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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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가 28시간, 아니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합니다. 모든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는데 유독  내 시계만 빠르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봅니다.

시간은 옥스퍼트 영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찾는 단어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예로 들며 시간의 빠르기를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촌각을 다투며 살고 있는 현대인에서 항상 부족한 건 시간입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시간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하는 자가 없을 때는

아는 것 같다가도 막상 묻는 자가 있어

설명하려면 알 수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

 

 

시간은 인간에게만 존재합니다. 동물들은 시간의 개념 없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데요. 지금 자판을 두르리고 있는 순간에도 속절 없이 시간은 흐릅니다. 좀 더 효율적인 체계, 분업화, 신뢰를 쌓기 위해 인간을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통해 약속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시계의 나라 스위스를 떠올려 볼까요? 지금은 선진국이지만 중세 시대만 해도 스위스는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인 먹고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스위스는 먹고살기 위해  용병 수출하던 때가 있었죠. 그때 생긴 브랜드 이미지는 신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스위스의 시계 산업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돈 보다 시간을 다스리는 자가 진정한 위너입니다. 막대한 돈을 가졌더라도 쓸 수 있는 시간과 젊음을 갖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 그래서 연말연시, 새 학기가 되면 시간 활용에 관한 자기 계발서 코너가 북적이는 이유와 비슷하죠. 하루 24 시간을 쪼개 잠자고, 밥 먹고, 일하며, 취미 생활, 연애도 해야 하는 바쁜 호모 타임스쿠스.


결국 인간들은 강박적인 시간 집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영생을 꿈꾸고, 시간을 거스르는 젊음을 얻기 위한 기술 개발, 더불어 우주로 나간 인류는 시간이 멈춰진 행성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시간을 갖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끊임없습니다. 문명의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25,00년의 여정을 책은 리드미컬하게 정리합니다.

 

 

《지도 위의 인문학》의 저자 '사이먼 가필드'는 지도 위에서 나와, 시간의 역사, 개념, 산업, 철학 등 다방면의 시간을 탐구합니다. 책에는 시간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흥미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저자의 견해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가고, 여전히 붙잡아 둘 수 없는 야속함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고 연연하지 말고 조금 더 인생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에도 당신의 소중한 인생은 과거가 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 만무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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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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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요? 아직 가까운 가족을 잃어 본적이 없어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느낄 감정이 두렵기만 합니다. 영화 〈반가운 살인자〉와 드라마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진 추리소설가 서미애의 신작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딸의 죽음을 역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발로 뛰는 취재와 탄탄한 스토리, 곳곳에 뿌려놓은 떡밥을 충실히 수거하는 믿고보는 장르작가 서미애.  이번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청소년 범죄를 얹어 페이지터너의 성격과 사회적인 메시지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로 치자면 오락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품이란 이야기인데요.

로드무비를 보는 것 마냥  시공간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밝혀지는 충격적인 결말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가의 말,  읽다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오빠의 죽음 이 후 1년 여만에 세상에 내 놓은 작품이기기 때문일까, 펜 끝에서 느껴지는 슬픈 날카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냥...... 어떤 나쁜 조건들이 우연히 한곳으로 모여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지.

마치 교통사고처럼."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3년 전 딸을 잃은 남자가 눈 앞에서 아내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시작합니다.' 대체 어디서 부터 잘 못된 걸까?' 아빠 우진은  기억을 더듬습니다.  단란한 가족에게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  부모를 잃은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 이때부터 였다고 되내어 봅니다. 그렇게 가족을 눈 앞에서 보내서 였을까요? 우진은 아내와 딸과의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모를 불안 그 자체였습니다.

 

딸 은 그렇게 열 여섯이란 짧은 나이에 숨을 거뒀습니다.  참 예쁘고 살가운 아이였는데..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았다고요. 세상에 나와 힘차게 울던 아이에게 손가락을 가져가자  뚝 그치던 첫 만남.  우진의  처음으로 죽음이 가까운 삶에서 다가온 작은 생명을 느꼈습니다. 

