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에 나온 별자리는 각자의 삶에서 빛나는 순간과 공간을 비유하는 단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공간들 중에 인상적으로 느꼈던 공간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 독자들이 자신만의 공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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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이다. 어느 누구나 기분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의 플레이리스트 또는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의 리스트가 있는 것처럼 저자는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공간의 리스트(목록)가 있는지를 독자들에 묻는다. 아마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마다 삶의 환경과 배경이 각양각색일 것이기에 각자 공간의 플레이리스트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획일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저자가 소개했던 공간들을 다시금 떠올려보며 독자인 나도 나만의 공간 플레이리스트를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좀 더 위로받고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기분 나쁠 때 듣고 싶은 음악이 있고 기분 좋을 때 찾는 음악도 있다. 우리는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 P410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도 알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칼국수를 찾고, 힘이 들면 매운 음식을 찾는다. 각자 맛집 리스트도 부지런히 수집하고, 먹방도 열심히 소비한다. - P410

하지만 기분에 어울리는 공간을 리스트업하거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험은 별로 없을 것이다. - P410

우리에겐 공간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다. 우울할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 혹은 사색할 때나 혼자 있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공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위로해주고 즐겁게 해주는 그런 공간 리스트 말이다. 그런 리스트가 있을 때 여러분의 삶은 더욱 위로받고 더 빛나게 될 것이다. - P410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힘든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위로받고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간을 통해 찾아보자. 그런 소중한 공간을 찾으려면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 P410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린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한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고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한다. - P411

우리가 듣는 별자리 이야기는 먼 옛날 배를 타고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았던 뱃사람이나 들판에서 양을 치던 사람들이 홀로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 P411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희미하지만 검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고, 잇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 P411

이 책에서 언급된 장소는 나를 만든 공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다. 그 공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끔씩 있는 희미한 별빛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희미한 별빛들을 연결해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다. - P411

머릿속으로 별자리를 되짚어본다. 나를 형성한 공간은 어디인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간은 어디인가. 내가 지나온 시가지와 골목과 집은 내가 주인이 아니어도 나에게만 반짝이는 빛이 있다. - P411

당신의 도시 별자리는 무엇인가. 검은 종이처럼 아무런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책 5장, 일곱 번째 이야기를 리플레이해보라. 당신의 도시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동네 놀이터처럼. - P411

놀이터는 당신을 기다린다. 낮에는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지만, 해가 지고 나면 갈 곳 없는 자들의 공간이다. - P295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 - P411

사진가 양해철은 수직, 수평으로 세계관을 정의한 화가 몬드리안Piet Mondrian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 P417

몬드리안이 말했다. "수직선은 신과 같은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담긴 것이며, 수평선은 모든 사물과 그 사물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 P417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표지에 사용한 아름다운 이미지는 사진가 양해철이 촬영한 사진이다. 작품명은 ‘달과 꿈‘이다. - P417

양해철은 몬드리안의 정의를 메타포metaphor 삼아 수직과 수평 사이 존재하는 달과 별을 촬영한다. 사진 속 달은 인간의 꿈을 상징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했다. - P417

이 책에도 반짝거리는 별이 있다. 책을 읽은 독자가 저자 유현준처럼 도시 곳곳을 살펴보는 것, 도시와 자신을 연결하는 것, 그 과정을 통해 도시에서의 삶이 보다 행복해지는 꿈이다. - P417

도시를 사랑하기란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렵게 느껴졌다. - P421

별을 따는 일은 기록하기에 달렸다. - P421

제목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에서 ‘별자리‘는 삶에서 반짝이는 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양해철의 사진 속에서 달이 상징하는 것처럼 제목 속 별자리는 오늘 닿지 못한 꿈이 될 수도 혹은 곧 닿게 될지도 모르는 내일이 될 수도 있다. - P421

유현준을 인간으로서, 건축가로서 성장하게 한 도시의 요소와 장소들을 살펴보는 시간은 독자가 자신과 도시의 관계를 다시금 발견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P421

삶에 희미하게 자리한 행복했던 순간과 공간을 기록한다면 도시와 자신의 관계가 한층 화목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 P421

모두에겐 각자의 도시가 있다. 힙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도시는 모두에게 특별하고 애틋하다. 힙플레이스나 맛집을 찾아 도시를 소비하는 루트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과 연결된 자신에게만 특별한 도시를 떠올려보자. - P421

