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집중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각종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우리의 집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추가로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납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기업들과 과학자들의 작당(?)으로 인해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반 대중들은 외부적인 요인(납)에 의해 건강이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것을 내부적인 요인(예를 들어, 개인의 위생 관리 부족 등) 탓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례를 보면서 독자인 나는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과학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중들이 지식의 우위에 있는 과학자들의 말을 제대로 검증해 보지도 못한 채 그냥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기업가들은 과학자들에게 로비를 하여 어떤 물질의 위험성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이었다.

과학관련 지식들을 익히는 것이 비록 난해하게 느껴지더라도 뭐든 알아야 권위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반 대중들도 과학관련 지식들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읽었던《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라는 책의 내용이 문득 생각 났다. 거기서도 여러가지 신종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독자들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었는데, 오늘 본문에서도 우리들의 집중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번 포스팅의 기본소득 사례와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에 나온 사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가 제시한 것은 정부의 개입(여기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이었다. 독자인 나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기본소득이 집중력을 키우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저자가 경제적인 측면(인플레이션 같은 문제들)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다.

오늘 본문에 제시된 유해한 화학 물질에 대한 저자의 대책은 유해한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기업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않는 과학자들이 화학 물질의 유해성을 연구하자는 것이다. 이 말은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그럴싸해보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고 그 결과 국민들이 내야할 세금이 증가해서 국민들의 삶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아닌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반드시 정부가 부정부패없이, 낭비없이 세금을 쓴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회에 부정부패, 뇌물 등 비리가 비일비재한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어차피 기업이든 정부든 다 믿을 게 못된다. 결국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좀 더 믿을 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정부 조직 내에서도 공공기관들에서도 얼마나 많은 부조리와 부패가 일어나는가. 굳이 여기에 특별한 사례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뉴스를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은가.

결국 정리하자면 연구비용을 기업이든 정부든 어디에서 지원받든 관계없이 돈을 주는 곳과 받는 곳 간에는 이해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히고 설켜있기에 나는 저자가 본문에 제시하는 정부의 개입 방식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처럼 각자가 유해한 화학 물질들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근데 이것도 피곤한 일이긴 하다. 공부해야 되니 말이다. 근데 뭐 어쩌겠나. 내 건강은 내가 챙겨야지 다른 사람한테 챙겨달라고 하는 건 내 몸에 대해 좀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다. 여기서 내가 얘기한 것을 유일한 정답이라고 마냥 우길 생각은 없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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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절을 바꿔서 13장에서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라 불리는 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와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이것은 집중력과 관련이 있는 주제이기에 본문에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 본문에서는 이 ADHD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지는데, 단기적으로는 약물치료 방법이 쓰이지만, 저자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히 어린 아이들의 ADHD 증상과 관련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 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단순한 약물치료보다는 아이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 아동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아이가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에서는 ADHD와 관련된 사례로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어떤 약물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 독자인 나는 비교적 회의적인 입장이다.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보다는 저자가 추구한 것처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만인 사람이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먹는 것과 운동 및 식습관 조절을 통해 빼는 것 중 장기적으로 어떤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본다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약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화학물질이 뒤섞여있는 것이기에 투약시 효능이 물론 어느정도는 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독자인 내가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된 건, 예전에 읽었던 《왜 걸어야 하는가》라는 책의 영향이 비교적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책에는 걷기의 효능에 대한 것이 주요 내용이긴 하지만 오늘 읽고 있는 이 책에 나왔던 먹는 것의 중요성이라든지 인위적인 화학물질이 뒤섞여있는 각종 약물들에 대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그 책의 내용에 따르면 걷기 운동만 꾸준히 하더라도 건강문제로 인해 병원을 찾을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약물에 의존해서 살아가기보다는 과거 자연에서 살아왔던 방식대로 돌아갈 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 독서와 과거에 했던 독서 내용을 서로 콜라보(?) 하면서 생각하다보니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할지 보다 명확한 기준이 생긴 듯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보자는 심리가 많고 나도 그런 경우들이 많았는데,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을 명확히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시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가 문득 떠오른 가까운 실생활 사례 중 하나로 피곤할 때 잠을 잘지 아니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예를 들면 커피 같은 것)를 마시면서 버틸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여기서 단기적으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겠으나 장기적으로 내 몸을 생각했을 때는 단 몇 분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편히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들이 많기에 무작정 장기적으로 좋은 쪽으로 의사결정하기 힘든 부분도 있겠으나 만약 여건이 허락한다고 한다면 가급적 장기적으로 이득인 선택을 하는 것이 커피값도 절약하고 내 몸도 보다 더 건강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오염 물질이 우리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 P320

평범한 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형태의 오염 물질은 우리를 둘러싼 대기에 있다. - P321

