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나의 자궁 -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한 여자로 만들어 주는
야마가타 테루에, 이케가와 아키라 지음, 육연주 옮김, 황종하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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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낸 당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지는 않았나요? 인간은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어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통증이라는 신호로 발현됩니다. 특히 여성은  과거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남성들과 같은선상에서 사회생활을 하게되면서 말못할 스트레스를 내면에 쌓아둘 때가 많죠.

불규칙하거나 월경시 말도못할 통증에 시달리는 여성들 , 손발이 차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만성적인 심리불안까지 더해지는 여성들은 대부분 '차가운 자궁'을 갖고 있어서라고 하는데요.

이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출산이라는 고유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자궁'의 소리에 귀기울여야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심리 상태가 자궁을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따끈한 자궁을 만들어 아름다움과 여성건강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책 《따끈따끈 나의 자궁》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매달 찾아오는 월경을 귀찮고 불쾌한 일이라며 천대하고 있지는 않나요?  패스트푸드는 자주 섭취하거나 차갑고 단 음식을 즐기지는 않나요? 피곤하다고 운동을 멀리하거나 과도한 에어컨을 사용하지는 않는지요.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합성섬유제품이나 용기에 노출되어 있지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생활에서 무심코하는 행동들이 차가운 자궁을 만드는 일이란 사실아니, 한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월경은 동양에서 달치 차고 기우는 29.5일의 주기와 밀접한 연결을 갖고 있습니다. 보름달처럼 달이 차는 시기 월경이 시작되면 골반이 최대로 열리며 시작되고, 달이 기우는 주기에 맞춰 골반도 서서히 닫히면서 초승달이 되면 배란이 되며 완전히 닫히게 되는 것이죠. 건조한 겨울에서 기온이 상승하는 봄에 걸쳐 골반이 열렸다가 여름이 되면 느슨하게 열립니다. 가을이 되어 건조해지면 골반도 서서히 닫혀 가장 건조한 겨울에 닫히는 자연과도 맞다은 신비로운 여성의 몸. 현대인의 생활 습관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긴 참 힘듭니다.

 

그 이외에도 파도 횟수는 1분에 약 18회(바람이나 그날의 날씨에 따라 상응)로 18회의 2배수인 36은 일반적인 인간의 체온과 유사하며, 36의 2배수인 72는 일반적인 인간의 맥박 수이며, 72의 2 배수인 144는 조금 높지만 인간의 협압에 가까운 수치, 144의 2배수인 288은 일반적으로 아이가 배 속에 있는 날 수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감정과 연결시켜 흔히 비정상적인 흥분상태를 '히스테리(Hysterie)'라고 하는데요. 이 어원의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리아(hysteris)'에서 왔습니다. 자궁이 불안정하게 움직이기에 신경질이 발생하고 여성은 감성적인 동물, 남성은 이성적인 돌물이라고 생각했던 과거도 있습니다. 영화 <히스테리아>를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자궁은 매우 감정적인 장기로 마음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책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궁이 차가워지면 기,혈, 수로 이뤄진 몸에 원활한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월경 트러블이 생깁니다. 두통, 어깨 결림, 변비, 냉증, 피부 트러블이 잦아집니다.  또한 발뒤꿈치에 자궁과 난소에 해당하는 혈자리가 있기 때문에 발뒤꿈치가 거칠어 지고 차가워집니다. 하반신에 살이찌고 감정 기복이 심해져 자칫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만들고,임신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자궁은 자율신경계(호흡, 체온 조절 등)과 연결되어 있어 감정적인 장기입니다. 내가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인다는 의미이며 자궁을 알아간다는 것은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어  나를 알아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기 쉬운 장소로 심리상태가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자궁'은 여성의 분신과도 같은 것' 따뜻한 자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따뜻히 해주는 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즉,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따끈한 자궁만들기가 가능합니다.

 

아직까지 양성평등이 어려운 유리천장 속에서 여성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감정을 소홀히하고 몸까지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또한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낮은 자존감이 긍정적인 섹슈얼 라이프를 힘들게 하고, 우울증 등 병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아이를 낳지 않아도 자궁은 여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장기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몸을 소중히 여겨 창조적인 삶을 지속한다면 출산의 유뮤를 떠나 한층 밝고 빛나는 삶을 약속할 것입니다. 여성의 몸(월경 사이클)은 자연과 연결(계절의 순환, 달이차고 이지러짐 등)과 밀접한데요. 골반이 열리는 월경때는 여유있게 보내고, 골반이 닫히는 배란기는 활동적으로 보내 몸과 마음이 따뜻한 여성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신체가 원하는 행동을 할때 자궁도 편안해진다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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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유은실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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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만 해도 '죽음'은 삶의 도처에 있었습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지만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병원이 생기면서, 죽음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이 되었는데요.  '데이비드 케슬러'의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할 것들》은 인간의 기본 권리 중 하나인 '존엄한 죽음'을 도와주는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평안과 희망, 그리고 깊은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P49


