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미술산책 2 -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 쉬엄쉬엄 미술산책 2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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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선 연휴 동안 《쉬엄쉬엄 미술산책》 1, 2부를 즐겁게 읽었다.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은 물론 그림까지 세세하게 배치해 이해도 쉽다. 어떤 책은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큐알코드로 접속해 직접 확인하도록 했는데, 이 책은 그런 수고로움이 덜하다.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편집되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하기에 지쳤다면, 책만큼은 골라 먹기 하듯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봐도 상관없다. 영화 스토리처럼 앞부분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용어, 역사를 설명하는 건 기본이다. 나아가서는 현대에 끼친 영향과 재해석까지 범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미술관, 박물관 관람을 즐긴다거나 서양 역사에 관심 있거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정말로 알고 가면 하나라도 더 보이는 게 있다. 이 책은 '쉬엄쉬엄'이란 단어처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흥미까지 유발하고 있어 추천한다.

역시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원하는 곳부터 읽어도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라 괜찮았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그리스, 로마 순으로 문명을 훑어 준다. 이후 기독교의 등장으로 갈라진 세상을 정리한다.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수도원의 출현, 대성당의 시대로 끝난다.

이집트에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서 먼저 읽었다. 십여 년 전 대영박물관에서 미라나 이집트 조각상, 그림을 봤지만 피라미드는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초등학생 조카의 그림이 생각나서 이집트 그림이 관심 같다. 얼굴은 옆면인데 몸통은 앞면이고 하체는 옆면인 기이한 형태의 의문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변치 않는 본질을 보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은 옆얼굴이지만 눈은 정면에서 본 모양이고, 상반신은 정면이다. 대부분이 정면성의 원리에 기초를 두며 각 부위의 비례 법칙이 적용된다. 머리, 몸통, 팔, 다리를 일정한 비율로 그렸다. 작품의 주인공이거나 신분 높은 사람만이 이 규칙에 따라 그렸다. 앉아있다면 두 손을 올렸고, 남성의 피부는 더 검었다. 하늘의 신이자 태양의 신인 호루스는 매의 머리 모양, 서기의 신인 토트는 따오기 머리, 염라대왕같이 사자의 심장을 저울에 다는 역할인 신 아비누스는 자칼의 머리다.

저자는 법칙을 파괴한 아크나톤 시대의 그림을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혼란에 빗대었는데 매우 이해가 빨랐다. 신 같은 권위와 위엄을 벗어던지고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투탕카멘이 2-3년 재위하고 18세에 죽었다고 한다. 단번에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떠올랐다. 사냥 중에 부상당해 회복되지 않고 죽었다는 설도 있으나, 세티1세와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가능성도 있단다. 그래서 무덤 위치가 좋지 않고 초라해 도굴되지 않고 최근에야 보존 형태로 발굴되었다고 전해진다.



2부에서는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을 논한다. 신중심과 인간 중심으로 나눠 미술사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해갔는지를 다룬다. 13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역사와 연결된 미술 세계를 바라본다.

역시나 벨라스케 '시녀들'에 눈이 갔다. 최근에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영화 <파반느>도 봤기 때문일 거다. 인간의 존엄을 단골 소재로 삼았고,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심안이 탁월하다. 절묘한 빛과 어둠의 조화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했으며 주제를 부각했다. 언제 봐도 레이어드 된 서사, 인물이 많아 그림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생각했고, 해석의 여지도 달라진다고 느꼈다.


