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추적했었는데 오늘도 이에 관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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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원자에 대한 얘기들이 자세히 나오는데, 이를 통해 원자, 분자 등의 위계를 비롯해 과학에 등장하는 다양한 힘들에 대해 이해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속성들을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별히 저자 특유의 비유적인 표현들을 통해 과학에 상대적으로 무지했던 나같은 ‘과알못‘ 독자들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습득하는데 있어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도 분명히 배우긴 했을텐데 그때는 왜 그랬는지 흥미를 잘 못 느꼈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끼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잘 돌이켜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다소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도 그것을 알기 위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일정량의 시간을 투입한다면 정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제까지 나의 호기심과 관심이 부족했을뿐. 결국 오르지 못할 산은 없는 듯하다. 무지의 영역을 파고 들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자신감을 얻게 되어 왠지모를 뿌듯함이 마음 한 구석을 가득 채운다.

개중에 어떤 두 덩어리가 서로 충돌하면, 컴퓨터로 하여금 그 둘이 한데 뭉치는 것으로 처리하게 한다. 충돌을 통한 원시 행성들의 합병合倂은 원반 내에서 가스와 티끌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지속된다. - P427

최종 결과는 초기 조건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행성들의 특성은 회전 원반에서의 가스와 티끌의 중심거리에 따른 분포의 양상에 특히 민감했다. - P427

별도 가스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운에서 행성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 P427

시간과 공간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 P428

별, 행성과 같은 세계 또한 우리 인간들처럼 태어나서 성장하고, 결국 죽어서 사라진다. - P428

인간 수명이 수십 년 정도인 데 비하여, 태양의 수명은 인간의 수억 배나 된다. 별들의 일생에 비한다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 P428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 P429

우리가 우리의 세상을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그 영향이 앞으로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전파되어 결국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그때까지 우리 후손들이 저 수많은 별들 어디엔가 살고있다면 말이다. - P429

전리된 고온의 헬륨 기체는 특정 파장의 원자외선을 방출한다. - P430

파이의 재료는 모조리 설탕이니, 물이니 하는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는 다시 원자들로 구성된다. 탄소, 산소, 수소, 그 외의 원자들이 파이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을 구성한다. - P432

원자라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별이 우주의 부엌인 셈이다. 이 부엌 안에서 수소를 재료로 하여 온갖 종류의 무거운 원소라는 요리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 P432

별은 주로 수소로 된 성간 기체와 소량의 성간 티끌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수소는 대폭발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소 원자는 코스모스가 비롯된 저 거대한 폭발 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애플파이를 맨 처음부터 만들려면, 이렇게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P432

원자란 것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존재이다. - P433

하나의 원자를 향해 다른 원자들을 쏘아 충돌시켰을 때 ‘총알 원자‘들이 어떻게 튕겨 나가는가를 조사하여, 표적 원자의 내부 구조를 미루어 알아내는 것 - P433

대개 원자의 외곽부는 전자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하를 띠는데, 우리는 전자의 전하를 음陰전하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 전자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황금의 번쩍이는 광채, 철의 차가운 느낌, 탄소로 이루어진 금강석의 단단한 결정 구조 등을 전자들이 좌우한다. - P433

원자의 저 깊숙한 내부, 전자구름 속 깊숙한 곳에는 핵이 숨어 있다. 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들로 구성된다. - P433

원자는 매우 작다. 원자 1억 개를 일렬로 늘어놓아 봤자,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가 겨우 새끼손톱 끝만 하다. - P433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겨우 10만 분의 1 정도이다. 원자핵이 발견되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렇게 작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의 질량은 거의 전적으로 이 조그마한 핵에 모여 있다. 전자는 그저 떠돌아다니기만 하는 솜털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원자는 속이 텅빈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물질이란 것도 실은 속이 텅 빈 쭉정이였던 셈이다. - P434

사실 양성자는 원자의 좁은 핵 안에 밀집해 있다. - P434

우리 인간도 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나의 팔꿈치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책상도 원자로 되어 있다. - P434

전자의 구름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내 팔꿈치에 있는 원자의 외곽부는 음전하를 띠고 있다. 책상을 구성하는 원자도 이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음전하들은 서로를 밀친다. 내 팔꿈치가 책상을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은 음전하들 사이에 생기는 강력한 척력 때문이다. 전자들의 척력 덕분에 우리는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꾸려 갈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이 원자의 미시적 구조에 의존하는 것이다. - P435

전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먼지 부스러기가 된다.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우주의 그 어떤 구조물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으로 만들어진 구름들 그리고 중력으로 엉겨 붙은 소립자의 덩어리들만이 있는 무형의 우주가 우리의 세상일 것이다. - P435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Edward Kasner가 한 번은 아홉 살짜리 조카에게 지극히 큰 수의 이름을 한 번 지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 다음에 0을 100개 붙인 10의 100제곱 같은 큰 수에 이름을 붙여 보라는 주문이었다. 캐스너의 조카는 종이에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을 써놓고, 이 수를 "구골googol" 이라고 불렀다. - P436

구골이 큰 수임에 틀림이 없지만, 더 큰 수로 구골플렉스 googolplex를 만들어 보자. 구골플렉스라는 것은 10의 구골 제곱이다. 1 다음에 구골 개의 0이 따라붙은 구골플렉스 - P436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수는 대략 10^28개이며, 관측 가능한 우주에 들어 있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의 총 수는 대략 10^80개가 된다. - P436