'호스피스'는 중세 여행자들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다 발견한, 길은 떠난 사람들의 쉼터였던 작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습니다. 여행자들은 성지를 향한 길고 힘든 여행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이곳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는데요. 실제로 죽을 고비를 맞은 일부 여행객을 재워주고 먹여주고 따뜻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로 오면서 죽어가는 개인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임종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에 환멸을 느끼며 '호스피스 운동'이 발촉되었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호스피스는 '죽음을 준비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며 건강관리를 돕는'의미로 정착되었습니다. 저자 또한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통해 이런식의 죽음을 참을 수 없었고, 그 후 삶을 바꾼 의미가 되었습니다.

 

여러 죽음을 지켜보며 상황별로 준비해야 할 자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죽음을 가르칠 때 '주무시러 갔다,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라며 에둘러 말하기도 하는데요. 아이들도 가족이 죽음을 맞을 때 직접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도록 합니다. 낙엽이나 물고기의 죽음 같은 자연 현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질병을 설명하거나 병에 걸려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무턱대고 병에 걸리면 부모님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마음까지 생길 수가 있으니까요. 죽음, 질병, 임종에 관해서 아이들에게 말해줄 때는 정직하고 단순하고 그리고 간략하게 말해야 합니다. 어른들은 간혹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완곡한 표현으로 말하는데, 이런 것들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네요.

 

본인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고자 할때는 반드시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을 것을 권유합니다. 혹여나 의사표현이 어려워질 경우 이런 문서가 유효가기 때문입니다. 문서는 공격적인 치료부터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진통제 이외에는 어떠한 치료도 거부하는 등 원하는 수준의 진료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동의가 없다면 사전의료의향서의 내용이 법적 구속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세요.


 

사람은 홀로 죽지 않아야 한다.

당신과 나, 모두는 평화롭고 위엄 있게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P268

 

직업적으로 죽음과 밀접해지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공통적을 나타나는 행동이 있습니다.  첫 째는 환상을 보는 것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일부는 현세를 잘 보지 못하고 내세를 들여다보는 일이 커지는데요. 이미 세상에 없는 부모나 조부모, 혹은 다른이가 찾아오거나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짐을 꾸리거나 단정한 모습으로 변화를 주는 등 스스로 떠날 체비를한다는 것 입니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게 이 여행은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에게는 떠나는것 처럼 보이는 여행이 이들에게는 가려는  도착하는 행위가 중요한 여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은 사람들로 꽉 찬 방을 경험합니다. 지금까지 만난던 사람들 혹은 중요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아 인사하러 들른 듯한 모습인데, 죽음이 상실이 아닌 충만함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갖게 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스트레스, 두려움과 삶의 대한 미련.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순간이 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미국 호스피스 분야 베스트셀러로 10년 만에 개정판을로 만나게 된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할 것들》은 죽음하면 떠오르는 두려움이란 편견을 바꾸며,  따스한 위로가 되어준 책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사랑, 그것만이 필요할 뿐이에요.'라고 말한 테레사 수녀의 격언을 깊게 간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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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양이, 오후 -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애정
전지영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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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세 고양이 (양쯔, 밋쯔, 카버)의 집사로 생활 중인 전지영 작가의 에세이. 표지와 의뭉스러운 제목에 이끌려 자석처럼 집어 든 책입니다.

 

느긋한 주말 오후, 표지 속 여성처럼 커피를 시켜 놓고 창밖을 살핍니다.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 지쳐 커피를 마시려는 찰나 크레마 속 들어와있는 하트 모양의 구름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습니다. 삶은 항상 이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라떼 아트 못지않은 크레마 구름 아트가 만들어 낸 커피를 마시며  읽어간 에세이는 충만한 오후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탄산 고양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전지영 작가의 세밀한 기록, 사소한 애정에 관한 《책, 고양이, 오후》. 밤낮 없는 업무로 회복의 요가를 시작한 후 지도자로서의 책임, 세 고양이의 집사로서의 의무감,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표지의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여성들의 감수성을 챙깁니다.

 

요가를 하고 있는 필자도 상당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다이어트와 탄탄한 몸매를 위해 하는 보여주기 식 요가가 아닌, 나의 몸을 바르게 정렬하고, 휴식과 채움의 미학이 있는 정신 수련의 요가. 그 은근한 동질감이  읽는 기쁨을 더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보석 같은 일러스트.  지금 이 순간, 혹은 누군가의 순간이 될지 모를 짧은 글과 그림은 작은 위로가 되죠. 독서는 분명 읽기 전에는 혼자 하는 행위지만 읽고 나면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신기한 현상 같아요. 결국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외롭지 않게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의식 같은 것.

