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er : 맥주 스타일 사전
김만제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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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종영된 '알쓸신잡'-강릉편에서 박사들이 수제 맥줏집을 찾은 이후  맥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필자도 맥주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 것만 봐도 방송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맥주를 더 알고 싶어 집어든 책이 바로 《맥주 스타일 사전》입니다.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던 청년이 독일 교환학생을 통해 맥주를 접하면서 겪은  블로그 글이 인기를 끌면서 '김만제' 저자는 어느새 맥주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책은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합니다.  맥주의 역사와 나라별 종류, 특히 미국에서 발달한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의 매력과 다양성이 전파되길 원하는 소망도 빼놓지 않고 있는데요. 책을 통해 맥주 하면 독일! 이란 편견을 완화하고,  미국,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등 맥주의 세계를 입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단 맥주는 물, 홉, 맥아, 효모 이렇게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맥주 하면 독일 맥주 순수령이 떠오르는데요. 이는 1516년 바리에른 공작이 공표한 법으로 맥주는 오로지 보리, 물, 홉으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독일 전 지역에 아닌 국한된 법이었죠. 맥주 순수령은 오늘날 한 가지 잣대로 판단하는 아집을 경계해야 하는 제도기도 합니다. 독일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맥주문화와 전통을 따르지만 제조법을 국한한 탓에  다양한 발전이 어려웠다는 견해도 전해지고 있는 독특한 법이죠.

맥주 순수령을 반포한 까닥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보리 맥아 외에 맥주의 당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밀, 호밀 등을 식량으로 확보하기 위함이 첫 번째 이유고요. 또한 홉이 맥주의 주 재료로 여겨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야생 허브 사용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목적 때문인데요. 순수령이 공포되기 이전까지 중세 유럽의 맥주는 체계화된 양조라기보다는 우연에 의한 제조였다고 합니다.

 

수제 맥주란 수제 돈가스, 핸드드립 커피 등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의미보다는 유럽 사람들이 건너가 만든 미국의 양조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어 '크래프트(Craft)'는 수공예, 수공예 장인을 뜻하는 단어로 우리나라에는 2010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합니다.

초기 미국 구성원들은 유럽 문화권 사람들이 건너가 만든 맥주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확대됩니다. 하지만 1919년 미국 정부의  금주령으로 맥주 양조장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이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더욱 악화됩니다. 마침 내 세계대전 이후 미국내 자유주의 경제의 도입으로 거대 자본을 가진 양조장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중적고 저렴한 맥주를 공급하며 세력을 넓혀가는데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자가소비 목적을 위한 홈 브루잉을 합법화하면서 소규모 양조장 법도 통과되며 수제 맥주 열풍이 본격화됩니다. 그동안 대기업의 라이트 라거 스타일에 신물 나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미국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게 되고, 이게 바로 198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크래프트 맥주'의 시초입니다. 미국 양조가 협회가 정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의 세 가지 덕목은 '전통적인, 독립적인, 작은'입니다.

 

 

 

​《맥주 스타일 사전》은  최대한 사적인 의견을 배제한 채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려 합니다. 맥주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기호 식품이지, 에일이 나쁘다, 라거가 좋다는 세계관을 심어 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다만 전 세계적인 대중성을 가진 '페일 라거'가 맥주의 모든 것이란 생각은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맥주 시장이 유럽에 비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두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한 양분된 맥주 시장으로 전혀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열악한 사정 세계맥주 펍이나 갖가지 맥주를 취급하는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어 검색 만으로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권하면서 취향을 존중하는 맥주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처럼 맥주에 대한 맛과 풍미, 무게감, 산미, 도수를 느껴보며  진정한 나만의 맥주 스타일을 완성해 갔으면 합니다. 잘 알고 마셔도 모르고 마셔도 맛있는 맥주! 긴 연휴가 끝나가고 있는 저녁, 맥주 한 잔 어떤가요? 하루를 마무리하고 남은 연휴를 점검하는 시원한 청량감으로 절실 해지는 하루입니다.

