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가을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알라딘 드립백이 새로 나오면 거의 빠짐없이 구입해서 마셔보는 편이기에 이번 패키지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드립백들을 최소 한 번이상은 경험했었는데, 특별히 이번 패키지에서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제가 마셔본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은 뜨거운 물에 내린 뒤 서서히 식히면서 마셨을 때 오렌지의 상큼함과 팝콘의 고소함과 다크 초콜릿의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지는 드립백 커피였습니다.

제가 앞서 소개한 이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 외에도 이미 마셔본 사람들 사이에서 맛과 향이 좋다고 검증된 6가지 유형의 각각 다른 드립백들이 이번 '드립백 가을하다'에 함께 패키징되어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져서 조금씩 추워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줄 따뜻한 커피가 생각날 때 '드립백 가을하다' 패키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듯 합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포장디자인도 세련되게 나와서 주변 지인분들께 가벼운 선물로 드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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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친형이 희귀한 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평소와 같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꼈을 저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다.

거리는 조깅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들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으리라는 증거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 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모든 의미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미드타운의 분주한 행인들 틈에 섞였다.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 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 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보자르Beaux-Arts 양식(19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

"세상에, 얘야,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들이 진짜가 아니란 건 알잖아..."

"손은 호주머니 밖으로 빼둬야 한다고. 알잖아, 신사답게 말이야."

"그래, 그러는 널 뭘 하는데?" 조니가 말한다. "그 빌어먹을 조각상들이랑 수다나 떨면서 가만히 서 있는 것 빼고."

클립 온 타이(와이셔츠 가장 위 단춧구멍에 고리를 끼워 매는 간이 넥타이)

여기선 누구든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고 아무도 그런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는 그 나무의 가지만큼 뻗어나간다고들 한다. 그건 대중들이 알고 있는 미술관의 크기만큼 끝이 없는 공간을 전시관들 아래에 있는 두 개 층에 확보하고 있는 메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재능 있는 경비원이라면 미술관 전체를 입체적으로 머릿 속에 떠올리며 어느 지하 화장실 앞에 섰을 때 아즈텍 신들이 머리 위에 있고, 그 위에는 세잔의 사과들이 있다고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재능이 모자란 나는 이따금 목재 공방, 플렉시글라스 공방, 보존 작업 스튜디오와 수장고 그리고 무기류 수리실을 지나며 기상천외한 방향들로 방황하다가 우연히 찾은 계단들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예술의 세계 어디쯤에 착륙하게 됐는지를 발견한다.

아프로퓨처리스트Afrofuturist(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기술 과학적 상상을 접목하는 문화적 장르)

"저기요, 이거 진짜예요?"

우리가 언제든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장소인 박물관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의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가 뜨고, 지고, 또 뜬다. 나일강은 범람하고, 물러났다가 또다시 범람한다. 별들은 한자리에 선 관찰자의 주위를 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회전하며 거대한 시간의 바퀴 또한 망자들을 처분하고, 새로 태어난 이들을 성숙과 숙성을 겪게 해 죽음으로 안내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사업가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도 없고, 추진할 프로젝트도 없고, 지향하는 미래도 없다. 이 일을 앞으로 30년 동안 한다 해도 아무런 발전이 없으리라는 이야기다.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장벽같은 마감 기한

나는 밝은 조명들에 눈이 한참 멀어 있었다.

나는 누가 봐도 이 일을 하는 척만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그마저도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에서 교훈을 얻기보다 최면 같은 합리화의 안락함 속으로 후퇴하기를 택했다.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 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 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동료들과 나는 일주일, 40시간 내내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사회의 사무실 관습에 따라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습에 따라 책상에서 책을 펼 수도, 머리를 식히는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두가 그렇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맨해튼 중심부를 발밑에 둔 번쩍이는 고층 건물의 권위 있는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 불과한 것이었다. 받은 메일함, 보낸 메일함, 전송.

담배를 피우는 몇 분 동안만큼은 나는 허클베리 핀이었다. 세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고, 내 의견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강을 지긋이 바라보는 허클베리 핀. 그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아문-레Amun-Re(이집트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테베에서 숭배되던 바람과 공기의 신 ‘아문‘과 태양신 ‘레‘ 혹은 ‘라‘ 가 합쳐져 탄생한 신)

핫셉수트의 조각상은 원래 예술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트의 세계에 여왕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렇기에 더욱 더 그 무심함이 두드러진다.

사람의 몸은 남지 않는다.

