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 얘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컴퓨터의 병렬 네트워크 파워, 언어에 의한 시너지 효과 그리고 공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창출된 도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도시가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과 더불어 전염병의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까지 보여주면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해낸 도시들이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이상적인 도시상에 대해 건축과 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바로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 이었다. 각종 택배나 물류의 이동을 지하화함으로써 지상에 창출되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컨셉인데 이를 통해 지상에 공원같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더 많이 조성하여 사람들간의 소통과 교류가 더 많아지는 효과는 물론이고 물류 이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아직 이것이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저자가 본문에 소개한 과거의 사례들과 비교적 최근의 사례들을 종합해서 미래를 전망해 봤을 때 저자의 생각이 실현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지난 몇 십년간 발전해온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해볼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의 미래 도시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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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 필지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필지는 각각의 구획별로 나눠지는 토지의 등록단위를 일컫는 말인데 본문을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의 필지가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용어로는 ‘농사꾼의 필지‘와 ‘장사꾼의 필지‘라는 말로 둘을 비교하고 있는데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필지가 기본적으로 정사각형으로 구획되어있는 반면, 서양의 경우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구획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서양의 직사각형 형태의 필지는 애초에 장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책에 함께 첨부된 그림을 통해 저자의 말의 뜻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서양은 효율성을 중시하여 필지와 필지 사이에 여분의 땅이 남지 않도록 붙여서 건물을 짓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채광과 통풍 등의 이유로 인해 필지와 필지사이에 일정 거리를 띄워놓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남는 공간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을 저자는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농사를 근본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농사꾼의 필지‘ 라고 명명한 듯하다.

어찌됐든 이러한 필지 형태를 비교해보면서 앞으로 도시가 재건축, 재개발 될 때 어떠한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는데,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이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도 퍽 괜찮다고 느껴졌다. 예를 들어, 필지의 낭비되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필지를 일정 규모로 통합한 뒤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건축하는 방안 같은 것들은 우리나라의 토지에 일정부분 제약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꽤나 합리적인 아이디어라고 여겨졌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존에 있는 각종 규제나 법규들이 풀리고 개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행정적인 규제만 일정부분 완화된다면 시도해봄직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100조 개 있다. 인간의 지능이 높은 이유는 시냅스의 총량이 크기 때문이다. - P162

이 원리는 컴퓨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개인컴퓨터(PC) 한 대의 연산 능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이 PC를 직렬로 연결하면 같은 성능을 가진다. 그런데 PC를 병렬로 연결하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이 병렬 네트워크의 힘이다. - P162

인간의 뇌를 병렬로 연결하는 방식은 케이블이 아닌 언어다. 그리고 문자는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과도 연결시켜 준다. 21세기의 우리가 플라톤의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뇌는 2400년 전 그리스의 한 철학자의 뇌와 병렬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뇌끼리의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다. - P162

공간적으로 인간의 뇌끼리의 연결 시냅스를 늘리는 방법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 P162

밀도가 높은 도시 공간에서는 주변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대화를 통해서 창의적인 생각들도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도시 생활이라고 한다. 인류의 많은 창의적 생각과 물건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에 의해서 발명되고 만들어졌다. - P163

제프리 웨스트의 저서 「스케일」에 따르면 인구가 2배 늘어나면 특허 출원 건수가 2.15배로 뛴다고 한다. 인구의 규모가 커질수록 도시가 더욱 창의적으로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평균 임금, 전문 직업인 수도 인구가 2배가 늘어날 때 2.15배가 늘어난다. 반면 에너지 절약적인 면에서는 절감이 된다. 미국, 일본, 독일 도시의 경우 인구가 2배 늘어날 때 주유소는 1.85배만 늘어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규모가 늘어나면 도시 인프라 초기 투자 비용은 7.5퍼센트 줄어들고 창의성은 7.5퍼센트 증가한다. 더 큰 도시가 될수록 경쟁력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다. - P163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도시의 규모가 2배 커지면 범죄율과 전염병의 전파도 2.15배 증가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 P164

과거에는 전염병에 걸리면 도시 외곽으로 격리시키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병의 원인을 파악한 다음에는 병원이라는 건축 시설을 도시 안에 적극 배치하고 도시의 인구를 유지하는 방식을 개발해 냈다. 각종 도시 위생 시스템과 바이오테크놀러지는 도시의 규모를 1000만명으로 키울 수 있게 해 주었다. - P164

뉴욕은 다른 유럽의 도시와는 달리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이후에 성장한 도시다. 뉴욕은 엘리베이터, 철골 구조, 철근 콘크리트라는 신기술을 이용해서 고층 건물을 지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이 7층 정도 높이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을 때 뉴욕은 30층짜리 건물로 4배 이상 고밀화된 도시 공간을 만들었다. 밀도가 4배가 되면 같은 시간에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도 4배로 늘어난다. 이는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세계를 리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 P165

뉴욕은 고밀화된 도시 공간뿐 아니라 전화기라는 통신망을 깔아서 사람 간 소통할 수 있는 관계의 시냅스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 P165

1990년대 들어서 도시의 시냅스를 늘릴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개발됐다. 바로 인터넷이다. 과거 인류의 기술은 수천 년간 물리적인 좁은 공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 한계에 봉착하자 인류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 속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 빅뱅을 통해 만들어 낸 시냅스의 팽창이다. - P166

현대의 도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시냅스의 총량과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시냅스의 총량을 합쳐서 이해해야 한다. - P166

인류는 꾸준하게 도시의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사람들 간 관계의 시냅스를 늘려 나갔는데, 나는 이를 ‘시냅스 총량 증가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 P166

문명이 발달할수록 시냅스 총량이 증가된다. - P167

인간은 온라인 기회와 오프라인 기회가 있다면 둘 중 하나를 택하는 대신 두 가지 기회를 모두 가지려고 할 것이다. - P168

일자리 구성 때문에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 P169

우리나라 일자리의 55퍼센트는 사무직이다.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들은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일자리다. 이런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 P169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 도시에 더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 P169

사람이 모여 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이다.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은 각종 세금 정책과 행정 정책들이고, 하드웨어적인 방법은 공간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 P175

공통의 추억을 가지면 서로를 이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시에는 공통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P176

공산주의는 인간을 너무 착하게 봐서 실패했다. 인간은 결코 부와 권력을 공평하게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공평한 분배를 주장하던 자들이 나중에 오히려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 P178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기 때문에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가 공원, 벤치, 도서관이다. 이런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 소셜 믹스가 된다. - P178

