넬이 단순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을 분주히 개척하던 20세기 초, 제조업체들은 드디어 전체가 완성된 여성복을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성복 치수 체계를 따라 여성복 치수를 만들려고 했다. 가슴둘레를 전체 신체 치수의 기준으로 삼는 방법을 따라 한 것이었는데, 여성의 몸에 이런 방법이 잘 통할 리 만무했다. 가슴둘레는 여성의 다른 신체 부위의 치수를 조금도 알려주지 못한다. 엉덩이가 큰데 가슴이 작을 수도 있다. 다리가 긴데 가슴이 클 수도 있다. (당대에 흔했던 관행대로) 카탈로그로 옷을 주문한 여성들은 구입한 의류를 대량으로 반품하게 되었다. - P180

패션 업계에서는 1930년대에 이루어진 루스 오브라이언의 연구를 참조하여 그의 데이터를 실전에 적용해보고자 했지만, 제조업체에서는 현실적으로 그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불가능했다. 치수별로 맞추어 금형을 하나하나 제작하려면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오브라이언의 체계에서 제안한 치수는 27개였는데, 그만큼의 금형을 제작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58년 연방 정부 산하 표준국에서 루스 오브라이언의 데이터를 재가공하고, 가슴둘레를 기준으로 삼는 기존 치수 체계와 결합했다. 그렇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치수 체계가 탄생했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모래시계 형태의 신체를 가정하고 가슴둘레를 기준으로 8부터 38까지 짝수로 치수를 매겼다. 치수 체계 사용은 처음엔 의무였으나 1970년에 선택이 되었고, 1983년에는 아예 폐기되었다. 도무지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P181

"당신에게 맞추어 만들어진 옷이 아니라면, 실제로 당신에게 맞을 리 없습니다." - P181

예술가이자 패션 디자이너, 시카고 예술대학 교수인 글럼-래스버리는 치수의 역사와 오늘날 치수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여성복의 치수는 실제로 옷이 몸에 맞는지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당혹스럽고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나 역시 내가 산 옷이 몸에 잘 맞는다고 느낀 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의류 디자이너와 제조업체도 실제로 옷이 사람의 몸에 맞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니, 새로웠다. 그들도 몸에 맞는 옷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단지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의 진보한 기술과 제조업으로도 그 과업이 불가능한 것뿐이다. - P182

글럼-래스버리의 설명에 의하면 옷이 몸에 맞으려면 살이 분포된 형태와 옷이 일치해야 하는데, 살은 표준화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두 여자의 키와 몸 둘레 치수가 정확히 같더라도, 골격 위에 살이 반드시 같은 형태로 붙어 있는 건 아니다. 이 사실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는 가슴이다. 가령 글럼-래스버리와 내가 가슴둘레가 정확히 같더라도, 가슴 모양은 다를 수 있다. - P182

엉덩이도 똑같다. 엉덩이와 허리둘레 치수는 여성의 엉덩이 살이 분포된 방식이나 모양을 알려주지 못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엉덩이엔 규격이란 게 없으므로, 규격화된 바지 치수는 전적으로 비현실적이다. - P182

디자이너들이 옷을 만들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마네킹에 천을 걸쳐보는 것이다. 마네킹은 몸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딱딱하고, 살이 없고, 머리도 없는 토르소와 다리에 불과하다. 초기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나 쓸모 있을뿐, 제작이 진행될수록 무용해진다. 사람들이 앉을 때, 몸을 구부릴 때, 민감한 피부를 가졌을 경우 옷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면 옷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입혀보아야 한다. 자기가 만드는 옷에 대해 제법 이해하게 된 디자이너는 다음 단계로 모델을 불러와 옷이 잘 맞는지 피팅한다. 여성복 바지를 디자인할 경우, 바지 전문 모델을 부른다. - P183

지난 10년 사이 여성복 청바지를 한 벌이라도 입어보았다면, 십중팔구는 너태샤 와그너 Natasha Wagner의 엉덩이에 맞도록 디자인된 바지를 입어보았을 것이다. 와그너는 패션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요를 자랑하는 데님 피팅모델로서 , 세븐 포 올 맨카인드7 for All Mankind, 마더Mother, 시티즌즈 오브 휴매너티Citizens of Humanity, 리던Re/Done, 페이지 Paige, 블랙 오키드Black Orchid, 빈스Vince, 프로엔자 슐러 Proenza Schouler, 갭Gap, 럭키브랜드Lucky Brand, 올드 네이비old Navy, 리바이스Levi‘s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와 일했다. <보그>에서는 그를 "엉덩이로 이 나라를 빚어내고 있는 여성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리파이너리29 Refinery29>에서는 그에 대해 "업계 최고의 엉덩이"를 지녔다고 묘사한다. - P183

와그너의 임무는 나머지 모든 사람을 대표할 몸을 지니는 것, 노마처럼 정상인 동시에 이상적인 몸을 지니는 것, 모든 옷이 실제로 잘 맞는 몸을 지니는 것이다. - P183

"완벽하게 불완벽하다" - P184

"곡선이 과한 (허리가 아주 가늘고 엉덩이가 큰) 사람이나 몸매가 일자인 (골반이 없는) 사람에게 피팅하면, 옷이 특정한 신체 유형에만 맞도록 제약됩니다. (...) 와그너는 날씬하면서도 적당히 볼륨감이 있는 몸매라서, 양쪽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어요." 와그너를 고용하는 디자이너 한 사람이 <보그>에 설명했다. - P184

와그너는 자신이 피팅모델로서 인기 있는 이유를 이처럼 사람들에게 평균으로 인식되는 몸을 지녀서라고 말한다. "예산상 모델을 딱 한 사람밖에 고용할 수 없는 회사에서는 너무 뚱뚱하거나 마르지 않고,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 사람을 원해요."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1945년에 노마를 둘러싼 지배적 담론인 ‘과도함‘의 개념이 떠오른다. 와그너의 몸은 여러 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데도 정상적인 몸의 본으로 사용되고 있다. - P185

의류 업계에 표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치수를 결정하는 건 각 브랜드의 몫이다. 이는 브랜드가 제각기 이상적인 고객을 직접 결정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여러 브랜드의 옷을 입어보면, 치수에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 P185

글럼-래스버리는 브랜드마다 다른 유형의 고객에게 소구하며, 치수를 매기는 방식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특정 브랜드가 팔고자하는 이미지나 이상이 늘씬하고 키가 크고 엉덩이가 적당히 있는 와그너의 치수와 일치하면, 그와 같은 비율을 가진 여성의 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와그너는 적합하다고 판정받는다. - P186

의류 제조업체가 관심을 가지는 건 사람들에게 맞는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고객이 될 사람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 P186

와그너는 경험을 통해 벨트 고리를 요크심에 꿰매지 않으면 바지를 입을 때 뜯어진다는 걸 알고, 주머니는 어떤 형태가 최고로 편리한지도 안다. 와그너는 회사가 완벽한 핏을 완성하면 그냥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옷 뒤쪽이 내려가지 않아요. 허리 밴드가 쓸리지 않고요. 모든 부분이 몸을 알맞게 감싸주는 느낌이죠." - P186

와그너는 옷의 기초가 되는 이상적인 몸 형태를 제공한다.
그러나 회사들은 보통 옷을 한 개 치수만 만들지 않는다. 각자 조금씩 다른 수학 공식을 활용해, 프로토타입의 큰 버전과 작은 버전을 만들어낸다. ‘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글럼-래스버리가 설명하길 대단히 복잡하다고 한다. - P187

사이즈가 커질 때마다 옷에 들어가는 천의 양도 비례해 많아지므로 2사이즈와 4사이즈의 차이는 1인치지만 14사이즈와 16사이즈의 차이는 2.5인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P187

천이 더 들어가는 부위도 항상 같지 않다. 회사들은 치수를 늘릴 때, 체구가 커질수록 살이 어느 부위에 붙는지를 염두에 둔다. 따라서 치수가 커져도 목둘레는 별로 달라지지 않지만 의상의 전면 중심에는 천이 1인치 더 필요할 수 있다. - P187

둘레만 늘어나는게 아니라, 길이도 늘어난다. 여기엔 4사이즈를 입는 여성이 10사이즈를 입는 여성보다 키가 작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다. 옷치수가 커질수록 이런 가정들이 쌓여가고, 그만큼 옷이 몸에 잘 맞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 P187

이 지점에서 나를 당혹하게 한 건(먼 옛날부터 도통 이해할수 없었던 건) 이렇게 엉망진창인 치수 체계가 사업 모델로서 버젓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P188

의류업은 세상에서 가장 큰 산업의 하나다. 제품이 고객들에게 잘 맞을 거라고 담보할 수 있다면, 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지 않을까? 분명히 이보다 더 수익성 좋고 개선된 방법이 있을 것이다. - P188

글럼-래스버리는 의류 업계에서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을 만드는 건 업계 사람들이 잔인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어쩔 수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기억하세요, 옷은 당신의 몸과는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집니다. 옷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기본적인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지요." - P188

패션은 대규모 산업이라 회사가 돈을 벌 유일한 방법은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이고, 그 절차의 효율성을 높일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설령 제조업체가 한 번에 티셔츠 200벌의 패턴을 재단할 수 있다 해도, 천을 바느질하는 작업은 누군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바느질을 할 줄 아는 로봇은 아직 없다. 우리가 입는 모든 의류는 사람이 재봉틀 앞에 앉아서 바느질한 것이다. - P188

의류 업계는 역사 내내 노동력 착취와 기타 비윤리적 노동 관행을 두루 활용해 바느질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낮추었지만, 그래도 획기적인 가격 인하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현실 인간의 몸에 맞도록 치수를 다양화하고 변형한 의류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해진다. - P188

"지금의 치수 체계가 잘 작동하려면, 우리 신체 부위가 교체 가능한 부품이 되어야 합니다." 글럼-래스버리가 설명한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부품들처럼요." - P189

그는 치수의 한계를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다. 작은 의류 브랜드를 운영했을 때, 그의 목표는 예쁜 천으로 사람들의 몸에 잘 맞는 아름답고 품질 좋은 의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옷은 현실 사람들이 지닌 가지각색의 몸에 잘 맞지 않았다. 목표는 분명히 몸에 맞는 옷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목표는 아무리 해도 달성할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 실현 불가능했다. - P189

"우리의 몸은 제멋대로예요." - P189

제멋대로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깊게 남았다. 우리 몸은 반항아다. 치수에, 자본주의에, 급을 나누고 위계를 세워 통제하려는 끊임없는 시도에 저항한다. 몸이 제멋대로라는 생각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실로 느껴지기에 호소력이 크다. - P189

나는 나이트크림을 바르고, 스쾃을 하고, 잘 맞지 않는 바지 안에 내 몸을 욱여넣으려 애쓰지만 그래도 내 몸에는 주름살과 셀룰라이트와 아무리 봐도 엉망이라 느껴지는 엉덩이가 있다. 내 몸은 그것을 통제하려는 내 노력에 끊임없이 저항한다. - P189

하지만 물론 모든 사람이 자기 몸을 기준에 욱여넣으려 애쓰는 건 아니다. 모두가 정상이 되려고 애쓰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몸이 제멋대로라는 게, 몸이 무수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한껏 즐길 거리가 되기도 한다. - P190

퀸즈 애스토리아의 술집 아이콘에서 만나는 모든 게 그렇듯 스페셜 드링크는 유쾌하고, 말장난이 섞여 있었으며, 퀴어스러웠다. - P191

지하철을 제외하면, 아이콘은 내가 뉴욕에서 가본 곳 중 가장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인종·젠더·계급 표현이 당당히 전시되어 있었다. - P192