오늘날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매일 화학물질로 된 수프(자동차 엔진에서 뿜어내는 물질을 포함해 여러 다양한 오염 물질이 뒤섞인 혼합물)를 들이마시는 것과 같다 - P321

우리의 뇌는 호흡기를 통해 철 같은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도록 진화하지 않았으므로 이 물질들의 처리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오염된 도시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의 뇌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만성적 공격"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뇌는 이에 염증 반응을 보일 것이다. - P321

"흡수량에 따라[즉 오염이 얼마나 심각하냐에 따라], 본인의 유전적 감수성에 따라,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뇌세포는 손상될 겁니다." - P321

캐나다의 한 연구는 주요도로에서 50미터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퍼센트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 P321

"만성적인 영향이 있다면 아마 공격성과 통제력 상실, 주의력 결핍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P322

바르셀로나의 과학자인 조르디 수니에르Jordi Sunyer 교수는 바르셀로나 전역에서 초등학생의 집중력을 검사한 뒤 오염이 심할수록 아이들의 수행 능력도 나쁘다는 것을 발견했다. - P322

고대 로마에서도 납이 인간에게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납으로도시의 배관을 만들지 말라고 로마 당국에 간청했다. - P322

납은 수세기 동안 집의 벽을 칠하고 배수관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20세기 초에는 휘발유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납이 대기로 배출되고 도시민들이 그 납을 들이마신다는 뜻이었다. 과학자들은 납을 넣은 휘발유가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 경고했다. - P323

"납이 있는 곳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납중독이 발생한다." 이것이 인간의 뇌에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흡수량이 많을 경우 납중독은 환각을 유발하고, 정신을 잃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 P323

어린 시절에 납에 노출되면 "ADHD의 진단 기준을 충족할 확률이 2.5배 더 높"다 - P324

납이 다른 형태의 오염 물질과 결합하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임신 중에 납에 노출되었고 흡연을 하면 자녀가 ADHD를 진단받을 확률이 여덟 배 더 높다. - P324

우리의 집중력과 주의력은 거대한 외부 세력에 공격받고 약탈당하고 중독되고 있다. - P327

상황이 변한 것은 평범한 시민이 자신들의 집중력을 빼앗는 세력에 맞서 헌신적으로 대중 운동을 벌였을 때였다. - P327

"유럽 시장에 나와 있는 200개 이상의 살충제 중 약 3분의 2가 뇌발달이나 갑상샘 호르몬의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 P328

흔한 오염 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s을 오늘날 인간이 노출된 수준과 같은 농도로 원숭이에게 노출하면 원숭이는 작업 기억과 정신 발달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는다. - P328

비스페놀A, 또는 BPA라는 이름의 오염 물질(금속 캔의 80퍼센트를 코팅하는 데 사용된다) - P328

발달신경독성 시험 developmental neurotoxicity Testing(우리가 제품 구매나 식사를 통해 노출되는 화학물질이 태아와 아기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시험) - P328

아기가 잉태된 바로 그 순간부터 발달에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이 호르몬이 "초기의 발달을 조절"한다 - P329

다수의 화학물질이 "전파 장애"와 비슷한 악영향을 끼쳐 인간의 올바른 발달(특히 뇌의 발달)을 이끄는 시스템을 방해하고 그중 일부를 그르치게 만든다 - P329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집중력도 크게 훼손된다. - P329

현재의 환경 때문에 내분비계가 엉망이 되고 있다 - P329

"기본적으로 새로운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을 약물처럼 다뤄야 합니다." 화학물질은 일반인이 사용하기 이전에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엄중한 시험을 통과한 물질만 가정집과 우리의 혈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 P331

성인의 집중력 문제에 관해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선뜻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을 때, 지난 20년간 우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에 이끌렸다. 바로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가 주로 생물학적 장애의 결과라는 것이다. - P334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 P335

말은 돌아다니고 달리고 풀을 뜯고 싶어 한다. 이런 타고난 본성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말들의 행동과 집중력은 망가지고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 P343

"생물학적 목적을 좌절시키려는 압력이 너무 심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 - P343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이 파괴적인 심리 압박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완화해줄" 행동을 뭐든 찾게 된다. - P344

‘주코시스 zoochosis(동물원zoo과 정신질환 psychosis의 합성어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이상 증세를 가리킨다)‘ - P344

동물들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말 포커는 갇혀 있는 것이 싫있고, 비글 에마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었다. 말은 본래 뛰어다녀야 하고, 개는 본래 무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P345

나는 이 동물들이 보내는 신호를 그가 약물로 덮어버림으로써 주인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불어넣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었다. 한 생명체를 데려다가 그 본성을 무시하고, 동물의 필요가 아닌 주인인 자신의 필요에 맞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다는, 그러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환상 말이다. 우리는 동물의 고통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P345