우주를 중성자들로 가득 채우려면 10^128개가 필요하다. 이 수는 구골보다 크지만 구골플렉스에는 못 미친다. 그런데 구골플렉스라고 하더라도 무한대와 비교하면 별것 아니다. 구골플렉스와 1이 무한대보다 작은 정도는 서로 정확히 같다. - P436

무한대란 ‘그 무엇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라는 뜻이다. - P437

애플파이를 오븐에 너무 오래 두면 파이가 아니라 숯이 된다. 숯의 성분은 거의 전부 탄소이다. 숯이 된 파이를 90번 연속해서 반으로 나누면 탄소 원자를 만날 수 있다. 탄소의 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여섯 개씩 들어 있고, 핵 바깥에는 전자 여섯 개의 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 P437

탄소 원자의 핵에서 한 덩어리를 떼어 내면, 예를 들어 양성자와 중성자를 두 개씩 떼어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탄소 원자가 아니라 헬륨 원자가 된다. 이렇게 원자핵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핵폭탄과 원자력발전소에서 실제로 발생한다. 이 경우 탄소 원자가 분열하는 것은 아니다. - P437

애플파이를 91번 가른다면, 즉 탄소 원자를 한 번 더 쪼갠다면 작은 탄소 원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원자, 즉 탄소와는 전혀 성질이 다른 원자가 만들어진다. 원자를 자르면 원소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이다. - P437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 P437

양성자들을 높은 에너지를 갖는 다른 소립자, 예를 들어 양성자로 때려서 나타나는 반응을 면밀하게 조사해 보면 양성자 내부에 더 근본적인 입자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들을 구성하는 더 근본적인 알갱이를 쿼크quark라고 부른다. - P438

쿼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핵보다 작은 세상의 모습을 일상의 언어로 기술하기 위해 사람들은 쿼크에 ‘냄새‘와 ‘색깔‘을 입혔다. 쿼크야말로 궁극의 기본 입자인지, 아니면 쿼크도 더 근본적인 입자들로 구성돼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 P438

원소의 돌연변이는 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중세부터 추구해 오던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연금술사들은 물질이 네 가지 원소, 즉 물, 공기, 흙, 불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 P438

이제 지나고 보니까 그 많은 돈이 모조리 낭비된 것만은 아니었다. 연금술을 통하여 인 P, 안티몬 Sb, 수은 Hg 같은 원소들을 새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대 화학은 연금술사의 실험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 P439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이 92종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있다고 믿었다. 물론 대부분의 물질은 이 아흔두 가지 원소로 구성된 각종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 P439

예를 들어 생명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산소와 수소 원자로 만들어진 분자이다. 지구 대기는 질소 N, 산소 O, 탄소 C, 수소 H와 아르곤Ar으로 형성된 N2, O2, CO2, H2O와 Ar등의 분자를 주요 구성 성분으로 한다. 흙은 규소, 산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철 등의 원자들로 구성된 매우 다양한 분자들이 주성분이다. - P439

불은 화학 원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 전자를 잃고 전리된다. 이렇게 전리된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 우리에게 불로 보이는 것이다. - P439

고대의 이오니아인들이 믿었던 ‘4대 원소‘와 연금술사들의 ‘원소‘ 모두 현대 화학의 관점에서는 전혀 원소가 아니다. 4대 원소 중에서 하나는 분자, 둘은 분자들의 혼합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플라스마이다. - P440

연금술의 시대 이후 새로운 원소들이 속속 발견됐다. 최근에 발견되는 것일수록 희귀한 원소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거나 생명 현상과 관련이 있는 원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상온에서 어떤 원소는 고체로, 일부는 기체로 존재하며, 브롬과 수은같이 액체상태인 것들도 있다. - P440

원자에는 복잡한 정도에 따라 번호가 매겨져 있다. 가장 간단한 수소가 1번, 가장 복잡한 우라늄이 92번이다. 그 외의원소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것들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하프늄 Hf, 에르븀 Er, 디스프로슘 Dy, 프라세오디뮴 Pr 따위는 일상에서 맞닥뜨릴 기회가 거의 없는 것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소일수록 그만큼 흔하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 P440

일반론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이나 우라늄은 매우 익숙한 원소들이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는 않다. 이것들은 특별한 이유에서 매우 귀한 원소로 취급된다. 한때 화폐의 기준이 됐거나, 미적 판단 기준에서 높이 평가를 받게 됐거나, 아니면 실용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 P440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에 따라서 원자의 종류가 결정되고, 그 원자들이 적당히 모여서 분자들을 생성하고, 이 분자들이 조합을 이뤄 지구상의 모든 물질을 만든다. 그러므로 현대 물리학과 현대 화학은 매우 복잡한 이 세상을 단 세 가지 소립자로 환원시켜 놓은 셈이다. - P441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성자中性子는 전하를 띠지 않는다.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는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 있게 하는 요인이다.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므로 핵에 있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구름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 P441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점칠수 있다. 그러므로 화학은 숫자 놀음이다. - P441

