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초창기였던 90년대 후반에 나왔던 게임들의 탄생스토리들을 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실제로도 이와 유사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탄탄한 스토리 전개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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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리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더라.
사람의 인상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주변의 환경이 만든다는 말도 있었으니까.
"게임이든 운동이든, 혼자 할 때보다 같이 모여서 하는 게 훨씬 재미있지 않습니까."
마음이 쫓기고 있으니 집중이 안 되고, 집중이 안 되니 실수가 연달아 터져나온다.
그가 덱슨에서 퇴사했을 때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은 그가 상상한 이상으로 높았다. 대중의 인식이 게임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었기에 투자받기는커녕 개발을 시작할 회사를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겨우겨우 K네트라는 곳에 둥지를 틀긴 했다만 그것도 이제 한계가 보였다.
"원래 합이 맞는 직원들과 계속 작업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개발팀이라는 배의 선장은 당연히 팀장이신 김지경 씨고, 저는 그 항해를 지원하게 될 테니 당연히 등대 아니겠습니까."
이 어려운 시기에 돈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있는 건 없으리라.
"저는 제 능력을 보여드렸으니, 이젠 여러분이 제게 능력을 보여줄 차례 같은데요."
"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 기회를...... 그렇지! 특정 레벨을 달성하면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그렇게 해두면 그 레벨에 도달하기위한 동기부여도 될 테고요."
게임 개발은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컴컴한 터널을 달리는 것과 같았다. 게임이 완성되기 전에는 성공과 실패 중에 어느 쪽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혼자서 하면 그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없다. 지금처럼 지인과 모여서 하거나, 혹은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과 함께 즐겨야만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면, 그 힘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 그런데 그런 위치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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