본문 중 글과 사진 사이 여백은 독자가 책을 읽을때 떠오른 자신의 달과 별을 두기 위한 자리다. - P421

"책은 결국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그 책을 쓴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겨나는 자신만의 생각이 중요하다. 딴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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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10-03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간 플스...최근에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요 물리적인 이동을 때마다 하진 못해도 마음의 여행이라도 시도해야겠습니다 시월 건강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10-03 13:02   좋아요 1 | URL
예 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가 언급한 ‘공간의 플레이리스트‘라는 용어를 보면서 좀 더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곡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10월달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는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업무보고서와 완료보고서, 연간보고서를 제대로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업무보고서를 형식적으로 쓰면 완료보고서 · 연간보고서에 핵심을 쓸 수 없다. - P170

일일보고서에 기초해서 주간보고서를 쓰고 주간보고서를 참고해서 월간보고서를 쓴다. - P170

일일보고서, 주간보고서를 대충 썼다면 월간보고서를 쓸 때, 4주 동안 일어난 일을 기억에 의존해서 써야 한다. 핵심보다 기억에 남는 내용만 쓴다. - P170

인간의 기억력은 매우 불완전하다. 지난주에 했던 회의 내용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2~3주 전에 성가시게 했던 문제도 해결하고 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까맣게 잊어버린다. 똑같은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해결방법을 찾아 헤맨다. - P170

주요 업무와 기억해야하는 일은 반드시 적는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이어리 한 페이지를 세 영역으로 구분해서 할 일, 한일, 문득 떠오른 생각 등을 적었다. 세 영역은 나만의 다이어리 양식이다. 보고서에 의미 있는 내용을 꾸준히 기록하는 비법은 양식을 만드는 것이다. - P170

나는 일일 · 주간 · 월간보고서는 항목을 정해놓고 내용만 바꿔서 넣는다. 정해놓은 항목은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필요하면 임시로 항목을 추가한다. 기타 항목에는 분류할 수 없는 내용만 쓴다. - P171

할 일이 적어서 쓸게 없으면 일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적어둔다. 한 일이 많아서 기록할 게 많으면 주요 내용만 간략하게 쓴다. - P171

내가 쓴 보고서를 한 달 또는 분기별로 살펴본다. 보고서에 쓴 내용을 보면서 했던 일을 머릿속에서 복기한다. 그러면 협력업체 담당자와 만나서 나눈 사적인 이야기까지 기억이 난다. - P171

일일 업무보고서에서 주간보고서, 주간보고서에서 월간보고서로 갈수록 중요한 업무만 남는다. 이런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면 일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일에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비용과 인력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 P172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날은 업무일지를 자세히 쓰고, 조금 바쁜 날은 대충 쓰거나 건너뛰면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 의미 있는 내용을 빠트리는 날도 생긴다. 매일, 일주일, 한 달의 변화는 날마다 핵심만 쓴 보고서에 드러난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일을 하고 내일도 그 일을 한다. 매일 같은 일을 해도 그날의 핵심 업무가 있다. 보고서에는 핵심 업무를 기록하고 그 핵심이 축적되면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 P172

나는 여러 사람이 쓴 보고서를 살펴보고 특징을 정리한 다음, 내가 쓰는 보고서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차용한다. 보고서의 시작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때, 이 방법은 효과가 있다. 잘 쓴 보고서 몇 가지를 참고하면 보고서를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 P173

잘 쓴 보고서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문장이 명확하고 핵심이 한눈에 보인다. 둘째,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다. 억지로 자료를 꿰맞춘 티가 안 난다. 잘 쓴 보고서는 대충 훑어만 봐도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있다. - P173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문장력이고 내용을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건 구성력이다. - P174

"핵심을 맨 앞에 배치하라", "결론부터 써라", "내용별로 단락을 구분하라"는 구성에 관한 지침이다. 이런 지침은 보고서 작성에서 기본 준수 사항이다. - P174

중요한 내용을 보고서 맨 앞에 쓰는 이유는 읽는 사람이 적어도 첫 단락, 첫 문장은 기억하기 때문이다. 첫 문장을 읽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을 유추하고 경험치에 따라 상황을 판단한다. 이것을 초두효과라고 한다. - P174

보고서 작성자가 초두효과와 함께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효과는 맥락 효과와 앵커 효과다. 초두효과, 맥락 효과, 앵커 효과를 활용하면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 P174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보가 계속해서 나올 때는 초두효과가 작용하고 정보가 띄엄띄엄 나올 때는 최신 효과가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초두효과가 처음 보는 정보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타나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 친한 사람을 만날 때는 최신 효과가 나타난다. - P175

초두효과와 최신 효과는 기억, 인지과정에 관여한다. 보고서에서 이 효과를 활용하려면, 읽는 사람이 내용을 인지하는 정도에 따라 핵심을 앞에 제시할지(초두 효과) 아니면 마지막에 제시할지(최신 효과)를 결정한다. - P175

