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팬옵티콘 그리고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도시 구조를 살펴보았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읽으면서 팬옵티콘이든 개선문이든 펜트하우스든 대상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한 것처럼 느껴졌다. 핵심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이 일종의 권력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뒤이어 모텔과 호텔을 비교하는 내용도 있는데 두 시설의 특성에 따라 창문의 크기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참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둘 다 사람들이 숙박하는 시설이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그 시설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약간은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목적의 차이가 창문의 크기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며 건축물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혔다.

또한 면적과 체적이라는 개념도 비교해서 나오는데, 면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체적은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이다. 체적은 기존의 가로 × 세로 인 면적에 높이라는 요소를 추가한 개념이다. 일종의 부피같은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좀 더 수월할듯 하다. 면적이 2차원이라면 체적은 3차원인 것이다.

저자는 체적이라는 개념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건축물의 가치를 단순히 면적의 크기로만 판단하기보다는 해당 면적에 함께 있는 높이까지 고려한 체적의 크기로 판단하는 것이 좀 더 건축물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독자인 나는 처음에는 체적이라는 용어가 낯설었는데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각종 예시들을 통해 체적이라는 개념을 알게 됨과 함께 건축물의 가치를 좀 더 잘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아서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뒤이어 여러가지 내용들이 나오는데 p.107에서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는 얘기가 와닿게 느껴졌다. 이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도시에도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도 이어지는 문장에 서술해놓았듯이 이는 마치 우리 인간의 생애와도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하나의 도시가 탄생하고 성장하고 전성기를 맞다가 서서히 쇠퇴하는 이 흐름은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인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원칙은 도시 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건축물, 사람 같은 도시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에도 적용되는듯 하다. 이런 걸 생각해보면 사람이든 건축물이든 혹은 도시든 관계없이 생김새는 각자 다 달라도 그 안을 관통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흐름(?) 혹은 생애주기(?)는 모두 동일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진리(?)같은 거라고나 할까.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 P77

우리는 이렇듯 남이 자신을 보지 못하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다른 말로 관음증 혹은 보이어리즘(Voyeurism)이라고 하는데, 관음증이라고 하면 보통 변태성욕 중 하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지만 실상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이 같은 관음증이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자주 가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어두운 곳에서 화면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활과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이다. 일종의 관음증이다. - P77

연극 극장 같은 경우에는 더욱 확실하다. 배우들은 관객이 있는 줄 알면서도 없는 ‘척‘하면서 연기를 한다. 배우가 관객에게 돈을 받고 일정 시간 동안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P77

이러한 행위들은 인터넷에서 극치에 달한다. 웹서핑을 하고,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익명으로 댓글을 다는 행위는 보이어리즘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게다가 때로는 악플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해서 밴덜리즘(vandalism)을 하기도 한다. - P78

밴덜리즘: 문화재나 예술품 또는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 P386

다른 집을 다 내려다보는 옥탑방의 가격이 싼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의 권력이라는 것은 그렇게 시각적인 관계성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을 알수 있다. - P78

옥탑방의 가격이 펜트하우스와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보안상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P78

수공간(水空間)은 확연히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때 쓰는 건축적 장치이다. - P79

누군가를 볼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은 그 만큼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 P80

자금성의 여러 겹의 담장처럼 보안상의 단계가 많을수록 안쪽 공간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공간이 된다. - P80

클럽의 경우 그 선은 단순히 입장료만 낸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음과 외모로 판가름 난다. 우리가 유명 클럽에 들어가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통과한 사람은 자신이 차별화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다. 클럽 주인은 그런 달콤한 경험을 파는 것이다. - P82

공간에 들어가는게 쉽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권력을 가진 공간도 아니라는 것이다. - P82

공간의 디자인은 권력의 창출 및 재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건축가들이 도시 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향후 수백년간의 권력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 P82

감시는 때로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 P83

공간 디자인을 잘하면 흉측한 CCTV 설치 없이도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 P83

감시자의 눈이 있다는 점은 공공 공간에서 사생활에 침해를 받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장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다. - P83

근린생활시설과 학교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상생할수 있는 관계이다. - P86

바라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에는 이와 같은 권력과 보안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건축적 장치에서는 창문이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결정짓는 장치이다. 하지만 단순히 창문이 모두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모텔과 호텔은 둘 다 창문이 필요하지만 창문의 크기에 따라서 미묘하게 건축적 의미가 나누어진다. - P86

일반 호텔에는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같은 부대시설이 많은 반면, 모텔에는 그러한 부대시설이 없다. 이는 호텔은 서로 얼굴을 대면해도 되는 공간이나 모텔에 입장하는 손님들은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기 싫다는 생각이 설계에 반영된 것이다. - P87

모텔과 호텔은 이 같은 부대시설 유무의 차이도 있지만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창문의 크기일 것이다. 모텔은 바깥세상과 건물 내부를 완전히 차단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환기의 목적 이외에는 창문이 필요 없다. 이 공간은 항상 밤이기를 원하는 공간이다. 외부 공간을 거의 다 차단하는 곳이 모텔이라면, 반대로 호텔에서는 바깥 경치를 보기 원한다. 그리고 보이기를 원한다. - P87

건축에서 창문은 건축물의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요소이자 ‘바라본다‘는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P87

리차드 마이어는 호화 주택과 박물관 설계로 유명한 현대 건축의 대가이다. - P89

호텔이나 고가의 아파트는 유리창이 큰 반면 모텔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항상 비밀스럽고 보여 주기 싫다는 것이다. - P89

창문은 건축물의 기능과 사회적·심리적인 요구에 따라서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조절하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건축 요소이다. - P89

요즘같이 에너지가 귀한 시절일수록 체적이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크기의 3차원 공간의 환경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 P90

‘평‘이든 ‘제곱미터든 이들은 모두 평면의 면적을 측정하는 단위다. 하지만 천장의 높이까지 계산된 체적을 알려 주는치수는 아니다. - P90

자신이 소유한 공간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이다. 더 큰 체적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해석을 한다면 더 큰 공간을 소비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 P90

우리는 흔히 얼마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사람인가로 그 사람의 권력을 측정한다. 회사 내에서 회장님이 혼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이유가 그것이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큰 평형대에 사는 분들이 더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면적이 아니라 체적으로 그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 P93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정확하게 우리가 소비하는 공간을 평가하려면 우리가 사는 집들도 이제 체적으로 계산해서 팔아야 한다. - P93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며 도시는 살아 움직인다. 이 명제를 뉴욕의 로프트(Loft)처럼 잘 보여 주는 건축 형태도 없다. 로프트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예전의 공장 등을 개조한 아파트‘라고 되어있다. 이 사전적 정의는 단순하게 결과만 설명하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난 이야기가 나온다. - P97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은행가 사람이 모이면 예술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 P99

