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 -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김지명 지음 / 비엠케이(BMK)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고령 사회에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하는 일이 잦다. 은퇴하고 쉬면서 안락함을 꿈꾸는 시대는 지났다. 나도 앞으로 살아온 날을 한 번 더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니, 슬슬 자기 계발은 죽을 때까지라는 말을 실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막한 중년, 가난한 노년이 두려울 것이다. 준비 없는 은퇴와 미래의 불안감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겪는 감정일 것이다.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무언가가 있다면 어떨까. 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곁에 두라고 말하고 싶다. 책은 내면은 단단하게 해주고 온갖 출처 모를 정보를 쏟아내는 SNS 보다 합리적이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숙명을 타고난 현대인들은 오늘도 하루가 바쁘고 모자라다.

유튜버로 전향해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박막례 할머니나 밀라 논나는 성공한 극소수일 뿐이라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괴테는 80세가 넘어 《파우스트》를 썼고, 모네는 눈이 잘 보이지 않음에도 76세에 <수련>을 시작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에는 너무 늦은 때란 없다'라며 75세에 수놓기를 그만두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전성기, 인생 N차, 후반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앙리 루소를 만나고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평생 가난과 생계 불안에 시달렸던 앙리 루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정식 미술 교육도 받지 못한 마흔아홉의 말단 세관원에서 전업 화가로 변신한 드라마틱한 일화는 충분히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뭐 하시나요. 영화 제작자들!)

물론 생계의 불안 보다 꿈을 좇은 그가 활동한 시기는 19세기다. 21세기 후기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시대에 앙리 루소처럼 살아가긴 힘들겠지만 그가 해온 발상, 상상, 행동을 각자에게 적용해 본다면 어떨지 생각했다. 어떠한 공부도, 사조도, 계파도 없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특별하다. 앙리 루소가 그린 그림은 무엇으로 형용하기 힘든 세상에 없는 예술이다. 누구의 말과 눈빛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적을 밀고 나가는 뚝심도 국보급이다. 바람처럼 왔다가 큰 획을 긋고 떠나간 앙리 루소의 삶은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떠올려 봤다.

일단 내가 주목한 포인트는 '무지가 아닌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열정'이다. 타인의 조소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열정은 SNS에 휘둘리는 현대인에게 영감을 준다. 또한 누구에게도 베풀 줄 아는 따스하고 순수한 성정이었다. 가난 속에서도 더 가난한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주변을 배려했다.

또한 앙리 루소는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았다. 고난 앞에서 담대하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역발상과 긍정 회로를 돌려 빠른 대처로 상처를 최소한으로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 많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타인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경고한다.

편협한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기 보다 오히려 홀로 고립을 택하라고 권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남이 없으면 살수 없지만 남 때문에 고통받는다. 관계에서 느끼는 피로와 무게감은 타인을 향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 기대를 내려놓음으로써 조금 더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고 묵묵히 길을 행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그렇게 살지 마라 - 좋은 삶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52가지 태도
롤프 도벨리 지음, 엘 보초 그림,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저자가 수년간 쌓아온 실패 모음집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인생을 망치는 52가지 함정을 피해가는 방법이자, 52가지 성공 비법이다. 컵에 물이 반잔 밖에 남아 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반잔이나 남아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거다. 생각을 반전해 볼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우고, 그로 인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말을 가르치는 역발상이 주제이다.


사람 관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일 보다 학교, 직장 등 조직 내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울고 웃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예전에는 트러블이 생기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저 사람은 왜 나한테 이럴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피하면 그만인 세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도 서로 불쾌하다고 싸울 게 아니라, 그 사람을 피하면 되는 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흥분과 분노가 가라앉는다.


그래서 책을 거꾸로 이해하면 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 셈. 책 속에서 내내 강조하는 반전 기법은 반대로 생각해 보는 거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되, 즐길 수 없다면 무시하고 포기해라.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해낸 결론이다. 52가지라고 지레 겁먹지 말길. 쉽게 후루룩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가독성 높은 조언이다. 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로 위트 있는 저자의 유머 센스도 발휘된다. 물론 웃을지 말지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우리는 하루아침에 불행해지지 않는다