투쟁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모임의 공간이 필요하다. - P178

도시 재생과 재건축은 바둑과 같다. 바둑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돌을 두느냐가 승부를 결정한다.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상대편인 개발업자에게 아예 바둑돌을 안 두게 만들고 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면 대화나 게임 자체가 시작이 안 된다. 검은돌을 쥔 개발업자가 돌을 두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쥔 흰 돌을 어디에 먼저 두느냐가 중요하다. 바둑의 고수는 중요한 적재적소에 정확한 순서대로 돌을 둔다. 그게 바둑에서 승리하는 법칙이다. - P180

가장 좋은 시스템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20세기 후반에 문제가 많았던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이겼던 이유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시스템이라서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 P181

똑똑하게 줄 건 주고 얻을 것은 얻는다 - P181

가로로 긴 공원의 또 다른 장점은 지역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 P185

사람들이 걸을 때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도시 안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려면 떨어져 있는 동네들 간에 걸어서 오갈 수 있어야 하는데, 선형의 공원은 이를 촉진시킨다. - P185

기술은 발전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 P188

건축은 발전할수록 서비스 기능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겨진다. - P188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낫다. 국민에게 단순하게 현금을 나누어 주는 것보다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 P190

인간은 천천히 걸을수록 좋고, 물류는 빠르게 이동할수록 좋다. 이 둘은 근본적으로 상충된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보내는 것이 지상을 ‘인간을 위한 느린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 P190

‘개발 제한 구역‘이라는 의미의 그린벨트는 영국에서 최초로 고안한 개념이다. - P199

우리가 아는 도시 확장 억제 개념의 그린벨트는 1898년 에버니저 하워드 Ebenezer Howard의 저서 「미래의 정원 도시(Garden Citiesof Tomorrow)』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의 개념은 런던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기 위해서 런던 시내 주변으로 폭 2킬로미터의 녹지를 보존하고 그 공간을 런던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 P199

결국 중요한 것은 패턴이다. 도로망의 패턴, 빌딩과 녹지 구성의 패턴, 학교, 주거, 오피스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섞인 패턴 등이 도시의 효율성과 사회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이다. - P204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맞는 고밀도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마치 좁은 반도체 안에 효율적인 반도체회로를 설계하는 것과도 같다. 어떻게 더 안전하고 창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인간을 위한 공간을 도시 안에 밀도 있게 만들 수 있는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 P205

대한민국의 도시화 비율은 91퍼센트다. 전체 인구중 도시에 사는 사람이 91퍼센트란 이야기다. 보통 경제학자들은 도시화 비율이 80퍼센트 중반이 넘어가면 도시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도시화가 90퍼센트 이상인 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한국뿐이다. 앞의 두 나라는 도시국가 수준이니 그렇다 치고 한국은 도시화가 완성되고도 남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말은 즉 우리는 택지가 부족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 P208

LH의 주요 업무는 농지로 된 땅을 택지로 개발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완성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제 LH가 해야 하는 일은 새롭게 택지를 개발하는 대신 기존 택지의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 P208

도시화가 91퍼센트인 우리나라는 더 이상 새로운 택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대신 그린벨트는 진정한 그린(녹지)으로 회복해야 하고 부족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 기존의 도시를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재정비해야 한다. - P209

10만 평의 땅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땅은 주변부에 어떠한 시설을 접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된다. 기찻길 옆 시끄러운 지역의 아파트보다 한강이 보이는 강변 아파트의 가치가 더 높다. 따라서 그린벨트 중에서도 가치가 높은 곳은 도시의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도시와 접한 경계부의 땅이다. 그 경계부의 땅을 좁고 길게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그린벨트는 공원으로 바꾼다면, 새로 지어진 주거는 도시의 편리함과 공원 경치를 함께 갖는 가치 높은 부동산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조건의 주거를 개발해서 분양 단가를 높인다면 적은 연면적을 개발해도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사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사업성을 찾을 수 있고, 시민은 좋은 공원을 얻게 된다. - P211

경계부를 개발할 때 건물을 연속되게 지어서 만리장성처럼 보이게 만들면 안 된다. 실선처럼 이어진 건물군이 아니라 점선처럼 중간 중간 끊어지게 개발해서 도시 측에서 바라볼 때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그린벨트 공원으로의 접근성과 경관을 확보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거 단지를 ‘엣지시티‘라고 부르자. - P211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 - P214

애초에 도시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필지를 좁고 길게 만든 이유는 도심 속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다. 장사를 하려면 길가에 면해서 가게 입구가 나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서 장사하며 사는 도시들은 필지 모양이 도로에 접한 부분은 좁고 뒤쪽으로 길다. 런던, 암스테르담, 로마, 뉴욕 할 것 없이 상업 중심 도시는 다 그렇다. 심지어 일본의 오래된 도시인 교토도 필지가 좁고 길다. - P218

그런데 우리는 강남 개발을 할 때도 필지 모양이 정사각형이다. 농사꾼의 마인드로 필지 구획을 해서 그렇다. 우리는 땅은 반듯한 정사각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땅을 볼 때 햇빛 드는 농지와 면적만을 생각해서 그렇다. 농사꾼과 장사꾼의 다른 마인드는 필지 모양의 비율을 다르게 했고, 도시의 효율성에 차이를 주었다. - P218

우리가 장사꾼의 마인드를 가지지 못한 이유는 난방 시스템인 온돌 때문에 2층짜리 집을 지어 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 고밀한 도시가 없었고 따라서 상업도 발달하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의 도시를 바꾸려면 필지 디자인부터 바꿔야 한다. - P218

필지의 모양이 외부 공간의 효율성을 좌우한다. - P219

우리나라 도시 경관의 첫 번째 문제는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개발을 할 때 대형으로 진행하다 보니 기존 도시의 골목길들도 다 사라지고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재개발밖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 P220

두 번째 문제는 필로티 주차장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풍경을 망치는 것 중 하나는 1층에 만들어진 필로티 주차장인데, 이러한 개발이 되는 이유는 주차장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건물의 주차를 자신의 땅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필지는 작게 100평 이하로 구획되어 있다.
100평이 안 되는 땅에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를 만들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한 주차 공간만큼 건물 1층을 필로티로 올려서 해결하게 된다. - P220

주차장법 중에 200미터 이내에 주차장 땅을 확보하면 내 땅에 주차를 안 해도 되지만, 근처의 비싼 땅을 사서 지상 주차장으로만 사용하는 바보가 있을까? 결국에는 필로티 주차장밖에는 답이 없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대규모 재개발밖에 없는데 여러 가지 절차상의 이유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중규모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 P220

서울의 지도를 보면 필지가 6개에서 20개 정도씩 묶인 블록들이 모여서 블록과 블록 사이에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골목길과 골목길 사이의 6개에서 20개 정도의 필지를 묶은 규모의 재개발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법안을 만들면 어떨까? 이때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주차장은 지하에 통합으로 넣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최소화되고 골목길과 접한 1층은 필로티 주차장 없이 보행 친화적인 환경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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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 리뷰를 썼던《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의 p.158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었던 단어인 ‘숙론‘ 을 책으로 좀 더 자세히 만나본다.

