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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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동적인 세월은 단순히 '지배와 저항'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올해는 광복 72주년입니다. 그동안 감추어야 하는 역사, 지우고 싶은 역사로 인식되었던 일제 강점기를 다루는 영화와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군함도>와 <박열>을 비롯해 <청연>, <암살>, <밀정>, <동주>, <귀향>, <대호> 등 거장 감독들이 유독 일제시대를 다뤄 공론화되기도 했습니다.  수치와 고난의 역사였던 일제 강점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고무적입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완결판입니다. 1875년부터 1945년까지를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을 번갈아가며 서내려간 글이 지루함을 없애줍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하급 무사 집에 양자로 입적해 무사 계급에서 일본 최고의 권력 통감이 된 '이토 히로부미'의 드라마틱한 일생,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주요 사건들을 10년 단위로 정리해 다각화된 시각을 제시합니다.

 

"해녀들은 다구치를 에워싸고 함성을 지르며 만세를 불러댔고, 이어 20여 명의 해녀 대표들이 일본의 수탈 정책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편, 갑작스러운 해녀 시위대 출현에 놀란 다구치는 차에서 내려 달아났고, 그 소식을 접한 해녀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다구치를 둘러쌌다. 그러자 경관들이 허공에 총을 쏘아대고 해녀들의 목에 칼을 겨누며 위협했다. 하지만 해녀들은 물러서지 않고 외쳤다. “우리들의 요구에 칼로써 대하면 우리는 죽음으로써 대하겠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도의 해녀들과 시흥리 해녀 수백 명이 배를 타고 와 시위대에 가세했다. 다구치는 해녀 대표와 마주 앉아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


p.289~290

대표적인 사건은 수천 명의 한국인 독립 군단이 러시아군에 의해 와해된 자유시 참변을 비롯해, 일제의 허위 보도로 만주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한 완바오산(만보산) 사건,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등은 독립운동사 중심의 역사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주목할만한 또 하나는 서방 세계와의 일제 강점기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다뤘다는 점인데요. 1920년대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각 나라들과 동맹 맺기에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한 시대만을 다루는 역사서보다 훨씬 통찰력을 갖게 하는 시각은 자국을 가장 깊게 다루지만, 주변 국가 (일본, 중국)이 정세, 그리고 전쟁 중인 유럽과 대공황을 겪은 미국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일제시대는 서양 문물이 최초인 것들이 많았던 시대입니다.  19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신문물을 접한 지식인 계층이 입던 옷 양복이 1920년대에 이르러는 대중화되어 여성들의 양장이나 치마저고리 위에 코트를 걸치고 구두나 양말 등을 갖춘 의복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인력거는 1894년 일본인 하나야마가 일본에서 열대를 들여오며 한국에 소개되었는데요. 1910년 대에 압축공기를 이용한 타이어로 교체되며 20년대 이르러서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되었죠. 

 

1920년 화폐법이 개정되며 20 전 은화와 10 전, 5전 짜리 백통화가 새롭게 등장합니다. 1921년엔 조선노동공제회가 설립되면서 한국 최초의 소비조합이 개설되었으며 같은 해에 최초의 신문 잡지 기자 단체인 무명회가 창립됩니다. 1927년에는 최초의 정규 라디오방송이 시작되었으며, 무선전화 송수신 시험과 함께 체신국이 최초로 시험 방송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현재 명동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1930년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지점이 최초개설되었으며,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은 친일 기업인으로 알려진 박흥식이 세운 화신백화점입니다. 그 밖에도 최초의 여기자, 방송 아나운서, 비행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 영화 <동주>

 

<동주>의 영향으로 전혀 몰랐던 인물 '송몽규'를 알았습니다. 책 후반부에 언급된 바 있는 두 청년이 사랑한 대한민국. <서시>, <별 헤는 밤> , <자화상> 등 주옥같은 명시를 남긴 윤동주는 1943년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길에 오르던 길에 일본 경찰에 사상범으로 체포됩니다. 그 후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되었는데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생체 실험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투옥된 상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았고 사촌 송몽규 역시 같은 이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꽃다운 청년과 소녀, 무고한 사람들이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 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아픈 손가락인 역사도 상처를 잘 어루만져 주고 덧나지 않게 치료하는 법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날로 포악해지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반성할 줄 모르는 파렴치에 치를 떠는 것도 한두 번입니다. 군함도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일화만 봐도 일본의 치밀하고 꾸준한 계획에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하지만 계속 분노만 장전하고 있을 건가요?


