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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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의 만남을 추구하며 꾸준한 역사소설을 써온 '김별아' 작가의 《열애》는 영화 <박열>의 주인공 박열과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를 중점을 다룹니다. 영화를 먼저 봤다면 두 사람이 만나기 전 어떻게 살아왔을지 알 수 있는 소설이 될 텐데요.


 

"후미코는 혼네(실제 속내)와 다테마에(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를 구분해 좀처럼 진심을 알 수 없는 일본인보다는 마음속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조선인이 훨씬 편했다. 더 이상 상처를 숨기며 쩔쩔매기 싫었다. 기쁠 때는 기쁘다고 말할 테다. 슬프면 슬프다고 울부짖을 테다. "

P158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과 후미코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박열의 혁명, 무정부주의와 주변 정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박열 보다는 '후미코'의  애잔한 삶이 잔혹하리만큼 끔찍해 읽는 동안 녹록지 않았습니다. 불우한 시대에 태어나 아름다운 젊음이 무참히 짓밟힌 젊은이들의 고결하고 값진 희생이 절절히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영화 <박열>

 

 

박열은 일제시대 활동한 아나키스트로 독립운동가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닙니다. 특권 계급을 무너뜨려 새로운 특권 계급이 등장하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만족하지 않고 무권력, 무지배, 모든 개인의 자주 자치에 의해 운영되는 평화 세계를 동경했죠. 권력이 행사되지 않는 무정부주의를 마음에 품으며 인간인 천황을  신성시하는 일본 사회에 팩트폭격으로 '불량 선인'이란 낙인이 찍힙니다.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 낭인과도 같은 제멋대로인 행색을 찬찬히 살펴보면 걸인이 따로 없지만 사실, 문경의 삼난가(세가지 일을 모두 이룬 집안, 아들 다섯을 낳아 모두 문과 급제로 얻는 명예 )로 불리던 지방 명문가 출신 박열. '준식'이란 호적상의 이름보다 '열(烈)'이란 이름으로 불리길 좋아하던  사내는 막내아들로 어리광을 부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 후진 양성에 힘쓰겠다는  목표와는 다르게 여기저기서 조선인이란 이유로  핍박받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반항심이 폭발합니다.


개새끼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소설 《열애》는 박열과 후미코가 각자 살아온 과정이  1/3 정도 할애합니다. 무세키샤, 무적자,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이였던 후미코의 유년 시절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요. 처제와 불륜으로 자식들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 돈 몇 푼을 위해 딸을 매음굴로 팔아넘기려던 어머니. 부모는 자식을 달며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정신적인 학대로 영혼과 육신을 갈아먹었던 할머니까지. 모두 가족이란 이름으로 후미코를 짓밟았던 사람들입니다.

 

"아버지는 권력이다. 서구 문명 대국을 본뜬 제국을 만들어 선진 국민으로 올라서야 한다며 인민을 현혹하고 착취하는 위정자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가족은 광기 어린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다. 가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전체가 같은 정신을 가지고 같은 목적을 향해 생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황은 아버지이고  신민은 자식이란다. 아버지에게 효도하듯 천황에게 무한대의 헌신과 희생을 퍼부어야 한단다. "

P160

​영화 <박열>

 

후미코가 국가와 천황을 부정하는 아나키스트가 된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결과기도 하지만 훨씬 복잡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만 당할 뿐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후미코는 우연 히 박열의 시 '개새끼'를 보고 주체 못할 감정을 느낍니다. 그 후 서툰 고백으로 먼저 구애를 자처하는 당찬 여성. 후미코를 그저 조선인의 일본인 아내, 전향한 배신자란 틀에 끼어 넣을 수 없는 인물이죠. 후미코는 스스로를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자'라 칭하며 철저히 '자유의지'로 품은 한 개인의 이지를 철저히 고수합니다.


