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를 잘 할 거야 / 양치를 안 할 거야
김형규 지음, 조승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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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 하자고만 하면 다음에 하자고 하는 아이들 양치하는 습관 어떻게 들일까? 닥터테이너 김형규가 만든 본격 양치 프로젝트. 책과 노래가 화제다. 치과 의사이자 방송인 김형규가 직접 쓰고 노래도 만들었다. 귀에 착착 감기는 양치송은 책에 큐알코드를 찍어 확인할 수 있다.

​베로쌤이 직접 만들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은 양치송은 한 번 들으면 화장실로 직행하지 않을 수 없다. 레트로 콘셉트와 진지한 표정은 내 입에 살고 있는 200억 마리 충치균을 물리치고도 남을 기세다. 두 아이와 쓰리콤보로 양치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책은 특이하게 양쪽으로 읽는 책이다. 양치를 잘 하는 아이와 양치를 안 하는 아이의 박빙 승부가 시작된다. 자, 준비땅!

"오늘부터 이를 잘 닦을래요.

입안 충치균 똥을 깨끗하게 닦을래요!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게 충치균 똥을

잘 닦을 거예요."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양치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다. 입속에 사는 벌레똥을 치우러 가볼까!

밥 먹기 전에 간식을 먹지 말 것, 밥 먹고는 잇속 구석구석을 칫솔질할 것, 혀와 입천장도 꼼꼼히, 치실까지 하면 완벽, 이제 치과 가는 일이 무섭지 않다. 여자아이는 엄마 말을 잘 들은 탓에 충치가 생기지 않았다.

반면 매번 간식을 달고 살지만 양치질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럴진대, 이 책을 보여주면 그나마 경각심이 생길까. (어른인 나도 이 책 보면서 화장실로 달려갔는...)

자기 전에 양치 꼭 하고 자라는 엄마 말씀을 계속 미루는 편이다. 그러다가 꼭 그냥 자게 되고 이 습관이 쌓이면 치과행은 따놓은 당상이다.

"엄마, 나는 괜찮아요, 이 안 닦아도 괜찮아요,

아직 안 잘 거니까요!"

(엇 이거 내 .. 모습인데??)

충치균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당장 아프지 않아도 입속에 살고 있는 나쁜 균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백날 말로 해봤자 잔소리만 될 뿐 듣지도 않는다. 하지만 친근한 그림책으로 균이 퍼져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무섭게(?) 보여주면 어떨까. 빨리 조카에게 실험해 보고 싶어 안달 난다.

결국 아프고 부어올라 아무것도 못 먹게 되면 게임 끝난 거다. 그 후 지옥 같은 일정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텍스트나 말하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빠르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전에 양치질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 있는 다섯 살 이후 시작해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나와 성인이 될 때까지 잊지 말고! 쉬지 말고 칫솔질을 열심히 하자. (TMI 이게 바로 돈 버는 거지 뭐가 따로 있냐ㅋㅋ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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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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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공약은 무엇보다도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잠잠해질 것을 예상한 전략이 펼쳐질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두고 "대선 후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 후보는 물론 읽어보길 권한다. 다만, 책의 내용은 코로나19 이전이 배경이라는 점을 전한다.

 

《노동의 시대》는 옥스퍼드 대학교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는 대니얼 서스킨드가 쓴 책이다. AI의 탄생 과정부터 현재와 일자리, 경제 문제를 엮은 총서이며 미래를 바라보는 경제적인 관점이 담겼다.한국 사례를 간간이 집어넣어 바깥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을 느껴 볼 기회도 마련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잘 알 것이다. 충격적인 인간의 패배에 전 세계적으로 AI의 관심이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내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몸서리쳤고, AI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으며 인간만의 강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연일 비등하게 매스컴과 인터넷을 도배했다. 우리의 앞날은 회색 지대처럼 선명하지 않아 더 불안했다. 우리의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될까?

 

이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1차부터 3차까지의 혁명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었으며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없어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이렇듯 기술진 보는 한 분야의 혁신과 진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자리하게 된다.

 

1890년대 뉴욕과 런던을 뒤덮은 것은 말똥이었다. 이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운송수단을 고안해 자동차가 나타났으며, 자동화기기를 들여 산업혁명에 이른다. 자동화의 위협은 당시 대단했다. 이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기계가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20세기 내내 이어졌으나 기술의 발전을 필연적임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신 자동화로 대체된 숙련공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급격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노동력이 필요한 자리를 자동화로 대체되면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새일자리를 찾게 된다. 이를 '파이 탈바꿈 효과'라고 하는데 100년 전 미국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100년 전만 해도 미국은 대부분이 농부인 농업국가였다. 그러다가 50년 전에는 제조업이 농업을 대체하고, 제조업이 하락세로 들어가자 일자리를 잃은 공장 노동자들은 서비스 분야로 흘러 들어갔다. 경제가 탈바꿈하는 형식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발전하고 싶은 개발도상국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자동화할 수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는 있어도 수익성이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지만 사회가 구축한 규제나 문화 장벽 때문에 여전히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업무들이 있지 않을까?

p173

 

이것을 반영해 미래기술에 대입해 보자면 이렇다. 틀에 박힌 업무는 AI로 대체되겠지만 틀에 박히지 않았다면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일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 보완 관계라는 거다. 기계와 경주하면서도 함께 달리는 것이다.

