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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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정재승 교수가 알쓸신잡에서 언급한 《스케일》이 2018년 출간되었다. 2년 만에 휴대성과 실용성을 강조해 보급판 포켓에디션으로 나와 산뜻함을 자랑한다. 제프리 웨스트 교수가 연구한 25년 성과를 정리한 책이다. 과학 전문 번역자로 널리 알려진 이한음 번역가가 원서의 문체를 고려하여 '경제적인 번역'을 하였다. 자연법칙과 인간 문명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틀을 제안하고 있다.

포켓에디션은 가벼운 무게감으로 더워지는 날씨 에코백에 담아 다니기 딱 좋다. 글자 크기도 5% 미만 축소했지만 텍스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게 하기 위한 가독성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두꺼운 만큼 읽기 불편해지면 어떨까 싶지만 걱정 말길. 어느 페이지나 읽기 편하도록 펼쳐지는 특수 제본 방식으로 독자의 만족감을 업 시켰다.

인간은 왜 무한 생명력을 갖지 못할까? 책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생물, 도시, 기업에 공통된 성장과 죽음의 보편 법칙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진의 활약이 돋보인다.

사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늙어간다. 죽음을 멈출 수 없지만 기대 수명은 늘릴 수 있다. 스케일 안에서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한 모습도 제시된다. 모든 포유류는 평생 약 15억 회정도 뛴다고 한다. 우리와 거의 동일한 재료로 이루어진 생쥐는 겨우 2~3년밖에 못 사는 반면, 코끼리는 왜 75년까지 사는 것일까?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평생 동안의 심장 박동 수는 코끼리와 생쥐를 비롯한 모든 포유동물에서 거의 동일하게 약 15억 번인 이유가 무엇일까?

생명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책 속에 가득하다. 과학적인 통계와 결과로 물음의 답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화보다 내가 아프지 않고 얼마나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실 과학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렵고 벅찼다고 하면 사실이다.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 위주로 읽었고, 그 위주로 나에게 적용해봤다. 이를 자신의 상황에 맞에 적용하면 과학도서도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는 거다. 조직, 도시, 기업, 국가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질문과 궁금증이 수도 없이 들어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 생물과 인간이 만든 도시와 기업을 스케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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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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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loonshot)이란 대부분의 과학자나 사업가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혹은 성공하더라도 시장성이 없다고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룬샷은 전쟁, 의학, 영화,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꾼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룬샷은 조롱당하고 무시되며 방치된다. 그래서 룬샷을 대부분 영영 기회를 잡지 못한다.

 

저자 사피 바칼은 물리학자 부모 밑에서 과학자의 길을 가던 중 다른 측면을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에 몸담게 되었고 룬샷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과 경영학,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이다.

 

책은 다섯 명의 뛰어난 사람의 이야기를 1부에서, 2부에서는 여러 법칙의 바탕에 놓인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룬샷의 다양한 예를 재미있게 다룰 것이다.

 

책에 소개된 밀러의 신약이 전형적인 예다. 종양학자였던 그는 화학자들이 부르는 피라냐였다. 피라냐는 일종의 복불복 폭탄이 될 수 있는 신약인데 만약 엉뚱한 단백질에 들러붙는다면 독성으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고 다녔을 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임상실험을 했지만 CEO 자리까지 내놓으며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결과는 FDA 승인. 약이 출시되고 그를 조롱하던 한 대형 제약회사에 인수되었다. 인수 가격은 210억 달러였다.

 

때문에 룬샷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아닌 구조(시스템)의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 이 개념의 핵심 상전이(복잡계의 갑작스러운 변화 相轉移, phase transition)를 소개한다. 상전이라는 과학적 원리나 팀, 기업, 혹은 어떤 형태든 목적을 가진 집단의 행동에 적용해 보면 룬샷을 더 빨리 키워낼 수 있다.