맥락 효과는 처음에 제시한 정보가 맥락을 만들어서 나중에 제시한 정보를 긍정 또는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영향을 주는 개념이다. 처음에 제시한 정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다음에 나오는 정보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처음에 제시한 정보가 부정적이면 나중에 나오는 정보도 부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 P175

심리학에서 말하는 맥락 효과는 콘텍스트context보다 서론에서 결론에 이르는 동안 논리적인 흐름으로 진행되는 ‘일관성consistency‘으로 봐야 한다. 준비한 자료를 논리에 맞게 배치해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쓴다. - P176

앵커 효과는 우리말로 ‘닻 내림 효과‘라고 한다. 배의 닻이 앵커Anchor다. 배는 정박하거나 특정 위치에 머무르기 위해서 닻을 내린다. 앵커효과는 생각의 기준점을 설정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 P176

앵커 효과는 사업의 진행률, 매출, 이익 등을 알리는 보고서에서 자주 사용한다. 예상보다 매출액이 적으면, 동종 업계 평균 매출이나 불경기 매출을 기준으로 현재 매출을 제시한다. 사업의 진행률도 마찬가지다. 목표에 못 미치는 진행률을 보고할 때, 동종 사업 가운데 진행률이 낮은 사례를 언급하고 이를 기준으로 사업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 P176

인지심리학에서 실험으로 증명한 초두 효과, 맥락 효과, 앵커 효과를 이용해서 보고서의 메시지를 배열하면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세 가지 효과는 문서를 구성하는 원칙으로 활용한다. 증명된 방법론을 적용해서 메시지를 배열하는 목적은 읽는 사람이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 P177

나쁜 메시지를 숨기거나 축소하고 듣기 좋은 소식,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만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런 효과를 이용하면 절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이런 효과는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 P177

표, 그림, 사진 등을 시각 정보라고 한다. 표를 제외한 인포그래픽, 그래프, 사진, 지도, 순서도 등을 모두 그림이라고 한다. 내용을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시각 정보는 넣지 않아도 된다. 시각 정보를 넣는 이유는 여러 줄로 풀어서 써야 하는 정보와 장황한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 P178

많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시각 정보를 사용한다. - P179

그림, 순서도, 표 등의 시각 정보가 많으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시각 정보 사이에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못하면 시야가 분산된다. 이런 이유로 시각정보는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연구소나 공공기관에서 발표하는 보고서를 보면 시각 정보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179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표, 그림 하나로 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경우에만 표, 그림을 사용한다. 보고서에 넣는 표는 주제를 강조하거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자가 정리한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참고용으로 보여주는 통계자료 또는 관련 기관에서 인용한 표는 보고서 마지막 또는 참고자료 단락에 넣는다. - P179

표나 그림을 언급할 때, "다음 그림은", "아래 표와 같이" 등의 표현은 삼간다. 보고서를 편집하면서 시각 자료 위치가 바뀌어 표나 그림이 문장 위에 배치되거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P182

시각 자료는 글로 설명하는 단락 마지막에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리가 없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긴다. - P182

그림으로 통칭하는 시각 정보를 만들 때는 ‘단순하게 만들라‘는 원칙만 지키면 된다. 하나의 시각 정보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넣으면 복잡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시각 정보를 넣는데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면 제 역할을 못하는 요소가 된다. 시각 정보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 - P183

그림에서는 자료의 개수를 줄이거나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다. 표에서 숫자를 보여주어 차이를 비교하는 것보다 그림을 넣어서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 P184

한 페이지에 여러 개의 시각 정보를 넣지 않는다. 한 페이지에 시각정보를 몇 개 이상 넣으면 안 된다는 지침은 없다. 글과 표, 그림이 한 페이지에 있으면 표나 그림, 즉 시각 정보를 먼저 본다. 시각 정보를 보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읽는다. 만약 한 페이지에 두세 개의 표와 그림이 있다면 표와 그림 설명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와서 뒤죽박죽이 된다. 시각 정보를 설명한 글을 읽어도 이미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메시지의 전달력은 떨어진다. - P184

표와 그림을 꾸미지 않는다. 보고서의 모든 표는 선 두께를 통일하고 장식적인 표현은 배제한다. 인포그래픽과 도식은 모양, 색에 일관성을 유지한다. 표와 그림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보조 도구이므로 페이지와 조화를 이루는 데 신경 쓰고 시선을 끌기 위한 장식은 하지 않는다. 시각 자료에 그림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연표를 만들 때, 시기별로 사진을 넣는다. 이때 선명하지 않은 사진은 가능하면 배제한다. 보고서에 들어가는 모든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해상도가 낮거나 흐릿한 사진은 이해를 돕기는커녕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 P184

