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의 정수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살아가는 기준을 무엇일까. 어쩌다 보니 윌리엄 헤즐릿의 에세이를 세 권이나 읽어보게 된 필자(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보내 줌)는 사느라 피곤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그의 날카롭고 염세적인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나까지 뾰족해진다. 급진적이고 양심적인 저항가의 생각은 펜 끝에서 더 날카로워졌다.

다만 영국인 답게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를 멸시하는 발언과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며 영국 보수 권력을 비판하는 뉘앙스는 감안하고 읽도록. 그는 나폴레옹을 독재자가 아닌 세습 권력을 타파한 인물로 평가했고 프랑스 혁명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지지했다.

표제어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는 동양의 공수래공수거, 인생무상, 무아지경과 닮았다. 나이 들어감과 돈이 없는 생활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환희와 고통을 넘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역자 후기에는 청춘의 시간, 감각, 존재 방식의 통찰은 BTS 화양연화 시리즈와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글, 음악)과 언어로 풀어 냈다고 해석했다. 세 권을 읽어 본 후기로 시간이 없다면 이 책 하나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화려함으로만 포장된 인플루언서들의 sns 글 뒤에 진짜 삶을 엿볼 기회, 불편한 진실과 나를 돌아볼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아.. 명언이로다. 돈도 없고 몸이 아픈데 예술적 성취가 무엇인가. 에세이의 마지막은 그럼에도 인간은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전 이름을 남겨야 하며, 그것이 인류의 유산 중 하나임을, 병상에서도 책을 통해 고매한 정신을 간직하는 게 낫다고 말하지만. 아프고 돈 없고 배고프면 모두 귀찮아진다. 로코코 시대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가난한 시인(성가신 시인)'을 예로 들기도 한다. 그가 돈을 벌기 위해 거리의 부랑자의 삶이나 귀족을 풍자하는 연작을 그렸다면 윌리엄 해즐릿은 글로써 상상을 펼친 인물이다.

19세기 영국인이 쓴 돈 없이 가난하고 아픈 현실이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게 공감을 이끌어 냈다.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떠나 공통적인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진리다. 돈 없는 가난은 사람을 우수꽝스럽게 만드는 불편함이라는 말이 꽂힌다. 또한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명랑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탐욕이나 도덕적 판단이 아닌 인간 본질의 갈망이며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한다고 전한다. 우울하고 아픈 사람과 되도록 멀리하려는 습성은 내가 얻을 가치를 떠나 자연스러운 본능이란 말도 공감한다.

그가 내일 아침이란 희망으로 저녁은 굶을 수 있지만 아침, 즉 첫 끼니가 없으면 그날의 리듬이 깨지고 마음이 무기력해진다는 말도 공감한다. 가난은 사람을 작게 만든다. 인간의 위선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추는 통찰력에 반했다. 자신을 감추지 않고 당당하게 바라보는 힘, 꼿꼿한 자존감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자 출신 장강명의 장편 소설을 여러 편 읽어봤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댓글부대》와 《한국이 싫어서》다. 왜냐고? 영화로 만들어졌으니까. (이노무 직업병) 아무튼 기억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파고들거나 인터넷체나 요즘 유행하는 말투, 즉 트렌디함에도 잘 좇아간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잘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종말을 주제로 다섯 가지 이야기를 엮은 앤솔로지 소설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해 부정 절망 타협 수용 사랑을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놀라운 20가지 근미래 현실이다. 다섯 키워드는 마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의 5단계’ 이론과 닮았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크게 5단계에 걸친 심리 변화를 보인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사실을 ‘부정’하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분노’를 터트린다. 이후 어떻게 해야만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타협’ 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우울’해지며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는 '수용'을 택한다.


마지막, 끝, 종말, 파멸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각각의 반응이 흥미로운데 읽는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소행성 충돌로는 ‘이시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가 떠올랐고, 우주선에 선별적으로 태운 상황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의 《미키 7》원작인  한 봉준호 감독의 <미키 7>도 떠올랐다. 여러모로 영감을 주었던 소설이다. 