 

누구라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혼자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프롤로그〉 중-

 

 

혼자만의 일상과 읽은 책의 느낌을 엮어 조근조근 담소하듯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삶을 뒤흔든 열 명의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요. 그 작가들 틈에서 멀찍이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전지영 작가의 필력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애정'이란 부제와 일상,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감성으로 채워진 《책, 고양이, 오후》는 느릿한 미학을 함께 하고 싶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그것은 영원이 아닌

순간에 대한 애정이다.

_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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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요 - 봄처럼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클레리 아비 지음, 이세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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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지게 핀 벚꽃길에 사람들이 복작거리는걸 보니,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오랜만에 벚꽃나무를 보며 세상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었습니다. 주인공 티보와 엘자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남녀의 사랑이야기라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 했는데요. 엘자는 빙벽 사고로 6주씩이나 혼수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상태이고, 티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을 벌인 동생 때문에 같은 병원에 함께 합니다.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절대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남녀가  첫 사랑처럼 느닷 없이 찾아옵니다.


 

"운 좋은 줄 알아. 밖에 비가 오거든. 내가 여기 좀 있어 줄게, 재스민 씨. " 나는 의지를 끌어당여 앉았다. 스르르 잠들기까지 2분도 안 걸렸을 것이다.

P20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럴수가'라며 동생을 혐오하게 된  티보는 병실을 떠돌다 들어간 어느 병실에서 뜻밖의 평온함을 느낍니다. 병원 특유의 냄새를 피해 찾은 낯선 병실, 낯선 환자 앞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대담함까지. 사실 병실에서는 은은한 자스민 향기가 베어 있었거든요. 평안한 끌림은 오랜만에 티보에서 안식을 가져다 줍니다.

자스민 꽃의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으로 엘자와 티보가 운명적으로 끌릴 수 밖에 없는 모티브가 됩니다.


 

이때부터 '이 소설 뭔가 독특하구나!'직감하게 되었습니다. 잘못 찾은 곳에서 잠이 들어버리다니, 이보다도 특이한 소재가 있을까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혼수상태의 여자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이 달아버릴 대로 달아버린 메마른 마음에 순순한 단비를 내려주었습니다.

 

미 6주 전에 깬 엘자에게 티보는 달콤쌉사름한 각성제입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일상이 티보를 기다리는 즐거운 일상으로 바뀌었거든요. 티보는 엘자를 찾아오는 사람들과는 달라요. 엘자를 가망 없는 한낯 식물인간으로 보지 않고 매일 말을 걸어주며 살아있는 생명체로 대해주거든요. 식물에게도 귀가 있어 좋은 음악과 좋은 말을 걸어줄때 무럭무럭 자란다는 연구결과가 생각났습니다. 어떤 생물체도 존재자체의 이유가 있고 생명의 귀천은 없음을 고민해봅니다.

티보는 누가봐도 멋진 갈색눈의 훈남으로 전 여친 신디와 헤어진 이후 마음에 문을 닫았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동생이 용서할 수 없을 사고를 치는 바람에 심신이 지친 상태. 게다가 늘 선망의 대상이던 친구부부의 대부 노릇까지 해야 하는 바쁜 상황. 삶은 초콜릿 상자와도 같아서 무엇이 들어있을지 알수 없다는 말, 일비일희하는 상황들이 티보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피하고 싶은 현실, 어디하나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에서 단 한곳, 엘자의 병실은 유일한 안식처.  마음대로 쉬고, 떠들다 가면 한결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아 안정적이었던 엘자 병실이 순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유인즉슨, 회복불가능한 상태의 환자에게 얼음장 같았던 빗장이 풀려졌다는 것! 그리고 엘자는 곧 연명치료를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됬거든요.

 

《나 여기 있어요》는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봤다.

 

 

지각의 수단이 청각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놀랍고 경이롭다. 소리과 관련된 모든 것이 독특한 풍미를 띠기 때문이다. 나는 7주 동안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색감과 질감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내 동생의 연애 이야기는 구역질나는 붉은 벨벳 같다. 그만큼 호르몬이 차고 넘치는 느낌이다. 엄마는 보라색 가죽 같다. 낡은 핸드백처럼 뻣뻣해 보이지만 이미 군데군데 갈라졌다. (중략)

이 와중에도 다행히 나에겐 열흘 전부터 떠오른 무지개가 있다. 티보는 온갖 미묘한 감정들, 나에게 새로운 그 모든 것과 함께 등장 했다. 나는 특정한 한 가지 색깔을 떠올릴 수 없다. 반짝반짝하면서도 당혹스러운 색이다. 그러나 무지개가 생각났다. 시적이지 않은가. 자칫 침통하게 변해버리는 그 무엇보다 이 무지개가 낫다.