 

저자는 서문을 통해 '역사란 거창한 것도 숭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 개인들의 삶이 물이 되어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들이 다시 뭉쳐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속이 곧 역사다'라고 말합니다. 일제 강점 시대 또한 지나간 오늘들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고통과 비통함, 부끄러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합니다.  

우리 스스로 아픈 상처를 제대로 직시하고 제대로 알려고 할 때부터 시작한다고 봅니다. 어느 때보다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진 시대가 '일제강점기'입니다. 정치, 경제부터 문화, 그리고 잘 알려지 않은 사건까지 일제 강점 시대의 모든 것을 책으로 담은 책 한 권으로 그 시대를 톺아보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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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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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 쿠데타, 역모, 암살 ' 등등  듣기만 해도 미간이 찡그려지는 부정적인 단어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적'일 수도 '영웅'일 수도 있는데요.  역사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한 쪽만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고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다각화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한 예로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 역사의 대단한 인물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테러리스트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이룬 광복절이 일본에서는 전쟁 패망일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란 수많은 사람들과 인과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기록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며 사실 패자의 입장은 조명되지 않아 알기도 쉽지 않은데요.  '한 권으로 시리즈'의 박영규 저자의 조선사 외전이라 봐도 무방한 《조선반역실록》 은 12개의 반역사를 통해 조선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특유의 물 흐르듯이 써 내려가는 역사가 막힘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되며,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려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주제는 바로 고려를 버리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운 '이성계'와 아버지를 도와 건국에 공을 세웠으나 형제들을 죽여 피바람을 몰고, 왕위를 차지한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일 텐데요. 필자가 상상하는 이성계는 어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북방을 지키는 장수의 이미지와 잔혹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반역실록》 읽은 후 드는 느낌은 사랑하는 부인이 죽고, 몸도 허약해진 뒤 아들 이방원에게도 밀려나 다시 용상에 오를 기회를 엿보는 인간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아주 먼 시대부터 자식을 경계했다고 합니다. 머지않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권위에  도전할 경쟁자로 여겼던 거죠. 특히나 왕위를 위한 권력 싸움은 아들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었는데요.  지금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권위적이고 무서운 존재지만 그 아래 세대인 손자에게는 살가운 이유. 바로 왕위찬탈의 DNA에서 조금은 벗어난 궤도기 때문이란 속설로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방원 또한 사실상 왕이 되기 어려운 운명이었지만 정해진 운명을 따르지 않고 새롭게 개척한 21형 인물입니다. 당시 조선의 가장 큰 가치인 '효(孝)'와 '충(忠)'을 거스른 천하의 불효자이지만, 현대에 태어났다면 엄청난 혁신가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방원은 당나라 이세민과 평행이론의 운명을 지녔는데요. 이세민은 당고조 이연의 차남으로 건국 과정에서 많은 공을 세우지만 왕이 되고 싶어 동생들을 제거해 태자 자리를 차지, 결국 황태자의 자리까지 올라갑니다. 이방원과 마찬가지도 친족을 피의 숙청으로 정렬하지만 당나라의 기반을 닦고 국력을 강화해 '정관의 치'라는 말로 후대까지 정치적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방원도  태자를 내쫓고 형제를 죽여 왕위를 차지했으나, 즉위 후에는 조선 왕조의 초석을 다지고 국력을 강화한 점을 인정하기에 매우 닮았다고 할 수 있죠.

그 밖에도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 자신의 꽤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죽었던 허균 등 우리가 알지 못한 영화보다도 재미있는 조선 반역사가 펼쳐집니다.


《조선반역실록》은 승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역사가 얼마나 큰 편력을 갖게 하는지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역사는 양날의 검처럼 반역자는 항상 악인으로 등장합니다. 큰 세력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본인은 물론 가족이 해를 입는 경우도 많았죠.

