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안녕
나카지마 교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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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원작을 먼저 읽고 상상한 게 영화에서 없어지거나 다르게 표현되었을 때의 실망 뒤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원작 보다 영화가 각색을 잘했던 것 같다. 텍스트와 영상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 점은 감안하고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즐겨주길 바란다.

 

 

소설은 인지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얽힌 다수의 에피소드가 10년에 걸쳐 등장한다. 조금씩, 천천히 안녕을 고하는 가족간의 추억이 아스라히 전개된다.

 

미국에 사는 마리는 준과 다카시 두 아이의 엄마다. 영화에서는 마리의 아들은 다카시 하나뿐이다. 둘째 나나는 전업주부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다. 게다가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둘째를 임신했다. 셋째 후미는 자신의 꿈을 찾아다니기 바쁘다. 영화에서는 나나는 없고, 나나와 후미를 섞은 후미만 있다. 소설 속 캐릭터 보다 훨씬 책임감 있고, 언니 대신 노부부를 살뜰히 챙긴다. 대신 소설에서는 점점 병세가 나빠지는 아버지를 엄마가 거의 독박으로 간병하고 있었다. 영화보다 소설 속 엄마 유코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일본 특유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이 유독 엄마에게 쏠려 있다. 엄마는 옛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쇼헤이가 점점 나빠지는 병세는 혼자 감당하는 게 안쓰러워 보였다. 회전목마 장면이 원작과 달랐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주요한 포인트지만 소설 속에서는 많은 에피소드의 하나쯤일뿐이었다. 대신 후미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직접 쇼헤이와 요코 가 다녀가는 에피소드가 자세히 나온다. 영화는 생략했다.

 

 

 

딸들이나 손주들이 쇼헤이와 함께한 에피소드보다 아내이자 엄마 요코의 심경에 더욱 쏠려 있으며, 당사자인 쇼헤이의 입장에서 서술되기도 했다. 소설은 다중 화자를 설정해 다양한 사람들의 속 마음을 다루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을 때 겪었던 일상을 소설 속에 녹여 내 사실감 있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치매, 인지증, 디멘치아라고 다르게 불러도 모두 기억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천천히 멀어져 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건 어떤 기분일지 가히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그때 나와 내 가족이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할지 고민해 보는 하루가 되었다. 집과 가족 절대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는 소중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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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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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집 할머니는 이런 말을 썼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장면에서 여러 관객이 울컥했을거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 정성을 쏟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주며 살려내는 할머니.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딸도 꽃이 피는 이 나무처럼 다시 돌아오면 어떨까 바라는 한마디였다.



이 책은 마흔 살에 자살을 꿈꾸다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던 고재욱 씨가 경기도 양평의 요양원에서 봉사하며 새 삶을 찾아가던 중 할머니들에게 얻은 지혜와 감동의 엮어 낸 이야기집이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믿었던 고재욱 씨에게 피해기만 했던 사람이 힘이 되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게 해준 곳.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이 멀어지는 요양원이었다. 삶과 멀어지는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바투 잡게 된다.



"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P54



조금씩 천천히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치매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병이다. 고약하게도 가장 최근 기억부터 멀어지는 탓에 가족들이 가장 상처받고 힘들어지는 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치매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처럼 위중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지역 사회에서 함께 돌보며, 치매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 생활 속에서 함께 돌보는 체제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요양원에 가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치매 환자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가 아니다. 우리나라 치매 관련 예산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요양원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치매환자가 돈벌이가 된 요양 시설의 폐해라 지적한다.  세금을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곳도 있다고 말한다.



일본처럼 치매 노인을 지역사회에 흡수하는 정책이 아니라, 격리하는 정책일 때 사회의 높은 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늙어가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계속된다면 누구도 그 자리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에 가기 꺼려 한다.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 나 나올 수 있다는 선입견이 크기 때문인데 틀린 말도 아니라고 한다. 가정에서 보살필 수 없어 보낸 요양원에서 노인 수십 명을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본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개개인에 맞춘 세심한 요양보호가 가능할까. 이런 일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환기도 되지 않는 곳에서 기저질환이 있고 나이가 많은 요양원 환자들이 전염병에서 대거 스러져갔던 과거를 기억해 보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발견했다. 무엇보다도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요양 보호사의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치매 환자의 대소변을 정리하고 말벗과 식사를 챙기는 실질적인 가족이기도 하다. 요양원은 죽음을 앞둔 치매 노인들이 삶을 연명하는 곳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돌보고 치매 환자 가족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무작정 가졌던 요양 보호사와 요양원의 편견을 많이 희석시킬 수 있었다.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특별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치매 환자의 일상을 따스하게 그려낸 책이다.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이 곧 한 권의 책이며 영화인 노년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아주 예전의 기억을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는 천일야화고 한 곡만 계속 반복되는 LP의 노래 가사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부분이며 개인의 대서사시다. 돌고도는 고전이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자기 계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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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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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란 현명한 인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국가들의 민낯을 내보이며 스러져갔다. 현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받을 자격이 충분할까?

