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개미의 분업과 이타주의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개미에게서 볼 수 있는 협업 등과 같은 이타주의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개미의 유전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그저 행동양식이 조금 달라보이는 것일뿐 결국엔 생존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일꾼개미와 여왕개미의 분업은 유전적 우연과 자연선택이라는 필연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출산과 양육을 위해 헌신하도록 진화한 것은 자식을 잘 돌보도록 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번식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 P154

자연선택은 어떤 종 어떤 개체한테도 특권을 주지 않으며 진화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 P154

자식을 돌보는 것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이 훌륭해서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다. - P154

해밀턴은 그 모든 형태의 친족이타주의에 유전 연관도라는 생물학적 기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그 이론에서 물질의 증거를 토대로 대상의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서는 과학의 매력을 보았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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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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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상황이나 배경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을 통해 건축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또한 책속에서 드러나는 저자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관점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축을 보다 흥미롭게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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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특별히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게 느껴졌다. 대다수의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보다는 만들어진 결과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에 더해 건축물이라는 최종 결과물 자체로 시공을 초월하여 그 가치가 전달된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오래 전에 지어진 웅장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전부 다 포함된다고 본다.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부가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보태보자면 축구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인터뷰 같은 것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최종적인 결과물로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앞서 말한 ‘건축물은 공간으로 말을 한다‘ 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위에서 함께 언급한 시공을 초월하여 가치가 전달된다는 것의 한 예로 과거 2002년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다시 보다보면 그때의 그 감동이 어느정도 되살아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어떤 말보다도 그 장면 자체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건축물이 공간으로 말을 하는 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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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저자는 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논하는데 최종적인 결론은 ‘건축은 그냥 건축‘이라는 것이었다. 건축은 과거엔 과학이었으나 어느순간 예술이 되었고 이후 기타 다른 학문들(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건축‘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이러한 결론만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일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이유로 건축가가 아닌 비전공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이는 단순히 어떤 건축관련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향후 더 나은 건축물을 만들어가기 위한 생산적인 소통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이 책이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저자의 말에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건축주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갈때 보다 훌륭한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건축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의견이 건축에 반영된다면 건축물도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른 물감이 적당히 섞이면 아름다운 색을 만들지만,
너무 많이 섞이면 회색빛이 되는 법이다. - P379

내연기관 : 연료의 연소가 기관의 내부에서 이루어져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 - P387

건축물 앞에는 설명서가 없다. 대신 공간이 말을 한다. - P381

음악이나 미술에서도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 긴 설명을 하는 말이나 글이 필요하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음악, 미술, 건축 같은 창조의 분야에서 창작자는 읽고, 보고, 먹고, 느끼고, 만나고, 살면서 하는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릇 예술은 체험하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의 설명 없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81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인 필자가 책을 썼다. 그 이유는 건축은 예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P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 P382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 P382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 P382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글을 통해서 건축 전공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건축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 사용자와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야 한다. - P383

제대로 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건축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기술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축이 재테크일 뿐이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풀어야 한다. - P383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 비전공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이다. 이 편지를 읽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축에 대한 답장을 해 주었으면 한다. - P383

우리 모두가 다 건축가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일종의 건축주이다. 사는 집을 고를 때, 데이트할 거리를 선택할 때, 개발 정책에 따라서 정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건축주의 입장에 서게 된다.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P383

훌륭한 건축주가 되는 첫걸음은 관심을 가지고 건축적으로 주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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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가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뭔가 새로운 배움과 통찰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시작해본다.


오로지 판단만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결과는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체스는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의 젊은 선수들은 수열을 암기하고 신속하게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여러 수를 미리 내다보는 두뇌를 지닌 신동들이다.

누구든 숨은 잠재력이 있다. 이 책은 그 잠재력을 실현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위대함은 대개 타고나는 것이지 길러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신동이 아니어도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 모두 어떻게 하면 대단한 성과를 올리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게 내가 이 책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다.

남다른 재능이 아니라 남다른 동기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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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건축이 기후의 영향을 받는 것과 관련된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벼와 밀을 재배하는데 있어 강수량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후의 차이가 건축 재료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최종 결과물로 나온 건축물의 형태에도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비가 많이 오는 동아시아 지역과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유럽지역 간의 건축양식에도 커다란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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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절을 바꿔서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제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이라는 제목으로 된 부분이 나온다. 가장 먼저 ‘성 베네딕트 채플‘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글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봤다. 개인적으로 몇 달 전에 동 저자의《인문 건축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거기에서 봤던 내용들과 거의 유사한 내용들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일종의 반복학습이 되어 뭔가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핵심메시지는 그 책과 이 책이 비슷했으나 세부적인 텍스트는 약간 수정이 된 듯 하다. 어쨌든 예전에 읽었던 책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다. 참고로《인문 건축 기행》의 p.174에 내가 밑줄쳤던 내용이 있으니 그 부분을 참조하면 될 듯 하다. 독자인 내가 봤을때 이 부분의 핵심은 자연환경을 동등한 대화의 상대로 보는 것이 가장 성숙한 디자인의 방식(p.347)이라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을 통해 저자가 자연과의 조화 혹은 균형을 중시하는 건축가인 것 같다는 내 나름의 근거있는(?) 추론도 해볼 수 있었다.