21세기에 쓰이는 반역사는 '반역'이란 말조차 수정되어야 할지 모릅니다.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 혁명과 폭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요.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역사는 시대와 나라를 떠나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근현대사에 다시 재조명되어야 할 광주의 역사, 일제의 역사 등은 아프지만 다시 파헤쳐 봐야 할 소중한 역사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한 윈스턴 처칠의 말이 기억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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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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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인간》으로 깊게 각인된 '무라카 사야카'의 신작 《소멸세계》는 제목처럼 현 인류에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관념들이 소설 속 평행세계에서 비정상이 되는 대혼란을 겪습니다. 성(性), 사랑, 결혼, 가족, 출산이란 가치에 균열을 내며 디스토피아적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또 모르죠. 100년 뒤 우리가 맞는다고 여기는 가치가 도저히 쓸모조차 없는 낡은 가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소설을 읽으며 내내 도저히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고, 만약 이런 세계가 온다면 어떨까 암울한 생각마저 들었던 소설. 심히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던 소설이기도 합니다.

 


​"요즘 시대에 결혼은 아이를 갖고 싶거나 경제적 동반자가 필요하다거나 일에 집중하고 싶으니 집안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합리적인 이유로 결정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중략)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살아가는 데 편리하다면 이용하고 필요 없다면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족과 결혼은 그런 제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

P 82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들이 징집되면서 출산율이 하락한 일본의 평행세계입니다.  대안으로 성관계 없이 오로지 인공수정으로만 아이를 출산하는, 사랑도 육체적 욕망도 사라져가는 소멸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결혼 또한 원하는 조건의 상대를 프로그램에 넣기만 하면 매칭해주는 시스템이 배우자를 골라줍니다. 당연히 결혼은 필요와 불필요의 문제. 라이프 스타일과 가사노동 분담, 경제적 지원, 정자와 남자를 기증해 가족을 이루고 싶다면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오로지 가족은 (종족 번식이란) 인간 본능에 따라 내 인생이 얽혀 있고,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얼마나 끔찍한가요. 연애와 욕망은 밖에서 해결하고 돌아오는 게 관례, 부부 사이는 남매 사이와 같아서 가족끼리의 잠자리는 불결하다고 느끼는 세계. 그래서 이혼 사유가 되는 사회가 되었지요.


 

"내가 널 낳은 건...... 사랑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어. 태어났을 때부터 이 세상은 미쳐 돌아갔어, 나만은 정상이고 싶었지. (중략) 엄마는 말이지, 네가 이 미친 세상에 굴복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살아가도록, 무엇이 올바른 세상인지 어린 너에게 가르쳤단다. 네 영혼에 똑똑히 새겨 넣었어. 태어나서 처음 본 세상이 우리 영혼에서 지워지는 일은 절대로 없어. 지금은 이 세상에 물들어 있어도 언젠가 반드시..... "

P158-159

 

 

한편, 서로를 사랑한 부모님의 성관계(소설 속에서는 교미)를 통해 세상에 나온 주인공 '아마네'는 지겹도록 엄마에게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엄마가 믿는 올바른 세상이란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어 아이를 출산하는 것. 하지만 딸 아마네는 미쳐 돌아가는 건 엄마의 구시대적 사상일 뿐 세상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반박합니다. 엄마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세상이 다음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도중'이라면, 예전과 다른 지금의 제도를 누군가가 심판할 권리는 없다고 여깁니다. 세상은 늘 도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과도기의 혼란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뿐이라 믿습니다.


 

엄마의 저주가 통한 걸까요?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들끓는 성욕을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으로 해결하며 애써 부정하려 하는 아마네. 하지만 부정하려 하면 할수록 진짜 섹스를 할 줄 아는 마지막 인류가 되어, 결국 무엇을 위한 행동인지 알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닫습니다.

 

아마네는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와 닮았는데요. 대지와 포도주의 신, 풍요의 신으로 아버지 본능의 상징인 생식기 가까운 넓적다리를 자궁 삼아 태어난 디오니소스. 제우스가 인간을 사랑해 낳은 자식이란 점이 금기된 것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는 점이 아마네의 혼란과 비등하게 느껴집니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세뇌되다시피한 남녀관계 속에서 다른 세계와의 사랑(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관계)를 갈구하며 비정상이 된 아마네. 이 세계의 정상 범위에 들어가고자 발버둥 치지만 근본적인 위화감을 끊지 못하고 적당히 괜찮은 사람과 결혼해 가족을 만듭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사랑하지 않고 그래서 육체적인 관계도 갖지 않는데요.  실제로 아마네와 남편 사쿠는 가족이란  종교의 광신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있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맹신, 그것이 깨졌을 때의 혼란은 소설 곳곳에서 암시되고 있습니다.

