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중에 어떤 두 덩어리가 서로 충돌하면, 컴퓨터로 하여금 그 둘이 한데 뭉치는 것으로 처리하게 한다. 충돌을 통한 원시 행성들의 합병合倂은 원반 내에서 가스와 티끌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지속된다. - P427
최종 결과는 초기 조건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행성들의 특성은 회전 원반에서의 가스와 티끌의 중심거리에 따른 분포의 양상에 특히 민감했다. - P427
별도 가스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에서 행성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 P427
시간과 공간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 P428
별, 행성과 같은 세계 또한 우리 인간들처럼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국 죽어서 사라진다. - P428
인간 수명이 수십 년 정도인 데 비하여, 태양의 수명은 인간의 수억 배나 된다. 별들의 일생에 비한다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 P428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 P429
우리가 우리의 세상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전파되어 결국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때까지 우리 후손들이 저 수많은 별들 어디엔가 살고있다면 말이다. - P429
전리된 고온의 헬륨 기체는 특정 파장의 원자외선을 방출한다. - P430
파이의 재료는 모조리 설탕이니, 물이니 하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다시 원자들로 구성된다. 탄소, 산소, 수소, 그 외의 원자들이 파이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을 구성한다. - P432
원자라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별이 우주의 부엌인 셈이다. 이 부엌 안에서 수소를 재료로 하여 온갖 종류의 무거운 원소라는 요리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 P432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수소는 대폭발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소 원자는 코스모스가 비롯된 저 거대한 폭발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애플파이를 맨 처음부터 만들려면, 이렇게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P432
원자란 것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존재이다. - P433
하나의 원자를 향해 다른 원자들을 쏘아 충돌시켰을 때 ‘총알 원자‘들이 어떻게 튕겨 나가는가를 조사하여, 표적 원자의 내부 구조를 미루어 알아내는 것 - P433
대개 원자의 외곽부는 전자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하를 띠는데, 우리는 전자의 전하를 음陰전하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 전자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황금의 번쩍이는 광채, 철의 차가운 느낌, 탄소로 이루어진 금강석의 단단한 결정 구조 등을 전자들이 좌우한다. - P433
원자의 저 깊숙한 내부, 전자구름 속 깊숙한 곳에는 핵이 숨어 있다. 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들로 구성된다. - P433
원자는 매우 작다. 원자 1억 개를 일렬로 늘어놓아 봤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가 겨우 새끼손톱 끝만 하다. - P433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겨우 10만 분의 1 정도이다. 원자핵이 발견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렇게 작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의 질량은 거의 전적으로 이 조그마한 핵에 모여 있다. 전자는 그저 떠돌아다니기만 하는 솜털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원자는 속이 텅빈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물질이란 것도 실은 속이 텅 빈 쭉정이였던 셈이다. - P434
사실 양성자는 원자의 좁은 핵 안에 밀집해 있다. - P434
우리 인간도 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나의 팔꿈치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책상도 원자로 되어 있다. - P434
전자의 구름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내 팔꿈치에 있는 원자의 외곽부는 음전하를 띠고 있다. 책상을 구성하는 원자도 이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음전하들은 서로를 밀친다. 내 팔꿈치가 책상을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은 음전하들 사이에 생기는 강력한 척력 때문이다. 전자들의 척력 덕분에 우리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꾸려 갈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원자의 미시적 구조에 의존하는 것이다. - P435
전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으로 만들어진 구름들 그리고 중력으로 엉겨 붙은 소립자의 덩어리들만이 있는 무형의 우주가 우리의 세상일 것이다. - P435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Edward Kasner가 한 번은 아홉 살짜리 조카에게 지극히 큰 수의 이름을 한 번 지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 다음에 0을 100개 붙인 10의 100제곱 같은 큰 수에 이름을 붙여 보라는 주문이었다. 캐스너의 조카는 종이에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을 써놓고, 이 수를 "구골googol" 이라고 불렀다. - P436
구골이 큰 수임에 틀림이 없지만, 더 큰 수로 구골플렉스 googolplex를 만들어 보자. 구골플렉스라는 것은 10의 구골 제곱이다. 1 다음에 구골 개의 0이 따라붙은 구골플렉스 - P436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수는 대략 10^28개이며, 관측 가능한 우주에 들어 있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의 총 수는 대략 10^80개가 된다. - P436
우주를 중성자들로 가득 채우려면 10^128개가 필요하다. 이 수는 구골보다 크지만 구골플렉스에는 못 미친다. 그런데 구골플렉스라고 하더라도 무한대와 비교하면 별것 아니다. 구골플렉스와 1이 무한대보다 작은 정도는 서로 정확히 같다. - P436
무한대란 ‘그 무엇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라는 뜻이다. - P437
애플파이를 오븐에 너무 오래 두면 파이가 아니라 숯이 된다. 숯의 성분은 거의 전부 탄소이다. 숯이 된 파이를 90번 연속해서 반으로 나누면 탄소 원자를 만날 수 있다. 탄소의 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여섯 개씩 들어 있고, 핵 바깥에는 전자 여섯 개의 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 P437
탄소 원자의 핵에서 한 덩어리를 떼어 내면, 예를 들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두 개씩 떼어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탄소 원자가 아니라 헬륨 원자가 된다. 이렇게 원자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핵폭탄과 원자력발전소에서 실제로 발생한다. 이 경우 탄소 원자가 분열하는 것은 아니다. - P437