이어서 미국의 필립 존슨이 설계한 ‘글라스 하우스‘와 일본의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스미요시 주택‘이 소개되는데, 전자는 저자의 다른 책에서 한 번 만나봤던 기억이 났는데 후자인 스미요시 주택은 이 책에서 처음 보는듯 했다. 다만 본문을 읽다보니 동 저자의《인문 건축 기행》에 잠깐 소개되었던 안도 다다오의 ‘아즈마 하우스‘ 와 유사한 건축물처럼 느껴졌다.

부가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하자면, 정말 신기하게도 ‘아즈마 하우스‘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스미요시 주택과 같은 건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미요시 지역에 위치해서 ‘스미요시 주택‘이라고 지칭했는데, 집 주인의 이름이 아즈마Azuma 여서 ‘아즈마 하우스‘ 라고도 부른다는 것이었다. 왠지 책에 나온 그림이 낯설진 않았는데 이름만 생소했던 터라 궁금증이 하나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다음에 소개되는 건축물은 일본 삿포로에 위치한 ‘아사히야마‘ 라는 동물원이다. 이 동물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원과는 달리 좁은 공간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활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직접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동안 손놓고 있었던 일본어 책을 다시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 였으니 뭐 말 다했다.


이어서 한강 다리 중 하나인 잠수교가 소개된다. 개인적으로는 잠수교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저자의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기도 직접 방문해서 저자가 책에서 말해줬던 것들을 느껴보면 더욱 좋을 듯 하다.


다음에는 ‘시간의 이름‘ 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오는데, 이것은 다름 아닌 ‘절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절기라는 것은 원래 농사일을 위한 목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여기서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또한 시간외에도 장소나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에 까지도 그 사고를 확장하여 이름을 붙이는 것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갈수록 획일화되어가는 시대에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름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우리가 경사진 지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옹벽에 대한 것이다. 옹벽이 발생하게 된 이유와 이것의 건축적인 의미가 단절이라는 것도 본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옹벽이 단순히 건물들간의 물리적인 단절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서 사람들 간의 심리적인 단절까지도 유발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 단절에 덧붙여 저자는 임대주택공급으로 인한 집값하락을 우려하는 임대주택부지 인근의 집주인들에게서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벽까지도 다루고 있다. 물리적인 벽인 옹벽에서 시작하여 사람들간의 관계단절로 인한 심리적인 벽 그리고 자산 수준에 따른 보이지 않는 벽까지 저자는 유무형의 모든 벽을 섭렵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벽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벽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 같다는 게 느껴졌다.

벽에 이어서 울타리에 대한 얘기도 잠깐 등장한다. 저자는 울타리라는 것도 결국 시대가 변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울타리같이 구획하는 것이 사라지고 가급적 자연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실제 영국의 사례도 하나 소개하고 있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통적인 건축이 어떤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저자는 그 시대와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것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전통이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본문에서 우리나라 한옥이 지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각각의 과정들을 보면서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비단 건축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 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BEST가 아닐까 싶다.

유럽 건축은 벽, 동양 건축은 지붕 - P339

우리가 사는 건축의 대부분의 것들은 절반은 자연환경과 기술력, 건축 재료 등에 의해서 결정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유의 문화적 가치관이 합쳐져서 독특한 건축물을 만든다. - P339

자연 속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건강한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 그 이유는 생태계가 변화할 때 한가지로 통일된 체제는 변화에 실패했을 경우 전체의 멸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P340

인류를 위해서 다양한 삶의 패턴과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건축 역시 지역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P340

건축은 수천 년간 끊임없이 험악한 자연환경으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이 두 집(글라스 하우스와 스미요시 주택)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고안된 디자인이다. - P348