한편, 아마네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날 아이와의 완벽한 가족을 꿈꾸 던 중 남편의 연애가 파탄 나며 제2막으로 치닫습니다.

 

그들은 일종의 실험 도시 '지바'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더욱 가파르게 휘몰아치는데요. 이곳에서는 가족이란 개념이 아예 해체되고 모든 사람이 인공수정으로 출산하고 공동으로 양육합니다. 남편과 아마네는  '가족 공동체'란 의미로 함께 하자고 약속한 사이입니다. 모든 사람이 공동의 '아가'이고  '엄마'인 끔찍한 세상.  우리들만의 정자와 난자로 우리만의 아이를 갖자는 의미는 퇴색해진지 오래. 인공 자궁으로 출산에 성공하자 남편은 태도를 바꿉니다. 남편은 실험에 성공한 최초의 남자로 유명세를 떨치며 인류의 대를 잇는다는 고양심에 한껏 들떠 있습니다.

 

결국 아마네는 지바에서 목격한 충격적인 현실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트립니다. 인간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모두 괴물일지 모른다는 논리로 해서는 안될 일까지 벌이게 되죠. 모두가 똑같아지는 균일화된 소멸 사회에서 균열을 내기 위해 발악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억누를수록 튀어나오는 본능의 무자비함을 느끼게 합니다.


 

얼마 전 정부가 내놓은 가임 여성 분포도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여성을 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궁을 가진 아이 낳는 기계로 여긴다며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는데요. ​ 《소멸세계》 속 평행 사회처럼 자궁의 공동화가 이뤄지다면 남성도 출산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여성만의 상징, 모성의 본능이란 개념도 흐려질까 싶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해보고자 하면 할수록 섬뜩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후 진화와 문명을 거듭하며 사라진 수많은 가치관을 떠올려볼 때  인간은 불안을 동반하는 존재 같습니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더러운 욕망 없이 깨끗하게 자손을 번식할 수 있는 사회. 과연 사랑 없는 세상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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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기억하다 - 고마워 미안해 잊지 않을게
김혜숙 지음, 김남현 사진 / 피톤치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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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 DNA에 오래전에 각인된 감정 '사랑'.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거치며 거듭된 사랑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타는 듯한 여름이 언제였던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데요.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밤에 꺼내보고 싶은 에세이가 있습니다.



《사랑을 기억하다》는 에세이스트 김혜숙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아픔, 슬픔, 그리움을 동반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가족의 부재를 경험한 사람들은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그리운 일인지 실감케 합니다. 가족은 지지리 볶고 싸우는 중에서도 없으면 허전하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은 애증의 관계지요.


"그가 우리에게 주고 간 메시지는 '옆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떠나고 나서야 깨닫지 말고 바로 지금 깨달으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부모님, 형제, 가족을  장 챙기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떠내보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했다는 것이다. "

P 143- 144​


특히 책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형된 장르가 아닌 정통 수필을 좇아갑니다. 일에 쫓겨 소홀히 했던 가족, 특히 남편을 돌아보는 감성적인 문구들이 인상적입니다. 남편을 만나 이혼을 겪으며 저세상으로 보내던 날까지. 소중한 것은 잃어버린 후 알게 된다는 격언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상실이 만들어낸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고자 합니다.

 

 


​"겪어야 할 시련과 어려움은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이 있고 지금 살아 숨 쉬고 있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랑이 있으므로. 내일이 온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P248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 판도라가 호기심에 열어버린 상자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사랑이란 자양분은 세상 곳곳에 남아 또 다른 사람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가시 돋친 장미와 향기롭고 아름다운 장미의 이중성처럼 우리 삶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살아 볼만한 삶임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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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6개월에 끝내고 알리바바 입사하기 - 죽어라 영어만 파서는 절대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초특급 전략
김민지 지음 / 앵글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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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아기가 말을 처음으로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전혀 모르는 낯선 문화와 언어를 처음부터 받아들이고 익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죽어라 영어만 파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한한 기회가 열리는 중국어 공부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 있습니다. '사드'로 인해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며 특히 IT 분야에 고속 성장을 약속하고 전 세계를 쥐락펴락할 국가임에 틀림없는데요. 그 예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중국어 배우기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만 봐도 이해할 수 있죠.

