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정영욱 지음 / 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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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그동안 살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인간 관계에 대한 생각, 올바른 마음가짐 및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얘기한다. 또한 삶이 지치고 힘에 겨울 때 새로운 힘을 주는 문장들도 만날 수 있다. 책 크기가 작아서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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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전자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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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기생하는 개체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핵심적인 특징은 자신이 기생하고 있는 대상과 이해관계가 일치할 경우에는 서로 win-win 하는 관계를 만들지만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할 경우에는 설사 공생을 하긴 하더라도 조금은 삐딱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본문에 나온 미생물들만의 얘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 사회에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한 교훈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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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는 부분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3장 ‘유전자의 긴 팔‘ 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문득 든 깨닫게 된 것은 유전자라는 것이 반드시 어떤 생명 개체 내부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즉, 개체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도 얼마든지 생명 개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전자의 성질로 인해 이 장의 제목이 유전자의 ‘긴‘ 팔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추론도 해볼 수 있었다. ‘긴‘ 팔이 있다면 가까운 곳이 아닌 먼 곳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정말로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단백질 합성뿐이다. 신경계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이나 눈 색깔, 콩의 주름에 미치는 영향도 항상 간접적인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하고 그것이 X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Y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Z에도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씨의 주름이나 신경계 세포의 배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P441

하나의 생물 개체에 있는 유전자는 다른 생물 개체의 몸에 확장된 표현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441

생존은 번식과 같은 것이 아니며 일종의 타협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 P443

여러 형태의 기생자가 그 숙주에 대해 매우 교활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P444

숙주의 변화는 기생자에게 이익이 되는 적응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숙주의 변화를 기생자 유전자가 확장된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 P445

우리 모두는 태고의 기생자들이 합체한 것의 유물일지도 모른다. - P447

히드라는 담수에 사는 말미잘처럼 촉수를 가진 작은 고착성 동물 - P448

자기 유전자가 숙주의 유전자와 운명을 같이하기를 열망하는 기생자는 모든 이해관계를 숙주와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기생적 작용을 멈추게 된다 - P449

우리의 유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로의 출구ㅡ알이나 정자ㅡ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 P449

DNA의 절편 중에는 염색체에 편입되지 않고 세포의 액체 성분 속에 자유로이 떠다니며 증식하는 놈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특히 박테리아 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이 절편들은 비로이드viroid라든가 플라스미드plasmid 라든가 하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 P450

플라스미드는 바이러스보다도 작고 대개 두세 유전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 플라스미드는 이음새도 없이 염색체로 끼어 들어갈 수 있다. 끼어 들어간 부분이 너무 매끄러워 이음새를 찾아볼 수도 없다. 이 같은 플라스미드는 염색체의 어떤 부분과도 구별이 어렵다. 플라스미드는 자신을 다시 잘라 낼 수도 있다. - P450

우리는 피부에서 끊임없이 세포를 잃는다. 우리 집 안 먼지의 대부분은 우리가 벗어 버린 세포다. 우리는 분명히 서로의 세포를 항상 들이마실 것이다. 입 속을 손톱으로 긁어 보면 수백 개의 살아 있는 세포가 나올 것이다. 연인들은 키스나 애무를 통해서 서로 다수의 세포를 주고받을 것이다. 반란 DNA의 파편은 이 같은 세포들 중 어떤 것에도 올라탈 수 있다. - P451

감기에 걸리거나 기침이 나면 우리는 보통 그 증상을 바이러스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떨 때는 그 증상이 바이러스가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이동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호흡을 통해 단순히 내뱉어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재채기나 기침을 해서 힘차게 뿜어내도록 한다. - P451

광견병 바이러스는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을 물었을 때 타액을 통해 전해진다. 광견병에 걸리면 보통 때는 얌전하고 착하던 개가 입에 거품을 물고 사납게 문다. 또한 불길하게도, 보통 때는 집 둘레 1킬로미터 정도의 행동권을 벗어나지 않던 개가 끊임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다. - P452

우리 ‘자신의‘ 염색체 유전자 모두는 서로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 P452

유전자는 먼 거리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 즉 확장된 표현형은 아주 멀리까지도 확장될 수 있다. - P453