뉴욕시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설계사무소가 밀집된 지역의 건물을 사면 된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설계사무소들은 단위면적당 벌어들이는 돈이 적기 때문에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모인다. 소호 지역이 그러했다. - P99

플로터 : plotter, 출력 결과를 종이나 필름의 평면에 표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출력장치. 주로 대형 인쇄에 쓴다. - P386

건축사무실들이 들어서고 나서 20년가량 있으면서 주변의 상업 시설들이 활성화된다. 멋을 아는 건축가들이 가는 식당이나 카페의 인테리어는 일반적인 곳과는 다르게 만들어진다. 자연스레 차별화된 멋스런 상업 지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쯤 되면 일반적인 뉴욕의 10~20년 장기 임대 계약이 끝나고 이 자리에 IT회사들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 뉴욕 부동산의 패턴이다. 이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면 이동하는 철새처럼 건축 사무실이나 예술가들은 다른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그리고 그 지역은 한 20년 후에 뉴욕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가 서울의 홍대 앞일 것이다. - P100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이제 홍대 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쫓겨나는 건축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시점이다. - P100

약간의 비호감적인 컨디션이 연출되면 부정적인 변화는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급속하게 나빠지게 된다 (중략) 이것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 P101

작은 발명품 하나가 도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P102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발명품은 인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기차의 발명은 기차역을 만들었고, 비행기의 발명은 공항을 만들었고, 자동차의 발명은 주유소와 고속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건축물들은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 P102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할 수 없었기에 식재료를 조금씩 사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생산지에서 도시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식료품점에서 집으로 가져가서 음식이 상하기 전에 먹으려면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주변에 모여서 살아야 했다. - P104

뉴욕시는 할렘의 버려진 건물들을 한 채당 1달러에 100년을 임대해 주는 조건으로 개발업자들에게 장기 임대를 주었다. 물론 시로서는 슬럼가가 개발이 되면 세금이 들어오고 치안이 좋아지기 때문에 거저 주어도 남는 장사가 된다. - P105

거의 공짜에 임대를 하게 된 회사는 먼저 하나의 거리 전체를 한 번에 개발하게 된다. 거리가 전체적으로 개발되지 않고 한두 채만 개발될 경우에는 사람들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때문에 이사를 오지 않는다. - P105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지낸 후, 쇠퇴하고, 마지막으로 죽는다. 도시의 여러 부분도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중에는 죽는다. 죽음이 생명의 일부이듯이 도시가 오래되면 일부분이 슬럼화되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죽은 부분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소호와 할렘은 이러한 도시 재생의 사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P107

보통 변화하는 환경에 건축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환골탈태의 방식으로 기존의 건축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재개발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건축물을 되도록 유지하면서 재생하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를 도시 재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재생이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도시 재생은 기존의 건물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유지한 상태에서 건축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 P108

중정형 : 가운데에 정원이 있고 주변으로 방이 위치한 형식의 평면 구성을 뜻한다. - P386

법규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하드웨어인 한옥을 교체할 수 없게 되자,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용도를 변경하여 건축물이 생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P108

대부분의 경우 고가도로는 지상 층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로 인해서 거리를 어둡게 하여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싶지 않게 만든다. 거리에 사람이 없으면 상점이 없어지게 되고, 상점이 없으면 도시는 죽는다. - P110

도시가 고밀화, 고층화되면 지면은 점점 건물에 묻히게 된다. 건물 옥상과 지면이 멀어질수록 건물의 길어진 그림자 때문에 지상은 더 어두워지는데, 건물에 바짝 붙어서 위치한 인도는 가운데를 차지한 차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 P111

고가도로는 기본적으로 지상층을 죽이는 괴물 - P111

일단 뉴욕은 엄밀히 말하면 단순한 격자형은 아니다. 격자형이되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형태의 격자형이다. 가로로 형성된 길은 스트리트이고 세로로 난 길은 에버뉴(avenue)로 명명되어 있다. - P112

소요되는 시간이 약 네 배가 길다는 이야기는 네 배가 더 지루하다는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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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에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로 식물과 곤충간의 협력하는 관계를 언급했었는데 이는 저자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공생이라는 관점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연속 공생관계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왜 우리 인간은 서로 손을 잡는데(서로 협력하는데)인색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치 철학자들이 가질법한 궁금증을 품는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자연과학(생태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분야에도 조예가 깊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또한 위 내용과는 별개로 독서에 관한 저자의 소신을 밝히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는 머리를 비우는 취미 독서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배워나가는 기획 독서를 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면한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지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취미 독서를 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오락적인(?) 취미 독서보다는 독자 개개인이 잘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는 기획 독서가 더 가치있는 것임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DNA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나온 것인데, 인간의 DNA에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앎‘이라는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생각이다. 독자인 내가 저자의 사고의 흐름을 역추적해보자면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DNA인지라 이 DNA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DNA로 개발시키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취미 독서를 하기보다는 뭐라도 하나 더 배우는 기획 독서를 하는 것이 진화생태학자인 저자의 생각에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식을 많이 배워둬야 DNA를 더 좋은 쪽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연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는 ‘공진화‘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는데, 자연에 존재하는 각종 식물들과 저자의 연구 대상인 개미가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진화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개미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역할들이 있는 것들을 보게 되는데 개미들의 사회가 인간사회와 유사한 면도 있고 종의 개별 특성에 따른 차이점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인 개미와 인간을 비교하며 살펴봄으로써 개미들로부터 협동하는 것을 우리 인간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내는데, 인간사회에서 협동이 쉽지 않은 이유가 희생하는 것에 대해 인간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외에도 저자의 연구분야인 개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에서 우리 인간들이 배울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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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선 ‘진사회화‘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개미나 꿀벌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과는 달리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특정한 개체에게 전적으로 번식의 역할을 맡기고 나머지 개체들은 이 특정한 개체의 번식활동을 옆에서 돕는 그런 방식을 말한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진사회화를 독자인 내가 이해한 말로 풀어보자면 ‘될성싶은 개체한테 모든 것을 몰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즉,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번식의 도구로 써서 후세대에게 그 우월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의미다. 어찌보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을 개미나 꿀벌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가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현지인 친구로부터 배웠던 과학적 글쓰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저자가 과학적 글쓰기와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글쓰기 방식이 배치되면서 겪었던 혼란들에 대한 일화들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했던 여러가지 고뇌들이 지면 너머로 조금이나마 느껴졌던 것 같다.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가 누군인지 아십니까?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