 


 

하루 한 시간, 일분일초가 아까운 마크 저커버그가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요?  전 세계에서 정부의 규제로 페이스북이 막혀 있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마크는 대외 석상에서 통역사 없이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중국어 뿐이라는 사실을 반추해 볼 때,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죠.

중국인에게 중국어로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는 언어를 떠나 신뢰를 주는 정서적 가치입니다. 그 나라의 언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싶습니다'라는 의미로 비치기 때문이죠. 중국어가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 당신이 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가 중국어 공부에 한자를 못하는 것은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병음(중국어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발음부호. 중국 제품 컴퓨터에 있다) '을 암기 했기 때문! 단어를 공부할 때 한자 쓰는 연습은 생략하고 알파벳 병음과 한자의 의미, 발음만 공부해 엄청난 지식을 손에 넣으면서도 엄청난 시간을 줄여 암기에 성공합니다.  그럼 한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HSK 6급 시험을 쳤을까 궁금하죠? HSK는 페이퍼로 보는 PBT 형식과 컴퓨터로 보는 iBT 형식으로 나뉨으로 후자를 택해서 시험을 보면 되는 겁니다.

세계로 가는 지름길로 '영어'만 죽어라 파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는 중국어가 영어보다 쉽다는 증거를 여러 차례 강조합니다. 일단 중국어 문법은 영어보다 양이 훨씬 적고 단어와 어순이 변형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말의 70%가 한자와 한글이 혼합되어 있는 한자권이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게 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거죠.


 


본격적으로 저자의 공부비법을 살펴봅시다. 기존의 죽어라 암기하는 단어 방법에서 벗어나 꼬리에 꼬리는 무는 '꼬꼬무 단어 공부법'을 알아봅니다. 먼저 외울 단어를 정하고 인터넷 중국어 사전에서 각각의 한자가 어떤 뜻이고, 그 두 한자가 합쳐 어떤 단어의 뜻을 갖게 되는지 단어를 쪼개고 합쳐서 외우는 겁니다.

 

일단 개별 한자의 뜻과 음을 공부한 후 한자들의 의미적 결합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청구'라는 단어를 공부하려고 할때 부탁할 '청'과 부탁할 '구'를 각가 쪼개 파생된 단어까지 공부한 후, 다시 새로운 단어를 형성해 다른 단어까지 정리하는 것이죠. 그리고 한자들의 뜻과 음, 병음, 성조도 함께 찾아봅니다.

이렇게 DAY 60개를 만들어 각 DAY 당 60단어를 집어넣어 하루에 단어 60개씩 외워나갔습니다. 한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의 수고로움을 훨씬 더는 방법이라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저자만의 스킬인 '꼬꼬무 단어 공부법'이 성공적인 이유는 일단 단어 양부터 확보하고 나서 그걸 문맥에 집어넣는 순서로 공부한다는 겁니다.  HSK 문제를 풀면서 실질적인 청해, 독해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책에는 회화와 성조의 비법, 중국어가 서툴더라도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 작성, 앞으로 중국어 전망 등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한자 공부하기 싫어하는 탓에 HSK를 딸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6급을 취득해 알리바바와 보스턴컨설팅그룹, 상하이 테크노드, 네이버 차이나랩에 입사합니다. 아직도 중국어가 완벽하지 않으며 공부하는 중이라고 겸손을 떨었는데요. 저자가 본 중국은 미친 듯이 고속성장하는 IT 시장의 화수분이었습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능사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편차가 존재할 것이고 다들 목표도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기업에서 일하며 중국 땅을 무대로 만든다는 게 목표였다는 것! 중국어는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며 취업의 혹은 사업 성공의 무기를 획득한다는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신뢰와 관계가 바탕이 되는 일에서는 직접 그들의 언어를 썼을 때만이 기회를 쟁취할 수 있다'라는 말이 사뭇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책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잘하게 하는 언어 책이 아니라서 중국어가 많이 등장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네요. '책을 읽는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 중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없다'라는 격언처럼 책은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자양분이란 중요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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