일본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제한된 3차원 공간 안에 보행자 동선을 복잡하게 집어넣어서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10평이라는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면 좁아 보인다. 하지만 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한눈에 안 들어오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다른 시점에서 체험하고 바라보게 하고 시간을 지연시키면 더 넓게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은 전통 건축에서부터 시작해 현대에 와서 안도 다다오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 P350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근처에 ‘아사히야마‘라는 시립 동물원이있다. 이 동물원은 커다란 사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희한한 동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300만 명이 넘게 오는 세계적인 동물원이다. 한겨울에도 꾸준하게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매력은 동물 축사의 건축 디자인에 있다. - P350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건축 공간이 다르다. 동물을 위한 재미난 건축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동물원 축사에 가면 첫 번째 드는 느낌은 ‘좁은 공간이지만 동물들이 지루하지 않겠구나‘이다. 마치 일본에서 사람을 위한 건축물에서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려고 다채롭게 이리저리 동선을 파서 공간을 만들 듯이 동물들의 동선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 P351

이 모든 공간은 한 곳에서 다 보이지 않는다. 계속 이동하면서 보고 머릿속에서 재구성올 해 봐야 겨우 이해가 가능한 공간이다. - P352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동물이 다니는 공간은 구석구석 높이와 폭이 다르고 동물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이 서로 관입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이 아주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이렇게 동물의 동선과 사람들의 동선이 꽈배기처럼 교합되어 있어서 동물을 위, 아래, 옆에서 다채로운 형태로 관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사람들 역시 이전에는 체험해 보지 못한 깊이 있는 동물과의 교감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 P352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는 좋은 건축 디자인이 좁은 공간에서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 P352

한강에는 많은 다리가 있지만 하나같이 너무 높고 길어서 도보로 건너기보다는 자동차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건너기 마련이다. 교통수단을 통해서 빠르고 높게 강을 건너다보니 강과의 교류를 체험하기가 어려운 아쉬움이 있다. - P353

건축물 중에서 인간의 삶을 가장 크게 변형시키는 건축물을 찾는다면 다리일 것이다. 태초에 땅은 하나였다가 비가 내리면서 시내와 강이 생기고 이들은 땅을 둘로 나누었다. 다리는 이렇게 물이나 골짜기로 나누인 두 땅을 다시 연결하여 땅의 관계와 성격을 바꾼다. 비근한 예로 마포대교가 여의도에 놓이고 아무도 가서 살기 싫어하던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이 되었다. - P353

잠수교는 전쟁 시에 폭격으로 다리가 끊어져도 손쉽게 공병대가 연결할 수 있도록 짧은 교각을 자주 놓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한강의 어느 다리보다도 수면에 가깝게 붙어 있다. 장마철에는 물에 잠길 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난간도 만들지 않았다. - P353

잠수교는 추후 유람선을 위해서 아치 구조를 만들어서 가운데를 들어 올렸다. 이 아치는 사람이 다리를 건널 때 물과의 거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게 해 준다. 이러한 경험은 항상 일정 간격을 유지해서 지루하기만 한 다른 다리보다 더 낭만적이다. 잠수교는 진입부에서 강 건너편이 안 보였다가 아치의 꼭대기기에 서면 높은 데서 내려다보게 되는 특별한 경험도 제공한다. - P354

잠수교는 한강 수위가 올라가면 끊어진다. 거의 모든 건축은 자연을 극복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하지만 잠수교는 자연에 져 주기도 한다. 마치 시골에서 물이 불어나면 없어지는 징검다리와도 같다. - P354

24절기는 농사일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 P355

시간을 사람의 체험과 연결시킨 절기는 숫자 달력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 P355

절기는 시간의 이름이다. - P355

장소에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그 장소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이름이 없다면 인간과 상관없는 ‘곳‘일 뿐이다. 북위 37도 동경 129도하면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같은 곳에 ‘정동진‘이라는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 바뀌게 된다. (중략) 새해의 일출을 보면서 다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P356

시간이든 장소든 이름을 붙이는 것은 나와의 관계를 맺는 첫 단추이다. - P356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지명들은 대부분 두 글자의 한자로 되어 있다. 사람 이름을 두 개의 한자로 작명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장소도 인격이라는 선조의 뜻이 있는 듯하다. - P356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비로소 사람에게 의미가 결정되어지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부터 지어 주고, 연애를 시작하면 자신들만의 애칭을 만들어서 붙이는 것이다. - P356

우리는 보통 발전소와 저수지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어서 느끼지 못하지만, 실제로 도시가 형성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불을 만들 수 있는 에너지원과 마실 물이다. - P357

달동네는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더욱 사람에게 정감이 가는 공간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 P359

수십 미터의 건물이 평지에 들어갈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경사지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커다란 평지의 땅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토목기사들은 커다란 계단식 택지 개발을 하였다. 건물을 땅에 맞추지 않고 땅을 기존 건물 스타일에 맞추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땅에 어마어마한 콘크리트 옹벽을 보고 살게 된 배경이다. - P359

