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란히, 열심히, 나답게 달리는 당신에게

내가 가장 애정하는 마스다 미리의 신작이 나왔다.
물론 영화로 만들어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도 너무 좋아한다. 이번 신작은수짱 시리즈의 다섯번째 이야기다. 여전히 막연한 불안감은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은 수짱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믿고 본다. 그리고 의심과 걱정이 점점 커져서 해명되지 않을 때가 돼서야 믿는 것을 멈춘다. p102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흔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할 때는 친구, 지인, 가족에게 배신 당한 후일 때가 많다. 

            

《타인의 해석》은 말콤 글래드웰 신작으로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맨 먼저 단순한 교통단속으로 자살까지 이르게 된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필두로 타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기는 갖은 오해와 갈등을 명확히 소개한다.

 

샌드라 블랜드는 젊고 활기찬 사람이었지만 교통신호 단속에 걸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다. 경찰은 흑인이란 이유만으로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이에 질세라 샌드라도 지지 않고 저항했다. 짜증이 분노가 되는 말싸움은 크게 번지고 결국 샌드라는 유치장에 수감된 지 사흘 만에 자살한다. 이 이야기는 오프닝과 클로징에서 반복된다. 많은 함의를 품고 있는 사례다.

 

책은 세상에 벌어진 황당하고 충격적인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정리하는 것부터, 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우리가 낯선 사람과 조우할 때 저지르는 첫 번째 오류, 즉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와 투명성의 환상은 낯선 사람을 한 개인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과 관계가 있다. (중략) 우리는 그 낯선 사람이 움직이는 배경이 되는 맥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p330

                          

첫째는 진실의 기본값이다. 우린 누구나 타인이 정직할 거란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CIA의 쿠바 스파이의 정체, 대학 풋볼팀 코치의 충격적인 일화. 두 사건은 동료들의 적극적인 두둔과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진실의 기본값이 결과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진실할 거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다. 때문에 신뢰가 쌓이기도 하고 배신으로 분노하기도 한다. 

                        

둘째는 투명성 관념의 맹신이다. 타인의 태도(첫인상, 표정, 행동거지)와 외모가 속마음(진실) 일치할 거라는 착각이다. 실제 얼굴을 보고 법을 집행하는 판사와 AI와의 다른 판결 결과로 알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데 대면하지 않는 경우가 객관적인 판결을 남기는 데 도움 된다.

                       

찡그리고 분노한 얼굴을 행복의 얼굴로 인식하는 트로브리안드인들의 인용구는 충격을 준다. 시대와 집단에 따라 표정과 행동은 반대의 경우로 해석되기도 함을 소개한다. 비슷한 오류는 수도 없이 일어난다. 히틀러와 만난 영국 정치인 체임벌린은 큰 오류를 범한다.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지 못한 채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다고 믿는다. 히틀러는 정직하게 행동하는 부정직한 사람이었다. 그 후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고 예측하기도 어려움을 설파한다. 

                        

마지막으로 결합성 무시다. 행동과 결합한 맥락을 무시한 결과다. 자살이 흔히 우울증과 관련 있다는 말보다 자살을 부추긴 환경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한 행동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 분위기에 따라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말한다. 결과를 놓고 볼 때 맥락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의 결과에는 왜 그랬을지 전후 사정과 결합한 맥락이 늘 존재한다. 플라스의 죽음을 계기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하면 모르는 낯선 사람, 타인을 만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밀착 통역사 샤론 최를 생각해 보자. 봉준호의 아바타로 불리며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완벽한 통역 마술사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오해 소지 없이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통역은 언제나 중요하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타인의 해석》은 낯선 이를 만나 벌어지는 일련의 통역 행위에 왜 그토록 서투른지를 다루고 있다. 낯선 이가 잘 아는 이가 되기까지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진실하다는 가정을 철회한다면 살아가는데 큰 고통과 시간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진실하다고 믿되, 경험을 통해 상황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닐까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단번에 타인을 알아내기는 어렵겠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편협한 사고를 걷어 낸다면 훨씬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거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말콤 글래드웰은 늘 그랬듯이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맛깔스러운 필력과 버무린 정보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없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 올바른 가르침, 관심과 주의다. 무심코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항상 '왜?'라는 물음을 던질 것, 낯선 이와 대화를 할 때는 신중할 것, 겸손하고 조심하며, 곧바로 결론 내리지 말 것이다. 연결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말콤 글래드웰은 유연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디오 작가답게 말랑말랑한 말들이 천지다. 글이 주는 말맛과 색깔이 배어 있는 감수성이다. 예술을 사랑했던 부모님 탓에 어릴 적부터 음악, 영화, 미술 등을 보고 자랐다. 때문에 스스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이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는 말도 꺼낸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보며 과후배인 봉준호와 이야기하던 일화도 재미있다. 그때 독립영화 창작연구소란 영화 소모임과 네이키드 데이비스라는 가상의 록밴드도 만들었다. 그렇다. 청춘의 우리는 돌이켜보면 참 별별 일들을 용기롭게 했었다.