전자와 양성자를 하나씩 갖고 있으면 수소, 둘씩이면 헬륨, 셋씩이면 리튬, 넷씩이면 베릴륨, 다섯씩이면 보론, 여섯씩이면 탄소, 일곱씩이면 질소, 여덟씩이면 산소, 이런 식으로계속된다. 원자 번호 92의 우라늄은 양성자와 전자를 각각 아흔두 개씩 갖는다. - P441

닮은 사람이 서로에게 혐오감을 느끼듯이 부호가 같은 전하들 사이에는 척력이 작용한다.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은둔자나 염세가로 가득한 곳일 것이다. 아무튼 전자는 전자를 밀치고, 양성자는 양성자를 배척한다. - P441

원자핵에 전하를 띤 입자라고는 양성자뿐인데, 핵이 와해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핵에는 또 다른 종류의 힘, 즉 핵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P441

핵력의 정체는 중력도, 전자기력도 아니다.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갈고리에 비유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 핵력이라는 이름의 갈고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맨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갈고리보다 멀면 갈고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에서 핵력을 갈고리에 비유했던 것이다. 핵과 같이 좁은 영역에 중성자가 양성자와 함께 들어 있으므로, 핵에서는 핵력이 발동하여 양성자들 사이의 척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 P442

중성자는 전하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전기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핵력을 발동하여 핵을 전체적으로 붙잡아 묶는 풀의 역할을 한다. 원래 떨어져 살기를 좋아하는 양성자가 핵력의 달변과 애교 덕분에 마음 안 맞는 이웃과도 오순도순 지내고 있는 셈이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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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살면서 몸소 느꼈던 것들을 지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는 단순한 말 몇마디가 아니라 핵심을 관통하는 화살처럼 나를 포함한 독자들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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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가 어릴때 제도권 엘리트 축구를 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나온다. 엘리트 스포츠와 관련하여 지금도 간간이 불합리한 일들이 뉴스에 나오곤 하는데, 과거 저자가 어릴때는 그러한 일들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수도없이 겪어왔던 저자가 기존의 제도권 엘리트 체육에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해보인다.

또한 이러한 숱한 과정들을 겪어왔던 저자였기에 은퇴 이후에 자기 자식들이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만의 축구철학을 녹여낸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독자인 나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바람직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 의 중요성에 대해 오늘 이 책 뿐만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인《룬샷》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자기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기에 마땅히 투입해야 할 재료들을 아낌없이 투입한다면 성공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이러한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들과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삶은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 P46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해.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뭐라고 떠들든 난 상관없어.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어. 프로선수? 그건 다 옛날얘기야. 지금 내 상황은 이거고, 막노동판에서라도 벌어서 살아야 하는 게 지금의 나야." - P47

가장이라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첫째 의무다. 비록 내 뼈가 부스러지더라도, 당장의 내 삶과 내 생활은 없더라도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 - P47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이정표가 될지 모르니.‘ - P48

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일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해질 수밖에 없지요. - P49

분수에 맞게 살면 우리 인생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필요치 않습니다. - P49

담박한 삶, 단순한 삶, 자유로운 삶.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입니다. - P49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새는 혼자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게 아니다. 새끼 새가 여린 부리로 껍데기의 안쪽을 쪼다가 힘에 부치면,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어미 새가 바깥에서 도와 껍데기를 같이 쪼아준다. 이렇게 하나의 알이 깨지는 데는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안과 밖에서 같이 쪼아야 한다. 서로 돕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은 생겨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부른다. - P54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은 ‘가치가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한 노래 수백 곡이 버려진 뒤에야 훌륭한 노래 한 곡이 나온다는 것, 그만큼 긴 시간과 큰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P55

사람 앞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P68

훈련만이 내 숨통을 틔워주었다. - P74

어차피 필요도 없는 돈이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쉬움은 찾아들지 않는다. 그때 당시 나는 돈보다 내 자유, 내 시간, 내 선택이 중요했다. 나는 내가 들어갈 고등학교를 내가 선택하고 싶었다. - P76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돈이 가면 당연히 몸도 따라가야 한다. 돈을 받는 순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때도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떳떳함을 택했다. - P76

관계란 서로 떳떳하고 깨끗한 게 좋다. 불필요한 것들이 오가며 관계 속에 챙기고 갚아야 할 군더더기를 만들 필요가 없다.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분야라면 특히 그러하다. - P76

내가 살아오면서 체험한 바로는 축구도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사회가 경직되면 축구도 경직되고, 또한 사회가 민주적이면 축구도 민주적으로 바뀐다. - P78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발버둥치면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을, 삶은 가르쳐준다. - P79

나는 그저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삶의 길목 길목마다 어리숙하나마 내가 세운 가치관과 판단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삶인데 왜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가. 그 간단한 바람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일찍이 알 수밖에 없었다. 참 지난하고 반복되는 삶의 가르침이었다. - P80

‘그러거나 말거나‘ - P82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뿐이었다. 본질에 집중하는 것. - P82

따질 건 따져야 직성이 풀렸고 할 소리는 해야 숨 쉬고 살 수 있는 성격이었다. 할 소리를 못 하면 내가 나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다. - P84

어렸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무조건 따르진 않았다. 배운 것과 다르거나 의문점이 생기면 물었고, 불합리해 보인다 싶으면 따져 물었다. 당돌했지만, 그래야 살아낼 수 있었다. - P85

그 시절 나는 삶의 배수진을 치고 살았다. 뒤로 물러나면 강물에 떨어져 죽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적에게 죽임을 당한다. 항상 긴박하게 살아야 했다. 단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웠다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 P88

