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시대의소음/줄리언반스/다산책방


 



 

오랜만의 신작을 발표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 우리나라에도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매번 '줄리언 반스'만의 실험적인 문체가 문학 평단과 독자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고 있는데요. 이번 소설 《시대의 소음》에서는 러시아의 지휘자 겸 작곡가였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DmitryDmitriyevichShostakovich)'의 삶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려내고 있죠.

 

 

DmitryDmitriyevichShostakovich /쇼스타코비치

출처 -최신명곡해설 & 클래식명곡해설 - 작곡가편


반스가 기억하는 쇼스타코비치는  '오케스트라의 배치 하나 때문에 처음엔 비난과 모욕을 받고, 나중에는 체포되어 총살된 작곡가'로 기억하고 있나봅니다. 그는 평전과 자서전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지만 줄리언 반스가 재탄생한 캐릭터로  소설 속에서 부활시킵니다. 예술을 사랑했지만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비극적인 삶을 맞이할 수밖에 없던 그를' 줄리언 반스'의 해석으로 만날 수 있죠.

러시아 문학의 특성상 동일 인물을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 '일러두기'를 수도 없이 대조해가며 읽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습니다만.  채찍질을 당해야만 연주를 할 수 있었던  상황 (스탈린 체제의) 파시즘의 단상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삼았습니다.

 

"권력층이 말을 갖게 하라. 말이 음악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

음악은 말로부터 도망간다. 그것이 음악의 목적이며, 음악의 장엄함이다."



 

《시대의 소음》은 스탈린 체제하에서도 예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쇼스타코비치'의 세 가지 굴욕기를 층계참에서, 비행기에서, 차 안에서의 부제로 나눴습니다. 이는 1936년 스탈린이 참석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공연 중 타악기와 금관악기 자리 근처에 스탈린을 배치한 불운의 시작, 1949년 소비에트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던 정부의 시녀 시절, 1960년 스탈린 사후 공산당에 입당하기까지를 다룹니다.

 

 

ⓒ 영화 <레이디 맥베스>

 

 


 


그의 삶에 큰 방향을 가져다준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Mtsensk )'는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1865년 소설 《러시아 맥베스 부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개봉은 앞두고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영화 <레이디 맥베스>로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려져 있죠. 남편보다도 더 탐욕적이며 욕망 덩어리인 그녀를 러시아 버전으로 옮겨온 작품이며, 영화와 오페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꾸준히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그중 쇼스타코비치의 ​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Mtsensk )'은 당시 억압적인 분위기를 깬 파격적인 소제로 반향을 일으킵니다.  러시아의 신문 '프라우다'는 '음악이 아니라 혼돈'이란 혹평으로 감상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제목 '소음의 시대'는 쇼스타코비치 곡에 대한 평가와 시대적 혼란을 비유한 이중적 은유이며  줄리언 반스가 바치는  스탈린 시대의 혹평이 아닐지 짐작해 봅니다.


'​예술과 사랑 사이,압제자와 압제당하는 자 사이에는 늘 담배가 있었다. '

P57

 


피우는 담배를 통해 비유하는 작법도 빠질 수 없습니다. '카즈베크'는 예술가들이 피우는 담배로 카즈베크 산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말과 기수가 그려져 있는데요. 자유를 뜻하는 것이고요.  스탈린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지도와 백해 운하가 붉은색으로 표시된   '벨로모리'를 피움으로써 NKVD(내무 인민위원회, 스탈린의 통치 기간 동안 행해진 정치적 숙청의 직접적인 실행 기관)의 성향을 드러내죠.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 우리 존재의 음악-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그가 고수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

