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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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안부를 묻는 일이 실례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걔 요즘 잘 지낸대?", "어머, 오랜만이다 요새 어떻게 지내?"라는 안부 인사. '별일 없이 산다'라고 말하고 싶은 평범한 일상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어느샌가 가족, 친구, 지인에게 '잘 지내고 있어'라고 에둘러 말하게 되는 일들 종종 있을 겁니다.

 

 

 

'봄이 온다', '여름이 온다', '어느새 가을', '첫눈이 내린다, 겨울.' 이렇게 감탄하며 맞이하는 사계절, 감탄사를 되뇌며 한 계절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을 사진과 매칭해 계절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요즘 들어 경계가 많이 느슨해졌지만 아직까지 사계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1995년 창간한 잡지 <PAPER>의 한 꼭지를 담당하던 '밤삼킨별'의 포토에세이 《난 잘 지내고 있어요》. 밤삼킨별의 필명은 PC 통신 나우누리 아이디이자,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작가 겸 캘리그라퍼의 분신과도 같은 이름입니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무수하고 아득한 청춘의 밤을 보냈을 기억, 아름답고 찬란했지만 잊고 싶었던 추억을 소환합니다. 비 오거나 눈 오는 날, 왠지 멜랑꼴리해지는 새벽에 읽는다면  좋은 놓칠 수 없는 감성을 담고 있는데요. 표지와 책 속 사진이 엽서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멋진 사진과 글귀가 다정한 책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책은 겨울 캡터부터 변신을 꽤 합니다. 꼭 봄여름 가을겨울,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부분을 펼쳐  자신만의 세계로 로그인하면 되는 거니까요.

2개의 책을 붙여 놓은 듯 겨울에서 다시 시작하는 오타루의 겨울 여행. 별책부록, 영화의 번외 편처럼 신선한 자극이 되어 줍니다. 어쩌면 일 년 중 가장 길다는 겨울, 제대로 영양분도 섭취하고 잘 견딜 수 있는 땔감도 구해놔야 하는 계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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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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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474는 해석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열두 명, 당 총재를 비롯한 현직 국회의원 셋, 청와대 관련 인사 넷, 경호원 하나, 일반인 셋을 죽였지만  일말의 가책도, 뉘우침도 항소도 하지 않는 남자. 마치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직원처럼 깔끔하게 진행된 계획, 교도소에서도 착실한 모범수인 474를 흥미로워 하는 교도관 윤은 사형수 474가 흥미롭습니다.



"별의별 놈 다 봤지만 이런 캐릭터는 없었어. 이상해. 묘한 태도 하며 지나치게 여유로운 것도 그렇고. 너무 깔끔하잖아. 죄를 받아들이고 모두 인정하고 있어. 그런데 뉘우치고 반성하는 태도는 아니야. 달라. 뭔가 다른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 "

474는 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행동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애초에 의도도 목적도 없는 자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라는 474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그의 내면을 상상하기 시작했죠.

하루에 열둘을 죽인 남자가 지신의 몸에 난 상처는 견딜 수 없는 이유, 자기 발로 죽으려고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의 사형수 474. 매일  면회를 거절을 당하던  신해경의 소식을 듣고  474은 처음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했고, 그 후에는 전리품처럼 콜라를 마셨다고 합니다. 교화를 목적으로 만난 목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형을 집행하라고, 그 말을 전하지 않으면 내가 널 찾아 죽이겠다고. 사람을 여럿 깔끔하게 죽인 그가 말하는 협박에 목사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죠.


"저 별처럼 사수의 운명을 타고 함박눈이 쏟아지는 한 겨울에 태어났지. 그래서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거야. 그러나 명심하렴. 너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없어. 너보다 강한 사람은 없어."



소설은 악(惡)이 과연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말합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죽음에 흥미를 느끼는 충동. 그 무서운 본능을 처음 알게 된 순간, 참을 수 없는 격정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대물림 되었죠.

여자는 무서웠던 겁니다. 동생이 아니라 동생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자기 자신에게 말입니다. 나 같은 괴물이 세상에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해야 할지, 연민을 느껴야 할지 할지 쉬이 정의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독자들과 마주할 예정인 하나의 시리즈면서도 독립적인 특성을 갖는 핀 시리즈. 소장용으로도 손색없는 한국문학 컬렉션입니다.

편혜영을 시작으로 박형서, 김경욱, 윤성희, 이기호, 정이현 , 정용준까지 여정을 마쳤습니다. 핀시리즈의 후속작들이 기다려집니다. 한국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경쾌한 아이러니를 느껴볼 기회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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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지 않습니다 - 치사하게 추가수당 주지 않고, 야비하게 직원 해고시키고, 무책임하게 실업급여 주지 않는 회사에 결단코 당하지 않는 소설 노동법
김영호 지음 / 카멜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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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도 아닌 현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입니다. 얼마 전 모항공사 마님의 인신공격과 폭행까지 서슴지 않으며 돈과 권력의 지위를 남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 회사의 회장님은 황제처럼 직원들에게 동물을 죽이거나, 잔인한 행동을 시키는 등 마음대로 부리기도 했죠.