내가 아이콘을 방문한 목적은 우리 몸과 치수의 역사에,
노마를 만들어내고 전시한 사회의 젠더 규범에 깊이 새겨진
‘동일성과 정상성‘의 해독제를 찾기 위해서였다. 과연, 이보다 더 나은 곳에 올 수는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93

‘펨 (레즈비언 커플 가운데 전통 이성애 관계의 여성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옮긴이)‘ - P192

아이콘에서 엉덩이는 공개적으로 갖고 놀 수 있는 것, 취향과 인격에 따라 부풀리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 엉덩이는, 우리 몸은, 그 공간 안에서 어떤 규범을 따르기는커녕 혼란을 일으킬 즐거운 장소가 되었다. 그곳에서 나는 궁금해졌다. 이런 다중성은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 이 위풍당당한 엉덩이들은 전부 어디서 온 걸까? - P194

크로스드레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다른 성별의 것이라 인식하는 옷을 입는 사람들 - 옮긴이), - P196

"우리는 여성적인 몸을 지니지 못했지만 여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의상을 만들고 있었어요. 처음 우리를 찾아왔을 때 그들은 여느 사내와 다르지 않게 보이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일단 몸부터 건드리고, 다음으로 의상을 작업했어요. 곧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드래그 퀸이나 여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엉덩이 뽕을 만드는 사람은 우리 전에 없었다고요." 바틀릿이 설명했다. - P197

"어떤 몸을 가져야 하는지 깨닫는 순간, 드래그 퀸들의 머릿속에서는 스위치가 켜집니다.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죠. 진심으로 원하는 몸과 손톱과 가슴을 가지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걷게 돼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게 되고요.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호령하게 되죠." - P198

"여성이 되는 걸 상상할 때, 보통은 가슴과 머리카락과 얼굴에만 집중해요. 하지만 모든 걸 극적으로 바꿔놓는건 바로 이런 골반이랑 엉덩이죠. 많은 사람이 말해요. ‘제 모습이 달라졌어요,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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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을 함께 병행해서 읽다보니 이 책을 거의 2주 정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동양과 서양의 건축 양식을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서양 쪽 얘기를 좀 더 해본다. 앞 부분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서양 문화에서 수학이라는 것이 여러 부분에서 기반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이었다. ‘만약에 수학이 없었다면 과연 서양의 건축이 이 정도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그 대답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였다. 이 책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들이 사례 이미지로 여기저기 수록되어 있는데 수학이 없이는 그런 거대한 규모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좀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수학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듯 하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 중 상당수는 동 저자의 다른 책인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읽어봤던 내용에 약간의 부연 설명이 추가된 정도의 느낌이라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비교적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판테온과 석굴암을 비교하는 내용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본문에서 어떤 거창한 고고학적인 증거까지는 없지만 지극히 건축가적인 시각에서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통해 두 건축물과 그 특징들을 비교하였다. 또한 두 건축물이 다양한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지어진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떤 건축물도 그냥 아무렇게나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과 질서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어떤 기하학적인 규칙일수도 있고 다른 것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이루기위한 것일 수도 있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무엇이든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이건 비단 이 책에 나온 건축물만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 제각기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사람이든 문화든 건축 양식이든 종류를 불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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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다는 ‘비열‘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저자는 분명 초등학교 때 배웠다고 하는데 왜 독자인 나는 난생 처음 듣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본인의 과학 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단순히 문송하다고 하면서 넘길 것이 아니라 과학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

아무튼 쓸데없는 사설이 길었고,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비열‘이란 비열하다고 할 때 쓰는 그 비열이 아니고 단위 질량의 물질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 비열의 개념을 통해 물과 흙, 즉 바다와 땅의 비열의 차이가 기압의 차이를 발생시켜서 바람이 부는 원리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가 이것을 책에서 언급한 이유는 뒤에 나오는 삼각돛이 만들어낸 공간적 혁명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함인듯 하다.

이후 이어질 삼각돛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추가로 더 다뤄보겠다.

서양 문화에 내재된 수학을 향한 뿌리 깊은 믿음은 건축, 음악, 그림 등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 P125

 기원전 100년경에 로마의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그의책 『건축 10서De architectura』에서 건축물의 ‘비례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강조했다. - P125

원은 하나의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을 연결한 도형이다. 예를 들어서 삼각형을 설명하려면 세 점의 위치라는 세 가지 정보가 필요하지만 원은 하나의 점과 반지름 길이라는 두 가지 정보만 있으면 정의 내릴 수 있다. 원은 여러 기하학 도형 중에서 가장 단순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완전함과 근원의 상징으로 원이 사용된다. - P128

최초의 종교 건축인 ‘괴베클리 테페‘에서도 평면도는 원의 모양을 띠고 있으며, 이후로도 원은 가장 원초적인 공간의 상징으로 발전해 왔다. 어쩌면 인류가 모닥불을 피우고 불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앉은 이후, 아니면 그보다 먼저 하늘의 해와 달이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이후로 원은 인류의 의식 속에 가장 원초적인 도형으로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 P128

우리나라의 ‘강강술래‘라는 춤은 동그란 보름달 아래에서 동그랗게 원형으로 손을 잡고 빙빙 도는 춤으로, 가장 원시적이면서 본능적인 춤 문화다. 원형으로 빙빙 돌면서 추는 춤은 아프리카 원주민부터 아메리카 인디언까지 거의 모든 시대와 문화권에 있다. 원은 이렇듯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어서 힘을 가지고 있는 기하학이다. - P130

한다. 단순한 원의 ‘판테온‘ 공간과 달리, ‘하기아소피아‘에는 같은 형태의 돔이 다른 스케일로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중앙에는 평면상 반지름 A 크기의 원 세 개가 중첩되어 나타나고, 그 주변으로 중앙의 돔보다 크기가 작은 반지름 a의 원이 분포되어 있는데 반지름 A대 a의 비례는 3대 1의 값을 가지고 있다. - P130

3이라는 숫자는 기독교 문화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서양에서 3은 완전한 숫자를 나타낸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세 개의 다른 존재가 하나의 하나님이라는 삼위일체의 교리를 가지고 있다. 서양 음악에서 화음을 만들 때 음을 세 개 겹친 3화음을 쓰는 이유도 같은 데서 연유한다. - P130

‘하기아 소피아 성당‘의 주요 공간의 평면에 두 개나 네 개가 아닌 세 개의 원이 쓰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주요 돔의 바깥쪽으로 복도를 형성하고 있는 돔은 위아래 각각 네 개씩 있는데, 숫자로 보면 평면에 보이는 중앙 홀에 있는 세 개의 원과 복도에 있는 네 개의 복도 원을 합쳐서 일곱 (3+4=7)개의 원이 평면에 그려질 수 있다. 7이라는 숫자는 기독교 문화에서 하나님이 주신 숫자로 알려져 있는 숫자다. 그래서 기도를 할 때 켜는 촛대의 초 꽂는 곳도 일곱 개고, 신약 성경에 언급되는 대표적인 교회도 일곱 개 나온다. - P130

단면을 살펴보면 이 모든 돔위에 한 개의 돔이 얹혀 있다. 따라서 ‘하기아 소피아 성당‘의 숫자는 1, 3, 7이다. 이 숫자들은 성경적으로 보면 모두 성스러운 숫자다. 유일신, 삼위일체, 일곱 촛대 같은 숫자의 상징과 같은 숫자다. - P132

같은 형태의 돔을 다른 크기의 규모로 변형 후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식은 수학의 프랙털fractal 이론과 유사하다. 프랙털은 단순한 규칙을 가지고서 복잡한 모양을 만드는 ‘차원 분열 방법‘으로, 자연의 불규칙한 현상을 해명하는 카오스Chaos 이론의 설명에 이용된다. - P132

이러한 프랙털처럼 ‘하기아소피아‘의 평면도는 중앙에 보이는 원이 크기가 줄어든 형상으로 주변부에 반복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최초에 하나의 원으로 시작한 ‘판테온‘에서 프랙털 원리로 복잡하게 발전한 모습이다. - P132

이같이 로마의 ‘판테온‘에서 이스탄불의 ‘하기아소피아‘로 이어지는 건축 디자인에서 보이는 수학적인 진화는 콘스탄티노플(현 터키의 이스탄불)의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다. 로마에 비해서 콘스탄티노플은 그리스에 가깝고, 그리스는 로마보다 수학적으로 앞서서 발전한 문화였기 때문이다. 그리스 멸망 이후 그리스의 많은 학자가 동로마 제국으로 들어오게 되고 따라서 문화 전반적으로 좀 더 발전한 수학이 나타나게 되었다. - P132

서양에서는 건축 공간의 문제 해결을 항상 기하학적인 측면으로 풀어 나가려 했기 때문에 단순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좀 더 복잡한 수학적 방법이 채택되었다. - P137

서양 건축의 수학숭배는 영국의 건축가, 고전학자, 수학자, 천문학자로서 런던의 ‘성 바울 성당‘을 디자인한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의 저서 「파렌탈리아Parentalia』에 잘 나타나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는 불규칙한 형태보다 더 아름답다. 정사각형, 원형이 가장 아름답고, 포물선과 타원형이 그 다음이다. 두 개의 선이 만났을 때 아름다운 경우는 오직 두 가지밖에 없는데, 하나는 수직으로 만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행을 이루었을 때다."

크리스토퍼 렌의 이 문장은 서양 건축가들이 수학적 기하학을 통해서 완벽하고 신성한 절대미를 추구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P137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프로그램해서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복잡한 디자인을 만드는 파라메트릭parametric 건축 분야도 나와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형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알고리즘을 통해서 더 복잡한 형태를 만들어 냈을 뿐, 근본적으로 ‘수학적 논리의 결과물로 나온 형태‘라는 면에서는 전통적인 서양 건축 공간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이들 건축물에서는 곡선의 모양도 직관적으로 그려진 선이 아니라 컴퓨터에 값을 타이핑해서 작도作圖할 수 있는 기하학적인 곡선이다. - P140

불교의 불상은 그리스 조각상이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정복과 함께 전파되면서 전이된 양식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태생적으로 불상이라는 양식은 그리스 조각상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 P142

우리가 절에 가면 마당에서 볼 수 있는 탑도 불교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화장을 한 후 만드는 인도의 전통 무덤이 전파된 것이다. ‘유골을 봉안해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 올린 분묘‘라는 뜻을 가진 고대 인도의 범어인 ‘스투파Stupa‘, ‘투파‘라는 말을 음역해서 탑파塔婆가 되었고, 탑파가 줄어서 탑이 된 것이다. - P144

공간은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고, 반대로 생각은 건축 공간의 디자인을 결정하기도 했다. - P145

결국 자연환경이라는 부모는 사람의 생각과 건축 공간이라는 두 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생각과 건축 공간은 같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자녀처럼 공통된 성격이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공간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공간을 만든다. - P145

기후, 농사법, 공간의 성격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생각, 이 네 가지는 때로는 한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때로는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수천 년간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형성해 왔다. - P145

동서양의 문화적 특징의 차이는 그림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양의 그림에는 ‘황금 분할‘이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캔버스 속의 모든 요소는 황금 분할이라는 수학적 요인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이집트 미술의 경우 완벽한 비율을 찾았고, 그 상태가 완벽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발전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집트는 같은 스타일의 건축과 미술이 수천 년 동안 계속해서 반복되어 만들어지고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P147

