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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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뇌는 바쁘다. 자는 시간을 쪼개 일, 공부, 그것도 아니라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쉼은 없다. 휴식이 무엇인지 까먹었을지도 모른다. 늘 휴식이 필요하다 말하다가도 혹여나 게으름을 피우는 게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병에 걸린다.

 

 

따라서 늦기 전에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도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 휴식은 행복을 늘리기보다 더 일을 잘하고, 나를 돌보기 위해 필요하다. 즉 일과 삶의 더 나은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휴식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편리하긴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더 쉬는 게 어려워졌다. 휴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업무와 알림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과연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걸까?

 

 

이 책은 못 쉬는 현대인의 쉼에 대해 논한다. 제발 쉬자고 매달리는 요청이다. 135개국의 1만 8천여 명이 참여한 '휴식 테스트'라는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구자 그룹에는 역사가, 시인, 예술가, 심리학자, 뇌과학자, 지리학자, 작곡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10위부터 1위까지 거꾸로 밝히며 시작한다. 당신의 휴식은 몇 위에 있는가.

 

 

사람마다 휴식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정의하자면 이렇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하는 한가하고 편안한 활동 전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휴식은 고대 영어 'raeste'는 'rasta'라는 고대 고지독일어와 'rost'라는 고대 스칸디나비아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휴식'외에 '수 마일의 거리를 온 뒤의 휴식'을 뜻한다. 계속 쉬기만 하면 진정한 몸과 마음의 휴식이 아닌 거다. 활동 뒤에 찾아오는 쉼의 시간, 그게 바로 진정한 휴식인 셈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자면 분주한 일정을 쪼개고 이동해 수행하고 휴식과 놀이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는다는 것! 이제 좀 휴식에 대해 감이 온다.

 

예상 가능했지만 독서가 이 실험의 1위였다. 독서는 긴장을 푸는 경험이자 색다른 휴식 활동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독서가 일인 사람은 논외로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1위 독서는 쉼이 아니기에 다른 휴식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독서에 적용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책은 읽는 속도와 멈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행위다. 캐릭터나 상황을 내 마음대로 그려볼 수 있어 상상력이 배가 된다. 지루한 부분은 건너 뛰고 흥미로운 부분은 집중하는 몰입감이 휴식의 경험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작가가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 책의 내용에 이입한다. 소설이 아닌 비소설 분야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행위기 때문에 3위인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도 일조한다.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혼자이고 싶은 아이러니한 인간. 군중 속 고독을 즐기는 자가 성공한다.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사람은 자아 정체성 성립뿐만 아닌, 결정 능력 향상과 복잡한 관계의 거리두기를 형성한다. 누군가가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내버려 두라. 동굴 속에 들어가 며칠을 있다고 하더라도 꺼내지 말고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독서가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독서 덕에 독자가 자신이 사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 문제를 뒤로 제쳐둘 수 있고 몰입하던 생각 또한 어느 정보 벗어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세계와 분리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이로써 독서는 주의를 돌려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독서 중 잡념에 빠진 상대에서도 자신의 삶을 곰곰이 생각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제공할뿐더러 언제 어디서나 외롭지 않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준다. 책을 읽는 정적인 활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의뢰로 크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새기고 유추하며 생각하며 뇌를 활성 시키고, 가만히 앉아 때로는 누워) 같은 자세로 읽어 눈, 목, 어깨, 허리의 통증을 동반한다. 지극히 몸도 편한 상태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순위의 것보다 하는데 노력이 덜 들고 잡념을 사유의 재미로 바꾸어 준다.

 

 

그렇다고 잡념이 나쁜 건 아니다. 8위를 차지한 '잡념의 놀라운 능력'은 느슨하고 게으른 행위 자체를 기쁨으로 간주한다. 목적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상, 몽상, 잡생각은 모두 두뇌 회전을 돕는 아이디어 창고다. 7위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을 즐기며 시시콜콜 하루에 일어났던 일들과 잡생각을 즐겨 해보라. 목욕이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욕망을 충족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고 노곤해진 몸의 피로를 목욕물에 씻어 내면 그만이다. 숙면과도 연결된다.

