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힘든 날들을 참고 견뎌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한국인이라면 이 시를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격언 혹은  책과 영화, 드라마 대사 등 인용구에서 봐왔을 유명한 싯구. 혹시 누구의 시인 줄은 아셨나요? 필자는 유시민의 책 《청춘의 독서》에서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을 접했습니다.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닌 이 시가 어떤 경로로 한국인에게 사랑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1825년 푸시킨이 어머니 영지에 가 있었을 때 자주 어울리던 지주의 딸 '옙프락시야 브리프'의 앨범에 적어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푸시킨의 시와는 또 다른 재미와 위트, 풍자 그리고 메시지를 숨기고 있는 로맨스 소설 《대위의 딸》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회자되는 책이기도 하지요. 《대위의 딸》은 러시아의 장교인 '표트르 안드레이치'가 카자크 거주 지역으로 배치되어 기지 사령관인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쾌한 소설 같지만 《대위의 딸》은  러시아 농민 반란을 주제로 농노제도,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이 풍자적으로 펼쳐지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벨로고로드 요새'로  군 복무를 하러 간 귀족 '표트르 안드레이치'는 그곳의 '미노노프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집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바브린'의 이간질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하지만 이내 러시아의 소수민족 '야이크 카자크 족'의 반란으로 혼란 속으로 들어가게 되죠. 자신을 스스로 임금이라 부르는 참칭 황제 '푸가초프'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 '마샤'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됩니다.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결혼을 약속한  '표트르'밖에 없는 상황. 표트르는 포로가 되었지만 우연히 푸가초프에게 베푼 선의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연인도 구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란이 진압된 후에는 푸가초프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체포당해 반역죄를 선고받는데요. 결국 '마샤'가 여제 예카테리나 2세에게 청원을 해 두 사람은 무죄로 판명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입니다. 두 남녀의 로맨스가 거대한 러시아의 역사와 얽힌  드라마틱한 대서사시기도 하죠.

 

 


▲ 체포된 푸가초프

(http://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1826230&imageUrl=http%3A%2F%2Fdbscthumb.phinf.naver.net%2F2349_000_1%2F20130208105119276_SB7PZ50XM.jpg%2F32_i2.jpg%3Ftype%3Dm4500_4500_fst_n%26wm%3DY&categoryId=43027&mode=simple|&query=&authorId=&authorId=)



"나는 그를 보자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나는 아마 평생 그 사내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나이는 칠십이 넘어 보였는데, 얼굴에는 코도 없고, 귀도 없었다. 머리는 완전히 빡빡 밀었고, 턱에는 턱수염 대신 흰 털 몇 가닥 달려 있을 뿐이었다. (중략)

그의 입안에는 혓바닥 대신 작은 나무 조각이 매달려 있었다. "

P105-106


《대위의 딸》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고전인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 참혹했던 내전의 아픔을 비유했기 때문인데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포로의 코와 귀를 베고 혀를 자르는 행위는 참혹했던 러시아 정부의 야만성을 상징합니다. 소수민족이 많은 러시아가 그들을 포섭하는 과정이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다는 것이죠. 이에 푸시킨은 의미심장한 문구를 소설 속에 남깁니다.

"젊은이들이여! 만일 나의 수기가 그대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시라. 가장 확고한 최선의 개혁은 온갖 강제된 변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풍속의 개선에서 온다는 사실을. " 

P107

푸시킨의 비유는 소설 속 인물들을 다루는 법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절대악과 선인이 구별이 없는 인물들을 배치해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킵니다. 모두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고, 우리는 그런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황제의 검열이 심했던 탓에 있지도 않은 '뽀뜨르 안드레예비치 그리뇨프'의 수기라고 밝히는 가짜 편집자의 설명이 추가되어 있죠. 종종  '독자들은 흔히 옛날 소설가들이 말하듯, 그것이 무엇인지 다음 장에서 알게 되리라'라는 말을 써가며 주의 환기를 여러 번 시도합니다.

이는 흔히 연극이나 영화에서 '소외 효과', '소격 효과'라  불리는 브레이트의 연극 형식과 비슷한데요. 러시아의 형식주의자인 '쉬클로브스키'의 '낯설게 하기'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되기 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사회 비판과 다른 시간을 유도하는 효과와 맞닿아 있죠.



러시아의 역사에서  감정이입,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도 푸가초프의 반란과 비슷한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푸시킨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가 녹아 있는 이유기도 하고요.  뼈대 있는 러시아의 귀족 가문 출신이며 책 속의 표트르처럼 프랑스 출신 가정교사에게 불어로 교육받고, 귀족학교에 다니던 촉망받는 젊은이였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혁명에 사상적으로 고무 받고, 시골 영지에서 만난 평민과 농노들에게 문화적인 영향을 받아 깨어난 인물이기도 하죠.

