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마술사
데이비드 피셔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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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쟁'과 '마술'. 좀처럼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 의뭉스러운 책. 검은 모자에 망토..마술봉을 든 마술사를 상상했던  내게 마술사란, 멀린이나 닥터 스트레인지, 해리 포터로 그려지는 이미지가 강했던 겁니다.  마술사가 2차 세계대전에 활약했다는 마법과도 같은  실제 이야기.  '위장술 실험단'으로 지정되어  전장에서 맹활약하다니.. 대단하고 흥미로운 실화 소재에 흥분되는데요. 히틀러의 블랙리스트 였던 천재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의 눈부신 활약을 담은 팩션입니다.


총과 칼 대신 마술로 적장을 농락시킨 숨은 전쟁 영웅은 무기도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비폭력주의자 '데스몬드 도스'를 연상케 하는데요.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무기 없이 전쟁에 참여한 숨은 영웅들의 후일담은 늘 우리들을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권만 주신다면, 제가 전장에서 만들어낼 효과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대포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유령선이 바다를 항해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드넓은 평원에 군대가 꽉 차게 할 수도 있고, 전투기가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수백 미터 상공에 떠가는 구름에 히틀러가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투사시킬 수도 있습니다. "

P22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마술사 집안 출신인 마스켈린은 역사상 가장 사악한 적을 상대로 마술의 힘을 겨루기를 마다하지 않았는데요. 중년의 나이로 영국군에 자원입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승리를 이끄는데 이바지합니다.

키 190센티미터를 넘는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와 정리된 콧수염을 한 갈라진 턱을 가진 미남. 양쪽 볼에 깊이 팬 보조개와 짙은 녹색 눈동자와 낙천적인 성격. 광학기술, 응용역학, 전자공학, 위조 등에 전문가였던 재스퍼는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한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마술사 집안이란 배경과 뛰어난 실력 덕분에 재스퍼는 런던의 가장 유명한 마술사 중 한 명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갑니다.


하지만 1939년 , 돌연 쇼 비즈니스를 접어두고 무대 위의 마술 기술을 전쟁에 이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상상력과 지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재스퍼 마스켈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장술 장교로 탱크 부대를 트럭으로 위장하고, 가짜 병사를 제작해 적군을 속이고, 이집트 최대 항구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통째로 옮기며 수에즈 운하를 숨기는 등 마술 공연을 전장에 투입합니다.



"우린 아무것도 옮길 필요가 없네. 그게 바로 이 계획의 묘미라고 할 수 있지.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있는 것과 비슷한 지상 조명과 구조물의 네트워크를 마리요트만에 구축하기만 하면 돼. 독일 폭격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린 항구의 조명을 모두 끄고 마리요트만의 조명을 켠 다음 미리 심어놓은 폭발물 몇 개를 터트리면 되는 거라네. 놈들은 꿀을 찾아가는 벌처럼 그 불길에 끌려갈 거야. "

P173


그가 활약한 ' 마술단'은 다양한 전문가로 꾸려졌는데요. 화가, 만화가, 목수 등 개성 넘치는 마술단원이자 끈끈한 전우애를 보인 군인이었던 그들의 인간미를 발견하는 재미도 빠질 수 없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낙타 똥으로 만들어진 페인트 프로젝트, 탱크를 트럭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장치 일명 '선실드', 항구와 비슷한 조명과 구조물을 설치한 유인용 항구 건설 등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법이 소개되어 있죠.  영화화된다면 독특한 아이디어로 적을 속이는 위장술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캐미스트리가 빅재미를 선사하리라는 기대감이 커집니다.

이들은 1941년 '배틀액스' 작전부터 시작해 1942년 '엘 알라메인 전투(라이트 풋 작전)'에서 대활약합니다. 북아프리카 사막 전쟁이라 불리는 희대의 라이벌, 독일 '로멜 장군'과 영국 '몽고메리 장군'의 대결에 투입되어 영국군에 승리를 안겨 줍니다.