수학적 황금 비율을 중요시하는 서양과 달리 동양의 경우에는 ‘여백의 미‘가 중요시되었다. 동양화에서는 실제로 그려져있는 대상물만큼이나 그 배경으로 남겨지는 여백도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풍토는 노자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동양화에서 나타나는 사물(figure)과 배경(ground)의 상호 보완적이고, 상호·관입적이며, 균형 있는 흐름은 앞서 살펴본 바둑의 패턴이나 동양 건축물의 평면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 P147

동양의 산수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원경遠景과 근경近景 사이에 중경中景을 그려 넣는 대신 여백으로 처리한다. 그림에 따라서 안개가 낀 모습으로 중경을 지우기도 한다. 이 같은 방식은 건축에서도 나타나는데, 동양 건축에서 자주 사용되는 낮은 높이의 담장이 그 역할을 한다. 낮은 담장은 내 대지 바로 앞에 있는 중간의 경치를 지워 버리고 가까이에 있는 정원과 멀리 있는 풍경인 산山만 보이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건물 내부에 위치한 관찰자의 투시도상에서 시각적인 여백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 P147

동양의 이러한 디자인은 수학적 황금 분할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된다. 서양 건축과 미술에서는 황금 분할의 역할이 큰 반면, 동양 건축과 미술에서는 만들어진 구조물보다 빈공간 혹은 여백이 더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 P148

벌집이 6각형의 모습을 띠는 이유는 건축을 하는 방식에 기인한다. 벌이 방을 처음부터 육각형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벌은 자기 방을 만들 때 동그랗게 만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벌들은 나무껍질이나 썩은 나무를 턱으로 긁어 침으로 반죽해 물에 젖은 종이 같은 재질로 만들어서 집을 짓는데, 이때 벌들은 건축 재료를 가지고 와서 제자리에서 빙 돌면서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혼자 해변가 모래사장에 주저앉아서 바닷물에 젖은 모래로 자기 주변에 모래성을 쌓으면 원형의 모래성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벌은 이렇게 원초적으로 원형의 방을 만든다. - P151

상상해 보자. 원 모양의 방을 만들고 바로 옆에 또 다른 원 모양의 방을 붙여서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원모양의 방을 만든다면 어디에 놓게 될까? 자연스럽게 아래 칸의 두 원과 원 사이에 위치시키게 된다. 그렇게 줄지은 원형의 방들은 줄이 바뀔 때마다 반 칸씩 옆으로 밀리면서 쌓인다. 그리고 이들 원형의 방들이 중력에 의해서 서로 눌리게 되면 6각형의 모양이 만들어지고 그모양이 구조적으로 가장 안정정인 상태로 정착되는 것이다. 벌은 공중에 원을 만들었고, 원들이 합쳐진 집합체가 되면서 육각형체의 벌집이 완성된 것이다. - P151

반면에 개미집의 경우는 복잡한 미로 같은 형태를 띠면서 골목골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관계의 회로망을 보는듯하다. 개미집은 지역에 따라서 땅속에 있는 경우도 있고 땅 위로 솟아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개미집이나 외부 형태는 중요하지 않고 내부에 네트워크로 구성된 연결망이 중요하다. 즉 방끼리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이다.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현실 삶에서 충忠이나 효孝 같은 관계를 중요시했다. 기둥 구조를 써서 기둥과 기둥 사이로 주변 환경이 잘보이는 동양의 건축은 땅과 연결되어서 집을 짓는 개미처럼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이 중요시 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 P153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공통적으로 사후 세계, 이데아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형이상학적 원칙을 중요시 했다. 이들은 땅과는 관련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관념적으로 무에서 새로운 법칙을 만든다.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주변의 아무런 영향 없이 내제된 법칙에 의해서 허공에 집을 짓는 벌과 비슷하다. - P153

서양의 공간은 주변과의 관계를 맺지 않고 자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이기 때문에 벌집처럼 기하학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피라미드‘나 ‘판테온‘도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자족적인 법칙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수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서양의 종교적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P153

나일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강인데 이집트인들은 북쪽의 하류에서 살았다. 강이 남에서 북으로 흐르니 상류와 하류의 기후대가 다르다. 상류에서 폭우가 내려도 하류에서는 비가 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류에서의 홍수는 급작스럽게 닥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 세상 사건의 원인을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찾게 된다. 이집트인들은 별자리를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땅에서의 홍수를 예측했다. 별자리의 모양이 특정 기하학적 형태를 띠면 어김없이 홍수가 나타난다는 규칙을 발견한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규칙이 땅의 형이하학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 P154

반면에 중국 문명의 근원인 황하는 동서로 흐른다. 아무리 길어도 강이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기에 비가 많이 오는 우기가 같다. 게다가 황하나 양쯔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강의 하구가 동쪽에 위치한다. 그런데 계절풍이 가져오는 비구름은 주로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큰비는 강의 하구부터 내리는 경우가 더 많았고, 중국인들은 범람의 원인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중국의 황하 문명은 현실에서의 원인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주로 벼농사를 짓다 보니 관계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게 된 것이다. - P154

이집트의 나일강같이 남북으로 흐르는 베트남 메콩강의 경우에는 왜 이집트 문명 같은 형이상학에 집착하는 문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이유는 메콩강은 남북으로 흘러도 상류나 하류나 둘다 같은 열대 기후대이기 때문이다. 메콩강은 나일강처럼 다른 기후대에 걸친 강이 아니다. 우기가 오면 강의 상류나 하류나 모두 비가 내린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처럼 범람의 원인에 대해서 형이상학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155

‘석굴암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하학적인 건축물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양의 종교 건축물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판테온‘이고, 이후에 만들어진 ‘하기아소피아 성당‘ 같은 건축물도 단면과 평면은 원과 직사각형의 기하학으로 분석 가능하다. ‘판테온‘은 평면과 단면 모두 43.3미터 직경의 원이 들어가는 구성의 공간이다. - P157

‘석굴암‘은 직경 6.7미터의 원이 들어가는 평면과 단면을 가진다. 내부 공간의 형태를 보면 ‘미니 판테온‘이다. ‘석굴암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미루어 보아 당시 통일 신라라는국가가 얼마나 국제적이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오히려 폐쇄적이고 중국에만 의존했던 조선보다 해외와의 교류가 더 활발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 P157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허황옥 공주였다는 설화가 있다. 이런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한반도는 이미 바닷길을 통해서 인도, 페르시아, 유럽의 문화를 전수받을 수 있는 경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가 전파되면 건축에 반영된다. ‘석굴암‘은 서양 건축문화가 통일 신라 시대에 영향을 미친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 P157

‘판테온‘과 ‘석굴암은 유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첫째 ‘판테온‘은 비워진 공간에 위로부터 빛이 떨어지는 공간이다. ‘판테온‘은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인 ‘만신전‘이어야 했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신의 조각상을 둘 수 없었다. 그래서 공간을 비우고 빛으로 채웠다. 반면에 불교사찰인 ‘석굴암‘은 불상을 가운데에 두었다. 이보다 더 큰 차이점은 ‘판테온‘은 밖에서 보면 건축물로 보이지만, ‘석굴암‘은 건축을 마친 다음에 흙을 쌓아 덮어서 건물을 지워 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이 ‘석굴암‘이 특별한 가장 큰 이유다. - P160

건축에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벽이나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어서 공간을 구획하는 구축을 통해서 만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땅이나 바위 같은 덩어리를 파내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 P160

‘불국사‘와 ‘석굴암‘은 한 세트로 되어 있는데, 건축 설계를 한 김대성은 ‘불국사‘를 만들 때는 첫 번째 방식인 구축의 방식으로 만든 반면, ‘석굴암‘은 굴을 파내는 방식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석굴암‘도 석재로 구축하면서 만들었지만,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건축물을 흙으로 다시 덮어서 굴처럼 만들었다. - P160

김대성은 ‘석굴암‘이 땅을 파내어 만든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같은 디자인은 ‘석굴암‘을 ‘음‘의 공간인 빈 공간으로만 만들려 한 김대성의 의도가 보인다. 건물의 외양이 보이게 되면 ‘양‘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양의 공간은 이미 서측에 있는 ‘불국사‘에 완성되어 있다. - P160

우리는 ‘불국사‘와 ‘석굴암‘의 디자인을 통해서 설계자 김대성의 머릿속을 엿볼 수 있다. 김대성의 설계는 반대되는 것의 병치를 추구한다. 우선 토함산을 기점으로 동쪽에는 땅을 파내서 공간을 만드는 방식처럼 보이게 하여 음의 공간인 ‘석굴암‘을 만들었고, 서측에는 반대로 기둥과 보를 쌓는 구축 방식으로 양의 공간인 ‘불국사‘를 건축했다. ‘불국사 경내에 들어가면 마당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보인다. ‘다보탑‘은 우리나라 수천 년 역사상 가장 화려한 디자인의 석탑인 반면, ‘석가탑‘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극치다. 두 개의 탑이 아사달이라는 한 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랍다. 이처럼 김대성은 반대되는 것을 한 쌍으로 만든다. - P161

서로 반대되는 음과 양을 병치해서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은 도교 사상의 핵심이다. 도교는 음양의 조화로 세상을 이해한다. 따라서 실제로 ‘불국사‘와 ‘석굴암‘은 불교를 위한 건축물이지만 건축 배치와 설계의 원리에는 도교 사상이 깔려 있다. 이처럼 통일신라의 문화는 상당한 ‘복합 문화‘였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불국사‘는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보여 주고 있다. - P161

통일 신라 시대에 이 같은 다양한 문화의 융합이 가능했던 것은 통일 신라의 수도가 경주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주는 한반도 남단의 바닷가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위치상으로 대륙에서 오는 문명과 해양에서 전파되어서 오는 문명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바다를 통해서는 기하학적인 서양의 건축 양식을 받아들여서 ‘석굴암‘을 디자인했고, 음양의 병치를 보여 주는 배치 개념은 중국 대륙을 통해서 들어온 도가 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디자인한 것이다. - P161

흥미로운 것은 ‘석굴암‘ 이후 불교 사찰에 기하학적인 공간의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통일 신라 이후에 한반도를 통일한 고려의 수도가 개성에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륙과 해양의 접점에 있었던 통일 신라의 경주와 달리 개성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륙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국가의 중심축이 해양과 멀어지면서 대륙 문화와 해양 문화가 융합을 이룰 수 있는 모멘텀을 잃게 되었다. 물론 고고학적 근거가 없는 건축가의 상상일 뿐이다. - P162

이러한 지형적인 배경은 현대의 역사까지도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이념과 자유주의 이념으로 대립하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은 과거 시베리아와 중국 대륙을 통해서 북한으로 전파된 이념이다. 반대로 자유주의 이념은 남쪽 바닷길을 통해서 전파되어 경상도를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지형은 아직도 유효하다. - P162

다른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서 다르게 진화해 온 두 문화 유전자는 교통수단이 발달하게 되면서 서서히 이종 교배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만든다. - P162

후추 같은 향신료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고기의 부패를 방지해 주는 기능을 했기에 고가의 생필품에 해당한다. - P167

고대 그리스 시대 사람들의 옷을 보면 모두 흰색 옷만 두르고 있다. 색상이 있는 옷감을 대량 생산할 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총천연색으로 각종 문양이 직조된 비단은 서양 사람들 시선에는 최첨단 제품에 해당한다. 흑백TV 보다가 컬러TV를 보는 차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품목들은 고가의 제품이어서 대량으로 수입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사회 전체에 문화적인 영향을 주기 힘들었다. 그저 일부 귀족들의 특별한 문화였을 뿐이었다. - P167

‘비열‘은 단위질량의 물질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비열이 높은 물질은 온도를 높이기가 어렵고 비열이 낮으면 온도가 쉽게 올라간다. - P168

물은 흙보다 비열이 높다. 따라서 낮에 햇볕을 똑같이 받으면 땅이 바닷물보다 온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땅에 상승 기류가 생기면서 기압이 낮아지면 바다 위의 공기가 그 자리를 채우면서 바람은 바다에서 육지로 분다. 밤 시간이 되어 식을 때는 반대로 땅이 빨리 식고 바다는 천천히 식는다. 때문에 바람의 방향은 반대로 육지에서 바다로 분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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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복리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었는데 이에 관한 얘기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초반에 종잣돈을 키우는 게 가장 더디다는 말과 함께 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복리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자산의 상승폭이 극히 미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상승폭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복리라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다만 이 복리라는 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이나 관점 혹은 태도 같은 것들이 정확히 어떤건지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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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p.220에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델‘ 이라는 것이 나온다. 이는 금리가 정점일 때와 저점일 때를 각각 기준으로 하여 금리가 정점에서 조금씩 하락하면 예금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채권투자로 돈이 몰리고, 이후에 금리가 저점에 근접할수록 채권을 매도하는 대신 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기대되는 부동산 투자로 돈이 몰리고, 금리가 바닥을 찍고 난 뒤 다시 반등하면 금리상승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부동산을 매도하면서 금리상승이 경기성장으로 이어져서 주식시장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어 주식 투자로 돈이 몰리고, 금리가 정점에 다시 근접하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식을 매도하고 예금으로 돈이 몰린다는 순환구조를 지칭한다.