종말 앞에 마녀사냥을 당한 여자가 진짜 마왕을 소환하는 내용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봐왔던 뿅 가는 소재와 비슷했다. 행복한 주인과 산책하는 반려견, 무작위 추첨으로 선별했던 우주선이 사실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공평을 어겼다는 걸 알았다면 어떨까.  이들은 일단 탈출은 했다지만 어디로 갈 것인가, 우주선은 충분히 사용 가능할까. 여러 상상력이 펼쳐졌다. 지구에 남기로 지원한 50여 명의 사람이 나라면,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살찌거나 아플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것 같다. 어차피 다 같이 죽으면 문명이 사라지고 뭐고 괜찮은 죽음 같다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인은 수많은 중독과 살아간다. 쾌락과 갈망 사이에서 음식, 담배, 술, 영상, 마약, 사랑, 도박 등 수만 가지 중독을 겪는다. 책은 피할 수 없는 중독으로 인한 2차 장애와 질환, 인간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말한다. 특히 디지털 중독은 빨라지는 시대에 악영향을 준다. 스키너의 행동 양식인 촉발 요인-행동- 보상의 반복이 중독을 유발한다. 중독은 또 다른 보상을 찾아 헤맨다. 배가 부른데 계속 먹는 스트레스성 과식, 넷플릭스 드라마를 자제 못하고 계속 시청한다는 예가 나온다. 누가 날 본 건가. 부처는 이와 같은 스트레스는 행복으로 착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술, 담배를 하지 않아 SNS 중독과 음식 중독에 특히 공감했다. 최근 본 영화 <잠자는 바보> 속 주인공은 숏츠를 8시간 동안 본 본인이 쓸모 있는 인간인지 고민했다. 과연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릴스, 숏츠, 동영상만 방구석에서 봤다고 실패한 인생일까. 생각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 행동 장체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말하지만. 사람에 따라 시간 낭비하고 생각하는 건 자유다. 


특히 SNS에 게재한 사진으로 명확한 피드백(좋아요)를 받는 중독 과정을 촉진하는 보상 같은 유형의 생물학적 보상이 제공된다는 점은 개인의 일상 속에 깊숙하게 침범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칭찬 중독은 심한 현대병이다.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벼랑 끝에서 사진을 찍다가 추락한 사람은 다음 세상에서 그 보상을 전달받았을까. 이렇듯 중독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관심, 강화, 칭찬 등을 좇는 중독성 스펙트럼에 빨려 들러가면 주관적 편향(자아 중독)이 이를 촉진하고 강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어떤 점에 편향되는지 스스로 안다면 왜곡된 세계관이란 안경을 벗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즉 주관 편향이 언제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는지 깨닫는 것은 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상대방의 피드백에 감사히 여길 줄 알며, 타인의 자아를 부추기지도 말자는 충고다. 


저자는 중독 심리학자로서 중독을 고칠 방법으로 '마음 챙김'을 추천한다. 마음 챙김 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받을 수 있는지 말이다. 마음 챙김 접근법은 만성통증, 우울증, 불안에 도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욕망의 파도타기를 즐기는 거다. 파도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파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해변까지 파도를 타라는 것이다. 추상적인 설명이지만 나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란 말로 해석된다. 



갈망의 다스림은 무자비한 강제력이 아닌 갈망을 향해 다가가거나 갈망과 친해지는 역설이다. 직접 관찰은 번뇌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란 소리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책 속에 답이 있다. 뇌를 쉬게하는 게 당신의 진정한 휴식이다. 어떤 중독에 빠져 있는가. 당신이 벗어날 수 없는 건 꼭 의지가 약해서만은 아니니 너무 좌절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나는 현대미술 - 21세기가 사랑한 예술가들
김슬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 때문에 국립현대미술관(국현미) 근처를 출퇴근하는 나는 가끔 아주 가끔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이곳을 찾는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이 크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다양한 영감이 떠오른다. 볼 줄 모른다고? 에이 그게 무슨 대수인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눈 코 입을 정확히 안다고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없다. 그저 본인의 감상과 시선에 따라 '알려고 하지 말고 느껴!'라고 생각하면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다가 국현미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론 뮤익의 긴 줄과 대기 시간으로 가보지 못한 게 안타깝기는 했다만. 어쩔 수가 없다. 사진으로라도 감상해야지.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품과 작가 24명을 모아 두었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예술은 돈이 된다. 요즘은 미술품으로 재테크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알아두면 다 쓸 데 있는 거란 소리다. 