자연계의 모든 동물을 다 모아본들 식물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 지구는 식물이 완벽하게 장악한 행성입니다. 무게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식물이고,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곤충입니다. 이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두 집단이 만나 서로 잡아 죽여서 성공한 게 아니고, 손을 잡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대단한 경우(식물과 곤충의 공생관계)가 있는데, 왜 우리는 이걸 연구하면서도 손 잡고 가는 것에 인색할 수밖에 없게끔 살고 있을까? 이게 생물학자인 제가 ‘나는 누구냐?‘ ‘우리는 누구냐?‘하는 차원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식으로 프로그래밍 되고 말았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 ‘coopetition‘이라고 하는데요. 경쟁competition 이란 단어와 협력cooperation 이란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경쟁하는 듯, 협력하는 듯, 이런 뜻이죠.

어떻게 경쟁과 협력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느냐, 이게 결국 우리의 삶 아닌가요?

우리 평소에 같이 삽니다. 어느 정도 돕고 삽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남들보다 내가 요만큼은 낫고 싶은 거죠. 그래서 그 순간에 우리가 남을 해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전문인들이 사는 21세기에 진정한 전문인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일한다. 그냥 놀고 먹으면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를 존경하고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해서 이기는 거다."

함께 가면서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성공할 겁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꼬락서니를 못 봐줍니다. 자연계에서 우리처럼 배타적인 동물은 처음 봅니다. 주변에 있는 비슷한 놈들을 몽땅 제거해 버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래놓고 스스로 ‘현명한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피엔스가 ‘wise‘라는 뜻입니다. 이렇게까지 자화자찬을 해도 되는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 공생하겠다는 뜻에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

자연의 순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생태학‘입니다.

"인간은 DNA의 존재를 알아버린 유일한 동물이다."

DNA가 저를 만들어서 이 세상에 내놓은 겁니다. 제가 무엇을 한들 DNA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기가 막히게 한바탕 즐기고 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DNA에게 끝내 도움이 되면 참 좋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제가 꼭 뭘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사라져요.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습니다. 왜? 제가 포기해도 DNA한테는 별 상관 없습니다. DNA는 또다른 존재를 가지고 실험할 겁니다.

"유전자의 폭력에 항거할 수 있는게 인간이다."

유전자가 모든 걸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미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버린 우리는 유전자가 폭력을 저지르는 것에 항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DNA의 존재까지도 알아버린 대단한 존재입니다. 우리를 빼놓고 이 세상에 그 어느 동물도 ‘앎‘이라는 것을 제대로 추구하는 동물이 없습니다. 우리는 앎을 추구하게끔 허락받은 동물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삽니다.

책 안에 우리가 알고자 하는 인류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취미 독서만 하지 마세요.

지식을 전달하라고 책을 만들어 놨는데, 왜 머리를 비우세요?

취미 독서만 하지 말고 기획 독서를 하십시오. 내가 모르는 분야를 공략하셔야 합니다. 나는 분석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나는 진화심리학이 뭔지 모른다, 나노과학이 뭘까, 공략하십시오.

모르는 책을 붙들었는데, 잘 넘어간다? 천하의 거짓말입니다. 안 읽힙니다. 하지만 그걸 붙들고 씨름하다보면 첫 책은 안 읽혀도 두 번째, 세 번째 책쯤 가면 신기하게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어느덧 그 분야에 발을 들여 놓으신 거예요.

내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겁니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 원하는 겁니다.

자연에서 우린 정말 많은 힌트를 얻습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것 역시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이런 합종연횡이 굉장히 흔해요. 여왕개미들끼리 손잡는 일들이 아주 비일비재합니다. 다만 문제는, 나중엔 여왕이 한 분만 남으셔야 해요. 한 나라의 통치자가 둘일 수는 없잖아요. 이건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고 동물 사회도 마찬가집니다. 통치자가 둘인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그래서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서로를 숙청하는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벌어집니다.

‘공진화‘라고 합니다. 두 종이 서로 조율하면서 함께 진화한다는 겁니다. 개미가 혼자 진화하는 게 아니라 식물과 서로 조율하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며 함께 진화한 거죠.

마크 트웨인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실화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은 없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영장류 중에서도 침팬디와 보노보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비교해봤더니 거의 99퍼센트가 똑같습니다. 자연계에서 이렇게 가까운 사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굉장히 가까운 사촌입니다.

우리(인간과 개미)가 얼굴이 닮았다는 건 아니고, 하는 짓이 엄청나게 닮았다는 겁니다.

개미와 인간이 지구를 양분하고 있는 두 지배자

1경이라는 게 10의 16제곱입니다. 0을 열여섯 개를 써야 그게 1경입니다.

협동하는 자가 성공한다

협동을 할 줄 아는 동물이 몇 안 돼요. 그 이유가 뭘까요?
협동하려면 희생이 따릅니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협동이 가능한 거지, 다 몸 사리고 손해 안 보려고 하면 협동이 안 됩니다.

이 희생이 어려운 거죠.

과연 우리 인간이 희생을 잘하는 동물일까요? 개미는 우리 인간에 비하면 기꺼이 희생하는 동물입니다.

꽃 안에만 꿀 샘이 있는 게 아니고, 식물 중에는 꽃 밖에도 꿀샘을 가진 식물들이 있습니다. 꽃 안에 있는 꿀샘은 벌과 나비를 위한 것이지만, 꽃 바깥에 있는 꿀샘은 오로지 개미를 위한 겁니다. 개미가 와서 그 꿀샘에서 단물을 채취하는데, 개미가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하면 이 식물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개미가 옮겨주지 않으면 발화하지 않는 식물이 수백 종입니다.

개미는 굉장히 많은 식물과 이런 관계를 맺고 삽니다. 굉장히 이로운 동물이고, 온갖 동식물과 손잡고 살 줄 아는 동물입니다.

개미들의 희생 정신, 조직력, 협동, 의지, 이런 것들은 충분히 배울 만한 것들이에요.

