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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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대수명 100세 시대 인류의 의학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200세 시대가 온다》는 인간이 20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일까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고? 그렇다, SF 영화에서 그렸던 상상이 현재 실현된 기술을 보면 상상은 공상이 아닌 주춧돌임을 알 수 있다.

 

인체를 부품으로 갈아 끼우고, AI 주치의가 세밀하고 개인화된 관리를 내놓고, 암을 정복하고, 태아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영생, 오랫동안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인간이 도달하고 싶었던 목표에 어쩌면 과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가 설레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인가? 가진 자는 여전히 건강히 오래 살 것이면 가지지 못한 자는 짧은 생을 고통 속에서 마감할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200세까지 사는 사람은 어쩌면 죽지 않는다. 암이나 알츠하이머도 정복했기에 죽음에 이르는 병은 나타나지 않는다. 암도 발생 요인과 환경, 유전적 요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질 혹은 원인 중심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제 의사는 필요 없고 컴퓨터의 데이터가 당신의 주치의가 되어 관리, 돌봄, 치료한다. 태어날 아이도 좋은 유전자만 이어 붙여 질병 없이 큰다. 인간은 진정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가 보다. 이 부분은 윤리성과 종교 문제에 크게 부딪힌다.

 

그렇다면 인류는 긴 인생 동안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노동은 기계가 해주는 시대일 것이며, 죽지 않고 산다면 한정된 자원과 지구에서 어떤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까. 이에 대한 윤리적이고 법적인 문제점과 미래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건강, 의학 부분만큼 윤리적 함정에 빠지기 쉬운 분야도 없다.

 

"뇌를 들여다보고, 빠른 속도로 게놈을 분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류하는 신기술 발달에 기반이 되어준 것이 있다. 바로 컴퓨터공학의 발전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새로운 이미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저렴하고 신속하게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해낼 토대가 마련되었고, 홍수처럼 밀려드는 자료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 p.38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IT기업, 스타트업 기업의 산실이다. 컴퓨터 공학은 눈부신 과학의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히고 있다. 지금도 해가 지지 않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 비밀 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10여 년에 걸쳐 탐사보도하기 이른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3D 프린터와 연결 지어 인류의 질병과 앞으로의 삶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닳거나 고장 난 장기 일부는 우리 몸에 자리 잡아 생명 연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래에는 이보다 더 확장된 장기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인간의 몸은 테세우스의 배인가? 테세우스의 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되었더라도 여전히 처음의 그 배인지를 논하는 존재에 관한 철학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다양한 담론을 던지게 된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를 실리콘밸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최신 동향은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핵심 투자자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이미 우리가 잘 몰랐던 의학 기술의 발전 지도와 현실이 될 미래 지도까지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다. 역시 기자 출신의 남다른 자료 취합과 분석, 정리, 팩트체크까지 완료한 농밀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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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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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부터 시작된 한일 관계 악화가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양국의 싸움은 비단 두 나라만이 아닌 정치, 경제, 역사 등 다방면의 문제와 나라가 얽힌 풀기 힘든 숙제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대체 아베는 누구이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악인인가? 아니다. 아베는 제2의 히틀러를 꿈꾸며 조용히 조금씩 힘을 키워 나갔다.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는 일본이지만 한국을 사랑해 귀화한 '호사카 유지'가 쓴 책이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선택한 한국인이 되어 양국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지금 대한민국과 일본의 문제점 나아가 아베라는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문제작으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의 과거 독일과 많이 비교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국민들은 그때의 혐오와 분노를 기억하고 있었다. 독일인이 히틀러와 나치당을 지지한 이유를 여기서 살펴볼 수 있다. 독일이 패배했다는 충격, 영토 상실과 타국 군대에 점령당한 치욕적인 경험, 독일혁명에서 온 충격 등이 거론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히틀러는 성공적으로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1,2차 대전에 대한 혐의를 물은 독일과 달리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 패한 후 연합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는 적은 편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고대로부터의 일본 영토만을 인정했고 연합국으로서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조치는 제2의 히틀러가 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절대 신에서 인간으로 내려온 '일왕'을 절대군주로 복권하려 했고 A급 전범의 복권을 주장하고 나선다. 야스쿠니 신사는 1970년대 후반 비밀리에 A급 전범을 데려와 극우 세력의 성지로 군림한다. 교과서를 바꾸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은 전쟁 전의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당성을 일본 국민에게 선전, 호소하고 있다.