 

무모했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리던 과거를 떠올린다. 미래에 무엇이 될까 떠올릴 수 없어 불안했던 시절. 지금 돌아보니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반추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20대를 생각했다. 지금은 없어진 스폰지 하우스 종로, 씨네코아 등등. 작은 영화관에서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 <기담>을 보러 갔던 기억 등이 찬란했던 20대를 소환하게 만들었다. 좋은 글은 그 글을 통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에세이에 가득한 영화 이야기는 비록 나이는 같지 않지만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꾸만 책장을 넘기며 영화 이야기를 찾아봤다. 책 속에는 영화 이야기가 참 많아 좋다.

 

김성원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갖은 공포와 슬픔을 경험한 작가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를 보며 펑펑 울고야 만다. 같이 본 지인이 쳐다볼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가족이 죽는 부분은 다시 보기 했을 때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느낌은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그 시간을 오고 피할 수 없다. 아직 <셔터 아일랜드>를 보지 않아 100%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은 짐작이 갔다. 그때는 영화를 보며 죽을 것처럼 아팠지만 살아남았고 고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힌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에 관한 심리학적 분석도 흥미롭다. 이 책은 말랑한 에세이 같지만 굵직한 인문학서 같기도 하다. 저자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해서 그런지 모든 이야기가 심오한 깊이감이 느껴진다.

 

타노스는 파괴를 향한 본능, 죽음의 본능을 의미하는 프로이트 용어 '타나토스(Thanatos)에서 유해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다른 빌런들과는 차원이 달라 보이긴 했다. 자신의 행성 타이탄이 인구과잉으로 파멸한 경험을 들어 인구의 반을 없애야 하나는 이성적인 사고를 실행한다. 타노스는 원대한 목표를 이룬 뒤 고요한 노을을 바라봤다. 노을. 사라지는 낮의 은유일까, 없애버린 인류의 반을 위한 위로일까.

 

제목처럼,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음을 적잖이 위로해 준다. 훗날 상처를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지, 추억으로 후후 웃으면서 넘어갈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는 당신의 몫이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자명하다. 오늘 겪은 일은 내일, 또 다음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것을.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음 일의 연료로 쓰일 날이 올 거라는 거다. 그래서 오늘 좌절하더라도 내일 웃을 수 있다. 내가 매일 지겹고 하기 싫더라도 매일 조금씩 읽고 쓰는 이유다. 매일 하는 사람은 갑자기 시작해 이루려는 사람보다 도달할 바탕이 조금이라도 앞서 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흥미로운 주제의 SF 소설을 만났다. 만약 지금의 가부장제 세상이 아닌 여성들이 지배하는 가모장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세상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이루어졌을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자극적인 상상이 흥미로웠다.

 

소설 《파워》는 모든 역사는 여성 중심이라는 가모장 평행세계다. 소설의 앞뒤에 등장하는 나오미 닐의 대화는 흥미롭다. 닐은 남성 작가협회의 남류 소설가로서 문학 권력자인 나오미에게 자신의 소설 《파워: 역사소설》을 소개하는 형태다. 소설 속 소설 그러니까 액자식 구성인 셈이다.

 

둘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다. 닐은 여러 역사서와 종교서를 들이대며 과거 가부장제가 있었을 거라는 증거들을 제시하지만 나오미는 어디서 하룻강아지가 짖냐는 식의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투로 받아줄 뿐이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영혼 없는 말을 남긴다. 흔히 간호사, 경찰 등 여성 제목 페티시가 만연한 성문화에서 남성 제복이 얼마나 여성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지 아냐고 말하는 부분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은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럽고 사랑과 자연스러운 보살핌이 더 많으리라고. 당신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요. 혹시 진화 심리학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남자는 강한 일꾼이자 가정의 관리인으로서 온순하게 진화한 반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여자는 좀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는 주장 말이에요.

p416

소설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성(性)전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남성은 선천적으로 온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직 여성만이 정치, 경제, 역사를 움직일 수 있는 선택 받은 자임을 주장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러한 모계사회는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충격과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소냐들에게 전기를 생산하고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파워란 즉 잠재력을 뜩하는데 십대에서 시작해 전 세계 성인 여성으로까지 퍼지면 자기 안에 파워 본능을 깨운다. 손가락 하나로 기존 세상을 뒤집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소설은 남성 기자 툰테와 소녀 록시, 앨리, 마고 등 인물들로 전개된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며 어쩌면 범죄자이기도 하다. 흔히 여성들은 감성적이라 이성적인 일에 안 맞고, 몸으로 하는 일이나 스포츠는 맞지 않는다는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힘, 곧 권력을 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니 즐겁다. 얻은 권력으로 다양한 일들을 한다. 살인도 불사른다.

