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모험 - 천재들의 장난감 ‘루빅큐브’의 기상천외 연대기
루비크 에르뇌 지음, 이은주 옮김 / 생각정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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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는 1978년 부다페스트(부다 buda 언덕이 많고 녹색이며 널찍함, 페스트 pest 평평하고 빽빽함) 국제박람회에서 상을 받은 후 지금까지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1974년 루비크 에르뇌가 처음 교육용으로 발명한 퍼즐을 '뵈뵈스 코카'또는 '매직큐브'라는 이름으로 헝가리 가게에 출시되었다. 매직큐브란 명칭은 고대 퍼즐인 '매직스퀘어'에서 따왔는데 마방진을 연상하면 된다. 사람들을 홀려 마법에 걸린 듯 큐브 맞추기에 빠져든 사람들을 보라. 매직이 아니고 뭘까.

 

 

책은 루빅스 큐브의 아버지가 밝히는 최초의 이야기다. 그는 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에 속하는 동유럽 국가들의 폐쇄성이라 불리는 철의 장막 시절에 헝가리의 건축 디자인 교수였다.

 

탄생과 원리, 홍보 마케팅과 실패(미투 상품 급증)로 느끼는 성공의 척도 등 궁금했던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 부분은 돈과 가치, 성공과 실패를 겪고 회의적인 사람이 된 루빅스의 소회가 장황하게 펼쳐진다. 내가 원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닌데..라고 항변하는 것 같다. 이제는 관용어로 굳어진 제품명조차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기 이름과 함께 상품화가 된 현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입장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큐브는 어려운 퍼즐을 맞추었다는 쾌감, 성취감 말고 그 이후의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80년대 실패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루빅큐브는 소수에게 사랑받은 장난감이 되어 잊힌 듯 보였다. 그렇게 큐브는 죽었다고 생각할 때쯤 90년대 인기가 부활했다. 제2의 전성기였다.

 

 

원래는 교육용, 놀이용 장난감이었으나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유행은 돌고 도는 건지 레트로 열풍을 타고 큐브도 인기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큐빙도 무궁무진하다. 유튜브만 검색해도 해석법이 넘쳐난다. 큐브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조각, 드로잉, 사진, 멀티미디어 오브젝트, 벽화 등 파상된 예술품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런 문화 현상을 큐브 아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밖에도 광고, 음악, 영화, 만화, 상품 등 상업적인 영역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책에도 소개된 영화 <스노든>에서 스노든이 큐브 조각을 이용해 정보를 빼돌리고 자유를 찾는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영화리뷰를 쓰고 받은 루빅큐브를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맞추어 볼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란 말은 함구한 채)

 

 

또한 천재들의 전유물 같기도 했다. 공부 벌레들은 큐브와 친구였다. 큐브는 핵심을 명확히 전달하는 매우 효율적인 의사소통 수단,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 끈기, 혼돈, 놀이, 지성을 상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큐브의 상징은 바로 '연결성'이다. 게임, 유튜브, 스마트폰, 스트리밍 영화 등 막강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도 큐브는 자신 있다. 미스터리한 영역,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푼다는 호기심이 연결되어 있는 한 큐브는 오래도록 인류의 친구가 될 것이다.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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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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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자주 온갖 것들에게 휘둘리며 살았을까? 오랜만에 류시화 시인의 시 모음집을 읽으며 마음을 챙겼다. 조금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서 관조하는 기분, 쉬어가는 하루의 쉼표가 되어주는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커피 마시듯 홀짝이는 시 하나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준다. 오늘도 단단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건 어떠냐고.

 

 

갑자기 불어닥친 전염병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더 강력한 독감 정도로 생각했었지 이렇게 장기화될 줄 몰랐다.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바뀌었고 무너져 내렸다.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신음하고 고통을 삼키며 버티는 중이다. 대체 언제야 마스크를 벗고 얼굴에 침 튀기며 말하는 날이 올까. 까마득하고 먼 이야기만 같다.

 

 

《마음 챙김의 시》는 시 앤솔로지라 할 수 있다. 류시화 시인이 60여 편의 시를 번역하고 선별해 하나의 시집으로 엮었다. 시라는 형식을 매개로 마음의 휴식과 진정을 줄 수 있는 전 세계의 시를 모았다. 사실 소개된 시 중에는 아는 시가 전혀 없다. 어쩌면 어린아이처럼 무지에서 시작하는 게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만가만 대상을 살피고 생각한 마음을 글자로 표현한 시가 주는 무드는 전달받았다. 시인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겪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정서가 전달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제한된 형식 안에서 문학적 정수와 삶의 태도, 자신의 생각을 모두 쏟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읽히고 쓰였나 보다. 삶을 놓지 않기 위해서, 힘들어도 용기 내어 살아갈 이유가 생겨서.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시를 찾는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기분이다. 해보니까 정리되고 그러니까 뿌듯하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을 시집에서 찾아내고 곱씹는 중이다. 시가 우리에게 주는 정서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느리지만 뒤처지지 않게, 편안하지만 그대로 놓아버리지는 않게 만드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잘 하지 않았던 일에서 찾는 즐거움이 생각보다 신선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행위가 때로는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시를 통해 마음 챙김 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은 언제나 소중하니까. 그리고 그럴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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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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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은 《댓글부대》였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사회적 루저들이 자기들끼리 뭉치고 권력의 맛을 알아가면서 이용되고 사라지는 이야기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졌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마치 인터넷 여론조작 업체에 잠입해 겪은 일을 쓴 것 같았다. 실로 댓글부대라 불리는 여론조작의 검은 움직임에 대해 체험하는 소설이었다.