책은 저자의 적재적소에 맞는 예시와 친절한 풀이로 술술 읽힌다. 다만, 하필이면 처음 펴서 읽은 이집트 문명 편에서 저자의 실수를 제대로 검수 안한 교열 교열 짜와 편집자를 떠올렸다. 방대한 세계 역사와 미술을 두 권의 책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반말체로 쓰다가 느닷없이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형식을 두 번이나 마주했고, 갑자기 '저는'이러면서 반말로 맺는 비문도 접했다. 꼼꼼하게 봤더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까웠다. 2쇄를 찍는다면 부디 다시 검수하였으면 좋겠다. 명품과 짝퉁은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명품에 가까운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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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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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선 연휴 동안 《쉬엄쉬엄 미술산책》 1, 2부를 즐겁게 읽었다.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은 물론 그림까지 세세하게 배치해 이해도 쉽다. 어떤 책은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큐알코드로 접속해 직접 확인하도록 했는데, 이 책은 그런 수고로움이 덜하다.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편집되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하기에 지쳤다면, 책만큼은 골라 먹기 하듯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봐도 상관없다. 영화 스토리처럼 앞부분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용어, 역사를 설명하는 건 기본이다. 나아가서는 현대에 끼친 영향과 재해석까지 범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미술관, 박물관 관람을 즐긴다거나 서양 역사에 관심 있거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정말로 알고 가면 하나라도 더 보이는 게 있다. 이 책은 '쉬엄쉬엄'이란 단어처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흥미까지 유발하고 있어 추천한다. 


역시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원하는 곳부터 읽어도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라 괜찮았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그리스, 로마 순으로 문명을 훑어 준다. 이후 기독교의 등장으로 갈라진 세상을 정리한다.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수도원의 출현, 대성당의 시대로 끝난다.

이집트에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서 먼저 읽었다. 십여 년 전 대영박물관에서 미라나 이집트 조각상, 그림을 봤지만 피라미드는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초등학생 조카의 그림이 생각나서 이집트 그림이 관심 같다. 얼굴은 옆면인데 몸통은 앞면이고 하체는 옆면인 기이한 형태의 의문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변치 않는 본질을 보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은 옆얼굴이지만 눈은 정면에서 본 모양이고, 상반신은 정면이다. 대부분이 정면성의 원리에 기초를 두며 각 부위의 비례 법칙이 적용된다. 머리, 몸통, 팔, 다리를 일정한 비율로 그렸다. 작품의 주인공이거나 신분 높은 사람만이 이 규칙에 따라 그렸다. 앉아있다면 두 손을 올렸고, 남성의 피부는 더 검었다. 하늘의 신이자 태양의 신인 호루스는 매의 머리 모양, 서기의 신인 토트는 따오기 머리, 염라대왕같이 사자의 심장을 저울에 다는 역할인 신 아비누스는 자칼의 머리다.

저자는 법칙을 파괴한 아크나톤 시대의 그림을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혼란에 빗대었는데 매우 이해가 빨랐다. 신 같은 권위와 위엄을 벗어던지고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투탕카멘이 2-3년 재위하고 18세에 죽었다고 한다. 단번에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떠올랐다. 사냥 중에 부상당해 회복되지 않고 죽었다는 설도 있으나, 세티1세와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가능성도 있단다. 그래서 무덤 위치가 좋지 않고 초라해 도굴되지 않고 최근에야 보존 형태로 발굴되었다고 전해진다.




2부에서는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을 논한다. 신중심과 인간 중심으로 나눠 미술사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해갔는지를 다룬다. 13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역사와 연결된 미술 세계를 바라본다.

역시나 벨라스케 '시녀들'에 눈이 갔다. 최근에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영화 <파반느>도 봤기 때문일 거다. 인간의 존엄을 단골 소재로 삼았고,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심안이 탁월하다. 절묘한 빛과 어둠의 조화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했으며 주제를 부각했다. 언제 봐도 레이어드 된 서사, 인물이 많아 그림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생각했고, 해석의 여지도 달라진다고 느꼈다.