 

하지만 룬샷을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발명한 노키아, 최초로 콜레스테롤 저하제, 사상충증 약을 개발한 머크가 우습게 보았던 유전공학 기술,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정신과 치료제. 그리고 디즈니가 놓쳤던 것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기업들이 침체를 겪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잘나가던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바로 대기업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인 조직문화의 대표적인 보수, 리스크 회피를 꼽았다. 비즈니스에서는 미스터리일 수 있는 행동 변화가 물리학에는 상전이(모든 것이 변하는 순간)라는 행동 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조직의 상태를 이해하고 나면 팀의 성격이 갑자기 왜 바뀌는지부터 제어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해 낼 수 있다.

 

저자는 물리학자 출신답게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고체, 액체, 기체로 모습이 달라지는 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결국 상전이는 물 분자의 고체 형태를 잡아두려는 결합 에너지와, 무질서를 지향하는 시스템 엔트로피는 물 분자가 돌아다니도록 부추긴다. 이 상충되는 요소가 역전될 때 시스템은 전환되고 물은 얼어버리는 것이다. 이 경쟁 인센티브를 조직문화에 대입해 보면 '판돈'과 '지위'로 치환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의 집단에서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누구에게나 큰돈이 걸려 있다. 망하게 되면 다 같이 망하고 성공하면 다 같이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위에 따른 특전(승진에 따른 연봉 인상)은 미미하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큰 조직에서는 판돈이 줄어드는 반면 지위에 따른 특전이 커진다. 이 두 가지 조건의 크기가 역전되면 시스템이 전환된다. 그러나 조직이 안정화되어 있을 때 똑같은 구성원이더라도 룬샷은 그냥 헛소리가 된다.

 

그런 까닭에 혁신적인 조직, 획기적인 아이템, 모두를 놀라게 할 제품을 원한다면 문화가 아니라 구조의 작은 변화를 주어 경직된 팀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산업 내부에서 룬샷 배양소가 잘 번창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1. 상분리 :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을 분리한다.

2. 동적평형: 양 그룹 간에 막힘없는 교환이 오간다.

3. 임계질량: 룬샷 그룹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크다

가장 적합한 사례가 영화 산업과 신약 개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두 개 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시장은 그물망 같은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대형 기업 시장과 룬샷을 육성하는 소규모 전문 기업들의 시장이다. 수백 개의 작은 영화사와 작은 바이오 테크 기업이 새로운 영화 혹은 신약 개발의 룬샷 배양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룬샷의 시스템인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이뤄 임계질량을 달성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례 중 왜 세계 공용어가 중국어가 되지 못하고 영어가 되었는지를 세 시스템에 빚대에 설명한다. 기원후 500여 년부터 1500년 정도까지 중국과 인도는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종이와 인쇄술, 나침반, 화약, 대포, 크랭크축, 심정 굴착, 주철, 지폐, 천문대 등은 유럽보다 수백 년 앞서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는 어떤가. 이미 세계정세는 뒤집혀 버린 뒤다.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이슬람, 인도의 제국들은 대형 민족국가였고, 당시 서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세계의 룬샷 배양소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구하고 선진적인 기술과 문화를 뒤로하고 막대한 자원을 들여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베이징, 만리장성, 대운하 등등. 새롭고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미친 아이디어는 사장된다.

 

반대로 임계질량을 달성한 서유럽은 조화로운 기술과학 발전이 이루어졌고, 중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현대 과학 사례들이 줄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서유럽의 작은 민족국가들 특이 섬나라 영국은 룬샷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룬샷은 프랜차이즈에 치중하는 제국이 아니라, 룬샷 배양소에서 번성한다.

 

《룬샷》을 읽어 보면서 계속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창의성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시켜줄 수 있는 기업의 자질을 실험하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책에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통찰, 서프라이즈에서나 봤을 법한 드라마틱 한 역사적 실화가 가득하다. 혹시나 두께나 무게감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거두절미하고 책을 선택해 보기 바란다. 세상의 모든 기술에만 룬샷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책을 선택하지 않는 당신의 마음도 룬샷이 되어 새로운 파괴의 혁신이 될지 누가 알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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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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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는 물을 통해 정확히 표현하자면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박테리아로 전염된다. 19세기 산업 도시의 원형이었던 런던에서 가장 빠르고 많이 전염되었다. 당시 도시의 과밀화는 진행되었으나 식수와 배수로가 제대로 형성, 관리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콜레라로 죽었다. 1853년-54년의 참상은 무려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50년 전 런던의 무차별 죽음으로 얻은 교훈으로 186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하수 체계를 만들었다. 위생적인 상수 체계 및 쓰레기 처리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산업 도시의 핵심 하부구조 사업이 되었다.

