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준비가 행운을 만났을 때 생긴다" - P175
나는 내 축구선수의 경력이 언제든 단절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품고 살았다. - P185
내가 축구를 하는 것은 양복점의 재봉사가 재봉질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이가 있다면, 재봉사가 옷감에 마름질해서 재봉질하는 반면 나는 운동장에 가상의 동선을 그려가며 공을 찬다는 점일 것이다. 20년, 30년 한 가지 일을 하며 장인의 경지에 오르는 재봉사처럼 축구선수도 그런 자세로 축구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다. - P185
축구선수가 축구를 잘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도 놀라운 일도 특별하게 환영받을 일도 아니다. 축구가 직업인 사람으로서 공을 잘 차기 위해, 그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취미 생활이 아닌, 동호회 활동이 아닌, 프로선수라면 말이다. - P185
아직 다 자란 게 아니라면 무리한 충격을 가해선 안 되고 어린 고사리를 다루듯 어린아이들도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 P191
‘행복‘을 생각하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번 돈을 그대로 다 쓴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행복과 성장‘이다. 내 안에서 생각의 균형을 잡는 키워드였다. - P192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든 지도자든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P192
성적을 목표로 두면 시행착오를 통한 진정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하지 못한다. 선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기회를 놓친다. - P193
‘왜?‘ 나한테 이 물음표는 항상 내려가지 않는 체증처럼 남아 있었다. 왜 꼭 이런 방식으로 훈련해야 하지? 왜 꼭 이렇게 경기를 뛰고 성적을 내야 하지? 왜 이런 무의미한 방식으로 몸을 망가뜨려야 하지? 왜 선수들을 이런 환경에 내몰아야만 하지? - P193
내 아들은 나처럼 자라게 할 수 없었다. 역발상이 필요했다. 다른 환경이 필요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축구를 접하게 하고 싶었다. 자식 가진 부모는 내 자식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다 같은 마음이다. - P194
대학에 진학할 실력이 안 되고 프로에 입단할 실력이 안 된다면 냉정하게 그만둘 수도 있어야 한다. 그만둬야 할 때 그만두는 것도 용기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의 행로가 엉키게 된다. - P195
자기 수준에 맞는 리그에서 원하는 만큼 활동해보고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축구를 그만두는 것. 그래야 자신의 의지로 다른 미래를 그릴 힘이 생길 것이다. - P196
자신이 선택해서 자기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거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P197
"너희들이 성공하면 그 성공은 온전히 너희들 것이다." - P199
오늘도 마음 비우고 욕심 버리고 승패를 떠나서 행복한 경기 하고 와라. - P200
훈련할 때 재미있게 하고 경기할 땐 욕심내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축구선수가 꿈꿀 수 있는 전부이다. - P201
"삶을 멀리 봐라.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아라." - P201
"올 시즌에는 상황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올 시즌 조금 어려웠다고 내년 시즌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농부가 올해 풍년이 들면 다음 해에 흉년이 들 수도 있고, 올해 흉년 들었는데 내년에는 풍년이 들 수도 있는 거다.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계속 풍년만 들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다." - P201
운동선수에게 승패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승패에 연연하는 마음을 초월할 수 있다. 오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해도 오늘 축구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선수.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면 그 행복감을 만끽하는 선수, 돈과 명예를 떠나 공을 찰 수 있음에 감사와 행복을 느끼는 선수. 멀리 봤을 때 나는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 P201
운동선수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은퇴의 시간이 찾아온다. 은퇴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제의 승패를 가지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금 아무리 대표선수고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라 하더라도 은퇴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 P202
승패에 연연하고 그날그날의 경기력에 기분이 좌지우지된다면 절대로 오래갈 수 없고, 또 그렇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해도 은퇴 후에는 후회스럽기만 할 것이다. - P202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해서 어릴 때부터 항상 했던 것, 마냥 즐거웠던 것, 오늘 졌어도 즐겁고 이겨도 즐겁고 경기 내용이 좀 안 좋아도 즐겁고 경기 내용이 좋아도 즐겁고, 네가 몸 관리 잘해서 은퇴를 1~2년이라도 늦출 수 있으면 된다. 은퇴하고 나면, 이 시간이 너무도 그리울 것이다. 오직 네 행복을 위한 축구를 해라." - P202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는 뭔가 부족했다. 골망을 흔들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해야 했고 좀 더 섬세해야 했다. 한번 굳어진 습관은 교정하기 어려웠고 부족한 기본기는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혹독하게 훈련했지만 애당초 뭔가가 부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뭘까? 이 물음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숙제를 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 P204