옛날 중국 사람들은 개미에 대해 뭔가 더 많이 알고 있었나봐요. 개미를 한자로 ‘의蟻‘라고 쓰는데요 의로울 의자에 곤충 부를 하나 붙여놨어요. 저 글자가 만들어진 게 적어도 3~4천 년 전일 텐데, 중국 사람들은 개미를 가리켜 의로운 곤충이라고 얘기했다는 거죠. 참 대단합니다.

우리가 보는 가시광선을 불편해하는 곤충들은 붉은 등을 켜놓고 관찰하면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하던 짓 다 하거든요. 개미는 붉은 등 안 켜도 되고요. 실험실에서 못 나오게 미끄러운 것을 바르고 풀어놓으면 연구가 가능해요.

"한번 생각해봐라. 굴에서 살고 여러 생태적 조건들이 비슷하면 그런 진화가 꼭 곤충에게서만 일어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혼인비행을 마친 딸(꿀벌)이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집을 내줍니다. 자기 집을 내주고 자기를 따를 일벌의 절반을 데리고 나갑니다. 그게 분봉이에요.

개미나 꿀벌의 사회성을 ‘진사회성eusociality‘이라고 부르거든요. 누군가가 홀로 번식하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번식을 포기한 채 그 한 존재의 번식을 돕는 형태로 진화하는 걸 진사회성이라고 불러요. 사회성의 진화로 보면,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진사회성에 도달하지 못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저는 여왕개미처럼 내 일개미를 키워서 그 일개미들과 같이 해야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자 키우는 일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자를 키워서 동료를 만들어야 하니까..

과학 논문은 맨 앞에 초록abstract이 있잖아요. 내가 뭘 얘기한다, 뭘 발견했다는 것부터 짧게 쓰고 서론introduction, 방법method 쓰고 결과results와 고찰discussion을 쓰는 거잖아요.

다짜고짜 결론부터 얘기하고 나면 소설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숨기는 거예요. 하고 싶은 얘기를 꽁꽁 숨겼다가 맨 마지막에 꺼내놓는 거죠. 그런데 이게 과학 논문으로는 절대 안 맞는 겁니다.

"지면 비워놨습니다."

제가 의생학을 구상했습니다. 의자가 ‘헤아릴 의 擬‘ 자입니다. 의성어, 의태어 할 때. 다른 말로 하면 흉내낸다는 뜻입니다. 자연을 흉내내는 학문이다, 자연을 모방하는 학문이다, 자연을 표절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개념 중에 자연 모방biomimicry 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연에서 우리가 가져다 쓸 게, 배울 게 많다는 겁니다.

가방이나 신발에 찍찍이velcro 많이 붙어 있죠? 우리가 발명한 게 아닙니다. 도꼬마리 같은 식물이 동물의 털에 자기 씨앗을 붙여서 멀리 이동시키려고 개발해놓은 겁니다. 그걸 우리가 그대로 베꼈습니다. 현미경을 들여다 보면서 굉장히 비슷하게 베껴서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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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포스팅에서 평균, 분산, 표준편차를 비롯해 귀무가설과 대립가설 그리고 가설 오류의 허용기준을 의미하는 유의수준과 유의확률에 대해 살펴보았고 오늘은 이러한 것을 한 집단만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집단에 적용하여 비교분석하는 t-검정(test)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마치 건물이 밑바닥부터 쌓여 올라가는 것처럼,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도 통계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차곡차곡 쌓여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뒤이어 t-분포와 관련하여 이것을 개발한 윌리엄 고셋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가 학자가 아닌 맥주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맥주 맛을 일정하게 하기 위한 효모의 양을 결정하기 위해 통계 기법을 활용하다가 현대 통계 분석의 핵심인 t-분포를 개발했다는 것을 보면서 문득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생각났다.

과거 통계관련 과목들에서 t-분포라는 게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t-분포의 주인공이 맥주회사의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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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사촌 동생인 프랜시스 골턴이 발견한 회귀분석이라는 개념인데 여기서 파생되는 개념들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이고 이 둘의 관계성 유무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상관계수‘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이 골턴이라는 사람이 유전자와 관련된 연구를 하다가 통계적인 분석기법을 적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유전학과 통계학이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이 있을 줄은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기에 읽으면서도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골턴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수학적으로 좀 더 다듬기 위해 유전학과 통계학을 두루 섭렵한 칼 피어슨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상관계수에 대한 내용을 현재 통계학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듬는 과정들을 보며 다시한번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 독서의 마지막 부분에선 피셔라는 사람이 귀무가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간단히 대략적인 내용만 언급하자면 이는 영국에 귀부인들이 차tea 맛을 감별할 줄 아는지 여부를 피셔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각각의 경우에 대해 통계적 확률도 계산하고 여기서 도출된 수치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세운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검증할 수 있게 실험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을 보면서 꽤나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고 진실을 밝혀라, t-검정 - P47

무엇을 분석할지 대상을 정하고 대상에서 증명하려는 부분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참과 거짓을 구분할 기준까지 정했다면 마지막으로 분석 내용이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차례다. - P47

데이터 분석은 기초 통계를 기반으로 출발한다. 분석하려는 대상집단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얼마인지, 평균은 어떻게 되는지, 표준편차가 얼마인지를 파악하고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순서다. 반드시 과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 P47

두 집단 간 평균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 검증하는 것을 t-검정(test)이라고 한다. 설정된 기준인 유의수준과 유의확률 내에서 분석한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 P47

t-검정은 두 집단에서 선택된 표본의 평균이 증명하고자 하는 수준에서 몇 번이나 차이가 나는지 확률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여기서 또 한번 확률과 평균은 늘 함께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잊지 말길). - P48

t-검정은 표본을 무작위로 선정했을 때 차이가 날 확률이 몇 %인지 검증하는 작업 정도로만 우선 이해 - P48

검정 작업은 확률분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 P48

세상의 모든 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했다.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개념은 앞서 보았듯이 표본의 크기가 클수록 명확해지며,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면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 P48

정규분포를 따르는 가설을 검정하고자 할 때는 Z-검정을 한다. 이 말은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데이터 평균값의 차이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의미다. 즉, 대용량의 데이터에서 통계 검정을 진행할 때는 Z-검정을, 데이터 양이 적을 때는 t-검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 P49

Z 검정은 가설을 Z 분포로 검증하는 방법으로, 집단 간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 통계 기법이다. - P48