 

때문에 이 모든 일에 화살은 한국으로 향하게 돌려야 한다. 한국을 적으로 간주해 일본 낸 혐한 분위기를 만들고 한국이 주장하는 역사를 부정하고 나선다. 이는 고도로 정밀하게 계획된 아베의 빅 피처다. 아베 정권과 극우 세력은 혐한을 통해 국민적인 단결과 열정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한일 관계 전문가에게 조목조목 듣는 사실이 흥미롭다. 다시 말하다면 흥미롭다기 보다 분노하고 더 나아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팩트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는 때이다. 아베가 1970년대부터 만들어나간 일을 우리는 왜 막지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과 성찰의 계기를 만든다. 책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치와 입장을 어디에 맞추어야 할지 진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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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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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로건은 전작 《리얼 라이즈》로 한국 관객과 만난 전적이 있다. 이번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29초가 인생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빠른 템포로 써 내려갔다. 이 책 속도감이 대단하다. 장면 전환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LTE 급이다.

 

주인공 세라는 전임교수를 꿈꾸는 워킹맘이자 남편의 외도에 지친 상태다. 얼마 후에 있을 승진 심사만 통과되면 부모님에게 맡긴 아이들을 찾아 스스로 키울 거란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이 대학 최고의 권력자 '앨런 러브록'. 그는 총장도 보호하는 최고의 권력이다. 직장 내 번번한 성희롱에도 자유로운 유아독존이다. 하지만 그를 교섭하지 않는다면 전임교수 자리는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다. 노골적인 성희롱에 넌덜머리가 나지만 세라는 승진을 위해 참고 또 참는다. 마침내 치근덕 거리는 것을 떠나 당당히 잠자리를 요구한다.

 

'하.. 이 ㄱㄱㄲ 누가 어떻게 좀 처리해줄 수 없겠나?' 읽는 동안 독자인 나도 마치 내일처럼 분노하고 짜증 났다. 며칠 전 '하비 와인스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봐서인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작가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는지, 슬슬 게이지가 차오를 즘 러시아 부호'볼코프'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딸이 납치당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세라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감사의 방법이 다소 거칠지만(세라를 납치하다시피 데려왔다), 진심의 깊이는 끝내 준다.

 

세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제거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라고, 내 인생의 딜리트 키를 누를 수 있다면 과연 누구의 이름을 삭제할 것인가. 세라에게 당연히 러브록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증발한다? 이거 불법 아닐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제목 '29초'는 자신을 괴롭혀온 직장 상사를 제거하기 위해 걸었던 통화시간에서 따왔다.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세상에 알려진 할리우드의 추악한 그늘의 여파는 미투와 위드유를 거쳐 우리나라까지 미쳤다. 현실에서 단죄하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그저 생각만으로 그쳤던 지난날. 모두가 연대하며 진실을 찾아나겠다.

  

소설 《29초》는 서스펜스 가득한 페이지 터너로 4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단숨에 독파하도록 만든다. 현실에서 쉽지 않은 통쾌한 복수를 소설 속에서나마 대리만족한다는 카타르시스가 크다. 또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짜릿하게 펼쳐진다. 또한 요즘 이슈인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라는 사회 문제를 발 빠르게 옮겨와 공감을 얻고 있다. 결국 또 다른 러브록이 나타나지 않도록 인식의 변화 사회 전반의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시사점도 날카롭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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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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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섬이 어떤 장소나 특정 무리인 줄 알았던 거요? 열 번째 섬은 마음속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라오. 모든 게 떨어져 나간 뒤어도 남아 있는 것이죠. 두 세상을 오가며 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열 번째 섬을 조금 더 잘 이해한다오. 어디에 살든 우리는 우리 섬을 떠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

 

살다 보면 마음이 복잡하고 상처받아 잠시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은 세상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지만 여전히 삶은 고통이다. 그럴때면 위로받을 만한 장소가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을 온전히 위로해 줄 수 있는 마음 둘 곳이 있나?

 

 

'다이애나 마컴'은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기자다. 다이애나는 기자로서의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우연히 캘리포니아 외곽에 거주하는 이민자 집단과 만난다. 이들은 대서양 한복판의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조레스 제도'에서 온 디아스포라다. 천천히 소와 교감하며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뤄도 웃고 마는 인심 좋은 농부였다. 지금은 기계로 경작하는 농사도 그는 선조들이 하던 방식을 고수하며 천천히 삶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고향 아조레스를 떠나왔지만 매년 그곳에 가기 위해 일한다. 깊은 그리움을 딛고 여름 연어가 고향을 거슬러 올라가듯 회귀한다. 과연 그곳은 어떤 낙원이란 말인가. 다이애나는 이민자들의 초대를 받은 어느 여름 날 아조레스를 방문한다.

 

 

 

"내가 간직하고 싶은 것들로만 이루어진 나만의 '열 번째 섬'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여자 혼자 산책하기에 어디가 안전하냐고 묻는 사람을 보고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안내데스크 직원이 사는 이곳. 이곳을 내 안에 간직하는 것으로 나만의 열 번째 섬을 간직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

 

 

포르투갈의 특별 자치구이자 화산 군도 '아조레스'는 심란한 다이애나의 마음이 쉴 수 있는 열 번째 섬이었다. 매일매일이 축제같이 행복한 곳, 밧줄 투우를 거리에서 즐기고 여름이면 푸른 초원과 연보랏빛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섬. 푸른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진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사는 지상낙원이었다.

