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단지 싸움을 좋아하는 불량한 학생인줄로만 알았던 정대만이 실은 농구부원이었다는 사실을 안경 선배(준호)가 후배들에게 말해준다. 후배들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는데...

오늘 읽기 시작한 6권에서는 정대만의 중학교 시절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후배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무석중 농구부의 슈퍼스타였던 정대만의 과거 활약상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 밑줄친 문장은 경기 종료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대만이 역전할 수 있다고 팀원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 장면에서 나온 말인데, 에이스의 이 말 한마디가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린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멋진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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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준호가 정대만에 관한 과거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정대만은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권준호 그리고 채치수와 동기였다. 북산고에 입학하고나서 1학년 신입 부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맞붙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대만은 키가 큰 채치수를 상대로 자신의 스피드와 테크닉을 믿고 경기를 하다가 그만 불의의 부상을 당하게 된다. 무릎쪽 부상이라 병원에 잠시 입원해있었는데, 농구를 몇 일간 못하게 되자 몸이 근질근질했던 정대만은 좀 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온다. 정대만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돌아왔다는 생각에 준호를 비롯한 다른 농구부원들이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누워있는 것보다 뛰는 게 더 좋다며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누그러뜨린다.

하지만 너무 이른 복귀였던 탓일까. 정대만은 연습 경기도중 또다시 무릎 부상으로 쓰러지고 만다. 이로 인해 정대만은 엄청난 좌절감을 느낀 듯하다. 책에는 중간과정이 생략되어 있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폭력적인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농구부를 박살내러 온 지금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거듭된 부상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인해 양지에서 음지로 빠져버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준호의 이야기로 인해 정대만이 준호를 비롯한 다른 농구부원들과 티격태격하던 와중에 농구부 감독인 안 선생님이 이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들어온다. 이것은 상황 반전의 서막이었다. 과거 정대만은 중학교 시절 안 선생님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대만은 원래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은 후 승부를 뒤집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 기억은 이후 정대만이 다른 고교가 아닌 안 선생님이 감독으로 있는 북산고로 진학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정대만에게 안 선생님은 굉장히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다.

정대만은 체육관에 들어온 안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결국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두었던 말 한마디를 꺼낸다.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도 간만에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상처를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방황하던 정대만이 회심하게 되는 이 장면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을 것이다. 안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방황하던 한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보며 독자인 나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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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기존에 있던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에 더해 송태섭과 정대만까지 농구부 멤버가 추가 되면서 북산고는 전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예전에 채치수가 말했던 전국제패라는 꿈이 더이상 꿈만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된 것이다. 실제로 북산고는 64강 토너먼트에서 1, 2, 3, 4회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결승리그 진출을 목전에 둔다. 한편 북산고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해남대부속고의 이정환, 신준섭, 전호장 그리고 상양고의 성현준 등 각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북산고의 시합을 직접 관전하는 장면도 나온다. 추가로 지난번에 북산고와 연습경기를 했었던 능남고의 변덕규와 윤대협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한편 슬램덩크의 영원한 주인공인 강백호는 운동능력은 좋지만 아직 농구를 제대로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4회전까지 시합을 하는 동안 득점은 단 한 점도 하지 못한 채 매경기 5반칙 퇴장만 당하고 만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다소 실망한 나머지 그동안 ‘나는 천재야‘ 라고 말하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있던 그는 어느순간부턴가 ‘혹시 내가 천재가 아닌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설령 진짜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자신감없는 모습보다는 비록 근거없는 자신감일지라도 자기애로 가득차있던 강백호의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았었기에, 자신감이 결여된 강백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선 뭔가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강백호가 하루속히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도 이 6권 마지막 부분에서 강백호가 원래의 자신감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인 나도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아직 시간이 있어!! 우린 이길 수 있다구!! - P11

좋은 조연이 없으면 주연 역시 살아나지 않잖아!! - P21

그는 반드시 엄청난 존재가 될 겁니다... - P60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움직여서 프리가 되는가!! 그것도 슈터의 조건이지!! - P64