"진범은 따로 있다"

담당 검사는 걱정말라고 가해자 아이들은 죄값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을 죽인 사람은 따로 있다니, 우진은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처럼 얼얼합니다.

 

아내가 죽기 직전 우진에게 한 말들,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조각난 퍼즐을 하나 씩 맞춰가다보니 아내는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우진을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었습니다.


아내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어 우진은 직접 사고의 목격자, 방관자, 동조자, 진범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한편, 세영은 부모의 무과심과 답답한 현실에 도망치고 싶을 뿐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윤기가 찾아오면서 두려움이 시작되죠. 세영은 어쩔 수 없이 낯선 차에 타게 되는데요.  이로써 상관없어 보이던  두 이야기가 재수생 세영과 우진이 만나면서  전모가 밝혀집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가 그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 된 이유는 악마들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설은 부성애가 진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렇다고 신파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모두가 공범일 수 있는'침묵'을 집요하게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보고도 못 본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내 자식만 중요하지 남의 자식의 인생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종종 금수저 자식들이 친 사고에 기계처럼 합의하는 부모들과 오버랩되며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읽고 잠시 깊숙하게 '악의 근원'을 생각해 봤습니다. 성선설을 믿어왔고, 악인은  만들어진다던 견해가 살짝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허망한 죽음이었습니다. 소설 속 허구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의 몫숨도 가볍지 않습니다.


읽는 동안 특정 배우들을 대입 해 드라마틱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 우진은 정재영이 검사는 곽도원이 딸 수정은 김향기, 세영은 진지희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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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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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내 취향을 권유한다는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책 읽고, 영화 보는 것을 업으로 삼은 만큼 주변에서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그때마다 상대방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안다면 범위가 좁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취향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추천해도  추천해주지 않아도 욕먹는 일이니까요.




독특한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 읽다가 이혼할 뻔》는 달라도 너무 다른 독서 취향을 가진 부부가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고 쓴 감상문을 엮은 책입니다.  부부가 명확한 세계관을 갖춘 작가라  쉽게 접하기 힘든 아우라의 책은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함께 살아야 하는 부부에게 취향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칫 잘못된 취향을 강요하거나 드러낼 경우 이혼의 위기까지 갈 수도 있는 문제기도 하니까요.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SF 작가 '엔도 도'와 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호러 작가 '다나베 세이아'부부의 아슬아슬한 책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은 부부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해온 격투의 궤적이다."



우리나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일본의 방대한 장르(책 속에는 번역되지 않는 책이 더 많음), 독서를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성을 확인하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 극장 관람 관객 2위인 만큼 영화를 추천해주고 리뷰를 쓴 책이 나오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영화감독과 배우 부부, 작가와 감독 부부 등 재미있는 소재가 아닐까요?


남편은 SF 작가답게 SF 소설, 수학, 과학, 실용, 경제경영, 뜻모를 종이접기 (?) 등 다양한 분야를 추천합니다. 그에 비해 아내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공포, 호러, 오컬트, 괴담 등으로 범위를 한정 짖는데요. 아내는 감상문이 책에 대한 것이 아닌 일상이나 개인사가 반인 삼천포로 빠지는 바람에  사생활과 일본 사회를 알게 된 뜻밖의 행운도 얻습니다.

 한 가지 뭉클한 점은 투덜거리면서도 읽고 쓰고 아내의 취향을 존중하는 남편의 글에서 배려가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 하지만 남편도 읽는 독자가 민망할 정도로 타박하는 소심한 복수(?)도 마다하지 않아요. (역시 취향 확실한 부부)

 

 

취향은 철저한 개인의 성향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죠. 때론 상대방을 잘 안다고 여겨 추천한 책(영화)도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가끔  상대방이 '니가 추천한 책(영화) 쓰레기였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역시나, 추천은 쉽지 않군'이란 생각이 앞서 소심하게 '다음은 없어!'라고 다짐하는 날들이 이어지지만요.


