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지 않습니다 - 치사하게 추가수당 주지 않고, 야비하게 직원 해고시키고, 무책임하게 실업급여 주지 않는 회사에 결단코 당하지 않는 소설 노동법
김영호 지음 / 카멜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도 아닌 현 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입니다. 얼마 전 모항공사 마님의 인신공격과 폭행까지 서슴지 않으며 돈과 권력의 지위를 남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모 회사의 회장님은 황제처럼 직원들에게 동물을 죽이거나, 잔인한 행동을 시키는 등 마음대로 부리기도 했죠.

조선시대 이야기 같다고요? 아닙니다. 버젓이 21세기 2018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입니다.



자본주의의 세계. 그 적자생존의 냉정한 세계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건 예의다. 문서로 남지 않은 합의는 쉽게 갑질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당하지 않습니다》는 부당하게 해고당했거나, 임금이 밀렸거나 받지 못한 사람, 추가 및 주말 수당을 받지 못한 사람, 연차수당, 육아휴직, 출산 휴가를 맘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입니다. 아르바이트생부터 계약직, 임시직, 직장인 대다수가 잘 몰랐던 권리를 지키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공인노무사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대학에서 노동법을 강의하는 외래교수로 학생들과 나눈 사례들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리고, 힘없다는 이유로 갑의 횡포에 무방비로 당해야만 했던 을이 알아야 할 노동법의 기본과 사례를 소설의 형태로 각색했습니다.


노동법이라고 해서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거리감이 좁혀지는 계기가 되는데요. 서연, 민주, 민기, 한신의 네 명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노동법에 담았습니다. 사례에 맞게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는 쉽게 배울 수 있는 노동법을 알립니다. 

법은 인간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힘 있는 자에게 유리하도록 법은 개정되고 만들어졌습니다. 어렵고 까다롭다고 해서 알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닙니다. 주는 대로 받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전근대 시대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알면 이길 수 있고, 당하지 않습니다. 함께 외치면 세상이 바뀝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에 몸서리치는 경험을 했다면 참지 말고 공부하고 연대하세요. 세상은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두드리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스테판 말테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도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동물농장서문에서-


1984》, 《동물농장》 등으로 시대를 앞서 풍자와 해학을 말하던 작가 '조지 오웰'은 4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어떠한 전기도 쓰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하는데요. 살아생전 생계를 위한 글쓰기를 한 탓에 많은 작품이 남아있지 않아 안타까움이 배가 됩니다.

그에 대한 억측과 궁금증이 난무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 걸까요? 프랑스의 교수 '스테판 말테르'는 그에 대한 평전을 씁니다. 그렇게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조지 오웰은 영국 식민제국의 경찰, 홉 따기 일꾼, 접시 닦이, 서점 직원, 막장 광부, 임시 교사, 농사꾼, 잡화상, 방송작가, 종군기자 등 수많은 직업을 가졌습니다. 스스로 가장 낮고 어두운, 위험한 체험을 통해 글을 토해낸 사람. 책은 조지 오웰이 시대의 작가로 살아간 이야기와 신념을 추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1903년 영국 식민지 인동 동북쪽 벵골의 '모티하리'에서 둘째이자 유일한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블레어 가문의 '에릭 아서(에릭 블레어)'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으며,  1930년 즈음  필명 '조지 오웰'을 쓰기 시작했죠.  모험과 취미, 태어난 곳이자 정체성일지 모를 인도, 보좌 신부가 꿈이었던 한때, 생을 마감한 스코틀랜드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상황은 그를 이해하는 끈이 됩니다.