 《대위의 딸》은 이 모든 상황이 집약적으로 들어가 있으며  러시아의 리얼리즘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훗날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고골 등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문학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식 도매상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을 담은 책 《청춘의 독서》는  청년 유시민이 읽었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쓸신잡'과 '썰전'의 인기를 얻은 탓인지 세련된 리커버에디션으로 등장했는데요. 구커버 리커버 모두 나름대로의 만족스러운 표지라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기쁨이 있는 책이자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은 글쟁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한 번도 아내에게 헌사를 하지 않았던 남편 유시민의 항변이자 아내의 허락을 받아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주기로 한 책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닮고 싶은 아버지처럼, 어쩌면 주변에 괜찮은 아재처럼, 친구 같은 형이자 할 말은 할 줄 아는 오빠 같은 유시민이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권하는 고전 목록을 담았습니다.

과연, 청년 유시민은 어떤 책들을 읽었고 추천하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 목록을 살짝 공개합니다.

 

지금은 자판을 조금만 두드려도 전문이 훤히 나오는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상단 선언》. 예전에는  '공산당'이라고 하면 빨갱이란 낙인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을 위반한 중대 범죄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죠. 청년 유시민은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밤새도록 영문판 《공상단 선언》을 읽었습니다. "권력을 쥔 적대 세력에게 공산당 같다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란 대목에서  《공상단 선언》을 발표한 1848년과 1978년 대한민국과의 평행이론에 감읍하기도 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내 인생의 영화를 <장고>로 꼽았던 유시민은 마르크스가 못다 이룬 혁명적 궐기를 내내 아쉬워하며 영화로 달랬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민주주의를 향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사상과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책에 소개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또한 솔체니치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죠. 솔제니친은 이 소설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체주의 독재의 끔찍한 폐해를 어떤 문학작품보다 생생하게 폭로했으며 어떤 정치학 논문보다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공산주의 정치 표어 처럼 앞으로 로봇이 대체하게 될 인간의 노동력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일은 로봇(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잉여 시간에 놀아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면, 일하지 않는 인간은 먹을 권리가 없는 건 아닐지 심도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합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 받은 위안과 격려는 또 어떻고요. '삶의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익숙한 구절의 시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시 입니다. 푸시킨이 쓴 유일한 장편 소설이 바로 《대위의 딸》인데요. 러시아 장교인 주인공이 카자크 거주 지역으로 배치되어 기지 사령관인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행복한 동화도 지혜의 독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로맨스 소설 같지만 《대위의 딸》은  러시아 농민 반란을 주제로 농노제도,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입니다. 푸시킨은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라며 당시 러시아의 정치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었는데요.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먼 전선으로 군 복무를 하러 간 부잣집 도련님을 모시는 하인 '사벨리치'의 좌충우돌 맹활약도 《대위의 딸》 읽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결국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당시의  에피소드들이 현재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이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 때문일 겁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는 전쟁과 살육, 무분별한 발전과 희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주옥같은 추천 도서들 중에서도 얼마 전 '알쓸신잡' 경주 편에 나온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눈에 들어옵니다. '알쓸신잡'에서는 경주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공론화하며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함께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땅의 사유와 빈곤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를 책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어려운 주제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쓰였다고 하니 읽어봐야 할 도서 목록에 살포시 올려놓아야겠습니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가 불러온 대중의 궁핍과 불평등에 항거하는 공산주의 혁명이 유럽을 휩쓴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스스로 학교를 그만둡니다. 방황하는 청춘을 보내던 중 스물두 살 이란 빠른 나이에 결혼해  생계를 위해서지만 본격적인 언론인의 경력을 쌓기 위해 취재를 하던 조지. 어느 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바로 어마어마한 부와 비참한 빈곤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1977년 책 《진보와 빈곤》을 집필하게 되는데요. 그 후 조지는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는 '토지공개념(지공주의)'을 주장하며 특정 개인이 토지를 사유하는 것을 사회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죠.


 

"다시 헨리 조지를 읽으면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진리가 아름다운 것은 그걸 실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행하기 쉬운 진리에는 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진리의 벗'들, 그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워서일지 몰라. "

P273


 

결국 조지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진보의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해소하려 했습니다. 탁상공론을 떠나 직접 개혁을 이루고자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거듭된 낙선과 피로 누적 끝에 생을 마감합니다.