 


서로의 글을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는 철칙에도 불구하고,  강요와 압박,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 속에서도 사실 이 부부가 얻은 최종 결과물은 '상대방의 이해'였습니다. 살면서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할지 고민해 보는 책입니다. 단순한 독서와 감상평이 이 부부를 엮어 주는 끈끈함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이해와 관용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꼭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로는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으면 그만. 그것은 독서, 영화, 운동, 음식 등 일상을 떠나 어떤 것으로 치환되고 가능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되지 않을까요?

 

​끝으로 재미있는 점은 일본 작가 부부가 썼지만, 한국 번역가 부부가 번역했다는 평행이론.  책 뒷부분에 수록된 '번역하다가 이혼할 뻔'도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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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 - 우석훈의 국가발 사기 감시 프로젝트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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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가 전하는 국가의 사기극의 전말. 이 책은 지난 시간 동안 집값, 주식, 다단계, 광고, 신용등급 등 실생활에 연관된 주제부터 이념,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 4대 강까지 다양한 모습의 국가 사기 프로젝트를 추적한 사회경제학 보고서입니다. 국가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가의 사기》는 낱낱이 꼬집어 줍니다.



국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파이를 키워왔습니다. 전문성이 높아진 만큼  비밀도 더 많아졌는데요.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운영할 것이라던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 이론은  불가피하게 '케인스'의 수정주의로 전환 된 것처럼. 불황이 지속되면 정부가 개입하여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케인스의 주장은  전 세계의 금융 파장을 낳았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가의 개입의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국가가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관행이 되고,

한번 그렇게 자리 잡은 것은 고치거나

개선하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이제 거대 괴물이 된 국가는 갖은 방법을 동원 해 사기를 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앞에 시민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이 같은 책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수동적이던 국민이 능동적으로 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의문들 제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니까요.



얼마 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2017년 보다 16.4% 큰 폭으로 오르며 7,530원이 되었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등 잘 사는 나라들은 최저임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굳이 재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기본 삶이 보장되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이런 나라들이 선진국이지 최저임금과 GDP가 올랐다고 우쭐 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이 상승 소식에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하는 현 상황을 우석훈 저자는 최저임금의 중간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뛰어오른 최저임금을 억누르면서 버티는 단계가 끝나면 최저임금제가 아예 필요 없는 단계가 된다고 합니다. 과연 그 단계가 된 날이 오긴 할까요?

 


 

국가 주도 '선진국 대열 합류'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동원된 국민들은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습니다. 국가는 알코올, 도박, 마약, 게임을 4대 중독이라 부르며 자제하라고 경고합니다만.  가장 조심해야 하는 주식투자의 위험성은 묵인하고 있죠. 국가는 주식하는 국민을 원하고, 대부업으로 대출을 방임하며, 신용등급으로 자식의 출발선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약간씩 계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평가의 경우,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서 너무 가혹한 계급 현상이 벌어진다. 그리고 앞으로 개인의 삶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질수록, 출발지점에 있었던 이 약간의 격차가 삶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져갈 것이다. 신용 계급사회, 어느덧 삶의 구조가 되어버렸고, 우리는 이미 그 안에 깊이 들어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계급, 국가의 거짓말이 충격과 공포를 안깁니다. 알고 당하는 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낫습니다만. 이제 조금이나마 알았으니 덜 당할 것 같은가요? 솔직히 아닐 겁니다. 국가는 또 다른 이름으로 거짓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망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은 미비하게나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고, 민초들의 힘은 약하지 않다는 것이겠죠. 