표와 그림에는 번호를 붙이고 제목을 넣는다. 설명이 필요하면 간략하게 넣고 출처를 밝힌다. 시각정보는 제목과 설명을 포함해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표, 그래프 등은 넣지 않는다. - P184

표를 만들 때, 지켜야 하는 원칙은 단순하다. 줄 간격, 선 두께, 테두리 모양을 통일하고 숫자가 많은 표는 소수점을 기준으로 정렬한다. 숫자로 이루어진 표는 칸을 구분하는 선과 적당히 여백을 둔다. 구분하는 기준이 세 개 이상인 경우에는 테두리와 음영을 적용해서 항목과 내용을 구분한다. - P185

보고서 작성자가 구조화, 구체화해야 하는 시각정보는 도식diagram과 그래프다. 개념과 사례를 글로만 설명하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읽는 사람은 개념 또는 사례 설명에서 타당성과 효용성을 제시해야 정보로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 구조화가 필요하다. 메시지 전달력은 구조화된 자료와 도식에서 나온다. 잘 만든 도식과 그래프는 정보를 전달하는 힘이 매우 강력하다. 표에서 정확한 자료를 보여준다면 도식과 그래프는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해서 보고서 내용을 각인시킨다. - P185

도식은 다음 세 단계를 거쳐서 구조화한다.
첫째, 데이터보다 메시지에 집중한다.
둘째, 핵심 메시지와 대조군의 메시지를 비교한다.
셋째, 비교 유형에 적합한 도식을 선택한다. - P185

표는 정량적 데이터, 즉 숫자가 중요하다. 도식은 데이터 변화와 차이, 의미 있는 증가 · 감소와 이유가 중요하다. 금액이나 비율로 표시된 숫자를 어떤 메시지로 보여줄지 고민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 P185

도식에서 메시지를 강조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실험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건 또는 환경을 설정한 집단을 실험군이라고 하고 실험 결과가 제대로 나왔는지 판단하기 위해 조건 또는 환경을 설정하지 않은 집단을 대조군이라고 한다. - P186

도식에서 비교 대상은 실험에서 대조군과 같다. 이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비교 대상을 설정한다. 데이터를 조작 또는 과장했다는 의견이 나오지 않도록 타당성과 객관성이 입증된 비교대상을 설정한다. 보통은 평균치, 전년도 동기 대비, 유사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결과 등과 비교해서 도식을 만든다. - P186

도식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설득력있는 숫자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도식을 꾸미느라고 보고서에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도식은 메시지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독특한 디자인보다 많이 이용하는 형태를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처음 보는 도식은 시선을 끌 수 있어도 그 도식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많이 이용하는 형태는 별도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고서의 도식은 요점을 강조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 P186

요약은 전체 내용을 짧은 문장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보고서의 주제와 결론을 간략하게 구성해서 보고서 앞 부분 또는 섹션이 시작하는 페이지에 넣는다.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건 쉽지 않다. 긴 보고서를 요약하려고 하면 모든 내용이 중요하게 보인다. - P189

요약에도 학습이 필요하다. 신문에서 정치면 또는 사회면 돕기사를 1면에 간략하게 소개한다. 1면의 톱기사 소개가 요약이다. 논문 앞에도 요약이 나온다. 논문에서 요약을 ‘초록abstract‘이라고 한다. 신문에서 톱기사를 소개하는 글과 논문 초록을 보고 요약하는 방법을 익히면 된다. - P189

요약의 기능을 이해하면 요약을 잘 할 수 있다. 요약을 읽으면 전체 내용을 읽지 않고도 주제와 결론을 알 수 있다. - P189

보고서를 자세히 읽기 전에 사전정보를 제공해서 배경지식을 가동하게 만드는 것이 요약의 기능이다. - P189

요약문을 읽으면 대강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보고서를 집중해서 읽을지, 훑어볼지 판단한다. 긴 보고서를 훑어보기만 하는 경영자와 관리자에게 요약은 중요하다. - P190

요약은 보고서를 끝내는 요식 행위가 아니다. 요약을 잘하면 상사는 보고서를 자세히 읽는다. 보고서에는 아이디어, 업무 진행 과정, 문제 해결, 분석, 결과 등이 있다. 형식적으로 요약하면 중대 사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이로 인해서 업무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 요약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하도록 정리하고 전체 내용을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 P190

보고서를 읽게 만드는 요약은 주요 내용의 흐름, 즉 맥락에 따라 정리한 글이다. 내용 중에 정상적인 의식의 흐름에서 벗어난 부분이 나오면 이 부분을 요약에서 짚어준다. 그러면 의식의 흐름으로 들어온다. - P190