불행은 사소하게 미루던 습관이 모여 만든 거대한 암 덩어리다. 암덩어리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조금씩 막힌 곳은 뚫고, 윤기나도록 갈고닦으며, 세심히 살펴봐야겠다. 잘 되는 길을 찾기 힘들다면 안 되는 길을 피하면 되는 법이다. 불행은 통제할 수 없겠지만 삶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느슨해진 내 삶을 꽉 조여준 이 책으로 오늘의 정체된 목표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날씨가 덥고 꿉꿉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럴수록 시원한 곳을 찾아가고 움직여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다. 생각을 고쳐먹고 오늘도 힘차게 나아갈 동력을 얻어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년생이 온다 -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운데에 선 마지막 20세기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생이 온다》는 이미 브런치 인기 콘텐츠였고 브런치북 상까지 받으며 출간된 지 오래다. 읽고 난 지금 간단 소감은 '재미있고, 이제 이해하게 됐다'라는 점이다. 이 책 이후 수많은 90년 대생,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유사 책이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고, 이제 90년대 생을 안다는 것은 세계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가 되었다. 새로운 세대는 기업과 나라와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시간이 된다면 저자의 최근작 《2000년생이 온다》를 읽어보기 바란다. 90년대 생이 팀장급이 되었을 때 신입사원으로 맞게된 2000년생과의 좌충우돌도 있고, 요즘 젊은층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담론이 들어 있다. 일하지 않으려는 세대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나는 80년대 생이다. 소위 88만원 세대라고도 부르고, Y 세대라고도 한다. 이제 내 시대도 훌쩍 가 벼렸다. 현재를 진두지휘하는 세대는 90년대 생. 내 주변에는 늘 90년대 생이 바글바글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MZ, 젠지로 불리는 세대는 스스로를 그런 틀에 가두고 싶어하지 않더라. 5년 전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 재독했을 때 느끼는 바라 달랐다.  


나는 90년대 생들과 함께 일한 지 어느 되었지만 최근에서야 세대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1년 반쯤 그들과 카톡 방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줄임말, 생소한 단어, 병맛 유머, 기승전 공무원 등 80년대 생의 이야깃거리와 차이가 많았다. 


뭐든 줄이고 보는 그들의 습성은 '아니, 뭐 이런 것까지 줄여'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속삭였는지 모른다. 한글 파괴 아닌가?라는 꼰대 같은 생각이 앞섰으며, 모르는 단어는 검색해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즉, 대화에 끼기 위한 나만의 발버둥이었다.


책을 통해 '쟤 진짜 왜 저러냐..'라고 이해하지 못했던 90년 대생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방대한 지식과 리서치 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저들의 사고방식을 알아감으로써 앞으로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들은 나 때보다 훨씬 더 어렵고 좁은 취업문 앞에 서 있다. 나 때도 IMF 사이와 세계 금융위기라는 큰 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들이 취업전선에 나선 지금은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그래서 최종 합격률 2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 공무원에 수십만이 매진한다.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낸 경험을 토대로 어렵게 대기업을 들어갔다고 해도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삶은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나인투식스와 정년, 유급휴가, 연금도 보장되는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온 공포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만들었다. 


이들을 해외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로 부른다. (간혹 80년대 생까지 아우르기도 한다) 이들은 복잡하고 여러운 것은 피하고 간단함을 최고로 꼽는다. 언어 축약은 기본이고 아예 초성이나 이모티콘으로 대화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소외감을 느꼈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요약한 핵심을 말해 달라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모바일 플랫폼의 이용자라는 다수라는 점이 기인했다.


또한 재미,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병맛 문화, 나무위키, 제목학원, 짤 등으로 확산되고 재생산된다. 그리고 정직함, 정의를 삶의 모토로 삼는다. 그래서 호갱이길 거부하고 꼰대질도 참을 수 없다. 함께 밥을 먹으면 각자 계산하거나 누가 한 번에 내면 정확한 N분의 1로 나눈다. 처음에는 연장자인 내가 사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먼저 자기 것을 계산해버리니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어색했고 이상했고 빚진 것 같았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합리적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문화의 저변에는 공정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크다. 그래서 학벌이나 나이를 보지 않고 시험으로 승부하는 공무원에 매진하는 이유기도 하다. 때문에 공개되는 투명성을 최고로 치고, 야근보다는 퇴근이 있는 저녁을 원한다. 


책은 90년 대생의 특징, 그들이 직원, 소비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을 소개한다. 읽는 동안 '직접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현실적인 이유를 후반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모임이나 협업, 인터뷰 등으로 직접 관찰했고, 함께 활동해 봤다는 것이다. 때문에 함께 일하고 있는 나로써도 큰 공부가 되었다. 


이제 시장과 사회는 90년 대생들의 참여를 이끌고 감성과 취향, 성향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다 한다. 즉 요즘 트렌드를 주도하는 20대, 90년 대생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세대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야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0년생이 온다 -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늙어감을 피부로 느낀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게 2010년인 거 같은데 벌써 15년 넘게 스마트폰을 끼고 살았고 이젠 일상이 되었다. 그 사이 정보화는 가속화되었고 새로운 폰이 출시될 때마다 카메라 성능과 배터리 문제를 개선하더니, 이제는 AI까지 탑재 되었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 살아간다는 건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알아야 한다는 거다. 