쓰다보니 과정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길어졌는데, 실제로 금융시장이 이런 식으로 정확히 흘러갈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논리적인 흐름을 따라 모형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위에 적은 설명의 큰 틀은 책의 내용을 참고했지만 각각의 세부적인 투자처의 변동이유 같은 것들은 독자인 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쓴 주관이 살짝 가미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린다. 저자의 설명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구해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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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내용은 투자에 있어서 시간의 위력이 엄청나게 파워풀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앞선 포스팅에서 종잣돈에 대한 얘기와 그 본질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리의 힘과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이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투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분산투자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는데, 저자는 분산투자는 돈이 많은 부자들이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나온 개념이라는 말과 함께 돈이 많지 않은 혹은 아직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잘 아는 투자대상 하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기회를 엿보라는 말도 덧붙이는 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10년 동안 10억을 벌었다고 해서 1년에 1억씩 벌었다는 건 아니다. 500만 원, 1500만원, 3000만 원, 1억, 3억, 5억 ・・・ 이런 식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불어나게 된다. 초반의 그 더딤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야 이런 식으로 어느 세월에 부자가 되나 싶겠지만, 결국 인내심을 갖고 눈뭉치를 성공적으로 굴린 자가 후에 경제적 자유의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203

어느 지점만 넘기면 돈이 불어나는 속도는 굉장히 빨라진다. 이는 수익률이 무한정 늘어난다기보다는 자산의 크기 자체가 커졌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붙는 수익이 많은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 P203

절대 서두르지 말자. 아무리 열정이 강하고 미친 듯이 부지런을 떨어도 숙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차근차근 한 발씩 내딛자. 경제적 자유는 단 며칠 만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한 고비만 넘기면 이후에는 생계 걱정 없이 즐기면서도 투자할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부동산경매라는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달리는 느낌이 들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향해 성큼성큼 뛰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203

소비라는 건 인간에게 있어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행위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욕구해소를 위해서라도 소비는 인간에게 필수불가결의 요소임이 틀림없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닌 시대다. - P204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소비를 해야 한다면 조금은 현명하게, 그럴듯하게 해야 하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너무도 의미 없는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의미 없는 소비‘가 무엇이냐고? 바로 돈을 ‘티 나게‘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 P205

사치를 부리라는 뜻이 아니라, ‘오늘은 내가 돈을 제대로 한 번 썼구나!‘ 하는 만족을 느끼라는 말이다. 물론 근사한 곳에 자신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부와 풍요로움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P206

비록 지금 충분한 부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화려하고 근사한 곳에서 티 나는 소비를 해보라. 티가 나지도 않는 곳에 쓸데없이 소비하지 말고, 아끼고 아껴 근사한 소비를 하라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문화생활도 하는 여유를 즐겨보라. 그 순간이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될 그날을 꿈꾸며 다시 도약하도록 돕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 P206

다시금 강조한다. 젊은 날 무턱대고 빚으로 구입한 차가 인생의 평생 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자동차 구입으로 인해 돈을 잃는 게 아니라, 자산이 불어날 ‘시간‘을 잃는다는 것이다. 투자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 P209

투자란 결국 시간이 많은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내 자산을 불리는 시간은 물론 투자한 물건을 분석하고, 자산이 어떤 흐름으로 운용되는지 감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유리한 곳이 투자시장이다. - P209

차는 나중에 사도 절대로 늦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적게나마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자. 그러면 훗날 당신은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것과는 ‘급‘이 다른 차를 몰 수 있게 될 것이다. - P209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전세가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 사람의 판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부자가 되겠다는,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는 입장에서 봤을 때 이는 그와는 정반대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 P211

대부분 전세금은 어떻게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돈들을 최대한 긁어모아 꾸역꾸역 만든 돈이다. 즉, 액수와 상관없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돈이란 말이다. - P211

자신의 전 재산을 전세금으로 깔고 앉아 있다. 수중에 돈이 없으니 재테크로 불려갈 금액도 미미한 수준일 터. 2년이 지나면 전세금은 오르기 마련이고, 그동안 모아둔 돈과 빌린 돈으로 오른 전세금을 충당한다. 이것이 바로 집 없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렇게 반복되며 세월은 또 흐른다. 월세처럼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없으니 자신들은 그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패턴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 P212

30평대 전셋집에 들어갈 돈으로 20평대 내 집을 사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당장은 월세로 들어가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 그 돈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은 비록 월세에 살더라도 그 이상의 월세를 받는 위치로 하루빨리 상승해야 한다. - P213

돈은 묵혀놓는 순간 생명을 다하게 된다. 어떻게든 계속 굴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혈액이 순환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 돈 또한 계속해서 순환하지 않으면 돈으로서의 생명을 다하는 것이다. 돈을 계속 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재테크다. 올바르게 굴려준다면 그것이 바로 훌륭한 재테크이고, 경제적 자유로 가는 재테크다. - P213

가진 전 재산을 전세금으로 깔고 있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전재산을 자신의 집 한 채에 투자하는 것도 내 입장에서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세금으로 묵히고 있다니 정말 답이 없는 노릇이다. - P213

당장의 집 크기에 연연해하지 말고, 세월이 흐를수록 풍족해지는 삶을 꿈꾸길 바란다. 집주인 눈치 보면서 아쉬운 소리 하는 것은 젊을 때면 족하지 않겠는가. - P214

어떻게든 최대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조그맣더라도 내 이름으로 된 부동산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이며 성공적인 대안이다. 지금은 월세를 살더라도,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마련함으로써 경제적 자유인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그 액수를 떠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젊으면 젊을수록 좋다. - P214

일하지 않고도 다달이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자본주의의 현실을 명확히 직시할 수 있었다. 돈에는 나이가 없었다.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위치에서 오는 거리감은 무척컸다. 중개업소에서의 차별대우는 명확했고, 세입자는 내게 아주 상냥하게 굴었다. 처음으로 월세를 받던 그때 나는 고작 21세였다. 핏덩이가 단지 집주인이라는 이유로 "사장님,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이다. 불편하고 씁쓸한 진실, 현실이었다. - P214

전세의 덫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회사에 얽매여 평생 월급의 노예로 살듯, 전세금 갖다 바치며 이곳저곳 유랑민처럼 떠도는 삶도 끝없는 악순환일 뿐이다. - P214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밥벌이 수단에도 더 악착같이 매달려야 한다. - P216

보통 사람은 일정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 투자를 전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 앞서도 계속 언급했듯이 투자란 시간을 먹고 자라는 것이고 세상에는 변화의 흐름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다 무시하고 충분한 수준에 미치지도 못했는데 투자를 전업으로 한다면 승산이 없다. 시장에서 백전백패할 것이 뻔하다. 혹시나 누군가 무조건적으로 전업투자를 권유한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투자의 메커니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 P216

우선 명심할 것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매우 똑똑하다는 사실이다. 학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 배움의 깊이를 떠나 세상을 사는 인간 군상들은 모두다 똑똑하다. - P217

직장인은 어떻게 하면 월급보다 적게 일하며 농땡이 칠 수 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아르바이트생은 언제쯤 그만둔다고 말해야 할지, 언제쯤 잠수를 타야 내가 편하게 도망칠 수 있는지 그타이밍 잡는 능력이 기가 막히다. 노숙인은 조금이라도 더 불쌍하게 보여 100원이라도 더 얻을 방법을 연구한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조차 어느 시간대에 어느 동선으로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더 경쟁자보다 많이 수집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배우고 못 배우고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자연히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 P217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보다 똑똑하며, 당신이 지금 무시하고 있는 ‘그 사람‘ 또한 당신만큼은 똑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 P217

그런데 이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 P217

투자시장에서 승리하는 법? 어렵게 말하지 않겠다. 당연히 많은 지식과 인맥도 중요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당신이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그것‘을 행하라. 지금 당장! - P218

세상을 만만하게 보지 말 것. 투자시장에서 승리하길 진심으로 원한다면, 부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부터 행하라. 그 후에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투자시장에 발을 담가라. 그것이 투자시장에서 승리할수 있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진짜 비법이다. - P218

모든 만물에는 흐름, 시기, 주기, 때라는 것이 있다. 인생이란 노력하면 술술 풀릴 것만 같지만, 사실 변화라는 우주의 질서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고 무력한 존재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 P219

금리란 투자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지표다. 모름지기 돈이란 계속해서 굴려줘야 하는데, 돈이라는 녀석 뒤에는 언제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는 놈이 집요하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단돈 100만 원이라도 돈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든 굴려야 한다. 불리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인플레이션에게 따라잡히지 않기 위함이다. 따라잡히는 순간, 100만 원의 가치는 줄어들고 만다. 멈춰 있으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돈은 쉬지 않고 굴러야 하는 것이다. - P220

물론 잘못 굴리는 바람에 가만히 놔둔 것보다 가치를 더 떨어지게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내공이 쌓여갈수록 녀석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려갈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 P220

돈은 금리 흐름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 - P220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고수들이 언제나 지키는 원칙은 ‘안정성‘이라는 것이다. - P221

사실 금리가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좋지 않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렸다는 건 그만큼 경기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 P222

하지만 부자를 꿈꾸는 우리는 전문가의 조언 그 이상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사에 나오는 팩트 자체를 넘어 일반 대중이, 개미투자자들이 이 기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까지 말이다. 보기 싫겠지만 기사 아래에 달리는 악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또 어떻게 그에 대응하여 움직일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P223

이 훈련은 부동산경매투자를 할 때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수를 읽는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이기에 예측하기 더 쉬울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 P223

명심하자. 모든 투자대상은 결국 똑같다. 아니, 모든 만물은 결국은 똑같다. 주기, 흐름, 변화, 때, 순환이라는 우주 대법칙의 영향 아래서 벗어날 수가 없다. 위기 때는 세상이 곧 무너질 것처럼 폭락하고, 활황기 때는 이 축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고,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된다. - P224

이 세상의 질서를 잊지 않길, 변화를 이해하고 읽어가길 바란다. 그렇기에 현재의 처지로 낙관할 것도, 들뜰 것도 없다. 잘나갈 때가 있는가 하면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것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기억하며 투자에 임한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 P224

