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문장으로 길게 풀어내는 내용들이 나왔다면, 오늘부터는 그동안 길게 풀어냈던 문장의 핵심만을 뽑아내기 위한 내용들이 나온다.

핵심 문구를 만드는 작업

두루뭉술한 생각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고 마침내 하고자 하는 말을 찾아내는 과정이지요. 조각을 하듯 정보를 깎아내 본질적인 의미를 빚어내는 행위입니다.

‘한 문장으로 만들기‘를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고, 그다음 불필요한 정보를 ‘깎아내고‘, 마지막으로 ‘다듬어‘ 나갑니다.

모든 컨셉은 궁극적으로 ‘A가 B하기 위해 C의 역할을 맡는다‘라는 문장 구조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고객‘, ‘목적‘, ‘역할‘이라는 3개의 점으로 의미를 정리하므로 3점 정리법이라고 부릅니다.

컨셉은 항상 고객의 눈높이에서 작성해야 합니다. 컨셉의 주어를 소비자로 설정하면 자연히 고객의 눈높이로 작성할수 있게 됩니다. - P229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 - P230

고객이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나타내는 말 - P230

이 단계(의미를 정리한다)의 목적은 표현해야 할 새로운 의미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데 있습니다. 문장이 다소 길어져도 문제없습니다. 그만큼 세세한 뉘앙스까지 포함해서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씁시다. - P233

핵심만 남긴다 : 목적인가 역할인가

한 줄만 가지고도 오해없이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은 어느 쪽인지

날카롭게 다듬는다 : 두 단어 규칙

좋은 컨셉으로 만들려면 영단어 2개 이내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라

왜 두 단어를 지향할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이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개념은 기껏해야 2가지이기 때문입니다. - P236

예를 들어 주머니에 들어가는 완전 방수 라디오‘, ‘라떼가 맛있는 제3의 장소‘, ‘급진적인 투명성과 압도적인 기능성‘ 이라고 하면 초점이 흐려져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세 번째 개념을 더하는 순간, 컨셉의 정밀함이 급격히 떨어져 버립니다. - P236

모든 혁신은 이미 존재하는 개념들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새로워 보이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라도 결국은 2가지 요소를 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지요. 여기에 언어 표현의 문제를 대입하면, 아무리 새로워도 대부분은 잘 알려진 단어 2개를 조합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 P236

물론 영어를 쓰는 나라와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고 모든 컨셉을 ‘두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사 등으로 뉘앙스를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한국어의 장점을 희생하기도 아깝고요. 그래도 구성 요소는 크게 ‘두 개념의 조합‘을 목표로 합시다. - P237

목적형이 새로운 행동의 의미를 포착하는 반면, 역할형은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역할이 얼마나 새로운가에 주목합니다. - P239

핵심 문구는 일반적으로 한 줄로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만, 기업 문화나 컨셉을 사용하는 문맥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목적과 역할을 세트로 사용하는 연결형으로 만들어봅시다. - P240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연결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자 할 때는 ‘완전히 새로운 목적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목적과 역할이 세트를 이루지 않으면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 P241

필요와 새로움. 새로운 카테고리의 컨셉에는 이 2가지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 P242

‘목적+ 역할‘로 컨셉을 서술하는 연결형은 구상한 내용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문구의 날카로움(모두가 기억하고 쓸 수 있게 되는 유동성)이 무뎌진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합니다. - P242

컨셉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감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은 결코 타고난 소질이 아니라 경험과 공부를 통해 얼마든지 기를 수 있습니다. - P248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인식을 수반하는 단어는 통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말의 범위를 벗어나야 하지요. 중요한 점온 말을 얼마나 아느냐보다 말에 관한 선입견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느냐, 얼마나 파격적인 말을 선택할 수 있느냐입니다. - P249

말을 고르는 감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감각의 정체는 검색 엔진의 자동완성 기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예측 밖의 변환‘을 일으키는 힘이 아닐까요? - P250

‘예측 밖의 변환‘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연상의 폭을 한없이 넓히는 것입니다. 먼저 큼직한 백지를 준비하고 가운데에 제시어를 씁니다. 여기서 가지를 내듯이 연상되는 말을 하나하나 쓰며 넓혀가는 방법이지요. ‘마인드맵‘이라고도 불리며 방식이 다양하지만, 심플하게 연상을 널리 넓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 P250

말과 말 사이에 있는 연상의 비약

각각 멀리 떨어진 관념을 연결해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봅시다. - P251

제시어와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서서히 넓히는 연상법과 달리, 처음부터 통상적인 연상의 범위를 뛰어넘어 ‘바깥에 있는 말‘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우연법입니다. - P252

다른 업계의 말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의미의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P252

