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게임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회사와 PC방 업주들 간의 협상과정 속에서 협상전략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협상은 이렇게 하는 거다‘ 라는 것을 주인공인 서우진이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어느 사업이든 단기간에 성과가 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에서 수출은 마법의 단어였다. 무슨 사업이든 간에 일단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하면, 산업의 역군이나 애국자 같은 수식어를 붙이며 추켜 세워주기 바빴다. 특히 지금처럼 나라가 외환으로 큰 위기를 겪은 직후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솔직히 평일엔 기본 밤 11시까지 일하는데 주말까지 출근시키면 사람이 어떻게 버텨. 기계가 아닌 인간이면 최소한의 휴식은 보장해 줘야지.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부분도 지켜주는 회사가 드물다는 게 이 시대의 현실이었다.
내가 원래 한곳에 몰두하면 주변을 못보곤 한다.
캐주얼 게임 유저에겐 정액제 가격이 높고 낮고는 문제가 아니다. 단지, 게임에 돈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장벽이었던 셈이다.
"뒤따라 들어가서는 상대를 이길 수없습니다. 더군다나 체급 차이가 날 땐 더더욱 그렇죠."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상대가 방심했을 때 치고 들어가야죠."
불과 2년 전만 해도, 내가 부탁해서 간신히 블리쟈드 본사를 방문했었는데, 이젠 역으로 초청받는 상황이 될 줄이야.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상품도 아니다. 예술과 상품,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 그것이 우리가 즐기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쉽게 내줄 생각은 없었다. 그럼 고마운 걸 모르는 법이거든.
격안관화(隔岸觀火). 적의 위기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기다리라는 뜻이다.
"대표님, 현재 코리아 서버에서 매월 발생하는 매출만 24억입니다. 그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료 체험을 진행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물고기를 낚으려면 미끼를 아까워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당장 100억의 투자로 미래에 그 곱절의 이득을 취할 방법이 보인다면, 그 누가 투자를 마다하겠는가.
"그래 봤자입니다. 그것들이 제 살 깎아 먹는 무료 정책을 언제까지 펼칠 수 있겠습니까? 필시 얼마 못 가서 백기를 들고 같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덱슨이 먹고 있는 욕보다 배는 많은 욕을 V&V소프트가 먹게 될 거다. 원래 착한 척하다가 뒤통수치는 놈들이 더 얄미운 법이니까.
굳이 내가 가볼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가서 얼굴이라도 비춰주는 게 낫겠지. 고생하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떳떳하니까 그럴 수 있던 겁니다. 제가 사기를 치려고 했다면 진짜 덜덜 떨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나는 꼼수를 쓰기로 했다. 140원으로 책정하려던 요금을 200원으로 올려서 출시하고, 이후에 선심 쓰듯 다시 내리기로 말이다. 일종의 기만책이나 다름없었지만 서로 손해 본 것이 없고, 기분도 좋게 헤어졌으니 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앞서 제안하셨던 아시아 서버 안정화까지 90원 프로모션을 넣는것은 좀...... 뭐라고 할까. 너무 파격적인것 같습니다." "그건 선심 쓰는 척만 해준 겁니다.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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