부자가 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모름지기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P225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 - P226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가는 세월을 어떻게든 붙잡아 조금이라도 젊은 시절을 더 누리고 싶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늘 하루가 지나고,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 - P226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물론 아무런 지식도, 내공도 갖추지 못했는데 섣불리 투자시장에 뛰어들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직 내가 투자해야 할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조급해해서도 안 된다. 투자는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실전 투자가 어려울지언정 책이라도 펴들고 재테크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장 말이다. - P226

투자는 시간을 먹고 자란다. 시간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투자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커다란 자본이 아니라, 적더라도 ‘향후 몇 년 간은 전혀 없어도 되는 돈‘이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채권이건, 부동산경매건, 투자시장에서 가장 힘이 센 돈은 ‘시간이 많은 돈‘이다. - P226

같은 1000만 원이라도 20세와 30세 50세의 1000만 원은 가치의 차원이 다른 돈이다. 투자시장에서는 다음 달에 당장 써야 할 5000만 원의 돈보다 평생 필요 없는 500만원의 돈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P226

부는 시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번 잃어버린 시간은 결코 회복될 수 없으며 비록 금액이 적더라도 시간의 힘이 보태졌을 때 그 위력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돈은 굉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한다. 종잣돈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저축을 시작하고, 가진 지식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책을 펴들어야 한다. - P227

투자시장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대부분이 잊고 있는 ‘시간의 바람‘을 등에 업고 달리길 바란다. 머지않아 당신은 그 위력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경제적 자유의 길을 걷고 있는 부자들은 이 힘의 본질을 확실히 깨우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 P227

돈은 행동하는 소수에게 찾아온다. - P230

바구니에 담을 계란이나 준비해라 - P231

진실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산투자는 오직 부자들만을 위한 재테크 방식이다. 이미 부를 일군 자들이 그 부를 물가상승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도입한 방식이다. 부자들은 자산을 급격히 부풀릴 생각이 없다.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얻으며 리스크관리를 통해 천천히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사실, 재테크라는 것이 애초에 부자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월급에만 목숨 걸며 절약, 저축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 P233

부자가 되기 전에는 반드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물론 단순히 ‘몰빵투자‘를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악착같이 모은 종잣돈을 무작정 여러 펀드, 적금 등에 나눠놓고 있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투자대상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아예 투자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분산한다고 될 것이 아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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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저자는 자신의 돈에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대하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에 대한 실제적인 행동으로 먼저 자신의 수입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출은 용도별로 분석해볼 것을 제안한다.

지출의 경우 크게 ‘고정지출‘과 ‘변동지출‘ 이렇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독자인 나만의 말로 이 두 지출의 개념을 적어보자면 말 그대로 ‘고정지출‘은 삶을 유지하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지출을 의미하며, ‘변동지출‘은 꼭 쓰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지출을 의미한다.

저자는 먼저 ‘고정지출‘의 경우 쉽진 않겠지만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고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반면 ‘변동지출‘의 경우 자신이 느끼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덜 하다고 느끼는 것부터 해당 지출을 줄여볼 것을 권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과 관련된 것들에 소비하는 ‘변동지출‘의 경우 생계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약간은 허용해도 괜찮다는 게 저자의 스탠스다. 왜냐하면 재테크와 투자의 목적도 결국에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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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저자는 정리정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본문에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유들이 나오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정리정돈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불필요한 지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밑줄친 부분에는 간단한 사례로 건전지 구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단 여기 나온 건전지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혹은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구입해놓고 쌓아놓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독자인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소위 요즘 말로 저자에게 뼈 때려맞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해보게 되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과거에 비해서는 그래도 이런 류의 소비가 상당부분 감소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소비는 가급적 자제할 수 있도록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 부터라도 정리정돈을 해봐야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정리하면서 스스로도 놀랄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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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나만의 씨앗 만들기‘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여기서 씨앗은 종잣돈을 지칭하는 말이다. 종잣돈에 관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고 저자가 생각하는 종잣돈의 의미와 그것을 모으는 과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종잣돈 얘기와 더불어 ‘자동 저축 시스템을 마련하라‘ 는 말로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라는 이유는 단순히 월급에서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수준으로는 단순히 종잣돈을 만드는데 시간이 지연되는 차원을 넘어서 결과적으로 돈을 모으기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어차피 월급이라는 게 조금 쓰든 많이 쓰든 부족함을 느끼는 건 매한가지이기에 매달 일정금액의 저축액을 정해서 먼저 월급에서 제한뒤 남은 돈을 가지고 생활할 것을 제안한다. 자연스럽게 월급에서 먼저 제한 저축액은 동시에 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다만 이것을 하는데 있어서 내 의지와 시간, 에너지를 별도로 소모하기보다는 은행의 자동이체 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돈이 모일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다면 은행계좌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내 자산을 보면서 더 열심히 돈을 모으게 되는 자발적 동기부여와 같은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일정수준의 부를 축적하여 소위 말하는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저자가 이제까지 해왔고 지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일종의 시스템이기에 나를 포함한 이 책의 독자들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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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복리에 대한 얘기가 일부 나오는데 복리의 개념도 물론 1차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론 특별히 이 복리의 개념을 응용하여 저자가 투자한 방식인 부동산경매투자의 원리를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레버리지 즉 자기돈이 아닌 차입금이나 보증금 등을 활용하여 자기가 실제로 투자한 금액을 최소로 하면서 시세보다 싼 값에 매물을 구입한 뒤 이를 다시 적정가에 되팔고, 그 다음엔 투자 규모를 좀 더 키워서 매물을 구입한뒤 투자금을 회수하고 하는 식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는 것인데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반복적으로 투자했을 때 그 수익률은 여타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복리와 관련된 추가적인 얘기들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대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먼저 지출에 대대적인 손보기가 필요하다. 수입을 늘리는 것보다는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이다. - P177

기록해둔 지출내역을 자세히 살피며 ‘고정지출‘을 분류해보자. 어쩔 수 없이 꼭 해야 하는 지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출말이다. 교통비나 통신비, 집세 등이 있겠다. 고정지출을 따로 분류해 얼마인지 파악한 뒤, 현실적으로 얼마까지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말 그대로 고정지출이기에 무작정 아낄 순 없다. 그러나 최소화할 순 있으니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 P177

고정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은 ‘변동지출‘이라 한다. 말 그대로 변동이 가능한 지출이기에 얼마든지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이 옷을 사는 데 얼마나 쓰는지, 술값으로는 얼마가 나가는지, 데이트에는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이 중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의 지출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도 드러나게 된다. 어디에 돈을 쓸 때 자신이 만족하는지, 어느 부분은 포기가 가능한지 조금씩 추려진다. - P178

남들 눈에 사치처럼 비치더라도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 그런 것까지 억지로 참으며 자린고비처럼 돈을 모으는 것은 잘못된 재테크다. 재테크와 투자는 풍요로운 인생을 위함이지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 P178

물론 유행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다 한다는 이유로 휩쓸리는 소비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가치판단 기준을 가지고 철저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굳이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 곳에 쓸데없는 지출을 계속한다면 당신은 애초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부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재테크의 여부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 자체의 문제다. - P178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곰곰이 따져보고, 당당한 지출을 하길 바란다. 줄일 것은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돈을 쓸 때는 쿨하게 소비하며 큰 만족을 느껴보라. 타인의 평균적인 기준에 맞추지 말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누리면 그만이다. 그렇게 경제적 자유로 가는 재테크를 하는 과정 속에서 당신은 재테크뿐만이 아니라, 자기경영, 인생설계도 제대로 해나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참된 인생을 사는 법이 아닐까. - P179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나는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정리‘를 해야 한다고. - P180

다시 말해 부유하고 윤택한 인생,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정리정돈을 잘해야 한다. 결국 인생은 그가 오랜 시간 행해온 습관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평소 생활 태도와 생각, 화법이라는 단순한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 P180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습관은 많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선 종잣돈은 물론 지식과 인간관계 그리고 용기와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다만 여기서는 근원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부동산경매 스터디 첫날에 강의하는 것이 바로 ‘정리‘다. 시간과 인간관계, 공간, 돈이라는 항목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 P180

부자들, 성공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정리를 잘한다는 것이다. 늘 온 힘을 다해 시간과 열정을 쏟지만 성과가 잘나지 않는다면, 나의 주변을 잘 살펴보라. 나의 주변이 얼마나 정돈이 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 P181

정리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상상 그 이상이다. 일단 깔끔하고 깨끗한 공간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바쁜 일상을 뒤로한 채 쾌적하고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가진 물건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면 1초의 시간이라도 헛되이 낭비할 일이 없다. 정리정돈의 강점은 불필요한 지출까지 자동으로 차단된다는 것이다. 건전지가 닳아서 사 왔더니 서랍에 이미 새것이 잔뜩 있는 상황... 이 자체가 시간 낭비, 돈 낭비, 에너지의 낭비다. - P181

먼지처럼 존재조차 알아차리기 힘든, 사소한 낭비가 쌓이면 결국 태산 같은 낭비를 불러오게 한다. - P182

참 묘하게도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 짓는 것은 사소한 몇 가지의 행동이다. 너무나 보잘것 없어서 인식조차 하지 못한 행동이 나의 마인드를 만들고, 업무능력을 만들며 하루를 완성한다. 그 하루가 일주일, 한 달, 1년의 시간으로 켜켜이 쌓이는 것이다. - P182

일이 잘 안 풀리는가?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우울한가? 단 몇 분의 시간이라도 짬을 내어 당신의 공간을 정리해보라. 어느 곳부터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곳을 정리하면 된다. 그것도 막막하다면 자신이 늘 앉는 책상부터 정리해보라. 장담컨대 사소한 정리정돈 하나가 당신의 기분을 바꾸고, 하루를 바꿀 것이며 결국 당신의 인생까지 바꿔 놓을 것이다. - P182

물론 정리정돈의 핵심은 돈 정리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돈 공간‘정리로, 그 시작은 지갑 정리다. 아무리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도 지갑 상태가 엉망이라면 부자 되기란 요원한 일이라고 말하겠다. - P182

누구나 깨끗한 공간을 좋아하듯 돈도 마찬가지다. 내게 오려다가도 자신이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 지저분하고 엉성하다면 금세 달아나버린다. 일시적으로 돈을 번 자와 꾸준히 자산을 우상향해가는자의 차이다. 그 작은 마음가짐이 부자가 될 자와 부자가 되지 못할 자를 구분해준다. - P182

돈 공간을 정리하는 것은 지갑을 넘어 카드정리로 이어진다. (중략) 지갑 오른편에는 나를 증명하는 카드를 모아두었고, 왼편에는 소비할 때 사용하는 카드를 모아두었다. - P183

소비할 때 사용하는 네 가지 카드는 소비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분류 - P183

개인생활용 소비카드는 말 그대로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소비할 때, 인간관계용 소비카드는 사람을 만날 때 사용한다. 사업투자용 소비카드는 사업투자 용도로, 이벤트용 소비카드는 여행 등 일회성 행사지만 적지 않은 목돈이 나가야 할 때 사용한다. - P184

나는 소비의 종류와 목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돈을 감시하는데, 이는 반대로 돈이 나를 감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유 있는 소비를 하되, 절대로 방탕하게 살지 말라는 신호인 것이다. 내 돈이 나를, 내가 내 돈을 상호 견제하며 사는 것이다. - P184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지식을 습득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사실 모두 부차적인 일일 뿐이다. 부자가 되려면 정리정돈부터 배워야한다. 첫 시작은 공간 정리와 지갑 정리다. 너무 사소해서 웃음이 나는가? 믿고 한번 해보라. 인생이 바뀌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P184