방식이 어떻든 말과의 ‘우연한 만남‘을 강제로 일으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동떨어진 세계의 말을 주제로 끌어당기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말이 넘쳐나는 공간에서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 P253

유의어법 : 단어를 치환하여 최적의 답을 찾는다 - P253

우선 핵심 문구를 작성한 뒤, 사용한 단어의 유의어를 찾는 방식입니다. - P253

말의 체계 속에서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사고가 훨씬 넓어집니다. - P254

하나의 말을 내어놓으면 자석에 이끌리듯 뜻이 비슷한 말들이 차례차례 다가옵니다. 직접 사용해 보아야만 이 느낌을 알 수 있지요. - P254

연상을 넓히고, 우연의 힘을 이용하고, 마지막으로는 유의어로 끈기 있게 파고들기.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감각이란 누구나 노력하면 익힐 수 있으니까요. - P255

큰 변화가 따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혁신 화법을 먼저 시도해 봅시다. 혁신 화법이란 ‘A에서 B로‘ 또는 ‘A를 B로 하다‘라는 형식으로, 변화의 전후를 설명하는 구문입니다. A에는 현재 상황을, B에는 변화 후의 이상적인 상황을 적습니다. A와 B, 변화 전후를 거리감 있는 단어로 표현하면 임팩트 있는 컨셉을 만들 수 있습니다. - P257

‘보이는 변화‘는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된다 - P259

비교강조법이란 부정하는 것과 긍정하는 것을 동시에 전달하여 제안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A보다 B‘나 ‘A가 아니라 B‘ 같은 구문으로 표현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머릿속 우선순위를 뒤바꾸거나 지금까지 믿었던 상식을 비상식으로 만드는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 P261

ON은 착용하는 것, IN은 마시는 것을 가리킵니다. - P262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 ‘무언가‘를 결정한다 - P262

‘택배는 운송업이 아니다. 서비스업이다‘ - P262

‘우리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아티스트다‘ - P263

많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어떠한 ‘불不‘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이번에는 불만, 불안, 불쾌, 부자유 등과 같이 ‘불‘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적어봅시다. 특히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 ‘불‘을 발견하고, 그것이 사라진 세계를 묘사하면 강력한 컨셉이 됩니다. - P263

생활의 고통을 없애라 - P264

‘불‘은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 불리기도 합니다. 페인이란 돈을 지불해서라도 없애고 싶은 생활 속의 고통을 가리킵니다. - P264

불 해소법은 아이디어가 지닌 고객 가치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 P265

은유법이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상에 ‘비유‘하여 새로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컨셉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친숙한 수사법이지요. - P267

1.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2. 누구나 좋은 인상을 가지는 것.
이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유하는 의미가 있다. - P266

비즈니스 모델은 비유를 통해 진화한다 - P268

‘허브 앤 스포크 시스템 Hub&Spoke‘, 

• 항공사가 허브 공항에 노선을 집중시켜 승객들이 허브 공항에서 환승하게 하는 시스템.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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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이라는 건 처음에만 한 번 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나가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미래는 과거의 발견에서 시작된다

긴 역사 속에서 계속 변화해 온 기업들은 A사 처럼 고비가 닥칠 때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미션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과거의 의미는 역사를 되돌아보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찾아낸 과거의 의미에 따라 미래가 규정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션은 비전의 방향성을 결정합니다.

여러 제품을 그저 수단으로 본다면, 목적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감동의 창조‘ , ‘행복의 양산‘ , ‘여성의 자신감‘ 처럼 미션에는 구체성보다 보편성이 필요합니다. 미션을 오토바이나 자동차, 비누 등과 같이 구체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로 정의해 버리면 앞으로의 발전을 구상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미션은 기업이나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감동‘이나 ‘양산‘같은 회사의 뿌리와 관련된 개념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보편성과 고유성, 이 2가지를 포착하는 것이 미션을 언어화하는 포인트임을 꼭 기억합시다.

비전 : 미래를 내다본다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보이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비전의 역할입니다. 들은 사람이 풍경을 떠올리며 스케치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뛰어난 경영자는 대부분 미래를 가시화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교세라Kyosera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비전을 ‘현실의 결정체‘라고 부르며, 비전을 달성한 모습이 흑백이 아닌 컬러로 보일 때까지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완성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먼저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몰두하지 않으면 창조적인 일이나 인생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눈에 보이는 말은 존재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추상적인 말로 도망쳐 버리곤 합니다.

비전이라 부르면서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떠한 이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표현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핵심을 꿰뚫는 비전을 쓰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써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몇 번이고 다시 작성해 봅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갈고닦으면 됩니다. 이때 2가지 포인트에 유의하며 정확도를 높여봅시다.