자연선택이 작용하려면 유전적 변이가 있어야 한다. - P453

남자는 여성의 육체 사진에 흥분하여 발기하기까지 한다. 그가 결코 인쇄된 잉크의 패턴이 진짜 여성이라고 ‘속고 있을‘ 리는 없다. 그는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종이 위의 잉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의 신경계는 진짜 여성에게 반응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반응한다. - P455

우리는 비록 특정 상대와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할지라도 그 상대의 매력에 빠져 들고 말 때가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 P455

"토끼는 여우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여우는 식사를 위해서 달리기 때문이다." - P457

조종당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유전적 성향을 갖는 경쟁자는 저항에 필요한 경제적 비용 때문에 실제로는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하는 데 덜 성공적일 것이다. - P457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몸속에 있는 모든 유전자가 ‘기생적‘ 유전자다. 우리가 그것을 몸 ‘자신의‘ 유전자라고 부르고 싶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 P458

우리가 뻐꾸기의 유전자가 크게 벌린 뻐꾸기의 입 색깔이나 형상(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와 똑같은 의미로, 우리는 뻐꾸기의 유전자가 숙주의 행동 (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 P459

기생자의 유전자가 숙주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생자가 숙주의 몸속에서 직접적인 화학적 수단에 의해 숙주를 조종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기생자가 숙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원격조종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 P459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 P461

조종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되는 모든 경우에서 유전자가 조종당하는 생물체의 몸(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치에 맞다. 유전자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위치하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조종의 표적은 같은 몸일 수도 있고, 다른 몸일 수도 있다. 자연선택은 자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세상을 조종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 P462

즉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썼지만 이 정리는 색깔, 크기, 형상 등 어떤 것에나 적용될 수 있다. - P462

자연선택의 근본적인 단위로 생존에 성공 또는 실패하는 기본적인 것, 그리고 때때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수반하면서 동일한 사본의 계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를 자기복제자라고 한다.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다. - P463

자기 복제자는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 기계, 즉 운반자 속에 모인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따라서 몸은 자기 복제자가 아니다. 몸은 운반자이다. - P463

운반자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퍼뜨리기 위해 일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하지 않는다. 또한 세상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한다. 자기 복제자는 이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 P463

유전자와 개체는 다윈주의의 드라마에서 같은 역할을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 P464

개체와 집단은 이 드라마에서 운반자의 역할을 놓고 다투는 진짜 경쟁자지만, 이들 중 누구도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에는 후보조차 못 된다 - P464

‘개체선택‘이냐 ‘집단선택‘이냐에 대한 논쟁은 누가 운반자가 될 것이냐에 대한 진정한 논쟁이다. 그러나 개체선택이냐 유전자선택이냐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유전자와 생물 개체는 서로 다른 상호 보완적인 역할, 즉 자기 복제자와 운반자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P464

기생자의 유전자들이 서로 합심하여 숙주의 유전자들(이들도 서로 합심하여 일한다)과 대립할 때, 우리는 그 이유가 두 세트의 유전자가 공통의 운반자, 즉 숙주의 몸에서 떠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 P465

개체의 무리(새 떼나 늑대 무리)가 하나의 운반자에 합쳐지는 일은 없다. 그것은 바로 무리 내의 유전자들이 현재의 운반자를 떠나는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P466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생명은 늑대나 벌집과 같은 개개의 목적을 가지는 개별 운반자 속에 묶여 있다. 그러나 확장된 표현형의 이론은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 P467

근본적으로 이 이론(확장된 표현형의 이론)으로부터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떠밀고 속이는 자기복제자들의 전쟁터뿐이다. 이 전쟁의 무기는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는 세포 내 화학적 과정에 대한 직접적 영향으로 시작하지만 날개, 독니, 더 나아가 원격 조종까지 포함한다. 이 같은 표현형에 대한 영향이 대체로 개별 운반자에 묶여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P467

각각의 운반자는 유전자를 깔때기에 걸러 미래로 보내는 정자나 난자라는 공통의 병목을 거칠 것을 예상하고 유전자를 통제한다. - P467

DNA 분자는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은 효소로서 특정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하나의 화학 반응은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의 제약 공장에서 쓸모 있는 화학 물질 하나를 합성하려면 생산라인이 필요하다.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이 원하는 최종 산물로 직접 변환될 수는 없다. 일련의 중간 산물이 차례대로 합성되어야만 한다. - P468