스톡홀롬 증후군 (인질이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가해자들에게 공포나 증오가 아닌 애착이나 온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인 현상)

이상하게 한두 시간 동안이라면 고통스러울 일도 아주 다량으로 겪다보면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일이 끝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할 삶에 적응해버렸다.

여신 이시스Isis (이집트의 아홉 주신主神 중 하나로 하늘의 신 호루스를 낳은 신성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받들어진다)

애스터 코트는 명나라 학자의 정원을 미술관 내에 재현한 곳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흡수할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종류의 경험

시각 예술은 그 획들을 화면에 잡아두며 끝나지 않는 공연을 펼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너그럽게 느껴진다.

보는 이의 시점을 기준으로 풍경이 수평적으로 멀어지며 거리감이 생기도록 하는 원근 기법인 평원平遠

콜로폰Colophon(책 등의 간행본에서 출판한 때, 곳, 간행자 정보 등을 적은 페이지. 간기刊記라고도 한다.)

보통 나는 중국어 구절들에 시간을 전혀 할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 뭐라고 쓰여있는지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로 형용하기에는 너무나 미묘하고 또 너무 순수하게 시각적인 것들이다. 이런 순간에 얼마나 많은 감각적인 경험이 언어의 틈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지 깨닫는다.

서예가들의 기술과 관록은 예술 행위의 가장 근원적인 충동을 고도의 기교를 통해 보여준다. 빈 표면에 짙은 자국을 남겨 그것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은 그런 충동말이다.

‘비단에 수묵‘은 자비라고는 바랄 수 없는 재료다. 어떤 경우에도 다시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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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다른 책을 빌리러 방문했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덤으로 빌려온 책이다.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저 역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세상에 버려졌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 P9

저를 존중으로 대해주시는 주민들이 계시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 P20

지나고 나니 모두 추억입니다. 한때의 고생이었지만 좋은 기억만 남았습니다. 인생이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내일도 또다시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오늘 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 P24

‘내년에 1년 더 아내를 고생시키느니, 지금 1시간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낫다.‘, ‘아이들이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는데, 내가 떨어지면 애들은 누구를 믿고 공부를 할까.‘라는 생각을 끝없이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공부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마지막 순간에 조금 1시간 더, 1문제 더 공부할 수 있는 열정이 되었습니다. - P26

여러분들이 저와 상황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힘든 몸을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 P26

오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니, 오늘 공부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27

웬만하면 아침에 나와 상쾌한 심리상태를 유지했습니다. - P27

제가 동차로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단숨에 동차로 끝내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P28

동차로 합격하려면 2차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모든 것을 2차 시험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1차시험과 2차 시험을 단계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1차 시험은 2차 시험을 객관식으로 어레인지한 것에 불과하다. 2차 시험이 더 어럽고 폭넓으니까 공부는 2차 시험으로 하고, 1차 때에 맞춰서 사고와 속도만 살짝 조정하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차 시험이 2달 정도 남은 시점에, 1차 시험을 위해 잠깐 어레인지를 하고, 합격한 뒤 바로 다시 2차에 맞추어 사고를 했습니다. - P28

2차 시험으로 공부한다는 뜻은, 회계를 예로 들면, 주관식 문제를 노트에 분개를 쓰면서 풀이하는 방식으로만 공부했습니다. 계산기로 빨리 두드려서 객관식 답을 내는 식으로 하지 않고, 전부 풀이과정을 적으면서 공부했습니다. 나중에는 하도 반복하다 보니 이것이 와꾸가 되어서 머릿속에 박혀서, 1차도 수월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 P28

저는 공부는 힘들고 귀찮아도 손으로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고, 눈으로 귀로 공부하면 잘 되는 것 같아도 나중에 결국 잊으면 다시 해야 해서 오히려 비효울이라고 생각해서, 늘 쓰면서 공부했습니다. - P28

손으로 쓴다는 것은 필기를 받아적는다는 뜻이 아니며, 문제를 마주하고 내 머리와 내 손으로 문제를 푸는 것을 말합니다. 필기는 서브노트에 다 있으므로 받아적지는 않고, 서브노트에 없는 내용을 메모하기만 했습니다. - P28

기본강의를 다 듣고 나서는, 세법학 동차 강의만 들었고 나머지 과목 동차 강의와 심화강의는 듣지 않고, 곧바로 유예 1기 강의를 들었습니다. 유예로 올해 꼭 붙어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서, 꼭 붙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를 들으면 나도 붙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P29