첫 번째 포인트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문장 속의 모호한 부분을 없애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말로 다듬는 것이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입니다.

미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 문쟝

서핑을 하다보면 지구의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비전을 작성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현재와 적당히 거리가 있는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컴포트 존 : 쉽다! 바로 할 수 있겠는 걸.

스트레치 존 : 어려워! 하지만 노력하면 어찌어찌 될 지도 몰라.

패닉 존 : 안 돼! 절대 가능할 리가 없어.

비전은 이 스트레치 존 안에서 써야 합니다.

비전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발상이 필요하지만, 멀고 어렵기만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전이 팀의 눈높이를 높여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컨셉을 이끌어낼 수 있다

자신이 제시한 비전이 내일 당장 실천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되어버렸다면, 10배 규모로 키워서 설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풍경을 그려낼 수 있게 되면 ‘이상적인 미래에는 있고 현재에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 또렷이 드러납니다. 즉, 비전을 통해 자연히 컨셉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요.

비전이 컨셉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보여주었다

모두가 찬성한다면 비전이 아니다

좋은 비전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새롭고 의미 있는 비전일수록 기득권을 쥔 사람이나 조직은 당연히 반대 목소리를 올리기 마련이지요. 뒤집어 생각하면, 아무 마찰도 없이 동의를 얻는 비전은 이미 사회나 조직에서 합의가 끝난 뻔한 미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나 비판을 과도하게 두려워하느라 추상적인 말로 적당히 얼버무리지 말고 또렷한 미래를 제시합시다.

미션, 비전, 컨셉, 이 3가지 요소를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할 수 있느냐

문제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완성되었다면 합격입니다.

인사이트와 비전을 하나로

CUSTOMER 인사이트 ㅡ> COMPETITOR 경쟁자 ㅡ> COMPANY 자사만의 베네핏 ㅡ> CONCEPT 컨셉
<ㅡVISION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인 미래<ㅡ MISSION 사회적 사명

컨셉은 고객의 인사이트에 부응하는 내용이자 조직이나 팀의 비전을 이루는 첫걸음으로서 2가지 목적을 모두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6개의 빈 칸 중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상관없습니다.

현지 문화를 깊이 접할 수 있는 체험일수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물리적인 집(하우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감정적인 연결(홈)이 가치의 원천

세계 모든 도시에 실제로 만난적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훨씬 작게 느껴질 테고 다툼도 잦아들겠지요. 온라인으로만 연결되는 SNS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사람 간의 진정한 결속이야말로 고독을 달랠 수 있다

같은 컨셉이지만 인사이트형에서는 ‘해결책‘이, 비전형에서는 큰 목적을 이루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비전형 스토리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이야기 형식이다.

‘처음‘의 사명을 이야기하고, ‘언젠가‘의 미래를 제시하며, ‘그것을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을 컨셉으로 지정한다.

미션은 조직이 계속 짊어져야 할 ‘사회적 사명‘

상품을 넘어서 무엇을 만들어왔는지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묻는다.

기업의 뿌리와 관련된 독자적인 말이 무엇인지를 통해 고유성을 묻는다.

비전은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 미래‘

컨셉을 한 문장으로, 즉 핵심 문구key phrase로 만드는 과정

새로운 의미를 또렷하게 전달하는 한 줄로 만들려면 (중략) ‘이야기를 부풀려 구성하는‘ 작업과 정반대로 ‘깎아내고 다듬는‘ 발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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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거의 막바지다.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나온다.

밤에 몰래 도둑질하듯, 맛난 것을 아껴가며 핥듯이 그렇게 조금씩 글쓰기를 즐겨 왔다. - P383

그건 내가 뭐 남보다 특별히 바쁘다거나 부지런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나는 아직 내 소설 쓰기에 썩 자신이 없고 또 소설 쓰는 일이란 뜨개질이나 양말 깁기보다도 실용성이 없는 일이고 보니 그 일을 드러내 놓고 하기가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83

쓰는 일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읽히는 것 또한 부끄럽다. - P383

나는 내 소설을 읽었다는 분을 혹 만나면 부끄럽다 못해 그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 P383

만일 내가 인기 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온 세상이 부끄러워 밖에도 못 나갈 테니 딱한 일이지만, 그렇게 될 리도 만무하니 또한 딱하다. 그러나 내 소설이 당선되자 남편의 태도가 좀 달라졌다. 여전히 밤중에 뭔가쓰는 나를 보고 혀를 차는 대신 서재를 하나 마련해 줘야겠다지 않는가. 나는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 P383