둘은 연인을 떠나 같은 일을 도모하는 파트너로 존중과 아낌을 마다하지 않죠. 관동대지진 이후 명분을 찾던 일본의 먹잇감이 되어 황족과 정치 실권자에게 폭탄을 투척하려 한다는 대역 죄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옳은 말을 쏟아내는 기개와 당찬 포부는 재판을 마치 연설장처럼 만들기도 하고, 조선의 예복을 갖춰 입고 조선말로 심문에 답하는 행동은 죄인이 아닌 일본과 조선의 대표자의 만남을 연상케 합니다.


 

박열과 후미코에게 내려진 사형은 천황의 은사라는 명목으로 무기징역으로 강등됩니다. 그 후 서로 다른 형무소에서 지내게 되는데요. 후미코는 훗날 자살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박열은 천황보다 오래 살아 그가 죽는 꼴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22년 2개월의 수감 끝에 출옥합니다.

그 후 1946년 백범 김구의 요청으로 3의사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의 유해를 발굴, 본국으로 보냈으며 재일조선인을 위해 일하기도 했습니다. 1947년 <일본국제신문>기자 장의숙과 재혼했으며 이후 남한 단독정부 수립 노선을 지지하며 사상적으로 전향합니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 위원으로 임병 받은 뒤 민단 단장을 사임, 1949년 5월 일본을 떠나 귀국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서울 모처에서 피랍당해 납북되었으며 북한에서 재북평화통일촉진협회장을 지낸 뒤 1974년 73세로 사망합니다. 후미코는 유해는 박열의 형 박정식에 의해 문경에 안장되었으며 박열은 1993년 대한민국 국가 유공자로 지정됩니다.

 

​영화 <박열>

두 사람은 천생연분인 것 같아요. 영혼의 쌍생아란 표현이 어울리는 커플입니다. 자석처럼 첫 만남부터 이끌렸고, 시대의 부름에 적극 응하며 꽃다운 나이를 감옥에서 보내지만 굽히지 않는 기개로 무장한 진정한 무정부주의자. 그들은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아내라는 보편적인 평가에 갇힐 수 없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영화인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과 아나키즘은 영화와 소설 다양한 문화적 상상력으로 후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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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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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기억의 창문이 조금씩 닫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프레드릭 배크만'이 돌아왔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로 혜성처럼 나타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로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의 성공에 비해 다음 작품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일컫는 말)'도 시원하게 날려버린 작가지요.

 

 

 

​"아니, 죽음은 느린 북이에요. 심장이 뛸 때마다 숫자를 세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실랑이를 벌일 수가 없어요"

P118

 

이번 신작 소설은 노인과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프레드릭 베크만'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동화 같은  작품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작과는 다르게 파스텔 톤의 예쁜 그림들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어 글을 읽고 그림으로 그려보는 두 가지 경험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들과의 서먹함과는 비교할 수 없게 손자 노아를 끔찍하게 아끼는 평범한 할아버지입니다. 하지만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누군가를 떠나거나 떠나보내는 게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죠.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아 사랑하던 아내와의 추억 아들과의 잊지 못할 기억을 손자 노아에게 이야기하며 기억해 줄 것을 당부하죠.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매일 같이 할아버지의 꿈속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달콤한 하이신스를 좋아하던 할머니, 어릴 적 선물 받은 초록색 용, 한 쪽 눈 밖에 없는 부엉이, 초콜릿색 손자국들이 찍힌 펭귄 노아의 장난감, 열쇠 꾸러미 등등 기억해야 할 추억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머릿속은 자꾸만 작아집니다.

