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군의 크기는 출생, 사망, 이입, 이출의 네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세계 총인구에서 보면 이입과 이출은 없으므로 남는 것은 출생과 사망이다. - P225
많은 동물들은 어떤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자연학자들은 그 지역을 영역 또는 세력권이라고 부른다. - P229
대개의 경우 암컷은 영역이 없는 수컷과는 짝짓기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짝지은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패해 그 영역의 주인이 바뀌면 암컷이 재빠르게 그 승자에게 들러붙는 일도 종종 있다. 성실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종의 경우에도 암컷이 수컷 그 자체와 결속하기보다는 오히려 수컷이 소유하는 영역과 결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30
개체군이 너무 커지면(즉 개체군 내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지면) 영역을 갖지 못하는 개체가 생기고 그들은 번식할 수 없게 된다. - P230
영역을 얻는다는 것은 번식할 수 있는 티켓 또는 면허를 얻는 것과 같다. 이용 가능한 영역의 수는 정해져있으므로 번식 면허 발행 수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면허증을 누가 획득하는가를 가지고 개체들이 서로 싸울 테지만, 개체군 전체가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총 마리 수는 이용 가능한 영역의 수에 의해 제한된다. - P230
많은 동물 집단에서는 개체들이 서로의 특징을 파악하여 누구에게는 이길 수 있고 누구에게는 패할 것인가를 학습하는 현상이 많이 관찰된다. - P231
동물들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는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경향이 있다. - P231
순위제란 "하나의 사회적 계층 질서로서, 모든 개체가 자기의 지위를 알고 있으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생각지도 않는 것"이다. - P231
순위가 높은 개체는 하위 개체보다 번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암컷이 상위 개체를 선택하거나, 하위 개체가 암컷에게 얼씬도 못하도록 상위 개체가 막기 때문이다. - P231
높은 사회적 순위가 번식의 자격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티켓이라고 생각한다. 개체들이 직접 암컷을 에워싸고 싸우는 대신 사회적 지위를 걸고 싸우기 때문에, 만일 높은 지위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번식 자격이 없는 것으로 자인한다는 것이다. - P232
현시顯示, epideictic 행동이란 개체군 밀도의 추정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 동물이 의도적으로 모여 무리를 짓는 것이다. - P233
많은 알을 낳으면 이익뿐만 아니라 그 대가 또한 톡톡히 치러야 한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아이를 돌보는 효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34
어떤 환경 조건에 놓인 어떤 종에서건 그 상황에 최적인 한배 알 수가 틀림없이 존재한다 - P234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살아남는 새끼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산아 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 P235
새끼를 키우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우선 알을 만들기 위해 어미 새는 다량의 먹이와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짝의 도움을 받으며 어미 새는 알을 보호해 줄 둥지를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부모 새는 인내심을 갖고 수 주일에 걸쳐 알을 품는다. 그리하여 새끼가 부화하면 부모 새는 거의 쉬지 않고 새끼에게 먹이를 열심히 물어 나른다. - P235
어미에게 있어 번식은 힘든 노력이 뒤따른다 - P235
어미 새는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한 마리의 어미 새 또는 한 쌍의 짝이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그들이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 된다. - P236
새끼를 과다 출산하는 개체가 불리한 이유는 개체군 전체가 그로 인해 절멸해 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새끼 중에 살아남는 수가 적기 때문이다. 새끼를 너무 많이 낳게 하는 유전자는 이를 지닌 새끼들 중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개체가 거의 없으므로 다음 세대에 다량 전달되지 않는다. - P236
복지 국가라는 것은 극히 부자연적인 실체다. 자연 상태에서는 키울 수 있는 수 이상의 아이를 가진 부모는 손자를 많이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그들의 유전자가 장래의 세대에게 이어지는 일은 없다. 자연계에는 복지 국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출생률을 이타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제를 모르고 방종을 가져오는 모든 유전자는 즉시 벌을 받는다. 그 유전자를 보유한 아이들은 굶주리기 때문이다. - P237
피임은 종종 ‘부자연스럽다‘고 비난받는다. 그렇다. 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복지 국가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우리의 대부분온 복지 국가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자연스러운 산아 제한을 실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 있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과에 이를 것이다. - P237
복지 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대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P237
낙오자들은 번식을 위한 허가증 또는 티켓을 놓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번식 행위를 보류한다 - P238
집단의 번영을 꾀하는 데 있어 낙오자들의 역할은 무대 옆에 대기하는 대역과 같다. 집단 번식의 주요 무대에서 영역 소유자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즉시 그놈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낙오자들의 행동도 순수하게 이기적 개체로서 가장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 P239
우리는 동물을 도박꾼으로 볼 수 있다. 도박꾼으로서 가끔은 공격 전략이 아닌 관망 전략이 최상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 P239
가장 좋은 결정은 현재 일단 자제하고 장래의 더 좋은 기회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예컨대 하렘을 독차지한 개체에게 싸우려고 덤벼들지 않는 바다표범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바다표범은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비록 좋은 기회는 오지 않고 그 바다표범이 자손을 못 보고 죽을지도 모르지만 이 도박은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다. - P239
개체군의 과밀이 때로는 출생률의 감소를 초래한다 - P240
암컷이 개체군 밀도를 측정해 먹이가 고갈되지 않도록 출생률을 조정하는 집단이 집단선택에 유리 - P240
동물은 그들 자신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볼 때 최적 수의 새끼를 갖는 경향이 있다 - P240