누가 옳은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으려는 것이다. - P5

배움 learning은 경험에 따라 행동이 변화하는 걸 일컫는데, - P6

유전자 수준에서 이미 각인되어 타고난 행동이다. 우리는 이를 본능instinct이라 부른다. - P6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 세계에도 배움은 넘쳐난다. 그러나 가르침 teaching은 거의 없거나 매우 드물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나야 할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듯 보이는 어미 새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딱히 가르치는 것 같지 않다. 둥지에서 저만치 먼저 날아가 나뭇가지에 앉아 새끼가 날아 나올 때까지 기다릴 뿐, 꽁지깃을 어떻게 세우고 가슴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일일이 설명하고instructing 지도하지coaching 않는다. - P8

침팬지 엄마는 짜증을 내지도, 설명하느라 열을 올리지도, 그리고 시범을 보이며 지도하느라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체득할 때까지 무한한 인내심을 품고 묵묵히 기다려줄 뿐이다. - P9

나는 대한민국 교육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점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도 상당부분 토론 부재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면 갈수록 창의성이 줄어드는 우리 교육의 모순을 타개할 수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토론 학습을 제안한다. - P11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리고 쟁점 또한 풍부한 정치는 토론을 학습할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주제다. - P12

무엇보다 토론 수업을 진행할 교사들을 위한 교육이 시급하다. 교실을 자칫 정치판 싸움터처럼 만들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일단 교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 P12

우리 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사라진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일제강점기의 교육이 제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학문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식민화를 위한 획일적인 교육에 집중하는 가운데 토론 학습은 애당초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 P13

일본은 우리말을 말살하고 식민정책을 시행하려고 철저하게 주입식이고 수동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30여 년에 걸친 일제의 교육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정부 주도의 교육제도, 도구주의 교육관, 학력 중시 등 여러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일제의 교육이 우리 교실에서 토론 문화를 말살한 폐단을 지적하고 싶다. - P14

서양에서 discussion은 남의 얘기를 들으며 내 생각을 다듬는 행위다. 이걸 요즘 우리는 ‘토론‘이라고 번역해 사용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는 토론은 서양의 discussion 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심히 결연하다. - P15

한때 <백지연의 끝장토론>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제목부터 자기모순이다. 토론은 끝장을 보려 도모하는 행위가 아니다. - P15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경기로 충만해 토론에 임하면 남의 혜안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조성모가 다시 불러 널리 알려진 <가시나무>의 노랫말처럼 마음속에 나 자신이 너무 많아 타인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지금 우리가 주로 하는 행위는 discussion이 아니라 debate에 가깝다. - P16

Debate는 주로 ‘논쟁‘이라고 번역하지만 우리는 지금 논쟁 수준에도 못 미치는 ‘언쟁‘, 즉 치졸한 말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다. - P16

차라리 debate를 ‘토론‘으로 규정하고 이제부터는 ‘토의 discussion‘를 하자는 제안도 있다. 토의가 토론보다 어감상 덜 논쟁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의‘와 ‘논‘의 자원字源을 들여다보면 좀 뜻밖이다. - P16

의議자는 ‘말씀 언言‘과 ‘옳을 의義‘가 합쳐진 것인데, 義는 양의 머리를 창에 꽂은 제사 장식을 형상화한 글자로 올바름을 신에게 아뢴다는 뜻이다. 반면 논論자의
‘둥글 륜侖‘은 죽간을 둥글게 말아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의견을 두루 주고받는 과정을 뜻한다. ‘의‘가 다분히 하향 top-down 식인데 반해 ‘논‘은 상향 bottom-up식이라 훨씬 민주적이다. - P16

사실 문제는 ‘토‘에 있다. ‘칠 토討‘자는 ‘공격하다‘와 ‘두들겨 패다‘에서 ‘비난하다‘와 ‘정별하다‘라는 의미까지 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그동안 제대로 토론해온 셈이다. - P16

김언종 교수에 따르면 토討자에는 ‘견책하다‘ 혹은 ‘정벌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원래는 ‘대화로 합의에 이르다‘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그러나 세숙은 함께 둘러앉아 토론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나름 세심하게 검토했을 뿐이다. - P17

이런 연유로 나는 기왕에 너무 많이 오염된 용어인 ‘토론‘ 대신 ‘숙의熟議‘ 또는 ‘숙론熟論‘이라 부르기를 제안한다.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함께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뜻하는 말로 개인적으로 숙론이 더 마음에 든다. - P17

굳이 이에 상응하는 영어 표현을 찾으라면 나는 ‘discourse‘를 제안하고 싶다. 영어권에서 discourse는 dialogue (담화)나 discussion(토론)의 좀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토론serious discussion을 의미한다. - P17

Consilience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 P18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채 그들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 P18

숙론은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른지 숙고해보고 자기 생각을 다듬으려고 하는 행위다.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인식 수준을 공유 혹은 향상하려 노력하는 작업이다. - P19

숙론은 ‘누가 옳은가 Who is right?‘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 What is right?‘를 찾는 과정이다. - P19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교육은 이제 원동력을 잃었다. 내가 읽고 듣고 만난 4차산업혁명 전문가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의한다. 지금 우리 교육으로는 결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한다. 근본적이고 혁명적으로. 진화학자가 할 얘기인지 모르지만, 우리 교육은 점진적 진화 evolution를 기대할 게 아니라 과감한 혁명 revolution을 도모해야 한다. - P20

우리 교육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 숙론 수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함께 둘러앉아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훈련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면 대한민국은 드디어 성숙한 민주국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 P21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유독 토론만큼은 못해도 너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모든 학습을 토론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된 토론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 거의 없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능히 잘할 수 있다. - P22

정규교육에 토론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사회 곳곳에서 토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토론의 꽃이 만개할 날을 대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론을 이끌 진행자를 양성해야 한다. - P22

탁월한 사회자 moderator 혹은 진행중재자 facilitator가 훌륭한 토론자를 길러낸다. - P23

갈등이 수면 아래 가라앉기보다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선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런 갈등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지가 우리 앞에 주어진 숙제다. - P28

"유전자의 50퍼센트를 공유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해가 엇갈리는데 하물며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배우자간의 갈등은 얼마나 더 격렬할까?" - P31