책은 저자의 적재적소에 맞는 예시와 친절한 풀이로 술술 읽힌다. 다만, 하필이면 처음 펴서 읽은 이집트 문명 편에서 저자의 실수를 제대로 검수 안한 교열 교열 짜와 편집자를 떠올렸다. 방대한 세계 역사와 미술을 두 권의 책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반말체로 쓰다가 느닷없이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형식을 두 번이나 마주했고, 갑자기 '저는'이러면서 반말로 맺는 비문도 접했다. 꼼꼼하게 봤더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까웠다. 2쇄를 찍는다면 부디 다시 검수하였으면 좋겠다. 명품과 짝퉁은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명품에 가까운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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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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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족의 투병을 겪은 저자의 수기와 취재로 얻는 이야기가 고통스럽게 다가 온다. 누구나 삶을 떠나지만 인간답게 떠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나도 한 해 마다 나이 드는 게 느껴지고 부모님도 한 해 마다 다르다. 늙어가는 외모를 볼 때마다 걱정스럽고 뭘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된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죽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지 못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거다. 사전연명의향서.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이자, 실체가 없는 죽음의 공포에 대비하는 길이다.

책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1장은 아버지가 난치성 근유계 질환이란 병마와 싸우며 겪는 모든 일을 담은 죽음의 모습, 2장과 3장은 기자로서 취재한 경험, 4장은 말기 환자를 통해 존엄함을 찾는 과정과 설계 준비다. 딱딱한 구성도 문체도 아니다. 부드러운 말투로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더욱 선명해진 실체가 드러난다.


읽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텍스트의 뾰족함이 피부를 찌른다. 누구나 죽음을 맞고 싶지 않을텐데 죽음 앞에서 의연해지지 않을텐데. 가족, 연인, 가까운 사람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 그럴수록 읽다보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남겨진 가족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될지 오히려 생각해 보게 한다. 


<은중과 상연>의 마지막 장면처럼 고통을 스스로 내려 놓기 위한 조력사망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내 의지대로 죽을 선택권. 죽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작성해 놓은 사전연명의향서의 문답을 읽어보니 현실로 다가온다. 불확실성 시대에 내가 죽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면 어떨까. 생각조차 할 수 없을텐데 연명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걸 내가 모르고 있다면? 


오히려 죽음을 인식하면서 삶을 정의하게 된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을 즐기며 살자. 그리고 다가올 나의 죽음, 가족의 죽음을 알아보자.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아가면서 익숙해져 가자. 말만 쉽지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이 책을 읽어 본 것 만으로도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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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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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헛헛할 때 일기를 쓴다. 그러니까 일기가 많다는 건 즐거운 일보다 힘든 일이 많다는 소리. 그때 마침 이 책을 만났다. 작년에는 책을 잘 읽지 못했다. 마음이 들떠서 문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복잡한 마음을 나보다 더 힘들었을 작가의 내면으로 대입해 보니 살만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살민 살아진다'라는 말이 작년의 캐치플레이 같았는데 이 책의 '비참함을 아름답게, 고독을 따뜻하게'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마음을 글로 쓰는 것만큼 내면을 다지는 일도 없다는 거다. 감정 쓰레기통이라도 자주 비우고 연소하여 오늘 하루를 살아가자.




비참함이란 부정적 단어를 아름답게 생각하고, 외로움이 아닌 자발적 고독을 따스하게 느껴 보는 거다.


번역가이자 북 큐레이터인 박예진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 문장을 꺼내 펼치면서 그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깊은 통찰을 탐구한다. 다자이 오사무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았기에 소개된 문학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더불어 박예진 작가가 쓴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도 관심이 생겼다.




비참함이란 부정적 단어를 아름답게 생각하고, 외로움이 아닌 자발적 고독을 따스하게 느껴 보는 거다. 다자이 오사무는 잘 알려져 있듯 당시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강물에 투신해 1948년 서른아홉으로 마감했다. 그전인 1930년에는 연인 다나베 시메코와 한번 시도했던 전력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삶의 허무함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문학적 글로 드러낸 작가다. 전후 세대가 감내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상처받은 영혼을 문학으로 승화했다.

번역가이자 북 큐레이터인 박예진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 문장을 꺼내 펼치면서 그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깊은 통찰을 탐구한다. 다자이 오사무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았기에 소개된 문학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더불어 박예진 작가가 쓴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도 관심이 생겼다.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박예진 작가가 요약, 해석,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다. 총 네 챕터 동안 현대적 감수성에 빗대 재해석한다.