 

산책을 하고 목욕을 하는 것도 좋겠다. 거기에 좋아하는 음악으로 화룡점정을 찍어보자. 휴식이 필요하다고 몸과 마음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쉽게 책상을 떠나지 못하는 일 중독자에게 산책만큼 쉬운 일이 또 있을까. 최대의 장애물인 죄책감을 씻어 내는데 산책만 한 게 없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일종의 잡념) 산책은 최고의 휴식이다. 그냥 걷기만 해도 새로운 생각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영감으로 일의 능률이 오른다. 다리는 펴고 걷는 것이 다리를 웅크리고 쓰지 않는 일보다 쉽다. 걷는 행위의 반복적인 리듬은 몰입의 경험을 준다. 올해 추석 연휴에 다양한 휴식을 체험하느라 바빴다. 내게 맞는 쉼을 알아보기 위해서 고분분투했다.

 

그렇다면 내가 5일의 추석 연휴 동안 선택한 휴식법이 무엇일까. 산책, TV 보기, 독서, 목욕 중 제일 좋았던 것은 '넷플릭스와 친구하기'였다. 무궁무진한 콘텐츠 사이에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몰아보기 신공으로 어떤 시즌도 격파하기 좋다. 손안에 휴대폰과 와이파이만 있다면 끝! <보건교사 안은영>과 <래치드>시즌 1을 끝냈다.

 

 

저자는 텔레비전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사용하라고 말했다. 여럿이 같이 봐도 좋고, 혼자 보면 더 좋다. 의무도 불안도 느끼지 않는 최고의 진정제라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이 나 문화 형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고, 머리를 쓸 필요도 없다. 다만, 밤새워서 모든 일을 TV(컴퓨터, 스마트폰)에 쏟아부어서는 안되겠다. 즉시 인입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자신만의 룰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책은 무조건 잠을 많이 몰아서 자기, 8주짜리 마음 챙김, 템플스테이 참여하기, 산책하기, 음악 듣기, 영화 보기, 독서 등.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강요에 의해 하라는 게 아닌, 자신에게 힐링이 된다고 느끼는 활동을 휴식이라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진정한 휴식이 된다. 휴식 결핍 시대, 휴식의 본질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일하느라 바빠 어떻게 쉬는지를 모르겠는 어른들에게 슬쩍 건네 보는 것도 좋은 추석 선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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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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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많다. 새삼 느끼지만 이동 제한을 받다 보니 국내여행이 절실해진다. 이마저도 못하게 될까 봐 마음이 바빠진다.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까.

 

 

책은 우리나라에 숨겨진 명소를 찾아 떠나는 방구석 여행서다. 비록 가보지 못하는 처지라도 책으로 대신 다녀온 것 같은 현장감과 저자의 인문학적 견해까지 어우러져 꽤 지적인 집콕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인증샷과 먹방으로 마무리되는 여행을 더 알차게 만들어 준다.

 

 

사실 숨겨진 명소를 알려준다는 책의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 유명한 곳이 많아 당황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반복하는 뻔한 설명이 아니란 게 장점으로 승화된다. 어쩐지 개정판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홍쌍리 매실을 좋아해서 눈이 번쩍이는 여행지가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4호로 지정된 홍쌍리 명인이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에 언젠가 가보고 싶었단 말이다. 고추장 매실, 매실 장아찌가 너무 맛있어서 말이다. 지금은 전 국민의 관광지가 된 '매화마을'은 23의 밀양 아씨 홍쌍리가 전라도 광양 산골마을로 시집오며 시작된다. 바야흐로 1965년이다. 연고 없는 동네에 와 그리움과 슬픔으로 지새다. 시아버지가 심어둔 매화나무를 늘려나갔다.

