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작품을 읽으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일부분이나마 알아가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물론 간혹가다가 너무 예전에 있었던 흔치 않은 시대적 배경(제1,2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들은 솔직히 좀 난해한 부분도 있긴 하다. 본인의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한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들은 좀 더 배경지식이 쌓이고 나서 다시 한 번 읽어보는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도 1984, 동물농장, 버마시절 같은 오웰의 작품을 읽고 나서 이 산문선을 접하다 보니 그나마 용어자체에 대한 낯섦은 좀 덜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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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 현재의 힘보다는 미래에 가질 수 있는 힘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 P645
히틀러는 패배를 <받아들이면>한 나라의 영혼이 파괴된다고 말했다. 허튼소리처럼 들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실이다. - P650
보통 저렴한 판형으로 책을 내는 인기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 P670
세인트시프리언스는 매년 우승을 거두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첫 회부터 모든 대회의 기출문제로 주입식 벼락치기 공부를 했고, 출제할 만한 문제가 무한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P780
나는 과연 고전 교육이 체벌없이 성공한 적이 있는지, 또는 성공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이들도 체벌의 효험을 믿었다. - P786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가난하지만 <똑똑한>아이들이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샘보가 투자한 금광이었으므로 이윤을 짜내야 했다. 나는 샘보와 나의 금전적 관계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파악하기 훨씬전부터 내 처지가 대부분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 P788
이러한 일들이 열 살이나 열두 살짜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아이는 균형이나 개연성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반항적일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할 만큼 축적된 경험이 없다. 대체로 아이는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변 어른들의 지식과 힘을 기상천외하게 믿어 버린다. - P801
물론 이제는 샘보의 입장에서 내가 괜찮은 투기 대상이었음을 이해한다. 그는 나에게 돈을 투자했고, 명성이라는 형태로 돌려받으려 했다. 내가 전도유망한 아이들이 가끔 그러듯 <엇나가> 버렸다면 샘보는 곧장 나를 쫓아냈을 것이다. - P804
그러나 학교가 본래 상업적 투기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기는 힘들다. 아이는 학교가 교육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교장이 학생을 훈육하는 것은 그 학생을 위해서거나 괴롭히는게 좋아서라고 믿는다. - P805
집은 완벽함과 거리가 먼 곳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지배하는 곳, 주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 P827
나는 사람이 자기 의지와 다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일찌감치 배웠고,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그것이 왜 잘못인지도 알지 못한 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 - P837
강자가 약자를 끊임없이 이기는 것이 바로 학교생활의 패턴이었다. 이기는 것이 미덕이었다. 미덕은 다른 사람보다 크고, 힘세고, 잘생기고, 돈 많고, 인기 많고, 우아하고, 비양심적인 것이었다. 즉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바보처럼 만들고, 모든 면에서 그들을 앞서는 것이 미덕이었다. - P869
삶은 위계였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옳았다. 강자는 이기는 것이 당연하면서 실제로도 항상 이겼고, 약자는 지는 것이 당연하면서 항상, 언제까지나 졌다. - P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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