유예 1기 초에 학원에 다녔는데 초시생 애송이라 스터디동료들이 싫어할까 봐 유예라고 둘러댔는데, 밑천이 탄로날까 봐 모임 때마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내 시험 때문에 그들을 이용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려면, 내가 저 사람들보다 더 잘 알아와서 폐를 안 끼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모임부터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P29

순위표에 이름을 올린다는 목표 의식이 긴장을 유지시켜 주었습니다. - P30

그 순위가 시험의 성적은 아닐지라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 P30

누가 연락을 하든,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내 시험보다는 중요한 일은 없다, 누구도 내 목표에 지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P30

공부가 늘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저 나름대로 다른 오락거리를 찾았습니다. 예를 들어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이런 책이나, 부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동료들은 제가 허튼짓을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 책들이 재밌게 느껴지고, 그런 책을 보며 회계의 역사를 알고 나니 다시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 내가 전문가가 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 P30

결과론인지는 몰라도, 지나고 나니 분개식 공부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분개를 할 때마다 그 숫자들이 재무상태표의 각 자리에 맞게 기록되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기적으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또 늘 대차평균의 검증을 할 수 있어서 실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 P31

정정운 선생님 노랭이는 논리와 사고를 키워주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정병창 선생님 스터디가이드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 P32

주된 선생님을 가져가시면서 그들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시각이 다른 한 분의 말씀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P32

목차를 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떤 세법을 들어가기 전에 항상 3~5일간 시간을 들여서 목차를 먼저 외웠는데, 이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물어볼 때, 그 내용을 내 기억 중 어디를 더듬어서 찾아내야 할지 고민 없이, 폴더를 열어 꺼내듯이 기억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목차를 백지에 써 내려가면서, 점점 더 세분화된 목차를 하위분류하면서, 결국에는 전반적인 내용을 머리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 P33

각 항목들의 취지 요건 효과를 나중에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 P33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의심하라‘ - P34

"본인의 전문성을 문화예술에 접목하기 전에 먼저 그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 P34

저희 업계에서 주류 분야라고 하면, [기장 분야], [재산 분야], [조사 분야], [불복 분야] 등이 있습니다. - P35

무엇을 하겠다고 미리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라도 각 분야의 본질에 대해서는 실무에서 겪어봐야만 압니다. 그저 때가 되면 제 분야를 알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 P35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를 묻는 손님이었고, 그중에서도 재개발/재건축이 결합된 양도소득세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산 분야가 제 전문이 되었고, 틈틈이 미술 세무도 연구하며 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 P35

우연히 수험생 시절 안수남 세무사님께서 다주택자의 세금에 관해 쓴 책을 사게 되었는데, 그분께서 사례 중심으로 세법을 쉽게 풀어주신 덕분인지 다 이해는 못 해도 양도소득세에 애착을 갖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 P36

수습 세무사는 뭐든지 익히고 따라가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해냈습니다. 주중에는 야근을 하고 주말마다 신림동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중개사들이 듣는 부동산 공법 강의도 듣고, 교과서도 보고, 부동산 대책을 제본해서 들고 다니면서 외웠습니다. - P36

고객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정말 높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게 남의 돈을 벌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일 것입니다. - P36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취득세를 다 물어보십니다. 고객들은[취득-보유-양도]의 주기로 부동산 전략을 짜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 임대주택 관련 조세특례까지 다 알고 오시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하면 금세 밑천이 다 드러납니다. 부동산 세제 변화를 조금만 못 따라가면 손님이 저를 바로 얕잡아 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 P37

반대로 제가 아는 만큼 손님들의 만족감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런 재미도 있었습니다.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고객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익숙해지고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젊은 저를 의심하던 고객께서 상담이 끝나면서 만족하는 표정을 지을 때 정말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P37

실력이 조금 늘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전문가는 완벽해야 합니다. 양도소득세는 비과세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중과세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세금이 아예 안 나오던 것이 수억 원이 추정됩니다. - P37

양도소득세를 해보고 나서야 전문직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 판단이 수억을 오가게 합니다. 사람들이 제 조언을 듣고 수억 원짜리 판단을 내립니다. - P37

어떨 때는 세법이 아닌 것도 물어보기도 합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모르는 분야도 함부로 조언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전문가는 알아야 할 것은 확실히 알아서 알려주고, 모르는 것은 절대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된다는 건 호랑이 등에 올라타기라는 걸 아는 순간 조금씩 겸손해집니다. - P37

