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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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만화 소재로 끌어들여와 비범하게 만다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와 주제로 사랑받아왔던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의 2탄인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가족과 비혼, 나이 든 부모와 결혼하지 않는 자식이 함께 사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70세 아버지와 69세 어머니, 40세인 결혼하지 않은 외동딸 히토미가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작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의 이야기의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뒷부분에 에필로그처럼 등장하는 개 '치비'와의 추억이 사와무라 씨 댁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아 뭉클하더라고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에서는 사와무라 씨 댁의 가족 구성원이 넷이었을 때, 15년 전 치비와 함께 했던 일화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반려견을 키워 보신 분들은 느낄 짧지만 강렬한 공감 만화가 인상적입니다. 불 꺼진 텅 빈 집에 홀로 들어가는 늦은 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일은 설레고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감정이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공감해주고, 즐거움도 북돋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반려동물과 가족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일 때가 많습니다.

 

개들의 수명이 대량 10년에서 15년 정도기 때문에 주인 보다 오래 살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특히 일본에서는 적적한 노인들의 삶에 반려동물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이 세상에 없어지고 나면 가족을 잃어 버림받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마스다 미리 만화 속 반려견 '치비(꼬마)'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 같아 저까지 기분이 좋아기더라고요. 이별의 날을 알면서도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사와무라 씨 댁. 15년이 지나도 치비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가족들의 마음은 어쩌면 오랫동안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사와무라 부부. 자식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또한 성숙하게 받아들이는데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죽음, 그 이후의 남겨진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자세가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한지, 행복한 날도 있는지 생각해 보았나요? 개인적으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반복되는 하루가 감사한 때가 많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도 어제와 똑같아..'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같은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그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 약간의 일탈과 변주를 주는 리듬을 통해 조금 더 유연해지고 풍성한 삶을 즐겨봐야겠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자서전을 써보겠다는 다짐, 친구들끼리 노화의 증거를 토로하는 티타임. 어쩌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 공감되면서도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구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유한성'을 가진 탓에 가장 빛나는 모습과 새롭게 피어나는 것에 자양분이 되는 순환으로 존재하니까요. 인간의 삶도 그런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새치가 늘었다고, 배가 더 나왔다고 자책하거나 우울해하는 것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녹색에서 갈색이 되어가는 나뭇잎에 감탄하고,  가끔은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면서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삶은 소소한 행복이 도사리고 있는 작은 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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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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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온 '김홍신'작가. 《인간시장》이란 대서사시로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었던 작가답게 이번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다른 접근을 시도합니다. 7살이나 연상인 '모니카(세례명)'과 한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 온 고3 '리노(세례명)'는 가톨릭 신부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책소개]

 

책은 순수한 연인을 사랑을 그려내며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두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그려내고 있는데요. 사랑의 상처로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여인과 가톨릭 사제를 꿈꾸던 소년의 운명적 러브스토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감정의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목차]

작가의 말_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그녀가 가는 곳 어디라도|부도덕한 사랑|작은 촛불을 켜놓고|비극적 사랑의 고통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내 존재는 결핍으로 이루어진 것|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다시 볼 수 없는 리노

제3부 새끼손가락의 약속
내게 남은 사랑이 없다|아름답고 소중한 비밀|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청명하기를

제4부 깊은 용서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벼랑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다|그 사랑은 지금도 소중하다

 

“나……. 시집가게 됐단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전하듯이 말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없이 서있는 나를 끌어안고 잠시 내 이마에 입술을 댄 그녀는 울음을 참는 듯했다. 내 등을 몇 차례인가 토닥거리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었다.

 (중략)

그녀가 나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겠다는데, 그와 행복을 찾겠다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좋다는데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다.