재테크의 첫 걸음은 뭐니 뭐니 해도 ‘종잣돈 모으기‘일 것이다. 그러나 가진 돈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투자할 액수를 모은다는 것은, 정말 부자가 되겠다는 간절한 열망과 간절함이 없다면 쉽사리 이겨낼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나 역시 그 단계가 가장 힘들었고 외로웠으며 치열했고 처절했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를 악물고 시작해야 한다. - P185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금액이 나의 종잣돈 - P185

들어오는 돈은 나가는 돈보다 무조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축적이 있고 누적이 있으며, 발전이 있고 희망이 있다.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대기업 오너이든,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든, 구멍가게 자영업자든, 부자를 꿈꾸는 일반 월급쟁이든 누구에게나 이 원칙은 통용된다. - P186

종잣돈이 없다면 애초에 투자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나려면 씨앗을 뿌려야 하는데, 애초에 뿌릴 씨앗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라든지 ‘돈이 돈을 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고, 무일푼인 사람은 투자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다며 푸념과 넋두리를 내뱉는 것이다. - P187

돈이 돈을 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러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못난 심리가 그것이다. 그들은 ‘애초에 가난하게 태어난 나는 돈이 없으니 투자를 할 수 없고 부자도 될 수 없다‘라는, 지극히 단선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녔다. 그래서 부자는커녕 삶에 대한 회망까지 꺼트려버린다. 매일같이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 P187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절대 그런 마인드를 가져선 안 된다. 처음부터 넉넉한 돈을 가지고, 많은 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애초에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투자나 재테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에 목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지속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다르다. 은행 이자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재테크가 필요한 것이고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 P188

대체 종잣돈의 규모는 얼마만큼이 적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액수를 논하는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1000만 원이라는 돈은 누군가에게 굉장히 큰돈일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한 달 월급에도 못 미치는 금액일 수 있다. 1억원은 몇 년을 일해도 손에 쥘까 말까 한 돈이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낼 수 있는 투자수익이기도 하다. 돈의 액수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 P188

많지 않을지언정 자신만의 소중한 씨앗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실전 투자의 첫 관문을 열 수 있다. 특히 뒤에서 언급할 부동산경매 재테크는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고 충분한 고수익도 얻을 수 있다. 일단은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세상을 비관할 시간에 단돈 1000원, 2000원이라도 저축을 시작하라. 그것도 지금 당장! 액수의 크기보다 당신의 의지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 P188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는 것도 없다. 처음에는 더디더라도 어느순간의 임계점을 넘으면 자산 증가에는 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씨앗이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종잣돈이라는 것의 속성은 참 묘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증가 폭도 커진다. 나중에는 초창기에 1년 넘게 걸려 모은 액수를 단 며칠 안에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바심 없이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다. - P189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종잣돈 모으는 과정에서 절대 돈을 잘게 쪼개지 말라는 것이다.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항상 ‘통장 쪼개기‘ ‘포트폴리오 이론‘ 등을 들먹이며 자산분배를 강조하는데, 이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전혀 의미 없는 말이다. 이 같은 개넘은 사실 충분히 가진 사람들에게나 통용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 P189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그때는 부의 증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을 노후에도, 나아가 내 자식세대까지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리스크로부터 항상 자산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인플레이션과 같은 물가상승에 대비해서도 적정 수준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자산을 분배해 관리하는 것이다 - P189

하지만 일반 대중은 이를 오해하고 잘못 받아들여 다달이 적금10만 원, A펀드 15만 원, B펀드 15만 원, 보험 10만 원 등으로 나눠서 투자를 해놓고 스스로 뿌듯함을 금치 못한다. 단언컨대 그런 식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종잣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이런 짓(?)은 전혀 쓸모없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줄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 P190

자신이 생각하기에 지금이 종잣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이고, 아직 내가 갖고 있는 돈이 푼돈 수준에 불과하다면 오히려 한곳에 똘똘 뭉쳐 꽉 쥐고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새어나갈 틈을 주지 말고, 느리더라도 조금씩 더욱 단단하게 뭉쳐가야 한다. 주변에서 "이 펀드가 좋대" "그렇게 하면 안 돼" 라고 제아무리 떠들더라도 자신의 주관을 갖고 묵묵히 걸어가자. 제대로 돈을 모아보지 못한 이들의 충고에 조금도 동요될 필요 없다. 오히려 그 열정과 간절함을 꾸준히 간직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 - P190

잘나가는 부자들 중 누구 하나 허리띠 졸라매며 치열한 시기를 보내지 않은 이는 없다. 재벌 2세들을 탓하며 투덜댈 생각이라면 이제 그만이 책을 덮어도 좋다.) 그렇게 한 번 제대로 종잣돈을 모아본 사람은 이후에 사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절대 그 초심을 잃지 않는다. 그 초심이 그를 멈추지 않고 겸손하게 달리도록 만든다. 다시는 그 처절하고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P190

내 인생의 문제는 직접 해결하겠다는 적극성과 자발성, 자유의지 - P194

특별한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 힘과 노력을 통해, 인생의 이른 시기에 어느 정도의 부를 일구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단계까지 오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인생에는 방정식이 없다지만, 일정 수준이상의 부를 일구는 데에는 분명 ‘길‘이 존재하고, 그 효율을 극대화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 P194

원래 깨닫는 것이 가장 힘든 거라지만,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길땐 더 어마어마한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설령 죽을 고비를 넘기며 행동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바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 P194

한정적인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올바른 방법과 수단으로 투자한다면, 그렇게 3년 정도 아주 집중적으로 몰입한다면 일정 수준의 단계로 올라간다. 그러면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것이 보일 것이다. 당신은 할 수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 P194

종잣돈을 만드는 데 있어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발상은 바로 ‘자동저축‘의 개념이다. 매우 간단하고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효과는 굉장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돈이 쌓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모을 수 있을뿐더러, 저축할 때마다 드는 심리적 저항감도 예방할 수 있다. - P195

한 달에 100만 원을 쓰든지, 200만원을 쓰든지 생활이 팍팍하고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를 갖기 전까지는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전까지는 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금액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 P196

그렇기에 독하게 맘먹고 긴축재정에 돌입해 악착같이 종잣돈을 모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열정과 갈망 없이는 꾸준히 이어가기 힘들다. 이럴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자동 저축‘ 시스템이다. - P196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할 생각하지 말고, 월급을 받자마자 일정액을 저축하자. 내 월급은 애초에 그 저축액만큼을 뺀 금액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매일 자신이 의지를 갖고 꾸준히 저축할 필요 없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월급에서 저축액이 빠져나가도록 하라. 사실 당신이 받는 월급도 이미 자동으로 세금이 빠져나간 후에 입금된 금액이다. 저절로 말이다. 저축에도 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 P196

자동 저축 시스템을 마련하자. 은행적금 같은 금융상품 대부분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금액이 자동이체되도록 쉽게 설정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적은 액수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차츰 액수를 늘려가도록 하자. - P197

어차피 월급을 다 쓰나, 아껴서 쓰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렇게 저축액을 늘리면 내 수중으로 들어오는 돈은 꾸준히 늘어난다. 적게나마 쌓여가는 종잣돈이 자신에게 묘한 뿌듯함을 선사할 것이고, 그 뿌듯함은 종잣돈 모으기에 좀 더 박차를 가하도록 도와주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다. - P197

저축이 살면서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면, 종잣돈 모으는 과정은 경제적 자유로 가는 여정 중 가장 치열하고 혹독한 초기의 특정기간일 뿐이다. 종잣돈이 모이기 시작하고, 작게나마 투자를 시작해 어느 정도 자산 규모가 커지면 굳이 그렇게 처절하게 아끼며 저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시작이 어려운 것이고, 습관으로 만들어놓으면 평생 내게 유익이 될 것이다. - P197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시세보다 싼 값에 구입한다. 구입 금액을 전부 자신의 현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나 임차인의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끌어와 최대한 내 자본의 투자 비중을 낮춘다. 이를 적정가격에 맞춰 시장에 매각해 수익을 얻는다. 그렇게 불어난 투자금을 그대로 뭉쳐 다시 레버리지를 끌어와 싼 값에 낙찰받고 비싸게 매각한다. 또다시 불어난 투자금을 다시 꼭꼭 뭉쳐 더 큰 물건에 투자한다.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 P202

물론 많은 공부가 선행되어야겠지만 기본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이는 단순히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놓고 묻어두는 여타의 투자방식과는 그 수익률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경매투자에 능통해진 이들은 다른 투자수단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 P202

복리는 종종 눈뭉치를 굴리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조그마한 눈뭉치를 눈밭에 굴리면 눈뭉치(원금)에 눈가루(이자)들이 달라붙는다. 더 굴리면 어떻게 될까? 원래의 눈뭉치 (원금)에 눈가루(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처음보다 더 커진 눈뭉치(원금+이자)에 또 다른 눈가루(이자)가 달라붙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당신의 눈뭉치는 마술처럼 커진다. - P202

지금 자신의 눈뭉치가 작다고 해서 낙담할 것 없다. 처음부터 커다란 눈뭉치로 시작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부자들도 처음에는 작은 눈뭉치를 지니고 있었다. 나 역시 그랬다. 남들에 비해 작은 자신의 눈뭉치를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눈뭉치를 제대로 굴려나갈 수 있을지 연구하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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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역설적인 혁명‘ 이라는 용어가 나왔었는데 그것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코르셋의 속박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이제는 미의 새로운 표준이 된 날씬한 실루엣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속박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을 ‘역설적인 혁명‘ 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밸러리 스틸이라는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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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1920년대 파리의 독특한 문화현상에 대한 배경 설명과 함께 ‘조세핀 베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이 등장한다. 본문 내용에 따르면 이 사람은 엉덩이로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고 하는데, 특별히 베이커가 공연을 할 때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갈렸다고 한다. 이 사람에게 열광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뭐 저런게 다 있냐며 질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베이커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뭐 여기서 어떤 것의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독자인 나는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이 지닌 가치관이나 생각에 따라서 그 신념이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나의 신념과 가치관에 반대되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살았던 베이커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이런 당당한 흑인 여성인 베이커의 모습에 상대적으로 엉덩이가 없던 백인 여성들도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3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백인 여성들이 베이커가 공연에서 췄던 춤을 흉내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직접적으로 본문에 적어놓진 않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더욱더 그 의미에 대해 곱씹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이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살짝 덧붙여보자면 이 책에서는 엉덩이라는 것을 소재로 했기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비단 엉덩이에 국한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좀 더 확장해서 본질을 살펴보자면 성별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원래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는 속성이 있다는 게 내가 여기서 생각해본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엉덩이가 상대적으로 없는 플래퍼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그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엉덩이가 큰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엉덩이가 큰 사람의 경우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거나 각종 운동 등을 통해 날씬한 몸매를 갈망하는 건지도 모른다.