갈등의 관점에서 행동을 관찰하면 훨씬 더 명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 P31

좌파와 우파 혹은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은 프랑스혁명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789년 혁명이 끝나고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공화파가 앉고 오른쪽에 왕당파가 앉은 데서 유래했다고한다. 1792년 공화파가 주도한 국민공회에서도 왼편으로는 개혁적 자코뱅파 의원들, 오른편에는 보다 보수적 지롱드파 의원들, 그리고 중간에는 중도 성향의 마레당 의원들이 자리하며 개혁에 소극적이고 다분히 수구적 세력을 우익 또는 우파, 상대적으로 변화를 갈구하는 진보적 세력을 좌익 또는 좌파로 나누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 P35

우리 모두는 누구나 보수와 진보의 긴 연속선 continuum 위 어딘가에 놓인다. 그것도 모든 이슈에 있어서 정확하게 늘 동일한 지점에 있지 않고 이슈마다 연속선상 위치가 달라진다. 흑색과 백색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음영의 회색이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 P37

지역 갈등은 영남과 호남 간 대립이 특별히 부각된 것일 뿐 지역 간 감정의 골은 우리나라 전국 여기저기에 파여 있다. 때론 문화적으로 제법 유래가 깊은 감정의 골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제적 이득 때문에 불편하게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 - P42

인도 사회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카스트제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은 제가끔 자기 처지를 운명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P43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표현한다" - P48

환경 갈등은 본질적으로 세대 갈등이다. 누가 제일 먼저 말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 P55

적어도 우리 세대가 누린 만큼 미래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자연을 잘 보존해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바로 ‘지속 가능성 sustainability"의 기본개념이다. - P56

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경제성과 생태성의 평형을 모색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경제적 타당성 economic feasibility을 의미하는 ‘경제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늘 쓰고 살지만 ‘생태성‘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경제성의 개념이 나왔듯이 생태학도 ‘생태계의 온전한 정도ecological integrity‘, 즉 생태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 - P57

경제학eco-nomics과 생태학eco-logy은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다. ‘Eco‘는 ‘집house‘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둘은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형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경제학 형님은 부자로 살았고 생태학 아우는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았다. 그런데 요즘 형님이 아우를 찾는다. 경제학과 생태학이 만나기 시작했다. 개발과 보전은 더 이상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은 경제 예비타당성뿐 아니라 생태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아야 한다. - P58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 - P64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소통이란 조금만 노력하면 잘되리라 착각하며 산다. - P64

동물행동학자들은 오랫동안 동물 소통 animal communication을 상호 협력적 행동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1978년 존 크레브스John R. Krebs와 니컬러스 데이비스 Nicholas B. Davies는 《행동생태학: 진화적 접근Behavioral Ecology: An Evolutionary Approach》에서 소통을 기본적으로 송신자sender가 수신자receiver를 조종하려는 의도적 행위로 규정하며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P65

소통은 협력이 아니라 밀당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소통은 당연히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니라 지난한 숙론과 타협의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 P65

교육이란 본디 먼저 사회에 진출한 세대가 살아보니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판단해서 사회 진입을 앞둔 다음 세대로 하여금 기성세대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교육 현장은 공존을 위한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신분 상승을 꾀하는 경쟁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 P70

기와가 깨져 흩어지고 흙이 무너진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와해토붕瓦解土崩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다. 흙, 기본이 무너져 내리며 여기저기에서 기왓장들이 쪼개지고 있는 형국이다. - P71

일찍이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본 적 없는 사상 초유의 저출생으로 인해 교육 구조의 뼈대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기울어진 바닥을 바로잡지 않아 끊임없이 유출되는 토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와해토붕瓦解土崩이 아니라 토붕와해土崩瓦解 형국이다. - P71

집단 창의성 collective creativity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하나의 잣대로 모든 걸 재는 상황에서는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잣대가 다양해야 창의성이 돋아난다. - P73

자연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증진해야 하듯이 어떻게 하면 우리 교육계의 학습 다양성 learning diversity을 높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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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9-03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이 옳은가, 는 소설을 읽을 때 제가 찾는 것 중 하나입니다. 선인과 악인의 구도로만 볼 수 없이 그 나름대로 각자 설득력을 가지는 행동을 취할 때 무엇이 옳은지를 따지는 것이 때론 어렵더군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9-03 15:37   좋아요 3 | URL
예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각각의 인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다들 달라서 그런지 어떤 한면만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게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보면 해당 인물의 선택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잘못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만큼은 용납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한 소설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서 논하는 일반적인 토론의 경우에도 각각의 패널들이 주장하는 바들을 잘 들어보면 어느 한 쪽의 편만 들기에는 뭔가 조심스러울 때가 있는게 각자가 처한 입장이나 이해관계들이 다들 달라서 그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정말 페크님 말씀처럼 무엇이 옳은지를 따져나가는 과정이 쉽지않음을 저도 댓글을 쓰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쉽지않은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것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토론이 과열되어 언쟁의 장으로 번지기 보다는 상호간의 존중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게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페크님 덕분에 ‘무엇이 옳은가‘라는 말을 저도 좀 더 곱씹어보면서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나름의 의견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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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읽다가 스톡홀롬 경제대학의 베르간티 교수가 한 말이 눈에 띄었다. 기술이나 기능보다도 ‘의미의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는데,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서 이 교수는 이러한 것의 한 사례로 초(양초)를 예로 들었다.

어둠을 밝히는 역할로써의 초는 전구의 발명으로 인해 그 생명이 다했고, 기껏해야 정전에 대비하는 용도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양초는 이름을 ‘캔들‘ 로 바꾸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드는 물건‘ , ‘향기를 즐기는 물건‘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기존에 갖고 있던 단지 기능적인 의미라 할 수 있는 ‘불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캔들의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물리적으로 동일한 것이라도 그것에 어떤 철학이나 의미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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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서전트 페퍼스 론니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비틀즈The Beatles의 8번째 타이틀 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얘기가 나온 이유는 ‘록 사상 최초의 컨셉 앨범‘ 이었기 때문인데, 독자인 나는 이 사례를 통해 왜 요즘 가수들이 ‘뮤지션‘ 이 아닌 ‘아티스트‘ 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어떤 컨셉이 정해지면 단순히 자신이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패션, 공연의 연출, 곡을 만드는 과정 등 창작자의 인생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것이 마치 수학공식처럼 음악 업계에서 정형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컨셉 사고‘ 를 잘 나타내는 사례인데, 이를 우리 각자의 인생에 적용해서 나만의 독특한 개성 또는 색깔을 만들어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중구난방식으로 아무런 컨셉없이 살기보다는 컨셉하나를 설정해서 거기에 맞게 일관성을 보이며 사는 것,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인다.