1장은 40대 이하 젊은 작가를 소개한다. 니콜라스 파티, 매튜 웡, 플로라 유크노비치, 헤르난 바스, 루시 불 등이다. 옛날 사람인 나는 2장에서 다룬 20세기 거장에 눈이 더 갔다. 데이비드 호크니, 게르하르트 리히터, 나라 요시토모 등 여전한 영향력과 인기를 과시하는 스타 작가 말이다. 


그래서 2장부터 읽을 수밖에 없었다. 런던에 거주 중인 작가의 현안에 맞춘 24명의 작가들은 현대 미술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고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란 3대 경매사를 통해 사고 팔린다. 이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다. 물론 몇 년 전 그의 다큐멘터리나 그림을 감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감독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의 주류를 이끌고 천만 감독으로 등극했던 사람들이 팬데믹 이후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읽지 못하고 늘 하던 것, 습관대로 움직이는 까닭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어떤가. 20세기 태어난 80세 노장 화가는 '영원한 청년'이란 수식어답게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미술사도 변함없이 천착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디 플레이어 원>을 만들었던 것만큼, 거장이란 수식어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발전하려는 태도를 가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혜안을 호크니로부터 재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진의 저작권 때문인지 대부분 큐알코드로 대체되었다는 거다. 사진이 있어 보는 맛이 있는데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는다면 독서 흐름이 끊기는 건 당연하다. 예술 관련 책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긴 하다. 책을 읽기 어렵다면 작가들의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나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교양의 지경을 넓히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AI 시대 쓸모 없어질 인간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자신 따위는 없다 - 교양으로서의 동양철학
신메이 P 지음, 김은진 옮김 / 나나문고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32세, 무직, 이혼 후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이불 밖을 나오지 못한다며 자신을 대뜸 소개한다. 18세 동경대에 입학해 꽃길만 걸을 줄 알았건만 마을의 신동이 14년 만에 가문의 수치로 돌아왔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흰소리 같지만 책 한 권을 세상에 배출한 엄연한 작가이니 부러워할 수밖에. 본인은 루저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까지 번역된 성공한 작가다.



아무튼 그는 세상을 해탈하고 허무함을 알아버렸다.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공허함을 채우고 해답을 얻고 싶어 자기계발서를 읽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서양철학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나조차 꽤 괜찮은 인간 같은 생각이 커졌지만. 삶의 태도를 더 공부하고 싶어 동양철학자에게 눈 돌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양철학은 대체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이 존재한다는 거다. 철학은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어쨌거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게 아닐까. 저자는 일본인이라 서양 철학보다는 동양철학자가 편했을지도. 언뜻 올해 불교 박람회에 몰린 젊은 세대를 접하고 놀랐다. 다양한 굿즈뿐만 아니라, 위엄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계에 재치와 장난이 섞인 말장난의 난무라니. 친근한 개그 코드, 혹은 귀여움과 키치적인 무드로 접근한 불교 박람회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기록했다. 전도, 포교란 역시 문화와 결합할 때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책은 철학 에세이다. 허무함의 끝에서 동양철학가 7명을 만났고 삶의 방향을 조금을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첫판부터 심상치 않다. 2500년 전 나를 찾아 떠난 출가한 붓다를 역대급 스펙의 노숙자, 백수, 히키코모리라 소개한다.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이다. 왕가에서 태어난 왕자가 돈과 명예가 넘쳐흐르게 많으니 허무함을 느껴 수행의 길에 나선 것이다. 새삼 느껴졌지만 번역가도 극한 직업 같았다. 일본어로 쓰인 말투였을 텐데 유행하는 말로 찰떡같이 번역하다니. 한국 사람이 쓴 줄 알겠다.