엉덩이 이야기 외에 다른 한가지 예를 추가로 들어보자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안에서도 공부는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는 것에는 서툰 고리타분한 범생이도 있는 반면 공부는 상대적으로 못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노는 것에 능수능란한 학생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두 부류의 학생들이 서로에게 가지지 못한 부분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뭐 실제로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그러했고. 본질은 위에서 얘기했던 엉덩이 이야기와 동일하다고 본다. 서로가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 나는 이러한 갈망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다. 이 갈망의 대상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갖고 있는 재능, 능력 등을 잘 활용하여 자기자신이 그저 행복하게 잘 살면 그만인 것이다. 신이 내게 준 재능을 가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활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굳이 없는 것에 집착하다보면 우울해지거나 불행해질 수 있기에 그런 류의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내가 잘하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쓰다보니 엉덩이 이야기와는 점점 관련이 없어지는 느낌도 드는데 어쨌든 여기에 내재된 인간의 본성이라는 뿌리는 동일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여기 일일이 적진 않았지만 엉덩이와 관련된 20세기 초의 패션의 변천사와 더불어 각종 다양한 서양의 문화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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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바꿔서 4장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는 얘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여기서 눈에 띄는 장면은 이 모녀가 백화점 탈의실에 들어가 자신들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옷을 착용해본 뒤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단에 밑줄 친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옷은 문제가 없어. 문제는 나야. (p.163)]

이 다섯 마디밖에 안되는 문장에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게 느껴졌다. 저자는 의류 제조회사가 특정한 기준에 맞춰서 대량으로 생산한 옷에 자신의 몸의 특정부분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 듯 보였다.

어떠한 관점이 옳다 그르다 이렇게 함부로 판단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뭐 충분히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여보자면, 만약 해당 브랜드가 몸의 특정 부위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찾아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 브랜드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뭐 결과적으로는 제품 제조업체와 내 몸과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가벼운 예를 하나 들자면 운동화를 살 때 나는 발볼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라 내 사이즈의 운동화라도 발볼이 원체 좁게 나오는 브랜드 제품의 경우에는 반사이즈를 업시키거나 혹은 아예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로 나이키 운동화의 경우 발볼이 동일 사이즈의 다른 브랜드 제품들에 비해 좁게 디자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딱 맞는 사이즈로 샀다가 발이 너무 꽉 끼인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 신발에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이 책의 주요 소재인 엉덩이와는 관련이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엉덩이든 발이든 둘 다 내 몸에 붙어있는 신체부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관련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기에는 좀 조심스럽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의 사고방식과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내 발볼이 비정상적으로 넓은 것인가?‘

물론 나도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지 이러한 생각에 파묻혀 괴로워하기보다는 차라리 나이키가 나랑 맞지 않는 신발브랜드인가보다 생각하고 아디다스나 기타 다른 브랜드의 신발을 구매하여 잘 신는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아디다스 신발을 구입해서 신어본 결과 발볼이 넓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내 원래 사이즈대로 구매를 했음에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안 맞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나와 맞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비단 개인의 신체부위에만 국한지어서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생각이나 철학, 행동,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넖게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사고방식이지 않나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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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으면서는 ‘노마norma‘ 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본문의 내용에 근거해 생각해보면 이는 ‘정상적인‘ 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normal 에서 나온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었다. 이것은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우생학에 근거하여 정상적인 미국인의 모델을 설정하여 우월한 유전자만을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시도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여기서 노마는 정상적인 미국인의 표준을 담은 모델을 지칭하는데 여자는 ‘노마‘ 라고 지칭했고 남자는 ‘노먼‘이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하단에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각각의 성별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은 남성의 경우 군인들의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고 그것의 평균을 내는 작업을 했으며, 여성의 경우 과거에 국가기관에서 했던 기성복 표준 치수 측정 프로젝트의 자료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나름의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표준적인 혹은 정상적인 미국인의 신체 데이터를 획득했다고 한다.

여기서 저자는 이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이 ‘정상‘과 ‘완벽‘이라는 약간은 다르다고 느껴지는 단어를 마치 동의어처럼 썼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기도 하는데, 그냥 단순히 직관적인 의미로만 생각해본다면 해석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식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튼 이 프로젝트는 우생학에 기반한 특정 신체조건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인종차별적인 성격도 섞여있었고 열등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들 또한 배제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이러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했다가는 일반 대중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었을 법도 한데, 20세기 초 당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에 관대했던 것인지 아니면 아예 차별받는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했던 것인지 이유야 어찌됐든 그냥저냥 별일없이 넘어갔던 것 같다. 어쩌면 우생학이라는 것이 굉장히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시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들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고. 현실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에서 도출된 평균을 기성복 의류 업계 같은 곳에서 사용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체에는 표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p.176)이다.

처음 시작은 우생학에 근거하여 꽤나 과학적인 방식으로 완벽함을 추구하는 듯 보였지만, 이 세상은 우생학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성이 많은 곳이기에 어떤 획일화된 표준을 만드는 것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다가 문득 ‘인생엔 정답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왜 그런고 하니 사람이라는 게 밖으로 보여지는 얼굴 생김새부터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능 같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것을 획일화해서 완벽한 표준이라고 일컬을만한 인생 길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A라는 사람에게 적합한 길이 B라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각자의 성격이나 성향 혹은 타고난 재능 등에 따라 마땅히 가야할 길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생길에도 정답이 없는 마당에 어떤 사람의 신체 치수에 표준이 되는 정답이 있다는 식의 사고는 그당시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보여진다.

이번 포스팅의 앞 부분에서 ‘조세핀 베이커‘에 대해 썼던 글이 있는데 이 베이커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든 관계없이 그저 자신이 가진 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하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갖고 사는 게 그나마 정답이라면 정답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친다.


패셔너블한 새로운 실루엣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여성(고든 콘웨이나 코코 샤넬 같은 몸을 타고나지 못한 이들)은 다이어트나 운동을 해야 했다. 스틸이 보기에, 1920년대의 새로운 스타일은 사실 하나도 자유롭지 않았다. 오히려 마조히즘적인 자기 통제를, 심지어 자기혐오를 요구했다. - P147

20세기 초부터 몇십 년 사이에 성형수술이 발명되고 대중화되었다. 이는 자기가 타고난 것과 다른 몸매를 원하며 돈도 쓸 만큼 있는 여성들에게 급진적인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주었다. 전신 마취는 아직 미숙했고 다소 실험적인 단계였다. 수술은 무엇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성들은 늘씬하고 쭉 뻗은 몸매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엉덩이와 골반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택했다. - P148

같은 시기 여성 잡지에서는 지면에 실은 패션을 소화할 수있는 몸매로 바꿔줄, 다양하고도 미심쩍은 요법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 P148

플래퍼의 외양은 엉덩이 없이 늘씬한 몸매만으로 완성되는건 아니었다. 무언가 이국적인 부분이 더해져야 했다. - P149

19세기 중반에 서양 정부들이 일본과 무역 및 외교 관계를 맺은 뒤 모든 일본적인 것에 열광하는 현상이 일어났고 여기에 ‘자포니즘japonism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P149

휘슬러, 모네,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한 많은 유럽 예술가들이 당시 각광 받던 일본 문화 상품에서 주제와 기법에 관한 영감을 얻어 서양 미학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일본의 미학이 고급 예술과 세련된 취향의 영역으로 편입된 연유다. - P149

푸아레와 샤넬은 중세 이래 서양에서 인기 있던 형태인 몸에 딱 맞게 재단하고 장식한 드레스에서 벗어나, 인도의 사리와 일본의 기모노가 "천의 평평한 부분"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 P150

그런데 1920년대 패션이 아시아 모티프를 채택한 데에는 또 다른 행간의 이유가 있었다. 20세기 초 대중의 인식 속에서 동아시아 여성들이 고도로 섹슈얼한 존재로 여겨진 것이다. 이런 인식은 특히 미국에서 두드러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동아시아(특히 중국) 여성을 성노동자로 가정해 미국 이민을 실질적으로 금지한 1875년의 페이지법이다. 이런 연상관계로 인해, 동아시아 여성들이 입는 전통 의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푸아레의 코트 같은 의상은 1920년대 아시아 여성의 특성을 내포하게 되었다. 인종차별적인 섹슈얼리티가 교양 및 취향의 표지와 융합한 또 다른 사례다. - P150

미국의 거의 모든 문화 현상이 그러하듯, 플래퍼는 또한 흑인성과의 관계(그리고 거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콘웨이의 일러스트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플래퍼는 백인이었지만, 가장 유명했던 플래퍼 중에는 흑인도 있다. 그 주인공은 1920년대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엉덩이를 지녔던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다. - P151

1920년대 중반 파리는 미국 흑인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허브 역할을 했다. 파리는 전 세계 흑인들을 만나고 어울리면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똘레랑스와 존경을 누릴수 있는 곳이었다. - P151

네그리튀드Négritude (흑인 시민들의 문화운동-옮긴이) - P152

파리는 백인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아프리카 예술과 문화와 이국적인 흑인의 "원시주의"에 열광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 P152

미국 백인 보헤미안과 플래퍼들도 흑인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뉴욕에서 콘웨이와 같은 플래퍼들은 할렘의 나이트클럽을 즐겨 드나들었다. 이는 그들이 흑인 문화와 교류하고, 인종 분리가 아닌 혼합을 이룸으로써 기성 문화에 저항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 P152

할렘 르네상스의 주인공인 국외자들과 현대적인 원시주의의 환상이 한데 어우러진 1920년대 파리에서, 조세핀 베이커의 가장 유명한 공연 <라 르뷔 네그르 La Revue Negre〉가 몸이 근질거리던 군중 앞에 막을 올렸다. 공연은 즉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 P152

베이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기원한 미국 흑인 고유의 춤인 찰스턴을 추었다. 파리에선 신문물이었던 이 춤은 그의 묘사에 의하면 "한쪽 골반을 반대쪽 골반에 올리고 한쪽발을 다른 쪽 발에 올려, 엉덩이를 꺼내고 손을 흔들며 추는춤"이었다. - P153

비평가들은 공연에 열광했다. 그러나 열띤 호평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여러 세기 동안 흑인 여성과 그의 엉덩이에 부여해온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라르 비방L‘Art Vivant)에서 앙드레 르뱅송 André Levinson은 베이커가 "고대의 동물 같은 광휘를 뽐내다가, 자애로운 식인종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움직여 탄복하던 관객들에게서 웃음을 자아낸다"라고 적었다. - P154

베이커는 회고록에서 자신의 공연이 반향을 일으키리라 생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너무 오랫동안 엉덩이를 지나치게 감추고 살았다. 엉덩이는 버젓이 존재하거늘. 엉덩이를 왜 비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멍청하고, 가식적이고, 무의미하고, 오로지 깔고 앉는 용도로만 쓸모 있는 엉덩이도 있긴 하다." - P155

무용학자 브렌다 딕슨 고트실드Brenda Dixon Gottschild는 다큐멘터리 <조세핀 베이커>에서 <라 르뷔 네그르>의 초연에 대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같다"라고 묘사한다. 이 공연은 최초의 흑인 슈퍼스타를 낳았다. - P155

"어떤 사람들은 홀딱 반해버렸어요. 어떤 사람들은 지금까지 알던 유럽 문명이 그대로 끝장났다고 믿었죠. 싸움터는 다름 아닌 조세핀 베이커의 엉덩이였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프랑스어로 베이커 광팬을 뜻하는 "베이커마니 Bakermanie"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겨났다. - P155

<라 르뷔 네그르>가 상연된 후, 베이커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한 여자의 반열에 올랐다. 베이커의 이미지는 담배와 머리카락용 포마드 광고에 사용되었고, 베이커 본인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사진가들의 뮤즈가 되었다. 가게에서 조세핀 베이커 인형을 판매할 정도였다. - P155

<라르뷔 네그르>는 미국 흑인 고유의 춤과 베이커가 미국에서 선보인 민스트럴 및 보드빌극의 오랜 역사에서 영감을얻은, 하나의 대담한 선언이었다. 베이커는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이고 흔들면서 서유럽 전통의 춤 개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 P155