SF의 고전이라 할만한 빅브라더의 탄생 《1984》은 영국 명문 '이튼 학교'에서 만난 '올더스 헉슬리' 때문입니다. 그 후 경찰이 되어 버마로 발령받아 제국주의의 부품으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실제 종국 기자로 전쟁터를 누비다 총상을 입기도 한 삶을 살았기도 합니다. 그 후 마치 사명을 받은 듯 자신이 세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작가의 첫째 의무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잘 보존하는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거나 이런저런 불길한 영향력을 본의 아니게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핑계로, 거짓말을 하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왜곡하도록 강요당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와 병행해서, 나는 완전히 비정치적인 문학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특정한 입장에 서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거나 바람직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생계형 글쓰기를 이어오다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우화소설 《동물농장》으로 뒤늦게 유명해진 조지 오웰. 결국 운수 좋은 날처럼 《1984》를 쓸 무렵 폐결핵에 걸립니다.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사라져야 하는 아이러니한 운명. 저자는 짧은 생애 동안 존재감 있는 작품을 토해낸 조지 오웰을 평생 빅브라더와 싸우며 보낸 청춘이라 말합니다.

작가는 그 시대의 문제점과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된 처사나 말도 안 되는 일을 알고도 침묵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숙명을 거스르는 것이겠죠. 조지 오웰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낮은 목소리와 작은 집단 속에 머물렀습니다. 소외된 하층민의 삶을 직적 겪으며, 본성과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느꼈을 겁니다.

이렇듯, 시대를 앞서간 작가는 시대의 작가가 누릴 호사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는 평생을 소외된 자들의 투쟁과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 일찍 찾아온 병마와 싸우며 보냈습니다. 조지 오웰을 이끌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불평등, 부정부패, 이념 대립, 차별, 전쟁 등  아직도 시끄러운 세상에 당신의 책이 그토록 읽히는 이유겠지요.

참, 조지 오웰의 이름에 대한 뜻을 전하지 않았네요. '조지 오웰'이란 이름은 스스로 삼은 필명이며, '오웰'은 잉글랜드 동반부위 서퍽 지방을 흐르는 강 이름입니다. 평소 이 강을 좋아했으며 조지 오웰이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이라 택했다고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년시절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죠? '떼끼! 자꾸 울면 망태 할아버지 보고 잡아가라고 한다!'라고요.  본적도 없는 망태 할아버지를 겁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새 아이들은 아마 핸드폰 금지가 더 먹힐지도 모르지만, 무형의 공포심을 건드린단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 분야에 성공하려면 어릴 적부터 덕후여야 하는 걸까요? 유년시절부터 괴담과 호러 작품을 좋아한 '사와무라 이치'는 커서 호러소설 작가가 됩니다.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을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작을 세상에 선보였는데요. 소문대로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간의 연결성, 가족의 사랑과 인류애(愛)의 메시지뿐만 아닌,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는 페이지터너로 손색없는 소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화 소식도 들려오네요. <고백>,<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한 영화 <온다>로 만날 볼 수 있겠습니다. '츠마부키 사토시', '오카다 준이치', '고마츠 나나'등이 출연한다고 하니 믿고 보는 일본 호러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보기왕의 비주얼이 상상이 됩니다.


소설은 방문자(다하라 히데키), 소유자(가나), 제삼자(노자키)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세 섹션으로 구성되며, 같은 상황을 다양한 입장으로 전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감정, 상처주는 언행일 수 있으며 편향된 시각과 이기심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두려움을 양성하는지 알 수 있죠. 보기왕은 이런 관계의 빈틈을 찾아 찾아온답니다.

그것이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안에 들여선 안 돼


어릴 적 할아버지와 단둘이 있던 집에 이상한 것이 찾아온 후 20년간 '다하라 히데키'를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그것. 성년이 된 히데키는 아내 가나와 예쁜 딸 치사와 가정을 꾸렸습니다. 히데키는 결혼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에 들떴고, 딸아이가 태어나자 열심히 육아 모임도 나가며 정성을 쏟죠. 그러나 그것이  다시 단란한 가정을 찾아오며 일상을 잠식해 갑니다

