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하나‘만 죽어라 하던 아이들이 하나 다음에 둘을, 둘 다음에 셋을 완성하다 보면 그 이후의 성장세는 놀랍다. 정체기가 찾아와도 그리 오래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마치 대나무를 보는 듯하다. - P122
대나무는 땅 밑에서 뿌리 작업을 하는 데만 5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견고한 대나무를 지상으로 뻗어내기 위한 작업을 땅속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 하는 것이다. 대나무가 위로 뻗어 나오는 것만 중요하다 생각했다면, 땅속 견고한 뿌리 없이 위로 뻗기만 했다면, 어느 날 사소한 태풍에도 쉬이 넘어갈 것이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태풍과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다. - P122
위로 뻗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기본 작업을 깊고 넓게 해야 한다. 위로 올라오는건 늦어질 수 있지만, 이 작업이 끝나고부터는 대나무는 잘 자랄때는 하루에 20, 30센티미터씩도 자란다고 한다. - P123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 P123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무엇 때문에 초조한가?"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 P123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만 생각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차오를 틈이 없다.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 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 "네가 행복하면 됐다." 이 마음이면 충분한 것이다. - P124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경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고 그 말도 일면 맞지만, 기본이 잘된 어린 천구들은 감각이 뛰어나서 몇 경기만 뛰어도 금방 적응을 한다. 볼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 몇 경기에 출전해봤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P124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기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더 빨리해보겠다고 무딘 도끼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 P125
다행히 아이들은 날 믿어주었다. ‘하나‘를 하고 나면 ‘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하나‘를 해내고 나면 자신에게 어떤 기본기가 쌓이는지 경험으로 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셋‘을 기대하며 ‘둘‘을 훈련했다. 실력이 늘고 재미가 붙었다. 힘들었지만 그 재미에 빠진 것이다. - P125
기본기는 실전 경기에서 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볼을 다루는 것에는 패스, 드리블, 헤딩, 슈팅이 있다. 이것을 정확하게 이행할 때 경기에서 조합이 된다. 나는 볼리프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볼컨트롤과 트래핑, 패스, 드리블. 마지막에 가서 슈팅을 한다. - P128
볼과 내 몸이 하나가 돼야 했다. - P128
"때론 멍청한 호랑이보다 나가서 쏘는 벌이 더 나아. 망건 쓰자 파장이라는 말이 있어. 시장에 갈 거면 빨리 모자 쓰고 길을 나서야지.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 보면 찾아온 기회조차 다 놓칠 수 있어" - P130
운동장에 소금기가 있어야 겨울에 눈도 빨리 녹고 여름엔 건조하지않고 푸석푸석해서 넘어져도 다칠 일이 적다. - P131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훈련을 거를 수는 없었다. - P131
슈팅까지 가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볼컨트롤을 하고 패스를 하고 돌파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슈팅은 그다음이다. 어린 나이부터 과도하게 슈팅 훈련을 할 경우 쉽게 무릎이 상할 수 있다. 실제로 성인이 되기 전에 무릎 수술을 두 번 이상 한 어린 선수들도 많이 보았다. 만 18세가 넘어 근력 운동을 바탕으로 슈팅을 하면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 - P132
어릴 때나 성인이 됐을 때나 나는 선수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훈련하고자 했다. 훈련을 위해 하는 일이었으니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축구 선수가 축구에 필요한 체력과 근육 외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배려하는 것도 지도자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훈련 외의 모든 것들은 지도하는 내가 하면 될 일이었다. - P132
나는 태생이 야인이었고 비주류였다. 또라이, 이단아 취급은 늘상이었지만 애초에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누구 도움을 받으려 한 적도 없고 누가 괜한 친절을 베풀며 곁을 주는 것도 달갑지 않다. - P133
"죽을 때까지 공부는 멈출 수 없다" - P135
책에는 정말로 무궁한 지혜와 지식이 담겨 있다. - P138
내가 스스로 터득해 깨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발견하지 못한 지식과 지혜들을 책 속에서 발견해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 P138
삶이라는 해전에서 책은 함선과도 같은 역할을 해준다.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듯 책이 없으면 삶을 헤쳐갈 수 없다. - P138
책은 단순한 유희의 도구가 아니라 절실한 생존의 도구였다. - P138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노트도 반복해서 읽다 보면, 비로소 내 안에 기억의 궁전이 세워진다. - P139
내가 책을 중시하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갈급함,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 P140
축구가 좋아 축구를 하는 것이지 돈을 구걸하러 축구판을 기웃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 P141
내 삶의 고비 고비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가 책이었다. - P141
기회라는 건 아주 조용히 옵니다. 그리고 기회는 악착같이 내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 P142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합니다. - P142
책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했을 때, 의외의 기회, 꼼수가 아닌 내가 노력한 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 P142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은, 혼자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는 것이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위안을 얻는다. - P143
어린 시절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책임감을 기본으로 착장하고 성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 P144
절대, 대충할 수 없었다고. 절대, 게을리할 수 없었다고. - P144
가정은 최초의 학교고 최고의 학교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에 앞서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운다. - P144
아무리 좋고 옳은 말로 가르치고 훈육한다 해도 부모가 그런 살을 살고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들보가 휘면 기둥이 휜다. 부모가 올바른데 자식이 휘겠는가. - P144
내가 입으로만 시키고 말로만 지도한다면, 아이들도 지칠 텐데 그것을 참고 견딜 수 있겠는가. 같이 뛰고 같이 힘들면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다. - P144
아이들이 어느 순간 안주하고 발전할 생각이 보이지 않으면 나는 아이들의 운동을 멈추게 한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먼저 바로 서지 않으면 안 된다. - P145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 P145
아이들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새처럼 세상을 조감할 수 없다. 막막하고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책과 선인의 말씀을 늘 곁에 둔다면 그 안에서 조금의 답은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가 그 역할을 해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 P145
몇 가지 정형화된 길 안에 과연 내 자식의 행복도 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 P146
내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딱 한 마디로 줄이면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46
한 사람의 솜씨를 알려면 상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설거지를 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분야든, 어떤 일을 하든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바르고 곧아야 한다. - P146
행복이란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성공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부모의 짧은 생각으로 정한 길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 P147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이 질문을 염두에 두면 인생의 많은 선택지 앞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길을 택할 수 있다. - P147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만 생각해봐. 그것이 뭔지 알면 결정은 바로 내릴 수 있다. 네가 원하는 걸로 결정을 해라. 사람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 네가 보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이거라고 생각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장 그것을 해라." - P147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이것 말고는 없나?‘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자기 스스로에게 문제를 던지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 P149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어린 시절 고민했던 문제들을 다 끄집어내서 펼쳐놓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내가 배운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연구하는 건 당연지사였고,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월드컵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들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했다. 당시 VCR로 녹화한 VHS 비디오테이프가 200개가 넘었다. 그 비디오를 보고 또 봤다.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봤다. - P150
‘지금 저 상황에서 저 선수처럼 저런 움직임을 완성하려면 어떤 기본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진짜 기술로 만들 수 있을까?‘ - P150
그때 봤던 명경기, 명장면은 내게 큰 자양분이 됐다. 좋은 경기를 죽어라 보며 거기서 훈련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경기 영상을 보고 전술 프로그램이 아닌 기본기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기본기와 전술 훈련이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 두 가지 중 선후를 따지자면 단연 기본기가 먼저다. 기본기 안에서 전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탄탄하게 갖춰져야 한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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