p181

소설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건조한 팩트와 유연한 상상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처럼 다가오는 책입니다. '줄리언 반스'는 항상 쉽게 읽히는 글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특징이 그의 글을 읽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기도 한데요. 한 번 읽어서는 의미를 한 번에 유추하기 힘들지만 읽고 나면 지적유희, 언어유희에 매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가를 옭아매는 정부의 체제는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잔인한 수법이죠.  소설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가 권력층에게 처참히 무너지는 과정을 암울한 체체 속에서 대리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시대와 나라가 다를 뿐 언제 어디서나 '시대의 소음'은 열린 결말처럼 이어진다는 결과를 '줄리언 반스'는 이미 예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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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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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오랜 인류의 궁금증이던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서는 우주로 탐사를 떠났습니다. 영화는 외계 존재가 만든  창조물인이지만 곧 명말 위기에 처한 현실을 다뤘지만요. 현재는 지구상에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이분법적 태도가 지배적인 이론입니다.

인류는 어쩌면 영장류의 조상이거나 중간의 어떤 종(種)의 진화 과정을 통해 현재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습니다. 지구의 나이를 추론해 볼 때 신생아인 인간이 지구에서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과연 빅뱅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월간중앙에 연재된 진화의 거대담론을 엮은 단행본입니다. 고전문헌학자인 '배철현' 교수가 '인간'을 주제로  진화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철학 등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정의를 담고 있는데요. 고대 셈족어와 인도ㅡ 이란어 고대문헌학을 전공한 교수답게 단어의 어원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현재 쓰이는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생겨났고 파생되었는지 역사를 들여다보는 계기도 빠질 수 없는 재미죠. 특히  연대기 순의 이야기가 아닌 기획하는 인간,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영적인 인간, 교감하는 인간 등으로 나눈 구성은 다른 책과 구별 짓는 특별함입니다.

 

책 속에는 인간은 의미를 찾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동물이며, 끊임 없이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성찰을 갈구하는 인간이라 정의합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  성경의 창조론도 아닌 '이타적 유전자'가 이끈 인류 문명의 센세이셔널한 주장. 과연 앞으로의 미래도 이타심에 의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문명과 도시, 문자와 언어가 발전하기 전부터 인간은 타인과 공동체의 아픔과 슬픔, 기쁨을 함께 나눈 줄 아는 영적인 존재였습니다. 타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장례를 치르고 무리 속에서도 규율을 만들며 공감하며 더불어 사는 존재기도 하고요.이는 종교의 기원 이전 묵상하는 인간임을 증명하기도 하죠.

 

 

'불'을 발견한 후 인간은 획기적인 변화를 시작합니다. 식물을 주로 섭취하며 가끔 하이에나나 독수리와 경쟁한 후 얻을 수 있었던 고기를 직접 사냥하고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었죠. 고기를 익혀 먹으면서 인간의 뇌는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었고 육식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털이 줄어들었습니다. 털은 마라톤을 하듯 오래도록 걷거나 뛸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진화인데요. 이후 가족과 무리를 지어 살면서 점차 정착할 수 있게 됩니다.


"요리는 식물이나 고기를 있는 그래도 먹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누가 먹을 것인지, 왜 그리고 언제 어디서 먹을 것인지, 그 음식을 어떻게 장만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예술이다. 인류는 아마도 유리를 통해 처음으로 다양한 사고를 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즐기기 위해 저장 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

P194

 

사냥을 한 날과 하지 못한 날로 근근이 살아가던 인간은 식량을 공동체와 함께 나눠 먹으면서 요리를 하는 행동, 문화와 예절을 만듭니다. 요리는 동물과 다른 특징 중 하나인데요. 요리를 통한 문화의 시작은 가족의 등장, 남녀 노동의 분화, 식사 공동체, 식탁을 중심으로 피어나는 대화로 이어지는 공동체의 등장을 의미합니다.

 

다윈은 뜻밖에도  비글호를 타고 세상을 관찰 시점보다 런던의 동물원에서 '제니(오랑우탄)'를 통해 인류 기원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다윈은 제니의 감정과 행위를 유심히 지켜보며 분석하기도 하고 직접 간지럼을 태우는 등 흥미를 유발합니다.