다음에 나오는 사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는 브랜드인 ‘에어비앤비‘ 의 창업 및 성장스토리였다. 독자인 나는 이 업체의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이용해본적이 없어서 단지 이름만 들어봤을 뿐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몰랐었는데 오늘 독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는 처음에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고육지책으로 빈방에 에어베드 3개와 조식을 준비한 뒤 투숙객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브라이언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컨셉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고 하는데, 고객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들의 컨셉을 보다 명확히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인생은 의미 찾기 놀이이다. 사랑도, 일도, 우정도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뇌리에 남아 행동을 유발하는 좋은 컨셉들을 해체해 가치의 설계도로 보여주는 이 책은 컨셉을 빌딩할 수 있는 지름길을 명약관화하게 알려준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생각을 확장해서 언어에 반영하는가. 그 일련의 흐름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했습니다. - P4

생각과 말을 창의적으로 움직이고 엮어내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경험하게 될 겁니다. - P4

컨셉을 만드는 일은 야구와 비슷해서 감각에만 의존해서는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기본 동작을 제대로 익혀야만 능력을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지요. - P5

상상을 언어화하는 힘은 반드시 필요하지요. - P6

어떤 기술이 등장하든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과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결국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라는 물음 하나일 뿐이지요. - P6

‘말‘은 만물의 프로토타입이다. - P6

새로운 제품, 서비스, 콘텐츠, 솔루션, 사업.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때, 그 ‘무언가‘를 명확하게 짚어내는 말 또한 아직 존재하지 않지요. 그러나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동료와 논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가장 먼저 ‘말‘을 만들게 됩니다. - P7

디자인이나 도면처럼 모양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업계에서도 정작 본질적인 부분은 말에 의해 구성되고 만들어집니다. 한층 더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업계에서 컨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 P8

물건이냐 서비스냐,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민간 기업이냐 행정이냐. 상품이나 주체의 차이에 따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러나 뛰어난 창작자에게는 컨셉을 잘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無에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동료나 고객에게 제시하고, 논의하고, 망설임없이 부순 다음 다시 만들고. 컨셉은 돈 한 푼 들지 않는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 P9

기능보다 ‘의미‘를 사는 시대 - P9

‘컨셉 사고‘를 지닌 사람이 앞으로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컨셉의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 P9

스톡홀롬 경제대학의 로베르토 베르간티 Roberto Verganti 교수는 현대 사회에는 기술이나 기능보다도 ‘의미의 이노베이션‘ 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P9

이러한(초 사례) 가치의 역전 현상은 기술적으로 앞서는 것만 혁신이라 부르는 발상으로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P10

기능이나 성능이 성숙한 시장에서는 의미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같은 변화가 지금 많은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P10

‘말‘이 일하게 한다는 발상 - P10

컨셉을 만드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제대로 된 컨셉을 만들면, 모호한 아이디어도 동료들에게 명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컨셉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 자신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회사 안팎의 회의를 들썩이게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킬지도 모릅니다. - P10

컨셉은 결재권을 가진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성공률을 높여줍니다. 관리자일수록 간결하고 핵심을 꿰뚫는 제안을 원하기 때문이지요. - P10

컨셉은 마케팅의 출발점이 되고, 광고나 상품으로 모습을 바꾼 채 대중에게 전해집니다. - P10

팀 빌딩에, 교섭에, 프레젠테이션에, 마케팅에. 컨셉은 혼자서 이 현장, 저 현장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합니다. 그러므로 바빠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몰두할 시간이 없는 사람일수록 컨셉을 배우는 것이 이득인 셈이지요. - P11

투자자들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들 듯이, 기획자는 말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P11

컨셉에도 ‘틀‘이 있다. - P11

컨셉 만들기는 창의성과 생산성, 양쪽 키를 다 거머쥐는 일 - P11

"광고를 만드는 단계에서 ‘전달할만한 가치를 찾기 어렵다‘ 고 머리를 싸매면 너무 늦은 것이다, 컨셉 사고는 상품이나 서비스자체에 포함되어야 한다." - P12

특정 기술도 사용자도 보이지 않는 단계에서는 개인의 생각만이 근거가 됩니다. - P13

‘감각이 전부‘라는 오해 - P13

만약 당신이 컨셉 만들기에 서툴다고 느낀다면, 그건 감각이 없어서도 재능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틀‘을 모르는 것뿐이지요. - P14

물론 어떤 분야든 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마법의 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면, 그건 자신이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익혔다는 증거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책의 역할은 모두 완수했다는 뜻이 되겠지요. - P14

컨셉 만들기의 기초를 익히면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작업을 지금보다 훨씬 즐길 수 있게 됩니다. - P15

우습게 볼 만한 상상이라도, 설득력있는 스토리나 한 줄의 문구가 되는 순간 주위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함께 실현해보자고 자처하는 사람이나 투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어느새 이용자와 팬이 따릅니다. 이렇게 컨셉이라는 이름의 설계도가 실현되어 갑니다. 그런 느낌을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 P15

왜 답이 아니라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가. 그것은 질문이 우리의 시각을 규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다시 만듦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얻는 재구성reframing 기법에 대해 배워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스토리를 설계하면서 생각해 나갑니다.

‘비전형‘ 스토리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상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설계합니다.

말의 센스란 기술처럼 충분히 배우고 연마하면 된다

‘질문으로 시작해 스토리를 설계하고, 한 문장에 담은 다음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한다.‘ 이 책의 구성은 컨셉을 만드는 순서와 같습니다.

‘Concept‘의 어원은 동사 ‘잡다‘를 뜻하는 라틴어라고 합니다.

바로 ‘일관성‘입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를 가지고

전체성을 중시했다

컨셉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이라고 정의합니다.