 

 

 

우리는 매 순간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할 것이며 그때마다 단단해지는 상처의 굳은살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쓰일 것입니다. 기억이 지워진다는 일,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별'이란 슬프고 아픈 일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며 두려워하는 감정이기도 하죠.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자는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씩 좁아진 기억 속을 돌아다닙니다. 파스텔 톤의 일러스트와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유쾌함과 섬세함이 어른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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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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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름 하면 스릴러의 계절, 낯설지만 독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은 어떨까요? 아내의 죽음 후로 계속해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한 남자가 또 다른 희생과 마주하며 남아프리카에 산재되어 있는 인종차별과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페닉스(Feniks)'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사조를 이르는 말로 '죽을 수 없는 남자'라는 부제가 제목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돈 많은 염병할 백인 놈이 거짓말을 하잖아요, 경감님.페테르센의 눈 흰자위가 거대해지고 두 손은 떨렸다.
아뇨, 아뇨.그 변호사가 타이르듯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니나베르는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홋놋.니나베르가 말했다. 신문 광고 속 매력적인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 홋놋.

P278​

'홋놋이란  말은 '컬러드(그러니까 혼열)'인종을 비하하며 말하는 상황을 드러내기도 하죠.


어릴 적 인종차별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컸지만 인도주의적인 사상을 갖고 자란  형사 '주버트'는 아내의 죽음 후로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습니다. 치료를 위해 찾은 정신과 의사 ' 한나'와 사랑에 빠지며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원죄처럼 사건을 얽히고 설키게 됩니다. '디온 메이어'의 '형사 베니 시리즈' 시퀄(속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악마의 산》과 《13시간》의 '베니'와 그의 선배 '주버트'가 콤비로 등장하죠.

 



작가 '디온 메이어'의 첫 번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오리온》, <프로메테우스》가 자리 잡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기도 하죠. 전직 기차 출신이라 사건의  다가가는 형식이 건조하고 사실적인 부분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주버트는 공통점이 없는 여섯 피해자를 추리해가며 단서를 잡아야 하는 상황. 사실 《페닉스》는 '디온 메이어'의 첫 데뷔작인 만큼 스릴러와 범죄 소설 특유의 박진감이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아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와 사회상을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예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남아공 출신의 백인 '브로닌'때문에 백인 비율에 대해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남아공은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지배하는 백인 상류사회로 백인과 흑인 사이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자로서는 조금씩 공부해가면서 탐독하는 소설. 남아프리카의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 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의 소설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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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스토리 - 어떻게 가난한 세 청년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무너뜨렸나?
레이 갤러거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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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한다면 무엇보다 내 집처럼 편하고 안락한 숙박이 가장 중요하죠. 다른 곳에 온다는 설렘도 있지만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충분한 휴식을 주는 장소이기 때문일 텐데요. 에어비엔비는 손님에게 에어 베드(air bed)와 아침(breakfast)를 내주는 점을 착안에 '에어밴드 앤 브렉퍼스트'란 초기 이름의 줄임말 '에어비앤비(air bed& breakfast)'가 되었습니다. 호텔 숙박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관광 산업이 미치지 않는 보물 같은 곳에 위치한 '누군가의 집'에서 보내는 며칠.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해보는 진정한 로컬 여행 숙박업이 바로 기업가치 300억 달러 이상,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다가 당신을 비웃고 그다음에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그러면 당신은 승리할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대박을 꿈꾸던 실직 상태의 세 명의 가난한 청년들이 아파트에서 생각한 장난스러운 아이디어가 에어비앤비의 탄생 비화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던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죽은 것과 진배없음을 그들의 성공기를 통해 알수 있습니다. 전무후무한 사업 경험이었지만 독학으로 배워나가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에어비앤비' 과연 공유경제의 현신일까요? 산업 파괴자일까요?


 

'에어비앤비'의 성공기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카우치 서핑(소파를 찾아다닌다는 듯, 현지인이 여행자에게 소파를 제공하는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단계'로 불리는 모호한 서비스입니다. 둘째는 '이글루와 성 단계'라고 불리는 사이트(즉, 인터넷 예약)였고요. 마지막으로 2016년 기네스 펠트로가 멕시코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해 '기네스 펠트로 단계(유명인의  뜻밖의 이용이 홍보)'라 불리는 과정입니다. ​ 

 

