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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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 한 분인 명진 스님의 책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이 출간되었습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쓴소리, 사이다 발언 등 약자의 편에 서이는 스님의 일침은 오늘 하루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문득 생각하곤 한다. 밥 한 그릇 차려먹는 소박한 즐거움. 과연 소박하기만 할 것일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단순하게 줄이면 딱 두 가지만 남는다고 한다. 바로 '죽이는 일'과 '먹는 일'이다. 먹지 않고 살 도리가 없다. 먹는 행위를 매일 하다 보니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곤 한다."



저는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기에 입에 풀칠할 만큼은 열심히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미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스님의 먹거리와 원조 혼밥에 관심이 갑니다. 끼니를 대충 떼우고, 인스턴트와 화학조미료에 절여드는  몸과 정신을 글로나마 말끔히 씻어내고 싶습니다. 스님의 말씀 한 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환경과 인류를, 소외계층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과 기품이 느껴집니다. 그동안 남과 비교하며 악다구니 쓰며 산건 아닐까 반성도 해봅니다.



​"우리가 행하는 작은 일에도 온 우주의 울림이 깃들어 있다. 혼자 살겠다고 마스크를 쓰기 전에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과 함께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해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나만이 아니다. 너는 너만이 아니다. 너와 나는 '우리'로 살아간다. 앞으로도 그럴 뿐이다."

모든 생명은 연결성을 갖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마스크를 쓰면서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버린 쓰레기, 음식물, 작은 행동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구를 아프게 만든다는 것을요.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하는 미물이니까요.


​산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가능하고 우리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우리 자신을 내어줘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솔한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슬픔과 상처가 되어 결국 나아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스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스님은 수행을 통해 얻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삶에서 모범답안은 없습니다. 누구나 주인공이며, 감독, 편집자입니다. 나의 인생이란 영화를 마음대로 찍고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전지전능함을 지금 바로 실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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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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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완만히 굽어지면서 제방 전체가 양 기슭의 삼나무와 편백나무 그림자로 푸르게 비치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마치 온종일 햇빛이 닿지 않는 정원 구석 같은 곳이었다. 풀꽃과 나무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적고, 가냘픈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여린 잎사귀의 테두리가 살짝 비친다. 어느 것이나 여러 해 동안 자외선을 피해 왔던 노력이 보상을 받은 영리"

 

작가는 실제 재해가 일어난 지역에 살고 있는 소설가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문학으로 풀어 낸 일종의 출산 같은 작품이

《영리》인 것입니다.



작품은 크게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와테로 전근 온 '나'가 '히아사'와 밤낚시와 청주를 마시며 친해지는 1부, 갑자기 퇴사한 히아사가 찾아와 새 직장의 실적을 위해 계약을 권유하고 옛 연인과 연락이 닿는 2부, 동일본대지진으로 행방불명이 된 '히아사'의 행적을 쫓다 그의 아버지까지 만나 자식의 인연을 끊었다는 말을 듣는 3부로 나뉩니다.



3부를 통해 '나'는 그동안 내가 알던 '히아사'의 전혀 다른 이면을 알게 되는데,  혼란을 넘어 존재 자체의 의문을 만듭니다. 영화 <버닝>에서 말한 실존의 부재(不在),  '여기 귤이 있다고,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이고 진짜로 맛있어. 나는 언제든지 귤을 먹을 수 있다'라며 마음만 먹으면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고, 있다 믿은 게 아니라 없음을 잊으면 되는 본질인 것이죠.


이는 히아사의 본가에서 본 붓글씨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의 기묘함과 비슷합니다. 글귀는 불교 선종의 용어로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라는 뜻이자 그림자의 이면이란 '영리'의 뜻처럼.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의 뒤편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 같습니다.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며, 쓰나미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히아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을 거라 말하는 아버지의 원망 아닌 원망을 뒷받침하는 표제입니다.


거대한 쓰나미를 향해 꼿꼿하게 서 있을 히아사의 모습을 상상하며 인간의 내면, 영혼의 움직임, 동일본 대지진이 가져온 변화, 성소수자의 삶 등 마이너리티 한 소재를 여러 은유를 통해 곱씹게 만드는 의뭉스러운 작품입니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작품을 만난 듯 깊이를 알 수 없는 허무함과 상실이 느껴지는 소설《영리》. 데뷔작 한 편으로 아쿠타가와상과 《분가쿠카이》신인상을 동시에 최초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의 작품으로 1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은 볼륨감에도 불구하고 깊이 감이 있는 소설입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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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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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무게 앞에 흔들릴 때마다
시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습니다.”


 

문득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CF의 카피가 생각나는 책을 만났습니다. 독박 육아, 경력단절 앞에서 우는 엄마들. 내 자식을 키우는 일인데도 찾아오는 피로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떠나보낼 수만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멀리하고 싶은 일입니다.

 

 

 

​20만 독자를 감동하게 한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의 후속작 같은 《시 읽는 엄마》는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현림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매 순간 흔들리는 감정 앞에서 세상 모든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38선은 문학이 해줄 수 있는 따스한 위로가 됩니다.

 

백석, 샬럿 브론테, 헤르만 헤세, 칼릴 지브란 등 잘 알려진 국내외 시인부터 알려지지 않은 시인을 알아가기 좋은 책입니다.