 

 

 

 

책에는 이런 말이 의미심장하게 적혀 있다. "미래에 정말 엄청난 전염병이 닥친다면, 지도가 백신만큼 결정적인 퇴치 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 발생한 신종 코로나19는 디지털 지도뿐만 아닌, 과학의 힘으로 슬기롭게(혹은 무식하게) 극복 중에 있다.

 

그때 런던에는 독불장군이자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웃사이더 '존 스노(저자는 왕좌의 게임 존 스노와 스펠링은 다르지만 언급을 통해 격상시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공중보건과 역할을 탐색했다. 빈민촌과 식수제공 회사의 자료를 모아 감염 지도를 작성했고, 상수도가 오염돼 콜레라 발생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장물 맛 좋기로 소문난 브로드 가 펌프를 제거한 순간 콜레라는 종식 시킬 수 있었다.

 

 

 

 

책은 마취제를 발명해 여왕의 순조로운 출산을 도와 일약 스타 의사가 된 존 스노가 꽃길을 마다하고 콜레라와 펌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은경 본부장이 있다면 150년 전 런던에는 존 스노와 독기 이론(공기 독성이 너무 강해 물까지 감염시켰을 거라는 것)을 펼쳤던 런던 토박이 성직자 화이트헤드의 활약이 있었다. 물론, 독기 이론으로 확증편향을 펼침으로써 구할 수 있었던 병을 키운 사람들이 있었다.

 

 

 

 

콜레라는 몸의 수분을 빼내 말라 죽이는 병이다. 타는 듯한 목마름을 경험하지만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참거나 그 물을 또 마셔야 하는 악순환이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최악의 고통을 너무나 또렷한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잔인함 말이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어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자 분뇨가 넘쳐났다. 그리고 제국주의 회사들은 해상 무역 경로를 개척했기에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염병이 퍼져 나갔다.

 

 

민간요법, 상업적 만능약, 비과학적 처방들의 홍수 속에서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제대로 된 조언, 수분을 섭취하라는 조언을 들리지 않았다.

p70

 

 

콜레라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탈수를 방지하는 소금과 물을 공급해 주면 되는 거였다. 이 경제적이고 손 쉬은 방법은 토머스 라타라는 영국 의사가 발견하지만 잊혔다. 그도 그럴 질대 당시 신문매체는 등장했으나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 의학이 전문 과학으로 성립되기 이전이라 권위가 없던 시대라 진정한 선구자들이 의료계 텃세 없이 약을 개발하고 팔 수 있었던 아이러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약재나 민간요법, 가짜 약, 잘못된 처방, 청소부들의 비위생성(뼈, 석탄재, 개똥, 분뇨 수거인, 넝마주이, 선상 청소부, 개펄, 강물 수색꾼) 등도 판을 쳤다. 명망 있는 의료계 인사들이 자신의 치료법을 무료로 공개하고 이에 반박하는 기사들이 수도 없이 게재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이때 신문이나 잡지들이 광고 수익을 채택하게 되었고, 의학이 발달되었으며, 공중보건도 체계화되었다. 질병은 인류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나 빼앗아간 목숨만큼이나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책은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10여 일에 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단순한 나열보다 작가의 말맛을 조금 보태 훨씬 드라마틱 한 구성을 취했다. 콜레라 유행의 확산과 억제를 역사적 사료와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었다. 저자는 런던 소호 거리를 배경으로 콜레라 창궐 과정을 상사하게 기록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상세하고 재미있는 해석이 딱딱한 느낌의 전문서처럼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책을 읽는 동안 19세기 런던 브로드 웨이에 열흘 동안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반전도 소개된다. 19세기 런던에 창궐한 콜레라가 종식된 후 10년 후 재발했을 때. 당시 존 스노의 반대편에 섰던 '윌리엄 파'가 나서 진상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존 스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스트 런던 상수도 회사의 문제점을 밝혀낸다. 우리나라 질본이 사스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반영해 이번 코로나에서 기지를 발휘한 것처럼 말이다.