‘잡다‘라는 어원에서 출발한 컨셉은 각기 다른 요소를 ‘관통한다‘ , ‘일관한다‘ 는 관점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앨범뿐만 아니라 공연의 연출이나 패션, 말과 행동, 곡을 만드는 과정 등 창작자의 인생 전부를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내는 것이 이제 음악 산업의 상식이 되었지요. 소리만 파는 ‘뮤지션‘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 전체를 파는 ‘아티스트‘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컨셉 사고‘ 가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구성 요소를 한데 묶는 중심이 바로 컨셉

현대의 기업가들은 마치 아티스트 같습니다. (중략) 컨셉을 통해 사람들의 가치관을 뒤흔들고자 하는 자세가 아티스트와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어비앤비 사용자들이 설문 중 어떤 말을 자주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 단어는 ‘거처가 되다‘ , ‘소속되다‘ , ‘일원이 되다‘ 같은 의미를 지닌 ‘belonging‘ 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Belong Anywhere‘ 을 기업의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그저 다른 곳으로 ‘가는going‘ 것도, ‘여행하는traveling‘ 것도, ‘숙박하는staying‘ 것도 아니라, ‘내가 속할 곳을 찾는다belonging‘는 것. 에어 비앤비에 그리고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에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컨셉을 결정한 뒤 에어비앤비를 ‘IT회사‘에서 ‘고객을 대접하는 회사‘ 로 바꿔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국가에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수고와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서 회사의 이념에 공감하는 호스트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거듭 강조한 것은 호스트가 제공하는 공간은 물리적인 ‘하우스(주택)‘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사는 ‘홈(가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컨셉을 상징하는 ‘익스피리언스Airbnb Experience‘ 라는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가이드가 되어 여행객이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2014년 에어비앤비는 회사의 컨셉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들이 새로 개발한 로고는 ‘Belonging‘의 앞 네 글자를 따서 ‘Belo(벨로)‘ 라고 불리는데, 사람people과 장소place와 애착love이 어우러진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 이라는 개념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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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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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 저자의 책인《곤충사회》라는 책을 읽고난 뒤 저자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갖던 찰나에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먼저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총평을 살짝 해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교육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문화들과는 약간 다른 각도로 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 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에 대한 아쉬움만을 나타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저자가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몸소 느꼈던 외국 교육 시스템들을 소개하면서 그것의 좋은 점들을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도 담겨있다. 다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께서 제시하는 대안들이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이상적인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옳은 방향이라는 것에는 독자인 나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총평은 대략 이 정도로 하고 일단 본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저자로부터 배울만한 삶의 태도와 관련된 얘기를 한 가지 덧붙여보겠다.

가장 먼저 저자가 ‘미리 하는 것‘ 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이 나온다. 예를 들어, 마감기한이 1주일 뒤라고 한다면 그 전날까지 그 일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몇 일의 여유를 두고 일단 일을 끝낸 뒤 남은 기간동안 1차적으로 완성한 일을 다시 검토하면서 일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단순히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서 일을 일단 여유있게 마쳤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잠시나마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충분히 미리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일들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마감기한이 닥쳐오면 위기의식을 느끼고 부랴부랴 움직이는 일이 많았던 내 자신에게 괜시리 미안해졌다. 문득 몇 달전 출간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님이 쓰신 책 제목《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이 생각났다. 어찌보면 마감기한을 앞둔 일들을 미리미리 잘 준비하는 것이 모든 일의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바보들은 늘 결심만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말에 나오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별히 신경써야겠다.


뒤이어서 본문에 나온 내용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것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는 크게 문학적 글쓰기와 과학적 글쓰기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두 글쓰기에 대한 정의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전자는 기승전결의 구조에 맞춰 결론이 뒤에 나오는 방식이고 후자는 결론을 맨 앞에 적고 그 결론에 관한 근거들을 후술하는 방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서 문학적 글쓰기에 능했다고 하는데, 유학생활을 하면서는 논문같은 것들을 많이 쓰다보니 과학적 글쓰기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글쓰기 방식의 정체성에 대해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다는 얘기도 덧붙이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는 글의 목적에 맞게 문학적 글쓰기든 과학적 글쓰기든 하나를 선택해서 글을 쓰는 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사견을 덧붙이자면 여기 나온 글쓰기도 마찬가지고 무슨 일을 하든간에 그 일을 하는 목적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독자인 나든 이 리뷰를 읽는 여러분들이든 혹은 다른 누구든 간에 자신의 목적에 적합하게 행동해야지 그냥 아무런 목적도 없이 행동하는 건 그닥 의미가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목적이라고 하니까 꼭 거창한 무언가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뭐 꼭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휴식이나 놀이같은 것이라도 심신이 지친 자신을 리프레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나는 그 자체로 목적이 있고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하는데, 이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고 이러한 창의성이 또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저자가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도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저자의 글을 다시 읽어보고 또 다른 분들이 쓰신 이 책에 대한 서평들을 읽어보면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적으로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는 또한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내기는 어렵다‘(p.136) 는 말과 함께 독자들에게 글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는데 이는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이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장이 탄생하기 때문(p.134)이다.

이어 p.144에서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독서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가질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또한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을 공략(p.145) 하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략은 결국 독서하는 사람의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것(p.146)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토 확장이 계속되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뒤이어 저자의 삶의 태도와 관련하여 배울만한 것으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p.154) 는 것이 있었다. 이는 물론 저자가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깨달은 거라 한국 사회와는 약간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수 했을 때의 망신살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정도 수습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일단 ‘에라 모르겠다‘ 하고 저질러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혹여나 저질렀는데 실수가 아니면 가장 좋고 만약에 실수가 나오더라도 사과하면서 쿨하게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약간의 용기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p.158에서 ‘숙의‘라는 개념과 함께 ‘숙론‘에 대해서 나오는데 먼저 ‘숙의‘라는 것은 여럿이 특정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 ‘토론‘의 뜻을 합하여 저자는 일종의 신조어인 ‘숙론‘ 을 만들었는데, 때마침 몇 달 전에 저자의 신작 제목이《숙론》이라고 나왔기에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 특별히 p.158에 눈길이 한 번 더 갔다.


뒤이어 p.195에서는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가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저자의 얘기에 따르면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지도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지도교수의 이름이 들어가야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자인 나도 처음에는 지도교수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과 관련해서 대학원생들이나 조교수들이 연구한 것에 숟가락만 얹는 거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봤던 것이 사실인데, 좀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있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는 저자가 교수이기에 자기 방어를 위한 논리를 펴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결국 학문활동이나 연구를 지속하는 것도 금전적인 지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디 연구활동 뿐이겠는가? 분야를 막론하고 적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 번 사는 인생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죠.(p.182)

세상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p.189)

이런 문장들을 보면서 타의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경험들이 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멘탈을 관리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문장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뒤이어서 p.217에서는 걷기가 두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얘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요즘 함께 읽고 있는 책 중에《왜 걸어야 하는가》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서 진짜 크게 보면 모든 것이 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p.233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명언 하나가 나오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에게 말로 하면 잊을 것이고, 가르쳐주면 기억할 것이며, 참여하게 하면 배울 것이다.˝

이 말은 동물학자인 저자가 침팬지들의 학습과정을 예로들며 우리 인간도 단순히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배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용한 문장이라고 느껴졌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저자는 공부의 활력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상호간에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의 마음도 결국에는 자연의 마음과 같다는 말을 하며 자연의 마음을 경험해보자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하는데, 이게 어찌보면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사실 어떤 것의 본질을 좇아가다보면 인간도 결국 자연에 속한 한 개체이기에 저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자연에 속해있고 자연은 인간들로 이루어져있기에 우리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잘 배운다면 이 사회가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을 읽으며 위에 정리해본 내용 외에도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부족한 부분들은 다른 분들이 쓰신 서평들을 통해 좀 더 보충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일단 내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대략적으로나마 끄적여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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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저자인 책에서 학교 선생님의 역할을 논하는 게 약간은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난 포스팅에서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논하다보니 그 공간의 주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선생님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학령인구의 감소와 기술의 발전에 걸맞춰 학교 공간에 대한 새로운 활용 방안들을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앞으로의 학교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갈지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의 말대로 100% 다 이루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충분히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대안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학교가 앞으로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해나갈지 기대해보게 되는 챕터였다.