자신을 찾는 손님 방문을 전한 후배 '타카나시'의 원인불명 병환, 전화나 이메일로 계속되는 괴이한 일의 반복. 시달리다 못한 히데키는 민속학자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호러소설가 '노자키'와 영매사 '마코토'를 소개받죠.  과연 이 가족은 보기왕의 저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물었더니 할아범이 말하기를 산에 살면서 가끔 마을로 내려와 사람의 이름을 부른데 대답을 하면 안으로 들어와서 데려간다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대나무나 골짜기의 열매를 먹고 겨울에는 마을로 내려와서 응애응애 울고 다닌다 옛날부터 산에 살던 요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까 자고 있을 때...... "


보기왕이 부르면 절대 대답해서도 집 안으로 들여서도 안됩니다. 그것이 산으로 가자고 하면 절대 따라가서도 안되며, 혹여 보기왕에서 물렸다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내 이름, 가족관계 등 개인 정보를 갖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보이스피싱이 보기왕의 현대 버전은 아닐까요?


보기왕의 기원은 서양의 부기맨이라는 발상,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들려올 때 이 부기맨도 대륙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일본에 왔다는 설정입니다.  아즈치모모야마시대, 유럽에서 전해진 부기만이라는 말을 에도시대에 '보기마'나 '부기메'라 불렀고, 이것이 변해 '보기왕'이 되었다는 거죠. 이는 단순히 한 지방의 전해내려오는 무서운 민담을 믿을만한 근거로 바꾸는 요소가 됩니다.

 

 


 

영화 <할로윈>에서 나오는 부기맨, <렛미인>의 뱀파이어, <그것>의 페니와이즈 나온 다수의 귀신들과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리함이 보입니다. 터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불러서는 안되는 이름. 들어가서는 안되는 장소, 해서는 안되는 행위를 할 경우 파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공통된 주제관입니다.


그중에서도 《보기왕이 온다》는 잊고 싶었던 기억, 내면 밑바닥의 공포를 건드립니다. 그 공포를 좀 먹고 자라난 마음은 어떤 수법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기에 주목하는 소설인데요. 일본의 구절 설화와 서양의 부기맨을 결합해 그럴듯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냅니다. 아주 영특하고, 치밀하고, 기괴해서 읽는 동안 눈앞에 보기왕의 이빨이 보이는 듯합니다.

 

언젠가 우리 집에 '저기요~ OO 씨 계시나요?' 라며 낯선 방문자, 택배기사님, 종교인 등이 찾아온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보기왕이 당신의 두려움을 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점점 추워지는 날씨,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데요. 이럴 땐 어떤 이유에서건 마음에 불씨가 되는 이야기에 유독 끌립니다. 

《당신이 남긴 증오》는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현대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는 책입니다. 열여섯 흑인 소녀 스타의 눈에 비친 백인 사회는 뚫기 어려운 유리천장입니다. 아무 잘못 없는 사람도 피부색과 출신지에 따라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해 버리는 세상. 그날 내 친구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어야만 했습니다.

책은 흑인 인권을 주장하던, 흑인 폭동이 한창이던 시대도 아닙니다. 2009년 무장하지 않은 흑인 소년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저자 '앤지 토머스'는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냈죠.  친구의 시신은 거리에 방치되었고, 이 사건은 흑인이란 이유로 가해자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버립니다. 과연 스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 낼지가 주목되는 소설입니다.