다윈이 본 제니는 인간과 같은 감정 표현이 가능하고 인간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 이로써 오랑우탄과 인간의 공통 조상의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할 수 있겠죠. 즉, 인간은 몰입과 관찰을 통해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 생존하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시각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으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에 몰입해 그 대상과 일치하는 능력으로 예술가나 사상가, 과학자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태동으로 인간은 앞으로  AI를 통해 변주된  신이되고자  합니다. 책을 통해 독자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여러 담론 중 가까운 해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세돌과 커제를 가법게 꺾은 알파 고의 위협, 영화 속 이야기지만 앞으로 현실이 될지 모를 '에일리언'에 등장한 AI '데이비드'. 앞으로 수많은 사건사고 속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까 궁금합니다.


배철현 교수는 결국  남을 배려하고 감정을 서로 나누는 공동체 생활과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이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이유가 아닐까란 견해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길을 걸었던 전쟁과 살육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미래는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도 듭니다.

4차산업혁명 , 인공지능의 명(明)과 암(暗)이란 이중성에서도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가 그랬듯 '불(책)'을 통해 우리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것 입니다.작은 불씨가 모여 온정이 되듯 프로메테우스의 따뜻한 불은 긍정의  미래를 위한 연료가 되어 인류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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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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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달도 별도 모두 잠든 새벽, 넘치는 생각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그런 밤. 날 다독이는 독서 어떤가요? 라디오 작가 권미선의 감성 에세이가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롯이 혼자가 된 시간 꺼내보고 싶은 책을 만났는데요. 감성 어린 글귀를 따라 읽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를 읊조리는 듯해서 불콰 해지다가도 이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15년 차 라디오 작가로 활동 중인 권미선 작가의 시(時) 에세이는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73편의 알약과도 같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위로가 돼주고 활력을 돋아주는 영양제 같은 존재. 눈물이 나오면 참지 말고 흘려야 하듯이 잠이 오지 않고 읽고 싶어지는 날이면 언제든지 꺼내 읽을 수 있어 자꾸만 손이 갑니다.

 

 

화가 나면 참으라고만 하는 세상, 인내심, 지구력을 요구하는 사회. '넌 어쩌면 그렇게 참을성이 없니? 좀 진득하니 해볼 수는 없는 거야?'라는 말에 익숙해진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참는데 익숙해졌습니다. 땀과 침을 흐르도록 놔두면서 왜 눈물만은 참도록 강요하는 걸까요? 화나거나 슬퍼거나,  외롭거나 때론 상처 입었다면 감정의 결정체인 눈물을 내보내야만 비로소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좋은 글귀, 공감 가는 글귀는 나만의 카테고리가 되어 밑줄 긋고 옮겨 적기도 하죠. 밑줄 긋고 싶은 공감 문구는 밑줄 카드가 대신해 줍니다. 사진으로 남기는 감성은 훗날 꺼내보고 곱씹어 보는 디지털화된 감정으로 남겠죠. 밑줄카드를 비추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다는게 이 책의 함정.

 


 

​오늘 하루 상처받고 힘들었던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 세 권 추천해 드립니다.  오랜 울림이 될 감성 문구와 사진들이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미스트를 뿌려줄 테니까요. 혼자 있는 카페에서 혼자만 깨어있는 새벽녘 조용히 듣는 라디오의 음성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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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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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가와이 간지'의 신작 《단델라이언》은 《데드맨》시리즈의 완결판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듯한 형태'의 기이한 시체를 두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심리추리 전과 뒤틀려버린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는 고차원적인 소설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길 좋아하는 '가와이 간지'의 풍부한 덫이 읽는 재미를 줍니다.