조선시대 이야기 같다고요? 아닙니다. 버젓이 21세기 2018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입니다.



자본주의의 세계. 그 적자생존의 냉정한 세계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건 예의다. 문서로 남지 않은 합의는 쉽게 갑질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당하지 않습니다》는 부당하게 해고당했거나, 임금이 밀렸거나 받지 못한 사람, 추가 및 주말 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 연차수당, 육아휴직, 출산 휴가를 맘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입니다. 아르바이트생부터 계약직, 임시직, 직장인 대다수가 잘 몰랐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공인노무사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대학에서 노동법을 강의하는 외래교수로 학생들과 나눈 사례들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리고, 힘없다는 이유로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당해야만 했던 을이 알아야 할 노동법의 기본과 사례를 소설의 형태로 각색했습니다.


노동법이라고 해서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거리감이 좁혀지는 계기가 되는데요. 서연, 민주, 민기, 한신의 네 명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노동법에 담았습니다. 사례에 맞게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는 쉽게 배울 수 있는 노동법을 알립니다. 

법은 인간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힘 있는 자에게 유리하도록 법은 개정되고 만들어졌습니다. 어렵고 까다롭다고 해서 알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닙니다. 주는 대로 받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전근대 시대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알면 이길 수 있고, 당하지 않습니다. 함께 외치면 세상이 바뀝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에 몸서리치는 경험을 했다면 참지 말고 공부하고 연대하세요. 세상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두드리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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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스테판 말테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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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도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동물농장서문에서-


1984》, 《동물농장》 등으로 시대를 앞서 풍자와 해학을 말하던 작가 '조지 오웰'은 4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어떠한 전기도 쓰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하는데요. 살아생전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한 탓에 많은 작품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움이 배가 됩니다.

그에 대한 억측과 궁금증이 난무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걸까요? 프랑스의 교수 '스테판 말테르'는 그에 대한 평전을 씁니다. 그렇게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조지 오웰은 영국 식민제국의 경찰, 홉 따기 일꾼, 접시 닦이, 서점 직원, 막장 광부, 임시 교사, 농사꾼, 잡화상, 방송작가, 종군기자 등 수많은 직업을 가졌습니다. 스스로 가장 낮고 어두운, 위험한 체험을 통해 글을 토해낸 사람. 책은 조지 오웰이 시대의 작가로 살아간 이야기와 신념을 추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1903년 영국 식민지 인동 동북쪽 벵골의 '모티하리'에서 둘째이자 유일한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블레어 가문의 '에릭 아서(에릭 블레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으며,  1930년 즈음  필명 '조지 오웰'을 쓰기 시작했죠.  모험과 취미, 태어난 곳이자 정체성일지 모를 인도, 보좌 신부가 꿈이었던 한때, 생을 마감한 스코틀랜드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상황은 그를 이해하는 끈이 됩니다.

SF의 고전이라 할만한 빅브라더의 탄생 《1984》은 영국 명문 '이튼 학교'에서 만난 '올더스 헉슬리' 때문입니다. 그 후 경찰이 되어 버마로 발령받아 제국주의의 부품으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실제 종국 기자로 전쟁터를 누비다 총상을 입기도 한 삶을 살았기도 합니다. 그 후 마치 사명을 받은 듯 자신이 세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작가의 첫째 의무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잘 보존하는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거나 이런저런 불길한 영향력을 본의 아니게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핑계로, 거짓말을 하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왜곡하도록 강요당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와 병행해서, 나는 완전히 비정치적인 문학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특정한 입장에 서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거나 바람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생계형 글쓰기를 이어오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우화소설 《동물농장》으로 뒤늦게 유명해진 조지 오웰. 결국 운수 좋은 날처럼 《1984》를 쓸 무렵 폐결핵에 걸립니다.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사라져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 저자는 짧은 생애 동안 존재감 있는 작품을 토해낸 조지 오웰을 평생 빅브라더와 싸우며 보낸 청춘이라 말합니다.

작가는 그 시대의 문제점과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된 처사나 말도 안 되는 일을 알고도 침묵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숙명을 거스르는 것이겠죠. 조지 오웰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낮은 목소리와 작은 집단 속에 머물렀습니다. 소외된 하층민의 삶을 직적 겪으며, 본성과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느꼈을 겁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작가는 시대의 작가가 누릴 호사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는 평생을 소외된 자들의 투쟁과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 일찍 찾아온 병마와 싸우며 보냈습니다. 조지 오웰을 이끌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불평등, 부정부패, 이념 대립, 차별, 전쟁 등  아직도 시끄러운 세상에 당신의 책이 그토록 읽히는 이유겠지요.