"제 말은, 현실은 선택이 아니라는 겁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진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러니 지금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해야 해요." - P346

어린아이는 아직 지적으로 발달하지 않아서 한 걸음 물러서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 P348

연구팀은 "주변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했고, 결정적인 요인은 "환경이 얼마나 혼란한가"였다.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집중력 문제를 겪고 ADHD를 진단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대체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들이 받는 큰 스트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문제가 퍼져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353

어릴 때는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을 달래주고 진정시켜줄 어른이 필요하다 ...(중략)... 이렇게 위로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고 나면, 시간이 흘러 성장할수록 혼자서 자신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가족이 주었던 안심과 이완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 P353

스트레스가 쌓인 부모는 자기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녀 달래기를 힘들어하는데, 본인이 너무 흥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그들의 자녀도 중심을 잡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그들의 자녀는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는 방식으로 힘든 상황에 대처할 확률이 높아지고, 분노와 괴로움은 집중력을 망가뜨린다. - P353

"현재 많은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압도되어 있어서 자기 아이들에게 안정적이고 차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결과에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반응은 "그러한 부모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진실을 놓칠 뿐이다. - P354

자녀 양육은 특정 환경에서 발생하며, 부모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환경은 반드시 그들의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 P354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의 "절대다수는 ADHD를 타고나지 않는다. 이들에게 ADHD가 나타나는 것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반응이다" - P354

‘주변에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 P354

사회적 지지가 늘어나면 "그들의 자녀가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더 낮다" - P355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부모는 자기 아기에게 관심을 많이 쏟을 수 있으며, 그러면 아기는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 - P355

"긍정적인 변화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그 시기에 부모가 받는 사회적 지지가 증가했는가였다." - P355

알약은 마약을 피우거나 주사하는 것보다 뇌에 더 느린 속도로 흘러든다. - P358

리탈린을 복용한 모든 아동(실제로 모든 사람)이 한동안은 집중을 더 잘한다. 이 약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내내 숨겨진 생물학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각성제를 복용했다는 증거가 될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서 레이더 운용병들에게 각성제를 준 것이다. 각성제를 먹으면 거의 변함없는 화면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지루한 일에 더 수월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 P358

각성제와 관련된 첫 번째 위험은 신체적인 것으로, 각성제 복용이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증거가 있다. 아이들이 3년간 각성제를 표준 용량으로 복용하면 약을 먹지 않았을 때보다 키가 3센티미터 덜 자란다. 또한 여러 과학자가 각성제를 복용하면 아이 심장에 문제가 발생해 그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물론 심장 문제는 아동에게서 드물게 발생한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이 약물을 복용할 경우 작은 위험의 증가도 실제 사망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 P359

리탈린을 주면 보상을 경험하는 중요한 뇌 부위인 선조체가 크게 위축된다 - P360

"이익과 함께 위험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P360

각성제는 반복을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어린이의 행동을 개선하지만, 학습 능력은 개선하지 못한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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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 라는 주제의 글에서 이와 관련한 한 가지 사례가 나온다. 지난번 포스팅부터 쭉 이어지는 사례인데, 아이의 이상행동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처방이 아니라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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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는 경제적 안정이 집중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핀란드에서 실제로 실행했던 기본소득과 관련한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서의 핵심은 기본소득으로 인해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자 사람들의 집중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집중력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는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얘기다. 만약 돈이 없어서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경제활동 외의 다른 활동들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기본소득이 주어졌을때 향후 발생할 인플레이션 문제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당장 하루 이틀 먹고 사는 것이 급한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따위가 뭔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는 건 기본적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것이기에 통화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화폐가치가 폭락하여 과거 100 원이면 살 물건들을 이제는 1000 원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식의 일들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기본소득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세금을 많이 걷든가 국가에서 돈을 계속 찍어내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 조세저항이 심하게 되어 사람들이 근로의욕이 떨어질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위에 언급했듯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기에 경제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는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좀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시한 사례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사고로 생각해봤는데, 이 책은 책의 제목인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아 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독자인 내가 언급한 경제적인 측면의 경우 굳이 이 책에서 심도있는 고려 대상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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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바꿔서 11장에서는 집중력과 생산성의 관계에 관한 글이 나온다. 본문에는 주4일제와 관련된 논의들이 나오는데, 무조건 많이 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집중력있게 일하면 더 적은 시간을 일해도 집중력없이 몇 시간 더 일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게 여기서의 핵심 내용이다.