애플파이를 91번 가른다면, 즉 탄소 원자를 한 번 더 쪼갠다면 작은 탄소 원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원자, 즉 탄소와는 전혀 성질이 다른 원자가 만들어진다. 원자를 자르면 원소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 P437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 P437
양성자들을 높은 에너지를 갖는 다른 소립자, 예를 들어 양성자로 때려서 나타나는 반응을 면밀하게 조사해 보면 양성자 내부에 더 근본적인 입자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들을 구성하는 더 근본적인 알갱이를 쿼크quark라고 부른다. - P438
쿼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핵보다 작은 세상의 모습을 일상의 언어로 기술하기 위해 사람들은 쿼크에 ‘냄새‘와 ‘색깔‘을 입혔다. 쿼크야말로 궁극의 기본 입자인지, 아니면 쿼크도 더 근본적인 입자들로 구성돼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 P438
원소의 돌연변이는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중세부터 추구해 오던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연금술사들은 물질이 네 가지 원소, 즉 물, 공기, 흙, 불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 P438
이제 지나고 보니까 그 많은 돈이 모조리 낭비된 것만은 아니었다. 연금술을 통하여 인 P, 안티몬 Sb, 수은 Hg 같은 원소들을 새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대 화학은 연금술사의 실험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 P439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이 92종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믿었다. 물론 대부분의 물질은 이 아흔두 가지 원소로 구성된 각종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 P439
예를 들어 생명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산소와 수소 원자로 만들어진 분자이다. 지구 대기는 질소 N, 산소 O, 탄소 C, 수소 H와 아르곤Ar으로 형성된 N2, O2, CO2, H2O와 Ar등의 분자를 주요 구성 성분으로 한다. 흙은 규소, 산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철 등의 원자들로 구성된 매우 다양한 분자들이 주성분이다. - P439
불은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 전자를 잃고 전리된다. 이렇게 전리된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 우리에게 불로 보이는 것이다. - P439
고대의 이오니아인들이 믿었던 ‘4대 원소‘와 연금술사들의 ‘원소‘ 모두 현대 화학의 관점에서는 전혀 원소가 아니다. 4대 원소 중에서 하나는 분자, 둘은 분자들의 혼합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플라스마이다. - P440
연금술의 시대 이후 새로운 원소들이 속속 발견됐다. 최근에 발견되는 것일수록 희귀한 원소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거나 생명 현상과 관련이 있는 원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상온에서 어떤 원소는 고체로, 일부는 기체로 존재하며, 브롬과 수은같이 액체상태인 것들도 있다. - P440
원자에는 복잡한 정도에 따라 번호가 매겨져 있다. 가장 간단한 수소가 1번, 가장 복잡한 우라늄이 92번이다. 그 외의원소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것들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하프늄 Hf, 에르븀 Er, 디스프로슘 Dy, 프라세오디뮴 Pr 따위는 일상에서 맞닥뜨릴 기회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소일수록 그만큼 흔하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 P440
일반론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이나 우라늄은 매우 익숙한 원소들이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는 않다. 이것들은 특별한 이유에서 매우 귀한 원소로 취급된다. 한때 화폐의 기준이 됐거나, 미적 판단 기준에서 높이 평가를 받게 됐거나, 아니면 실용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 P440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에 따라서 원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그 원자들이 적당히 모여서 분자들을 생성하고, 이 분자들이 조합을 이뤄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만든다. 그러므로 현대 물리학과 현대 화학은 매우 복잡한 이 세상을 단 세 가지 소립자로 환원시켜 놓은 셈이다. - P441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성자中性子는 전하를 띠지 않는다.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 있게 하는 요인이다.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므로 핵에 있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구름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 P441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점칠수 있다. 그러므로 화학은 숫자 놀음이다. - P441
전자와 양성자를 하나씩 갖고 있으면 수소, 둘씩이면 헬륨, 셋씩이면 리튬, 넷씩이면 베릴륨, 다섯씩이면 보론, 여섯씩이면 탄소, 일곱씩이면 질소, 여덟씩이면 산소, 이런 식으로계속된다. 원자 번호 92의 우라늄은 양성자와 전자를 각각 아흔두 개씩 갖는다. - P441
닮은 사람이 서로에게 혐오감을 느끼듯이 부호가 같은 전하들 사이에는 척력이 작용한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은둔자나 염세가로 가득한 곳일 것이다. 아무튼 전자는 전자를 밀치고, 양성자는 양성자를 배척한다. - P441
원자핵에 전하를 띤 입자라고는 양성자뿐인데, 핵이 와해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핵에는 또 다른 종류의 힘, 즉 핵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P441
핵력의 정체는 중력도, 전자기력도 아니다.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갈고리에 비유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 핵력이라는 이름의 갈고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맨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갈고리보다 멀면 갈고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에서 핵력을 갈고리에 비유했던 것이다. 핵과 같이 좁은 영역에 중성자가 양성자와 함께 들어 있으므로, 핵에서는 핵력이 발동하여 양성자들 사이의 척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 P442
중성자는 전하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전기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핵력을 발동하여 핵을 전체적으로 붙잡아 묶는 풀의 역할을 한다. 원래 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양성자가 핵력의 달변과 애교 덕분에 마음 안 맞는 이웃과도 오순도순 지내고 있는 셈이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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