※ 영진닷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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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미래 -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이정모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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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각은 어느 영역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내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은 진짜일까요? 우리의 삶이 꿈 속이라면요? 혀에서 느끼는 미각부터 시작해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등 오감은 우리 뇌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현대의 과학은 신체를 통해 느끼는 감각을 전기 신호로 바꿔 판별하고 인식하는 것을 뇌가 관장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책 《감각의 미래》는 아이언 맨 같이 생체 결합 기계를 삽입한 사이보그가 되거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신체의 일부가 되어 준다던지,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을 통해 군사 교육, 치료 등에 사용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일을  1.4kg의 무게 밖에 되지 않은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임을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밝혀가고 있다는 겁니다.  

과학 전문 기자인 '카라 플라토니'의 지적 호기심과 꾸준한 탐구심을 동원해 인지과학과 몸의 감각, 그리고 뇌의 인식에 관해 풀어내고 있죠.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트랜스 휴머니스트, 미래학자, 윤리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총망라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감각의 미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식라고 일컫는 '인식'을 '인식'하고자 합니다.  '다섯 가지 감각(오감)' 및 감칠맛이라 일컫는 우아미와 시간, 고통, 감정 이란 '초감각적 인식'이 뇌를 통한 편집과  지각을 거쳐  과학기술과 결합하면 인식의 확장을 부른다는 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밖에 망각된 기억의 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트라우마 치료, 의사 대신 수술하는 로봇 등 다양한  진화 과정을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은 총 3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는 오감에 대해 자세히 다룹니다. 특히 미각은 뇌에서 컨트롤하는 기본적인 인식이며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뒤늦게 동양에서 느끼는 풍미 즉 우아미를 포함합니다. 여섯째 맛을 찾기 위한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요. 후각 또한 치매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억과 냄새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합니다.  마르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특정한 냄새나 음식을 통해  기억을 재생하는 오랜 기법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릅니다.

2부는 초감각 인식(머릿속에 존재하는 세계)이라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는데요. 인류가 시간을 인지함으로 인해 낮과 밤, 다른 동물들은 무엇을 할지 예측하여 끊임없이 변화는 환경에 자신의  맞추며 진화하는 개체의 복잡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고통과 감정의 다양성을 관장하는 뇌의 무궁무진함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거운 감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섹션은 3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식 해킹이라 불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몸이 반응하는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들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오락으로 가볍게 사용되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은 전쟁의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군인 치료나 장애 치료, 교육 영역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연구 중에는 조작된 감각적 인식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분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의  필요한 인지 확장성을 가늠하는 좋은 활용서가 될 것입니다.

 


작년 서울포럼에서 보았던 '휴 허'의 다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는 바이오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등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 한 후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직접 자신의 다리를 만든 '휴 허' 교수.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던 가젤의 다리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트랜스 휴먼, 사이보그 등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두려움과 놀라움투성이입니다.

《감각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기술과 인간의 고유한 감각을 결합한 책입니다. 저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치부했던 일들이 속속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감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지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거나 변화된 미래를 알아보고 싶은 독자, 단순한 호기심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들을 충족시켜줄 지적 유희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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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다시 한번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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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석 특선 영화로 어제 EBS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았습니다. '드니 뵐뇌브'의 최신판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개봉을 앞둔 시점이라 참고 할겸 시청했는데요. 개봉 당시에는 성공한 망작이란 이상야릇한 말로 구설수에 올랐고, 시대를 앞서간 영화는 보기 좋게 흥행에 참패합니다.  그러나 꾸준하게 자신의 세계관을 쌓아간 '리들리 스콧' 감독은 현재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기획을 맡아 관객에게 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은 현시점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후에 재평가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본 인디 만화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도다 세이지'도 비슷한 반향을 만드는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삶을 다시 한번》은 2003년 도다 세이지가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을 모아 만든 만화집인데요. 만화라는 장르, 그것도 단편이란 제약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인생을 담아낼까라는 약간의 기우가 있었지만. 직유와 언어를 넘나드는 그만의 표현력은 컷과 컷 사이의 프레임 속에서도 강한 임팩트를 갖습니다.

 


까도 까도 계속 속이 나오는 양파. 한 겹이 나이 한 살을 뜻하지만 실체가 없는 그런 것.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 양파와도 닮았으니까요. 결국 실체를 알고 싶어  탐미하고 파고들지만 없어져 버리는 무(無)의 영역에 다다르는 허무.   당신의 인생을 그려보라고 하면 선뜻 떠올리지 쉽지 않다는 것만 봐도 말입니다.