삶의 중요한 결정들 앞에서 어린 나는 홀로 맞서야했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정신력 하나는 더 단단해졌다. - P88

내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제대로 세워놓아야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한들한들 가을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갈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 P88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선택,
그런 건 내 삶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 - P89

새벽에 일어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개인 운동을 했다. - P89

혼자 죽어라 운동만 하는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친놈‘ 소리는 지겹도록 들었다. - P90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훈련, 오후 훈련, 밤 훈련을 하며 살았다. - P90

누구나 고생하던 시절이 있기 마련 - P91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 P93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고 하지요.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갑니다.
지금 이 시간도 한번 흘러가면 두 번 다시 내 인생에서 찾아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 P93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 P95

"인생이란, 문틈 사이로 흰 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 《장자莊子》지북유편 知北遊篇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생이 이처럼 덧없고 짧다. 마음속에 새기며 나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삶에 나태해지고 권태로움에 빠져 있을 때 꺼내어 다시 읊고 음미해보는 말이다. - P97

힘든 상황에서도 내겐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생활 리듬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다. - P98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지나가지만, 상황이 나쁠 때는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하기 일쑤다. 이 방황이 길어지면 자신을 아예 찾지 못할수도 있다. 아무리 냉정하고 강인한 사람일지라도 느닷없이 닥치는 삶의 파도 앞에 휘청이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 P98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 P98

생활이 불규칙해지면 생각도 흐트러진다. 아무리 백수 빈털터리여도 늘 할 일은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쌓여있다.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P99

독일 속담에 ‘아침시간이 황금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중요한 일은 가능하면 오전에 다 처리한다. 일이 쌓여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갈피를 잃고 말기에, 내가 처한 복잡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운동‘을 지금도 새벽 시간에 하는 건 그 이유 때문이다. 오후나 저녁 시간은 예상치 못한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벽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다. 나만이 깨어 있고 나만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 P99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만 파악할 수 있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이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이득은 실로 막대하다.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 P99

삶을 허비하지 않음으로써 거기서 새끼 쳐 나오는 여유를 누리는 것. - P99

난 분명히 자유를 주었으나 무한정의 자유를 준 건 아니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방목했으나 방임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유를 연료 삼아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저 자기 안에서 찾아낼 수 있도록 돕고 기다렸다. - P100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걸 최대한 지지하고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생각지 않았다. - P100

2년간 실업 축구팀에서 경험한 트레이너 코치 생활 이후, 성인 축구판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와도 전혀 고려치 않았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이었다. - P100

피치 위에서 나는 행복했지만, 항상 무언가 모자라고 답답했다. 자기 원망도 컸다. 나는 내가 했던 축구의 내용이 부끄러웠다. 유소년 축구 지도자의 꿈을 품게 되면서 우리가 그간 해왔던 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싹텄다. - P101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그 시절 나의 고민을 대변하는 말이다. 생각을 해야 했다. - P101

나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하라고 해보라고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해도 끝까지 가기 어려운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릴 때면 나는 이 훈련은 너희가 가르쳐달라고 했기 때문에 시작된 일임을 매번 새롭게 각인시켰다. 난 분명히 경고했었다. 축구선수가 되는 일은 무지하게 힘들고 어려운 거라고, 잘 기억해보라고. 그러면 아이들은 일언반구 대응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 P102

축구가 더 이상 행복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축구 곁을 떠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도 해야 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부모가 강요할 이유도 없고, 강요해서 될 일도 아니다. - P102

나는 측면 공격수로 뛰는 프로선수였지만 선수 한 명 제칠 발기술이나 개인기를 전혀 완성시키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축구였고, 스피드 하나 믿고 덤볐던 축구였다. 기본기가 없었고 그래도 성적은 내야 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고 몸은 금방 망가졌다. 그러니 답은 명확했다. - P102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나와 정반대의 시스템을 갖추고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내가 맨 처음에 정한 지도 철학이었다. - P102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데서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로를 바꿔야 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날마다 새롭게 고민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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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회성 곤충‘이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한다. 본문을 통해 이타적인 곤충이라고 알려진 꿀벌, 개미 등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부분은 작년에 읽었던 《최재천의 곤충사회》 라는 책에서 봤던 내용과 상당부분 비슷해서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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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p.349에서 사기꾼이라는 것의 생물학적 정의를 만날 수 있었는데, 사람이든 어떤 다른 동물이든 관계없이 그 본질은 동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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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바꿔서 11장에서는 ‘밈 - 새로운 복제자‘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여기서는 최근 많이 쓰이고 있는 단어인 ‘밈‘ 이라는 것의 어원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대략적인 의미는 얼추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었기에 좋았다.