드디어 앞자리가 2000인 출생자가 성년이 되어 사회로 나왔다. 임홍택 저자의 《90년생이 온다》를 읽은 지 5년 후 팀장급이 된 90년생 밑으로 2000년생이 들어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인간이었던 그들을 마주한 회사는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파고들었던 상황. 시간은 흐르고 흘러 벌써 이들은 후배를 맞게 되었다. 90년대생은 꼰대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2000년생의 특징-초합리, 초개인, 초자율

사장님은 저를 잠시 구독하고 계신 거예요


회사는 퇴사하기 위해 다닌다. 직장을 다니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만두는 게 목표다. 100세 시대로 생애 주기가 길어졌지만 그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 월급은 그저 원화 채굴 용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로또나 코인, 주식, 부동산이 떡상해서 부자 되기만 기다린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의 특성은 효율성을 우선하는 성향과 맞물린다. 


2000년대 생은 저 사람이, 이 일이 나와 맞는지를 빨리 파악해가 위해 MBTI로 정리하고 입사하자마자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생은 선진국 반열에 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수준 높은 환경을 누려 왔다. 최고의 교육과 학력을 자랑한다. 영유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알았으며, 부당한 보상에 권리 의식이 뛰어나다. 다만 각종 사회에서 부딪히는 건 노력에 상응하지 않고 권리만 운운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지나치게 뛰어나기 때문에 슬프고 힘들다. 


팩트에 연연하며 전통이나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피하는 초합리인이다. 앞서 말했듯이 초합리적라는 건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를 위기로 만들기도 한다. 초개인주의는 개인보호주의와 맞물리는데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에 부당한 일은 당하는 데 혐오하고,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회는 여러 연령의 사람과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함께 하기에  초이기주의자들은 당장은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립될 수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극단적 디지털 사고방식을 가진 사이보그형 인간을 도출하게 된다. 


애플의 수장 팀 쿡은 "나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더 걱정하는 것은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원치고가 시스템에 따라 살아가는 게 중요한 디지털 AI 인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팬데믹은 디지털을 맹신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전화 포비아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생각해 봐라. 폰 하나로 물건을 고르고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데 굳이 몸을 일으켜 사람을 만나는 스트레스를 가중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은 여러 분야에 변화를 만들었는데 극장의 종말론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나로서는 씁쓸함과 인정이라는 양가적 마음이 존재한다. 


팬데믹 시절 극장은 다른 나라 보다 훨씬 많은 인상을 주도했다. 가격이 오른 만큼 품질도 올라야 맞지만 빠른 트렌드에 맞추지 못한 창고 영화를 개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팬데믹이 끝나도 젊은 층은 극장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막을 켜지 않으면 영상 시청이 어려운 세대인 2000년생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곡선의 신의 것, 직선은 인간의 것'이란 말처럼 자연에서 직선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인데 이게 영상 시청 시 자막이 필요한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아날로그는 신호를 연속된 선으로 나타내고, 디지털은 신호를 인위적으로 나누어 나타낸다. 영상 볼 때 트는 음성 대사는 아날로그 영역에 속하고 대사를 자막(문자)로 표현하는 건 디지털 영역이다. 


따라서 음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분명한 소리들 사이에서 음성 신호를 가려내고 해석하며 전후 상황과 배우의 미세한 표정, 전반적인 스토리와 맞물려 알아듣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지는 거다. 개인의 초합리성은 역설적이라 부르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비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합리적이지 않은 출산은 섞였을 때 독이 될 수 있는 칵테일 효과를 부른다. 


하지만 이 책은 2000년생 때문에 사회 교란이 온다거나, 소멸할 거라는 말이 아니다.  《90년생이 온다》처럼 이들과 섞이는 사회생활 전반에서 이해와 공감을 더하기 위함이다. 태곳적부터 시작해 21세기가 되었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요즘 것들은'이란 세대 차이가 생긴다. 혼자서는 절대 생존 불가능한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인 동물이다. 소통 능력이 좋은 인간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업무력 보다 인간성,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도 원활한 소통과 협업 능력이다. 


얼마 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인간성'이었다. 후기 자본주의의 여러 부작용이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모아두고 '돈'을 들이미는 게임. 겉포장이 화려한 허상 앞에 한낱 장기말이 되어버린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임을 말한다. 성기훈이 마지막에 '인간은'이라며 맺지 못한 이후 문장은 각자의 몫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인간은 장기말이 아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 등등 각자의 상황과 정체성에 맞는 정답이 존재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야 AI 시대에 답을 찾아 줄 AI 보다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을 '제대로 질문하기'로 꼽았다. 200년대생은 사회로 인입하기 보다, 단기 일자리를 찾아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 그들을 붙잡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와 해결법이 도입되어야 할 테다. 2000년에서 2009년 출생한 그들은 단순히 MZ세대, 알파세대, 혹은 요즘 것들로 묶으면 안 된다. 그들은 각각의 개인적인 초지능의 초자아를 가진 존재다. 