잘 생각해보면 잠을 줄인다고 해서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도가 올라간다거나 혹은 투입시간 대비 일의 효율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독자인 나는 종종 느꼈다. 그래서 본문에 나온 저자의 얘기가 더욱더 공감이 갔다.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지면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시간을 소진하게 되고 이는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져 별도의 휴식을 취하지 않는 한 피곤한 상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노파심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이것은 집중력이 좋아졌을 때 그 사람이 일에 열심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기에 지나치게 게으른 사람들에게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최소한 근로하려는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 번아웃이 오는 상황에 처해있을 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문득 워라벨의 최적 균형점은 과연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업종마다 천차만별이기에 획일화하기는 힘들겠지만, 사람들마다 자신의 최적 균형점을 찾아서 그에 맞게 생활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말처럼 참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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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절인 12장에서는 우리가 먹는 식단이 우리의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아무 음식이나 먹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급격한 에너지의 변동은 처음엔 잠깐 괜찮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이후부터는 소위말하는 멘붕상태로 접어들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 부분의 핵심이었다.

또한 요즘에 나오는 이런저런 첨가물들이 들어간 가공식품들은 뇌가 제대로 발달하고 기능하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별로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마약처럼 작용하는 듯 보이는 화학물질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집중력에 나쁘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서 먹는 것에 대해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지식은 갖추고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몸에 안좋다고 알려진 것들부터 가급적 먹지 않도록 신경 좀 써야겠다.

"어떤 아이가 끔찍한 행동을 하면 대개 그건 옳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신체에 알리는 아이만의 훌륭한 방법이에요." - P277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면 종종 그건 끔찍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호 - P277

"그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건 한통속이 되어 아이들을 폭력적이거나 용납 불가능한 상황에 남겨두는 거예요." - P277

"저는 이것[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의 원인이 [아이의] 몸이 너무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겁니다. 먼저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아이가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무섭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한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충장치와 돌봄, 보살핌을 켜켜이 쌓아야 합니다. 그럴 수 있으려면 아이의 부모인 당신이 자기 삶의 역사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P278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규모만큼 그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 P279

"우리에게는 변화할 능력이 있"다. - P279

"이런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너의 고통에 감사하라. 그 고통 덕분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니." - P280

연구실에서 나온 증거에 따르면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과제를 더 잘 수행하게 된다. - P281

"스트레스가 장기적 영향을 미치면 두뇌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제 명백하다." - P281

스트레스가 종종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는 다른 문제를 촉발한다 - P281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긴장을 풀 수 없는데, 우리 몸이 위험 상황이라고,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 P282

"자신의 경제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면... 뇌가 가진 능력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쓰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다른 것들을 생각할 능력이 생기죠." - P284

스트레스를 줄이는 요인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도 개선한다. - P284

스트레스가 심한 사회는 방해 요소에 저항하는 능력이 낮아질 것이다. - P284

"휴식을 취한 뒤 생산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인간이 설계된 방식" - P295

푹 쉬고 나서 일터로 돌아오면 "더욱 활기가 넘친"다 - P295

"정신이 덜 산만해졌"다 - P295

"제 생각에는 계속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면 뇌의 스위치가 쉽게 꺼지지 않아요. 스위치를 끄고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죠・・・ 우리 뇌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요." - P296

"휴식할 하루가 추가로 생기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다시 일터로 돌아왔을 때 정신이 더욱 맑아졌다. - P296

일을 줄이면 집중력이 크게 개선된다 - P298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언제나 더 좋다는 논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P298

"시간과 사색, 어느 정도의 휴식은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도와줍니다. 그러므로 그럴 기회를 만들면 내가 하는 일과 직원들이 하는 일의 질이 높아져요." - P298

우리는 더 빨리 걷고 더 빨리 말하고 더 오래 일하라고 명령하는 문화에 살며, 바로 거기서 생산성과 성공이 나온다고 생각하게끔 배웠다. - P299

우리는 속도를 줄일 것이고, 휴식과 집중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할 겁니다. - P299

근무시간 단축은 규칙을 바꾸려는 집단적 노력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 P302

코로나19는 주4일 근무와 관련된 또 다른 점도 보여주었다. 사업체가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노동 관습을 바꾸고 아무 문제없이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 P302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확고해서 바꿀 수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방식은 바뀔 수 있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애초에 꼭 그럴 필요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 P303

우리에게는 명확히 정해진 근무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 근무시간이 끝나면 연결을 끊을 자격이 있다. - P304

모두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 P304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 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물질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 - P308

"세네빠 누히뛰흐! Celest pas nourriture" 이건 음식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 P310

음식의 변화가 우리 집중력의 상당 부분을 앗아가고 있다 - P310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신체 과정이며, 이 과정이 일어나려면 우리 몸이 특정한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P311

현재 우리가 먹는 식단이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주기적으로 유발한다 - P311