서재에서 당당히 글을 쓰는 나는 정말 꼴불견일 것 같다. 요바닥에 엎드려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뭔가 쓰는 일은 분수에 맞는 옷처럼 나에게 편하다. - P384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 쓰기를 나는 꼭 한밤중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하고 싶다. - P384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가 있고, 알맞은 촉광의 전기스탠드가 있고,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라도 할라치면 여왕님이 팔자를 바꾸쟤도 안 바꿀 것같이 행복해진다. - P384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 P384

사람의 생각이 투명하게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다는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축복일까. - P386

계절의 변화에 신선한 감동으로 반응하고, 남자를 이해관계 없이 무분별하게 사랑하고 할 수 있는 앳된 시절을 어른들은 흔히 철이 없다고 걱정하려고 든다. 아아, 철없는 시절을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 P386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기저기 허둥대며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름다운 것을 봐 두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탐욕이다. 탐욕은 추하다. - P387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窓)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 P387

남편을 사랑하고 싶다.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어오는 사람으로서도 아니고,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도 아니고, 그냥 남자로서 사랑하고 싶다. 태초의 남녀 같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 - P387

이런 찬란한 시간이 과연 내 생애에서 허락될까. 허락된다면 그때는 언제쯤일까. 10년 후쯤이 될까, 20년 후쯤이 될까, 몇 년 후라도 좋으니 그때가 가을이었으면 싶다. 가을과 함께 곱게 쇠진하고 싶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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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싸움질이라는 저자의 살벌한(?) 대답이 맨 처음엔 무슨 말인가 의아했지만 이내 공감이 되었다.

올 1년은 산 것 같지를 않고 잃어버린 것 같다. 실물(失物)을 한 허망함과 억울함. 그러나 신고할 곳은 없다. - P250

사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재치 박사라면 사는 것이란 싸움질이라고, 극히 재치 없는 살벌한 대답을 할 것이다. - P250

우선 일과의 싸움, 어제의 노고를 무(無)로 돌리고 밤사이에 정확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쌓여 있는 여자의 일, 일, 또 일. - P250

빨랫거리, 연탄불 갈기, 먹을 것 장만하기, 청소 등 어젯밤에 분명히 다 끝낸 줄 알고 자리에 들었건만 아침이면 정확히 어제 아침만 한 부피로 돌아와 쌓여 있는 일과의 영원한 일진일퇴(一進一退)의 싸움질, 시시포스의 신화는 바로 다름 아닌 여자의 이 허망한 노고를 이름이렷다. - P251

그러나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어찌 일뿐일까? 시장에 가면 장사꾼의 간교와의 싸움, 늘 이쪽이 비굴하고 저자세의 입장에 서야 하는 그래도 한 번도 이겨 본 일이라곤 없는 불리하고 불쾌한 싸움, 웃는 낯으로 아양을 떨며 달려드는 불량 (不良), 날림, 속임수, 허풍과의 싸움, 물가고와 주머니 사정과의 싸움, 수입에도 전해 오는 지출과의 싸움, 욕구와 현실과의 싸움, 툭하면 사회 풍조를 타고 허구위로 올라가지 못해 하는 생활을 땅으로 끌어내려야 하는 싸움, 마땅히 그래야 할 것과 절대로 그럴 수는 없는 것과의 싸움. - P251

어디 그뿐일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르게 기르려는 것도 싸움질이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는 것을 저해하고 조소하는 온갖 악덕………… 이루 열거할 수도 없는 숱한 악덕과의 싸움질이다. - P251

그럼 매일 이런 악전고투에 임해야 하는 나는 무엇일까? 신념과 투지에 넘치는 호전적인 용사라도 된단 말인가. 천만에, 영문도 모르게 소집되어 최전방에 세워진 일개 초라한 졸병이다. 졸병은 왜 싸우는 것일까? 싸울 수밖에 없으니까, 졸병이니까. 안 싸우면 자기가 죽으니까. 글쎄 어느 쪽일까. 아무튼 훈장을 위해 싸우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달까. - P252

긴긴 겨울밤 올해도 얼마 안 남았구나 싶으니 이런 일 저런 일을 돌이켜 보게 되고 후회도 하게 된다. 이런저런 시시한 후회 끝에 마지막 남은 후회는 왜 이 어려운 세상에 아이들을 낳아 주었을까 하는 근원적인 후회가 된다. 그리고 황급히 내 마지막 후회를 뉘우친다. 후회를 후회한다고나 할까. - P252

아아, 어서 봄이나 왔으면. 채 겨울이 깊기도 전에 봄에의 열망으로 불안의 밤을 보낸다. - P252

딴 일도 아니고 자식 기르는 일에 대해서 감히 누가 입바른 소리를 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 P253