다음에 이어지는 4장은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책이 쓰여진 2021년은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시기다. 이로 인해 업무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전체 노동자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 현재는 어느정도 코로나19가 진정이 되어 다시 기존의 근무방식으로 회귀했지만, 향후 코로나19같은 전염병이 또다시 오지말라는 법도 없기에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은 정리해볼 필요도 있다고 느껴졌다.

저자는 일단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된 배경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음을 지적한다. 이로인해 굳이 한 곳에 모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결국 회사조직의 구성에 변화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만 회사업무의 특성상 업무기밀의 보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저자는 ‘거점 위성 오피스‘ 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물론 규모가 작은 회사보다는 규모가 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실행가능한 대안이지만 어찌됐든 기존의 회사 업무 방식에 어느정도의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마치 생물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듯이 회사도 업무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지금은 이러한 변화의 과도기적인 단계라는 생각도 든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 p.141에 밑줄친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동양과 서양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약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지만,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비교해봄으로써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얘기가 굉장히 직관적이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것에서 파생된 게 바로 코로나19 때 개개인의 방역을 위해 사용했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의 차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기에 마스크를 써도 감정 전달이 어느정도 되었지만, 서양의 경우 마스크로 인해 입이 전부 가려지는 바람에 상호간에 감정을 주고받는데 무지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굉장히 와닿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재택근무에 따른 화상회의시 카메라와 관련해 생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가장 먼저는 카메라 화면이 나오는 배경과 관련된 내용인데 배경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그 배경 앞에 나온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감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마치 말하는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주는 신뢰감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이 되는 비유였다.

또한 저자는 카메라 각도를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권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이는 책에 나온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카메라 위치를 아래에서 위를 찍는 각도로 설정하면 카메라에 나온 사람의 시선이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식으로 되는데, 저자는 이것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뒤이어서 저자는 하나로 모이기보다는 각자 흩어져서 일하는 방식인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이 시대에 기업이 직원들과 진정으로 공유해야 할 것은 단지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통일성보다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킬 수 있는 확고한 ‘철학‘ 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설명하고자 음악에서 각기 다른 악기들이 하나의 화음을 이룬다는 개념인 ‘긱Gig‘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히 연주자들 개개인이 뛰어나다는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화음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연주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를 회사에 적용해보자면 기업 전사적인 목표 혹은 비전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속에 각인하여서 어떤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그 목표와 비전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의미힌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는 단순히 시간만 떼우는 식의 형식적인 일처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힘을 합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만약에 목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그것의 가치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클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대로 된 ‘철학‘의 쓸모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절을 바꿔서 5장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시킬까?‘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먼저 저자는 바이러스의 전파원리를 연구한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인류의 도시가 발달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에 대해 얘기한다. 이는 건조한 기후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강 같은 것이 있는 곳인데 이와 관련된 좀 더 자세한 얘기들은 저자의 다른 책에서도 만나봤던 것이라 그나마 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덴마크 건축가인 얀 겔의 실험 결과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사람들의 본능에 대해 논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왜 도시로 모이려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연만 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함께 보는 것에 더 끌린다는 본능인데, 이후 내용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도시로 모이려는 또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 실질적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보도록 하겠다.

기존에는 한 가지 교육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선생님의 주요 역할이었다면, 이제 선생님의 주요 역할은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교육 과정을 개발해 주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은 단순 지식 전달자를 넘어 교육 과정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 P116

앞으로 온라인 수업은 저렴한 교육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에서 오프라인 학교가 상위 1퍼센트 이하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그 1퍼센트의 사람들은 더욱 더 공고하게 결속되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 가능성이 많다. 프랑스가 대학을 평준화시키자 오히려 ‘그랑제콜‘이라는 엘리트 학교 졸업생이 프랑스 정재계를 장악했다. 향후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게 되면 이런 문제점을 경계해야 한다. - P118

그렇다고 이런 단점 때문에 교육의 진화를 막을수는 없다. 역사를 통해서 인간의 본능을 파악한다면 다음 시대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진화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 P118

새로운 공립학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 P119

나는 교육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있는 생각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119

향후 재택근무가 늘어나게 되면 출퇴근 교통량, 학군, 오피스 공간 수요 등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도시 공간을 변형시킬 것이다. - P123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것은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 공간에서 온라인상의 가상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 P123

인간은 상당 부분의 일자리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어 왔다. 현대에 와서는 개인 컴퓨터가 생겼고 이를 통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컴퓨터 내 공간에서 처리하고 정보를 인터넷으로 주고받게 되었다. 이제 일을 하는 서류는 내 책상 위에 있지 않고 인터넷 가상공간 속 클라우드에 있다. 우리는 새로운 업무 공간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로 회사에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아 일해야 하는 이유가 점점 더 줄어들었다. - P124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이는 행위는 권력 구조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 구조는 공동체를 만든다. - P128

회사는 업무 수행이 가장 중요한 이익 집단이다. 따라서 어디서든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면 굳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재택근무가 당위성을 갖는 배경이다. - P128

직원과 프리랜서의 차이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 안에 있느냐 아니면 다른 공간에서 따로 일하느냐의 차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무를 한다는 측면에서 같을지라도 같은 시공간에 있지 않으면 조직에 대한 귀속성이 약해지고, 같은 공간에 있을 때보다 업무 전달이 늦어져 일처리가 지연되기도 한다. - P129

재택근무를 하면 자연스럽게 회사 조직의 재구성과 해체가 이루어진다. - P129

52시간 근무, 4대 보험 등의 장치는 안정적인 직장을 만들고 그를 통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스템이다. 향후 재택근무는 공간이 만들었던 정직원 중심의 조직 구조를 해체할 것이고, 조직 구조의 해체는 노동자의 안전망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P130