모든 분석 대상을 정규분포로 만들려면 데이터의 크기가 커야만 된다는 말인데, 앞서 남녀의 연봉을 검증하고자 할 때 그 대상을 국민 전체로 한다면 데이터가 충분히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특정 기업 또는 부서의 연봉 수준을 검증한다면 데이터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할 수 있을까? 이것은 데이터가 적어서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t-분포를 확인하는 t-검정이 진행된다. - P49

그런데 데이터가 많다 또는 적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의문이 들 수 있다. 1,000건? 또는 10,000건? 아니면 더 많게 100,000건? 또한 매번 정규분포를 고려하며 분석을 진행해야 할까? 데이터가 100건이면 t-검정이고, 10,000건이면 Z-검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두 검정 방법 모두 평균의 차이를 확인하고 확률범위(p-value, 유의수준)를 구하는 점은 같다. 따라서 두 집단 간 평균의 차이는 t-검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가 많아서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t-검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P49

t-검정 (t-분포)을 발견한 사람은 아마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즉 표본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 P49

골프를 즐기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간과 비용, 사람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규분포를 따를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들자면 아마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조건과 같게 시간과 비용,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P50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 충분한 데이터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 P50

결과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데이터가 있으면 데이터를 보고 유의미한 결과를 찾는다. - P50

필자에게 근대 통계학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학자 세 명을 뽑으라면 칼 피어슨과 로널드 피셔, 윌리엄 고셋이라 말하겠다. - P50

이 중 윌리엄 고셋 (William Seally Gosset, 1876~1937) 은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일반회사에 근무하며 통계를 별도로 공부했다. 일반 직장인이다 보니 학자보다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 P50

그(윌리엄 고셋)가 취업한 기업은 지금도 흑맥주의 대명사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맥주회사 기네스 Guinness 였다. 고셋은 기네스의 양조장에서 근무하며 맥주 원료를 연구하고 수확물을 관리하고 감독했다. 그의 업무 중 맥주 원료를 연구하는 일이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 자주 활용하는 t-분포를 발견한 계기였다. - P51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보는 대량 생산된 맥주와는 다르게 수제 맥주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경험이 녹아 저마다의 맛을 낸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한 결과는 항상 일정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고셋이 근무했던 1900년대 초반의 기네스 역시 그들의 장인정신, 즉 양조 기술자가 가진 최고의 경험을 통해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고셋은 맥주 맛이 일정하지 않아서 불만이었다. - P52

그(고셋)는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한 연구를 결심했다. 맥주 맛을 결정하는 효모를 분석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효모의 양을 결정하는 데 통계 기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충분한 시간도 비용도 더 중요한 인력도 없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3대 요소가 결핍된 그의 표본은 역시나 작았다. 그는 어떻게든 작은 표본으로 모집단을 추론해야 했다. - P52

그때까지만 해도 표본이 작아 정규분포를 벗어나면 인정할 수 없는 오차가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중략)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셋은 작은 표본도 정규분포를 따를 거라고 가정하고 자유도*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분포를만드는데 이게 바로 t분포다. 현대 통계 분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t-분포가 맥주 맛을 위해 탄생했다니 매우 놀랍지 않은가? - P52

*자유도 : degrees of freedom, 모집단에서 선택한 표본에 포함된 자료의 수다. - P52

고셋은 논문을 발표하며 저자 이름에 실명 대신 학생 student이라고 적었다. 그 이론이 유명한 스튜던트 t-분포다. - P53

student‘s t-distribution,  학생이 발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P5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잡학 서적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은 인류의 자존심이 상하는 세 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 P56

첫 번째 사건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1473~1543)가 주장한 지동설이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진리를 보기 좋게 무시했다. - P56

두 번째 사건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아를 뛰어 넘는 고상한 업적이 아닌 단순히 이성을 유혹하고자 하는 욕망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의 주장이다. - P56

마지막 세 번째 사건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진화론이다. 인간은 조물주가 만든 유일무이한 피조물이 아닌 다른 동물에서 진화된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 P57

찰스 다윈에게는 그만큼이나 독특한 사상으로 무장한 사촌 동생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 1822~1911)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공고히 했다. - P57

골턴은 훌륭한 사람은 그가 처한 환경보다 유전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확신했다(우생학). 그래서 이러한 유전적 우월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그의 사촌 형 다윈처럼 주변 사람들의 키를 전수 조사하러 다녔다. - P57

골턴은 키가 큰 사람의 자식이 부모보다 더 커지면 키 큰 유전자를 물려받는 자손은 끝도 없이 자랄 것이고, 반대로 키가 작은 집안의 자손들은 계속 작아질 테니 적정 수준까지 큰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까지 크는가를 고민했다. - P58

조사 결과를 살펴보던 골턴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조사한 대상 세대별 평균 키를 구하고 전체 대상의 키를 해당 평균을 기준으로 점을 찍어 분포를 확인했더니 아버지의 키가 아무리 커도 자식의 키는 평균보다는 크지만 해당 세대 평균에 가깝게 분포했다(중심극한정리). - P58

즉, 키가 큰 아버지는 그보다 조금 작은 자식을, 키가 작은 아버지는 그보다 조금 큰 자식을 갖게 된다는 결과였다. 골턴은 이 놀라운 발견을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mean라는 이름으로 공표했다. - P58

모든 현상이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사실에 기초한 분석이 바로 회귀분석regession analysis이다. 회귀분석은 두 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해 미래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 기법이다. - P58

여기서 두 요인이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의미하는데, 독립변수란 예측하고자 하는 결과의 원인으로 가정한 변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아버지의 키가 큰 것을 보고 아들의 키가 클 거라고 예측했다면 아버지의 키는 아들의 키가 클 거라고 예측한 원인인 독립변수가 된다. 종속변수는 독립변수가 원인이 돼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값을 말한다. 즉 아버지의 키에 영향을 받은 아들의 키가 종속변수다. - P58

많은 것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강력한 회귀분석에는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다. 전혀 관련 없는 두 변수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결정해 예측하면 전혀 의미 없는 분석이 되고 만다. 회귀분석으로 예측하려면 종속변수의 상관관계가 명확해야 예측 결과가 유의미해진다. - P59

데이터 분석과 이에 기본이 되는 통계는 넓은 의미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의 사주팔자와 주역, 서양의 타로 등 점을 치는 행위 역시 데이터 분석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P60

수리통계학의 기초를 다진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수학자 칼피어슨(Karl Pearson, 1857~1936)이다. - P60