대부분 화학자들은 원료인 화학 물질과 원하는 최종 산물 사이에 있어야 할 중간 산물들의 경로를 고안하느라 고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보통 특정 효소 혼자서는 원료가 되는 화학 물질에서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할 수 없다. 어떤 것은 원료가 첫 번째 중간 산물로 변환되는 과정을 촉매하고, 다른 것은 첫 번째 중간 산물이 두 번째 중간 산물로 변환되는 과정을 촉매하고,
이렇게 효소들의 완전한 세트가 필요하다. - P468

각 효소는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만약 어떤 합성 경로에서 여섯 개의 효소가 순서대로 작용해야 한다면 그 효소들을 만드는 모든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468

중요한 것은, 경로 1의 한 단계를 담당하는 유전자는 경로 1의 다른 단계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존재하에서는 번영할 것이나 경로 2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존재하에서는 번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P469

각 유전자는 별개의 이기적 유전자로서 선택되는데, 다른 유전자들이 모여 만든 딱 알맞은 세트가 존재해야만 번영할 수 있다. - P469

세포벽은 아마도 유용한 화학 물질을 모아서 온전하게 유지하며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생겨났을 것이다. - P469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다만 다른 종류의 특수화된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질 뿐이다. - P471

새 생물체는 조상의 설계 아이디어를 DNA의 프로그램 형태로 이어받지만 그 조상의 신체 기관을 물려받지는 않는다. 부모의 심장을 물려받아 새로운 (가능하면 개량된) 심장으로 고치지 않는다. - P474

이론적으로 생물 개체는 그 생장기 중 언제라도 번식할 수 있지만, 번식에 최적기가 있을 것이다. 너무 젊어, 또는 너무 늙어 포자를 방출하는 생물체는, 힘을 비축하여 두었다가 생애의 전성기에 많은 수의 포자를 방출하는 경쟁자에 비해 결국 자손 수가 적을 것이다. - P474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쳐서 출현한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 내에는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어떤 것은 자기 복제 능력을 잃어서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다른 변이체는 아직 복제를 할 수는 있으나 효율이 나쁘다. 또 다른 변이체는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다른 변이체들보다 자기 복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그리하여 개체군 내에서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자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 P479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에 초래하는 결과 덕분에 살아남는다. 그 결과는 매우 간접적일 수도 있다.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그 결과가 얼마나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것이든 간에 피드백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 복제자의 복제 성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 P480

어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지 말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즉 선재先在 조건에 달려 있다. 이런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와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일 것이다.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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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건 잠시 잊혀질 순 있어도 박멸할 수는 없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냥‘, ‘괜찮아‘ 라는 간단한 말 속에 잠재된 의미 또한 그랬다.

마지막 부분에 책 제목이 들어간 문장이 나온다. 음절로는 몇 개 안되지만 읽었을 때 뭔가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문장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만든 문장이기도 했다.

시간과 기억은 저무는 것이 아닌 접어놓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와의 기억 또한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겠지만, 당장은 다 떠오르지 않더라도 해가 거듭된 다음에는 필히 떠오르리라 믿는다. - P283

언젠가의 다정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듯 지금 이 순간의 다정 또한 언젠가의 나를 지탱할 것이다. - P283

복잡한 감정을 말로는 다 풀어낼 수 없고, 마음을 다 보여줄수도 없을 때, 우린 ‘그냥‘이라고 말한다. 혹은 ‘괜찮아‘ 정도로 간단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야기하고 속마음은 꺼내지못한다. 그 감정이 너무 가볍고 별것 아니어서가 아니라 때론 무겁고 너무 큰일이어서 그렇게만 표현하고 속으로 묵혀두곤 한다. - P286

이토록 불완전한 삶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한다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왔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도 아무런 설명 없이, 별일 없다는 듯그 말을 건네줄 수 있는 거 아닐까. - P286