《사양》 속 몰락한 가문의 가즈코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방식은 요즘에도 흔히 일어나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내리막을 겪는 청, 중년 층을 향한 공감을 자아낸다. 작품의 주인공 가즈코를 통해 삶의 지속성을 전달받을 수 있다. 사양산업은 이 작품에서 나온 말로 여전히 저물어가는 단어로 쓰인다.




《인간실격》의 요조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차무희와 닮았다. 어릴 적 심각한 소외감과 두려움으로 진짜 모습을 감추고 외향적이고 행복하다는 연기를 스스로 해왔던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는 단단하고 올곧은 주호진으로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었지만.

소설 속 요조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즈코라는 좋은 여자를 만나 구원받을 뻔했지만 스스로 파멸로 가 버렸다. 안정감을 찾을수록 행복해질 수 없다는 불안으로 나쁜 결말을 상상했다. 요시코라는 다른 연인을 만나지만 우울감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가면은 필수다. 가족에게도 하물며 SNS에서도 자기 모습을 감춘다. 불안과 공포의 방어 기제로 본질을 감추며 살아가는 '광대'로 전락한다. 사회적인 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요조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하지 못해 아름다운 존재이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깨닫는 성장은 인간을 한 단계 나아가게 만든다.



그가 유다와 예수를 재해석한 《직소》에서는 사랑이란 이름의 질투와 배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준다. 상대방을 향한 맹목적 사랑과 기대가 상처가 되어 배신과 파국으로 일어나는 일은 연인, 친구, 가0족 또 다른 관계에서 늘 일어난다.


《앵두》에서는 부모는 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 하나 묻는다. 주인공 아버지의 내면을 통해 가족의 본질과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인간은 부모이기 이전에 한 개인인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들의 발달 장애라는 힘든 일은 깨닫고도 다른 자녀와 아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무게. 슈퍼맨이라 믿었던 아버지도 유약한 인간임을 인정 받게 되며 불완전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직후 6월 13일 이후 강물에 투신해 유해가 발견 되었다. 그 시기를 일본에서는 앵두기로 부르기도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잘 알려져 있듯 당시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강물에 투신해 1948년 서른아홉으로 마감했다. 그전인 1930년에는 연인 다나베 시메코와 한번 시도했던 전력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삶의 허무함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문학적 글로 드러낸 작가다. 전후 세대가 감내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상처받은 영혼을 문학으로 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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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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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개척하는 것이다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정해진 운명을 타파하고 자신의 기회로 만들어갈 능력, 혹은 재능은 타고난 부모의 재산, 유전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값지게 다가온다. N포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현생은 망했다며, 회빙환물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없을까 한탄만 하지 말고, 스스로 명품이 되라며 설득하라는 책을 만났다. 며칠 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나를 반성했고 부모님에게 미안했다. 임하연 저자의 《인간명품》은 상속자 정신을 통해 부모로부터만 오는 상속을 뛰어넘어 사회로부터 받는 더 큰 상속을 본인 것으로 얻어 가는 방법을 전한다. 학생과 상속자의 대화체로 구성되어 읽어나가기도 편하다. 추천하는 책이다.

내 인생을 스스로 상속하는 상속자란 '나는 흙수저야, 부모님에게 받은 재산도 없어'라며 한탄하지 말고, 즉 인생의 자율권 승계를 부여받는 것이다.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내 인생을 다시 쓰는 권한은 본인에게 있다. 혈연관계에서 벗어나는 그날 상속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전한다. 즉 파괴하고 실패해야 재탄생되는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전 세계적인 한국의 위상과 인기가 높아진 이때 문화라는 모두의 유산을 이용해 본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높일 계획을 세워 보는 거다.


책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인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녀가 누구인가. 케네디 대통령의 아내이자 영부인일 때는 '재키'로 불렸으며 패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이후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 후 엄청난 부를 누렸다. 케네디의 미망인으로서의 역사만 다뤘다. 영화도 호불호가 있듯 재클린의 인생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보길 바란다.