너무 적은 또는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낳으면, 그들이 최종적으로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는 만일 그들이 꼭 맞는 수의 새끼를 낳아서 키울 때보다 적을 것이다. 이 ‘꼭 맞는 수‘라는 것이 개체군이 과밀한 해에는 개체군이 희박한 해에 비해 더 적은 수가 될 것이다. - P241
만약 어떤 암컷이 기근이 예측되는 확실한 증거에 접했올 때 스스로 출생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서다. 이러한 경고와도 같은 징후에 반응하지 않는 경쟁자들은 가령 그 암컷보다 많은 새끼를 낳았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가 그 암컷보다 적을 것이다. - P241
보 제스트 Beau Geste (아름다운 몸짓 ) 효과 - P244
개개의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쓴다. 그러려면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P244
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 는 ‘자손 하나에 대한 투자로서, 다른 자손에 대한 양육 투자 능력을 희생시키면서 그 자손의 생존 확률 (그리고 그로 인한 번식 성공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 P250
모든 어른 개체는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자식(자식뿐만 아니라 다른 혈연자와 자신도 고려해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자식만 고려하자)에게 투자할 수 있는 일정한 총량의 P.I.(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를 갖고 있다. 이는 개체가 일생 동안 노동을 통하여 획득 또는 생산할 수 있는 먹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위험, 그 밖에 자식의 복지를 위해 투여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와 노력의 총합을 의미한다. - P251
많은 새끼에게 골고루 투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충분한 수의 손자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많은 유전자를 잃게 될 것이다. 한편 아주 소수의 새끼에게 모든 자원을 투자하여 응석받이로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 경우 몇몇의 손자는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최적 수의 새끼에게 투자한 경쟁자가 최종적으로 보다 많은 손자를 얻게 될 것이다. - P252
실제로 어미가 자식을 편애한다고 할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답은 어미가 이용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을 자식들에게 불균등하게 투자한다는 것이다. - P249
어미가 편애할 만한 유전적 근거는 없다 ...(중략)... 어미의 자식에 대한 유전적 근연도는 모든 자식에게 1/2로 같기 때문이다. 즉 어미의 최적 전략은 자식이 번식할 때까지 양육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수의 자식에게 공평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 P252
자식의 일생 중에는 어미가 자식에 대한 투자를 장래의 자식에 대한 투자로 전환하는 편이 어미에게 유리해지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가 오면 어미는 젖을 떼려고 할 것이다. - P254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가 어른이 될 평균 확률이 동갑내기 손자가 어른이 될 확률의 1/2보다 낮아지는 연령에 도달할 때, 자기 아이보다 오히려 손자 쪽으로 투자하게 하는 유전자가 유리하게 되어 번창할 것이다. 이 유전자는 손자 네 명당 한 명의 비율로 전해지는 반면, 그것과 경쟁 관계에 있는 유전자는 자식 두 명당 한 명에게 옮겨지지만, 손자의 기대 수명이 이 관계를 역전시키기 때문에 ‘손자에 대한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 널리 퍼지게 된다. - P255
자기 아이를 계속 낳는 여성은 손자에게 충분히 투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년기에 이른 여성이 번식 능력을 상실하도록 작용하는 유전자가 점점 증가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유전자가 할머니의 이타적 행동에 의해 살아남온 손자들의 몸속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 P255
수컷의 경우 생식 능력이 갑자기 소실되지 않고 점차 쇠퇴해 가는 이유는 아마도 수컷이 자손에 대해 암컷만큼 투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아이를 낳게 할 수만 있다면 그가 아무리 고령일지라도 손자에게 투자하기보다는 자기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 P255
이미 낳은 자식이나 앞으로 낳을 자식이나 상관없이 어미는 모든 자식에 대한 유전적 근연도가 같다. 따라서 유전적인 배경만 따진다면 어미가 특정 자식을 편애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가 실제로 편애를 한다면 그것은 연령 등에 따라 결정되는 기대 수명의 차이 때문이다. - P256
자신을 제쳐 놓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체에 투자하도록 하는 유전자는 그 수혜자가 자기 유전자의 일부밖에 공유하지 않더라도 유전자 풀 속에 퍼질 수 있다. 어미 동물이 부모로서의 이타성을 나타내고 또 그들이 혈연선택에 의한 이타성을 나타내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 P257
맨 처음 태어난 새끼는 다음에 부화되는 동생들과 양육 투자를 놓고 결국은 경쟁하게 된다. 그렇다면 생애의 첫 번째 일로서 우선 다른 알을 둥지에서 내던지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다. - P268
한쪽 방향으로 노력을 쏟으면 다른 쪽으로는 노력을 쏟을 수 없게 마련이다. 한 경기에 노력을 더 쏟으면 지쳐서 앞으로의 경기에 이길 확률이 적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 P548
"가령 (...) 어떤 새끼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부모의 이익 분배를 불균등하게 하여 그 결과 어미의 번식 성적을 전반적으로 감소시킨다고 하자. 어릴 때 개체의 적응도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상승시키는 유전자는 부모가 되었을 때 반드시 이전의 상승분 이상으로 자기의 적응도를 감소시키는 처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돌연변이 개체의 자손 중에는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더 많은 비율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71
‘적응도fitness‘라는 것은 번식 성공도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다. - P271
어린 시기에 공평한 분배량 이상의 투자를 자신의 것으로 하여 부모의 번식 성공도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유전자는 확실히 자기의 생존 확률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부모가 되면 이 죗값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이기적 유전자는 그의 아이들에게 전해져 그의 번식 성공도 역시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 덫에 자기가 걸린 격이다. 즉 그 이기적 유전자는 결국 번성하지 못하고, 부모 자식 간 갈등에서 이기는 것은 항상 부모일 수밖에 없다. - P271
부모와 자식 간에는 부모가 자식보다 나이가 많고 자식이 부모로부터 생긴다는 등의 실질적 차이는 있으나, 근본적인 유전적 비대칭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 P271
진화에서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실체, 그리고 이에 근거한 관점이 의미를 가지는 실체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이기적 유전자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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