아무리 온전치 못하더라도, 불안하더라도, 해낸 것이 아직은 없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슬프더라도 아프더라도. 잡고 싶었더라도 그렇지만 놓쳤더라도. 마음으로는 붙잡고 싶은데 스스로 도망쳤더라도. 괜찮은 척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엎드려 울더라도, 그럼에도 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과정에 불과하다. 잘하고 있다. 그대로만 지내면 된다.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나아가면 된다고.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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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12장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행동 전략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여기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전략들이 나오기에 흥미롭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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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민사분쟁‘에 관한 내용에서 양측의 변호사들이 의뢰인(물주)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두고 본문에서는 민사소송을 ‘의뢰인에게는 영합 게임zero sum game이지만 변호사에게는 비영합 게임nonezero sum game 이다‘(p.410) 라는 문장으로 표현한다. 그냥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던 것들이었는데, 오늘 독서를 통해 이렇게 구체적인 문장으로 소송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정리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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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오는 사례 중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명목상으로는 전쟁 중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에 공격을 삼가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본문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었던 TFT(Tit For Tat, 이에는 이 눈에는 눈)전략의 일환으로 상호간에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서로간의 공격을 최대한 삼갔던 두 나라 군대 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인데 이를 통해 상호간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여 결과적으로 win-win전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상호간에 협동하는 전략이 최선인 경우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협력을 자주 보기 힘든 게 아쉬울 따름이다. 상호간에 영합 게임zero sum game이 아닌 비영합게임nonezero sum game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략의 성공은 어떤 다른 전략이 제출되느냐에 달려 있다 - P398

리그전 방식이란 각각의 전략이 다른 전략들과 돌아가면서 모두 대전하는 방식이다. - P399

폭넓은 여러 전략들에 대해 잘 대항하는 전략을 액설로드는 ‘강건하다‘라고 부른다. - P399

ESS의 중요한 특징은 그 전략이 전략들의 집단 내에서 이미 다수를 점하고 있을 때 계속 좋은 성적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TFT(Tit For Tat, 이에는 이 눈에는 눈)가 ESS라는 것은 TFT가 우위를 점하는 환경에서는 TFT가 잘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우리는 일종의 ‘강건함‘으로 간주할 수 있다. 진화론자로서 우리는 이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강건함이라고 보고 싶을 것이다. 왜 그렇게 중요한가? 왜냐하면 다윈주의의 세계에서 승리는 돈으로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자손의 수로 지불되기 때문이다. - P400

다윈주의자에게 성공적인 전략은 전략들의 집단 내에서 그 수가 많은 것들이다. 어떤 전략이 계속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전략이 다수일 때, 즉 자기 자신의 사본이 많은 환경에서 특히 잘되어야 한다. - P400

이제 경기장은 TFT처럼 ‘마음씨가 좋으면서도 ‘분개할 줄 아는‘ 전략의 독무대가 됐다. - P401

못된 전략이 모두 절멸하고 나면 어떤 마음씨 좋은 전략도 TFT나 서로 간에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마음씨가 좋아 상대방에게 협력의 카드를 내놓기 때문이다. - P402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운명을 좌우하는 임계 빈도가 존재한다는 것뿐이다. 칼날의 한쪽 면에서는 TFT의 빈도가 임계빈도를 초과하여 선택은 TFT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된다. 칼날의 다른 면에서는 항상 배신하는 전략이 임계 빈도를 초과하여 선택은 점점 더 항상 배신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 P404

‘우연‘이라는 것은 모른다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일 뿐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알려지지 않은 또는 불특정한 이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05

점성粘性이라는 것은 각 개체가 출생 장소 근처에서 살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 P405

혈연관계인 개체들은 단순히 용모뿐만 아니라 갖가지 다른 면에서도 닮는 경향이 있다. - P406

TFT는 ‘시샘하지도 않는다‘. 액설로드의 용어로 시샘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많은 돈을 물주로부터 뜯어내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 많은 금액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을 의미한다. 시샘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상대가 당신과 같은 돈을 얻었다고 해도 두 사람 모두 많은 금액을 물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한 완전히 만족한다는 의미다. - P408

TFT가 실제로 게임에서 ‘이기는‘ 일은 결코 없다. 잘 생각해 보면, TFT는 보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배신하지 않으므로 어느 게임에서든 ‘적‘ 이상의 득점을 획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있다. 기껏 잘돼야 상대방과 비길 뿐이다. 그러나 각각의 비기는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게 된다. - P408

우리가 민사 ‘분쟁‘이라고 하는 것에는 실제로 크나큰 협력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영합 대립으로 보이는 것에 약간의 선의를 보태면 쌍방에 이익을 주는 비영합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 - P409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법조인 출신으로 영합 게임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 P411