참, 조지 오웰의 이름에 대한 뜻을 전하지 않았네요. '조지 오웰'이란 이름은 스스로 삼은 필명이며, '오웰'은 잉글랜드 동반부위 서퍽 지방을 흐르는 강 이름입니다. 평소 이 강을 좋아했으며 조지 오웰이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이라 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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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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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죠? '떼끼! 자꾸 울면 망태 할아버지 보고 잡아가라고 한다!'라고요.  본적도 없는 망태 할아버지를 겁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새 아이들은 아마 핸드폰 금지가 더 먹힐지도 모르지만, 무형의 공포심을 건드린단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 분야에 성공하려면 어릴 적부터 덕후여야 하는 걸까요? 유년시절부터 괴담과 호러 작품을 좋아한 '사와무라 이치'는 커서 호러소설 작가가 됩니다.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을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작을 세상에 선보였는데요. 소문대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간의 연결성, 가족의 사랑과 인류애(愛)의 메시지뿐만 아닌,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페이지터너로 손색없는 소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화 소식도 들려오네요. <고백>,<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한 영화 <온다>로 만날 볼 수 있겠습니다. '츠마부키 사토시', '오카다 준이치', '고마츠 나나'등이 출연한다고 하니 믿고 보는 일본 호러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보기왕의 비주얼이 상상이 됩니다.


소설은 방문자(다하라 히데키), 소유자(가나), 제삼자(노자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세 섹션으로 구성되며, 같은 상황을 다양한 입장으로 전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감정, 상처주는 언행일 수 있으며 편향된 시각과 이기심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두려움을 양성하는지 알 수 있죠. 보기왕은 이런 관계의 빈틈을 찾아 찾아온답니다.

그것이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안에 들여선 안 돼


어릴 적 할아버지와 단둘이 있던 집에 이상한 것이 찾아온 후 20년간 '다하라 히데키'를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그것. 성년이 된 히데키는 아내 가나와 예쁜 딸 치사와 가정을 꾸렸습니다. 히데키는 결혼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에 들떴고, 딸아이가 태어나자 열심히 육아 모임도 나가며 정성을 쏟죠. 그러나 그것이  다시 단란한 가정을 찾아오며 일상을 잠식해 갑니다

자신을 찾는 손님 방문을 전한 후배 '타카나시'의 원인불명 병환, 전화나 이메일로 계속되는 괴이한 일의 반복. 시달리다 못한 히데키는 민속학자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호러소설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를 소개받죠.  과연 이 가족은 보기왕의 저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물었더니 할아범이 말하기를 산에 살면서 가끔 마을로 내려와 사람의 이름을 부른데 대답을 하면 안으로 들어와서 데려간다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대나무나 골짜기의 열매를 먹고 겨울에는 마을로 내려와서 응애응애 울고 다닌다 옛날부터 산에 살던 요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까 자고 있을 때...... "


보기왕이 부르면 절대 대답해서도 집 안으로 들여서도 안됩니다. 그것이 산으로 가자고 하면 절대 따라가서도 안되며, 혹여 보기왕에서 물렸다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내 이름, 가족관계 등 개인 정보를 갖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보이스피싱이 보기왕의 현대 버전은 아닐까요?


보기왕의 기원은 서양의 부기맨이라는 발상,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들려올 때 이 부기맨도 대륙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일본에 왔다는 설정입니다.  아즈치모모야마시대, 유럽에서 전해진 부기만이라는 말을 에도시대에 '보기마'나 '부기메'라 불렀고, 이것이 변해 '보기왕'이 되었다는 거죠. 이는 단순히 한 지방의 전해내려오는 무서운 민담을 믿을만한 근거로 바꾸는 요소가 됩니다.

 

 


 

영화 <할로윈>에서 나오는 부기맨, <렛미인>의 뱀파이어, <그것>의 페니와이즈 나온 다수의 귀신들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리함이 보입니다. 터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불러서는 안되는 이름. 들어가서는 안되는 장소, 해서는 안되는 행위를 할 경우 파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공통된 주제관입니다.


그중에서도 《보기왕이 온다》는 잊고 싶었던 기억, 내면 밑바닥의 공포를 건드립니다. 그 공포를 좀 먹고 자라난 마음은 어떤 수법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기에 주목하는 소설인데요. 일본의 구절 설화와 서양의 부기맨을 결합해 그럴듯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냅니다. 아주 영특하고, 치밀하고, 기괴해서 읽는 동안 눈앞에 보기왕의 이빨이 보이는 듯합니다.

 

언젠가 우리 집에 '저기요~ OO 씨 계시나요?' 라며 낯선 방문자, 택배기사님, 종교인 등이 찾아온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보기왕이 당신의 두려움을 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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