에어비앤비는 2007년 창업 10년 후 다양한 난제들을 해결하며 최고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된 진화는 성공의 거름으로 튼튼한 내실을 구성하고 있죠. 가장 큰 특징은 상업화된 대규모 호텔 체인들에서 받는 고객 불만을 해결했단 점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호프만은 에어비앤비가 주는 경험을 일컬어 '상품이 아닌 인간과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P124​

하지만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에어비앤비'만의 철칙. 숙소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제각각이며 인간미가 없어진 호텔과 확인해 다른 매우 인간적인 여행을 맞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똑똑한 마케팅 미끼! 보통 찾지 않는 변두리 도시의 틈새 지역에 숙박을 잡아 모험과 판타지로 관광객을 안내합니다. 호스트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낯선 장소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 퍽 낭만적이고 기분 좋은 경험 아닌가요?

'밀레니얼 세대(X,Y 세대 이후의 출생 인구. 1980~1000년 대 후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가 원하는 특별한 여행의 최고의 숙박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속에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사라진 '인간관계'와 '유대'일 것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것도 닮아 있다는 것이죠.

 

 

▲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출처=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왼쪽부터 '조 게비아,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세 창업자는 하나같이 '끈질긴 바퀴벌레 정신을 가진 놈이 살아남는다'라는 업계의 교훈을 몸소 보여주는 케이스기도 합니다. 소위 '깡'이라부를 만한 대담함으로 2007년 열린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자신들을 '블로거'라고 소개하며 당당히 행사장에 들어갔고, 자신들의 사업을 불법이라 규정한 시장에 정면 대응했으며, 잠베르 형제의 합병 요구를 거정함으로써 거대 힘에 저항도 했습니다.


세 사람이라는 공동창업은 독과실의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이들을 또한 외부의 엄청난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글로벌 대금 지불 플랫폼을 구축하며, 안전한 숙박 대여 시스템과 검색 및 매칭 방법론을 개발하는 등 무언가를 갈구하는 고객들을 찾아헤맵니다.

이들의 무모한 창업정신, 살짝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신과 끈기,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최적화된 성공 스토리라 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성공기가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허무맹랑한 신분상승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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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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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떻게 서두를 써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방대한 서사 속 살아 있는 듯한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장르를 규정 짖는다는 것 자체가 오류인 것 같아서입니다.  SF 장르라고 해야 할지 종교 소설, 세기말적 묵시록이야 해야 할지, 역사소설이라 해야 할지 모를 복잡하고 흥미로운 책. 심리, 종교, 미술, 한국 역사, 과학, 의학, 고고학, 잡학 등이 총망라되어 밑줄 그어가며 찾아 이해하기도 한 배우면서 보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래,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자기 자신을 동화시킬 수 있는 단 한 줄을 찾아 헤매는 거야. 그럴 때 문장의 진짜 의미가 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모호하고 애매할수록 더 좋아하겠지.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오히려 그걸 옅은 파스텔 톤으로 덧칠해주고 부드럽게 가려줄 반투명의 휘장 같은 거니까. "

P149


대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고? 이렇게 벌려 놓고 마무리 수습은 어떻게? 그래서 왜? 시공간의 초월인가, 망각인가, 편집증인가, 정신분열인가?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낯선. 원서의 출처, 회고록, 서간문, 희곡, 일기, 메모, 각주, 블로그,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드는 파격적인 소설입니다. 몇 가닥으로 정리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영화 <옥자>에서 다루고 있는 식량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도축의 문제점과 전 세계를 향해 자행되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고발하는 등 한 편의 르포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시간엔 원래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 따윈 없고 사건은 뒤죽박죽으로 발생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거기에 순차성을 부여하는 거라고. 결과가 원인보다 앞서기도 하는 것 - 그게 진짜 세상이니까. "

P76

 