 

섬세하고 약하며 무자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여성스러움에 과감한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소설이다. 최근 각광받는 페미니즘 소설 중에서도 색다른 콘셉트로 성역할 전복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여성조차도 남성 중심 세계에서 자각하지 못한 것들을 소설을 기가 막히게 뒤집어 제시하고 있다. 남성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남성부, 남성 가족부가 어쩌면 이 소설 속에서 실현될지 모른다는 상상도 재미있다. 역지사지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여 쓰였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역사를 기술하고자 한 많은 여성학자들이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다채롭게 수집한 100가지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여성사를 들어볼 수 있어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몸과 모성, 아내와 주부, 과학기술, 패션 소통과 여행, 노동과 고용, 창작과 문화, 여성의 정치 등으로 섹션으로 100가지를 다룬다. 여성으로서 몰랐던 사실, 공감하는 부분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내용과 사진들이 많다. 이 사진은 굴욕적이기도 공포스럽기도 하다. 여성들은 200년 동안 잔소리꾼 굴레로 침묵을 강요 당했다. 본디 말을 길들이기 위해 쓰던 도구가 여성의 발언을 족쇄 채운 것이다. 이 굴레는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공공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지속적인 운동에 속한다. 권위가 떨어질까 두려웠던 남성들의 두려움이 만든 물건이기도 하다.

 

 

 

 

 

또한 SNS 상의 트롤링(trollimg, 인터넷 공간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사람의 화를 부추기는 등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멸의 욕설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실제로 불쾌하거나 악의적인 험담의 의미를 가진 헐뜯다(to bitch)는 동사는 여성다움과 결부된 상투어로 진화했다. 이런 물건을 통해 여성의 진실된 목소리에 두려워하는 권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문화에서 빵을 굽는 것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인류는 3만 년 전부터 빵을 먹었으며, 유목민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밀 재배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이라면 가난하든 부자이든 빵을 구울 줄 알아야 하고 빵을 사는 여성들을 게으르다고 여기는 시건도 있었다. 하지만 1928년 미국에서 개발된 빵을 썰고 포장하는 최초의 기계가 발명되고, 61년에는 발효과정을 줄인 콜리우드 식 빵 가공법이 등장해 상업적 제빵 규모를 향상시켰다.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베이킹이 취미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토로 물건의 발명은 여성의 힘든 삶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사회 가장 취약한 현실이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푸드뱅크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 빈곤층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영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식량난을 겪었으며 50만 명 이상이 푸드뱅크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싱글맘 케이티가 푸드 뱅크에 갔을 때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캔을 따 허겁지겁 먹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많지만 각 나라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많지 않고 빈곤 여성은 늘어간다.

 

 

19세기까지 영국 기혼 여성의 법적 권리는 없다시피했다. 기혼 여성은 유언장을 남길 수 없고 임금을 조정하거나 재산을 팔거나 계약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 아내와 아내의 물건, 돈, 그리고 자식까지 남편의 소유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에게(18-19세기) 아내 파는 행위는 이혼 방식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혼으로 인한 전 세계 142개국의 여성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원하는 만큼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자전거는 여성과 연관이 깊다. 자전거는 여성해방과 현대 여성을 상징했다. 여성들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치마를 갈랐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를 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의사들은 자전거 안장이 골반염이나 염증, 불임을 초래한다고 말하더니 매춘할 확률도 크다며 비판했다. 여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불편해했고, 두려워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같은 남성과는 또 다른 경쟁상대였을 것이다. 게다가 아둔하다 여성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수치로 느끼기도 했다. 인류의 반은 여성이며,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남성이지만 여성을 오랫동안 억압해왔다.

 

책은 챕터별로 나뉘어 있어 선별해서 읽기 좋다. 삽화와 친절한 설명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여정의 동반자다.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을 물건으로 들여다보며 광범위한 역사를 순식간에 공부한 경험이다. 잔혹하고 힘든 과정을 견딘 여성과 지금 여성들의 삶과 비교 분석하기 좋다. 아직 불평등한 부분이 있지만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인류 역사의 반이었던 여성사를 짧지만 깊고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와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유익했다.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훨씬 평등하길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