P13-14



 

첫 부분은 모니카가 결혼을 하겠다는  소식으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옛 애인의 잦은 횡포로 고통스러워하던 모니카가 부랴부랴 다른 남자와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을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무능한 리노의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뜻 자신의 처지와 모니카의 상황을 고려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의사가 되라는 모니카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처음을  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새 학기, 첫 만남, 첫사랑, 첫 느낌 등등. 첫눈에 만나게 되는 둘은  일곱 살 이란 나이차가 무색하리만큼 잘 맞는 소울 메이트였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과거의 발목과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의 고리에서 엇나가는 상황 속에 각자의 삶을 살아보도록 노력하게 되죠. 첫사랑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은 이루지 못한 미련과 처음이 주는 순수성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처음이  갖는 순수성이 절대적 가치처럼 느껴지지만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천둥이란 내가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리이고 번개란 내 영혼이 그녀에게 달려가는 속도이며 바람이란 우리의 사랑이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내 일기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

P205

소설은 '처음이 갖는 순수성을 점점 잃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한 메타포입니다. 잘해보려고 해도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인간 본질의 발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위대한 마음이 잃어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위대함을 노래하듯 읊조리고  있습니다.  시몬, 아녜스, 모니카, 리노라는 가톨릭 세례명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하면서 익명성과 성스러움이 배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 속 , 상대방에 대한 마음도 속속들이 바뀌어가는 현대인에게 오랜만에 깊은 울림과 서서히 물드는 한지 같은 고즈넉함을 선사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구시대적 산물이라 치부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오랜만에 절절하게 가슴속에서 동심원을 그립니다. 이는 작가 김홍신의 가장 큰 장기인 것 같은데요. 결국 불안한 마음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인간의 긍정적 본성을 드러내는 소설로 메마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의 살랑거림과 아쉬움이 더해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풍부해지는 감수성을 더해 줄 소설 한 권 어떨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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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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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한국인이라면 이 시를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격언 혹은  책과 영화, 드라마 대사 등 인용구에서 봐왔을 유명한 싯구. 혹시 누구의 시인 줄은 아셨나요? 필자는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에서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을 접했습니다.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닌 이 시가 어떤 경로로 한국인에게 사랑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1825년 푸시킨이 어머니 영지에 가 있었을 때 자주 어울리던 지주의 딸 '옙프락시야 브리프'의 앨범에 적어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푸시킨의 시와는 또 다른 재미와 위트, 풍자 그리고 메시지를 숨기고 있는 로맨스 소설 《대위의 딸》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회자되는 책이기도 하지요. 《대위의 딸》은 러시아의 장교인 '표트르 안드레이치'가 카자크 거주 지역으로 배치되어 기지 사령관인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쾌한 소설 같지만 《대위의 딸》은  러시아 농민 반란을 주제로 농노제도,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이 풍자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벨로고로드 요새'로  군 복무를 하러 간 귀족 '표트르 안드레이치'는 그곳의 '미노노프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집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바브린'의 이간질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하지만 이내 러시아의 소수민족 '야이크 카자크 족'의 반란으로 혼란 속으로 들어가게 되죠. 자신을 스스로 임금이라 부르는 참칭 황제 '푸가초프'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 '마샤'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됩니다.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결혼을 약속한  '표트르'밖에 없는 상황. 표트르는 포로가 되었지만 우연히 푸가초프에게 베푼 선의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연인도 구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란이 진압된 후에는 푸가초프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체포당해 반역죄를 선고받는데요. 결국 '마샤'가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청원을 해 두 사람은 무죄로 판명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입니다. 두 남녀의 로맨스가 거대한 러시아의 역사와 얽힌  드라마틱한 대서사시기도 하죠.