골턴은 회귀의 개념을 정립하며 영향을 주는 요인과 영향을 받는 요인(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에 대칭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상관cometatio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회귀분석에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 P61

피어슨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취한다. 0을 기준으로 값이 0보다 작은 음수는 음의 상관관계라고 하며 두 변인 간에 관계가 없음을 나타낸다. 값이 양수면 양의 상관관계라고 하며 두 변인 간에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 P62

상관분석은 ‘연봉과 소비는 관련이 있을까? 키와 몸무게는 관련이 있을까?‘처럼 두 변수 간의 관계와 연관 정도를 설명한다. ‘연봉이 높으니 소비가 많을 것이다. 키가 커서 몸무게가 무거울 것이다.‘ 라는 말은 상관분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정리하면 상관분석은 두 변수의 관계만을 설명하지, 두 변수간의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인과관계는 설명하지 않는다. - P62

그러나 연관성이 있어야 원인과 결과가 도출되기에 인과관계를 찾아 분석할 때는 변인 간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 신제품과 매출의 관계, 혈압과 당뇨의 관계 등 우리 주변에는 관련성을 판단해야 하는 일이 매우 많다. - P63

어느 분야든 경쟁 상대가 있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발전과 함께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발전하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 P63

칼 피어슨 또한 그가 활동할 당시 경쟁 상대인 로널드 피셔 (Ronald Aylmer Fisher, 1890~1962)가 있었기에 통계학의 학문적 위치가 더욱 견고해졌다. - P64

이 시기에 유전학과 통계학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크게 피어슨을 중심으로 한 생물측정학파biometricians와 윌리엄 베이트슨(William Bateson, 1861~1926)을 중심으로 한 멘델학파 Mendelions가 있었는데, 이 두 학파의 지루한 공방과 논쟁을 일시에 종식시킨 인물이 바로 피셔다. - P64

현대 통계 분석은 분석하려는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통계적 가설을 정하고 전체로부터 표본을 추출해 가설 검정으로 추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셔는 이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분석 대상 전체 (모집단)와 전체에서 추출한 일부(표본)를 명확하게 분리하였고 일부를 통해 전체에 대한 분석과 추리가 가능하다는 방법을 귀무가설로 증명했다. 이후 피셔는 추측 통계학, 즉 추계학stochastic을 창시하고 통계학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 P65

미각은 음식의 맛을 구별하는 감각을 지칭한다. 이 미각이 귀무가설null hypothesis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 P65

부인들의 차감별 시험 lady tasting tea과정과 이론을 담은 피셔의 책 《실험계획법 The Design of Experimmiile》에서 그는 암묵적으로 설정한 결론인 ‘부인들은 차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라는 가정을 ‘null hypothesis‘라 한데서 귀무가설이 유래했다. 그가 세운 귀무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가설이 거짓이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고, 가설은 거짓이 됐다. 따라서 이 가설의 반대인 ‘부인들은 차 맛을 구분할 수 있다‘를 증명했다. - P67

현재의 통계는 가설과 표본으로 설명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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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에서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야 함을 강조했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먼저 등장한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로 ‘통섭‘이라는 단어가 가장 뇌리에 꽂힌다. 이 두글자가 저자 글의 핵심을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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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해서도 나온다. 솔직히 본문을 읽기전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는 있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과거 철학자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한 근거 중에 하나[인간의 뇌를 해부했는데 송과체pineal gland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일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만 영혼이라는 게 존재한다]가 그(데카르트)가 죽기 얼마전에 사실이 아닌 것[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송과체pineal gland가 존재한다]으로 밝혀졌다는 근거를 들면서 이원론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찰스 다윈이 주장한 일원론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갖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께서 오래전부터 수많은 책들을 썼던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을 읽은 것이 이 책이 처음인지라 저자의 이력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일원론과 다윈의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저자의 이력이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더니 일원론자이면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하는 진화론자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과거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진화론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진화론을 부정하는 논리(?) 혹은 주장(?)인 창조론이라고 해서 교과서에 정식으로 수록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진화론에 반하는 얘기들도 있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 있다.(요즘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거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창조론관련 내용은 아예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어쨌든 진화론과 창조론 혹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일원론과 이원론 같은 각각의 주장의 대립들은 과학계에서 꽤나 불꽃 튀는 이슈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를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보고 생각해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저자의 말처럼 우연한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다른 한쪽이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얘기 간에 약간 절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어찌보면 이는 오늘 읽은 앞 부분에서 저자가 말한 통섭과 공생(심비오틱 symbiotic)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밑줄 친 문장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인용한 위의 문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맨 앞에 나온 문장인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라는 부분이 독자인 내 마음에 자꾸 걸렸다. 태초에 뭐가 있을라면 무언가 사소한 것이라도 창조되어 있는게 있어야 맞는 말 아닌가? 하다못해 좁쌀만한 크기의 씨앗이라도 있었어야 맞는거 아니냐는 말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태초에 저 물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진화론의 입장을 따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저 물고기의 조상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진화론만으로는 논리적인 설명이 안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위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만 옳고 다른 한 쪽은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사고를 경계하면서 진화론과 창조론 간에 통섭과 공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의문 때문이다. 이러한 통섭과 공생의 관점에 입각해서 위에 인용한 문장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설명해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의 경우는 창조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인듯 하고, 나머지 그 뒤에 나오는 무슨 육지동물이 파충류, 조류, 포유류, 영장류 등으로 진화한 것은 진화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양다리 걸치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입장을 확실히 정해라 하면서 욕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께서 강조하시는 통섭과 공생의 관점으로 본다면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관계없이 각각의 얘기들 혹은 주장들을 상호간에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 책의 앞부분에서는 통섭과 공생을 말씀하시면서 데카르트와 함께 언급된 일원론과 이원론 논쟁도 그렇고 위에 독자인 내가 인용한 문장에서도 진화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창조론은 단지 가설정도에 불과하다는 식의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지점이었다. 독자인 내 생각에 어쩌면 저자는 아예 창조론이라는 것 자체를 과학이라고 인정하지 않기에 애초부터 통섭과 공생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지적한 부분을 창조론의 가설(?) 혹은 논리(?) 를 사용하지 않고 진화론의 논리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2%부족해보이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진화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하시는 분들은 비단 너만의 느낌이라고 하시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든 진화론과 창조론에 관련된 이슈들을 얘기해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래서 우리는 완벽한 절대자 혹은 신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인간이고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 이상 어느 한 개인이 문제의 답을 찾는 시대가 아닙니다. 한 학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21세기는 학문이 만나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서 인문 소양을 갖춘 사람, 인문학자지만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번 세기에 살아 남는 겁니다.