나는 보고서를 쓰면서 키워드, 핵심 문장을 따로 적어둔다. 계획대로 진행한 부분에서 전달할 내용, 문제가 발생한 공정과 해결 방법, 성과 분석과 결과, 부문별 담당자 의견을 정리한다. 여러 부서 담당자의 보고서를 취합해서 정리할 때는 각 부서 담당자에게 꼭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 당연한 결과는 요약에 넣지 않는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잘 드러나게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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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에 나왔던 포트키를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저자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공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 편을 보면 ‘포트키Portkey‘라는 것이 나온다. 포트키는 순간이동 마법이 걸린 물건인데, 이것을 잡으면 다른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 P359

현대사회에서 포트키는 휴대폰이다. 우리가 휴대폰을 열고 쳐다보면 우리는 휴대폰 속 시공간으로 들어간다. 강의 시간에도, 교회에서 예배 중에도,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을 보면 내가 원하는 세계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나만의 시공간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 P359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값싼 방법의 자매품으로 선글라스, 후드 티셔츠, 이어폰, 마스크 등이있다. 모두 내 노출을 줄이고, 외부 공간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 P359

대한민국에서 공원을 제외하고 건폐율이 가장 낮은 곳이 대학 캠퍼스다. 그만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 P361

손에 물이 닿으면 긴장이 풀린다. 그렇게 물은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일상에서 전신에 물을 닿게하는 경험이 샤워다. 그래서 샤워 부스는 중요한 공간이다. - P362

같은 공간이라도 빛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 효과를 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어두운 방 거울 앞에서 휴대폰 불빛으로 얼굴을 밑에서 위로 조명해보라. 거울 속에 완전히 딴사람이 있을 것이다. - P369

우리가 사는 곳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조명이다. 빛이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경우는 우리의 삶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태양빛부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조명이다. - P369

실내 공간에서 조명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다 보니,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공간은 천장이 된다. 등은 천장에 달렸지만 역설적으로 등의 배경인 천장은 항상 제일 어둡다. 과거에는 등잔 밑이 어두웠다면 지금은 형광등 위가 어둡다. - P369

우리가 바라보는 낮의 빛은 하늘 전체가 밝다. 이렇듯 자연의 빛은 천장 전체가 밝은 조명이다. 그래서 하늘이 높게 느껴진다. 이러한 효과를 연출하려면 스탠드를 위로 돌려 천장에 조명을 비추면 된다. 그렇게 하면 어두운 천장이 아니라 가장 밝은 천장이 만들어진다. 이럴 때 천장은 낮의 하늘이 된다. 방이 더 좋아 보이고 달라 보일 것이다. - P369

현대의 SNS에 올라가 있는 사진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그린 초상화와도 같다. 그림의 개수가 많고 때로는 동영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 좋은 것은 초상화는 집에 초대된 사람만 보지만, SNS 사진은 전 세계인이 본다. 더 효율적이다. - P375

효율적인 면에서 본다면 요즘 SNS 하는 사람은 미술관에 걸린 초상화 속 귀족 정도 수준의 자기과시를 하고 있는 중이다. - P376

그런데 사실 이렇게 SNS에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우리는 ‘자유‘를 잃게 된다. 내 삶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클릭에 의존하는 자유의 상실 말이다. 잠깐이라도 SNS에 열중해본 사람은 안다. SNS에 시간을 쏟을수록 사실 나의 행복감의 칼자루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 P377

녹지를 본다는 것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고 정신적인 쉼을 준다. - P378

먼 산을 본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사람이 없는 곳을 본다는 것이다. - P378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야에 항상 사람이 들어와 있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사람에게서 온다. 그래서 내 눈에 사람이 안 들어온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산에도 사람이 있지만 멀어서 안 보이는 것이다. - P378

베트 미들러 Bette Midler의 노래 <프롬 어 디스턴스From A Distance> 가사를 보면 전쟁 중에도 멀리서 보면 평화로워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거리는 갈등을 지우는 힘이 있다. - P379

먼 산을 볼 때 더 좋은 것은 나와 산 사이의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혼자 소비하는 공간은 나의 권력 양을 측정한다. 말단 사원의 책상보다 회장님 방이 더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 P379

이 도시 속에서 나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렵다. 넓은 공간을 바라볼 기회도 적다. 그런 상황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은 실내 공간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큰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그런 여유는 자주 가져도 돈이 들지 않는다. - P379

어느 한순간 같은 모습이 없다. 하늘이 좋은 이유다. - P381

하늘은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공간이다. - P381

비어 있는 공간은 항상 우리에게 여유를 준다. 비어 있는 커다란 공간을 쳐다보는 것은 머리와 가슴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는 것과 같다. - P384