일꾼이 행하는 자폭 행위와 다른 형태의 이타 행동 및 협동은 그들이 불임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놀랄 일이 아니다. - P330

보통 동물의 몸은 자식을 낳거나, 같은 유전자를 가진 다른 개체를 보호함으로써 유전자의 생존을 확보하도록 조종된다. 이 경우 다른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살 행위를 하면 장래에 자식 생산을 못한다. 자살을 통한 자기희생이 거의 진화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330

그러나 일벌은 자식을 만들지 않는다. 일벌의 모든 노력은 자기 자식이 아닌 혈연자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는 데 투자된다. 불임인 일벌 한 마리가 죽는 것은 그 유전자에게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나무의 유전자에게 가을에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사소한 것과 마찬가지다. - P331

사회성 곤충의 한 군락은 거대한 가족이며 모든 개체는 한 어미에서 유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꾼은 스스로 번식하는 일이 거의 또는 전혀 없고 종종 분명한 계급 몇 개로 구별된다. - P331

사회성 곤충에서 개체들은 낳는 자와 키우는 자의 두 주요 계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낳기를 담당하는 자는 번식력 있는 암컷과 수컷이고 키우기를 맡는 자는 일꾼들이다. - P332

아마도 몸집이 큰 개체들은 먹이가 풍부할때 몸속에 변을 쌓아 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먹이가 적어지면비상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변비에 걸린 식량 보급소라고 할 수도 있을것이다. - P571

지하실에서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 P572

개미, 벌, 말벌 등을 포함하는 그룹을 벌목Hymenoptera이라고 한다. 이들은 매우 특이한 성 결정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흰개미는 벌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 특이한 성 결정 양식도 가지지 않는다. - P333

어떤 암컷이 일꾼이 되느냐 여왕이 되느냐는 유전자가 아닌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서 암컷은 여왕을 만드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와 일꾼을 만드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또는 일꾼, 병정 등 개개의 특수화된 계급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의 완전한 세트)를 가지고 있다. 어느 세트의 ‘스위치가 켜질지‘는 그 암컷이 어떻게 양육되느냐, 특히 어떤 먹이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334

가령 인간의 경우 한 남자에게서 유래하는 정자는 모두 다른 유전자 조성을 가지는데, 벌목 시스템에서는 한 마리의 수컷이 만드는 정자가 모두 똑같다. 벌목 곤충 수컷의 몸속 세포에는 두 세트가 아닌 한 세트의 유전자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정자도 유전자 세트에서 50퍼센트의 샘플이 아닌 100퍼센트를 받게 되고, 그리하여 수컷 한 마리가 만들어 내는 정자는 모두 같은 것이다. - P334

수컷은 유전자를 모두 어미에게서 받지만 어미는 아들에게 자기 유전자의 절반밖에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외견상의 패러독스에 대한 해답은 수컷이 보통 유전자 수의 절반만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 P335

일꾼은 효율적인 자매 생산 기계로서 어미를 ‘사육‘할 가능성이 있다. 대리를 이용해 자매를 만들게 하는 유전자는 직접 자식을 만들게 하는 유전자보다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일꾼의 불임은 이렇게 해서 진화했다. 일꾼의 불임을 수반하는 ‘진정한 사회성‘이 벌목에서는 독립적으로 11번 이상 진화했고 나머지 동물계 전체에서는 단지 흰개미에서 한번 진화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 P336

유전자는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 P337

이형 접합이라는 것은 많은 유전적 좌위에서 두 유전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획일적인 이형 접합체라는 것은 거의 모든 자손이 똑같은 이형 접합일 것임을 의미한다. 그 자손들은 형제자매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할 것이나, 그와 동시에 모두 이형 접합체일 것이다. - P577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진정한 의미의 전쟁은 인간과 사회성 곤충에서만 볼 수 있다. - P339

개체 각각은 자기의 유전자만 신경 쓸 뿐이다. - P342

수렵-채집 생활보다 정착해서 먹이를 양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사회성 곤충은 인간보다 훨씬 옛날에 알아냈다. - P343

버섯은 개미의 위보다 잎을 분해하는 효율이 높으므로, - P344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빨아들이는 데 고도로 특수화된 곤충이다. 이들은 소화시킬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즙을 빨아낸다. 또한 영양가를 조금만 흡수하고 나머지 액체는 분비한다. 당분을 많이 포함한 ‘단물‘이 꽁지에서 계속 만들어지는데, 자기 체중보다 많은 양의 단물을 매시간 분비할 때도 있다. 단물은 마치 비처럼 땅으로 떨어진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하느님이 주신 양식 ‘만나‘가 실은 이단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P344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 공생相利共生‘ 또는 ‘공생‘이라고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때로는 서로 큰 이익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근본적 비대칭성으로 인해 진화적으로 안정한 상호 협력 전략이 얻어질 수도 있다. - P345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빨아내기에 적합한 구기口器를 가지고 있으나 이와 같은 구기가 자기 방어에는 별로 적합하지 못하다. 한편 개미는 식물의 즙을 빨아내기에는 서툴지만 싸움에는 유리하다. 따라서 진딧물을 사육하고 돌보는 유전자는 개미의 유전자 풀 내에서 퍼지게 됐고, 개미와 협력하는 유전자는 진딧물의 유전자 풀 내에서 퍼지게 되었을 것이다. - P345

상리 공생 관계는 동식물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지의류는 언뜻 보면 하나의 개체 식물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균류와 녹조류의 친밀한 공생적 결합체다. 어느 쪽도 다른 쪽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이들의 결합이 좀 더 친밀했다면 지의류가 두 생물의 결합체라고는 도저히 판별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 P346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 속에는 미토콘드리아라고 불리는 작은 기관이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화학 공장이다. 만일 미토콘드리아를 잃으면 우리는 즉사하고 말 것이다. - P346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이 진화의 아주 초기단계에서 우리와 비슷한 세포와 힘을 합친 공생 박테리아일 것이라는 논의가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비슷한 가설이 우리의 세포 속에 있는 다른 미세 기관에 대해서도 제시되었다. - P346