 

 


▲ 체포된 푸가초프

(http://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1826230&imageUrl=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2349_000_1%2F20130208105119276_SB7PZ50XM.jpg%2F32_i2.jpg%3Ftype%3Dm4500_4500_fst_n%26wm%3DY&categoryId=43027&mode=simple|&query=&authorId=&authorId=)



"나는 그를 보자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나는 아마 평생 그 사내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나이는 칠십이 넘어 보였는데, 얼굴에는 코도 없고, 귀도 없었다. 머리는 완전히 빡빡 밀었고, 턱에는 턱수염 대신 흰 털 몇 가닥 달려 있을 뿐이었다. (중략)

그의 입안에는 혓바닥 대신 작은 나무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

P105-106


《대위의 딸》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고전인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 참혹했던 내전의 아픔을 비유했기 때문인데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포로의 코와 귀를 베고 혀를 자르는 행위는 참혹했던 러시아 정부의 야만성을 상징합니다. 소수민족이 많은 러시아가 그들을 포섭하는 과정이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는 것이죠. 이에 푸시킨은 의미심장한 문구를 소설 속에 남깁니다.

"젊은이들이여! 만일 나의 수기가 그대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시라. 가장 확고한 최선의 개혁은 온갖 강제된 변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풍속의 개선에서 온다는 사실을. " 

P107

푸시킨의 비유는 소설 속 인물들을 다루는 법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절대악과 선인이 구별이 없는 인물들을 배치해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킵니다. 모두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황제의 검열이 심했던 탓에 있지도 않은 '뽀뜨르 안드레예비치 그리뇨프'의 수기라고 밝히는 가짜 편집자의 설명이 추가되어 있죠. 종종  '독자들은 흔히 옛날 소설가들이 말하듯, 그것이 무엇인지 다음 장에서 알게 되리라'라는 말을 써가며 주의 환기를 여러 번 시도합니다.

이는 흔히 연극이나 영화에서 '소외 효과', '소격 효과'라  불리는 브레이트의 연극 형식과 비슷한데요. 러시아의 형식주의자인 '쉬클로브스키'의 '낯설게 하기'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되기 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사회 비판과 다른 시간을 유도하는 효과와 맞닿아 있죠.



러시아의 역사에서  감정이입,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도 푸가초프의 반란과 비슷한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푸시킨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가 녹아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뼈대 있는 러시아의 귀족 가문 출신이며 책 속의 표트르처럼 프랑스 출신 가정교사에게 불어로 교육받고, 귀족학교에 다니던 촉망받는 젊은이였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혁명에 사상적으로 고무 받고, 시골 영지에서 만난 평민과 농노들에게 문화적인 영향을 받아 깨어난 인물이기도 하죠.

 《대위의 딸》은 이 모든 상황이 집약적으로 들어가 있으며  러시아의 리얼리즘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훗날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고골 등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문학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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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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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도매상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을 담은 책 《청춘의 독서》는  청년 유시민이 읽었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쓸신잡'과 '썰전'의 인기를 얻은 탓인지 세련된 리커버에디션으로 등장했는데요. 구커버 리커버 모두 나름대로의 만족스러운 표지라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기쁨이 있는 책이자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은 글쟁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한 번도 아내에게 헌사를 하지 않았던 남편 유시민의 항변이자 아내의 허락을 받아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주기로 한 책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닮고 싶은 아버지처럼, 어쩌면 주변에 괜찮은 아재처럼, 친구 같은 형이자 할 말은 할 줄 아는 오빠 같은 유시민이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권하는 고전 목록을 담았습니다.

과연, 청년 유시민은 어떤 책들을 읽었고 추천하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 목록을 살짝 공개합니다.

 