안대를 하면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다. 안대는 어느 곳이건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장치다. - P385

빛이 없으면 눈으로 볼 수 없고, 눈으로 보지 않으면 상상력이 극대화된다. - P387

완전하게 쉬고 싶거나 상상력을 높이고 싶을 때 안대를 권한다. - P387

사람의 권력은 그 사람이 소비하는 공간의 체적에 비례한다. - P388

원래 과시는 낭비에서 나온다. - P388

필로티pilotis는 프랑스어로, 르코르뷔지에가 제창한 근대 건축 방법의 하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건축물의 1층은 기둥만 서는 공간으로 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방식‘이며 ‘건축의 기초를 받치는 말뚝을 뜻한다. - P390

일본의 젠 가든은 나무를 심지 않고 모래와 돌덩이 몇 개만 가져다 놓은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계절이 바뀌어도 피는 꽃이 없다. 젠 가든은 한마디로 비움의 정원이고 시간이 멈춘 정원이다. - P393

우리는 가끔 사무실에서 때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빈 모니터를, 아예 빛이 없는 검정 모니터를 봐주는 것도 좋다. 우리는 태양, 형광등, 스마트폰, 모니터, 간판 불빛 등 각종 빛에 시달린다. 그런 빛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정 모니터는 농경 사회에서의 젠 가든과도 같다. 가끔씩 모니터를 끄고 검정 모니터를 보며 쉬어보기를 권한다. - P396

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항상 신호등을 만난다. 급한 일이 있어도 빨간 신호등에 걸리면 기다려야만 한다. 이를 무시하고 건너가면 자칫 잘못하다가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몇 분만 기다리면 다시 파란불로 바뀌어 건너갈 수 있다. - P397

인생도 그렇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 P397

항상 급하게 이 길을 꼭 지금 건너야 할 것 같은 일이 많다. 이번 시험에 꼭 붙어야 하고, 이번 공모전에 꼭 당선되어야 하고, 이번 직장에 꼭 합격을 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보통은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잠시 아무 일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면 파란불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 P399

지금 당장 신호등이 빨간불이어도 1분만 기다리면 파란불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기다림이면 충분한 경우도 있다. - P399

모든 길은 다 통한다. - P401

길을 바꿔 가도 목적지는 같다. 다만 경치만 달라질 뿐이다. - P401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모여서 새로운 풍경이 되는 것이다. - P401

나의 경우 인생이 계획한 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 단 한 번도 없다. - P401

열두 시 길로 가려고 하면 항상 그 길은 막히고 두 시 길이 열렸다. 때로는 아홉 시 길이 열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열리는 방향으로 걸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의 경로에 만족한다. - P403

내가 자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차선次善이 모여서 최선最善이 되는 것이다. - P403

원래 최선들이 모여서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갖 멋진 옷과 고가의 액세서리를 다 하고 나면 완전 촌스러워질 수 있다. 모자라는 듯한 것들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원했던 길이 막힌다고 해서 속상해하지 말라. 때로는 그게 빨간 신호등처럼 조금만 기다려도 파란불로 열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옆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 P403

지금 열린 길이 최선이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런 길들이 모여 예상치 못한 멋진 곳으로 인도해주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 P403

나는 시청에서 압구정동을 갈 때 충무로를 거쳐 금호터널로 가지 않는다. 구불구불 돌아가지만 경치가 좋은 남산순환도로를 애용한다. 여러분이 지금 돌아가는 길이 남산순환도로일 수 있다. 그러니 일단 길이 열리는 데로 걸음을 떼길 바란다. - P403

나는 자기애가 강하다. 세상을 읽을 때에도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에 근거해서 바깥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내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P407

마찬가지로 세상을 사랑하는 것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애를 갖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 P407

세상을 사랑하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조금씩 만들어가면 된다. - P407

우사인 볼트의 독백이 나온다. "나 이전에 수많은 레전드들이 있었다. 이 시대는 나의 시대다. 그리고 나 이후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을 안다." - P408

볼트는 계속 말한다. "그래야만 한다. ‘이 정도면 됐다‘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 P408

한 번에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조금씩 바꾸면 된다. 한 번에 조금씩 0.1초를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주변의 공간도 조금씩 바꿔나가면 된다. - P408

여러분을 만든 공간, 지금 좋아하는 장소를 알게 되면 스스로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409

아주 작고 사소한 요소 몇 가지가 공간의 의미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작은 부분들을 주변에서 찾아나가야 한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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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 사회에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며 적어도 식탁에서만큼은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 간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식탁은 휴대폰 프리존이 되어야 한다. 서부시대 때 술집에 총을 맡기고 들어가듯이 현대사회에서는 가족 식탁에 앉을때 휴대폰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 P265