키로 이길 수 없는 것은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커버하면 돼!! - P77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 P85

자, 시합이 얼마 안 남았다!! 게으름피면 안 돼!! - P95

쉬는 편이 더 괴롭다는거.... 너도 입원해보면 알게 될 거야, 준호야. - P99

무리하지마. 대만아.... 만일 아프거든 쉬는 게 좋아. - P99

태섭이를 그렇게나 물고 늘어진 것도 그냥 건방지기 때문이 아니라 태섭이가 농구부 기대주였기 때문에...
자신이 잃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 P112

대만아, 사실은... 농구가 하고싶은 거지...? - P113

다…다리는 이제 나았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시 한 번 함께 하자!! - P115

농구 같은 건 이제 나한테는 지난 추억일뿐이야!! - P117

넌 비겁한 놈이야. 정대만…. 그저 비겁자일 뿐이라구....
그런 주제에 뭐가 전국제패냐... 꿈 같은 소리 지껄이지마!! - P118

지난 일이야!! 이젠 상관없어!! - P119

누구보다도 과거에 얽매이는 건 바로 당신이잖아..... - P120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 P127

연습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 P130

공중에서 잡아서... 두 발로 착지!! 그러면 좌우 어느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 P143

게으름 피지 마, 바보야. - P147

난 천재니까!! - P162

(프리스로 바이얼레이션) 슈터는 심판으로부터 볼을 받은 후 5초 이내에 슛을 쏘지 않으면 안 된다. - P217

알 게 뭐야. - P232

우리는 강해! - P247

어쩌면... 난 천재가 아닌지도 몰라... - P289

싸움 뒤엔 배가 고픈 법이야. - P292

퇴장 안 당하는 요령 같은 건 없어!! 아무리 잘하는 놈이라도 퇴장당할 수 있단 말이다!! - P299

파울과 나이스 디펜스는 종이 한 장 차이야. 하지만 디펜스만큼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 P299

평소 꾸준한 훈련으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어. 그 때문에 매일같이 풋워크를 하는 거야. - P299

디펜스란 것은...!! 말로 해서 되는 게 아냐!! - P299

단번에 볼을 뺏어서 멋있게 보이려 하면 안 돼!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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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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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총 6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얼핏보면 각각의 작품별로 나오는 이야기의 소재에 차이가 있기에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뭔가 다른듯 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각각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고통‘인데,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견뎌내거나 극복해내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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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는 부분은 이 소설에 대한 문학평론가의 해설이다. 여기선 특별히 각 작품별로 등장인물의 분신에 대한 전문가적인 설명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이제껏 읽어왔던 작품들에서 만났던 등장인물들의 전반적인 구도 및 핵심 주제들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다.

이에 관해 이야기를 좀 더 보태자면, 등장인물들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은 작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유발된 고통은 하나같이 등장인물의 정신이나 육신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평론가는 이 악영향을 우울증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는데, 이 소설집을 쭉 읽어왔던 나도 평론가의 설명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독자인 나에게 각각의 캐릭터들이 작품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우울감, 분노, 좌절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평론가의 해설은 이러한 감정을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날카롭게 분석하여 나같은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문학작품 감상의 깊이를 보다더 심도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해설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좀 더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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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메시지 중에 살기 위해선 죽어야 한다는 것이 있었는데, 얼핏 보면 역설적인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잘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결코 역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거 이순신 장군이 말했던 것으로 유명한 ‘사즉생 생즉사‘(죽고자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지만 그냥 흘려듣고 넘기는 경우들이 많을 법한 말이기도 한데, 오늘 독서를 계기로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제대로 곱씹어볼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메시지가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를 가로막으려하는 장애물들에 굴복하고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들을 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애도가 지나쳐 잃어버린 대상을 자기 안에 ‘부재하는 현존‘으로, 마치 유령인 듯 합체한 우울증의 다양한 변주 - P318

애도의 대상을 자기 안에 가두는 일은 우울증적 주체가 형성되는 첫 단계이다. 자아의 일부로서 대상을 보유하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아란 곧 ‘상실된 타자‘라는 역설이 주체 내부에 성립된다. - P318