 

책 속의 단편들은 너무나 익숙해져 뜻을 생각해보는 것조차 어색한 '애인'이나 '가족', '인생'이란 단어를 고민하게 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니 억지로 사랑할 필요가 없지만 이해하고 노력한 결과 조금씩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아가는 가족처럼. 애인 또한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볼 만큼 익숙한 말 같지만,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가변성을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꽃」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온 주인공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과정입니다. 무작정해보고 싶은 일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스물여덟에 시작한 만화 어시스턴트 일. 일하면서 점점 깨닫는 것은 창작이란 건 사실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특권이란 생각이 드는 겁니다.  만화가는 그림을 그려야만 치유되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직업은 아닐까요? 마치 계시를 받은 무당이 신의 선택을 거부해서 아픈 것과 같이 말이죠.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손에 놓았던 만화를 그려보고자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인 자신을 그렇게 타이르고 있었건 거지요.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쓰는 일은 힘들 거란 말, 본격적인 작가의 평가 대신 주인공은 화분을 받습니다. 그 후 정말 소중하게 돌보지만 어째 꽃을 피울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그러던 중 갑자기 작가는 입원을 하게 되고, 병세가 악화된 작가를 도와 만화를 그리던 주인공은 죽음에 압도되는 삶의 의지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됩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숭고한 과정. 그림에 목숨 걸고 매달려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냥 원 없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인간만의 고유 의지는 모두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이는 자연의 법칙과 유사합니다. 사실 꽃은 척박한 조건에서 마지막 발악같이 꽃을 피운다는 것을요. 그렇게 작가를 돕느라 신경을 전혀 쓰지 못했던 사이,  꽃은 눈이 시릴 정도로 새빨간 꽃을 피워 놓고 있었습니다. 자손을 남기기 위해 영양분이 고갈된 상태에서 죽어가면서도 피웠던 한 떨기 꽃.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본능이 아닌 자유의지, 고매한 정신, 지적 유희를 이루기 위해 참고 노력하는 것과 많이 닮았죠.


어떤 책에서 읽었던 격언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이 말을 본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누군가에 의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수치스러운 일이 되기도 하는 거겠죠. 어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허투루 살 수 없는 게 인생임을 또 한번 알아갑니다.

《이 삶을 다시 한번》에 담긴 서른 편의 단편은  도다 세이지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작품입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누구인가? 가족, 결혼, 연인, 이혼, 친구, 삶, 죽음 등 궁금한 것 투성이인 삶을 총망라한 집약체입니다. 긴 연휴는 우리의 삶을 점검해보고 사색하기 좋은 날입니다. 세상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해도 당신의 인생은 그것 자체로 소중한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혹은 오롯이 홀로 인생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이 삶을 다시 한번》는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를 새롭게 번역하여 재출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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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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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런 내용이었군요. 1994년에 발표한 공지영 작가의 《고등어》를 지금에서야 새로운 표지로 읽어 보았습니다. 늘상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지만 다른 작품은 읽어봤으면서  《고등어》만은 접하지 못했던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제목이 주는 비릿함과 각자만의 이미지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제게 고등어는 이제 밥 상위의 생선이 아닌, 자신의 운명도 모르고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왔던 바보 같은 지난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될 것 같습니다.




"난 어쩌면...... 정말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건지도 몰라.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이름이 유토피아라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상상했던 모든 좋은 세계에 대한 상상을 사회주의 속에 다 가져다 부어놓고, 그것이 단지 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어. 다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어, 굳게 믿었지 그리고 아직도...... 아직도..... 그 미망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

P216



《고등어》는 명우라는 남자와 세 여자의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을 하나하나씩 풀어 놓는 사랑 이야기의 외피를 입고 있습니다. 겉은 그렇지만 외피를 조심히 벗기고 안을 들여다보면 노동과 권력에 저항한 투쟁의 흔적을  간직한  속살이 나오죠. 그렇게 80년대 사회와 정치, 역사. 그리고 낮은 곳을 위해 소위 운동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이 만든 세상에서 천대받고, 아파하고, 잊히며 가장자리 귀퉁이로 내몰린 사연을 조심스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동지란 이름으로 그룹에 들어온 남편 있는 여자 노은림. 설마 하는 우려는 명우와의 불꽃 튀는 사랑을 만들어 냈고, 치기어린 사랑이라 여겼던 명우는 같이 떠나자고 해놓고 돌연 약속을 어겨버립니다. 참 무책임한 남자의 표상입니다.