 

기계의 도움은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거나,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문서 정리나 일정을 빠르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기계가 사람을 도와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AI의 진보가 고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단 전망도 커지고 있다. 한때 사람이 하던 업무를 기계가 대신하는 일들이다. 기계는 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업무 잠식이라 하는데 인간의 능력 즉, 신체능력, 인지능력, 정서 능력이 기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이미 무인 기계부터 무인 배달 자동차, 드론 배송 등은 성공했거나 시범 운영 중이며,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진단, 교육, 대출 같은 분야에 적용 중이다. 게다가 절대로 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감성 능력까지 로봇은 마수를 뻗고 있다. 인간의 표정을 연구한 프로그램이나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병원에서 환자를 맞이하기도 한다. 곧 AI가 생활화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한 실업만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은 3.7퍼센트지만 이를 정확한 수치로 볼 수 없다. 실업이 아닌 아예 노동 세계에서 이탈하기 때문에 앞으로 실업률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실업률이 가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의 성격이 아니라 일자리 수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해온 업무 잠식은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면 침체기를 맞다가, 자동화를 가로막는 한계를 극복한 뒤 빠르게 늘어났다. 이렇게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과정을 통해 최선의 방법이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잠식하지 않은 남은 한정적 일자리에 목을 매고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책은 무엇보다 AI로 대체될 일자리 문제를 깊게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을 빼놓고 할 수 없기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정부, 기업,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해법을 제시하는 한편 보편화된 주장들을 뒤집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물리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대응 방식도 주목하고 있다. 낙관론 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최근 전 세계를 덮진 바이러스의 역습으로 이 판도는 또 바뀔지도 모른다. 때문에 뉴욕타임스가 말한 대선 후보가 읽어야 할 책이란 말을 실감한다. 우리의 일자리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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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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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혼은 행복과 불행, 만족 혹은 공허를 담는 곳이며 궁극적으로는 고귀함의 정도를 결정하는 곳이다. 우리는 반드시 좋은 영혼을 유지해야 한다.

p210

 

마크 맨슨, 아리아나 허핑턴, 소피아 아모루소, 로버트 그린, 존 고든 등. 말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유명인의 찬사가 이어지는 책. 《에고라는 적》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의 신작이 나왔다.

 

 

그가 말하는 스틸니스는 단순히 고요함, 정체됨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도교의 도(道), 로고스 같은 시끄러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기도 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도 흔들리지 않는 것. 흥분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반드시 들어야 할 소리만 듣는 것, 안팎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공포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전 세계에 퍼져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정보는 빠르게 퍼지고 양도 많아졌지만 그중에는 걸러야 하는 가짜 뉴스가 너무도 많다. 필터링 되지 않은 정보는 소문에 소문을 타고 더 큰 소문으로 커지고 결국 사회를 위협한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가짜 뉴스는 두려움을 양산하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열을 만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에서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다.

 

 

나폴레옹 장군은 밤 편지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좋은 소식이면 깨우지 말고 위급하고 나쁜 소식일 때 깨우라고 일렀다. 24시간 핸드폰만 들면 알 수 있는 세계 소식에 각각 반응했다가는 머리가 터질 것이다. 그리고 우편물이 3일 정도 밀려 개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기다렸다.

 

 

사소한 문제는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어떤 방향으로든 해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실시간 뉴스를 듣지 않을 태도,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할 행동, 내 삶은 SNS 메시지 확인이나 메일 확인으로 보내지 않을 태도를 길러야 한다.

 

 

영화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의 조우> 스틸컷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 듣고 즐길 것들이 손안에 있는 현대 사회에서 스틸니스는 꼭 필요한 존재다.

 

 

책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고요를 꺼내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크게 세 영역 정신(머리)과 영혼(마음), 몸(육신)에 집중하면 누구나 스틸니스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요는 누구에게나 있다. 고요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서 거는 말에 귀 귀울여야 한다.

 

 

정신의 영역에서는 핵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케네디의 힘을 사례로 든다. 케네디의 스틸니스 고요란 침착함, 허심탄회함,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명료함이다.