우울증은 자아가 타자의 상실을 타자와의 합치를 통해 만회함으로써 상실을 거부하고 대상을 보존하는 방법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주체가 누군가를 자아의 분신이자 거울로 인식한다면, 게다가 그 ‘누군가‘가 우울증적 주체를 형성하는 트라우마의 구체적 외현으로 나타난다면, 주체는 자신의 ‘애도의 과함(지나침)‘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다. - P318

가족의 상실에 대한 오랜 애도 작업을 그만 끝내야 한다는,
그래야만 남은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 P319

우울의 정체, 즉 애도의 과함 - P319

『여수의 사랑』에 반복되는 분신의 구조화는, 그러므로, 우울증적 주체가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목도함으로써 비록 불투명하고 의심스러울지라도 치유의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제시해보려는 자기 인식의 능동적 장치라 할 수 있다. - P319

『여수의 사랑』은 각각의 개인이 치유하기 힘든 마음의 병을 안고 각자의 ‘여수(麗水)‘를 향해 느릿느릿, 그러나 마치 주어진 운명의 수락을 조용히 거부하는 수난자처럼 자기 몫의 고통을 지고 회귀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이 앓는 병이야말로 삶에의 의지를 대신 표현하는지 모른다. - P320

‘질병으로의 도피‘는 자아를 위협하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최선의 방어책이기도 하다. 이들의 병은 생을 파멸로 이끄는 죽음 충동의 소산이 아니라 자기를 파괴시킬지도 모르는 정신적 압박을 이겨내고자 의식과 무의식이 한판 싸움을 벌여 자아 내부에서 힘겹게 조율된 결과물이다. 그러니 ‘여수(旅愁)‘의 인물들은 죽고자 아픈 이들이 아니라 살고자 아픈 이들이다. - P320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치는 속력"은 의식의 부면으로 솟구치는 상처의 속력이자 상처에 지배받길 원치 않는 욕망의 속력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가리켜 삶의 욕동이자 에로스적 충동이라 했을 것이다. - P320

『여수의 사랑』이 시간의 풍화 작용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튼튼히 살아남을 것임을 확신하는 까닭은 삶의 대립쌍이 죽음이고, 죽음 곁에 있는 삶이란 사랑의 상실을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짐 지는 일이며, 상처는 죽음을 동반하는 ‘되태어나기‘를 강요하기에 가장 두려운 적이자 장애물이지만, 동시에 그러한 ‘되삶‘의 가치란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심원하고 도저한 정신의 층위에서 성찰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 P321

흠 있는 영혼들, 상처받은 영혼들은 살기 위해 때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존재를 위협하는 죽음으로부터, 엄혹한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 P321

이 길뿐일까, 하는 끈질긴 의문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난다.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꺼질 듯 말 듯한 빛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자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안도감이 찾아왔었다. - P322