어쩌다 보니 사회주의, 진보주의자들의 책들만 소개하였지만 진정한 보수주의를 꿈꾼 맹자의 사상을 담은 《맹자》  개인의 욕망을 이야기한 최인훈의 《광장》, 권력투쟁의 암투를 그린 사마천의《사기》, 이기적인 인간을 이야기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14편의 고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혹은 감옥에서 보내던 시간 동안 읽어내려갔던 고전은 현재의 유시민을 만드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고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살뜰한 지혜의 경험이 될 테니까요.


 

참, 이벤트에 당첨되어 《청춘의 독서》유시민 친필 사인본을 받았습니다. 복사본이 아니고 정말 친필 사인이더군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덩케르크>를 관람한 관객, 혹은 곧 영화를 관람하려는 관객 모두에게 유익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영화 관람전에 세밀한 이해를 위해 책을 빠르게 접했는데요.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덩케르크'는  프랑스와 영국 본토 해공의 철수 작전으로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덩케르크 작전 '다이아모 철수 작전'이라고도 불리는 역사는 바다와 해군을 주제로 많은 책을 쓴 영국 작가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의 논픽션을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곳을 빠져나온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덩케르크 철수 작전(다이아모 작전)'은 1950년 12월 15일에 미 제10군단의 흥남철수 작전과 비견되는 현대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이자 연합군의 위기의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계사에 고작 몇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을 뿐인  '다이나모 작전'을 책 《덩케르크》 (원제 'The epic of DUNKIRK') 는 가장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저자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은  당시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언론 기자, 지휘관을 인터뷰해 풍부하게 묘사하고 고증을 더하기도 했는데요.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이기도 한 당시의 상황을  77년 만에 서술한 역사기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실로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습니다. 《덩케르크》는'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유럽 파견 영군국 22만 6,000명과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 11만 2,000명을 프랑스 북부 해안에서 영국 본토로 최소의 희생을 내며 감행했던 작전을 말하는데요. 철수 작전에는 사실 군인만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해변에 접근하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도 쉽지도 않았다. 소형 선박들이 앞뒤로 뒤엉켰고, 그중 일부는 마침내 닻을 내리고 선미 쪽으로 후진함으로써 조류를 역이용하고 병사들의 승선을 용이하게 했다. 모래언덕 사이에 숨어 있는 병사들을 찾아서 데려오기 위해 장화와 양말을 벗고 배 밖으로 나갔던 선원들은 분명 불편했을 것이다. 병사들을 가득 실어 기울어진 선박으로 회항하는 여정은 더욱 고되었다. 게다가 병사들은 하선시키고 모든 과정을 다시 되풀이해야 했으니 말이다. "

P 370

 

 

옥죄어오는 독일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일명 '덩케르크 정신'으로 일반 어선, 요트까지 나서 병사들을 구출한 '작은 배들'은 인간애(愛)를 느끼게 하는 숭고함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군대를 대신한 항해자들의 의무, 기강, 희생정신은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철도 종사자, 공장 노동자, 간호사들 등 자진해서 배를 끌고 철수 작전을 도운 일반인들, 의 생생한 증언과 이야기를 책 속에서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긴박했던 상황 전반을 이해할 수도 있죠.

 

'덩케르크'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표기입니다. 영어는 '덩커크(Dunkirk)'이며 프랑스 북부의 항구 도시로 프랑스어로는 '됭케르크(Dunkerque)'입니다. 지형상으로는 영국 도버 해협에 가까이 있는 프랑스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명칭은 '사구(모래언덕의 교회)'라는 뜻인데요. 7세기에 '성 엘리기우스(생텔루아)'가 이 곳에 건설한 예배당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도시가 10세기 이후에는 군사상 요지를 이룬 곳으로 성장한 도시기도 하죠.  덩케르크 항구의 비좁은 입구와 길게 펼쳐진 모래 해변만을 철수 작전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난, 불운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까지도 '히틀러의 실수'라고 회자되는 진격 중지 명령의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군의 진격 추세라면 연합군은 덩케르크에서 몰살당할 확률 백 퍼센트인 상황.  "진격을 중지하라! 이제부터 루프트바페(공군)가 연합군을 처단한다"라는 진격 중지 명령은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히틀러가 공군으로 충분하다는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의 말을 수용한 결과라는 점. 또한 히틀러가 영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 영국 원정군의 철수를 묵인했다는 설이 있지만 아무것도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 미스터리는 덩케르크의 기적을 낳았고 훗날 군대를 재정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히틀러의 진격 중지 명령이 아니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릅니다.

 

 

ⓒ 영화 <덩케르크>

이 책의 목표는  철수 작전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서술하는 것과 작전에 투입된 다양한 선박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을 통해 쓰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이아모 철수 작전'은  인간 존중의 마음, 서로 함께 하는 연대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는 역사기도 합니다.