 

 

그 후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으로 쐐기를 막아 나에게 장강명은 '센 작가'로 기억되었다. 소설이 워낙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문체라 작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체가 곧 말이나 행동처럼 느껴지는 작가 일치화 때문일 것이다. 간혹 독서 프로그램이나 TV 출연,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에서 본 장강명은 의외였다. 부드럽고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영화와 영화감독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로 체득한데 몇 년째지만 글을 아무래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라 글이 바로 작가라는 생각이 더 커지나 보다. 그렇게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를 접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지금까지 낸 소설과 에세이 집과 다르다. 일러스트 속 장강명은 독설과 날선 비판을 가진 작가가 아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부근한 인상이다. 책은 요조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읽고 쓰는 인간으로 장강명에 대해 썼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글 중간에 굵은 뼈가 박힌 듯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주제들도 많았다. 확실히 가볍게 읽힌다는 에세이의 틀을 쓰고 인문학 도서 쪽에 가까운 속내를 품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북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말하는 장강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세상에도 여전히 쓰고 읽기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은 말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든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말하기만 하는 게 아닌 아내의 이야기를 찰떡같이 알아 드는 (남 이야기는 잘 못 알아들으면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내 인생의 책, 끝내주는 책, 숙제 같은 책, 충동 대출을 권함'으로 책 추천 코너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쓰는 작가는 대체 뭘 읽는단 말인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장강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말고 읽어야 할 필독서란 생각도 든다. 특히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하나의 책을 읽으면 연쇄적으로 파생되는 책들로 넓혀 간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관람에도 적용된다. 그게 장르가 되었건, 작가(감독)가 되었던, 소재가 되었건 간에 무한 가지치기로 리스트 도장 깨기를 하는 거다. 이런 방법은 의외로 단기간에 책이나 영화를 많이 봐야 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리고는 간혹 영화감독을 좋아하는 나는 그 사람이 쓴 에세이를 읽기를 즐긴다. 그 사람의 사적인 행동과 말에서 영화의 실마리를 에세이에서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장선 상에서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한다면 이경미 감독이 쓴 《잘돼가? 무엇이든》과 김종관 감독의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를 추천한다. 물론 《책, 이게 뭐라고》의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짧고 굵게 핵심이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 고전을 읽었던 생각과 느낌이 산발적으로 계속되는데 고전을 왜 읽어야만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중요성을 충실히 깨달았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한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매번 까먹는 나를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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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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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에서 레드로 우울감에서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게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계'는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들과 자꾸 싸운다. 하물며 재택근무가 늘어나다 보니 출근하면 직장 동료들과 어색하다. 이메일이나 sns로만 업무 내용을 주고받아 토씨 하나라도 잘 못 해석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배달 앱, 키오스크, 셀프 계산대만 상대하다 보니 직원을 대면하고 주문하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런 현상 유독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걸까?

 