 

《단델라이언》 ​비유, 은유, 직유의 집합체

 

 

(카드 뉴스 출처= 작가정신 블로그)



소설은 앞 쪽에 배치한  '하늘을 나는 소녀' 민담과 '1998년',  현재인 '2014년'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6년 만에  개방형 밀실 사일로에서 발견된 '허공에 떠 있는 시신'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자신과 얽힌 것을 알아챈 담당 형사 '히메노'까지. 담당 형사가 얽혀 목격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사연은 해결하는  동시에 잊고 싶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닿아가는 괴로움과 마주해야 하는 히메노의 고통과 맞닿아있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단어의 의미를 모순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제아무리 나약한 생물일지라도 무언가 한 가지가 어긋나버리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흉포한 송곳니를 맹수처럼 드러낼 때가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 지금의 나처럼.....

P388



'단델라이언'은 영어로 'Dandelion'은 프랑스어 'dent-de-lion'에서 유래했습니다. '사자의 이빨'이란 의미인 민들레는 소박한 꽃이란 인식을 뒤엎는 독특한 명칭이기도 하죠. 민들레 이파리의 뾰족뾰족한 모양이 사자의 이빨과 닮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노란 꽃이 하얀 홀씨가 되어 세상 곳곳으로 날아가는 형상은 주인공 '에미'와 '유메'가 읽었던 이야기 '하늘을 나는 소녀'와도 닮았습니다.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노란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의 민들레가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로 중심을 잡습니다. 민들레의 꽃 말 또한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이란 여러 의미지만  책 속에서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란 뜻을 차용, 살인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 허상의 유토피아, 이중성의 고발

주인공 '에미'가 입학한 대학 동아리 '민들레 모임'은 환경보호단체라는 허울을 가진  일본의 극좌 폭력 집단, 즉 좌익 테러리스트입니다. 단체는 '지속 가능성 연구회'의 산하 단체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것과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죄 없는 희생양을 양산하는 이중적인 단체기도 하죠.

'에미'는 오랜 꿈이기도 한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들려준 민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심어 놓은) '행복한 나라'인 '유토피아'를 동아리에서 실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하지 않는 것이 유토피아는 사실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가 만든 말처럼  허울뿐인 나라는 사실에 깊은 환멸감을 느낍니다. 토머스 모어의 작품에서 다뤄진 유토피아는 몰개성적, 멈춰버린 진보, 노예제도,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사실상 비인간적이고 반 이상향이었던 지배계급의 이중적 집합체기도 하니까요.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

무언가,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세상이 잘못된 거라면, 세상 그 자체를 바꾸고 싶다.

진정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나 같은 사람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P268

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생각, 어딘가에 이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는 현실의 벽에 처참히 무너지고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스무 살이 채 되지 않는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에미'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을 겁니다.

 《단델라이언》 속 비유와 상징은 하나같이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을 깹니다.   숨겨진 민들레 꽃의 이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차이가 없는 이상향이란 설정, 경찰이라 믿었던 아버지의 실제 직업, 좋아하던 선배의 이중적인 모습 발견, 쌍둥이란 명제의 오류 등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영원히 자신의 꼬리와 머리가 엇갈린 상징인 것이죠.

 

 

치밀하게 구성해 놓은 트릭과 일본 민담의  기묘함이 혼란을 가중시키는데요. 앞 부분의 민담 때문에 살인 사건의 범인과 과정을 자꾸만 놓치게 되며 머리가 어지러웠던 경험. 독자들과의 오싹한 밀땅을 시도하는 작법이 매력적이라  《단델라이언》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이 원동력이 되어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작가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한 '행복한 나라'에서 자행되는 섬뜩한 실체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다수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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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잡지 기사처럼 예뻐요

doona09 2017-07-19 11:50   좋아요 0 | URL
과찬이세요. ^^ 감사합니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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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내몰린 아내들의 심정을 대변한 일본 정치사회 에세이인데요. 굉장히 발칙한 제목의 책,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남편의 무능함, 답답함, 어리광, 무관심을 참고 사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이야기라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도 사회와 가정의 의식변화가 불일치로 서로 고통받는 현실이 한국독자들도 공감을 일으킬 내용인 것 같습니다.