 


​그저 그렇게 사는


멋모르고 흘러가다 몸이 닿는 바위에 붙어 사는

홍합이나 물의 흐름에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멸치나 밀물 따라 들어왔다 그물에 갇힌 꼴뚜기나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외톨이 된 집을 붙들고 사는 달팽이나

할 일 끝나고 이불 속에서 푹 처진 그놈이나 그저 그렇게 사는

-이위발-



모두가 잠든 새벽녘,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하루 한 시. 저도 딸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시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 보는 시간에 쫓겨 일분일초가 전쟁인 거 늘 시를 읽는다는 사치를 누려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시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압축과 상징의 문학이기 때문에 짧고 간결함이 어느 문학보다 우위에 있죠. 시란 한 번 읽어서 완전한 의미를 파악하기 보다 입안에서 굴리고 곱씹어 보다 보면 이해하는 때가 찾아오는 신비의 문학이기도 합니다.

 

엄마라는 무게에 눌려 자신을 읽어버리고 있다면 시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밀려오는 잠을 쪼개 읽고 생각한 시간이 훗날 여러분의 인생을 꽃피울 밑거름이 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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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하느라 꽃을 피웠을 뿐이에요
나태주 엮음, 한아롱 그림 / 니들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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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을 시'라 했습니다. 짧은 언어, 압축된 감정이 모인 문학의 정수지만 읽는 이에게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냥 텍스트일 뿐 시라고 할 수 없는데요. 인생도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끊을지, 압축하고 풀어 내야 할 부분을 조율하는 시인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나태주 시인은 봄을 인생이라 하였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편들은 말들이 만든 그대를 위한 꽃다발이라고 했죠. 우리 모두 인생의 봄 앞에 기뻐하고 고마워해보는 건 어떨지, 책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봄과 사랑에 관란 시 100선이 계절과 인생의 찬란함을 앞다투어 뽐내고 있습니다.

 

삼월, 에밀리 디킨슨

 

삼월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모자는 자리에 내려놓으시지요.

아마도 걸어오셨나 봐요.

그렇게 삼월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삼월님, 바로 저랑 2층으로 가시지요.

밀린 얘기, 하고 싶은 얘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여성으로서 참아야 하는 모욕과 무시를 견디며 평생 시를 쓰다 병을 얻었습니다. 애증 했던 종교를 주제로 영혼의 울림을 갖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선택이 아닌 결정된 것에 따라야 하는 여성의 삶을 저항하다시피 살다간 '에밀리 디킨슨'을 떠올리며 읽었던 시가 '삼월'입니다.

자연과 사랑, 영화 <조용한 열정>에서 보여주었던 강직함과 유연함, 이 상반된 모습이 꽃 잎의 마지막이 달려 있는 모습처럼 위태롭고 찬란하게 보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다른, 깊은 마음이 커지는 시. 나태주 시인이 고른 100편의 시가 한아롱 화가의 수묵담채화와 만나 감성을 자극합니다. 에밀리 디킨슨, 윌리엄 워즈워스, 조르주 상드, 윤동주, 괴테 등 당대 최고의 시인들의 시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시 문학의 교양을 쌓고 싶은 분에게 권합니다. ​소중한 분들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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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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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 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등으로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은 스웨덴 출신 작가 '프래드릭 배크만'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이번 책은 베어타운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논해볼 수 있는 확장된 세계관으로 돌아왔더군요. 그동안 북유럽 소설 특유의 캐릭터와 말맛으로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와 우정, 감동을 이어가며 날선 시선으로 변주를 줍니다.

 

베어타운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은 아이스하키로 한 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침체된 곳입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하키는 축 처진 마을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품는 고마운 스포츠죠.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평화롭던 마을, 아이스하키 우승을 향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무렵  소년과 소녀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며 술렁이게 됩니다. 공동체 내부 계급 간의 다툼, 어른과 아이의 이해관계,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는 베어타운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아이스하키는 흩어진 공동체를 결속하고 마을을 재건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대가입니다.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는 베어타운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판타지인지도 모르죠.

베어타운은 이분법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하키를 사랑하는 자 그렇지 않은 자, 팀에 속해있는 자 아닌 자, 어른과 아이 등 이것 아니면 저것, 내 편과 네 편을 가르죠. 아이들에게조차 이런 현상은 극명하게 그러나는데요. 하키 에이스인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하면서 사건은 어른들의 세계로 바통이 넘어갑니다.


포근한 파스텔톤의 표지와는 상반되는  《베어타운》은 사회고발 소설입니다. 읽으면서 내내 영화 <한공주>의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사과받는 건데 제가 왜 도망가야 하는데요.' 집단은 늘 그래왔습니다. 약자여서 잘못인, 그냥 거기 있어서 가해자인 억울함과 울분. 제대로 문제를 직시하려고 하지도 않고, 뒤바꾸려 하지도 않으며, 덮으려고만 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 소설이나 영화 속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으면 언제 어디서든 마녀사냥,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섬뜩함. 집단의 이기심과 욕심은 한 소녀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맙니다.

 

 

《베어타운》은 감동과 웃음을 선보이는 따스한 이미지의 프래드릭 배크만에게 날카로운 통찰을 얹어주는 소설입니다. 공동체의 의미, 인간의 욕망, 자식을 위한 부모의 사랑 등 시대와 나라를 떠나 심사숙고해봐야 할 가치를 품는 이야기라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과 오버랩됩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설은 한 사건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가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해소감의 결론이 무거운 주제에 정면돌파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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