 

 

코로나 백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이 만들어지면 뭐 할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회, 경제 체제는 무너진 후다. 바이러스는 가만히 있지 않고 활발히 변이한다. 진화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창궐할지도 모를 일이다. 종식은 아마 어려울 것이다. 3-5년 주기로 나타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적응하며 사는 편이 현명한 일이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를 맞출 수나 있을까. 인류는 바이러스보다 앞서지 못하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코로나로 바뀐 뉴노멀(new nomal, 시대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 을 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다. 며칠 전에 읽었던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미래 학자 제이슨 솅커의 예측이었다면 《코로나 사피엔스》는 국내 각계의 6인에게 들어보는 미래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적용하지 않아 아쉬웠던 책을 보안해 한국 사정에 맞에 예측해본 미래가 꽤나 흥미롭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 중심적 기업들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가 올 거라 예측한다. 자연을 건드려서 생겨난 게 바로 코로나19의 원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생태적 삶의 방식을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경제도 살아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때문에 뉴노멀하게 생겼다. 이번 기회에 거품 낀 경제를 돌아보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적응하는 것만이 '코로나 시대 의 신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이번 위기로 인간 삶에서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목표는 국민의 안전, 건강, 그리고 복지다. 그것을 위해 성장하는 것이지 주객전도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가사노동부터 의료, 기본 서비스에 종사하는 돌봄 경제(care economy)가 없다면 우리 모두의 삶이 어려움을 깨달았다. 공공의료, 돌봄 서비스, 배달 및 택배 등. 이번 기회에 더 좋은 사회를 위해 사회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포노사피엔스》로 잘 알려진 진화 인류학자 최재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을 흔히 인공지능만 생각하는데 이번 사태로 언택트(비대면)와 초연결이 성장했다. 키오스크, VR 쇼핑, 챗봇, 온라인 수업 등 소비자와 만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OECD 국가 중 자영업자의 평균 비율이 15%인데 반해 한국은 25%인 점을 고려. 자영업자의 연쇄 도산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온라인 주문과 배달을 도입한 업체는 큰 타격이 없는 반면 안된 가게는 많이 폐업을 많이 했다. 물류 시스템이나 IT를 활용할 줄 아는 개인 능력이 세계 최고치인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사회시스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국가차원의 IT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홍기빈 교수는 산업의 지구화(세계화), 생활의 도시화(도시 집약적 네트워크), 가치의 금융화(경제 중심), 환경의 시장화(생태위기)가 코로나와 맞물리면서 문명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뀔거라고 말했다. 세계화 현상이 없었다면 대륙간 이동이 벌어졌을까?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노가 반대편 나라까지 퍼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홍콩, 서울, 싱가포르처럼 거대 인구밀도가 높은 거대 도시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홍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대하는 방식에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 그냥 하던 방식대로 살자를 외친다면 경제의 완전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소비로 유도하는 기존의 경제 성장을 버리고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으로 전화해야 한다.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미국 중심의 야수자본주의 시대는 끝나고 말한다. 한국은 작은 미국이라 볼만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미국을 추종해왔지만 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의식은 코로나로 무너졌고, 결국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지 않고서는 지구에서의 공존은 어렵다고 말이다. 미국을 신성시하던 한국은 이번 기회에 새롭게 우리를 돌아보고, 자본주의를 성찰하는 시기도 맞아야 한다

 

마지막 주자인 김경일 심리학자는 사회적 원트가(강요된) 아닌 나만의 라이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의 척도가 어느 순간부터 사회가 정해주었다. 남들 다 있는데 너만 없어라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것에 만족감을 얻을 때 우리사회는 안정화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한 BTS나 <기생충>처럼. 남의 눈에 연연하는 인정 투쟁이 필요없어진 사회를 만들어 가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명과 국가, 국민이 정적한 행복을 추구하고, 이를 타문화와 공존할 줄 아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시대에 무너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이 책은 CBS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2020년 4월 진행한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 시대'를 바탕으로 했다. 다양한 분야의 여섯 석학들과 대담한 내용을 추렸는데 미처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까지 보강해 책으로 펴냈다. 실제 방송은 CBS<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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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 - 왜 노력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가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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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가 있다. 이게 과해지면 관종이 되는데, 나는 관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욕구가 있기에 당연한 것이다.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의욕과 노력, 혹은 과욕은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축이 된다.

 

 

욕구가 없다면 발전도 없고 인류 문명도 없었다. 그러나 살인, 전쟁, 범죄 등 극단적인 폐해도 만만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책은 그 숨은 위험성을 찾아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 인정 욕구의 빛과 그림자,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강박을 이야기한다.

 

 

SNS는 거대한 인정욕구의 시장이다. 최근 붉어진 n 번방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의 아이디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다는 동기는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남들의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이 있다고 치자. 다음번에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한다. SNS에 좋아요를 받기 위해 벼랑 끝에서 인증샷을 찍는다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SNS를 인기를 측정할 수 있는 거대한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폐단이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충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고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런 큰 기대는 부담으로 다가와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고학력 엘리트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들은 늘 공부나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에 최고의 혜택을 누려왔다.