청년 고용, 여성 노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는 워킹맘, 전업주부, 중년 여성 등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아내 14인을 취재해 생각보다 심각한 가정 내 문제를 파고듭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회고록 같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실사판처럼 느껴지는 살벌한 내용들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더라고요. 마치 기혼 여성들의 수다 안식처 '네이트 판'이나 시댁과 남편, 육아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판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사례들은 생각보다 곪어버린 일본 사회를 나타내는 지표처럼 보입니다.  


 

 

'맘고리즘(Mom+Algorithm : 여성이 육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겪는 고통)', '독박 육아', '기-승-전-육아로 귀결되는 육아에 지친 아내들의 속마음을 담은 일러스트가 씁쓸한 웃음과 통쾌한 한방을 선사합니다. 읽다 보면 이불킥하게 만드는  별별 유형의 남편들이 분노 게이지 자동 상승하게 되는 경험하게 할지도 모르니 주의하세요.

 

어쩌자고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걸까요? 14인의 사연을 듣는 동안 내심 두려움과 궁금증이 교차되기도 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지만 가부장적인 체제 안에 갇힌 남편들의 사고방식은 아내들에게 짜증을 넘어 증오와 혐오, 살의를 느끼게 하는데요. 직장에 다니는 것과 부모라는 점은 모두 같지만 유독 여성만 중압감을 갖는 사회 풍토도 한몫합니다. '젠더 롤(Gender role)'이란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이 자연스러워지며 여성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혼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증이 자연스레 듭니다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지요. 일본은 결혼을 통해 완전한 어른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혼인으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라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이혼가정이란 낙인도 만만치 않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엄청난 양육비, 즉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기 때문이죠.

 

전업주부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열등감 때문에 어떤 일이든 그냥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요. 맞벌이 주부는 좀 더 복잡한 이유가 되어 이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들 중 태반은 '남편이 죽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말합니다. 노동 문제에 부수적으로 따른는 육아까지 결합해 살의를 느끼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가사와 육아도 엄연한 노동이며 경제학적으로 '무상 노동'으로 평가되는 가려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심과 모멸감,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며 아내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사랑이 살의로 변하는 시간은 고작 30-4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퇴직하는 60대 이후가 되면 본격적인 해방감과 은밀한 복수가 진행됩니다.

밥을 알아서 차려 먹도록 하는 것은 예삿일, 병이 걸려도 간호하지 않는다거나, 차라리 보험금이라도 받게 죽으려면 사고라도 나서 죽으라는 말도 서슴없이 합니다. 우리나라도 황혼이혼이 부쩍 증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특히 가부장적인 성향이 팽배한 베이비붐 세대의 남편들이 아내에게 버림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30-40년 전 기억도 나지 않는 말, 아내에게 무심코 뱉어온 말이 화살이 되어 본인에게 돌아올 줄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던 감정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부부의 문제는 양쪽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누구 한쪽의 잘못으로 시작된 게 아닐 가능성이 크거든요. 제목처럼 극단적인 살의를 품기 전에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전국 '데이슈간파쿠( 가정에서 지배권을 갖고 있는 남편, 가부장적인 남편, 폭군 남편을 일컫는 말)협회'의 대처법을 통해​ 배워 봅시다. 

 

사랑의 3원칙

고마워(라고 망설이지 말고 말하자)

미안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말하자)

사랑해(라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하자)

이기지 않는 3원칙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길 수 없다.

이기고 싶지 않다.

(싸우지 않아야 진정한 용사이자 승자다)

 

'데이슈간파쿠 협회'의 아마노 회장은 "사실 가정 내 서열은 아내가 가장 높고, 그다음은 아이들이며, 세 번째는 반려동물이에요. 남편의 서열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내를 우러러 볼 수 있을 겁니다."라는 간단한 팁!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 보세요. 못한다 안 한다 어쩌고저쩌고 따지지 말고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 듯, 말 한마디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돈도 시간도 안 드는 처방법,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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