물론 겉으로만 봐서는 행복과 부를 모두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은 공허했다. 첫 남편과 사별 후 두 번째 남편과 재혼했지만 오나시스도 바람둥이였다. 첫 남편 존 F. 케네디는 마릴린 먼로와 두 번째 남편 오나시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염문설을 낳았다. 이는 영화 <재키>와 <마리아>로 익힌 재클린의 생애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부유하고 명망 있는 집안 출신이었을 거란 편견을 깨는 드라마틱한 과거였다.

굴절 많은 인생사지만 재클린의 삶은 망가지지 않았다. 특권의식에도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려는 가치를 만들었다. 엄청난 독서광이었고 엄청난 구술 기록을 남겨 후대에 사료를 더했다. 또한 와스프(백인, 앵글로 색슨, 개신교)와 올드머니(대를 이어온 부자)도 아니었지만 성공했다.

시작은 아메리칸드림에 성공한 변호사 할아버지로부터였다. 프랑스 이민계의 가톨릭 집안의 딸이었던 재클린은 할아버지 존 부비에의 족보 조작으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하게 되었다. 훗날 프랑스의 명망 있는 가문의 자손이란 자부심은 존의 두 아들을 파멸로 몰아넣었고, 대공황으로 재산을 대부분 잃게 된다.

이런 시련은 오히려 재클린을 인간 명품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를 사교적인 사람으로 바꿔 생각하며 낭만적인 해석을 했던 것이다. 불편한 게 생기면 차단해 버린다는 메커니즘으로 행동했다. 개인의 안목과 취향 같은 문화적 지식인 '문화자본'으로 돈 만이 아닌 사고방식 차이, 가정교육, 밥상머리 교육이 삶을 바꾸는데 영향을 끼쳤다.

부모의 이혼은 재클린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계층 상승을 중요시한 재혼한 엄마를 따라 새아버지를 맞았지만 큰 혜택을 받기보다는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재클린은 할아버지의 거짓 가문 부풀리기가 폭로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탐독하며 역대 프랑스 여왕, 귀족 부인, 영향력 있는 여성을 공부했다. 인간의 품격은 사람에 대한 예의, 배려, 존중으로 구성됨을 배운다. 즉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상속 자본'은 태어나면서 생기는 사회, 문화, 경제 가본과 반대로 스스로 얻는 것이라는 점이다.

아일랜드 혈통으로 미국 사회의 주류로 인정받기 힘들었던 케네디와 재클린은 독서로 위안을 삼았다. 재클린은 프랑스의 영웅 드골 장군을 케네디는 영국 처칠 총리를 통해 인생을 설계했다. 아일랜드인 입장에서는 모국의 역사를 파괴한 아픈 역사지만 미국에서라면 입장이 달랐다. 자신의 신분을 역이용해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책은 혈연에 연연하지 말고 운명을 개척한 사람들의 자수성가 프로젝트를 빗대 청년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존 인물의 경험담은 이해와 용기를 준다. 비록 합법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최면을 걸며 자기 위안을 했더라도 신세한탄만 하며 방구석에서 좌절할 시간에 무언가라도 하라며 독려한다.

시대가, 나라가 다르다며 딴지를 건다면, <케데헌>의 골든을 만든 이재를 떠올려 보라. 물론 외조부의 배경이 밝혀지긴 했지만 아이돌을 꿈꾸던 이재는 데뷔에 실패했다. 음악을 좋아했던 만큼 아이돌이 아닌 작곡가의 길로 전향했고 수많은 노크 끝에 자신의 곡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영화 같은 삶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겠냐마는 성공한 명사의 인생을 통해 우리들의 내면을 갈고닦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라 생각한다. 빠르고 간결한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고 많은 활자를 읽는 독서는 사치이자 바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대세와 유행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가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나는 왜 이런 걸 까라며 우울해하기 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살아가고 싶자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히 나처럼 위로와 희망을 전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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