 

영화를 본 후 역사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의 갈증을 풀고자 하는 관객에게 오아시스가 될 책이자 덩케르크 철수 뒷이야기, 당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영화에서 다 다루지 못한 것들을 이해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감동받았다면 혹은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복습과 예습용으로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럴센스 4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랑 SM 입덕만화 《모럴센스 1,2》 를  재미있게 봤던 작년 이맘 때. 혹시나 모를  성적 취향을 알아버린 것처럼 큭큭거리면서 보게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그렇게  1, 2권을 읽어버리고 정지후와 정지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웹툰 결제까지 생각했던 만화 모럴센스. 일 년 만에  기특하게도 3,4권이 나와주었습니다. (5,6 권은 대체 언제쯤....? 먼 산)

 

 《모럴센스 1,2》편은 우연히 직장동료였던 두 사람이 비슷한 이름에 확연히 다른 성격과 독특한 취향의 세계에 인입하고 서로를 알아갔던 내용이라면.   《모럴센스 3,4》 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둘 사이의 돔(지배자)과 섭(피지배자)의 관계가 형성되어가는데요. 그동안  온라인에서 익명으로만 알고 지내던 SM 회원들과 오프라인 만남도 하고, 아웃팅(커밍아웃)과 새로운 삼각관계의 라이벌 '이한'까지 등장하면서 둘 사이가 급속도로 탄력받습니다.

 

알콩달콩, 두근두근, 심장어택의 장면들은 여느 로맨스 코믹물과 다르게 없어요. 다만 취향이 조금 남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제라는 점만 받아들인다면, 혹은 이쪽 세계의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충분히 즐기게 될 만화입니다. 서로 다른 매력에 자석처럼 끌린다는 연애의 기본 법칙이 베이스로 깔려 있어 누구라도 흥미롭게 보기에 충분합니다.

 

1,2편과의 특이점이라면 바닐라(일반인)이었던 지우가 에세머(SM하는 사람들) 대해 정보를 수집하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점인데요. 사실 지우는 지후를 처음부터 이성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연인이 아닌, 그저 주인님으로만 모시고(?) 싶어 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런 모습은 흡사 누구를 좋아할 때 나타나는 성향이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이해해보려 하고 또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 지후 또한 조금씩 주인님을 향한 무한 경배, 밟힘(?), 명령을 받고 싶어 하지만 새롭게 나타난 라이벌 때문에 마음이 오락가락하죠. 이렇게 변주된 관계 과정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독자는 재미있게 즐기면 되는 거고요.

 

 

정리하자면, 변태적일 거란 선입견은 내려두고 '할리퀸 로맨스'를 생각하면 쉽다는 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순수 만화 버전쯤으로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여성 독자들의 무한 사랑을 받을 거란 예감이 벌써부터 드는군요.

 

단순히 계약 연애를 하듯 DS관계(돔과 섭의 관계)만을 유지하기로 했던 3개월이 지나가고, 서로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새롭게 지후는 관계 성향을 바꿔 보자는 제안도 합니다. 한번 섭은 영원한 섭의 성향을 유지할 줄 알았는데, 또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변주된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과 생각하지 못한 라이벌의 등장, 주변 상황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의 파장이 소소하게 펼쳐집니다.

 

 

​SM성향이 들어간 로맨스긴 하지만 기본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 썸에서 연애로 넘어가는 둘 사이, 익명의 관계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현실에서 만드는 관계 형성, 주변 인물들의 조력자까지. 둘 사이의 진전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자꾸만 들켜버려 큰일입니다.

 

 

현재 '모럴 센스'는 CJ와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영화로 만든다면 재미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닌데요. 남자 주인공으로는 '박해진'배우가 여자 주인공은 '강소라'배우가 어떨지 살짝 기대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정지후 대리처럼 완벽한 얼굴과 성격을 갖춘 초식남과 냉정해 보이는 정지우의 케미스트리. 여자가 봐도 강단 있고 카리스마 있는 정지우의 츤데레 매력이 영화에서 잘 살려졌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둘 사이는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지우도 사실 속마음은 여릴 뿐 아니라 늘 상대방을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지후 또한 어떤가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형견의 매력을 뿜고 있지만 남자로서 지켜야 할 매너, 멋짐을 발산해야 할 때는 마구마구 흘려주는 남성다움! 이 둘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웹툰, 단행본, 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만나보게 될 모럴 센스! 다음 이야기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모럴 센스 1,2》 리뷰 보러 가기 http://blog.naver.com/doona90/2207695945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네이버 x 쇼박스 x 해냄 공동 주최 '네이버 북스 미스터리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황희'의《부유하는 혼》. 빨간 구두가 주는 욕망과 강렬함 끝에 흐릿하게 보이는 형태의 무엇. 소설은 기억을 지우고 남의 몸에 유착하여 새 삶을 살려는 부류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바둑을 두고,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게 없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학으로 풀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종종 목격하게 되죠. 내가 알던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딴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일본 사람이 아침잠에 깨어나 갑자기 한국말을 할 줄 안다면? 등골이 서늘할 정도 이상한 기운을 받은 적은 없나요?

