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점은 가족 간 갈등이다.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천차만별 가족의 사연이 일거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형제자매 사이라도 특정 자식에 대한 편애와 차별, 부모님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고, 지금 각자 처한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십중팔구 다툼이 일어난다. 그것을 잘 들어주는 것도 내 중요한 업무다. 상속 업무에서 세무사는 어느 정도 심리상담사가 된다. - P74
만약 유족 간 다툼이 없다면, 돌아가신 분께서 정말로 지혜롭게 정리를 마쳐주셨거나,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상속이 뭔지 아는 어른들은, 당신 재산이 반목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미리 세무사를 찾아오기도 한다. - P74
공평하게 줘야 하는데, 큰 애가 사업이 안 돼서 걱정인데, 둘째가 손주를 둘이나 키워서 여유가 없을 텐데, 막내가 서운할 텐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부모는 마지막까지 자식 걱정뿐이구나 생각한다. - P74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속 재산의 귀속을 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상 거리끼게 되어 있다.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아는데도 그렇다. - P75
그렇다고 현명한 자식이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도 없다.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님의 마지막을 입에 담으면서 재산의 귀속을 논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불효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이 다가오면 급박하게 일이 전개된다. - P75
세무사가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잘 리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위기상황에서 유족들이 전문성을 가진 세무사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편이므로, 세무사 하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속 업무에서 다시, 어느 정도 세무사는 선장이 된다. - P75
나는 특히 상속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뜻과 남은 가족의 화평이라고 말씀드린다. 그것을 취할 수 있다면, 세금을 조금 더 내는 것은 감수할 만하다고 말씀드린다. 틀림없이 그것이 돌아가신 분의 뜻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상속 업무의 의뢰인은 돌아가신 분이라고 봐도 좋다. - P75
평소에 재물이라는 것을 다룰줄 알고 재물이 삶을 휘두르지 않도록 통제하는 법을 아는 손님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한다. 부모님께서 평생에 걸쳐 일구어 낸 재산을 잘 이어받아 삶을 이어나간다. - P75
세무사이기 때문에 여느 또래들보다 삶의 끝을 생각할 기회가 더 많다. 상속 업무를 맡을 때마다, 돌아가신 분의 삶을 생각해 본다. 삶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본다. 힘든 업무이지만 내 안에 가장 많은 것이 남는다. 이 직업의 좋은 면 중에 하나다. - P76
상속 재산을 볼 때는 꼭 종유석을 바라보는 기분이 된다. 한 방울 한 방울 돌아가신 분의 축적된 인생을 본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잘 다루어 유족들에게 넘겨줄 의무가 있다. 상속 업무에서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세무사는 철학자가 된다. - P76
에르메스는 좋은 마구를 만들던 사업에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귀부인들의 주얼리나 옷을 공급하던 비즈니스와는 달리 귀족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주로 마부들과 대면하던 에르메스였기 때문에, 상당히 독특한 멘털리티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합니다. - P78
[에르메스를 만드는 사람]은 [에르메스의 고객]이 아니라는 멘털리티입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건만, 스스로 귀족 멘털리티 대신 한결 가벼운 태도, 위트 있는 광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P78
부동산 세무사로 살다 보면, 엑셀에 아무런 생각 없이 30억이고 50억이고 입력할 때가 있습니다. 세금이 2억 3억 나와도 ‘별로 많지 않네~‘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세금이 2천만 원 차이가 나면, ‘이건 별로 실익도 없네~‘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 P78
제가 오늘 다룬 숫자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합니다. - P78
어차피 제 손으로 벌지 않은 돈은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의 부를 피상적으로 대합니다. - P79
부 앞에 감정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경외심일 수도, 질시일 수도 있고, 자괴감일 수도 있지만, 감정은 손님에게 새어 나오게 됩니다. - P79
세무사 앞에서만큼은 손님은 모든 것을 오픈하는 것이 전제가 되는 바, 세무사는 편안한 존재여야 합니다. 손님들이 여지껏 부를 쌓으면서 느껴왔던, 부가 야기하는 특유한 피로감, 적어도 세무사 앞에서는 그런 피로감이 없어야 합니다. - P79
제 안에서 부에 대한 감정이 일어나려고 하면 최대한 침착함과 중립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건조하게 숫자를 도출하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평가하지 않습니다. 함부로 전망하지 않습니다. 손님들은 그럴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P79
에르메스의 멘틸리티에 대해 들으며, 손님과 부 앞에 마주 앉은 세무사의 멘털리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 P79
제 서비스는 최고여야 한다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제 이름으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후진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P80
적은 가치에는 적은 값, 많은 가치에는 많은 값을 받습니다. - P81
나는 내 것을 하고, 언제나 구매할 고객은 존재한다 - P81
좋은 서비스로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저를 찾아오는 손님은 항상 있었습니다. - P82
수습 세무사가 진짜 세무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공부, 경험, 동료입니다. - P84
일단 전문직이 되면 공부에 끝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 P84
소득세법 범위에는 종합소득세 등과 양도소득세가 있는데요, 양도소득세는 개인의 여덟 가지 소득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종합소득 6개를 합한 내용만큼이나 양이 많고 어렵습니다. - P84
세법은 세상의 모든 경제행위를 규율하기 때문에 정말로 바다와 같이 양이 방대합니다. 그래서 크게는 법률 - 시행령 - 시행규칙으로 기준을 세우고, 기본통칙, 집행기준에 법령해석으로 법률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 P85