 

 

하지만 실제 사회의 일은 노력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자신이 해왔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카이스트 학생들이나 대기업의 자살 소식 혹은 빈번한 과로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엘리트 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기대를 스스로 낮추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기효능감은 떨어지고, 격차가 벌어져 점점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강박은 기대치, 자기효능감(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 문제의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벌어진다. 사람은 남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정욕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올림픽에서 지면 안된다는 중압감으로 본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심리적 압박이 일을 그르친 전형적인 예인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배려가 중요하다. 인정 욕구의 강박이 괴로운 이유는 이미 획득한 평가나 신뢰 그리고 자신을 향한 기대를 한꺼번에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거나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완벽주의자일수록 그런 집착이 크다.

 

 

회사라면 인센티브 제도를 두어 흔히 열정페이를 막고 열심히 한 사람에게 주는 포상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성공 경험을 쌓아 가면 좋다.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인정받는 경험이 많아진다면 기대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실패의 경험도 성공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신의 약점을 포함해 모든 것을 보여주면 마음의 무거운 짐이 한결 수월해진다. 계속 이기기만 했던 사람이라면 주변에서 더 큰 기대치를 갖기 마련이다. 1등은 더 이상 올라간 곳이 없이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승리감은 길지 않다. 그때의 두려움과 허무함을 완충할 수 있는 실패 경험치를 쌓아 보자.

 

 

요즘 유행하는 부캐나 부계, 부업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직장에서 갖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거다. 특히 프리랜서는 자기 효능감이 큰 직업군이다. 기존의 공동체형 조직은 반드시 붕괴하게 되어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조직이 없어지더라도 각자도생할 수 있는 개인의 프로화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성공이 꼭 정답이 아닐 때도 있다. 이를 위해서 단단한 마음을 기르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만다면 언제라도 불행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로사라는 병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병명이 된지 오래다. 이런 죽음 이제 좀 그만 보고 싶다.

 

 

책은 인정욕구의 어두운 면을 여러 사례로 알아보는 사례집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다. 인정받기 위해 무급으로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는 직장인, 금메달 코앞에서 놓친 압박감, 정시 퇴근 못하는 마음, 할복이 갖는 의미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분히 일본적인 사례로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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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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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야기와 인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간의 뇌와 결합시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신선하지만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원형은 사실 심리학과 뇌과학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퍽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며 드라마의 악녀를 욕하는 기타 행동들이 용의주도하에 계획된 거라니. 저자 윌 스토는 기자이자 소설가이다. 직업 특성 답에 기존의 이야기 중심의 접근 방식 대신, 고전, 현대 소설, TV 드라마, 영화를 분석해 행동양식을 완성했다.

 

 

첫째 장 '만들어진 세계'에서는 뇌가 자동으로 모형을 생성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풀어 내고 있다. 둘째 장 '결함 있는 자아'에서는 캐릭터의 중심 성격과 반대되는 결함 있는 성격의 발현이나 외부 세계를 타파하고 성장하는 인물을 다룬다. 셋 째 장에서는 '극적 질문'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심오한 인류의 오랜 질문에 화답한다. 마지막 장'플롯과 결말'에서는 플롯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플롯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인물, 사건, 해결 등 시작한 이야기를 끝맺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학교 다닐 때 문학 시간에 배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혹은 사건-위기-해결로 전개되는 뻔한 분석은 사양한다. 그 중심에는 예측 불가능한 인간들이 있고, 플롯에 일어나는 화려하거나 엄청난 자본으로 떡칠한 마케팅과 CG보다 중요한 것. 모든 이야기가 추구하는 인물에 관한 분석을 중심으로 한다.

 

 

 

캐릭터는 외부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풍경과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 비밀이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이 상충될 때 극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매력적인 인물이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왜곡된 세계나 자아를 극복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변화된 성격의 근본은 자아성찰 '나는 누구인가?'로 귀결되는 핵심을 말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인물이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끊임없이 모방하며 자기 현실에 대입하거나  충돌함으로써 성장한다고 믿는 것이다.

 

고전은 왜 시대와 나라를 떠나 계속 회자되고 재해석 되는지, 봉준호 감독이 만들어 낸 작품의 다양한 캐릭터는 어떤 위험을 돌파하는지, [부부의 세계]를 막장이라며 욕하지만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심리는 무엇인지. 인류가 생긴 이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특히 남 이야기)'의 기재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과학적으로 다룬다고 해서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보고 감동과 슬픔, 분노를 느끼는 이유의 원인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어째 속았다고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 이야기를 듣는 사람,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무수한 창작물을 만들어질 것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야기의 성을 짓는 작가 위에는 날로 진화하는 독자, 관람자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시대에 맞는 해석이 이어질 때 문화는 발전하고 인류도 나아간다.

 

《이야기의 탄생》은 시나리오 작가 혹은 연출자, 비평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참고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야기의 제왕이란 타이틀이 괜한 것이 아님을 그의 노하우로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언급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과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을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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