돌이켜보면 나는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할 줄도 모르면서 축구를 했다. 축구가 무조건 좋았다. 사랑한다면, 순간순간에 충실해야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시간의 밀도를 다루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으며 그냥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 P206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현실은 냉엄했다. 축구를 향한 열망은 마음 깊은 곳으로 삭이고 제2의 인생을 꾸려야 했다. 다른 건 배운것도 없고 연고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맨땅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쉽고 허무하고 눈물도 났다. - P208
꿈속에서의 나는 피치 위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황할 시간은 없었다. 그건 사치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잃는다. 어차피 일어난 부상과 은퇴였다. 그것은 과거다. 과거로 인해 소중한 나 자신과 가족을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나‘다. - P208
나에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원망하고 후회하고 방황하며 내 인생을 낭비할 수 없었다. 내 몸을 망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 시간을 이겨냈다. - P208
세상에는 해야 할, 할 수 있는 다른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것, 그동안 해온 것, 이미 알고 있는 것에만 집착하면 비좁은 곳에 갇혀 갑갑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 P209
그러니 두 개의 창문을 모두 열어야 합니다. 바람이 지나가도록. 마음의 창문도, 가능성의 창문도 모두 열어놓고 자주 환기를 해야 합니다. - P209
기회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때다!‘ 싶은 순간이 온다. 일상적인 시간과 다른 이 순간을 우리는 기회라고 부른다. 경기장 안 스물두 명의 선수는 기회를 찾아 달리고 기회를 잃고 탄식하고 기회를 잡아 환호한다. - P210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박물관에는 기이하게 생긴 조각상이 하나 있다. 앞머리는 무성한데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고, 어깨와 양발에는 날개가 달린 벌거벗은 남성의 조각상. 바로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형상이다. - P210
조각상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함이고, 또 발견했을 때 쉽게 잡아챌 수 있게 함이다. 뒷머리가 민머리인 이유는 한번 놓치고 지나가면 다시 잡기 어렵게 하기 위함이며, 어깨와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 P211
카이로스의 형상은 인생에서 찾아오는 기회와 타이밍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에게도 그랬다. 기회는 늘 조용하고 수줍게 찾아왔다 날쌘 토끼처럼 순식간에 도망갔다. - P211
삶은 몇 번의 기회를 준다. 무심하게, 혹은 선물처럼. 그 기회를 잡는 자와 흘려보내는 자가 있을 뿐이다. - P211
돌아보면 ‘그때가 기회였구나‘ 후회하게 될 때도 많지만 기회임을 알아챘을 땐 망설일 것도 계산할 것도 없다. 그냥 잡아야 한다. - P211
"아빠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P212
선수 생활을 해본 내 깜냥으로도 해외에 나가면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라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언어를 습득해야만 했다.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없으면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어렵다. 언어는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이고, 그 나라에 대한 존중이며, 모든 것의 시작이다. - P213
축구를 할 때는 그곳이 맨땅인지 인조잔디인지 천연잔디인지를 살펴서 준비해야한다. 아무리 좋은 축구화를 수십 켤레 마련한다 해도 질척이고 푸른 잔디 상태, 운동장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 P214
"네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나태하거나 게으르거나, 남하고 똑같이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남 잘 때 같이 자고 남 먹을 때 같이 먹고 남 놀 때 같이 놀면 절대 남을 앞서갈 수 없다." - P214
성공은 선불이다. 그건 분명하다. 성공은 10년 전이든 15년 전이든 내가 뭔가를 선불로 지불했을 때 10년 후에는 15년 후에든 20년 후에 성공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전에 지불을 안 했는데 내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성공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 P214
초나라의 항우가 계속되던 진나라와의 일전을 위해 전군을 끌고 황하를 건넜을 때 모든 배를 침몰시키고 가마솥을 부숴 못 쓰게 만들었다. 열일곱 살 흥민이도 아마 그 시간만큼은 항우의 파부침선破釜沈船의 마음이었을 테다. 이번 전투에서 지면 타고 돌아갈 배도, 밥을 해먹을 가마솥도 없으니 결연한 의지를 낼 수밖에 없다. - P214
"독일에서 안 될까봐 두려웠어. 그래서 힘든 것도 끝까지 참고 견뎠어." - P215
아이들의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 P215
"축구에서는 위를 보고 삶에서는 아래를 보라" - P217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를 생각하고 그걸 밀어붙여야 한다. 세속적으로 표현하자면, 투자는 생산을 결정한다. 투자를 해야 뭔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나의 시간이든 열정이든 삶이든. - P219
한번은 흥민이 친구가 따라와 같이 훈련하더니 2층 숙소로 제대로 걸어 올라가지 못한 적이 있다. 지독한 훈련이었다. - P220
그래도 훈련은 지켜봐야 했다. 어떤 훈련을 하는지도 봐야 했고, 그곳에서 흥민이의 부족한 점과 고쳐야 할 점들을 찾아 피드백을 해줘야 했다. - P221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일이 때로는 큰 숙제가 될 때가 있다. - P222
춥고 배고팠던 생각밖에 안 나는 3년. 하지만 누군가는 고난이 은혜였다고 말하듯, 어린 시절부터 고생은 좀 해봤다 자신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잘 넘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웬만한 것들은 예방주사를 맞아서 잘 극복할 수 있었다. 환경은 매끄럽지 않았고 매 순간이 극적이었으나 그러다 보니 위기 대처 능력도 길러졌고 결단력 하나는 자신이 생겼다. - P222
돌아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들이 없다. 살면서 그런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된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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