실무에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법률을 썼으니까 반칙이다? 이런 것이 통할 리가 없습니다. 법률을 다 알아도 해석이 법보다 우선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딱 1개를 몰라도 부분점수 같은 것은 없습니다. 0점입니다. 0점의 결과는 1년 재도전이 아니라 고객과 소송전입니다. 그래서 업데이트되는 개정세법은 당연하고, 기재부와 국세청 해석도 하나도 빠짐없이 공부해 익혀야 합니다. - P85
수술 세무사의 가장 큰 특권은, 선배 세무사 곁에서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효율적으로 공부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세무사의 운명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수습기간을 정말로 소중하게 써야 합니다. - P86
놀랍게도 교과서마다 들어있는 내용은 80% 이상 똑같고,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 P86
차이는 저 자신입니다. 첫 공부 때 경험이 부족해서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몰랐거나, 책의 내용을 보았지만 체감이 되지 않아서 그사이에 까먹은 것입니다. 그런데 손님을 만나다 보면 그게 무슨 소린지 알게 되고, 알았던 내용도 새롭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까먹지 않는 지식이 됩니다. 공부가 실무를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 경험이 공부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세법의 깊이가 갖춰집니다. - P87
시험에서는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잘 나타나지도 않는 것들도 많이 알고, 그반대도 알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공부와 실무는 중요성의 방점이 서로 다릅니다. 그것을 체감하면서 익혀야 합니다. - P87
돈 몇 푼 더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수가 없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동료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 P88
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을 해내야 한다. 1시간 일찍 나와 1시간 늦게 들어가고 잡생각이 들지 않게 바쁘게 살아야 한다. 성실이 곧 실력이다. 오늘 하루 건너뛰면 어때라는 유혹을 참아야 한다. 특히 초반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을 한다. - P90
세무사에게는 성실함이 더 중요합니다. 장사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다가 매출이 조금 떨어져도 노력해서 다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재주문을 안 하는 정도로 끝납니다. 하지만 세무사가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납세자는 끝장입니다. 그래서 세무사 서비스가 음식값의 10배 100배로 비싼 것입니다. 전부 책임값입니다. 도저히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입니다. - P90
세무사는 블루칼라 노동자라고도 말씀드렸지요. 세무사의 서비스 상품은 세무사가 직접 한땀 한땀 만들어야 합니다. 서비스를 위해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따라가려면 시간을 내서 보고 또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평일에는 업무를 봐야 하니, 결국 밤이나 주말에 시간을 내야 하고, 출퇴근 시간에 오가며 보고 듣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P91
손님은 워라밸 지키면서 운영하는 사장의 서비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서비스를 사고 싶은 게 당연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 P91
세법이라는 것이 공부하면 까먹고, 공부하면 까먹습니다. 맨날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듯이 세법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머릿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야 고객이 헷갈리는 이야기를 해도 ‘이 뭔가 이상한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 P92
처음이나 끝이나 같은 자세와 긴장감으로 일해야 한다. 음식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은 바꿔야 한다. - P92
은현장 님이 어느 정도 부를 이룬 상태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황금팔찌를 차고 좋은 옷을 입으며 멋을 부리다가 매출을 잃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후 반성하고 음식에 집중할 수 없는 요소를 제거하고 가장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옷차림과 멘털리티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세무사업이랑 똑같습니다. - P92
세법 실력은 세무사의 목숨입니다. 요리 못하는 요리사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세법을 모르는 세무사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세법을 연마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제거하고, 고객에게 항상 세법으로 증명하는 세무사가 되어야 합니다. - P92
의뢰받은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법에 비추어 실수가 없어야 하고 긴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세법을 잘 모르면, 대강 이렇게 해도 되겠지, 저렇게 해도 별문제는 없겠지 하고 뭉갭니다. 운이 좋으면 넘어가지만 한순간에 끝장나는 길입니다. - P92
어떤 세무사들은 세법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갖습니다. 고객이 나를 찾는 이유는 내 세법 실력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걸 까먹습니다. 그래서 재력가 고객들의 친구가 된 줄 알고 고객들과 골프와 와인을 즐기고 유흥이며 어울리는 데 집중합니다. 자기가 잘 알지도 못하는 벤처투자에 손을 대고 사기꾼의 손바닥에서 놀아납니다. 그것이 바로 음식 할 때에 거슬리는 황금팔찌, 거추장스러운 명품 옷, 머리에 뿌린 스프레이 같은 것들입니다. 그 고객이 세무사를 뭐라고 생각할까요? 과연 존중하고 있을까요? - P93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하기 시작하거나,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면 가게가 망한다. 고객에게 싼값에 좋은 물건을 샀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 P93
세무사의 고객은 비밀유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P93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 경험을 주기 위해 많은 것을 신경 썼다 - P95
유지비와 소모품비를 많이 쓰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남기는 전략 - P95
서비스가 고급스러우면 함부로 수수료를 깎을 수 없고, 같은 서비스를 받아도 돈값을 한다며 만족을 느끼는 매커니즘 - P95
투자 대비 효율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그러나 내가 효율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객이 내 서비스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도 용인해야 합니다. 서비스를 더 요구하고, 상담료와 수수료를 깎고, 이것저것 깐깐하게 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먼저 그랬으니까요.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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