재벌의 자제가 곱지 않은 일을 저지르면 우리는 모두가 재벌이 아니라는 걸로 마음을 놓고, 너무 극빈(極貧)한 층에서 일어난 청소년 문제에 부딪히면, 내 자식은 그렇게까지 없게 기르진 않았으니까 하고 남의 일 보듯 하는 안일한 자세로 살아왔다. 그렇다고 보통으로 사는 데 대한 긍지나 보통으로 사는 데 가치를 부여할 만한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어서도 아니다. 실은 부자가 되고 싶어 죽겠는데 그게 잘 안돼서 보통으로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 P254

기계가 부드럽게 돌기 위해서 알맞은 양의 기름을 쳐야 하는 것처럼 한 가정이 가족끼리의 친애감을 유지하면서, 제각기의 삶도 즐겁게 영위하기에 알맞은 만큼만 돈이 있는 집을 보통 사는 집으로 치면, 기름이 너무 없어 부속품끼리 쇳가루를 떨구며 마멸해 가는 상태는 가난이겠고, 기름이 너무 많아 기계를 조이고 있던 나사까지 몽땅 물러나 기계의 부분품들이 따로따로 기름 속을 제멋대로 유영하는 상태가 아마 부자이겠다. - P258

보통으로 산다는 걸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시시하게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보통으로 살아 본 사람이면 다 알 수 있는 게 이 보통으로 산다는 게 여간만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려워서 그런지 보통으로 사는 사람이 아주 부자나 아주 가난한 사람보다 수적으로도 적은 것 같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마땅히 보통으로사는 사람이 제일 많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 P259

외형적으로 보통 사는 것으로 보이되 의식은 부자지향적인 수가 많다. 그래서 뱁새가 황새 쫓는 식으로 끊임없이 부자의 상태를 흉내 냄으로써 자기 생활을 파탄과 불안으로 몰고 간다. 속으론 혹시 가난해지면 어쩌나 불안한 채 겉으로 호기 있게 부자의 흉내를 내면서 산다. 일종의 분열 상태다. - P259

보통 살면서도 보통 사는 데 대한 긍지나 줏대가 없다. 이건 진정한 의미로 보통 사는 게 아니다. 정말로 떳떳하게 보통 사는 사람은 드물고, 따라서 보통 살기가 외롭다. 보통 사는 사람이 많아야 의사소통이 잘되는 건강한 사횔 텐데 말이다. - P259

왜냐하면 사람이란 특별한 사람 아니면 대개 자기가 사는 위치에서 가까운 범위밖에 보지 못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범위 역시 그렇다. - P259

그러니까 부자는 자기네 부자 사회와 보통 사는 사회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난을 이해하긴 어렵다. 극빈자 역시 자기네의 가난과 더불어 보통 사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재벌의 생활에 대해선 이질감 내지는 복수심밖에 동하는 게 없다. - P260

결국 아래위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층이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P260

또 돈이 귀하다는 것도 알 만큼은 알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는 바꿀 수 없고, 돈을 자기를 위해서는 아낄 줄도, 남을 위해선 쓸 줄도 알고, 자기일, 자기 집안일과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더라도 크게는 관계되는 사람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 돌아가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그른 일, 꼬인 일, 돼먹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할 수 없어, 그런 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야 하는 양식의 소유자도 바로 이 보통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 P260

과부의 설움은 과부밖에 모른다지 않는가. 딴 사람이 안다면 그건 짐작일 뿐 진실일 순 없다. - P279

마치 구두 위로 발등을 긁는 것만큼이나 답답하다. - P280

국민은 누구나 조국의 융성을 위해 많건 적건 기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망국을 위해서도 많건 적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기여를 했을 것이다. 망국의 씨앗은 자기에게도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 P280

나라를 지키려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지켜야지, 금괴로 상징되는 단 얼마간의 안일과 도피의 여지라도 마련돼 있어선 안 된다고 감히 단언한다면 가혹한 말이 될까. - P282

구구절절 망국의 한이 서린 월남인의 답사를 다 읽고나니 새삼 전쟁은 싫다 싶다. 그러나 일단 말려들면 어떡하든 이기고 볼 일이다 싶다. 진다는 건 너무 끔찍한 굴욕이다. - P282

정직과 근면은 사람을 웃길 따름인 것이다. 다만 돈이 제일인 것이다. 돈이면 다인 것이다. 법을 어기되 법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약게 돈만 벌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위해서 법을 어기는 일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풍조는 이미 구석구석에 팽배해 있다. - P285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 P294

뭐니 뭐니 해도 내 집, 내 방만큼 아늑한 곳도 이 도시엔 없을 것이다. - P308

우리의 실제 인생은 드라마나 코미디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사실의 확인도 텔레비전을 보는 재미의 하나다. - P313

늘 그렇듯이 문제는 바로 나에게 있는 것이다. - P313

아이들이란 순진한 것 같으면서도 악마처럼 악랄하고 잔혹한 데가 있다.

