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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영화 <안녕, 헤이즐>로 만들어지며 전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존 그린이 묵혀둔(?) 소설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정식 출판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 묘미인 로드무비 느낌, 항상 십대들을 주인공으로 로맨스와 모험,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과 위로로 다가왔다.
그런 존 그린이 이번에는 19번이나 '캐서린'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를 사귄 콜린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콜린은 천재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영재다. 그리고 지금 막 열아홉 번째 캐서린과 이별에 아파하다 친구 아랍인 하산과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 우연히 위대한 대공의 오벨리스크가 있다는 표지판에 이끌리듯이 한마을로 들어오고 또래 린지를 만나게 된다. 린지는 투어 가이드를 자처하며 대공의 (말도 안 되게 빠져드는) 역사와 이 지역에 묻힌 사연 등을 읊어주기 시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린지의 집에 가게 되었고, 엄마이자 사장님인 홀리스의 부탁을 받고 이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 인터뷰를 시작한다. 콜린과 친구들은 마을 사람들이 것샷 섬유 공장을 아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업의 자격을 것샷의 오너 홀리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뜬금없이 대공의 오벨리스크가 세워져있는 이유까지도 포함된다. 누구에게 잊히는 것만큼 가혹한 건 없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우리가 과거 일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과거 일로 굳어진다는 거야. 두 번째 교훈은, 한 이야기에 하나 이상의 교훈이 담길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 봤을 때 차는 쪽이 차이는 쪽보다 나쁜 게 아니라는 거야. 결별은 내게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함께 가담해 만든 결과라는 얘기지.
책은 영특한 머리는 있지만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기에는 서툰 콜린이 린지를 만나 캐서린(일종의 트라우마)을 극복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로맨스 소설 같지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교훈이 숨어 있는 TMI격언서 같기도 하다.
사춘기 아이들의 주 관심사는 물론 연애다. 콜린은 영재답게 모드 연애를 자신만의 공식을 세워 대입하기에 급급하다. 다른 캐서린에게 차이지 않기 위해 수학공식을 대입해 계산해 보지만, 늘 허튼수작으로 끝나고 언제나 차고 만다. 사랑은 머리고 하는 게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정답이 없었던 것. 오류투성이에 마구 상처받고, 끝내 버려지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자존감이 있다면 우리는 성장한다.
기울어져가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홀리스처럼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깊은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음도 깨닫는다. 누구나 인간은 잊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점을 기억하라. 기억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뭔가를 하고 홀리스 또한 이 동네에 터줏대감인 것샷을 오래도록 기억 속에서 남기기 위해 노력한 결과인 거다.
무한한 미래는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을 무가치로 만들기도 한다. 미래는 무한대며 예측한다면 더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한발짝만 물러나 떨어져 생각해 보면 미래는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오래된 것은 유물로 잘 보관해 다음 세대로 남기 돼, 새로운 미래는 창의적으로 나가자는 말이다. 어떠한 이유로 인생에서 방황 중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인생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라. 이 책은 모든 시작점에 선 사람들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