생태학은 태생적으로 통섭적인 학문입니다.

"통섭적 인생을 사셔야 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우리가 왜 공정하고 공평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이 자연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다윈 선생님이 모든 문제에 침 발라놨다."

자연은 그리 험악한 곳이 아니라는 것

"자연은 서로 돕고 사는 곳이다."

자연은 경쟁 일변도의 전쟁터가 아니라 서로 손잡으며 아름아름 돕고 사는 곳

가진 자가 공평하게 살면, 그건 그 사람들만 계속 유리한 거잖아요. 그건 아니에요.

그건 공정이 아니에요, 공평이죠.

"너희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너희가 부정하게 살면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너희랑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냐."

"가진 자가 공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된다."

자연이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건 옳지 않죠. 당위성은 없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지혜‘라는 것은 하루 이틀 새에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된 현상이기에, 거기서 얻는 지혜나 지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늘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계속 ‘호모 심비우스‘를 주장하고 "알면 사랑한다"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끊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해서예요.

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쓰면서 내디뎌야 해요.

이런 노력을 해야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살아보니 인생 퍽 길군요.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맞으며 이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분야가 된 생태학

공평은 양심을 만나야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켜줍니다.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반짝, 하며 빛날 기회가 적어도 한 두차례는 올 겁니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여러분은 적어도 직업을 대여섯번 갈아타며 살 것이랍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쉼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합니다. ‘융합의 세기‘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평생 도전할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치열하게, 그러나 사뭇 겸허하고 따뜻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동료들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습니다. 불공정한 지름길로 넘나들지 않고 주변과 손잡고 함께 천천히 걸었는데도 오늘 이런 자리까지 왔습니다. 인생 살아보니 참 기네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자연과학은 사실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 질문하는 학문이라면, 기술은 답을 찾아내는 분야입니다. 자연과학은 답을 찾아낸다기보다 오히려 질문하는 학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생물은 무생물보다 훨씬 아름다운 존재일겁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생태학‘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반드시 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적어도 지구에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습니다. 생명에게는 언제나 한계가 있어요. 생명의 한계성, 이게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알던 어떤 화학물질, 이게 DNA입니다. 최근에는 어쩌면 RNA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DNA 혹은 RNA같은 유전물질은 허구한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화학물질을 계속 복제하는 일을 합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생명실험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 겁니다.

따지고 보면, 지구의 생명 역사는 DNA 혹은 RNA 일대기에 불과합니다. 태어나서 아직 죽지 않은 그 친구의 삶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얼마 있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한계성을 지닌 개체지만, 우리를 만들어낸 DNA라는 유전 물질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환경파괴, 생명 파괴 현상은 결국 가족을 죽이는 일입니다.

생명은 시간적으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공간적으로도 다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DNA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개미가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니면 병원균이 창궐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DNA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게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생명은 이처럼 영속성과 더불어 연속성을 지닙니다.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전부 갈려 나온 겁니다. 생명은 일원성을 지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평생 연구하고 있는 찰스 다윈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입니다. 이 세상은 따로따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진화의 과정을 거쳐 하나로부터 분화돼 나왔다는 얘기를 한 겁니다.

인간은 어쩌다보니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결과로 태어난 겁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건 어마어마한 확률의 우연 덕입니다. 곱하고 곱하고 곱해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생명은 우연의 결과물입니다.

찰스 다윈이 1859년에《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제일 유명한 문장 중 하나입니다.

"태초에 하나로부터 아름다운, 이 기가 막힌 형태들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은 유전자의 존재를 전혀 모르던 사람입니다. DNA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로부터 왔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추해낸 사람입니다.

적자 생존의 영어 표현은 ‘survival of the fittest‘라는 최상급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윈 선생님이 실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the fittest‘라고 하면, 최고로 적응 잘한 친구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뜻입니다. 만약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했다면, 그냥 적당히 적자생존이 아니고 ‘최적자생존‘ 이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 (중략) 서양 사람들은 저 표현을 들을 때마다 1등이 아니면 죽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이 1등만 남겨놓고 모두가 죽는 세상은 절대로 아니잖아요. 세상이 어려워지면 꼴등이 떨어져나가는 거죠. 꼴지만 아니면 살아남을 가능성을 갖고 사는 거죠.

생존투쟁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원을 원하는 존재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반드시 남을 죽이고 남의 피를 빨아야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시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다윈 선생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이렇게 말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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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저자는 이 ‘공간의 속도‘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자 나름의 논리적인 공식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공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어떠한 내용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보면 저자가 개발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서울 시내 주요 거리인 홍대 앞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강남대로, 테헤란로 이렇게 5군데를 비교분석하는 자료가 있는데, 결론은 공간의 속도가 낮을수록 사람들이 더욱더 걷고 싶어하는 거리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속도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이벤트 밀도와도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데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출간된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뒤늦게나마 잘 알지 못했던 이러한 시각 혹은 관점에 대해 배울수 있게 된 것에 의의를 두고싶다.

뒤이어 관련 내용을 추가로 좀 더 읽다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공간의 속도가 무작정 느릴수록 좋은 건 아니고 사람이 걷는 속도인 4km/h (시속 4km) 정도 수준에 가까울 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약조건을 덧붙인다. 오히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 경우에는 지루함 혹은 따분함 때문인지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일리가 있어보인다.


