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부러 일 이야기가 아니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의 애를 좀 태우고 싶어서 였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유정렬은 곧장 결과부터 내뱉는다.
"전부 허가해 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가맹점에 가서도 지금처럼 어리바리한 모습 보일 건가요? 고객에게 신뢰를 주려면 작은 실수도 나와선 안 됩니다."

자신이 정답이라고 못을 박아둔 듯한 말투다. 이런 사람에겐 자신이 오답도 낼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줄 필요가 있었다.

고집덩어리 개구리를 변화시킬 방법은 딱 하나다. 우물 밖에서 떠온 신문물을 주둥이에 강제로 처넣어 주는 것. 그게 전부다.

"플레이 수준을 보니, 여기 사내 테스터 팀은 제 선에서도 정리할 수 있을 거같은데요?"
대놓고 도발을 던졌다. 그러자 플랭키에게 곧장 반응이 나타난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역시 바로 입질이 오는군.
참고로 게이머에겐 ‘너 진짜 못생겼어‘라는 도발보다 ‘너 게임 진짜 못하더라?‘라는 도발이 몇 배는 더 강력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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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마속이 제갈량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산위에 진을 쳤다가 조조군에게 몰살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여기는 제갈량이 아니라 위속이 있기에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장수가 두려워하면 군의 사기가 함께 떨어지는 법일세."

쉬는 날 부하 직원들 데리고 등산하자는 인간들이나, 멀쩡하게 길목만 막으면 되는 거를 기어코 산 위로 올라가서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놈이나. 다 도움이 안 된다.

"막상 그 지시대로 하고 나면 왜 그런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겠지. 불 속으로 뛰어들라면 뛰어들 것이고, 맨몸으로 적들에게 나아가 투항하라면 그리하리다. 이야기만 해 주시오. 우리가 어찌하면 되겠소?"
진지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주유가 말했다.
말만 하지 않았을 뿐, 마량도 주유와 같은 마음이라는 듯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위월아. 장료랑 고순한테 사람을 보내.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그래도 혹시모르니 너는 중앙에서 대기하고."
"주공께서 그리 말씀을 하셨는데도 의심하시는 겁니까?"
"에헤이, 이 사람아. 의심이라니? 그냥 만약을 대비하자는 거잖아. 전쟁에서는 최선이 아니라 최악에 대비하고 모든 계획을 짜야 한다는 거 안 배웠어?"
"장군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이제...... 정말로 끝이다.
통일이다.

"그저 여유로움이 좋을 뿐이외다. 강자아가 그랬듯, 총군사의 옆에서 세월이나 낚아볼까 하오."
"흐. 말동무가 있으면 좋죠. 낚시라는게 원래 물고기 잡는 게 반, 수다가 반이라."
"흐흐. 총군사와 함께라면 늘그막에 즐거울 것 같소이다. 이제는 늙어서 눈도 침침해진 것이 업무를 보는 게 질리오. 역시 늙으면 쉬는 게 최고인 게지."
"그렇죠, 그렇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금빛으로 수놓아진 용이 있어야 할 형님의 용포 등부분에 얼기설기 새긴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글자는 정확히, 백만지적(百萬之敵)이었다.
"흐흐흐. 짐이 백만지적이다!"

"진짜 형님은 못 말리겠다니까."
한평생 달라지는 거 없이, 일관적인 캐릭터다.
크.
남자다, 남자.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내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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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업어 키운 여포 05 업어 키운 여포 5
유수流水 / KW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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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여포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아한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능력인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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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연막작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나를 주시하는 하이에나들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웅크리고 힘을 비축할 때야.
그러다 때가 되면, 쫓아올 엄두도 못 낼속도로 단숨에 치고 나가는 거다.

"예, 컴퓨터라는 게 어차피 대기업 것이든, 중견 기업 것이든, 알맹이는 다 똑같지 않습니까. 사후 서비스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중견 기업만돼도 같은 기간을 보증하기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서용호와 유정렬은 물산을 빨리 망하게 하고 싶었을 거다. 그래야 건설에서 곳간을 털어먹었다는 흔적이 사라질 테니까.
그런 그들에게 허태식이 물어온 완제품 컴퓨터 아이템은 눈엣가시 같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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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남만의 병사들은 계속해서 겁에 질린 학맹 휘하 병사들을 향해 파고들어 곡도를 휘두르고,  그 숫자를 줄이는 것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봐도 나 같이 괴물 같은 장수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을 거다. 반기를 든다고 해도 내 수명이 다하고 난 다음에나, 그러고도 우리쪽의 상황이 어지러워지고 나서야 가능할 터.
힘에 의한, 공포로 만들어진 복속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나쁠 건 없지.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갑자기 달라진다는데.

"뭐, 그렇지요. 이미 마음이 떠난 자들을 억지로 자리에 앉혀 놔 봐야 제대로 일이 돌아갈 리가 만무하니."
결국엔 의지 있는 자들을 모아 새롭게 업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거다.

강한 자에게 붙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호족 놈들은 이미 여포 놈의 발을 핥는 중이고요."

결국, 여포는 이 병력을 조조에게 몰아줘서 스스로가 백만지적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지도록 만든 거다.
다른 노림수 따위는 하나도 없다.
오직 그거 하나만 있을 뿐.

원담을 살려서 조조에게 보내는 것과 이곳에서 그 휘하 병력을 모조리 박살내는 것의 손익계산서가 촤르륵 제갈량의 머릿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살려서 보내는 게 더 이득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게 이득이라는 건 확실하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할거라던데? 너희도 이 말을 믿어봐. 지금 고생하는 거, 이거 잠깐이다?"

"당황하지 마라. 장수는 언제나 태산과도 같이 무겁게 평정을 유지해야 함을아직도 모른단 말이더냐?"
"하, 하지만."
"장수가 당황하면 병사들은 흔들리고,
장수가 흔들리면 병사들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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