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대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은 수백만 전 세계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 P365
약간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기 복제자가 일단 우주상 어디에라도 나타난다면 이들은 무한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가 주장하고 싶은 바다. 그 이유는 이들이 다윈의 자연선택이 작용할 기반이 되며, 충분한 수의 세대가 지나면 매우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조건이맞기만 한다면, 복제자들은 자동적으로 떼를 지어 자신들을 담고 다니면서 자신들이 복제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체계, 또는 기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 P583
『이기적 유전자』의 10장까지는 한 종류의 복제자, 즉 유전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1장에서 밈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는 일반적인 자기 복제자에 대해서 설명하려 했고 유전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이려고 하였다. - P583
DNA는 자기 복제를 하는 하드웨어 조각이다. 각 조각은 고유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경쟁자인 다른 DNA 조각과는 그 구조가 다르다. 뇌에 들어 있는 밈이 유전자와 비슷하다면, 밈은 자기 복제를 하는 뇌 구조로, 이 뇌 저 뇌 속에서 뉴런의 연결이 어떻게 재조합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P583
심리적 매력이라는 것은 뇌에 작용하는 매력이며, 뇌는 유전자 풀 속의 유전자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는다. - P366
근본적으로, 생물학적 현상을 유전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유전자가 자기 복제자이기 때문이다. - P366
넓은 의미에서 모방은 밈이 자기 복제를 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모든 유전자가 성공적이지 않은 것처럼, 어떤 밈은 밈 풀 속에서 다른 밈보다 성공적이다. 이것은 자연선택과 유사하다. - P367
과학에는 논리뿐 아니라 일종의 사회학이 존재한다. 어떤 아이디어는 옳지 않음에도 널리 (적어도 당분간은)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는 훌륭함에도 수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결국 과학적 상상력을 파고들면서 되살아나기도 한다. - P587
그 크기에 비례하는 성장속도에 이미 도달한 성장 과정을 우리는 지수적 성장 exponential growth이라고 부른다. 전형적으로 지수적 성장 과정을 보이는 것으로 질병의 확산을 들 수 있다. 한 사람은 몇 명의 다른 사람에게서 바이러스를 받고 또 같은 수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하면서 질병에 걸린 사람의 수는 점점 더 그 속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 P588
지수적 성장 곡선을 판정하는 방법은 로그를 취해서 그래프를 그렸을 때 직선이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누적 수치에 대해서 로그를 취한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편리하고도 대중적인 방법이다. - P589
유전자의 경우와 같이 밈 중에도 급격하게 퍼져 나가 단기적으로는 성공하지만 밈 풀 속에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유행가나 뾰족한 스파이크힐 등이 그에 해당된다. 한편 유대교의 율법과 같이 수천 년에 걸쳐 계속 퍼져 나가는 것도 있는데 이는 보통 기록된 언어가 가지는 특출한 영속성 때문이다. - P368
과학자가 어떤 아이디어를 듣고 그것을 타인에게 전할 때 그는 그것을 어느 정도 변화시키게 마련이다. - P368
밈의 전달은 연속적인 돌연변이를 거치며 다른 것과 혼합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 P368
가령 우리가 "오늘날 생물학자는 모두 다윈의 이론을 믿고 있다"라고 해도 모든 생물학자의 뇌에 다윈이 쓴 단어들이 똑같은 사본으로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다윈의 이론에 관하여 독자적 해석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윈의 저작을 직접 읽었기보다는 최근에 쓰인 책에서 읽어 배웠을 것이다. - P370
‘아이디어 밈‘은 뇌와 뇌 사이에 전달될 수 있는 실체로서 정의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다윈 이론의 밈이란 그 이론을 이해하는 모든 뇌가 공유하는 그 이론의 본질적인 바탕이다. 사람들이 그 이론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는 정의상 다윈 이론의 밈의 일부가 아닌 셈이다. - P370
유전자를 자기의 생존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진 능동적인 존재로서 생각하는 것이 편리했던 것처럼 밈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하면 편리할지 모른다. 어느 경우에도 신비스럽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목적이란 어떤 경우에나 단순한 은유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전자의 경우에 이 은유가 얼마나 유용했던가. 그것이 단순한 은유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우리는 유전자에 대해 ‘이기적인‘, ‘잔인한‘ 등과 같은 형용사까지 사용했다. 이와 똑같이 이기적인 밈이나 잔인한 밈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 P371
유성생식의 경우, 개개의 유전자는 염색체상에서 같은 장소를 차지하려는 대립 유전자와 경쟁한다. - P371
밈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대립하는 밈이없는데도 밈이 ‘이기적‘이라거나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나의 견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밈들이 서로 일종의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 P371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뇌에서는 아마도 저장 용량보다 시간이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제어를 받는 몸이 동시에 하나 또는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372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밈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방송 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의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 P372
(의학 백신과 컴퓨터 백신은 바이러스의 ‘약해진 종류‘를 주사하는 것이라는 점까지 비슷하다) - P593
바이러스를 막는 프로그램이 진보하면 새 바이러스가 이에 맞서 또 다른 진보를 하게 될 것이다. - P593