뒤이어 나오는 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에서는 도시를 형태와 재료라는 두 가지 요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저자는 아름다운 도시 요소의 특징으로 다양한 형태와 동일한 재료를 꼽고 있다. 본문에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저자가 언급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저자의 얘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발코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읽었던 동 저자의 인문 건축 기행에 나오는 내용들과 어느정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도시의 발코니가 오픈되어 있어야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존에 있던 발코니마저도 알루미늄 샤시로 내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도시가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안타까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방식도 언급되는데, 그가 건축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이긴 하나 그가 추구하는 건축 방식이 현대 도시의 폐쇄성을 촉진시켰다는 견해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자연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만든 것에 대해 저자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위에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건축가들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에 하나하나 왈가왈부 하긴 힘들지만, 저자의 견해를 보면서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위대한 대가라고 해서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반면, 저자는 건축의 감성적인 면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음을 책에 나온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자전거의 두 바퀴에 비유하는데 하나가 건축의 기능적인 바퀴라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역할을 하는 바퀴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의 건축은 감성적인 면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성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이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기능적으로는 같은 건물일지라도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에 독특한 디자인들이 있는 건물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예산제약이라든지 건축 효율성 등의 이유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저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독자인 내 머릿속에 문득 ‘효율성과 예술성은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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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바꿔서 3장에는 펜트하우스와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사례는 ‘팬옵티콘‘이라는 감옥인데, 이 감옥의 디자인 자체가 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며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간이 창출하는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도시가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인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도로가 사방으로 퍼지는 방사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디에 위치해있느냐에 따라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방사형 구조와 대비되는 격자형 구조가 나오는데 이는 모든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인해 권력이 차등적이지 않고 동일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다만 동일함은 도시를 단조롭게 느끼게 할 수 있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같은 도시에서는 변칙적으로 대각선 길인 브로드웨이같은 길을 만들어 격자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선 공간의 속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간단한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리를 구성하는 면적에 그 위에 있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평균 속도를 곱해서 더한 후에 전체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간 속에 움직이는 개체의 대략적인 속도를 계산할수 있다. - P38

공간의 속도={(차도 면적 x 차의 평균 속도) +  (인도 면적 x 보행 속도 평균 속도)+ (데크 면적 x 1km/h) + (주차장 면적 x 1km/h)}
÷전체 면적 - P39

데크: deck. 집 앞면이나 후면에 마루처럼 달아내어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 - P385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 - P40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거리 공간의 속도감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식은 추후에 도시설계를 할 때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치수로도 사용 가능할 것이다. - P44

Ss: Space speed 의 약자. 이벤트 밀도의 e/c와 더불어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 P385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비슷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더 걷고 싶어 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시속 4킬로미터보다 느린 값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빠른 속도의 공간만큼이나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44

자신이 노출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환경은 경험자가 부담을 느끼게 된다. - P44

사람은 적당히 그 공간에 묻혀서 걸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공간을 원한다. - P44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 P46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 P46

구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이후 크레인과 철골 구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쉽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 P50

지나치게 커져 버린 건축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빠른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옆으로 비켜나게 되고 더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 P50

건물이 커질수록 대부분의 일들은 건물 내부에서 해결이 된다. 최근에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해서 한 건물 안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할수 있는 대형 건물들이 들어선다.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50

건축 재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현대 도시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어 오는 재료들이 난무한다. 따라서 통일성과 컨텍스트가 부재한 카오스적인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 P51

컨텍스트 : context. 건축에서는 통일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가치를 지칭한다. 따라서 컨텍스트가 있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P385

커튼월 : curtain wall. 커튼처럼 건물의 외벽이 유리창으로만 된 건축 입면. - P385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 한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 P51

각각 건물의 형태는 경제적인 원리로 비슷하게 나오는 : 제한된 땅에 최대한 법적으로 허용하는 면적을 만들고 가장 저렴하게 지을 형태를 찾다 보면 꽉 찬 상자모양의 건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뜻함. - P386

도시를 형태와 재료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나누어 본다면 도시는 네 종류가 나올 수 있다. 형태도 단순하고 재료도 단순한 경우(한국의 아파트 단지), 형태는 복잡하고 재료는 단순한 경우(그리스 산토리니 섬),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복잡한 경우(서울의 논현동 뒷골목), 형태도 다양하고 재료도 다양한 경우(서울의 청담동 명품 플래그샵 거리)이다. - P52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통일되었을 때 도시 공간이 다이내믹하고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52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보스턴 시는 이 뉴베리 거리에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는 건축물의 재료를 모두 붉은 벽돌을 사용하게 규제함으로써 재료의 통일감을 보존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 P52

지역성이 드러나는 재료의 통일성은 일단 좋은 도시로 가는 한 가지 전략 중에 하나라는 것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 P54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P55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에서 자연은 일상에서 체험되기보다는 보기만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계획안은 실패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 P56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P57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 - P59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 P59

각각의 도시는 나름대로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 그 선은 하늘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한 결과물이다. - P61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 P61

돔은 아치 구조를 180도 회전시켜서 나오는 구조체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 옛사람들은 나무로 틀을 짜서 돔의 내부를 만들고 그 외부에 돌, 벽돌, 콘크리트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돔을 만든 후에 내부에 있는 나무 구조체를 해체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목재가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 P63

천재 건축가 부르넬레스키가 목재를 적게 사용하고 돔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구조법을 개발하여 지금 우리가 보는 피렌체의 대성당 돔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건축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특허권이었다. - P63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한마디로 엘리베이터가 만든 스카이라인이다. 뉴욕은 섬이기 때문에 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조건에서 고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엘리베이터라는 기술과 고층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철골 구조라는 기술이 합쳐져서 이전에는 없었던 하늘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뉴욕만의 독특한 고층 건물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63

로마, 피렌체, 뉴욕의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 P65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특징지어서 그럴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성공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65

아트버스터 : Artbuster. ‘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기존에는 소수 마니아들에게나 관심을 받던 예술 영화가 최근 들어 영화팬들의 수준 향상과 저변 확대로 인해 큰 주목을 받고 히트작 반열에 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 P386

건축가는 항상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협업해야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처럼 콘셉트부터 완성품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 P66

화가도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지만 그 작품은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야만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반면 대중음악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선택하고 소비할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느 예술에서도 찾기 힘든 장점인듯하다. - P66

필자는 예술을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속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떤 노래를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인간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 P66

배불리 먹고 잘 잤다고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감정이 솟아날 때 비로소 인간됨을 느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예술은 감정을 일으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00원을 지불하고서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음악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 P66

20세기 초반에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기계"라고 정의 내렸다. 건축에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능은 건축이라는 자전거의 두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전거가 굴러가려면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듯 건축은 기능 이외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바퀴가 필요하다.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위한 길과 넓은 집들을 추구했지만 정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쳐 온 것이다. - P68

계절에 어울리는 한 곡의 노래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같이 감성을 울리는 건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건축은 대중음악이 팔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축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건축이 많아질 때 현대 도시는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 P68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 주는 공간 형태다.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 P71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Panopticon)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전체를 뜻하는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 P73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감옥의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닌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라는 것이다. 그는 1791년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팬옵티콘을 설계하였다. - P73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에서 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 P73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콘의 공간이라고 - P75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 P75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해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 P76

뉴욕 같은 경우에는 이 같은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가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 공간은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서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가 형성되는 결절점 부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가대표적인 예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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