그 후로 은림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추락해버려요. 현재 결핵을 앓고 있고 아버지와 오빠와 남편을, 그리고 그의 아이까지 잃어버린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것들을 빼앗긴 사람입니다. 그녀와의 사랑을 꿈꿨던 명우는 연숙과 도망치듯 결혼했고, 딸 명지를 가진지도 모른 채 이혼했죠. 그리고 현재는 여동생 명희의 친구인 여경과 사랑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복받은 남자 아닌가요? 옛 애인과 옛 아내와 현 애인이 그리고 딸이 한자리에 모인 장면은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혀오고 당장이라도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었습니다. 명우는 대학시절 은림과 연숙과  운동권으로 활동했고, 한때 문학상도 받았던 버라이어티한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살기 위해 그 능력을 다른 곳에 써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멋지게 꾸며 써주고  있는 자본주의의 시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

P256


여기서 말하는 '고등어'는 이들을 상징합니다. 바닷속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은빛 비늘을 무수히 반짝거리리던  살아 있는 고등어 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고기 떼.  자유롭게 물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탱탱한 생명체들은 서울의 어느 좌판에서 소금에 절여 배가 갈라지고 오장 육부가 뽑혀 나가고.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갈 줄은 몰랐던 거겠죠.


누구는 미쳐가거나, 죽어가거나, 감옥에 가 있거나, 사회에 순응합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미시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사회의 냉대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시든 80년대 운동권의 상징이 고등어입니다.


80년대 대학생이었던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모든 것을 쏟아부어 투쟁했을까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당시의 그들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공지영이 심어 놓은 '노은림'이란 캐릭터는 그 중심에선  대표적인  희생자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양산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는 쓸모없이 버려지는 수많은 사람들. 신뢰를 잃은 사회를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 해 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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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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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8회 젊은 작가 상 대상을 수상하며 가장 주목할만한 신인 작가 '임현'의 소설집이 발간되었습니다.  《그 개와 같은 말》이란 거친 제목은 상처투성이인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란 말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노란 리본. 금방 끓어올랐다 금방 사그라드는 대한민국의 냄비 근성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잊은 채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았습니다.


사느라 바빠 잊고 지낸 기억을 상기 시킨 작가는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10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소설집을 출간합니다.


그중 동명의 단편 시작은 잠깐 머물다가 간 걸지도 모를 앞 마당의 동사한 개를 기억하는 것을 계기로 삼습니다. 외풍이 심하던 집 마당이라 부르는 실제는 공터였을 곳에서 키우던 개. 이름도 품종도 기억나지 않는 개를 기억하는 건. 그 해 추웠던 겨울 얼어 죽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그 개를 하천을 향해 던져버립니다. 철교 아래로 개들 무리가 무언가를 뜯어 먹을 때마다 내 마음은 불편해집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세주와 크게 싸우게 된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화해하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같은 이유로 언성을 높인 뒤 연락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나는 어떤 말로든 세주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겨울에 죽은 그 개뿐이었다. "

P173

 

이야기는 그 '개'가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옛 애인 연경과 현 애인 세주를 떠올리는 것으로 대체됩니다. 개의 이야기는 그녀들을 회상하는 매개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데요. '개 같은'이란 말이 붙는 언어는 그 자체로 불쾌감과, 부정적인 의미를 풍깁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생각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주가 이야기하는 언어폭력은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소설이 좀 어렵습니다. 시를 소설로 옮긴 듯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문장은 한번 읽어 의미를 유추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몇 번이도 들춰보고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새롭게 보이더군요. 마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씁쓸한 맛 끝에 아릿한 단맛이 깃든 약초처럼요. 하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젊은 작가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문단에 신선함을 줄 작가가 또 하나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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