"전형적인 패턴을 한번 보세요. 사람들은 아침에 시리얼 한 그릇이나 토스트 한 조각을 먹습니다. 보통은 콘푸로스트와 흰 빵이죠." 이 음식들에는 섬유질이 매우 적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포도당이 "아주아주 빠른 속도로 방출"된다. "그러면 혈당이 매우 빠르게 높아집니다. 좋은 일이죠, 약 20분 동안은요." 그러다 혈당은 "다시 급락하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완전히 나가떨어지며, 머릿속이 뿌옇게"된다. - P312

"크루아상을 먹으면 분명 혈당이 급상승합니다. 하지만 크루아상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 혈당이 더더욱 치솟고 그만큼 급강하가 따라옵니다." - P312

아이들의 집중력을 개선하고 싶다면 먼저 "아침 식사로 망할 코카콜라와 다디단 시리얼 한 그릇을 주는 걸 그만둬야" 한다 - P313

"먼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려고 노력하세요." 그렇게 하면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데, "발달 중인 뇌는 변화에 즉각 반응"하기 때문이다. - P313

현재 우리 대다수가 먹는 음식에 뇌가 제대로 발달하고 기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없다 - P313

우리 인간이 먹도록 진화한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의 뇌가 더 잘 기능한다 - P315

영양 정신의학은 식사 방식과 정신적 문제의 연관성을 밝히는 새로운 분야다. - P315

"뇌는 음식 섭취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연관성이 있죠." ...(중략)... 우리의 뇌가 다양한 주요 영양소를 섭취해야만 성장하고 잘 기능할 수 있다 - P315

오메가-3 (주로 생선에 들어 있다)가 부족한 식단을 먹으면 우리의 뇌는 온전히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식품을 보충제로 대체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데, 우리의 몸은 캡슐보다는 진짜 식품을 통해 훨씬 효율적으로 영양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 P316

현재 식단은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뇌에 거의 마약처럼 작용하는 듯 보이는 화학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 P316

식용색소를 마신 아이들은 과잉 행동을 보일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 P316

"모두를 하나로 묶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들 모두가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쓰레기를 애초에 먹지 않습니다.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 질 낮은 기름을 먹지 않죠 그들 모두가 자연식품 위주로 먹습니다. 바로 그게 열쇠예요. 그게 마법의 해결책이에요. 자연식품으로, 본래부터 음식이었던 음식으로 돌아가는 거요." - P317

즉 우리는 입구에 진열된 과일과 채소, 끝에 진열된 육류와 생선만 구매해야 한다. ...(중략)... 슈퍼마켓의 가운데에 진열된 것들은 사실상 전혀 음식이 아니라고 - P317

오늘날 "명백한 연관성은, 학생들이 가공식품인 초콜릿 바와 쿠키를 먹으면 분명히" 집중력 문제 증가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 P317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화면 너머에서 엔지니어 천여 명이 우리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가 가공식품을 포기하려 할 때마다 전문 마케터로 이루어진 팀이 우리가 다짐을 깨고 다시 돌아오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한다. - P319

이들은 우리가 의식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 음식에 긍정적이 되도록 작업해왔다. 이들은 나의 뇌 건강이 아니라 자기들의 수익에 도움이 되도록 나를 프로그래밍했으며, 이렇게 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이 시스템이 다음 세대의 입맛을 왜곡하고 그들의 집중력을 앗아가지 못하도록 반드시 시스템의 작동을 멈춰야 한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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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진심인 저자의 얘기를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과연 내 분야에서 저자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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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저자가 경기를 뛰고 온 뒤 느끼는 심리상태와 몸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어떤 가슴 뛰는 경험을 한 뒤 느끼는 감정들이나 몸의 컨디션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저자같은 축구선수가 아니기에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나마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온 몸에 전율이 돋으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런 짜릿한 느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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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저자의 일터(?)인 런던의 일상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저자가 ‘집돌이‘라 많은 곳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홈 경기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다디움을 비롯해 런던아이, 하이드파크 등이 본문에 나온다. 책을 잠시 덮고 인터넷으로 해당 장소들을 검색해보니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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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나온 이야기들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8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여기서부터는 나도 TV로 직접 봤던 것들이라 그랬는지 저자의 글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본문의 글과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영상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쉴 때도 나는 축구영상을 찾아본다. 내 경기 영상도 자주 본다. 상황마다 다른 판단을 했을 때를 상상해 본다. 다른 팀이나 선수의 영상을 보면서 잘한 부분과 못한 부분을 찾아내며 공부한다. - P157