러시아워에서 해방되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은 업무 공간을 개인화시킨다. 이러한 개인화된 공간 체계는 조직을 쪼개서 개인으로 파편화시킬 것이고, 이는 일자리의 프리랜서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 P130

개인의 업무 수행능력을 냉정하게 평가받는 사회가 된다 - P130

재택근무를 막는 요소 중 하나는 보안상의 이유가 있다. - P132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 P135

인간이 자기 자리를 가질 때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새도 둥지를 만들고 곤충도 집을 짓는 것을 보면 움직이는 동물이 움직이지 않는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인것 같다. - P135

지구상의 공간은 유한하다. 내가 어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 중에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는 시간은 지배할 수 없지만 공간은 소유함으로써 컨트롤이 가능하다. - P136

삶이라는 것은 항상 불안하고 변화의 요소가 많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불안 요소를 줄이는 쪽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간다. - P136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의하면 인간이 종교를 믿고 각종 규범을 만드는 것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살면서 생겨나는 안 좋은 일은 신이 내리는 벌인데, 종교 규범을 지킴으로써 안 좋은 일이 생겨나지 않게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곧 나의 운명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종교 규범이라는 것이다. - P136

인간은 언제나 불안한 세상에서 안정감을 추구하는데, 불안정한 세상에서 공간을 소유함으로써 일정 부분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 월세보다는 전세가, 전세보다는 자가 소유가 더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무실에 내 자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안정감이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 P136

인간은 안정감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자유를 원한다. 그래서 싱글 때는 결혼하고 싶어 하고 결혼하면 싱글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무실 자리도 마찬가지다. 가장 바람직한 사무실이란 내 자리는 있되 자유로운 공유 공간이 좋은 곳에 넓게 있는 것이다. - P136

일반적으로 천장고가 높으면 창의력은 커지고, 좁은 공간에서는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창의적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철학자는 하늘을 보며 산책을 하고, 당일치기 시험 공부는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책상의 집중 조명 불빛 아래에서 하는 것이다. - P138

‘주목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간이 눈으로 정보를 처리할 때 변화가 없는 정보는 지워 버리고 변화가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현상이다. - P139

인간은 얼굴을 인식할 때 측두엽을 사용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만큼 얼굴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 P139

얼굴을 보고 소통하고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지난 수십만 년간 갈고 닦은 인간이 다른 동물을 압도한 비법이다. 그런데 얼굴의 3분의 2가량이 가려진 상태에서 만들어 가는 인간관계는 기존의 인간관계보다 느슨한 연결망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생활은 개인의 자유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파편화와 고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 P139

동양인인 우리는 휴대폰에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로 웃는 눈을 표기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로 웃는 입을 표기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 P141

인간의 얼굴 근육에서 의지로 조정이 불가능한 근육이 눈 주변의 근육이라고 한다. 입은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눈은 가짜로 속이기 어렵다. 그래서 미인 선발 대회에서 긴장한 참가자들이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눈으로는 웃지 않는데 입으로만 웃기 때문이다. - P141

동양이 눈을 보는 이유는, 집단 노동을 해야 하는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감정 조율의 필요성이 개인 노동 중심의 밀 농사 지역보다 더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벼농사 지역은 생활 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깝고 감정 파악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가까이에서 눈 주변의 근육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 P141

건축 공간에서는 얼마나 편하게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권력의 위계가 결정된다. - P143

휴대폰에 카메라가 장착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공간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 P146

사진 속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나를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 P146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슬로건이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티셔츠에 프린트된 글자나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화상회의 속 나의 배경화면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된다. - P146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권력은 그 사람이 누리는 공간의 체적과 비례한다.  - P146

이는 곧 내가 하는 말의 권위를 높여 주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수트를 입은 사람의 말이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하는 말보다 신뢰감을 더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뢰를 얻어야 하는 변호사나 부동산 개발업자는 항상 수트를 고집한다. - P146

화상회의에서 나의 권위를 높여 주는 두 번째 방법은 카메라를 아래에 두는 것이다. - P147

첫째, 나를 숨기고 남을 훔쳐보면 권력이 커진다는 원리다. 일종의 관음증이다. 선글라스는 나의 눈을 가리고 다른 사람을 훔쳐볼 수 있게 해 준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시각적으로 권력의 우위를 갖게 된다. - P148

둘째, 내려다보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는 원리다. 건축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높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본다. - P148

권력을 만드는 카메라 각도는 아래에서 위쪽으로, 보는 사람이 올려보는 듯한 각도로 찍는 것이다. - P148

재즈를 보면 피아노, 더블베이스, 드럼, 색소폰이 각기 다른 음색의 악기를 가지고 연주한다. 이러한 연주를 ‘긱Gig‘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악보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 P151

이들이 함께 연주를 하는 원리에 대해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사석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그 소리에 맞추어서 화음을 넣으면 이미 시간적으로 늦어서 우리가 듣는 조화로운 합주가 이루어지 않는다고 한다. 각각의 연주자들은 다음에 나올 화음을 예측해서 연주해야만 화음을 이루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연주를 완성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여러 연주자의 뇌들이 상호 동조가 되어서 동시에 반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뇌파가 공조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 P151

조화로운 재즈 팀은 한 개의 음에 다른 연주자들이 같은 느낌을 받고 같은 종류의 반응을 결정하기 때문에 조화로운 협주가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마음이 되어야 제대로 된 재즈 공연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 P151

팀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의사 결정의 방향을 잡아 줄 ‘철학‘이 필요하다. 다른 말로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P152

흩어진 개인들을 묶을 수 있는 방법은 기업 철학밖에 남지 않는다. 재택근무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기업 철학이 없는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 P153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컬런 뷰이CullenBuie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면 발포 현상이 일어나면서 땅에 있던 바이러스는 미세한 입자가 혼합된 에어로졸의 형태로 공기 속에 포함되어 옆으로 이동이 쉽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최근 뷰이 교수와 숙명여대 기계공학과 정영수 교수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바이러스는 공기 중 미세한 수분 속에서 생존하게 되고 이 에어로졸은 감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 P157

이 연구에 근거해서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할 수 있다. 건조한 기후에서는 비도 내리지 않고 공기 중에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생존이 어렵고 전파도 잘 되지 않는다. 따라서 건조한 기후대는 전염병에 가장 강한 조건이 된다. - P158

사람은 그냥 자연만 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더 끌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피엔스만의 본능때문일 것이다. - P160

이러한 본능은 도시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핫플레이스라고 하면 한번은 가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더 가 보고 싶은 본능이 있다. 더 큰 집단에 포함되려는 사람의 심리가 더 큰 도시로 사람이 모이게 만든다. - P160

날씨나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움직이지 않는 꽃보다 움직이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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