무슨 재주로 사람이 집어먹은 세월을 다시 토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 - P342

부자가 되는 공상은 아무리 해도 싫증이 안 나고 할수록 재미가 아기자기하다. - P343

앉은 자리와 둘레가 깨끗하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깨끗한 게 지나치면 오히려 불안하다. - P364

남이 불안할만큼 비와 걸레를 들고 다니며 앉은 자리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그 자리를 훔치고 머리카락도 집어내고 하면 불안해서 그 집에서 쉴 마음이 안 난다. - P364

집에 들어가면 내 집이건 남의 집이건 우선 몸과 마음이 편하고 싶다. - P364

깨끗한 것도 좋지만 남이 불편하고 불안해할 만큼 깨끗한 것에만 상성인 여자는 딱 질색이다. 비질 · 걸레질 따위가 다 여자의 보람이 될 수 있는 건 비질 · 걸레질로 집 안이 깨끗해지면 가족이나 방문객이 기분이 좋아지고 편해지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까 비질 · 걸레질로도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 P365

알뜰한 건 미덕이지만,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알뜰한 건 악덕에 속할 것 같다. - P366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주위에 이성의 눈을 의식하는 게 사는 즐거움도 되지만, 이성의 눈이 견제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인간이 지킬 최소한의 예절이랄까 절도랄까를 지키면서 살게 되는 게 아닐는지. - P370

얼굴이 각양각색인 것만큼 추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 P372

아이들의 책가방은 무겁다. 그러나 단순한 책가방의 무게만으로 한창 나이의 아이들의 어깨가 그렇게 축 처진 것일까? 부모들의 지나친 사랑, 지나친 극성이 책가방의 몇 배의 무게로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거나 아닐지. - P380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 P380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 P380

제일 예쁜 건 아이들다운 애다. 그다음은 공부 잘하는 애지만 약은 애는 싫다.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 P380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 P380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 P381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 P381

대강 이런 것들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사람 됨됨이다. 그렇지만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아이들에게 말로 한 일은 전연 없고 앞으로도 할 것 같지 않다. - P381

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 모녀끼리의 눈치로, 어느 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홑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의 닮음, 소망의 냄새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다. - P381

나는 별로 낮에 글을 써 보지 못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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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수했던 것을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내용부터 출발한다.

기록하지 않은 실수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빨리 잊힌다. 기억하지 못해서 뇌는 실수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작은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나중에 큰 실수를 하게 된다. - P210

때로는 실수가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실수로 특별한 것을 발견, 발명한 사례가 많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사진의 전신인 다게레오타이프, 접착식 메모지 포스트잇은 실수와 우연을 계기로 세상에 나왔다. - P210

실수를 개선하려고 궁리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대부분 실수를 감추려고만 하는데, 실수를 보고서에 공개하는 문화를 만들면 회사가 발전한다. 적어도 큰 손실은 막을 수 있다. - P210

사소한 실수, 실수가 발생한 상황을 보고서에 쓰면 된다. 실수한 사람은 실수한 내용과 함께 개선책, 대안을 쓴다. 문제 해결 보고서가 아니라면, 실수한 내용과 개선책을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짧게 한두 줄 정도로 쓰고 공유한다. - P210

실수와 문제가 발생한 상황은 쓰기 싫어도 기록하기 바란다. 실수를 보고해서 개선하고 큰 사고를 예방하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된다. - P210

직장인이 한 일, 할 일, 의견을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기록‘이다. 상사가 읽은 안 읽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기록해야 한다. - P211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세로로 반을 접어서 2등분 하고 왼쪽에는 업무와 관련해서 할 일과 일정을 쓴다. 오른쪽에는 개인적으로 할 일, 뉴스에서 보고 들은 내용, 책·광고·라디오·TV에서 봤던 장면과 문장, 기억하고 싶은 것을 적는다. 일하다가 잘 안됐던 것, 곤혹스러웠던 상황도 간략하게 쓴다. - P211

준비가 부족해서 진행하기 어려웠던 일, 차선책을 생각하지 않고 처음에 떠오른 생각대로만 실행하다가 미완성으로 방치해둔 일, 시간이 지난 후에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시도해서 어렵지 않게 완료한 일 등을 적어둔다. 그러면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 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비슷한 일을 할 때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다. - P212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한 일, 할 일, 생각, 느낌 등을 적어두면 무의식에서 실수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의식적으로 실수를 되짚어보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저절로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한다. - P212