물에 빠진 사람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썼고, 거품을 뿜으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보았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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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5 - 송태섭과 정대만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5권에서는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인 송태섭과 정대만이 새롭게 등장한다. 스토리상 이 두 사람은 불량학생들과 엮여있어서 그런지 다소 폭력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조금은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 그간 엑스트라 역할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강백호의 친구들인 ‘백호군단‘이 위급한 상황에 등장하여 불량학생들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비록 엑스트라처럼 보이는 인물들일지라도 다들 각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5권을 통해 ‘백호군단‘ 소속 캐릭터들의 이름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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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권에서 생동감있는 경기장면이 일단 마무리되고 5권부터는 뭔가 새로운 장면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5권의 제목은 표지 좌측 하단에 작은 글씨로 나와있듯이 ‘송태섭과 정대만‘인데 생김새로 보아하니 표지에 나온 사람은 아마 송태섭으로 추정된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5권의 첫 부분에서 송태섭이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고백했다가 안타깝게도 거절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뒷부분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섣불리 단정할 순 없지만 이것이 어떤 계기(?)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추가로 위의 송태섭 얘기와는 별개로 강백호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 4권 마지막 부분에서 강백호는 그동안 신던 운동화가 많이 훼손된 관계로 새로운 농구화를 구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5권 초반부에선 농구부 연습을 위해 강백호를 비롯한 농구부원 전원이 집합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강백호는 새로 산 농구화를 신고 나온다. 그러자 농구부원들이 단체로 강백호가 신고있는 농구화를 진하게(?) 밟아주는데, 이것은 아무 이유없이 하는 장난이 아니라, 새 신발을 신고 운동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부상방지차원에서 하는 일종의 신고식(?) 같은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 과거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니 친구들이 내가 새로 산 신발을 밟았던 게 이 슬램덩크 만화에서 본 내용에 기반해서 했던 것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당시 슬램덩크 만화를 읽어보지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친구들의 장난이 그저 짖궃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깊은 뜻이 있는 줄은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신발을 밟는다는 행위만 보면 좀 과격해보일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이 듬뿍 실린 신고식이었던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 농구부는 능남고 농구부와의 치열했던 연습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전국제패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농구부 감독인 안 선생님이 농구부원들에게 건네는 덕담인데, 이는 단순히 농구부원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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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송태섭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잠깐 소개된다. 송태섭은 누구한테 굽신거리는 성격이 아닌 걸로 나오는데, 한 학년 선배들이 자신을 집단으로 괴롭히려고 하자 그 선배 중 대장격인 정대만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때려눕힌다. 물론 그 이후 나머지 무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정대만과 함께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하는데, 5권에서는 입원해있던 송태섭이 퇴원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근데 과거의 사건 때문인지 선배들은 퇴원한 송태섭을 잔뜩 벼르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일일이 다 말하긴 힘들지만, 분위기가 뭔가 살벌해진 느낌이다.

학교로 돌아온 송태섭은 자신이 원래 속해있던 농구부로 돌아와 다른 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신입생으로 들어온 강백호와는 첫 만남부터 서로 티격태격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던 둘이지만, 그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성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 자신이 상대방 이성에게 차였던 아픔들을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진다. 이 날 이후 그들은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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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송태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잠시 언급했었는데, 송태섭이 퇴원하고 얼마 안있다가 잔뜩 벼르고 있던 선배들이 농구부가 있는 체육관으로 찾아온다. 송태섭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한 폭력이 난무하는데, 이 싸움판이 커져서 송태섭만이 아닌 농구부 전원과의 싸움으로 번진다. 다소 끔찍한 장면들도 더러 나올정도로 엄청난 혈투를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소위 ‘백호 군단‘이라 불리는 양호열, 노구식, 김대남, 이용팔이 지원군으로 나선다. 이들 중 양호열이 싸움을 가장 잘하고 나머지 3명의 친구들은 옆에서 지원사격하는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대만을 필두로 한 폭력적인 선배들의 훼방을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슬램덩크 1권을 읽을 때만 해도 이 ‘백호군단‘이라 불리는 친구들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었는데, 오늘 읽은 이 5권을 통해 이들이 더이상 엑스트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딱 나타나 강백호가 속한 농구부에 큰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향후 이어질 이야기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어떨지 기대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과거 내가 1권에 쓴 페이퍼에서 엑스트라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건 좀 힘들다는 식으로 글을 남겼었는데, 이제는 내가 엑스트라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이름까지도 보다더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듯하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 P19

여러분들은 강해질 거예요... - P20

키만으로 농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 P80

사나이끼리는 서로 통했던 것이다. - P105

잘 들어, 강백호! 페이크라는 건 연기력이 필요해. - P118

남은 건 지역예선... 그리고 전국대회를 향해 돌진하는 것뿐이다. - P122

올해엔 반드시 전국대회에 나간다!! - P122

여기는 소중한 곳이란 말야. - P144

너, 바보구나. 난 말야.. 그 소중한 걸 부수려고 온 거란 말이다. - P145

그래가지고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P258

다시는 농구부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말해. - P277

이 체육관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야. - P278

일곱 발이야. 일곱 발.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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