 

 

존 스노는 도시를 탐닉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표시한 통계치(사망자 수, 발병한 곳, 펌프 위치 등)를 통해 유령 지도를 만들었고, 콜레라의 원인을 밝히며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코로나 유행 지도, 빅데이터를 통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감염 경로를 밝히고 차단하는 150년 전 선행을 지금도 적용하고 있다. 21세기 거대도시들은 19세기 런던을 하나씩 배워 나갔다. 특히 공동체를 공중보건과 신기술, 정부 주도로 만들어 가는 체계를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모든 역사는 한 사람의 활약으로 가능했던 건 아니다. 과학, 의학, 기술, 정부의 협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우물물을 먹고 병이 옮겨간 사례처럼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역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소수의 의견으로 출발할 때가 많다. 끈기 있게 매달린 아웃사이더가 온 세상 사람들을 살릴지 누가 알았는가. 정보가 판치는 세상에서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통찰도 필요하겠지만,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정작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소수의견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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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혁명 - 현실과 상상의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지도기술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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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비게이션 없는 길 찾기가 가능할까? 십 년 전만 해도 지도와 방향감각과 약간의 육감(?)을 이용해 목적지를 찾아갔다. 그러다가 길을 잃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 길거리의 사람들, 현지인, 슈퍼 주인, 주유소 직원 등등. 우리는 최근까지도 구글맵 없이 어디든 찾아갔던 인류다. 하지만 이제는 없다면 매우 곤란한 처지다.

 

책은 구글맵, 구글어스, 포켓몬고를 만든 개발자 빌 킬데이의 책이다. 그는 보스턴에서 길을 헤매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했다. 20만 년간 존재해 온 인류 중 길을 잃어버려 본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혁명적인 디지털 지도 제작과 위성사진 전문 스타트업 '키홀'을 만들었고, 5년 뒤 구글에게 인수되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스타트업 창립부터 구글의 혁명적인 발명품이 되기까지 혁신적이로 똑똑한 상품을 만들고 전 세계에 알린 천재 개발자의 흥미로운 개발기, 즐거운 고군분투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 서비스가 앞서지만 해외에 나가면 무용지물이라 구글맵을 쓸 수밖에 없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난감함과 공포감이 두 배로 찾아오지만 구글맵만 있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구글어스는 또 어떤가. 가본 적 없는 곳을 마치 신(神)의 입장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권을 쥐여주었다. 현재는 많이 시들해졌지만 포켓몬고는 전 세계의 어른이들을 책상 의자에서 일으켜 걷게 만들었다.

 

스타트업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을 발명해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다반사다. 키홀도 그 과정을 피해 갈 수 없었는데 그때 운 좋게도 투자를 받아 지속적인 개선에 힘쓴다. 특히 CNN 걸프전 당시 미군의 이동경로를 설명할 때 전국 방송을 키홀이 타며 큰 인지도를 얻는다. 그 밖에도 지도가 필요한 군사 부분에 협력하게 되며 몸집을 키워간다.

 