소설이지만 격한 분노와 슬픔, 묘한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는 현재도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이민자가 만든 미국이지만, 미국 내 백인 우월주의는 날로 깊어졌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유튜브만 검색해도  동양인, 아랍인, 흑인이란 이유로 차별받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세계적 커피숍에서 범죄자로 취급받거나 몇 시간씩 구금을 당하기도 한 사례, 그보다 더한 폭행도 살인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거죠?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렇단다. 우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럼 저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네요."아빠는 가만히 날 쳐다보았다. 난 아빠의 눈 속에서 갈등을 보았다.
(중략)
하지만 이건 비단 나와 칼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 관한 거다. 우리 모두. 우리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 우리처럼 느끼는 사람들, 나와 칼릴을 모르지만 우리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 말이다. 내 침묵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P176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한 소녀의 목소리로 과하거나 흘러넘치지 않게 감정을 조절한다는 겁니다. 어린 소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작은 불씨가 되어 모두의 마음을 분노, 슬픔, 감동으로 훈훈하게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펜은 칼보다 진합니다. 문화적인 소설, 영화, 음악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소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힌 소수자를 위한 외침입니다. 무언가를 읽고(보고, 듣고) 침묵했다면 당신의 행동은 암묵적인 동의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책은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100만 부를 돌파하였습니다. 2017-2018년 연속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타임지 선정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면 새롭게 쓰이는 고전이라 할만합니다. 21세기 폭스에서 영화화되었으며 영화 개봉에 앞서 원작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여성이라면 으레  찾아오는 생리를 맞습니다. 월경 전후 증상과 더불어 심하게 솟구치는 감정 기복은 때론 내가 아닌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아프고 불편할 거면 생리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바람처럼 생리가 뚝 끊어진다면 어떨까요?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여성의 몸은 다양한 현상을 급작스럽게 겪습니다. 일단 에스트로겐 수치가 줄어들면서 식은땀, 불면증, 우울증, 단어 망각증, 감정 기복 심화, 전신피로감 같은 극심한 변화를 맞죠.

저자 '마리나 벤저민'은 서서히 다가오는 완경(책 속에서는 폐경이라고 하지만 완성되었다는 의미로 완경이라 쓰겠음)의 신호도 없이 자궁적출 수술로  공격을 받았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찾아온 완경은  50에 맞은 중년이란 이름처럼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호르몬 섭취나 성형수술로 우리 몸을 바꿈으로써 시간의 힘을 물리치고자 하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노화를 낮추고 막고 감추려 하는 것은 오히려 중년 여성에게 해로울 수 있다. 그런 노력을 멈추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 받아들이는 순간에 우리는 아디 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수혜자가 된다. "                                                                                                                             P 111
 


일단 작가로 살던 삶에서 글쓰기는 힘겨웠고,  그즈음 아버지의 죽음으로 더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극심한 상실감이 찾아올 무렵,  미러링 하듯 딸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하죠. 사춘기는 2차 성징과 더불어 마음도 아름다움이 꽃 피는 젊음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가족의 상실과 인생의 주연에서 조연이 된 것 같은 우울감에 소외감을 느낍니다. 남편은 나와는 다르게 변함없이 젊고 열정이 넘쳐 보이는데, 나는 호르몬 영향인지 모든 일에 무기력합니다. 1년여 동안 에스트로겐을 처방받으며 가까스로 이성을 찾아 서서히 몸과 마음을 적응해 갑니다. 그렇게 벤저민은 자아를 찾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중년, 잠시 멈춤은 그녀가 50이 될 무렵, 수술로 인한 신체의 변화, 마음의 변화 중년이란 이름으로 살아간 날과 살아가야 할 날은 낱낱이 적어내려간 에세이입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언젠가 찾아올 징후들을 미리 경험하는 것 같아 이색적인 독서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몇 해전 갱년기가 찾아왔던 엄마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주지 못함을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노화를 막을 수 없다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성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누구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습니다. 중년, 언젠가 찾아올 내 인생에도 완경은 내리막길이 아닌 터닝포인트가 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책은 중년, 번 백 살(50살)을 앞둔 여성이나, 폐경 완경을 맞은 여성, 혹은 이즘의 엄마가 있는 자식세대가 본다면 갑자기 변한 엄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중년 여성의 몸과 마음은 좀처럼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치여, 혹은 짬을 내서  커리어를 쌓느라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중년 여성의 자아 찾기를 응원합니다! 당신이 있어 우리 가족이 행복했던 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