자기가 한 일, 성과, 생각, 교훈 등을 매일 기록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찰력이 생긴다. 다이어리에 ‘오늘의 실수‘, ‘오늘의 교훈‘처럼 제목을 적지 않아도 한 일에 관해서 꾸준히 써두면 자축 또는 반성하는 계기를 갖는다. 그러는 동안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긴다. - P212

인정욕구는 식욕, 수면욕처럼 생리적욕구와 함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성이다. - P212

승진, 보너스는 고사하고 칭찬에도 인색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우선 내가 잘한 일을 공식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잘했다‘, ‘능력있다‘라는 칭찬을 듣는 기본 조건을 갖춘다. 내가 잘 한 일을 알리지 않았는데 누가 칭찬을 해주겠는가? - P213

‘공치사‘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잘 한 일을 스스로 칭찬하고 자랑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좋지 않은 의미로 통한다. - P213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공치사를 해야 한다. 회사에서 공치사할 수 있는 채널이 바로 보고서다. - P213

어릴 때부터 겸손하라는 교육을 받아서 공치사를 멋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나친 공치사는 문제가 되지만 자기가 한 일, 좋은 성과를 낸 일을 보고서에 쓰는 건 정당한 공치사다. 어려운 일을 잘 수행해서 성과를 냈다면 반드시 보고서에 써서 알린다. - P213

어려운 일을 수행해서 훌륭한 성과를 낸 후에 보고서에 ‘ㅇㅇ업무 완료‘라고 쓰고 몇 글자만 간략하게 적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어려운 일, 힘든 일,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완료한 후에 보고서에 간략하게 적고 넘어가는 것도 제대로 된 보고는 아니다.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우수한 성과를 낸 일은 공치사해야 한다. - P213

오랫동안 노력해서 성과를 낸 일을 보고서에 몇 글자 적고 끝내는 건 겸손이 아니라 자기 비하다. 성과를 내고도 해야 할 일이니까 끝내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보고하면 자기가 한 일에 열정이 없어 보인다. 완료한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일을 해서 어떤 결과가 있는지, 배운점은 무엇인지 등을 보고서에 쓴다. - P214

특히 ‘지원 부서‘라고 부르는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은 반드시 자기가 한 일과 그 일의 결과를 명확하게 써야 한다. 부서에서 처리한 일을 알리기 위해서, 자원을 아끼고 더 유용하게 이용하는 방법 또는 의견을 보고서에 쓴다. - P214

모두가 중요한 일을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관한 열정을 알리는 것도 보고서의 기능임을 기억해야 한다. - P214

혼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하고 보고서를 쓴다면 모르는 내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 P215

모든 업무에 마감기한이 있듯이 보고서는 제출 기한이 있다. - P215

보고서를 쓰는 게 주요 업무인 사람도 있지만 거의 모든 기업에서 보고서 작성은 부수적인 일이다.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일도 처리할 일이 있다. 보고서 작성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서에 쓸 내용을 정리해두거나 다이어리에 대강의 내용을 적어둔다. - P217

어떤 문서든지 작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등분 하고 구체화, 초안 작성, 편집에 각각 3분의 1씩 할당한다. - P217

80퍼센트 이상 보고서를 완성하면 상사에게 확인을 받는다.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상사에게 보고서를 쓰는 목적 · 방향성에 관해서 조언을 듣고 추가·수정할 부분에 관한 의견을 구한다. 그러면 완성도 높은 보고서를 쓸수 있다. - P217

80퍼센트 정도 완성한 보고서를 상사에게 보여주면, 상사는 작성자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 준비하지 않은 자료, 다시 점검해야 하는 내용 등을 알려준다. - P218

경영진이 결재하는 보고서를 상사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로 제출일에 임박해서 상사에게 보여주면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수정할 시간이 부족하다. - P218

작성자는 보고서를 검토한 상사의 반응을 잘 읽어야 한다. 완성도가 떨어지면 수정해야 하고 완성도가 높아도 보완할 부분이 있다. 잘 쓴 보고서도 나중에 추가·보완할 부분이 생긴다. 보고서 작성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추가해야 하는 내용이 있고, 결정권자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심층 보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 P218

특정 부분을 보완해서 더 자세히 보고하라고 지시한다면 내용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 P218

상사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 회사 정서에서 아직까지 보고서를 잘썼다고 칭찬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고서를 잘 썼을 때 상사는 질문을 한다. 보고서 내용을 파고드는 심층적인 질문 또는 보고서에 쓴 대로 실행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때로는 철학적인 질문을 하는 상사도 있다. 작성자가 보고서 내용에 확신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질문을 한다. 이런 질문을 한다면, 보고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다. - P219

상사의 질문은 경험과 직관에서 나온다. 때로는 상사가 직관적으로 한 질문에 답을 찾으면 그 답이 최선의 해결책이거나 새로운 기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P219