(법정은 적어도 아직 논쟁의 예의범절을 보존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변호사끼리는 시종 물주를 뜯어낼 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P411

사실 실생활의 많은 측면은 비영합게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종종 ‘물주‘ 역할을 하고 개개인은 서로의 성공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경쟁자를 누를 필요는 없다. 이기적 유전자의 기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우리는 서로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세계에서조차 협력과 상호 부조가 어떻게 번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액설로드의 말대로 어째서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P414

게임의 정확한 라운드 수가 확실치 않더라도 현실 생활에서는 그 게임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 통계적으로 추측하는 것이 종종 가능하다. 이 평가는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 P415

TFT류의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자가 배신에 의해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보복의 위협은 항상 존재해야 한다. 보복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은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 방식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 P418

TFT류 전략의 중요한 특징은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장기간의 상호 보복의 연쇄를 진정시키는 데 한몫한다. - P419

상호 신뢰의 안정된 패턴을 유지하는 데 예측 가능성과 의례도 중요하다 - P419

"형식적이고 정기적인 발포 의례는 이중의 메시지를 보낸다. 사령부에게는 공격을, 적에게는 평화를 전하고 있다" - P420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 운동은 대화를 통한 교섭, 즉 상황을 알고 있는 전략가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흥정하여 실현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사람들이 서로의 행동에 반응함으로써, 일련의 국지적인 관행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 P420

컴퓨터에 입력된 전략은 확실히 무의식적인 것이었다. 그 전략들을 마음씨가 좋은가 아닌가, 관대한가 아닌가, 시샘이 심한가 아닌가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 전략들의 행동이었다. 그 전략을 설계한 프로그래머들이 이러한 성격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전략과 무관하다. 매우 못된 인간이라도 마음씨 좋고 관대하고 시샘하지 않는 전략을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의 일도 가능하다. - P421

어떤 전략이 마음씨가 좋은지 아닌지는 행동에 따라 식별되는 것이지 그 전략의 동기나 (전략은 동기를 가질 수 없다) 프로그래머의 성격에 따라 식별되는 것이 아니다(그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작동할 때는 이미 배경 속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 전략을 몰라도, 아니 아무것도 몰라도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 P421

우리는 자연스레 그의 낙관적 결론(시샘 없고 관대하며 마음씨 좋은 전략의 승리)이 자연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를 묻게 된다. 물론 대답은 "예"다. 유일한 조건은 자연이 때때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과, 미래의 그림자가 길어야 하며, 그 게임이 비영합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은 생물계의 도처에서 확실히 충족되는 것이다. - P421

헌혈 행위는 헌혈하는 개체의 사망 확률을 증가시키기는 하지만, 이 사망 확률의 증가는 수혈을 받은 개체의 생존 확률의 증가에 비하면 매우 낮았다. - P427

다른 암컷(흡혈박쥐의 사회집단은 암컷의 집단이다)에게 주는 피는, 주는 개체에게는 받는 개체에게만큼 그렇게 귀중한 것이 아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날, 피를 얻은 개체는 헌혈 선물로 인해 엄청난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이다. - P427

생명체에 대해 유전자의 관점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생물체가 자신의 수명 말고 자신과 그 혈연자의 번식 성공도에 ‘마음을 쓸‘ 이유가 별달리 없을 것이다. - P431

어떤 관점(근본적인 생물의 매개체가 몸이냐, 유전자냐)을 취하더라도 자연선택이 직접 유전자에 작용하는 일은 없다. DNA는 단백질의 고치 안에 들어 있고 막으로 싸여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에 자연선택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만일 자연선택이 DNA 분자를 직접 고르려 한다고 해도 이를 위한 어편 기준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녹음테이프가 똑같아 보이듯 유전자도 어느 것이나 다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 P432

유전자 간의 중요한 차이는 그 영향으로서만 드러난다. 이것은 보통 배胚 발생 과정에 대한 영향, 즉 신체의 형성과 행동에 대한 영향을 뜻한다. - P432

성공적인 유전자란 하나의 배 내의 모든 다른 유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그 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성체, 즉 잘 번식하여 같은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전해 줄 수 있는 성체가 되도록 배를 발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P432

표현형phenotype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되는 것, 즉 배 발생 과정을 통해 유전자가 그 대립 유전자에 비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쓰인다. 특정 유전자 몇 개의 표현형은, 예를 들면 녹색의 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전자는, 예를 들어 녹색의 눈과 고불거리는 머리카락처럼 둘 이상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 - P432