 

 

 

 

하지만 항상 편안한 일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고난을 겪기도 했으며 항해시대에는 무역풍과 해류를 따라 결정된 뱃길에서 지날 수밖에 없는 정착지 중 하나였다.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범죄에 노출될 위험 때문에 경계심을 한껏 장착하고 다녀야 했다. 새벽 2시 잠깐 바람 쐬고 싶을 때 어느 곳이나 천천히 걸어도 안전한 곳이 바로 아조레스다. 무장해재 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실감한다.

 

 

 

 

포르투갈어에는 '사우다지(saudade)'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감정 '정(精)'이나 '한(恨)'과 비슷 하다고 하면 이해가 좀 될까. 이 단어는 향수병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언어로는 치환해 번역할 수도 정확히 알 수도 없는 깊은 그리움이다.

 

 

이에 아조레스 사람들은 '사우라지'라는 표현을 이렇게 말한다. '죽은 이를 그리워할 때도 사용하지만 대개 삶, 그리고 바다, 혹은 지난 시절 같은 것들을 그리워할 때 주고 쓰인다'라고. 우리나라의 '아리랑' 같은 포르투갈 민요 '파두(fado)'를 들어보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고향을 떠나서 사우라지에 걸린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아조레스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갑자기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지도 못한 데서 찾았다. 우연한 기회에 난생처음 알게된 낯선 문화에서 깊은 위로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마음 둘 곳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민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말이다. 장소, 분리, 정체성, 몸은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듯한 연결의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다이애나는 아조레스 사람들로부터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바쁜 생활에 찌든 현대인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힘들다. 독서나 영화, 수면으로 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몸과 마음까지 충분히 쉰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

 

 

 

온전한 나만의 케렌시아를 펼쳐도 될 공간이 있는가.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얻는 힘은 내 안에 무엇을 다독여 주거나, 이끌어 주기도 한다. 삶을 떠나온 자들에게서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 아이러니가 아직 살만한 세상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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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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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있었던 나라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나라들은 우표를 발행했다. 땅따먹기는 인류의 오랜 본능 중 하나여서 맹목적으로 전쟁과 원주민 착취를 통해 이어져왔다. 식민 지배라는 이름 아래 유혈분쟁은 그치지 않았고, 강제로 이민을 가기도 했다. 당시 나라 구실을 하려면 우표 발행은 기본이었다. 다행히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21세기에 그 나라를 작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책은 한 우표 수집가이자 건축가가 발견한 우표들을 보면서 지배욕, 과시욕 등 남성적인 도취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 나라의 역사나 이념, 대외적인 이미지를 표방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 나라가 실제 존재했는지의 여부를 우표로 판단할 수 있다. 아주 귀한 자료이며,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미지의 세계를 텍스트의 바다에서 찾는 기분이다. 우표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외우기도 벅찬 독특한 이름만큼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던 나라들은 이제 없다. 하지만 우표가 남아 '여기 이런 나라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표는 그 나라의 실제 존재 여부를 말해주는 구체적 물증이다.

19-20세기에 있던 나라 중심이며 인구도 2000천여 명 남짓인 작은 국가도 있었다. 이런 작은 국가들이 하나둘씩 제국에 편입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쓰여있다.

생텍쥐페리가 스페인의 허락을 받고 주비곶 바로 북쪽에 비행기 착륙장의 기지 책임자로 일했던 일화도 나온다. 그가 기록했던 주비곶의 낮과 밤, 원주민들의 일상도 재미있다. 더 궁금한 내용은 《야간비행》을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만주국'도 등장한다. 일본의 제국주의가 한창일 때 중국 만주 지방을 침략하고 1932년에 나라를 세웠다. 일본의 괴뢰국이었던 만주국은 '거짓 위'자를 붙어 '위만주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일본은 광물자원을 탐했던 터라 멸망한 청나라의 황제 푸이를 최고 통치자로 앉혀 사상누각을 만들었다.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그 나라에 살던 국민은 편입이나 주권 상실을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잦은 전쟁과 수탈, 이주 등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읽는 내내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이 경쟁스럽게 펼치는 땅따먹기 노름에 지친 국민들의 시름은 말도 못 했을 것 같다. 겨우 안정된 터를 잡았는데 갑자기 시작된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새롭게 시작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오랜 전쟁터였던 대한민국의 국민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책은 사라진 국가의 역사라 당시 개개인의 역사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간접적인 우표와 당시 발간된 신문, 문서, 소설 등을 통해 50여 개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우표나 역사,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만족시켜줄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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