2015년의 경기도 용인과 2016년 미국 트루데, 1958년 경기도 용인이란 시공간이 정신없이 혼재되었습니다. 정점은 80년 광주와 맞닿아 있죠.  이 세 가지 배경은 하나라도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평행우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2015년 용인의 한 놀이공원에서 이상한 차림새로 발견된 한 소년, 소년을 발견한 다람쥐 탈은 쓴 알바생, 세상의 종말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스티브, 그리고 전직 기자 스티브 와인버그와 T 신부, 파충류와 같은 생김새의 신과 악마 같은 천사까지. 하나같이 허투루 볼 캐릭터가 없어요. 가장 큰 미션을 부여받은 스티브는 인생의 갖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지구 멸망의 절체절명의 상황 앞에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 됩니다.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종말을 알려주는 앱 '계시'가 깔리며 하늘에서 신들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신의 형상은 파충류, 흡사 지구상에 멸종된 공룡 같아 보입니다. 많은 신들이 강림하지만 이들은 특정한 정신적 커넥팅을 가진 여러 신이 자 유일한 존재죠. 성경에 쓰인 대로 인간의 모습이 아버지(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정설, 유일신 사상을 완전히 무시하는 새로운 해석입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의심하게 만드는  도발과 듣도 보도 못한 상상력이 압권입니다.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1500~1505년경
나무판에 유채, 220cm×389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출처= http://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976191&imageUrl=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3329_000_91%2F20141110084044292_SCZ0TS9I1.jpg%2F2013112111253997.jpg%3Ftype%3Dm4500_4500_fst%26wm%3DN&categoryId=46807&mode=simple|&query=&authorId=&authorId=)


 

새의 몸에 인간 얼굴을 한 괴상한 천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하능 이상할게 없는 상황, 끊임없이 제기되는 지구 종말론, 휴거, 예언 등이 신의 강림으로 종지부를 찍습니다. 기괴한 모습을 한 신과 천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네덜란드 화가'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작품들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꽤 두꺼운 볼륨의 외형과 작은 글씨, 빽빽한 자간을 마주하는 순간, '아.. 작가의 근본 중 하나인 이야기 꾼의 자질이 있구나!' 생각했죠. 실증을 통한 자료조사부터 한국뿐만이 아닌 미국과 이탈리아 등 당시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물려야 한다는 실증까지. 실로 대단한 리얼리즘 소설, 긍정적인 의미의 괴작이 탄생으로 보입니다.

 

'김희선' 작가의 이력은 소설처럼 특이합니다.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약대를 졸업해 현재는 원주의 한 병원 약사. 전업 작가가 아닌 약사와 소설을 병행하고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방대한 서사와 약물, 죽음에 대한 선명한 묘사는 팩트체크할 시간을 줄여주죠.  

 

"각각의 순간을 상징하는 시공간들은 이 광대무변한 우주 전체에 비누 거품처럼 둥둥 떠 있어. 그러니까 그야말로 무한에 가까운 순간의 거품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는 뜻인데…… 상상해보라고. 그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일지! "

P417

 

작가의 말에서 “우주를 떠다니던 무형(無形)의 이야기가 책이라는 실재(實在)로 탄생하는 과정은 언제나 내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죠.  어쩌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도 힘든 세상에 살짝 미쳐야 즐겁다는 말이  생각나는 건 뭘까요? 책은  명확한 결론을 내어주지도 않은 채 제목처럼 무한 속에서 유영합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나  데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새로움의 경계를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가 앞이고 뒤인지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지'와도 같은 플롯, 시공간을 초월한 타임 패러독스와 절대 뻔하지 않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스티브, 충고 하나 해줄까? 앞으론 책을 읽을 때, 과연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지는 게 좋을 거야. 왜냐하면 어떤 책은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하니까. 그래, 이걸 쓴 노인네도 머리가 돌아서 죽어버렸지. 그리고 책을 물려받은 나 역시, 꼭 그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신세를 망쳤고 말이야. "

P57 

 

'책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쳐간다'라는 문장처럼 작가와 독자 모두 제정신으로 이 책을 볼 수 없을 듯! 혼란의 시간들이 남긴 상흔이 고통이라기보단 호기심과 경외감이란 묘한 안도감이 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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