훈련과 경기를 위해서 그라운드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 P157

어제 경기에서 져도, 파파라치 컷으로 곤욕을 치러도, 다른 엉뚱한 일들이 끊이지 않아도 일단 축구화를 신고 잔디 위에서 축구공을 차는 순간 머릿속에 있던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 P157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도 축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축구다. 축구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 컴퓨터를 리부팅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그런 느낌이다. - P157

‘오늘 최선을 다해 행복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신념도 나를 지켜 준 원동력이었다. - P157

어제의 일을 계속 끌어안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통에 오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이 되어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 P157

지금 나는 행복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오늘 나의 축구는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 P157

운동장을 나와서 혼자 있을 때도 계속 축구만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다른 생각들이 치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아야 했다. - P159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인터넷 가십란이 아니라 푸른 잔디 위다.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나를 잡아 준 축구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 P160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 P167

이적은 일반 직장인의 이직과 비슷하다. 회사를 옮기는 행위다. - P169

기쁜 일만큼 슬픈 일도 많았다. 꿈만 바라보고 노력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훈련했다. - P176

많은 운동선수, 특히 나는 경기를 마친 직후에는 좀처럼 쉽게 잠들지 못한다. 우선 공허함 때문이다. ...(중략)... 아마도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느끼는 허전함인 것 같다. 그런 환경 급변은 내 신체에도 영향을 끼친다. 경기 중 과다 분비된 아드레날린과 근육을 달궜던 열기가 몸 안에서 금방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잠을 자기가 굉장히 어렵다. 몸에서 열이 나는 탓에 침대위에서 계속 뒤척이다 보면 새벽 3~4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다. - P179

30분 정도 천천히 찬물에서 몸을 식힌 뒤에 침대에 누우면 몸이 훨씬 편안하다. - P179

근육 마사지는 한 번에 세 시간씩 걸리는 큰일이다. 연말연시처럼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계속 치르는 시기에는 이런 근육 케어를 매일 받는다. 근육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 P180

무엇보다 컨디션 유지에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휴식이다. 훈련과 경기는 한 번에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직업 특성상 짧은 시간에 내 안에 축적한 에너지를 모두 쏟아야 한다. 축구외에 다른 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루 중 22시간을 웅크리고 있다가 2시간 동안 폭발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 P180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다음 날 훈련의 준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잘 쉬고, 내 몸에 맞춰 개인 운동이나 근육 마사지를 받는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심적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충분히 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 P181

오늘 만족하지 않고 내일 더 잘하고 싶다. 오늘 훈련보다 내일 훈련에서 더 잘하고 싶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팀을 돕고 싶다. 훈련이든 경기든 나는 최고가 되고 싶다. 그래야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기회를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뛸 수 있는 현역 시간도 아주 짧다.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 P184

10개월 내내 저녁 10시전에 잠자기, 10개월 내내 정크푸드 먹지 않기. 10개월 내내 자유시간에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쉬기. 10개월 내내 스트레스를 빨리 털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 P183

다행히 영어는 독어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서로 겹치는 단어들도 있었다. - P186

전술적 움직임을 중시하는 분데스리가와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선수 개개인의 힘과 피지컬, 속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개개인이 상대를 부수는 스타일이어서, 반대로 대인 마크도 거칠었다. 무엇보다 경기 템포가 정말 빨랐다. 이런 속도로 90분을 소화하려면 무조건 체력이 필요하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대표팀 선배들이 왜 그렇게 상체 근육을 키우는지 알 것 같았다. 상대와 계속 싸우고 달리려면 근력이 필요했다. - P190

선발 출전은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신뢰한다는 증거다. - P201

영어 적응도 순조로웠다. 아무래도 독일어에 능통하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동료들의 빠른 영국식 억양을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모르는 말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물어봤다. 영어를 빨리 배우려는 나의 노력은 동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줬다.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자세에서 존중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게 상책이다. - P203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 - P203

부상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통증이 아니다. 주전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 P205

지금 감사하며 즐겨야 한다. 나의 행복 철학이다. 그라운드에 서서 축구공과 함께 있는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행복이다. 어제를 떨치지 못하거나 내일을 걱정하는 삶은 오늘의 행복을 방해한다. - P209

영국에서 나는 ‘스마일 보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동료들도 "어떻게 너는 매일 아침 웃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냐?"라면서 신기해한다. 간단하다. 웃어서 행복한 거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라고 다짐한다. - P209

몸값은 숫자일 뿐 내 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나도 잘 안다. 단, 공평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 P210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사생결단으로 반등해야 했다.
무조건. - P216

그라운드 안에서는 모든 게 행복하다. 그곳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축구가 있다. 플레이만 신경 쓰면 되니까 편하다. 골까지 넣는 순간에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훈련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끝까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그라운드에서 벗어나면?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 P217