그렇게 명맥을 근근이 유지하다가 드디어 구글에 팔리며 킬러 콘텐츠로 성장하게 된다. 구글은 키홀의 잠재성을 한 번에 알아본 것이다. 구글의 검색 기능과 아이폰 출시, 구글맵이 탑재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특히 전 세계인들이 집콕 시기인 만큼 구글어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오, 요즘 참 유용하단 말이다. 안방에서 그랜드캐니언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단 말이지?" 이 경이롭고 신기한 작업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과거 모습 훑어보기, 전염병 지도를 확인하고 미리 피해서 이동할 수 있고, 박물관과 미술관 내부를 공짜로 둘러볼 수 있다. 새로운 동물 종, 새로운 섬, 새로운 보초, 중국의 축소 군사훈련장, 체코의 이동 중인 소때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영화 <라이언>은 구글어스로 인생을 다시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다섯 살 때 인도에서 기차를 잘못 타고 집에서 멀리 가 호주에 입양된 한 남자가 구글 어스를 이용해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감동 실화를 기억할 것이다. 구글어스는 쓰임새는 놀라운 만큼 다양하고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구글맵 접속지역에 따라 사용자들이 다른 버전의 구글맵을 볼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일본 거주 사용자는 일본 서쪽 바다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한국에 거주하는 사용자에게는 동해로 표기되는 해프닝이다. 이 부분은 계속해서 국제사회에 건의하고, 잘 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꾼이 아닌 학자의 의지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구글맵과 구글어스와 같은 훌륭한 서비스가 무료기 때문에 개인의 수익보다는 사용자를 늘렸고 공익을 위해 쓰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불러온 인류 혜택은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기에 다양한 활약을 하며 기술 진보를 이루었다. 현재를 구글에서 분리되어 또 다른 혁신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책을 통해 지구는 연결되어 있고 인류는 공동운명체임을 또 한 번 느꼈다. 지도 제작이 갖는 의미는 엘도라도를 찾아 아마존으로 떠난 퍼시 포셋처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만든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개발자의 통찰력과 꾸준한 개발로 기회를 잡은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 그리고 시대가 필요로 할 때 적재적소에 쓴 타이밍 래리 페이지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디지털 지도 제작의 전반적인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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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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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앤과 코넬의 관계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서로 사랑이라는 말로 정의하지 않지만 함께 잠자리를 갖고 슬프거나 행복할 때 마음을 나누는 관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상대방을 위해 사랑이라 말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 관계가 소설 《노멀 피플》에 녹아들어 있다.

소설은 아일랜드 서부의 마을과 더블린을 배경으로 2011년 1월에서 2015년 2월에 이르는 시기를 촘촘히 기록했다. 셀리 루니는 1991년생인 밀레니얼 세대이자 BBC 드라마 반영 예정이기도 하다.

메리엔은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탓에 친구가 없다. 정확히 그들의 말을 빌리면 국제 정세와 뉴스에 관심 있고 잘난척하는 부잣집 딸인 탓에 부러움인 것 같기도 하다. 외모에도 자신이 없다. 하지만 메리엔의 집을 청소해 주는 도우미 로레인의 아들 코넬과 친해진다. 코넬은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인기도 어느 정도 있는 아이였다. 둘은 관계 맺기 시작했고, 내칠 수 없는 끌림은 오후 내내를 함께 보내는 사이로 발전하고야 만다.

하지만 학교 왕따인 메리엔과 관계 맺었다는 게 두려운 코렐은 친구들에게 숨기려 들었고, 메리엔은 상처받고 학교를 자퇴한다. 그로부터 1년 후 대학생이 되어 만난 둘은 다시 뜨거운 사랑으로 못다 한 시간을 보상받으려 하지만 늘 서로의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니다. 가족이나 누가 물어봐도 관계는 갖되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서로의 입장 때문에 배려하려는 걸까.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서로 눈 빛만 봐도 말투에서 느껴지는 떨림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상대방과 말로서 합의가 된 사이어야만 인정받는 관계도 있다.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데 본인들만 부정하고 있다. 부정하면 더 부정할수록 더 깊은 긍정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잠자리는 하지만 누구에게 사귀는 사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밀레니얼 세대만의 독특한 사랑 방식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관계들로 두 사람 모두에게 이입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감정이입을 차단해 소외감을 느끼도록 유도한 건 아닌지 생각한다.

 

소설은 사랑에 관한 미묘한 심리와 갈등을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다소 누가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이는 둘 사이의 복잡한 속내를 다양한 각도로 보려주고자 하는 장치 같다. 아버지가 없지만 상반된 가정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계급관계와 젠더, 불안의 실존 등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그러냈다 할 수 있다.

덧, 역시 나에게 맨 부커상 후보작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 또다시 확인했다. 보고 나면 개운하지 않는 맛이 [부부의 세계]의 10대 버전인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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