가급적이면 식탁은 유리 없이 원목 나무면 더 좋다. 유리는 차가워서 팔을 기대어 앉기가 어렵다. 차가운 유리 식탁은촉감이 별로여서 오랫동안 앉아 있게 되지 않는다. 앉아 있을 때에도 차가운 유리에 기대지 못하기 때문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앉게 된다. 그러면 마주앉은 사람과는 거리가 더 멀어진다. - P267

사람의 체온과 가장 비슷한 나무 재질로 만든 식탁을 두면 체류 시간이 더 길어지고 몸을 앞으로 기대어 가족 간의 거리가 더 좁아진다. 나무 식탁은 더 많은 시간 동안 친밀하게 가족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 P267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가장 경제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나만의 방이다. 또한 창문 밖 풍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공간이다. 자동차의 선팅 유리는 프라이버시를 더 높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선팅 유리는 커튼이다. - P270

공간이라는 것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자동차를 타고 구경하느냐, 걸어서 구경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 P274

남대문교회는 주변의 고층 빌딩에 가려져 있어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공간이다.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은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 P279

내 것은 내 것대로 쓰고, 숨겨진 주인 없는 공간도 내 것처럼 쓰는 것이 이 도시 속에서 부자로 사는 방법이다. - P279

예배당이나 서점 같은 조용한 공간이 좋은 이유는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이런 조용한 공간에서는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호수의 물처럼 마음을 물결 없이 잔잔하게 만들고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세상에서 생각을 좀 정리해볼 수 있다. - P285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아무생각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것이다. 머리를 비운 그 시간은 머릿속을 마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디프레그멘테이션을 하듯 정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 P285

벽은 단순히 소통을 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안 좋은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 P287

빗소리를 가장 크게 들을 수 있는 곳은 우산 속이다. 우산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자연과 우산이 함께 만들어내는 이중다. 우산이 비닐로 만들어졌는지 나일론 천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들리는 소리도 다르다. 같은 우산이라도 시간당 강수량에 따라서 만들어내는 음이 다르다. 우산 속 소리는 우산의 재료와 시간당 강수량이 만들어내는 이중주다. - P298

폭우가 내리면 빗소리에 다른 도심의 소음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완벽한 ASMR이다. - P298

큰 나무가 띄엄띄엄 서로의 나뭇가지가 살짝 닿을 정도로 심어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성숙한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서 중력을 거슬러 수직으로 서서 자라는 건 사람과 나무뿐이다. 서로 간섭을 안 하면서도 너무 떨어져 있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다양한 나무들을 보고있으면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성숙한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 P301

조용한 곳은 내가 존중받는 공간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 있거나 기차 안에서 시끄럽게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기분 나쁜 건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져서다. 그들은 내가 옆에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를 준다. 그런 행동은 날 무시한다고 느끼게 한다. - P304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이 정신없는 도시 속에서 시민들이 느리고 조용하게 쉴 수 있는 쉼터다. - P306

서점은 변화가 많은 자연이 줄어들고 있는 삭막한 도시에서 책이라는 다양하고 변화하는 콘텐츠로 자연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 P306

사람이 소득이 늘어나면 처음으로 예민해지는 부분이 청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1970~1980년대에는 카세트플레이어인 워크맨이나 마이마이가 인기였다. - P307

일인당국민소득이 더 올라가면 냄새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남자들이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그다음 단계는 촉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만질 수 있는 애완동물 시장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다. 21세기에는 쓰다듬는 가전제품인 스마트폰이 나왔다. - P307

서점은 21세기 디지털 정보의 시대에 종이 인쇄라는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는 동시에 촉각의 공간이다. - P307

나에게 맞는 커피숍이나 동네 빵집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곳이 여러분의 거실이기 때문이다. - P310

창가 스툴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과 거리를 구경하는 즐거움은 ‘내려다보는 권력‘에서 비롯된다. - P314

창가 스툴 자리는 혼자 가도 편히 앉을 수 있고, 둘이 가면 가깝게 옆에 앉을 수 있는 장점은 덤이다. - P315

폐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에 의해 모든 것이 지워져버리는 인생의 덧없음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빈 공간 속에서 여러 가지 상상력이 날개를 펼친다. - P322

이어령 교수는 벽돌담과 돌담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벽돌담은 똑같이 생긴 벽돌로 만들어져 어느 벽돌 하나가 빠지면 대체 가능하나, 돌담은 돌들의 모양이 각기 달라서 하나가 빠지면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P324