P157

​사랑에 빠진 사람은 환화게 필터링된 세상을 봅니다. 엘자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며 살고 싶고, 티보와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을 갖게 된거죠. 때론 티보의 거침 없는 돌발행동이 엘자의 얼어붙었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빨라지는 맥박을 만듭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가장 제정신으로 저지른 일인 것 같다.

P186


​사랑은  위대함을 가졌습니다. 의학적으로 회복불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깨우는 화학적인 생리 반응. 죽음의 문턱에서 격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감정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절박함이 생깁니다.  사랑을 통해 이 세상은 유지되고 살아갈 의미를 갖하는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따스한 바람이 살랑살랑,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고 있는 봄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 한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나 여기 있다고, 이렇게 존재감을 뿜고 있다고 소리치는 듯한 길가의 작은 민들레처럼 사랑은 우리 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 사랑이란, '요동치는 심장, 과다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뒤섞여 통제불능의 미친 짓'이란 것을요. 사랑에 빠져본 사람들은 엘자의 속마음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될 것입니다.

 

​"너...... 여기 있지?"

"나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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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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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의 인간 군상을 다룬 작품이 유독 많은 작가 '오쿠다 히데오'. 다양한 작품을 써왔지만 이번 책  《버라이어티》은 특별한 탄생 비화를 갖고 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와 직접 대담을 나눈 일본 배우 '이세이 오카다 (영화<사일런스>에서 이노우에 역을 맡음)'의 삽화가 만나 키치적인 성격도 있고요. 일본 작가 겸 배우 '야마다 다이치'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작가를 들었다 놨다, 거침없는 이야기를 열어갑니다. 

 

《버라이어티》는 여러 출판사에 흩어진 원고들을 편집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만들어진 단행본이자 작가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편집자들이 없었다면 그냥 '오쿠다 히데오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떠돌아다녔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작가 후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란 무릇 '창작과 마감'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단명하는 직업임을 작가 후기(이자 변명)에서 알았네요. 이에 오쿠다 히데오는 '악마의 길'에 비유하며 힘든 탈과 과정을 핑계 삼아 엄살을 피웠지만 독자들은 압니다. 오쿠다 월드에 입성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을요. 

 

세상은 만만치 않다. 권력을 가진 자가 조금이라도 악의를 품으면 밑에 있는 자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유명한 회사에 있었기에 그런 당연한 것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을 원망하는 업체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있을 것이다. 밟고 선 자는 밟힌 자의 고통을 모른다. 가즈히로는 자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잘 알게 되었다.

p57-58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라는 일본 사회 속 샐러리맨의 삶을 농밀하게 훑습니다. 읽는 동안 마치 주인공 '나카이 가즈히로'가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에 불만을 품고 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나아키의 속 마음은 모든 직장인의  로망이자 꿈이라는 것을요. 여기만 때려치우면 꽃길을 걸을 것이라던 자신감은 곧 악전고투의 위기를 만나 사그라집니다. 전 직장의 상사와 고도의 심리전도 피할 수 없는 과정,  차츰 어엿한 오너로 성장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매번 고맙습니다'와 함께 읽어도, 독립적으로 읽어도 좋은, 묘한  단편입니다.

 

 

《크로아티아 VS 일본》은 축구 경기를 앞둔 상대편의 심정으로 쓴 글인데요. 축구 경기만이 아니라 대결구도의 상황에서 상대편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일전이면 두 나라다 열을 올리고 응원해 마다하지 않는 상황을 떠올라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크로아티아'였을지 의문이 생기려던 찰나 (작가 후기를 참조) 실제 독일 월드컵 대회의 상황을 그렸다고 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아들과 외출하기로 했다. 어느덧 봄이었지만 목표하는 바도 없어서 계절의 변화가 공허하기만 하다. 애타게 기다리는 뭔가가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P219

 

옴리진교의 일원을 숨겨 주고 있는 여인 '교코'에게 연민 혹은 동질감을 느끼는 '에이코'.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도망쳐온 여자들을 받아주는 어느 가게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코'라는 육십 대의 우두머리 종업원에게 매번 잔소리를 독차지하는'교코'가 가여워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이내 거짓말로 꾸민 교코의 사정을 알아버린 후 끊임없는 의심과 상상을 하게 되는 교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 또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단편 《더부살이 가능》는 남편을 피해 도망친 처지는 잊은 채 타인의 처지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호기심을 다뤘습니다.

 

제목처럼  《버라이어티》한 작품들의 모음집.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라며 격하게 반기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써 내려갔던 오쿠다 히데오의 찰나의 유머와 해학의 결정체입니다. 긴 글 읽기에 지루함과 탈 집중력을 호소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매력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습니다. 작품집은 7개의 단편과 2편이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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