집에만 있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대인기피와 우울감이 커진다. 가족, 친구, 직장에서도 적당히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내 감정만 중요하다가 내세울 게 아니라 감정 거리두기를 통해 모두가 편안한 합의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떠오른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들여다보기 연습이다. 10년간 1,000회 이상 공감, 소통, 관계 회복을 강의해온 심리상담가 박상미의 관계 심리학 특강이다. 자신의 마음 챙김부터 관계 회복,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관계 연습의 다양한 예와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10년 이란 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과 상담 근거를 토대로 효과가 검증된 대화 방법들을 기록하고 쉽게 풀어 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말 그대로 관계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일어나는 모든 것에서 관계와 상처가 시작된다. 상황에 따라 대화법을 바꿔 보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하는 이때야말로 연습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행복은 흔히 전염된다고 한다. 불행도 그럴까. 책 속에는 나의 비만, 흡연, 우울감이 내 친구와 친구, 그의 친구에게 영향을 준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끊기가 어렵다. 본인이 살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로 풀어 볼 수 있다. 좋은 관계를 알아보고 형성하는 방법은 책에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타인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번아웃을 유발한다. 따라서 관계 연습 만이 자신을 지키는 새로운 세상살이 방법이라 강조한다. 공감하는 법, 소통하는 법, 감정 훈련하는 법 등의 관계 교육을 통해서 단단하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공부, 업무에 효율을 높이는 방법과 자기 효능감을 향상하는 방법, 좋은 습관과 부정적인 언어 버리기 등.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것들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하루에 하나씩 실천해 봐도 좋을 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도 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들 한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필요하다. 상처를 받고도 멀쩡하게 치유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상처를 자주 들여다보아야 큰 병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혼자서 사는 세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내 마음을 먼저 읽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며, 나를 성장시키는 마음 훈련법을 연습하면 타인에게 기대하고 혼자 상처받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세상은 이미 연습 없이 와있다. 힘들고 벅차다고 포기하지 말고 부단히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자.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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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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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매일매일이 삽질의 연속이자 고행의 시작인 나. 구멍 소리를 들으며 커서 실수도 삶의 일환이니 체념하고 살기도 했던 날들. 혹시 여행지에서도 이런 실수를 한다면 어떨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서는 아직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 와중에 삽질의 고수를 만났다. 해외에 나가 본격 삽질 투어를 몸소 체험하신(?) 서지선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과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교차했다. 나도 저런 적 있다고 맞장구치기도 하고, 저러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거나 낯선 곳에서 우리는 삽질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여행은 처음부터 수월하지 않다. 저자는 친구와 싱가포르에 가자는 약속은 스무 살이 되면서 처음 이루었다. 아무리 패키지고 치안이 잘되고 위생적인 싱가포르라고는 하지만 친구와 보내 준 부모님의 개방성에 한 수 접고 들어갔다. 저자는 외국에서 생의 첫 알콜 경험을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줄기차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수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실수와 고생한 에피소드만으로 책 한 권이 탄생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처음 겪는 실수는 아마 짐 때문이지 않을까. 난생처음 온 유럽에서 짐이 같이 오지 않아 고생하고, 가난한 여행자답게 돈 한 푼 아껴 보겠다고 한 선택이 여행 전체의 미스가 되는 건 또 어떤가. 가격 대비 너무 괜찮은 숙소를 퇴실할 때쯤이 되자, 그 유명하다는 베드 버그 천국에서 떠나는 걸 알아차릴 때. 바퀴벌레(일명 바선생)와의 사투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저렴한 숙소, 호스텔, 쉐어 하우스에 묶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유럽은 오래된 곳이 많아서 화장실부터 모든 것이 한국이 제일 좋다는 국뽕! 새삼스레 애국자가 되어 귀국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도 재미있다. 도쿄돔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스마트폰이 사망한 일화, 아파서 찾은 병원의 과도함,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의 뜻밖의 칭찬, 소름 끼치도록 아날로그적인 일본 특유의 문화. 특히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의 비애가 낱낱이 적혀 있다. 스마트폰의 위력과 중독을 새삼 생각해 봤다. 스마트폰이 없던 1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돈 좀 아껴 보겠다고 계속되는 실수 연발 프로젝트를 킥킥거리며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역시나 황당함과 당혹스러움 추가, 부당하거나 분노하는 일은 곁가지로 따라오는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어딜 가나 sns의 위력과 미소 하나면 해결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릴 적 무작위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가 난생처음 가보는 여행지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만난 적도 없고 오직 펜팔로만 연락, 지금은 의무적으로 페이스북 '좋아요'나 간간이 누르는 사이였지만 유럽 알프스산맥 자락의 휴양지 제펠트인티롤에 가게 된다. 이곳은 정말 백인천지였다. 유럽인들에게만 알려진 휴양지라 동양인은 혼자였지만 친구 잘 둔 덕에 최고급 숙박 시설에서 잘 지내다 오게 된다. 다만 호기심이 발동해 비키니 차림에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히게 된 사연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는 하지만 말이다.

 

친척끼리 태국 치앙마이 여행 다녀온 에피소드는 웃기지만 마음이 훈훈해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친척들의 비위(?)를 맞추며 선택한 패키지의 대성공. 나도 언젠가는 가족 여행의 주최자가 되어 스케줄을 짜게 될 것 같은 예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들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만간 전 세계가 안정되면 또다시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잠시나 품어 봤다. 그리고 삶이란 실수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도장 깨기 하는 일의 반복이란 생각이었다. 여행도 인생도 실수와 삽진을 무한 반복이다.

 

아무쪼록 어디든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시기에 책 가격과 무관하게 무한 공감과 대리만족할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추억이 된 실수일 때가 많다. 여행은 떠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지나고 나니 깨닫게 된다. 이런 경험을 글로 남겨 일생의 한 페이지를 증명할 수 있다는 부러움이 들었다. 나도 기회가 되면 짧게나마 여행지에서의 소회를 남겨 보기로 다짐했다.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는 날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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