베이커의 공연은 복잡했으며, 그만큼 복잡한 유산을 남겼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20세기의 세라 바트먼이라고 말한다.
또는 부르주아 백인 관객들을 자극해 매료시키고 격분시키기 위해 전시된 또 한 명의 흑인 여성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베이커가 비판받는 지점은 자신을 이국적으로 꾸몄다는 것,
다 알면서 일부러 스스로 착취했다는 것, 나체와 바나나 스커트와 치타를 활용함으로써 아프리카에 갖는 고정관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는 것이다. - P156

또 다른 사람들은 <라 르뷔 네그르>가 오히려 베이커가 자신에 관한 인식과 관념을 되찾아온 방법이었다고 본다. 베이커는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공연에 참여했고 큰돈을 벌었다. 또한 자신이 흑인 여성성의 고정관념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전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이해했다. - P156

그는 재미있는 사람이었고 공연에 한결같이 유머와 패러디요소를 넣었다. 코러스 걸로 활동한 이른 시기부터 그는 무대위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몸치인 시늉을 하는 것처럼 능청스러운 요소들을 넣곤 했다. 파리에서 주로 백인이었던 관객들에게 성적으로 여겨지고 대상화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 P157

플래퍼는 이렇듯 다면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코코 샤넬의 환상 속 엉덩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덕분에 실제로 1920년대의 많은 여성이 곡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과 수술을 동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조세핀 베이커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찰스턴을 추기도 했다. 이런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베이커의 표현을 빌리자면 "멍청하고 가식적이고 무의미해서(백인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엉덩이에 대해 거의 대놓고 비꼬는 표현이었다)" 깔고 앉는 데에나 쓰이는 엉덩이를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가 조세핀 베이커의 몸에 대해, 또한 백인보다 섹슈얼하게 타고났다고 간주한 다른 유색인종 여성의 몸에 대해 상상해왔던 성적 자유를 시험해보고, 자기 몸에도 적용해보고 있었다. 흑인 여성성과 백인 여성성의 유서 깊은 관계는 그 뒤로도 역사속에서 끈질기게 이어진다. - P157

실루엣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룩한 버슬이든, 직선으로 떨어지는 플래퍼 스타일이든) 미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제스처다. - P157

의상이 디자인되고 유행이 생겨날 때, 여성 신체의 곡선은 (옷·유전·다이어트, 운동 등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젠더와 취향과 계급에 대한 더 큰 이야기를 대신하는 은유가 된다. 그안에 들어 있는 의미들은 좀처럼 이야기되는 법이 없으며 보통은 의식조차 되지 않지만, 엉덩이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존재한다. 그 의미들은 언급되지 않기에 도리어 더욱 강력해진다. - P158

엄마는 입어본 옷을 도통 마음에 들어 하는 법이 없었다.
옷걸이에 걸린 옷에서 내비쳤던 희망은, 몸에 걸치고 단추를 채우고 지퍼를 올리자마자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밑단은 너무 길었고 허리는 너무 넓었다. 너무 꽉 끼는 재질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언어에서, 내 언어에서, 우리의 언어에서 언제나 잘못인 것은 옷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 "내가 키가 작아서 그래"라고 엄마는 말했다. "팔뚝에 살이 많아서 그래. 엉덩이가 너무 커서 그래." 엉덩이는 매번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게, 엄마는 말하고 있었다. 옷은 문제가 없어. 문제는 나야. - P163

나는 금방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고, 곧 그 말들을 나 역시 내뱉기 시작했다. 옷을 입어본다는 건 때로 다른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만든 틀에 내 몸을 욱여넣으려 애쓰는 일 같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런 느낌은 실제로 벌어진 일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몸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1920년대 이후 만들어진 의류는 대부분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다. 바지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건, 우리가 지닌 몸의 비율이 의류 회사가 상상한 몸의 비율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63

패션 업계는 다양한 신체 유형의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을 소리 없이 해나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옷 자체도 ‘올바름‘을 물질적으로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바지는 우리가 두 손으로 쥘 수 있는 물리적 사물인 한편, 우리 몸에 말그대로 ‘적합하지‘ 않은 부위가 있다고 상기시키는 상징적 도구다. 우리 몸의 특정 부위가 너무 크거나 너무 작다고 느낄때마다 우리는 어딘가에 딱 맞는 몸이, 적당한 중간의 몸이, 정확히 올바른 몸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 P164

적당한 중간의 몸이란 이상인 동시에 평균이며, 과한 부분이 없다는 점 때문에 그 자체로 완벽하다. 그렇지만 중간이란, 정상이란 대체 무엇일까? 엄마는 자기 엉덩이가 너무 크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나도 자주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엉덩이는 대체 무엇과 비교해서 너무 큰 걸까? - P164

노마는 엉덩이뿐 아니라 신체의 모든 부분이 ‘골딜록스goldilocks‘ 지점에, 그러니까 과하지 않은 최적점에 있다. 그는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딱 적합하다". 적어도 그를 설계한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 P165

노마는 1945년 6월에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전시장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전시장 반대쪽에는 그의 남성 짝인 노먼이 서 있었다. 이 한 쌍은 생식 능력이 있는 "전형적인" 성인 남성과 여성의 대표로서, 산부인과 의사 로버트 라투 디킨슨Robert Latou Dickinson과 예술가 에이브럼 벨스키 Abram Belkkie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 P165

노마는 고든 콘웨이가 그린 플래퍼와는 달랐고, 살집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깁슨 걸도 아니었다. 엉덩이는 날씬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가슴은 뒤늦게 급히 붙여넣은 듯 보였다. 진짜 가슴을 본 적 없는 사람이 만든 것처럼, 기운찬 두 개의 구형이 흉부에 어색하게 달려 있었다. ‘표준‘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마는 과연 어느 모로 보나 별난 구석이 없었다. 그는 정상이었다. - P166

노마 조각상은 아주 구체적인 정상 개념을 암시한다. 백인이고 이성애자였으며 이 점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전시장에서는 노먼이 항시 굳건히 그녀 옆을 지키고 있었다) 장애가 없었다. 표정은 다소 시무룩했으며, 매혹적인 부분은 전혀 없었고, 두 팔을 몸옆에 붙이고 아주 꼿꼿하게 서 있었다. 과학 수업 시간에 포즈를 잡은 모델 같아 보였다. 그의 매력은 (이름대로) 정상성 자체에 있었다. 그게 제작자들의 의도였다. - P166

노마와 노먼 조각상을 만드는 일은 미국 우생학계의 프로젝트였다. 프랜시스 골턴이 만들어낸 인종차별적 과학을 바탕으로, 조르주 퀴비에를 비롯한 19세기 사상가들은 인간 신체의 위계를 정하고 집행하면서 우생학을 발전시켰다. 미국우생학자들의 한 계파는 불임시술을 통해 부적합한 사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애썼고, 나머지는 반대 방향을 택하여 올바른 사람들에게 자녀를 낳으라고 분주히 권장했다. - P166

말하자면 노마와 노먼은 성인 버전 ‘우량아 대회‘의 우승자였다. 그들의 신체는 우생학자들이 미국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 특징들을 담고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사 박물관에 우뚝 선 노마와 노먼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어떤 종류의 성인 신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 적합한지 예증했다. 바람직한 인간은 튼튼하고, 생식 능력이 있고, 장애가 없으며, 미국 본토 토박이인 백인이었다. - P167

벨스키와 디킨슨은 과학적 접근법을 따르고 싶었으므로,
노마와 노먼을 만들 때 주관적 선호가 아닌 데이터에 의존했다. - P167

"표준 의류 치수의 부재로 인해 소매업체와 소비자 모두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몸에 잘 맞는 옷을 구할 수없는 어려움이 있다." - P168

어쨌든 노마는 올바른 유형의 미국 여성을 합성해낸 결실이어야 했다. 여성성을 정의하고, 누구를 재생산하고 누구를 재생산해선 안 되는지 명확히 밝혀주는 기준이어야 했다. - P170

훗날 미국 우생학 협회의 회장이 된 샤피로는 또한 평균이어떻게 이상이 될 수 있는지 강조했다. "노마와 노먼은 노쇠가 시작되기 전인 성인의 평균에 부합하도록 디자인되었지만, 평범하거나 평균적인 몸과는 실로 거리가 먼 비율적 조화를 보인다." 그들의 평범성이야말로 주목할 만한 것이었으며, 역설적으로 독특했다. 샤피로는 말했다. "이렇게 표현하겠다. 평균 미국인의 몸매는 신체 형태와 비율 면에서 완벽함에 근접한다. 평균은 매우 귀하다." - P171

정상과 완벽을 하나로 합친 샤피로의 표현을 처음 읽었을때, 나는 그가 너무 멀리 나갔다고 느꼈다. 완벽은 어쨌거나 중간보다는 정점을 의미하고, 어떤 면으로는 다른 이들보다우위에 있는 두드러진 인간 유형을 뜻하는 단어 아닌가.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완벽한 인간은 나머지보다 똑똑하고, 아름답고, 날씬하고, 우아하다. 전형적인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다. - P171

그렇지만 샤피로의 논리는 실질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직관적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나는 나 자신의 몸을 ‘비정상‘이라 느끼는 일이 많다. 커다란 엉덩이, 약간 사시인 눈,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소질이 없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흔한 특성인데도 내 것일 땐 단점처럼 느껴질 뿐, 정상으로 여겨진 적이 없었다. 결국 정상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평균이나 흔한 특성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을 가리킨다. - P171

정상적인 여성은 여성적이었지만, 너무 여성적이진 않았다. 정상적인 여성은 강했지만, 매우 강한 편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여성은 엉덩이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크진 않았다. 정상적인 여성은 일하던 공장을 떠나 미군 남성과 결혼하고, 방금 수백만 인구를 잃은 세상에 다시 사람을 채워넣는 노력에 가담했다. - P173

정상성의 개념은 언제나 특정 의제를 동반한다. 노마의 경우, 그의 신체 치수를 분석한 이들은 열정적인 우생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유색인종·장애인·퀴어를 현실에서 없애버리겠다는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완벽하게 정상적인 미국인 인종을 만들겠다는 공공연한 시도를 일삼았다. 또한 미국 시민이 되는 일을 평균적인(단연코 달성 불가능한 신체를 가지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 P175

노마 지지자들은 정상성을 성문화하며 비정상적인 것까지 성문화하고 있었다. 이상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언제나 반대를 향하는 프로젝트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 P175

그러나 우생학자들이 창조해낸 노마가 실제로 입증해낸 사실은, 현실적으로 어떤 몸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 P175

두드러지는 존재는 불가피하게 집단에서 떨어져 나올수밖에 없다. 그들의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한 건, 신체에는 표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가슴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어떤 가슴은 아래로 처진다. 어떤 발목은 굵고, 어떤 발목은 가늘다. 어떤 사람들은 어깨가 넓고 골반이 좁다. 어떤 엉덩이는 크고, 어떤 엉덩이는 작다. - P176

세라 바트먼이 착취되고 전시된 과거가 먼 옛날의 유물처럼 느껴지듯이, 우리는 이제 노마 시대를 벗어나 ‘정상‘의 해로운 환상을 초월한 상태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정상‘의 구체적 의미는 끊임없이 달라지는 반면, ‘정상‘이라는 개념 자체의 생존력은 놀랍도록 끈질기다. 공개적으로 정상성을 지지하는 큐레이터나 조각가가 없는 지금도 그러하다. - P176

노마와 노먼은 더 이상 박물관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탈의실에, 잡지에, 끊임없이 스크롤해 내려가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언제나 숨어 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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