추측건대 우리의 유전자 하나하나가 공생 단위체라는 보다 과격한 생각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우리는 공생하는 유전자들의 거대한 집합체인 것이다. - P346

바이러스는 우리의 몸과 같은 ‘유전자 집합체‘에서 이탈된 유전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옷을 입은 순수한 DNA(또는 이와 유사한 다른 자기 복제 분자) 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기생적 존재다. - P346

공생이란 말은 다른 종의 개체 간 상호 관계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 P347

일반적으로 두 개체가 각각 투입량 이상의 이익을 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면 상호 이익의 협력 관계는 진화할 것이다. 이것은 같은 무리에 속한 하이에나 개체 간에 대해 말할 때나, 개미와 진딧물, 꿀벌과 꽃 등 동떨어진 별개의 생물 간에 대해서 말할 때나 마찬가지다. - P347

이익의 제공과 이에 대한 보답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있을 때에는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이익을 먼저 받은 개체가 상대를 속이고 자기가 보답할 차례가 와도 보답하지 않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 P348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조심하라‘고 배웠다. - P349

유전자는 선견지명이 없다. - P349

지연된 호혜적 이타주의는 서로를 개체로서 식별하고 또 기억할 수 있는 종에서 가능하다 - P349

사기꾼이란 다른 개체의 이타적 행위의 이익은 받아들이지만, 상대에게 보답하지 않거나 보답을 충분히 하지 않는 개체를 말한다. - P349

청소어의 상리 공생 ...(중략)... 작은 어류와 새우류를 포함해서 약 50종이 대형 어류의 체표면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형 어류에게는 깨끗해진다는 분명한 이익이 있고, 청소어는 먹이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즉 이 관계는 상리 공생이다. 많은 경우 대형 어류가 입을 크게 벌리면 청소어가 입 속에 들어가 이를 쪼아 청소한 뒤 아가미를 청소하면서 아가미 틈으로 나온다. - P354

인간에게는 오래도록 기억하는 능력과 개체 식별 능력이 잘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호혜적 이타주의는 인간의 진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 P355

트리버스는 우리의 심리적 특징 (질투, 죄책감, 감사하는 마음, 동정 등)이 좀 더 사기를 잘 치거나, 사기꾼을 잘 알아차리거나, 남이 자기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좀 더 잘 처신하는 능력에 대한 자연선택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 P355

인간의 비대한 대뇌와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성향이 더 교활하게 사기를 치거나 남의 사기를 좀 더 잘 간파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 P356

돈은 지연된 호혜적 이타주의의 공식적인 징표다. - P356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 P359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유전적 전달이 더 보수적이지만 일종의 진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 P359

언어는 유전자가 아닌 수단에 의해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게다가 그 속도는 유전적 진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 P359

"새로운 노래는 음 고저의 변화, 같은 음절의 추가, 음절의 탈락 또는 다른 노래의 부분 편입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탄생한다. (..) 새로운 노래는 갑자기 출현했는데, 그 후 몇 년에 걸쳐 안정된 형태로 유지됐다. 또한 몇 개의 예에서 변이형의 노래가 새로운 형식 그대로 어린 초보자에게 정확히 전달되어 그 결과 다른 그룹과 식별되는, 같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그룹이 생겨났다."
젠킨스는 새로운 노래의 출현을 ‘문화적 돌연변이‘라고 표현한다. - P360

문화적 진화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다. 언어는 많은 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의복과 음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 이들 모두는 역사를 통하여 마치 속도가 매우 빠른 유전적 진화와 같은 양식으로 진화하는데, 물론 실제로는 유전적 진화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유전적 진화에서와 같이 그 변화는 진보적이다. - P361

유전적 진화도 안정된 정체 기간 사이사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면서 진행되는 것일지 모른다. - P361

현대인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만이 진화의 기초라는 입장을 버려야만 된다는 사실 - P362

도대체 유전자는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 그 해답은 이들이 복제자라는 데 있다. 물리학의 법칙은 우리가 이를 수 있는 전 우주에 적용된다고 생각되고 있다. 생물학에도 이에 상응하는 보편타당성을 가지는 원리가 있는 것일까? - P363

물론 나는 그 답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기를 해야 한다면 나는 하나의 근본 원리에 돈을 걸 것이다. 바로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이다. 우리의 행성 지구에서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로 가장 그 수가 많은 것은 유전자, 즉 DNA 분자다. 어떤 다른 것이 그 실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가령 그와 같은 것이 존재하고 다른 여러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것이 진화 과정에 기초가 될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 P363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mimeme‘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gene(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위의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하는데, 이를 고전학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단어가 ‘기억memory‘, 또는 프랑스어 ‘meme‘라는 단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단어의 모음은 ‘크림 cream‘의 모음과 같이 발음해야 한다. - P364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 P364

