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 꼭 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서 못 참겠으면 소리라도 질러. 화병 그거 진짜 괴로운 거거든.
‘적을 속이기 위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가 되어야 하네.‘
어차피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으니죽을 만큼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기는 하겠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참을수 있다.
"하...... 거 맞기 딱 좋은 날이로군."
주먹을 움켜쥐기까지 하며 말하는 원담의 그 모습에 전풍은 입을 다물었다. 본능은 위험하다며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데 이성은 그 감각을 현실에 빗대어 설명하질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이야기해 봐야 역효과만 날 거다.
확실하게 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장에라도 들어 올리고 싶다. 하지만 조금 참아야 한다. 확실하게 느낌이 올 때까지.
"똑같은 낚싯대이거늘 어찌 총군사의 것에만 그리 잘 낚이는 것인지 모르겠군." "기술이죠, 기술. 안 물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뭐 그런 노하우라고나 할까?"
"후일 사가들에게 비겁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나 역시 미친 듯이 싸워야 한다. 거의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기다시피 하며 내가 창을 휘둘렀다. 형님처럼 서넛, 네다섯을 한 번에 쓰러트리지는 못해도적지 않은 숫자가 내 창에 쓰러져 간다. 날 향해 찔러져 오는 창을 쳐내고, 절영을 보호하며 근처에 있는 놈들의 가슴팍을 찌르는 걸 반복하다가 보니 뭔가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이 몸속에서 눈을 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손에 쥔 창이 가벼워지고, 몸놀림이 조금씩 빨라진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병사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고, 당장에 어떤 자가 제일 위험하고 어떤 자가 가장 덜 위험한지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후성이가 단검을 꺼내 원담을 묶고 있던 밧줄을 끊어내고서 놈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원담이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한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꼴에 자존심은 남아서. 살려서 돌려보내 준다는데 뭐, 표정이 뭐 그래?" "네놈들은 날 살려 보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말 하는 놈들 치고 진짜로 무서운 놈은 하나도 없더라." 진짜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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