계속 강조하지만 ‘손흥민 존‘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의 결과다. 2011년 여름의 지옥 훈련을 시작으로, 시즌 중에도 일정 기간 이상 선발로 출전하지 못할 때마다 아버지와 나는 따로 슈팅 훈련을 가졌다. 함부르크 두 번째 시즌에는 6개월 동안 매일 슈팅 훈련을 하기도 했다. - P219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반대로 재수가 좋으면 골키퍼에게 걸려도 골이 들어간다. 요즘 말로 ‘될놈될‘이다. - P2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강하게 튀어오른다‘라는 표현을 썼었다.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부진에서 벗어나면 정상 궤도 복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221

나는 항상 내 기록을 챙긴다. 지난 시즌보다 잘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이다. - P223

타임머신이 있다면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찾아가 "괜찮아. 좋은 날이 올 거야"라며 어깨라도 두드려 줄 수 있을 텐데. - P224

결정적 참고서는 내 플레이 영상이다. 사실 팬들이 편집해서 올린 골 모음 영상도 몇 번씩 돌려 본다.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고, ‘저기서 다르게 해볼 수도 있겠다‘ 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한다. - P226

영상으로나 혹은 관중석에서 축구를 보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경기 안에서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0.0001초의 차이로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민하거나 잴 여유가 없다. 그걸 영상으로 보면 피치 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옵션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게 정말 큰 공부가 된다. 실제로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생길 때 써먹어 보는 힌트도 많다. 인터뷰에서 내가 "더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잘했던 장면도 영상으로 보면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 P226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 P235

성격상 나는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힘들다고 말하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사람도 힘들게 한다. - P239

저는 축구 외에는 진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 P242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니까 지루하더라도 웬만하면 집에 있죠. - P243

한 번도, 축구를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축구가 제일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늘 웃을 수밖에 없죠. - P245

어린 친구들이 축구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 P246

저희 팀은 항상 축구를 즐기지만 그 어느 팀보다 지는 걸 싫어하죠. - P247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제일 약한 팀이다. 패배가 순리, 승리는 이변이다. 어차피 질 테니까 쓸데없이 기대하지 말라는 비관주의는 아니다. 제일 약한 팀이 원하는 결과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소리다. 자신감? 패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1명 모두가 상대보다 한 발, 두 발 더 뛰어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우리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아야 한다. 두 발로 걸어 나올 생각을 버려야 한다. - P250

한국 축구의 투혼? 월드컵에서 투혼 없는 팀은 없다. 그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내 안에서 걱정이 컸다. - P250

‘이대로 돌아갈 순 없다‘ - P252

디펜딩 챔피언에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하는 수밖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축구의 신 11명이 내려와서 우리가 독일을 이기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 P252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그리고 나오는 결과를 받아들인다. 딱 두 가지를 마음에 품고 그라운드로 나갔다.
붉은색 팬들 그리고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 P252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고 깨달았다. 우리는 정말 멋진 팀이었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할 수 있다. 16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목표를 달성했다. 경기가 끝난 그라운드에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는 목표. 그리고 악플과 계란보다, 박수와 응원을 보내 주시는 팬들이 훨씬 많았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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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30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목차를 잠깐 봤는데, 책 제목처럼 보통의 언어들이 그 이면에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온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언어의 맛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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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선을 긋다‘ 라는 제목의 글을 만났는데, 인간관계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관계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글로 표현해주셔서 마치 어렴풋이 보이던 무언가의 초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별히 ‘배려‘ 라는 것을 저자만의 언어로 풀어쓴 부분은 독자인 나 또한 읽으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저자의 섬세한 감성 또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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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사과하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상대방에게 고의든 의도치 않았든 관계없이 미안해서 사과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단순히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보다는 그 이후의 과정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본문에서 이것을 전쟁 이후의 삶에 비유했는데 굉장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또한 이 글을 통해 내가 살면서 사과할 일이 있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이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향후에 이와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언어는 살아가는 날들과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도 하고, 나의 다짐, 기대, 성숙함, 비좁음, 어리석음만큼 다르게 쓰이고 해석되며 자라납니다.