 

 

 

 

ⓒ 영화 <겟아웃>

 

"남의 몸을 빼앗아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P39


 

책은 '에이,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법 하지만. 작가가 심어 놓은 복선의 끈을 따라가다 보면 엉켜있던 실타래의 시작점 찾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는 듯한 인물들의 관계가 모아지는 접점이 주는 쾌감과  미스터리, 범죄 장르가 주는 새로운 점을 경험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단순한 영혼의 빙의가 아니라 본령과 결합하여 모조리 몸을 빼앗아 유착하는 어떤 존재. 어떻게 보면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겟 아웃>이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자유롭게 넘아들 수 있는 그 무엇들이 우리들 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는 점이 오싹한 공포감을 배가 시킵니다.

 

"낮달 속으로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에 주미는 살짝 현기증을 느꼈다. 드넓은 잿빛의 대기 속에서 무엇인가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략) '죽고 싶어 했잖아. 바로 지금이야. 뛰어내려!"

P168

​[책소개]

책의 인물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쫓기는 자매 '주미'와 '나영',  한때 유명 작가였으나 치매에 걸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작가 '미아베 라이카(신재경)', 정신을 놓은 엄마를 극진히 보살피는 아해라는 필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양희주', 시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작가 지망생 며느리 '란코', 그리고 형(동원)과 함께 한 몸으로 살아가는 남자 '상원', 주미를 잊지 못하는 절름발이 약국 남자 '시현'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목차]

프롤로그_ 낮달

그들의 금요일
그들의 토요일
그들의 일요일
그들의 월요일
무서운 아해들

에필로그_ 봐서는 안 되는 것
작가 후기

 

"겉으로 보기에 남들은 행복해 보이겠지만, 아닙니다.

그 사람들 역시 하루하루 힘든 일들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

P230

특히 필자의 시선을 끄는 캐릭터는 소설의 중심점으로 작용하는 작가 '미아베 라이카'입니다. 그녀는 교포를 멸시하는 혐오 때문에 일본인인 척 살아가던 작가인데요. 나오키 상까지 받은 성공한 미스터리 작가였지만 쓰나미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알츠하이머가 삶을 잠식하고 맙니다. 온전치 못한 정신이지만 노모를 극진히 모시는 딸 앙희주가 있어 서로는 위안이 되는 존재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작가라는 인물,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작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이야기는 작가와 독자의 감정이입을 돕습니다. 무명의 치매 환자로 초라하고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노파가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전설의 소설가 '미야베 라이카'란 아이러니는 인생의 허탈함을 느끼게 합니다. 매일은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의 허무함과 우연성의 잔잔한 파동이 꽤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인과의 법칙이니 뭐니 하는 것이 거창해 보일진 몰라도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아."

P351

 

소설 속에서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많은데요. 고통스러운 현실을 끝내고 싶어 자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악착같이 삶에 애착을 보였던,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욕망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을지요. 그들은 지금 삶과 기억을 가차 없이 버림으로써 새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요.  소설 속에 빙의 혹은 유착 관계에 있는 인물들은 서로 간의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묘한 인연으로 이어진 관계인 것처럼 말입니다. 동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과응보의 모티브가 현대판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한 공포감을 줍니다.

재능과 삶을 영원히, 끝없이 펼치고 싶은 인간의 욕망, 질병 없이 오래도록 살고 싶어 하는 4차 산업 시대의  불멸하고픈 인간들. 이 둘은 다른 듯 보이지만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마치 소설 속에서 언급된 '공시성'처럼요.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조금 더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가능한 일이 되는 시대가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겠지요.

​직업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이번 생에서 못다 펼친 작가의 능력은 다른 이의 몸을 통해  지속됩니다.  만약 상상이지만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평행이론', '환생' 등의 이론으로 설명되는 '누구누구의 환생 같은 예술가'란 찬사가 영혼 유착으로 벌어진 존재들은 아닐까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도 어쩌면 인연으로 얽힌, 우주의 존재는 아닐지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