작성자는 보고서를 검토한 상사가 물어볼 만한 질문을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상사는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 작성자가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 질문한다. 보고서를 쓰면서 상사의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한다. 중요한 보고서를 쓴다면 중간 검토에서 지적한 논리적인 오류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고, 완성한 보고서를 제출한 후에 심층 질문, 철학적인 물음에도 답할 준비를 한다. - P219

보고서를 쓰면, 상사와 선배에게 멘토링을 받으면서 동시에 소통을 할 수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매일 기록하면 그것을 본 상사는 어떤 식으로든 조언을 한다. 상사는 과거에 유사한 일을 하면서 겪었던 실수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부하 직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게 된 상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 상사와 소통하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관해서 확신이 생긴 직원도 불안하지 않다. - P223

회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조직이다. 동료, 선배, 상사와 소통은 필수다. 협업과 개인주의가 공존하는 사회가 바로 회사다. 이런 문화는 회사에도 영향을 준다. - P223

공(협업과 소통)과 사(개인주의)는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리는 공적인 수단으로 업무보고서를 활용하면 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선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돼서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 P223

조직에서는 개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구성원이 하는 일을 서로 공유하는 데서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 직원은 업무보고서를 통해서 자기가 하는 일을 구성원에게 알리고 동료와 선배의 가르침을 배우며 소통해야 한다. 상사는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인지하고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와 성과를 내는 자기만의 방법을 전수한다. - P223

형식적인 업무 보고가 아니라 하루의 업무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 공개하면 조언과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다. 업무보고서를 쓸 때, 중요한 팁이 있다. 상사와 동료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강조해서 쓰는 것이다. 그러면 그 일을 빠르고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 - P223

소통은 내가 가진 생각, 의견, 정보를 전하고 상대방의 생각, 의견, 정보를 듣는 것이다. - P224

보고서에 정보, 아이디어, 의견을 쓰는 이유는 작성자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 P224

이 책에서 말하는 ‘소통하는 보고서‘는 회사에서 쓰라고 해서 형식적으로 써서 제출하는 문서가 아니다. 보고서는 써서 제출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소통은 정보가 쌍방향으로 오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에 관한 책과 교육에서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쌍방향 소통이다. - P224

보고서 작성 교육과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보고서를 쓸 때는 독자(동료, 상사, 경영진)을 분석한다. 둘째, 보고 목적에 맞게 차례를 만들고 내용을 구성한다. 셋째, 이해하기 쉬운 표현, 효과적인 표현, 전달력이 높은 표현으로 쓴다. 넷째, 용어와 줄임말 사용이 적절한지, 전문용어와 문장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한다. 이 외에도 논리적인 표현, 출처가 분명한 근거제시, 객관적인 자료 첨부, 관념적인 말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넣으라고 권한다. - P225

작성자가 보고서를 쓰는 데 들인 노력을 알고 있다면 사람도 보고서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보고서로 의사소통하려면 피드백은 필수다. - P225

읽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를 읽은 사람의 의견이 궁금하다면, 논리적인 구성, 구체적인 설명, 명확한 문장은 기본이고 읽는 사람이 받는 이익, 영향 등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 P226

보고서를 읽은 사람에게 받아야 하는 피드백은 "그래서 어떤 효과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단어 선택, 오탈자 등의 단편적인 피드백보다 중요한 것은 ‘So What‘이다. - P226

"보고서의 핵심은 앞으로의 계획이다" - P226

지금까지 이렇게 진행되었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끝내면 안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 P226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이해했다면 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이나 자료를 요청한다. 작성자에게 더 깊이 있는 자료를 요구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부분이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등을 추가로 물어본다면 보고서는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P226

보고서의 핵심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즉 계획(실행 방안)이다. 보고서를 ‘미래형‘으로 쓰고 그 계획이 보고서를 읽는 사람(상사, 경영진, 독자 등)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 결과-성과, 예상되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면 긍정 또는 부정, 보류, 보완, 더 상세한 내용 요청 등 어떤 형태로든 피드백이 나온다.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실행 계획, 이익을 내는 방법에 관한 의견,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피드백이다. - P227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처럼 계획에 관한 질문,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경험에서 나온 조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처럼 회의적인 의견이라도 작성자와 회사 모두를 위해서 피드백이 필요하다. - P227

문장이 좋다, 구성이 좋다, 오탈자가 있다 등의 형식 측면의 피드백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피드백은 어떤 결과를 예상하는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나 등의 실제적인 질문 또는 요청이다. - P227

하지만 보고서 내용에 관한 평가와 판단에 관한 피드백은 매우 적다. 읽는 사람은 ‘점수매기기‘에서 벗어나야 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피드백을 해야 한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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