 

당시 마술 같은 일들이 쇼가 아닌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던 배경은 히틀러가 점성술사의 말을 참고했다는 추측들과 더불어 신빙성을 부여받습니다.  마술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은  독일 역사의 일부였습니다. 히틀러는 국가 사회주의 운동을 창설할 때 독일 국민이 초자연적 현상을 맹신한다는 점을 활용해 나치의 상징 문자와 색깔, 악마의 두개골이 대퇴골 두 개를 깔고 있는 휘장을 착용합니다.

히틀러 뿐만 아닌, 루돌프 헤스, 요제프 괴델스, 하인리히 힘러 등은 선전에 이용한다는 이유였지만,  스스로 초자연적 현상에 오히려 도취되게 되는데요. 잘못된 믿음은  가혹하고 우매하게 모두를 나락으로 떨어트린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임을요.

 

 

 

이미 출간과 동시에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영화화 결정 이 된 상태라 '재스퍼 마스켈린'을 베니로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쟁 마술사》는 실존 인물 '재스퍼 마스켈린'의 위장술이 펼쳐지는  북아프리카 사막 전쟁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책 속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적을 교묘하게 속인 활약뿐만 아니라, 리더의 자질이 빛나는 순간의 전율도 느낄 수 있습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드는 법이지요. 자신의 재능을 국가를 위해 썼던 용기 있는 마술사의 선택이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패색 짙은 전장에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마술사 '재스퍼 마스켈린'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전쟁 마술사》는 2018년 영화로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  읽어보는 스크린 셀러의 묘미도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 기다리다가 현기증 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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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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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계획들도 열흘을 보냈나요? 연휴가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금방 지나갈지는 몰랐는데, 남아 있는 나날들이 줄어들다 보니 슬슬 짜증지수가 올라옵니다. 벌써 지옥 같은 내일 아침이 걱정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장시간의 휴식을  즐기다 보니 출근 길이 천근만근. 지하철에 구져져서 무기력하고 피곤해하는  내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

'야마구치 마유'는 《7번 읽기 공부법》으로 우리나라에도 높은 인기를 갖고 있는 저자죠.  도쿄대의 과외도 한 번 없이 입학한 것도 모자라 사법시험과 국가 공무원 시험을 모두 합격, 수석 졸업한 노력하는 천재인 야마구치 마유. 쉽지만은 않았던 첫 직장에서 치른 값비싼 경험을  《오늘도 삽질 중》에 녹여 냈는데요. 완벽할 것 같았던 똑순이 마유에게도 실수투성이 신입 시절이 있었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삽질 중은 하나부터 열까지 깨지고 부딪치며 알아갔던 직장 처세술을 그녀가 읽었던 책 속 조언과 함께 수록했습니다. 어렵게 직장에 들어갔건만 퇴사 유혹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고, 삽질의 삽질을 더하는 일은 부끄럽기 짝이 없죠. 자다가도  이불 킥하게 만드는 퇴사 욕구를 잠재우는 일할 맛 되찾는 19가지 처방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야마구치 마유'도 처음 해보는 직장 생활에서 존재감 없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는 날도 많았습니다.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판타지로 물든 사회생활은 더욱 마유를 힘들게 만들었죠. 긴 머리 휘날리며 오피스 룩으로 중무장하고,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바쁘게 다니는 커리어 우먼을 생각했을 테죠.


 

누구나 직장 생활은 처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고 처음부터 잘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아가는 커리어와 연륜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서툴고 실수투성일지라도 다음번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업그레이드된 자세를 갖는다면 조금 쉽게 얻을 수 있다는 팁도 전해 줍니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누구도 선택을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이 길은 내가 선택했다’라고 자각하고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매일 아침 죽을상을 하고 출근하는 직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들어간 곳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던 곳이었다. 자신이 바라고 선택한 길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더 나아지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

P118-119 


 

《오늘도 삽질 중》에는 직장 생활의 팁만 담은 것은 아닙니다. 사회생활의 8할이라 일컫는 관계의 틀을 형성하는 것을 배울 수도 있는데요. 유리천장에 부딪치는 여성 직장인을 위한 아낌없는 조언, 일과 연애, 결혼 사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의 현명한 대처법, 라이벌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인정받는 방법까지. 직장과 사회에서 배워야 하는 소소한 일들을 선배의 입장에서 처방해 줍니다. 이런 선배 하나 곁에 둔다면 훨씬 수월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입니다.