자연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결과, 즉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 P433

다윈주의자들은 보통 그 영향이 생물의 몸 전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유전자에 관해 논의해 왔다. 이들은 유전자 그 자체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 이론의 핵심에 패러독스가 있다는 사실이 대개 자각되지 않는다. - P433

‘감수 분열‘이란 염색체의 수가 반으로 되어 난세포와 정세포를 생성하는 특별한 종류의 세포 분열 - P433

정상적인 감수 분열은 완벽하게 공정한 제비뽑기와 같다. 대립 유전자의 쌍에서 한쪽만이 운 좋게 정자나 난자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쌍 중 어느 쪽이 들어갈지 확률은 같으므로 만일 다수의 정자(또는 난자)를 평균하면 그중의 반이 대립 유전자 쌍의 한쪽을, 반이 다른 한쪽을 포함하게 된다. - P433

감수 분열은 동전 던지기처럼 공정하다. 우리는 대개 동전 던지기가 무작위적인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이것도 사실 바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얼마나 세게 동전을 튕기느냐 등 여러 사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 물리적 과정이다. 감수 분열 또한 물리적 과정이며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수 있다. - P434

만일 눈 색깔이나 머리카락의 고불거림 등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감수 분열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겨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돌연변이 유전자가 자신이 대립 유전자보다 더 빈번하게 난자에 들어가도록 감수 분열에 영향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이와 같은 유전자를 ‘분리 왜곡 유전자 segregation distorter‘라고 하는데 이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 P434

돌연변이에 의해 분리 왜곡 유전자가 생기면 이들은 집단 내에 거침없이 퍼져 나가며 그 대립 유전자는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감수 분열 구동meiotic drive이다. 신체와 체내 모든 다른 유전자의 번영에 미치는 효과가 비참할지라도 감수 분열 구동은 일어날 것이다. - P434

생물 개체가 교묘한 방법으로 사회적인 동료를 ‘속일‘ 가능성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 P434

분리 왜곡 유전자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생쥐의 유전자다. 생쥐 한 마리가 두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어려서 죽거나 불임이 된다. 따라서 t는 동형 접합 상태에서는 ‘치사 유전자‘다. - P434

(유전자 부작용의 거의 대부분은 불리한 것이며, 새로운 돌연변이는 보통 유리한 효과가 불리한 효과를 능가할 때에만 퍼진다. 만일 불리한 효과와 유리한 효과가 함께 생물의 몸 전체에 적용된다면 생물체에게 그 순효과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불리한 효과는 생물체에, 유리한 효과는 유전자에게만 적용된다면 생물체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순효과가 완전히 불리한 것이다) - P435

생물 개체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그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존재다. 그 이유는 아마도 생물 개체의 각 부분이 아주 일체화되고 통합되어 서로 긴밀히 협조하기 때문이다. 생명에 관한 질문은 보통 생물 개체에 관한 질문이다. 생물학자는 생물 개체가 왜 그것을 하고, 또 왜 저것을 하느냐고 질문한다. 생물학자는 종종 왜 생물 개체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느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그들은 생물 물질이 왜, 무엇 때문에 모여서 생물체를 구성하느냐고는ㅡ이렇게 물어야 하는데도ㅡ묻지 않는다. - P436

우리는 생물 개체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낡은 태도를 우리의 생각에서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 P437

하나의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그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는 몸에 미치는 모든 영향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래의 정의다. - P437

어떤 경우에라도 한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그 유전자가 스스로를 다음 세대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할 것은 그 도구가 생물 개체의 체벽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P437

우리는 자연선택에 관한 한 생물 개체의 이익은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실제로 중요한 이익은 껍데기에 개체를 보호하는 속성을 부여하는 유전자의 이익이다. - P439