어떤 과학자가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대해 듣거나 읽거나 하면 그는 이를 동료나 학생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인기를 얻게 되면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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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기적 유전자‘는 각각의 생존 기계 속에 들어가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기 마련인데, 이것은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없음을 오늘 읽은 본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생존 기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을 상황에 맞게 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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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9장 ‘암수의 전쟁‘ 이라는 챕터에서는 정자와 난자의 특징 및 각각의 성격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기적 유전자‘ 가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 인간의 생각과도 닮은 점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인간이라는 생존 기계를 구성하는 단위가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자식의 체내에 있는 유전자는 부모를 압도하는 능력을 갖도록 선택될 것이며, 부모의 체내에 있는 유전자는 자식을 압도하는 능력을 갖도록 선택될 것이다. 같은 유전자가 자식의 몸과 부모의 몸을 차례로 점령한다는 사실에 하등의 모순은 없다. 유전자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택되며, 쓸 수 있는 기회를 죄다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 P272

유전자가 자식의 체내에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부모의 체내에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의 최적 방책은 그것이 자리 잡고 있는 몸의 두 단계에 따라 다를 것이다. - P273

물론 모든 자식에게 똑같이 먹이를 분배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적인 상태에서라면 먹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식에게 조금 더 많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 P274

내가 "자식은 사기나 (...) 거짓, 속임수, 착취 (…)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때 나는 ‘~리가 없다‘는 말을 어떤 특수한 의미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종류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합당하다거나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이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때 가족내에서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 P276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는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76

유전자의 50퍼센트를 공유하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이해의 대립이 있는데 하물며 혈연관계가 아닌 배우자, 즉 짝 사이의 다툼은 얼마나 격렬하겠는가? 이들 간 공통 관심사라고는 같은 자식에 대해 똑같이 50퍼센트의 유전자를 투자한다는 것뿐이다. - P279

아비와 어미가 자식에게 투자한 50퍼센트의 유전자는 서로 다르고 둘은 모두 자기 투자분의 복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쪽이 자식들 각각에 대해 공평한 할당량보다 적게 주고 도망칠 수 있다면 그(도킨스는 이를 남성으로 지칭하고 있다-옮긴이)는 유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는 자원으로 다른 짝을 얻어 새로운 새끼를 낳음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보다 많이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짝은 상대에게 더 많은 투자를 강요하면서 서로를 착취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279

동식물을 통틀어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생식 세포(즉 배우자配偶子, gamete)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동식물 어느 것을 취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 P280

곰팡이와 같은 몇몇 원시적인 생물에서는 일종의 유성생식을 볼 수는 있지만 암수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동형 배우자 접합isogamy으로 알려진 이 체계에서는 개체를 암수로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느 개체도 다른 개체와 교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라는 두 종류의 배우자는 볼 수 없고, 모든 생식 세포는 같으며 동형 배우자isogamete라고 불린다. 그리고 감수 분열로 만들어진 동형 배우자의 융합에 의해 새로운 개체가 만들어진다. - P281

동형 배우자가 융합할 경우, 새로운 개체에 기여하는 두 배우자의 유전자 수가 같으면 물론 두 배우자가 기여하는 양분의 양도 같다. 정자와 난자의 경우도 유전자에 대한 기여도는 같다. 그러나 양분의 양에서는 난자의 기여도가 정자를 훨씬 능가한다. 실제로 정자의 기여는 전혀 없고 정자는 유전자를 가급적 빨리 난자로 운반하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임신 시점에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투자한 자원량은 공평한 분량, 즉 50퍼센트보다 훨씬 적다. - P281

개개의 정자는 아주 작으므로 수컷은 매일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수컷이 잠재적으로 여러 마리의 암컷을 이용하여 단기간 내에 많은 수의 새끼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개개의 배胚가 어미로부터 충분한 양분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자식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자식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의 암컷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P281

초기의 차이는 무작위로 생겨날 수 있을 정도로 작아도 된다. 어쨌든 두 성性의 초기 상태가 정확히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 P550

처음에는 두 성이 아무리 동등하더라도 결국 반대이면서 상호 보완하는 생식 기법에 특수화된 두 성으로 갈라질 것 - P551

성 결정 염색체는 정자에 있다. 수컷이 만드는 정자의 반은 딸을 만드는 X정자이고 나머지 반은 아들을 만드는 Y정자다. 둘 다 외양은 같다. 다만 하나의 염색체만이 다를 뿐이다. - P284

개체가 자식의 성별을 말 그대로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한쪽 성별의 자식을 가지는 경향을 나타내도록 작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 P285

실제로 암컷의 수가 수컷을 압도할 만큼 시계추가 멀리 움직일 수는 없다. 성비가 불균등해지는 순간 아들 생산에 대한 압력이 시계추를 반대로 밀어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 딸을 같은 수로 낳는 전략은, 이 전략에서 벗어나는 유전자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의미에서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다. - P286

평균적인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쳐 오면서 그 시간의 약 반을 수컷의 몸, 나머지 반을 암컷의 몸속에서 지낸 셈이 된다. - P287

유전자 효과 중에는 한쪽의 성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한성 sex-limited 유전자 효과‘라고 한다. - P287

실제로 하나의 몸은 이기적 유전자들에 의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기계다. - P288

암컷은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태할 때부터 이미 어느 자식에 대해서건 아비보다 더 깊은 ‘정성‘을 쏟는다. 자식이 죽을 경우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장래에 새로운 자식을 죽은 자식과 같은 단계까지 키우려면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 P288

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 전 기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 투자를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 P289