9시부터 5시까지 근무가 힘들고, 누구와 소통하는 게 어렵고, 주 4일을 꿈꾼다. 회사가 자신을 넷플릭스 월정액처럼 구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일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발전 가능성 없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와 겹친다. 기대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는 게 슬기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오래 오타쿠로 살아서 - 케이팝 러버, 고경력 오타쿠, 트위터 NPC 쑨디가 140자로는 부족해 14만 자나 주절거린 한풀이
쑨디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오타쿠에 대해 생각해 봤던 책. 무언가에 빠져 집착하고 열광하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쓰였는데 최근에는 열중하는 사람으로 순화되어 '덕후'라는 말이 되었다. 말, 단어는 고정되지 않고 변한다. 팬심도 움직이고, 한순간에 뒤돌아 서기도 한다.

이 책은 쑨디라는 트위터 닉네임을 쓰는 저자가 오타쿠 자아, 아이돌 팬 자아, 트위터리안 자아, 인간으로서 쓴 인터넷, SNS, 케이팝의 어느 단면을 들여다보는 하이퍼리얼리즘 오타쿠 보고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본인이 덕후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 영역과 개념은 정확하지 않다. 따지고 보니 나도 영화 오타쿠였고 좋아하다 보니 공부하게 되고 파고 들어서 일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쑨디는 '진짜 오타쿠'를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분석하는 마음이라 정의한다. 좋아하는 대상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대상과 적극적으로 연결한다고 말이다. 빠른 소비와 휘발성이 강한 SNS의 활동은 필수다. 더 많은 정보를 양산하고 공유하고 소비한다. 팬심은 강한 애착을 형성하고 삶 깊숙이 들어간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은 이런 상황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이 실시간으로 전 세게에 공유되고, 순식간에 엄청난 분석과 비판이 쏟아진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루머의 경계는 흐려지고 맥락은 사라지며 사건은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온라인 세계에서, 논란은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확산된다.

덕질. 기분 전환도 되고 몰입감도 있지만 너무 깊숙이 빠지면 곤란하다. 좋아하는 대상의 올바르지 못한 일을 알게 되었을 때 똑같은 마음일지는 알 수 없다. 영화 <성덕>은 정준영이란 인물을 좋아했던 감독 오세연의 탈덕기이자 트라우마 극복기다. 사랑했던 대상의 범죄를 알았을 때 무너지는 팬의 마음과 영화감독으로서의 이성적 자아, 그리고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어머니라는 제3자의 시선이 교차된다.



저자 쑨디가 경험했던 다양한 문화 중에 눈길 가고 솔깃했던 건 영화나 드라마 덕질이다. 영화 <더 폴>을 인생 영화라 칭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타셈 싱의 인터뷰 내용 인용문을 첨부한다. <더 폴>은 지구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담은 영화인데 제작기간이 28년 걸렸다. CG와 AI로 쓱쓱하면 되는 시대에 발품을 팔아 만든 이 아날로그적인 영화를 보지 않는 건 유죄다.


CG가 아무리 대단하고 스펙터클하다고 한들 결국 낡고 시대에 뒤처져 보이게 된다. 더 시간이 지나서는 레트로하고 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낡는다. 진짜로 만든 것들은 절대 낡거나 뒤처지지 않는다. 영원히 남을 이야기라면

나는 그 어떤 가짜도 사용하지 않겠다.


쑨디는 디지털 시대에 AI가 아무리 뛰어나고, 알고리즘이 가르쳐 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 전망한다. 즉,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구린 점(?)이(저자의 말 이다) 용기를 준다고 설명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해도 된다는 것, 용서와 관용의 가치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를 준다고 말이다.

한 번이라도 AI 영화를 본 적 있나. 진짜 배우가 아닌 가공의 인물이 만든 영화는 너무 완벽해서 불쾌하고, 피로하다. 물론 경기가 어렵고 물가가 높아서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레트로가 인기인 이유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인간적인 것들, 서툴러서 인간미 생기는 손편지, 손맛, 손길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시대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어쩌면 더 어려워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무한한 정보와 선택지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게 의미 있는 것을 찾ㅈ아가는 과정은 현대인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인터넷의 바다를 유영하다 보니 진짜 관계, 진짜 원하는 것,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하는 게 진짜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에 동의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것보다 내 취향에 맞는 맛, 멋, 영화, 책, 음악을 즐기는 게 AI가 따라오지 못할 미래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과거와 지금의 내가 쌓여 미래의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까마득한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 지금 당장 실천하기 좋은 미래를 하나씩 도장깨다보면 성취감을 따라온다. 오타쿠의 이야기에서 자아 정체성과 미래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까지. 트위터(X)에서 제한된 글자수 140자에 허덕이다. 아예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풀어 낸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