다윈주의적 (즉 자연선택에 의한) - P440

자연선택은 선택 대상들 중에 유전적 차이가 없는 한 적응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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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엘리트 축구 시스템의 문제점을 몸소 느낀 저자는 자기 자식들이 축구를 하겠다고 하자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두 아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과거 프로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니다 싶은 것들은 과감하게 빼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훈련들을 새롭게 개발하는 식으로 하여 최선의 훈련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는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의 과정이 내가 최근 함께 읽고 있는《몰입》이라는 책에 나오는 과정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온전히 몰입한 나머지 잠을 자다가도 꿈속에서 아이디어가 생각날 정도였다는 저자의 일화를 보며 저자가 전심으로 축구에 몰입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몰입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었다. 지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저자의 아들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눈만 뜨면 축구 생각을 했다. 길을 가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번은 자다가 꿈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선뜻 잠에서 깼다. 아,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다! 내일 프로그램에 적용해봐야지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더니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참 황당했다. 그때부터 머리맡에 메모장을 두고 잠을 잤다. 아무리 사소한 발상이라도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그 자리에서 빠르게 기록해두었다. 그중 어떤 것은 꽤 쓸 만했다. 매일 이렇게 훈련 프로그램을 계속 고치고 다듬어나갔다. - P104

모든 것은 기본기 습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는 체험을 통해 이십 대 초반의 왕성한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십 대 후반부터 선수의 기량은 전적으로 어릴 때 쌓은 기본기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것이었다.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을 넣지 못하거나 골대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기본기 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어릴 때 익힌 동작이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 찰나의 간결한 볼 터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P104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차곡차곡 밑바닥부터 쌓지 않으면 기량은 어느 순간 싹 사라진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려면 바닥부터 사다리를 딛고 가야 한다. - P104

우리는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에게만 눈길을 주지 바닥부터 한 단계씩 차분히 발을 딛고 오르는 사람은 눈여겨보지 않는다.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오르고 싶다면 한 칸 한 칸 차례로 조심스레 밟고 가야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건너뛰면 위험하다. 기본기 습득 과정에는 중간에 빠진 사다리 가로대, 즉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들어가야 한다. - P104

경기 때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몸의 균형,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부상을 막을 재간이 없다. 그러니 무리한 동작은 삼가야 한다. - P104

자연스러운 동작은 공에 대한 감각에서 나온다.
축구의 비밀이 어디에 있을까.
축구공에 있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외엔 길이 없다. - P105

볼 감각이야말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선수의 수명이 좌우된다. - P105

나는 선수가 스물다섯 살 정도가 됐을 때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도록 각 시기에 맞춰 단계별로 꼼꼼하게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훈련하는 동안 이 생각은 더욱 강화됐고, 나는 이를 유소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했다. 철저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나이대에 맞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 P105

어느 날 갑자기 축구를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고된 훈련을 통해서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서도 안 되고 첫술에 배부를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 P105

우리는 우리가 걷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갓난아이 때는 네 발로 기어 다녔다. 그다음에 두 발로 섰고, 일어서는 일도 단번에 되지 않았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고 그러다 가까스로 첫걸음마를 뗐다. 수학을 공부하는데 미적분을 하려면 곱셈 나눗셈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아이가 태어나 걷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 번은 넘어지고 엎어져야 한다. 축구라고 다르겠는가? 세상 이치가 그러한데 사람들은 너무 성급하게 결과만을 바라본다. 승리와 영광만을 소망한다. - P106

제대로 싸워서 이기려면 수도 없이 패배하고 좌절해봐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좌절은 앞날이 보장된 좌절이자, 실패가 아닌 경험이다. 이 과정을 겪어야 사람은 성장한다. - P106

그래서 내린 결론은, 기본기에 답이 있다, 몸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축구의 비밀은 공에 있다, 이 세 가지 정도다. - P107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 P107

긴 항해를 떠날 때 사람들은 바다에 그냥 오지 않습니다. 배를 띄운다는 것은 위험과 직결되는 갖가지 변수를 동반하는 일입니다. - P108

눈앞에 닥친 일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정한 성과를 얻으려면 그만큼 사전 준비가 꼼꼼해야 합니다. 끈질긴 물밑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 P108

축구는 볼에 비밀이 있습니다.
볼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져도 괜찮습니다. 미래를 봐야 합니다.
오늘 이겼다 해도 미래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P108

나는 흥민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하면서, 이 아이가 커서 축구선수로 성공하겠지, 프로선수가 되겠지, 프로선수가 돼서 어느 정도 돈을 벌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생각은 결단코 해본 적이 없다. - P110

아이의 행복보다 부모의 목표와 조급함이 앞선다. - P110

부모님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 해도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또다른 인생이 있다. - P110