언어의 차이는 오해를 낳기도 하지만, 어떤 오해는 피었다 지어버린 자리가 아무것도 없던 자리보다 아름답게 남겨지기도 합니다.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으니, 그 자체의 특성을 점점 존중하게 됩니다.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는 말은 살아갈수록 모든 면에서 진리인가 봅니다.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서로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만나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헤어져 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다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연인 사이에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건 빈 곳이 느껴진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곳이 당신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은 소유할 수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소유하고 싶어지는 얄궂은 마음이 사랑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해가 좋은 날 널려진 빨래가 된 것처럼 뽀송뽀송 유쾌한 기분만 줄 수 있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붕 뜨게 하기도, 한없이 추락하게 하기도 하는 역동성을 띤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주는 안정성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말은 완벽히 상대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나 하나만 놓고 보자면, 나는 완벽하다. 잘난 부분 딱 그만큼의 못난 부분을 갖춘,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사람이다. 비틀어진 부분이 있고, 그래서 나오는 독특한 시각과 표현력이 있다. 모나게 튀어나온 못된 심술도 있고, 그 반대편엔 튀어나온 만큼 쑥 패여서 무언가를 담아내는 포용력이 있다. 대부분의 장점과 단점은 이렇게 서로 등을 지는 형태라 떼어놓고는 말할수가 없다. 예민함과 섬세함, 둔함과 털털함처럼.

어디에나 맞는 만능 퍼즐조각이 없듯, 이렇게 각자의 모양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상대의 단면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았을 때 종종 실망이란 것을 한다.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
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고유의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그렇다. 나의 경험치와 취향, 태생적 기질 등이 빚어낸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볼 수밖에 없다.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그게 없이 어찌 사랑에 빠지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둘 다 사적인 시각에서 비롯되지만, 기대에는 애정이 그 시작점에 관여를 하고 오해와 편견에는 그에 반대되는 감정이 관여했다는 차이만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한 명의 사람이 누구를 대하든 매끄럽다면, 그 사람은 흡사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것‘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갖는 부정적인 감정은 차라리 당연하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대신 생긴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주는 사람에게 혹여 ‘이런 사람이 그래도 나를 발전시켜주겠지‘라는 마음에 매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만 발견되는 나의 고유한 아름다움, 훌륭함이란 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좋은 모습을 볼수록, 나 역시도 스스로를 그렇게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관계에서는 마르지 않는 시너지가 샘솟는다. 지나친 미화에만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누군가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때, 그것을 그렇다고 말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두고 ‘선을 긋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표현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선 그을 펜을 쥔 사람은 머뭇거리게 된다. 어쩐지 매몰찬 행동 같으니까.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아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한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는 순간, 관계는 V3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가 된다.‘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다.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선을 긋는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살다 보면 부득이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이들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관찰해주고, 그걸 토대로 내 성향을 점선으로나마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이 나의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나는 무장해제되곤 한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열심히 점선으로 상대를 스케치해본다. ‘이곳이 예민하겠지‘, ‘이곳을 흥미로워하겠지‘ 하면서.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사람의 모양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이 섬세한 과정을 통치는 말이 ‘배려‘인 것 같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있는 틈은 서로가 서로를 잘 바라보기 위한 것일 테다.

사람의 감정에도 시차가 있다. 감정이 빠르게 익는 금사빠가 있는 반면, ‘사랑‘이라는 말에 걸맞을 만큼 달궈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화의 본질‘은 언어가 아닌, 눈에 보이는 그 모든 풍경에 있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이다.

응시하거나 시선을 피하거나,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팔짱을 끼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시계를 바라보는 모든 행동들은, 언어 아래 숨겨진 상대의 마음을 읽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즉, 대화는 관찰이자 탐색이다.

대화의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는가‘ 이다.

사과를 전장의 백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선언하고 나면 모든 게 종결되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평화인 경우는 없다. 특히 피해를 입은 국가라면 그때부터가 오히려 아픔의 시작이다. 전쟁통에는 생존만이 문제였다면, 전쟁이 휩쓸고 앗아간 모든 것들을 복구해 나가며 겪는 고통이 삶의 일상이 되는 것은 가장 슬픈 풍경이다.

다툼은 작은 의미에서 전쟁과 속성이 같다. 이권이 부딪히고, 신념이 충돌하고, 분노 분출 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다툰다.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그만큼 사과를 하고 받을 만한 일에서 중요한 건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과정인 것 같다.

사과를 받을 입장일 때를 떠올려보자. 상대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마치 끓는 냄비가 올라간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 것과도 같다. 더 끓일 의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식지는 못한다.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때, 흔들리는 동공으로 잔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미안한 줄 알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등등이 단골 대사다. 물론,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베스트다. 그러나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화해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호시절에 잘해주는 건 쉽고도 당연한 일이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거리가 가깝고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다. 그러니 이 갈등을 어떻게 어루만져 다음 단계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잘 마무리된 다툼만큼 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건 없다. 잘못을 저지른 경우라면 차라리 당신에게 이 관계를 더 견고히 만들 기회가 주어진 거다. 잊지 말자, 사과는 A/S기간이 가장 중요하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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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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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께서 수십년전에 한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이 현 시대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깨달음이 얼마나 깊이 있었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자가 아닌 분들이 읽어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범용성있는 내용들이 많기에 일반 독자분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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