의사의 판단에는 사람 목숨이 달려있습니다. 변호사의 판단에는 의뢰인이 인생이 달려있습니다. 회계사의 판단에는 수십 명 수백 명이 먹고사는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다들 어떻게 견디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 P38

일 처리 규칙이 몇 가지 생겼습니다. [반드시 3일에 걸쳐 세 번을 검토하고 신고할 것]. [동료 세무사에게 수고료를 주고라도 더블체크를 해볼 것]. [항상 제본을 들고 다니면서, 고객에게 텍스트를 보여주면서 결론을 내릴 것], [창피해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조사해서 알려준다고 말할 것(고객은 생각보다 이 말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찜찜한 느낌이 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말고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고 말할 것(고객은 이 말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입니다. - P38

몇 겹으로 그물을 쳐야만 안심할 수 있습니다. 저를 지켜주는 습관들입니다. - P38

가만히 앉아서 감당이 될 리가 없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그냥 이제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입니다. 그 보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 P39

댓글을 달다 보면 사람들이 자주 궁금해하는 것도 파악되고 트렌드도 알 수 있습니다. - P39

며칠만 부동산 세금 생각하지 않으면 지식이 금세 무뎌집니다.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나 자신이 그것을 안다.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이야기했다는데요, 세무사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 P39

지식을 항상 샤프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저를 좋게 봐주고 주변에 제 이름을 소개해주신 손님 체면이 구겨집니다. 사업가에게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됩니다. 이제는 혼자서 사무실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갈고 닦아야지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P39

정말이지 작두날을 타는 무당의 심정으로 신중하게 합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크게 잃을수 있다는 걸 명심합니다. 스스로 세운 규칙을 지키려 합니다. - P39

산다는 건・・・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 P40

프로들의 세계는 너그럽지 않습니다. - P45

뭐라 하면 가만히 들어야지 별수 없습니다. - P45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사람들은 신음소리 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같이 힘들 때 내가 잘못했다고 뒤집어쓰는 사람하고만 같이 갈 수 있습니다. 힘들 때 동료 탓을 하면 몽땅 다 잃습니다. - P45

책임져야 합니다. 오로지 좋은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조건이 결과를 망쳤을 때 아마추어는 악조건을 말합니다. 프로는 결과만 말합니다. - P46

예술의 세계나 세무사의 세계나 프로에게는 정면돌파밖에 없다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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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본문의 주요 배경이 미술관이다보니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이를 계기로 예술 분야에도 얼마간의 배경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단순한 배경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100자평과 리뷰들을 간단히 살펴봤다. 간혹 보이는 후기들 중에 전문가의 시각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봐서 아쉽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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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의 어머니가 큰 아들의 죽음을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 어디 막연하고 막다른 곳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해낼 수 있는 것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디에서 일하든 생각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해.

너와 나, 우리는 거장들과 함께 일하는 거야. 두초, 페르메이르, 벨라스케스, 카라바조.

모린Maureen형(두루 친절하고 인정을 베푸는 사람을 뜻하는 대명사)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

예술만이 가진 특별한 힘

수많은 방문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신비로운 감정에 반응 하는 것

위대한 책과 위대한 예술은 나에게 그렇게 엄청난 것으로 다가왔다.

소리 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인식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에서 나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언어를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형인 톰이 갑자기 병상에 눕게 되면서 모든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정작 나에게 아름다움, 우아함, 상실 그리고 어쩌면 예술의 의미를 가르쳐준 것은 그런 조용한 공간들이었다.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열한 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그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고 찢어지는 듯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고 싶었다.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전시관을 거닐다 보면 낯설고 먼 땅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옆구리를 찌르는 동반자도 없이 혼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도시를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놀랍도록 몰입하게 되는 경험인지 알 것이다.

그림을 보다가 페르메이르가 포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가끔 친숙한 환경 그 자체에 장대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가 바로 그 느낌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형 톰의 병실에서 끊임없이 들었던 느낌이었고, 쥐 죽은 듯 고요한 메트의 아침이면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느낌이기도 했다.

베네치아라는 이름도 ‘바닷물처럼 푸른‘이라는 뜻의 라틴어 ‘베네투스venetus‘에서 파생한 것이다.

16세기 베네치아의 가장 위대한 화가는 ‘티션Titi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다. 마치 물웅덩이와 적포도주를 섞어서 색을 빚어내기라도 하듯 그는 자신이 그려내는 광경을 장미빛으로 감쌌다.