자연선택은 새로운 암컷을 취한 직후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모두 죽여 버리는 수컷을 선호할 것이다. 이것이 소위 브루스 효과Bruce effect에 대한 설명이다. 이 효과는 쥐에서 알려진 것으로, 수컷이 분비하는 어떤 화학 물질을 임신 중의 암컷이 맡으면 유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암컷은 이전 배우자의 것과는 다른 냄새를 맡았을 때에만 유산하게 된다. 수컷 쥐는 이 방법으로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죽이고 새로운 암컷이 자신의 성적 접근에 응할 수 있도록 한다. - P290

짝이 암컷을 착취하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암컷이 선수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암컷에게는 강력한 수단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암컷은 판매자의 시장에서 수요의 대상이다. 이는 암컷이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난자라는 지참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293

교미에 성공한 수컷은 자식을 위한 귀중한 영양 공급원을 얻는다. 교미 전의 암컷이라면 잠재적으로 유리한 흥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단 교미가 끝나면 흥정은 끝난다. 암컷의 난자가 이미 수컷에게 제공됐기 때문이다. - P293

비록 이미 그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할지라도 투자를 중지하고 그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장래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즉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 P295

성 간의 전쟁은 포식과 관계가 깊다. - P554

암수의 행동은 달처럼 주기적으로 변화하며,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 P554

암수 누구든 적절한 안정 비율에서 벗어나면 변화를 일으킨 성에 불이익을 가져온다. 그 변화는 이성 전략의 상대 비율을 변화시키며 이로 인해 변이를 일으킨 개체는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ESS는 유지될 것이다. - P299

수컷 중에는 분명히 남보다 좋은 유전자를 많이 가진 개체가 있을 것이며, 이 좋은 유전자는 딸과 아들의 생존 가능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외관상의 단서로 암컷이 어떻게든 수컷이 지닌 좋은 유전자를 탐지할 수 있다면, 암컷은 자기 유전자에 아비의 양질 유전자를 결합시켜 자기 유전자를 유리하게 할 수 있다. - P305

암컷이 찾고 있는 목표 중 하나는 생존 능력의 증거다. - P306

수명 그 자체가 왕성한 생식력의 증명이 될 수는 없다. 장수하는 수컷은 반대로 번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존해 왔는지도 모른다. - P306

다윈주의의 선택은 선택이 작용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가 충분히 있을 때에만 작용할 수 있다. - P555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적응과 비교해 볼 때 질병 저항성에 대한 적응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 P557

질병은 매우 강력한 재앙이므로 암컷이 잠재적인 짝에서 그 저항성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모종의 능력을 갖는다면 이는 암컷에게 매우 이로울 것이다. 진단을 잘하는 의사처럼 행동하여 가장 건강한 수컷만을 짝으로 선택하는 암컷은 자손에게 건강한 유전자를 얻어 주는 셈이다. - P557

한 종류의 점액종 바이러스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는 즉각적인 돌연변이로 만들어지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유행병의 무한한 주기를 통해 계속된다. 기생 동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암컷들도 건강한 짝을 찾는 부단한 노력을 그만둘 수 없다. - P558

새에서 흔히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설사다. - P559

인간의 발기는 순전히 혈압 때문에 생긴다. - P560

발기 실패는 당뇨나 일종의 신경계 질환 초기임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알려져 있다. 더 흔하게는 우울, 걱정, 스트레스, 과로, 자신감 상실 등의 심리학적 요인에 기인한다. - P560

감수해야 하는 위험보다 광고 효과가 더 크다면 군침을 흘리는 포식자 무리 앞에서 재주를 넘는 동물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과시 효과를 갖는 것이다. - P569

자연선택이 끝도 없는 위험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시가 그야말로 무모해지는 시점부터는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 P569

위험하거나 대가가 많이 따르는 쇼는 우리 눈에 무모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알 바는 아니다. 자연선택만이 판단할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 P569

동물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번식 체계, 예를 들면 일부일처제, 난혼, 하렘 등은 모두 암수사이 이해 대립의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암수 누구나 자신의 생애 동안 총 번식 성적이 최대화되기를 ‘바란다‘. - P312

효율적인 생존 기계는 대립하는 선택압 간의 타협의 산물로 생각될 수 있다. - P313

인간의 생활양식이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됨 - P317

사회성 곤충의 고찰 없이는 동물의 이타적 행동에 대해 완전히 살펴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P321

만일 동물이 무리를 지어 산다면 그들 유전자는 그들이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 P321

집단생활의 이점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 P322

케이비cave라는 말은 ‘조심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온 말로, 학생들이 선생님이 가까이 온다는 것을 급우에게 알리는 데 아직도 쓰인다. 이 이론은 위험에 처했을 때 덤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위장 색의 깃털을 가진 새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적당하다. - P326

소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론은 ‘대열을 이탈하지 마라‘이다. 이 이론은 포식자가 접근하면 나무 위로 날아가 버리는 새에게 적합하다. - P326

꿀벌온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곤충이다. 이 외에도 말벌, 개미, 그리고 흰개미 등이 사회성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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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책 많이 보시거나 컴퓨터 작...

2년 전에 처음 읽고 작년 오늘에도 공유했었는데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여기에 나온 꿀팁들을 실제로 많이 해보지 못한채 잊고 그냥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로함 때문에 힘드시거나 잠을 이루기 힘드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지압법이니 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저도 간만에 다시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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