지금은 자판을 조금만 두드려도 전문이 훤히 나오는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상단 선언》. 예전에는  '공산당'이라고 하면 빨갱이란 낙인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을 위반한 중대 범죄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죠. 청년 유시민은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밤새도록 영문판 《공상단 선언》을 읽었습니다. "권력을 쥔 적대 세력에게 공산당 같다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란 대목에서  《공상단 선언》을 발표한 1848년과 1978년 대한민국과의 평행이론에 감읍하기도 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내 인생의 영화를 <장고>로 꼽았던 유시민은 마르크스가 못다 이룬 혁명적 궐기를 내내 아쉬워하며 영화로 달랬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민주주의를 향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사상과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책에 소개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또한 솔체니치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죠. 솔제니친은 이 소설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체주의 독재의 끔찍한 폐해를 어떤 문학작품보다 생생하게 폭로했으며 어떤 정치학 논문보다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공산주의 정치 표어 처럼 앞으로 로봇이 대체하게 될 인간의 노동력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일은 로봇(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잉여 시간에 놀아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면, 일하지 않는 인간은 먹을 권리가 없는 건 아닐지 심도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합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 받은 위안과 격려는 또 어떻고요. '삶의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익숙한 구절의 시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시 입니다. 푸시킨이 쓴 유일한 장편 소설이 바로 《대위의 딸》인데요. 러시아 장교인 주인공이 카자크 거주 지역으로 배치되어 기지 사령관인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행복한 동화도 지혜의 독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로맨스 소설 같지만 《대위의 딸》은  러시아 농민 반란을 주제로 농노제도,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입니다. 푸시킨은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라며 당시 러시아의 정치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었는데요.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먼 전선으로 군 복무를 하러 간 부잣집 도련님을 모시는 하인 '사벨리치'의 좌충우돌 맹활약도 《대위의 딸》 읽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결국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당시의  에피소드들이 현재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이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 때문일 겁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는 전쟁과 살육, 무분별한 발전과 희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주옥같은 추천 도서들 중에서도 얼마 전 '알쓸신잡' 경주 편에 나온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눈에 들어옵니다. '알쓸신잡'에서는 경주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공론화하며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함께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땅의 사유와 빈곤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를 책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어려운 주제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쓰였다고 하니 읽어봐야 할 도서 목록에 살포시 올려놓아야겠습니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가 불러온 대중의 궁핍과 불평등에 항거하는 공산주의 혁명이 유럽을 휩쓴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스스로 학교를 그만둡니다. 방황하는 청춘을 보내던 중 스물두 살 이란 빠른 나이에 결혼해  생계를 위해서지만 본격적인 언론인의 경력을 쌓기 위해 취재를 하던 조지. 어느 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바로 어마어마한 부와 비참한 빈곤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1977년 책 《진보와 빈곤》을 집필하게 되는데요. 그 후 조지는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는 '토지공개념(지공주의)'을 주장하며 특정 개인이 토지를 사유하는 것을 사회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죠.


 

"다시 헨리 조지를 읽으면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진리가 아름다운 것은 그걸 실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행하기 쉬운 진리에는 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진리의 벗'들, 그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워서일지 몰라. "

P273


 

결국 조지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진보의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해소하려 했습니다. 탁상공론을 떠나 직접 개혁을 이루고자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거듭된 낙선과 피로 누적 끝에 생을 마감합니다.

어쩌다 보니 사회주의, 진보주의자들의 책들만 소개하였지만 진정한 보수주의를 꿈꾼 맹자의 사상을 담은 《맹자》  개인의 욕망을 이야기한 최인훈의 《광장》, 권력투쟁의 암투를 그린 사마천의《사기》, 이기적인 인간을 이야기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14편의 고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혹은 감옥에서 보내던 시간 동안 읽어내려갔던 고전은 현재의 유시민을 만드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고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살뜰한 지혜의 경험이 될 테니까요.


 