 

 

지금 아니면 배울 수 없는 하찮지만 위대한 것들을 배우고, 버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직장의 신! 실수를 인정할 때 돌파구가 보이듯이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법칙을 차근차근 풀어 놓습니다. 그녀가 겪은 저자만의 직장 생활 노하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서툰 사회 초년생도 인정받는 노련한 직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도 힘들도 지칠지언정 , 어김없이 출근 도장 찍어야 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다가오는  출근길을 워밍업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두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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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er : 맥주 스타일 사전
김만제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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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알쓸신잡'-강릉편에서 박사들이 수제 맥줏집을 찾은 이후  맥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필자도 맥주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 것만 봐도 방송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맥주를 더 알고 싶어 집어든 책이 바로 《맥주 스타일 사전》입니다.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던 청년이 독일 교환학생을 통해 맥주를 접하면서 겪은  블로그 글이 인기를 끌면서 '김만제' 저자는 어느새 맥주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책은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합니다.  맥주의 역사와 나라별 종류, 특히 미국에서 발달한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의 매력과 다양성이 전파되길 원하는 소망도 빼놓지 않고 있는데요. 책을 통해 맥주 하면 독일! 이란 편견을 완화하고,  미국,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등 맥주의 세계를 입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단 맥주는 물, 홉, 맥아, 효모 이렇게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맥주 하면 독일 맥주 순수령이 떠오르는데요. 이는 1516년 바리에른 공작이 공표한 법으로 맥주는 오로지 보리, 물, 홉으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독일 전 지역에 아닌 국한된 법이었죠. 맥주 순수령은 오늘날 한 가지 잣대로 판단하는 아집을 경계해야 하는 제도기도 합니다. 독일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맥주문화와 전통을 따르지만 제조법을 국한한 탓에  다양한 발전이 어려웠다는 견해도 전해지고 있는 독특한 법이죠.

맥주 순수령을 반포한 까닥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보리 맥아 외에 맥주의 당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밀, 호밀 등을 식량으로 확보하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고요. 또한 홉이 맥주의 주 재료로 여겨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야생 허브 사용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목적 때문인데요. 순수령이 공포되기 이전까지 중세 유럽의 맥주는 체계화된 양조라기보다는 우연에 의한 제조였다고 합니다.

 

수제 맥주란 수제 돈가스, 핸드드립 커피 등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의미보다는 유럽 사람들이 건너가 만든 미국의 양조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어 '크래프트(Craft)'는 수공예, 수공예 장인을 뜻하는 단어로 우리나라에는 2010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합니다.

초기 미국 구성원들은 유럽 문화권 사람들이 건너가 만든 맥주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확대됩니다. 하지만 1919년 미국 정부의  금주령으로 맥주 양조장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이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더욱 악화됩니다. 마침 내 세계대전 이후 미국내 자유주의 경제의 도입으로 거대 자본을 가진 양조장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중적고 저렴한 맥주를 공급하며 세력을 넓혀가는데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자가소비 목적을 위한 홈 브루잉을 합법화하면서 소규모 양조장 법도 통과되며 수제 맥주 열풍이 본격화됩니다. 그동안 대기업의 라이트 라거 스타일에 신물 나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미국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게 되고, 이게 바로 198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크래프트 맥주'의 시초입니다. 미국 양조가 협회가 정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세 가지 덕목은 '전통적인, 독립적인, 작은'입니다.