"놀아라, 하고 싶은 대로 놀아라." - P110

방목이라는 것은 무질서나 내팽개침이 아니다. 자유라는 연료가 마음껏 타올랐을 때 비로소 창의성을 발휘하고 발견할 수 있다. - P111

"네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축구선수가 못 되고 일반 학교에 가야 한다면 기술이나 농업을 배울 수 있는 학교에 가거라. 거기서 조금 일찍 하교하고 너 좋아하는 축구를 해라.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잡을 땐 연봉을 가장 조금 주는 데를 찾아라. 연봉 조금 주고 일찍 퇴근하는 곳을 찾아라.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것이 축구라면 축구를 해라." - P111

나는 내 아이들이 돈을 위해 살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길 바랐다. 그 길에 돈이 따라오면 좋은 것이고, 안 따라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돼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돈만 좇는 삶을 산다면, 그것을 과연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 P111

물론 경제적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그 문제로 호되게 고생도 해본 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속에서 미리 걱정만 하고 전전긍긍하는 삶은 온전한 삶이 아니다. - P111

"네 삶을 살아라. 주도적인 네 삶을 살아라." - P111

남들만큼 돈을 벌지 못할지언정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주도적으로 내 삶의 방향을 세우고, 돈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시간도 벌면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 - P111

돈에 내 인생을 다 빼앗기지 말고 진짜 내 인생을 누릴 시간도 벌어야 한다.
그 시간에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차기이면 그 시간에 공을 차면 된다. - P112

아이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이. - P112

일찍부터 승패에 노출된 아이의 경우 승부욕은 강해질지 몰라도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를 하기는 어렵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하려다가 몸이 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 P113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최상의 몸으로 운동장 위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기에,
아들이 축구장 안에서 더없이 행복하길 바랐다.
그걸 돕고 싶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P113

본인이 선택한 길, 본인이 행복하면 됐지요. - P114

축구가 좋다니 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축구를 원하니까. 힘들다 해도 매 순간 재미있게, 그렇게 사는게 진짜 인생이니까요. - P114

축구는 열한 명이 하는 것이지만, 나는 축구는 개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 P115

열한 명의 선수 개개인이 강해질 때 그 팀도 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이 원리를 거꾸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조직력부터 이야기한다. 개인의 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직력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이 확보된 상태라면 전략 전술의 조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P115

내가 축구에서 기본을 강조하는 이유도 강한 개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감을 가질 때라야 팀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 P115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 P116

우리가 강해지려면 먼저 내가 나로서 당당하게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 - P116

나를 강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나 스스로밖에 없었다. 당당히 홀로 서야만 했다. - P116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만의 훈련법을 만들어 내 몸을 도구 삼아 실험했다. - P116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가르쳐주는 대로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 P117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을 강조하는 스포츠 심리학자들도 많지만 내 경우에는 루틴을 만드는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루틴이 때로는 강박이 되어, 루틴을 그대로 행하지 않을 경우 선수에게는 또 다른 강한 불안 요소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 P118

한번 살아보자고 별짓을 다 했다. - P119

나는 축구가 너무도 하고 싶었다. 이것만큼은 정말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잘하고 싶고 버티고 싶었다. 나는 축구를 잘해야만 했다. 그래야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객지에 홀로 나와 축구라는 동아줄을 죽을 둥 살 둥 붙잡았다. - P119

나에게 축구는 곧 나의 인생이다.
축구로 인해 많은 연구를 해야 했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 P119

반복의 중요성은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떤 종목이든 운동선수들이 몸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는 건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슈팅 하나만 하더라도 수십만 번을 반복해야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 P120

불 꺼진 방 안에서 밥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 경지. 그런 경지에 이르러서야 축구선수는 공을 좀 다룬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몸과 정신을 가진 이가 밥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것이 기본이듯, 모든 것은 이 ‘기본‘에서 시작된다. - P121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 P121

나는 농부의 마음이다. 365일 파종한다.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열매를 거두기 어렵다. - P121

나는 ‘하나‘라는 숫자부터 시작한다. 이 하나를 익히기까지 꼼꼼하게 하다 보면 다른 이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하나의 기술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둘‘의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 P121

몇 년이 지나도록 기본기만 쌓는 우리 아이들이 더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담컨대 기본기를 익힐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언정 그다음 단계에서부터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적응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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