성곽길에 올라가면 좋은 점은 옛 시절을 느낄 수도 있고 덤으로 서울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곽이 산 능선에 위치해서다. - P325

아파트에서 태어난 세대여, 익선동에 가서 골목길과 마당을 만나보라. 그러면 당신이 놓친 공간적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같은 외부 공간이라도 넓은 아파트 정원과 공원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 - P329

이탈리아 베니스가 특별한 이유는 단위면적당 골목길의 갈림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니스는 여러 번 가도 항상 새롭고 길을 잃는다. 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공간 구성이 복잡하면 여러 가지 장면이 만들어진다.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 넓은 공간이라고 느낀다. - P331

익선동은 한마디로 몸은 덜 피곤한데 엔터테인먼트는 더 되는 공간이다. - P331

익선동은 내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다채로운 공간 체험이 가능한 인터액티브한 장소다. - P333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쓴 《정신착란증의 뉴욕Delirious New York, 1978>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은 뉴욕이 엘리베이터 덕분에 고밀화된 도시가 됐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뉴욕의 카오스적 고밀도 도시 공간을 예찬하는 책이다. - P335

시장은 이 도시 속에서 후각이 가장 다양하게 자극받는 공간이다. 시장을 걸으면 다양한 냄새가 권투의 잽처럼 정신없이 좌우에서 때려댄다. 시장은 ‘냄새‘의 공간이다.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다양한 냄새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지금 재래식 시장으로 가보기 바란다. 그 냄새가 내 감정을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 P336

무기력하더라도 배는 고파오기 마련이다.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생동감과 생명력이 넘치는 오라 Aura를 시각, 청각, 후가, 미각, 촉각으로 느낀다면 비로소 잃어버린 욕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336

빛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려면 어두운 곳에 가야 하듯이 삶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려면 죽은 자들의 공간에 가야한다. 현충원에 가면 살아 있는 것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 P339

현대 도시의 문제 중 하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주변에 너무 없다는 점이다. - P339

삶에 대한 깊이를 더 느끼려면 죽음은 그림자처럼 따라와야 한다. 삶이 빛이라면 죽음은 그림자다. 그림자는 빛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씩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보는 것도 의미있는 삶을 위해 좋을 것이다. - P340

버려진 산업 시설은 또 하나의 유적지다. 버려진 수도시설이었던 선유도공원은 지금은 서울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 P341

자연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 P343

선유도 공원은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시공간의 장소다. - P345

보통 공원에서 갈대숲 같은 공간은 범죄자들이 엄폐해 있다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시에서는 꺼리는 자연 요소다. 보스턴의 백베이펜스Back Bay Fens 공원은 이런 갈대숲이 많아 치안상 문제가 되곤했다. - P346

갈대숲의 또 다른 매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는 점이다. 바람이 불면 일렁이는 갈대는 마치 가을 들녘에나 나가야 볼 수 있는 바람의 풍경을 제공한다. - P348

보통 어느 사람이 그 도시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은 도시의 도로망을 파악하면서부터라고 한다. - P349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특별한 이유는 브로드웨이와 격자형 그리드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한 삼거리여서다. 별마당 도서관도 쇼핑몰의 복도가 모여드는 교차점에 자리한다. 사람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는 공간 구조다. - P351

쇼핑몰에서 유일하게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공간 - P351

인간은 주광성 동물이다. - P351

별마당 도서관은 공짜로 앉아서 햇빛을 볼 수 있어 특별한 공간이다. 별마당 도서관은 코엑스몰의 타임스퀘어이자 센트럴파크다. - P353

숭고한 빛은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어느 공간을 성스럽고 영적으로 만들고 싶으면 자연 채광을 위에서부터 내려오게 한다. 대표적으로는 판테온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있고,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도 그렇다. - P355

위에서부터 떨어진다고 해도 형광등 불빛은 숭고하지않다. 위에서 떨어지는 인공조명은 ‘싸구려‘일 뿐이다. 흔히 이 같은 조명을 정육점 조명이라고 한다. - P355

위에서부터 오는 자연 채광의 대표적인 장소는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떨지는 빛이다. 그래서 숲은 항상 멋지다. 심지어 비좁은 골목길이 좋아 보이는 이유도 골목길 위에서 햇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P355

옆자리에 누가 앉느나는 그 공간의 성격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아무리 평범한 공간도 내 옆자리에 특별한 사람이 있으면 그 공간은 특별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내 옆자리에 누가 앉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P356

오랜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 비행기나 두 시간 정도 싫으나 좋으나 옆에 앉아 있어야 하는 극장 옆자리도 중요하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옆자리는 결혼식장 주례 앞에 서 있을 때 내 옆자리일 것이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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