정말 다행인 것은 사람을 때리는 국가에서 사기 치는 시대를 지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긴다면 (아마도) 성숙한 자본주의가 기다리고 있을 거란  희망적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저자는 지금보다 한 발 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과 제도를 한 번쯤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젠가 튼튼하고 건강한 시민경제를 위한  우석훈 저자의 고발과 해법이 쓸모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머지않았을지 기나긴 터널의 끝처럼 보이지 않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요. 대한민국의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국가의 이름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 《국가의 사기》는 그 어떤 불륜 드라마보다 발칙하며, 어떤 강의보다 유익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이 다칠까 에둘러 말하는 희망고문보다 상처받을지언정 따끔한 충고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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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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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 있으세요?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대체 쟤네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말을 할 줄 모르는 동물들도 가끔 의사 표현을 할 때가 있는데요. 사실 인간들은 짐작만 할 뿐 사실 정확한 소통은 어렵기 때문에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고양이 낸시》부터 꾸준히 동물을 주제로 가슴 찡한 이야기를  엮어 내고 있는 '엘렌 심'의 웹툰 신작 《환생동물학교》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분이라면,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컷들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환생동물학교》는 말 그대로 반려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동물의 기억과 습성을 버리고 인간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종(種)이 다른 동물들이  서로의 상처와 습성을 천천히 이해해 가는 성장 만화이자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만화입니다.

입마개를 해야 마음이 편한 하이에나, 레이저 포이트를 주술 막대로 여기는 샴고양이, 공놀이에 흥미가 없는 골든 리트리버, 혼자 화장실에 못 가는 소심한 셰퍼드, 혼자 남아 있을 주인을 걱정하는 반려동물들은 착한 심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사랑스러움이 인상적입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동물들을 통해  배워 갈 수 있는 행복한 작품인데요. 깔때기를 쓴 친구가 무안해 할까 봐 반 친구 모두가 깔때기를 쓴 모습이 퍽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게 되는데요. 차이를 인정하는 방법을 학교부터 제대로 가르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가장 어려운 반이라는 AH-27에 새로 부임한 신임 선생님이 7명의 학생들을 돌보며 교육하는 과정은 재미와 뭉클함을 선사합니다. 외모, 이념, 성별 차이를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를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기다림의 미학. 선생님은 어떤 일에도 서두르지 않고 관조하며, 천천히 스스로 바꿔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런 선생님의 교육방식은 가끔 서툴기도 합니다. 레이저 포인트의 진실을 알려 줄 때  쯔앙은 평생을 믿어 온 믿음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슬픔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마법의 빨간 점을 주술막대로 생각하던 쯔앙이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고 충격에 빠지죠.  선생님은 이 난감한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할까요?


비록 지워야 할 동물로서의 습성인 쥐돌이 잡기, 뼈다귀 물어뜯기, 신발 물기 등이지만. 때에 따른 적절한 허용은 치료약이 되기도 합니다.  천천히 ,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장.   어떤 사람도 완벽한 삶을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한  성장하는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사실은 공놀이보단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난 더 좋은 것 같아.
이상하지? 강아지인데 공놀이를 별로 안 좋아하다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린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해!"

​인간과 잘 어울리고 믿음직한 성격 탓에 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받는 골든 레트리버의 성정이 드러나는 컷. 마음이 아프고 찡해지더라고요. 강아지임에도 불구하고 공놀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말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이런 블랭키가 공놀이를 좋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같이 도와주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철저히 자신을 옭아매고 피곤하게 살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 순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에게 책은 나와 당신을 돌아볼 여유를 선사해 주는데요. 부디 만화책을 보는 만큼이라도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네이버 월요 웹툰 '환생동물학교'의 단행본을 구입한 독자분들에게 2종 스티커를 드립니다. 심쿵유발 반려동물들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졌다면  이번 기회에 소장해보는 건 어떨까요?  항상 우리 곁에서 함께 웃고, 울어주는 반려동물을 더 사랑해볼 수 있는 만화책! 수줍게 우리 곁에 오고 있는 3월의 봄처럼 앙증맞은  《환생동물학교》로 3월 독서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참고로 '엘렌 심'이 참여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일러스트도 감상해 보세요. 매직 캐슬에 사는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무지개 어드벤처가 얼어붙은 당신의 마음을 녹여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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