 

 

하얀 매화꽃이 아름다워 45만 평 동산의 잡초를 뽑아 5년 동안 매화 동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외로웠던 홍쌍리는 시아버지와 시숙부가 빚을 져 45만 평 땅을 빼앗겼을 때도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갔다. 빚더미에 앉아 있던 시절 매화 동산을 찾아 예언처럼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신 법정 스님과의 인연도 소개된다. 반드시 잘 될 거라는 이야기는 섬진강에 자리한 매화 마을을 굳건히 지킨 '홍쌍리' 명인의 약속과도 같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촬영장이 있기도 하다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1900년 경 예천에 삼강주막이 있는데 주막 벽에 부지깽이로 금을 그어 표시한 외상장부의 흔적이 있단다. 글 모르는 까막눈이 주모가 남긴 유일한 벽체 외상장부다. 어떻게 그 많은 손님을 기억하는지 주모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 정말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주인공 주모는 6.25 때 남편을 잃고 홀로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주막에서 일했고, 2005년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구조도 재미있다. 방과 방 사이 문이 많았다. 방 2개에 문이 무려 7개인 곳도 있었다고 한다. 혼자 일하는 주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가 신기했다. 시간 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표시해 두었다. 대포 한 잔에 도토리묵 한 접시를 먹고 "여기 주모, 외상!"을 외쳐보고 싶은 곳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취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코로나 때문에'를 반복하며 우울해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랜선 여행도 인기지만 서가 여행(책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거기에 인문학적 정보까지 덤으로 얻는다니, 좋지 아니한가!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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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웅 -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가 전해주는 삶의 마지막 풍경, 개정증보판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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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족들이 염습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풍습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깔끔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수의까지 입혀놓고 편안한 모습으로 작별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뒷모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가족들이 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고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은 이들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해 주길 원하는 것이다. p233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고 영원을 꿈꾸거나 젊어지고 싶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평하게 죽는다. 죽음은 삶과 늘 맞닿아 있다. 오늘 건강하던 사람도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죽고 나서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듯. 인간은 오늘도 발버둥치며 삶을 살아낸다.

 

 

심은이 저자는 국내 첫 여성 장례사다. 그동안 본인 손으로 보내드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녹여냈다. 그동안 다양한 독자에게서 주옥같은 후기를 첨부하고, 장례지도사의 궁금증을 더해 5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20대에 처음 일을 시작해 19년간 일하면서 후회한 적이 없다는 저자. '강연 100℃'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장례지도사 일을 하며 겪었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대기업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럭에서 살면서 안 만나고 싶은 사람(?) 편에 나와 장례지도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개정 증보판에는 세월호 사고에서 느낀 소회도 추가되어 먹먹함을 더한다.

 

 

감전, 화재, 욕창, 자살, 원인미상, 부검, 교통사고 등 사인도 다양하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대하는 태도는 매한가지다. 고인의 마지막 길, 살뜰한 배웅은 장례지도사의 큰 자질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런 일을 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모두가 꺼리는 시체를 만지고 보듬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 호기심일 것이다. 의연한 척하지만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한다. 저자는 예부터 잘못 전해 내려오는 장례 풍습을 고치고, 낡은 장례 문화를 좀 더 인도주의 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입관이 끝난 뒤, 유가족에게 상복을 내어 주는데 고인의 딸이 내 손과 맞닿는 게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순간 당황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만진 손인데, 단지 숨이 끊어진 어머니의 몸을 만졌다고 해서 그렇게 몸서리를 칠 수 있는 것일까." p23

 

 