경사가 급한 땅일수록 그 옹벽의 높이는 더 높아진다. 달동네가 재개발 되어서 들어가는 지역일수록 더욱 심하다. - P360

건축 요소적으로 보았을 때 벽은 단절을 의미한다. 하나의 공간이었다가 벽이 서면 둘로 나누어지게 된다. 옹벽도 벽이기 때문에 지역의 단절을 의미한다. - P360

사람 사이에 벽이 없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 동별로 옹벽이 나누어져 있다. 이들은 전체의 커뮤니티라기보다는 동별로 나누어진 사회이다. - P360

경사 대지와 아파트라는 건축 형식으로 야기된 옹벽은 사람들 간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땅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사람들 간의 관계도 바꾸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자연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이다. - P361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고 싶어 한다.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존재로 구별되고 싶어한다. - P363

인간은 끊임없이 신분 계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계층이 만들어지면 시스템에 의해서 자신의 권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나는 너와 다르다‘는 것을 의상으로, 말투로, 자동차로, 핸드백으로, 학교로, 사는 동네로 구분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본능이 우리의 발전을 채찍질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 P363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 지난 수십 년간 자본주의 원리에 의해서 형성되었던 주택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을 융화시켜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자 기존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옹벽보다도 더 심각한 벽이다. 우리나라에 브랜드를 가진 대형 아파트 단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집단 차별화 의식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 P363

계층 간의 이동을 막는 벽이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는 혁명이 있을 수 없다. 문제가 있어도 그것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고 나 자신의 문제라고 귀결되기 때문이다. - P364

모두가 내 탓이라고 하는 사회도 모두가 시스템 탓이라고만 하는 사회도 바람직하지 않다. 둘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건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계층간의 이동을 막는 벽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 간의 신분 계층을 나누려는 보이지 않는 벽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느냐에 우리 사회 미래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 P364

너무 많은 울타리와 보호난간은 민주화, 산업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 P365

무단 점유로부터의 소유권 보호가 중요해지면서 각자 울타리를 치게 되고 하나의 자연은 인간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겨졌다. 도로 역시 빨라진 자동차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난간이 설치되었다. - P365

현대 산업화 사회로 더 발전할수록 땅에 선을 긋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다. - P365

실제로 자연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다. 자연을 나누는 것은 인간일 뿐이다. 국경선, 38선, 이스라엘 가자 지구도 그렇다. 건축에서 울타리는 벽이고, 벽은 단절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자연 속에 너무 많은 단절의 벽을 세운 거다. - P365

수백 년 전 영국 귀족들은 자신의 영토의 영역을 나타낼 때에 담장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이 키우는 양들이 자신의 땅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멀리서는 안 보이는 해자 같은 웅덩이를 파서 울타리를 대신했다. 이를 ‘히호‘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영역은 구획하지만 시각적으로 자연 속에 인공의 경계가 안보이게 했다. 히호 덕에 자신의 영토가 무한하게 더 넓게 느껴지기도 하고 동시에 자연의 모습을 보존할 수도 있었다. - P366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에서 나타나는 기법을 지금 현대의 건축과 도시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현대 도시의 밀도와 전통 건축의 밀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 P366

정자 건축은 전반적으로 도가의 무위자연에 영향을 받아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자세를 견지한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필요에 의해서 자연을 정복하자는 서양식 사고방식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사회이다. 그런 사회는 "우리는 불도저를 가지고 있으니 땅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사회이고 건축은 그것에 맞추어서 발전해 왔다. 어찌 보면 둘은 너무나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다. - P371

한국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은 다르다 - P372

과거를 지나치게 폄하해도 안 되지만 미화해서도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은 현재와 미래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과거의 성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 P372

우리가 좋아하는 전통 건축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비결은 그 시대의 수요와 기술에 가장 맞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한옥을 예로 들어 보자. 한옥이 훌륭한 것은 그 시대의 재료, 기술적 한계에서 만들어 낸 최선의 답이기 때문이다. - P372

부재: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여러 가지 재료. - P387

공포 :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 P387

대단한 철학적인 사고 없이도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이유에서 한옥 디자인의 발생을 설명할 수있다. 그리고 그 시대의 한계와 적용 가능한 기술을 최대한 적용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 전통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P374

어떠한 것이 되든 재료, 기술, 한계를 적절하게 적용한 것이이 시대를 대표하는 전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재료가 필요하다. 그 재료는 다름 아닌 ‘시간‘이다. - P375

건축가의 재능과 노력 위에 시간과 적절한 경제적 투자가 합쳐진다면 후대에 자랑스럽게 남겨 줄 한국적인 것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한 가지 형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시대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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