 

 

 

​《맥주 스타일 사전》은  최대한 사적인 의견을 배제한 채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려 합니다. 맥주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기호 식품이지, 에일이 나쁘다, 라거가 좋다는 세계관을 심어 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다만 전 세계적인 대중성을 가진 '페일 라거'가 맥주의 모든 것이란 생각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맥주 시장이 유럽에 비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두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양분된 맥주 시장으로 전혀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열악한 사정 세계맥주 펍이나 갖가지 맥주를 취급하는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어 검색 만으로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권하면서 취향을 존중하는 맥주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처럼 맥주에 대한 맛과 풍미, 무게감, 산미, 도수를 느껴보며  진정한 나만의 맥주 스타일을 완성해 갔으면 합니다. 잘 알고 마셔도 모르고 마셔도 맛있는 맥주! 긴 연휴가 끝나가고 있는 저녁, 맥주 한 잔 어떤가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남은 연휴를 점검하는 시원한 청량감으로 절실 해지는 하루입니다.

※ 영진닷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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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미래 -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이정모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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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각은 어느 영역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내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진짜일까요? 우리의 삶이 꿈 속이라면요? 혀에서 느끼는 미각부터 시작해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등 오감은 우리 뇌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현대의 과학은 신체를 통해 느끼는 감각을 전기 신호로 바꿔 판별하고 인식하는 것을 뇌가 관장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책 《감각의 미래》는 아이언 맨 같이 생체 결합 기계를 삽입한 사이보그가 되거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신체의 일부가 되어 준다던지,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을 통해 군사 교육, 치료 등에 사용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일을  1.4kg의 무게 밖에 되지 않은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임을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밝혀가고 있다는 겁니다.  

과학 전문 기자인 '카라 플라토니'의 지적 호기심과 꾸준한 탐구심을 동원해 인지과학과 몸의 감각, 그리고 뇌의 인식에 관해 풀어내고 있죠.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트랜스 휴머니스트, 미래학자, 윤리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총망라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감각의 미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식라고 일컫는 '인식'을 '인식'하고자 합니다.  '다섯 가지 감각(오감)' 및 감칠맛이라 일컫는 우아미와 시간, 고통, 감정 이란 '초감각적 인식'이 뇌를 통한 편집과  지각을 거쳐  과학기술과 결합하면 인식의 확장을 부른다는 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밖에 망각된 기억의 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트라우마 치료, 의사 대신 수술하는 로봇 등 다양한  진화 과정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총 3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는 오감에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특히 미각은 뇌에서 컨트롤하는 기본적인 인식이며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뒤늦게 동양에서 느끼는 풍미 즉 우아미를 포함합니다. 여섯째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요. 후각 또한 치매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억과 냄새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합니다.  마르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특정한 냄새나 음식을 통해  기억을 재생하는 오랜 기법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릅니다.

2부는 초감각 인식(머릿속에 존재하는 세계)이라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는데요. 인류가 시간을 인지함으로 인해 낮과 밤, 다른 동물들은 무엇을 할지 예측하여 끊임없이 변화는 환경에 자신의  맞추며 진화하는 개체의 복잡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고통과 감정의 다양성을 관장하는 뇌의 무궁무진함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거운 감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섹션은 3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식 해킹이라 불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몸이 반응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들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오락으로 가볍게 사용되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은 전쟁의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군인 치료나 장애 치료, 교육 영역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연구 중에는 조작된 감각적 인식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분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의  필요한 인지 확장성을 가늠하는 좋은 활용서가 될 것입니다.

 


작년 서울포럼에서 보았던 '휴 허'의 다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는 바이오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등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 한 후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직접 자신의 다리를 만든 '휴 허' 교수.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던 가젤의 다리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트랜스 휴먼, 사이보그 등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두려움과 놀라움투성이입니다.