간호조무사로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아픈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데 놀랐다고 한다. 매번 최선을 다해 고인의 마지막을 도와주는데도 자신의 손길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도 털어놓는다. 자기 부모를, 연인을, 자식을 만진 손이 무서운 건지, 더러운 건지,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미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다. 인공지능에 관한 분야,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성이 큰 예술 분야나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직업은 사장되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장례지도사'가 있다. 행복한 죽음 생일과 결혼으로 태어남과 제2의 신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마지막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정한 웰다잉, 웰빙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닌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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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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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사랑하는 사람의 품이 고프다. 저녁노을이 지는 모멘트를 담은 듯한 표지와 파스텔톤의 삽화가 마음을 간질인다. 참 오래 연애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쁘게 사느냐 그 감정을 잊은지 오래다.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는 연애의 참견 고민정 작가의 첫사랑 에세이다. 일기 같기도 하고 긴 시 같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사연에서 영감받아 쓰인 이야기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내 이야기 같아 공감 간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한 커플의 연애담처럼 느껴진다. 처음 만나 좋았고, 슬펐고, 다투면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사랑의 모양이 제 각각이듯 이별의 방식도 여러 가지다. 10년간 연애하고 한 쪽이 변해버린 마음. 그 무엇으로도 붙잡을 수 없는 야속한 마음이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하다지만 이별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관계도 연습이 필요하다지만 이별은 할 때마다 아프고 힘들어 극복되지 않는다. 그만 늘 그렇듯이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순간도 끝은 오고 식지 않을 것 같은 감정도 무뎌지는 때는 오더라. 그렇게 또 한 페이지가 넘어감을 스스로 응원하는 것. "

p123

 

언제 연애가 마지막이었는지 까마득한 마음에 작은 불씨가 들어왔다. 오늘은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가슴 아프고 절절한 멜로 영화를 볼까 보다. 그래, <노트북> 다시 보기로 정했다. 아니다 <라라랜드>를 볼까? 깊어가는 가을의 밤 어디선가 잘 살아가고 있을 무명씨를 위해 행복을 빌어 줄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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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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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말 한마디에 서운해질 때가 있다. 상대방은 그런 의도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도 (알아도) 상하는 기분을 곧바로 회복할 수 없다. 그럴 때는 일단 바로 앞에서는 최대한 감정을 숨긴다. 집에 가서 이불킥하고, 데스노트에 적어 놓더라도 일단을 그 앞에서는 참는다. 세 번까지는 참아준다. 그 이후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다. 베스트셀러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썼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사례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얼굴을 들이미는 인정욕구, 자존감, 우울감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정신과 의사답게 참고할만한 답을 어느 정도 내준다. 그 부분이 좋았다.

모든 것을 인증하는 소위 '인증 세대'의 사람들이 피곤한 이유를 알았다. SNS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우울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감정을 속인데 좋은 이야기, 밝은 이야기만 한다. 그럴수록 겉바속축.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축축한 마음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인정 욕구를 지나 인증 욕구가 큰 사람들을 상담하며 완벽쟁이 히스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밝고 성격 좋은 사람으로 비치는 것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애써 잘 지내는 척하다 마음의 병이 든다. 그리고 부케, 부계정을 만들어 속 편히 하고 싶은 말이나 날것의 모습을 털어놓는 것이다.

이를 두고 카를 융은 자기 인생의 B 컷을 마음 놓고 전시해도 되는 '테메노스(심리적 그릇)'라고 했다. 일종의 자기만의 방으로 열등감이 충만한 자기가 마음 놓고 풀어질 수 있는 대나무 숲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무지와 실수는 잘못이 아니다. 그동안 타인이 싫어할까 봐 숨겨왔던 열등 페르소나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당신 어깨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는 메시지가 있었다. 관계에도 적당한 '선'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그 선을 넘은 행동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 하물며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선이나 타인이 내 영역에 침범했을 때 대처해야 할 방법들은 제시한다. 그 선을 넘었을 때 상대방이 "유난 떨지 마라. 지나치게 예민한 거 아니냐"라고 화를 낸다고 해서 상처받지 말자.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로 응수해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 의사를 표현하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말고 말아야 한다는 개념을 탑재하는 거다. 타인의 무례함이 나의 예민함으로 둔갑되고, 그들의 파렴치함이 나의 무개념이 될 수 있다.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꾸준히 연습해 보자. "나는 오늘도 나를 제일 사랑해"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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