돈이 되는 직업은 전문화되기 마련이다. - P593
진짜 의사는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 내지 않은 자연의 문제를 해결한다. - P593
유전자의 경우, 유전자 풀 속에 공共적응된 유전자 복합체가 발생할 수 있다 - P372
아마도 우리는 건축, 의식, 율법, 음악, 예술, 문서화된 전통이 조직화된 교회를 서로 돕는 팀의 공적응된 안정한 세트의 일례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P372
지옥불이라는 아이디어는 단순히 그 자체가 갖는 강렬한 심리적 충격 때문에 불멸의 존재가 된다. 그것이 신의 밈과 연관되어 버린 것은, 이 둘이 밈 풀 속에서 서로의 생존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73
믿음도 종교라는 밈 복합체의 또 다른 구성 요소다. 이것은 증거가 없어도ㅡ증거를 무시하고라도ㅡ맹신함을 의미한다. - P373
어떤 종류의 밈에게든 증거를 내놓으라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 P373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 버리는 단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 P373
맹신은 어떤 것도 정당화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신을 믿고 있거나 같은 신을 믿더라도 다른 의식을 행한다면 맹신은 그 사실만으로도 그가 죽어야 한다고 선고할 수 있다. - P374
맹신의 밈은 특유의 잔인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번식해 간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 P374
믿음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세뇌시키는 아주 훌륭한 전략이므로 그 믿음을 깨는 것은 어려운일이다. 그러나 믿음이란 결국 무엇인가? 믿음은 사람들이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 (그야말로 아무거나)을 믿게 만드는 심리 상태다. - P594
만약 확고한 근거가 있다면 믿음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 근거만으로도 사람들은 믿게 될 테니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흔히 되뇌는 "진화 그 자체도 믿음의 문제다"라는 주장이 어리석은 것이 된다. 사람들이 진화를 믿는 것은 단지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엄청난 양의 공공의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 P594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믿음은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경우에는 더 이상의 정당한 사유 없이 살인을 하거나 목숨을 바치게 할 수도 있다. 키스 헨슨Keith Henson은 밈에 너무 심취하여 자신의 생존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 대해 ‘미모이드memeoid‘라는 용어를 붙였고, "벨파스트나 베이루트 등지의 저녁 뉴스에 이러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P595
믿음의 힘은 동정, 용서, 관대 등 인간 감정에 대한 모든 호소로부터 사람들을 무디게 만든다. 순교자의 영혼은 곧장 천국으로 향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공포로부터도 무디다. 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가. 종교적 믿음은 전쟁술 연보의 한 장을 장식할 만한 것이며, 활, 군마, 탱크, 수소 폭탄과 한자리에 나란히 설명될수도 있을 것이다. - P595
밈과 유전자는 종종 서로를 보강하지만 때로는 서로 대립하기도 한다. 예컨대 독신주의 같은 것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성 곤충과 같이 매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독신주의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서 실패하게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독신주의의 밈은 밈 풀 속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 P374
나는 공적응된 유전자 복합체가 진화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밈의 복합체가 진화한다고 추측한다. 선택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문화적 환경을 이용하는 밈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문화적 환경은 함께 선택되는 밈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밈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의 속성을 가지게 되며, 여기에 새로운 밈은 쉽게 침입할 수 없다. - P375
문화적 특성의 진화와 그 생존 가치를 문제 삼을 때는 누구의 생존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 P376
어떤 문화적 특성이 단지 그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 P376
일단 유전자가 재빠른 모방 능력을 가진 뇌를 그 생존 기계에게 만들어주면, 밈은 자동적으로 세력을 얻을 것이다. - P376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자기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 P377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 P378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 P378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 P378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 P378
환원주의자들에게 뇌란 결정된 생물학적 물체로서, 그 특성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행동과, 우리가 행동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생각이나 의도를 만들어 낸다. - P596
유전자는 자연선택을 거쳐 진화한 모든 행동 양상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반드시 행사한다. - P597
우리, 즉 우리의 뇌는 우리 유전자의 명령에 반항할 수 있을 만큼 유전자로부터 떨어져 있고 독립적이다. 이미 살펴본 대로, 우리가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도 작은 반역이다. 우리가 큰 규모의 반역 역시 꾀하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 P597
만일 ‘마음씨 좋은 놈‘이라는 일상적인 말을 그에 상응하는 다윈주의의 말로 바꾸면, 마음씨 좋은 놈이란 자기를 희생하면서 동종의 다른 구성원을 도와 이들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해지도록 하는 개체다. 따라서 마음씨 좋은 놈은 그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가 가진 좋은 마음씨는 다윈주의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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