《감각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기술과 인간의 고유한 감각을 결합한 책입니다. 저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치부했던 일들이 속속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지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거나 변화된 미래를 알아보고 싶은 독자, 단순한 호기심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들을 충족시켜줄 지적 유희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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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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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선 영화로 어제 EBS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았습니다. '드니 뵐뇌브'의 최신판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개봉을 앞둔 시점이라 참고 할겸 시청했는데요. 개봉 당시에는 성공한 망작이란 이상야릇한 말로 구설수에 올랐고, 시대를 앞서간 영화는 보기 좋게 흥행에 참패합니다.  그러나 꾸준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쌓아간 '리들리 스콧' 감독은 현재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기획을 맡아 관객에게 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은 현시점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후에 재평가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본 인디 만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도다 세이지'도 비슷한 반향을 만드는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삶을 다시 한번》은 2003년 도다 세이지가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을 모아 만든 만화집인데요. 만화라는 장르, 그것도 단편이란 제약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인생을 담아낼까라는 약간의 기우가 있었지만. 직유와 언어를 넘나드는 그만의 표현력은 컷과 컷 사이의 프레임 속에서도 강한 임팩트를 갖습니다.

 


까도 까도 계속 속이 나오는 양파. 한 겹이 나이 한 살을 뜻하지만 실체가 없는 그런 것.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 양파와도 닮았으니까요. 결국 실체를 알고 싶어  탐미하고 파고들지만 없어져 버리는 무(無)의 영역에 다다르는 허무.   당신의 인생을 그려보라고 하면 선뜻 떠올리지 쉽지 않다는 것만 봐도 말입니다.


 

책 속의 단편들은 너무나 익숙해져 뜻을 생각해보는 것조차 어색한 '애인'이나 '가족', '인생'이란 단어를 고민하게 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니 억지로 사랑할 필요가 없지만 이해하고 노력한 결과 조금씩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아가는 가족처럼. 애인 또한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볼 만큼 익숙한 말 같지만,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가변성을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꽃」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온 주인공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과정입니다. 무작정해보고 싶은 일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스물여덟에 시작한 만화 어시스턴트 일. 일하면서 점점 깨닫는 것은 창작이란 건 사실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특권이란 생각이 드는 겁니다.  만화가는 그림을 그려야만 치유되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직업은 아닐까요? 마치 계시를 받은 무당이 신의 선택을 거부해서 아픈 것과 같이 말이죠.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손에 놓았던 만화를 그려보고자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인 자신을 그렇게 타이르고 있었건 거지요.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쓰는 일은 힘들 거란 말, 본격적인 작가의 평가 대신 주인공은 화분을 받습니다. 그 후 정말 소중하게 돌보지만 어째 꽃을 피울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그러던 중 갑자기 작가는 입원을 하게 되고, 병세가 악화된 작가를 도와 만화를 그리던 주인공은 죽음에 압도되는 삶의 의지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됩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숭고한 과정. 그림에 목숨 걸고 매달려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냥 원 없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인간만의 고유 의지는 모두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이는 자연의 법칙과 유사합니다. 사실 꽃은 척박한 조건에서 마지막 발악같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요. 그렇게 작가를 돕느라 신경을 전혀 쓰지 못했던 사이,  꽃은 눈이 시릴 정도로 새빨간 꽃을 피워 놓고 있었습니다. 자손을 남기기 위해 영양분이 고갈된 상태에서 죽어가면서도 피웠던 한 떨기 꽃.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본능이 아닌 자유의지, 고매한 정신, 지적 유희를 이루기 위해 참고 노력하는 것과 많이 닮았죠.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격언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이 말을 본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수치스러운 일이 되기도 하는 거겠죠. 어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허투루 살 수 없는 게 인생임을 또 한번 알아갑니다.

《이 삶을 다시 한번》에 담긴 서른 편의 단편은  도다 세이지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작품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누구인가? 가족, 결혼, 연인, 이혼, 친구, 삶, 죽음 등 궁금한 것 투성이인 삶을 총망라한 집약체입니다. 긴 연휴는 우리의 삶을 점검해보고 사색하기 좋은 날입니다. 세상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해도 당신의 인생은 그것 자체로 소중한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혹은 오롯이 홀로 인생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삶을 다시 한번》는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를 새롭게 번역하여 재출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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