두 번째는 용수(나가르주나, 히로유키)다. 용수도 붓다처럼 인간이었지만 천재였다. 친구들과 지금으로 따지면 성적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였지만 개과천선의 아이콘이 되어 모든 건 공(空)이라는 가르침을 전했다. 가장 유명한 건 불교의 대중화, 대승불교를 전파했다는 점이다. 모든 만물은 환상이고 픽션이니 붓다가 말한 나는 없다는 말이 명료해지는 순간이다. 그는 퇴사, 이혼 등으로 사회적 고립을 겪을 때 용수의 '공'을 만나 이겨낼 수 있었다. (실제로 이 부분이 가장 길고 본인 이야기가 녹아들어 가 있다) 저자는 인도의 두 인물을 통해 이 세계는 픽션이고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 번째는 노자와 장자의 도(道)다. 인도의 철학이 세상(논리)의 해탈이자면 중국(경험)은 세상을 즐기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자연을 벗 삼아 인생이 잘 풀리는 처세술에 집중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자는 전혀 꾸미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는 잡초, 장자는 패기 있어 보이는 백수라고 묘사한다.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해석도 괜찮게 들린다. 하지만 노장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저자는 '도'와' 공'의 경지를 가르쳐 줄 또 다른 철학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는 달마의 선(禪)이다. 달마는 인도 출신으로 붓다의 1000년 후 인물이다. 그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진짜 백지를 넣었다. 인쇄 오류인가? 내 책만 불량인가 싶었는데 의도했다니, 이런 것이 참된 가르침인가 보다. 말을 버리라는 가르침을 원고 압박과 원고 집필로 승화했다. 3년 반 만에 책이 나왔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니 무언가가 나와버린 해탈에 도달했다.

다섯 번째는 신란의 타력이다. 타력은 800년 전 헤이안 시대의 엘리트 스님으로 정토진종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혼도 한다. 신란의 행동은 '무능한 인간일수록 구원받는다'는 가르침에 큰 힘이 되어간다. 하지만 지나치게 개혁적인 타력 탓에 유배를 떠아게 되고 승려 자격도 박탈당한다. 일반인이 된 유배지에서 신란은 오히려 각성하게 되고 무를 인정하며 무한의 경지에 도달한다. 저자 또한 출간 압박에 시달리며 깨달음을 얻는다. 이게 바로 몸소 실천하는 종교인 셈이다.

마지막은 쿠카이의 밀교(비밀 불교)다. 신란 보다 400년 전 사람이니, 1200년 전 사람이지만 불교의 최종 형태로 여겨지는 궁극의 철학이라 마지막에 넣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에도 능통한 천재였으며 외모도 수려한 몸짱 인싸였다고 소개한다. 성(性) 멀리하는 불교와 반대로 생명을 중시하기 때문에 성과 분노 에너지를 높게 쳤고 비밀스럽게 분포되었다. 결국 대일여래, '욕망'을 인정한다. 저자 또한 원고를 제안받고 인정 욕구를 연료 삼아 책이 나올 수 있었으니 마지막에 넣은 건 다 의도된 거라 할만하다. 결국 그는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 아빠가 된 것으로 마무리된다.

말도 안 되는 해석이네, 병맛인가. 낄낄거리면서 읽다 보면 어느새 빠져 버리고야 만다. 멍소리 같은데 듣다 보면 다 맞는 말이다. 이 작가 글 솜씨가 재능 있다. 그래놓고 본인은 루저라고 말하니 또 부러움의 연속이다. 어려운 철학 책을 쉽게 재미있게 안내하는 게 포인트다. 유행 중인 《부처 초역의 말》보다 더 간결한 동양 철학서이니 한 번쯤 읽어보면 어떨지 추천한다. 저자의 영혼을 갈아 넣은 삶으로 만들어진 책.


읽는 내내 일본은 별게 다 책이 되는구나 싶었고, 우리나라도 번역되니, 나도 한번 써보자 동기 부여가 되었다. 나도 이 말을 한 게 벌써 4년 째인 것 같다. 정말 이제는 벼랑 끝이다. 얼마 전 이상근 감독이 벼랑 끝에 몰려 한 달 만에 초고가 나왔다는 말에 자극받아 나도 시작해 보려 한다. 이런저런 핑계는 그만. 이제는 좀 쓰는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