아도니스는 죽고 비너스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빠져 그의 흐르는 피에서 붉은 아네모네 꽃이 피어나도록 한다. 아네모네라는 이름은 ‘바람에서 태어나다‘라는 뜻이다.

작품이 내 안에 불러 일으키는 감각

살아 숨 쉬는 기억, 살아 숨 쉬는 마법, 살아 숨 쉬는 예술... 뭐라 불러도 좋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고,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인간의 영혼이 그랬으면 하는 바로 그 상태 말이다.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이미지

미술관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느끼고 싶은 것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수난‘이라 번역되는 영어 단어 ‘Passion‘은 원래 ‘고통을 받다, 견디다, 참아내다‘ 라는 의미다. 예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 종교적 자학,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수탄, 피에타 등이 있다.

옛 거장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에너지를 전부 쏟아, 한 사람의 짧고 힘든 삶을 통해 모든 경의와 두려움을 묘사한 것 같다.

옛 거장들은 예수의 삶에서 가장 반향이 큰 부분은 그의 인생이 시작된 지점과 끝난 지점이라고 확신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부활, 승천, 왕좌에 앉은 그리스도와 같이 초인간적인 존재로서의 그리스도를 묘사한 그림들보다 인간의 육신을 가졌을 때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이 대여섯 배는 많았다.

그가 고통을 받고 있는 그림에서는 머리 뒤의 후광이 아니라면 그가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다.

베르나르도 다디에게 그림은 고통스럽지만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생각을 돕는 도구였을 것이다.

나는 예수의 그림들에서 새롭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찾는데 관심이 없다. 내가 이해한 건 다디는 고통 그 자체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은 고통에 관한 것이다. 고통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그림을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다.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동생에게 형은 언제나 다 큰 어른인 법이다.

"너나 내가 기계를 만든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겠지. 최소한의 부품을 써서 깔끔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만 살아있는 자연은 전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아. 겹치는 것도 엄청나게 많고, 빙빙 돌고. 주제 하나를 놓고 수백만 개의 변형을 만들어내. 그래서 4분의 3쯤 잘못돼도 생명체는 죽질 않아. 그 결과로 생기는 게 골드버그 장치 같은 건데, 무지 튼튼한 골드버그 장치인거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괴상하고 엄청나게 여러 겹을 가진 물건이 탄생하는 거야. 글자 그대로 상상이 불가능한 물건. 무슨 말이냐면 우리 두뇌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고 엄청난 것이 작은 세포 안에 숨겨져 있다는 예기야."

살아있는 모든 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진화했다는 사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톰의 왼쪽 다리에 있던 세포 하나가 변이를 거쳐 군대를 일으키고 그를 포위하게 되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

라인배커(미식 축구에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태클을 걸며 방어하는 수비수)

결혼식이 끝나고 형은 왼쯕 허벅지에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해 11월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방사선 치료와 화학 요법이 계속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1월, 암이 폐에 전이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생물 수학이 웃기는 게 가끔은 나도 장외 홈런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야. 멋들어진 순수 수학뿐 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거든. 믿기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 들어."

"뭔가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긴 하겠지."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위대한 예술이 그렇게 쉽게 평범한 환경과 섞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 전까지는 늘 그 반대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대성당 벽에 그린 작품이나 고전이라 불리는 책으로 남긴 위대한 예술은 입을 헤 벌린 채 쳐다보는 것 혹은 눈을 크게 뜨고 뚫어져라 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난극처럼 숭고한 이야기마저 가깝고 신비스럽지 않은 이야기, 바로 그 병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숨김없이 표현하려는 시도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녘이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형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바라봤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 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그 우아함을 보았다.

"우리 좀 봐." 어머니가 말했다.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스물여섯 살짜리 아들을 땅에 묻은 후에 자신의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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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그렇지만 명보는 서운하지 않았다. 수년째 비슷한 경험...

1년 전 오늘 읽었던 내용 중에 첫 번째 밑줄 친 문장이 가슴깊이 와닿게 느껴졌다. 핵심은 평소 아무리 친하던 사이라도 돈 문제가 개입되면 금세 냉랭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이 소설 속 배경인 일제시대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돈이 피보다 진하다‘

어떤 분들에겐 좀 씁쓸하게 들릴수도 있는 말이지만, 피가 섞인 가족끼리든 혹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나 이웃끼리든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돌변하는 경우들이 우리 사회에 부지기수인건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참 돈이란 게 많으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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