참, 이벤트에 당첨되어 《청춘의 독서》유시민 친필 사인본을 받았습니다. 복사본이 아니고 정말 친필 사인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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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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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덩케르크>를 관람한 관객, 혹은 곧 영화를 관람하려는 관객 모두에게 유익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영화 관람전에 세밀한 이해를 위해 책을 빠르게 접했는데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덩케르크'는  프랑스와 영국 본토 해공의 철수 작전으로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덩케르크 작전 '다이아모 철수 작전'이라고도 불리는 역사는 바다와 해군을 주제로 많은 책을 쓴 영국 작가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의 논픽션을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곳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덩케르크 철수 작전(다이아모 작전)'은 1950년 12월 15일에 미 제10군단의 흥남철수 작전과 비견되는 현대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이자 연합군의 위기의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계사에 고작 몇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을 뿐인  '다이나모 작전'을 책 《덩케르크》 (원제 'The epic of DUNKIRK') 는 가장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저자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은  당시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언론 기자, 지휘관을 인터뷰해 풍부하게 묘사하고 고증을 더하기도 했는데요.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이기도 한 당시의 상황을  77년 만에 서술한 역사기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실로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습니다. 《덩케르크》는'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유럽 파견 영군국 22만 6,000명과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 11만 2,000명을 프랑스 북부 해안에서 영국 본토로 최소의 희생을 내며 감행했던 작전을 말하는데요. 철수 작전에는 사실 군인만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해변에 접근하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도 쉽지도 않았다. 소형 선박들이 앞뒤로 뒤엉켰고, 그중 일부는 마침내 닻을 내리고 선미 쪽으로 후진함으로써 조류를 역이용하고 병사들의 승선을 용이하게 했다. 모래언덕 사이에 숨어 있는 병사들을 찾아서 데려오기 위해 장화와 양말을 벗고 배 밖으로 나갔던 선원들은 분명 불편했을 것이다. 병사들을 가득 실어 기울어진 선박으로 회항하는 여정은 더욱 고되었다. 게다가 병사들은 하선시키고 모든 과정을 다시 되풀이해야 했으니 말이다. "

P 370

 

 

옥죄어오는 독일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일명 '덩케르크 정신'으로 일반 어선, 요트까지 나서 병사들을 구출한 '작은 배들'은 인간애(愛)를 느끼게 하는 숭고함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군대를 대신한 항해자들의 의무, 기강, 희생정신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철도 종사자, 공장 노동자, 간호사들 등 자진해서 배를 끌고 철수 작전을 도운 일반인들, 의 생생한 증언과 이야기를 책 속에서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긴박했던 상황 전반을 이해할 수도 있죠.

 

'덩케르크'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표기입니다. 영어는 '덩커크(Dunkirk)'이며 프랑스 북부의 항구 도시로 프랑스어로는 '됭케르크(Dunkerque)'입니다. 지형상으로는 영국 도버 해협에 가까이 있는 프랑스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명칭은 '사구(모래언덕의 교회)'라는 뜻인데요. 7세기에 '성 엘리기우스(생텔루아)'가 이 곳에 건설한 예배당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도시가 10세기 이후에는 군사상 요지를 이룬 곳으로 성장한 도시기도 하죠.  덩케르크 항구의 비좁은 입구와 길게 펼쳐진 모래 해변만을 철수 작전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난, 불운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까지도 '히틀러의 실수'라고 회자되는 진격 중지 명령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군의 진격 추세라면 연합군은 덩케르크에서 몰살당할 확률 백 퍼센트인 상황.  "진격을 중지하라! 이제부터 루프트바페(공군)가 연합군을 처단한다"라는 진격 중지 명령은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히틀러가 공군으로 충분하다는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의 말을 수용한 결과라는 점. 또한 히틀러가 영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 영국 원정군의 철수를 묵인했다는 설이 있지만 아무것도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 미스터리는 덩케르크의 기적을 낳았고 훗날 군대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히틀러의 진격 중지 명령이 아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릅니다.

 

 

ⓒ 영화 <덩케르크>

이 책의 목표는  철수 작전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서술하는 것과 작전에 투입된 다양한 선박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을 통해 쓰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이아모 철수 작전'은  인간 존중의 마음, 서로 함께 하는 연대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는 역사기도 합니다.

 

영화를 본 후 역사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의 갈증을 풀고자 하는 관객에게 오아시스가 될 책이자 덩케르크 철수 뒷이야기, 당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영화에서 다 다루지 못한 것들을 이해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감동받았다면 혹은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복습과 예습용으로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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