 

 

뉴욕현대미술관 모마(moMA)에서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40년 회고전 '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는 나무 탁자에 앉아 관람객을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는 행위 예술이다. 3개월 가까이 총 750 시간, 1,545명의 낯선 사람을 마주하며 잠시 다음 사람일 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마치 종교적인 의식 같았던 퍼포먼스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해 놓치는 것들,삶과 최고의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소중한 것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예술가는 현실에 집중한다. Present가 현재이면서도 선물인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이해하는 능력, 온전히 자신을 보는 고요가 스틸니스다.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는 마흔셋이라는 나이에 삶이 몰락했다.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학대와 애정 결핍은 재능을 좀 먹었다. 강한 정신력과 천재성, 노력, 냉정함을 가졌지만 그 고요함은 오직 필드에서만 허락되었다. 필드에서 벗어나면 불안과 격정, 집착, 중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삶을 망쳐버릴 뿐이다.

 

 

그는 스틸니스 세 요소 중 영혼을 잃어버린 것이다. 타이거 우즈의 일화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일의 열쇠. 우리의 영혼을 갈고닦아야 해결할 수 있다. 반드시 좋은 영혼을 유지해야만 스틸니스에 도달할 수 있으며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한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 스틸컷

 

 

윈스턴 처칠은 신체적 고요를 통달한 거장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믿으며 모든 일에 왕성한 추진력을 보이면서도 기력을 모두 소진하는 일이 없었다. 처칠은 먼저 목표를 높이 세우고,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비난이나 실수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행동했다. 이중적인 태도나 내부 분열에 기력을 낭비하지 않았는데, 이는 즐거움을 누리는 여유, 전쟁 중에서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유지했다.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처칠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바로 규칙적인 일상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냥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여가활동, 취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에 정신없이 몰두한 후 그저 좋아서 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처칠은 신체 활동을 통해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고요는 정신, 마음, 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는 스틸니스에 도달할 수 없다. 반드시 세 가지의 삼위일체일 때야 가능하다. 요즘처럼 어수선하고 답답한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스틸니스가 필요하다. 못 나간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이런 기회에 책 한 권 정독해 보는 건 어떨까. 봄이 찾아왔지만 강제 집콕, 자가격리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마음을 우리 안의 스틸니스로 다스려 보자. 분명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앞으로의 아름다운 날들이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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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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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를 설파했다. 어떤 이야기든 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내가 쓴 글은 죽은 글이라는 말이다.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다. 하지만 소설은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 왜일까. 상상의 이야기를 좋아하면서 내가 상상하는 건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영역이 궁금했다. 책은 소설가 박금산이 쓴 소설 모음집다. 스물다섯 편의 플래시 픽션(아주 짧은 단편 소설)과 소설론으로 소설의 모멘트를 정의한다.

 

 

목차도 소설의 구성을 따른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총 4부로 나누어진 플래시 팩션들은 긴 글을 읽지 않(못하)는 요즘 세대들을 위한 소설 작법론이다.

 

 

저자는 문예 창작과 교수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도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때문에 아무리 글을 써가도 편집자의 솔직한 칼날에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때문에 어떤 글이든 길게 쓰는 것은 지양하고, 헤밍웨이처럼 짧고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무슨 글을 썼냐고? 이 책의 서문에 아주 놀라운 글이 실려 있다. 플래시 픽션의 1등이라 자부하는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게 다라고? 헤밍웨이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여섯 단어로 소설을 쓸 수 있는지 내기했고, 유유히 이 글을 적어갔다.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안 신었음"

 

 

그렇다. 팔리는 소설, 읽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심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짧은 소설일 플래시 픽션을 쓰려면 주의할 것들을 적어 놓았다. 이는 솔직히 어떤 글이라도 적용 가능한 공식이다.

 

첫째, 독자를 선택하자(타깃 및 장르 설정), 둘째, 짧은 이야기 읽기는 좋아하는 독자를 선택하자. 셋째,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용기를 내는 독자를 상상하자. 넷째, 그 독자가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을 주자. 다섯째, 그 독자가 스토리 콘텐츠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고 상금을 타는 데 헌신하자(여기서부터 교수님 포스 뿜뿜). 여섯째,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을 공부하고, 창작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를 융합하기로 하자. 일곱째, 내 책을 사서 다행이라고 느끼게 하자. 여덟째, 내 작전에 동의하는 편집자를 찾아가자.

 

 

스물다섯 편의 재미있는 소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특히 마구잡이로 펼쳤을 때 5-10분 내외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촌철살인 흥미가 가득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이어짐 그리고 결말. 소설을 읽으면서 대충 감이 왔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못쓰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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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베, 문재인 - 터놓고 풀어낸 한미일 게임 체인저의 속내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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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중 역사 저술가 박영규 저자의 책이다. 역사 책을 좋아한다면 '한 권으로 읽는 역사'시리즈를 알만한 사람을 알 터.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가 이번에는 현시대의 역사를 처음으로 다뤘다. 한중일 세 나라의 지도자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서술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미래를 잘 알기 위함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리더에 대해 배우는 것 만 큼이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의 해답이 들어 있다 하겠다. 한, 미, 일의 지도자들은 코로나라는 지구촌 위기에서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진압되지 않았지만 종식되고 나면 역사는 세 지도자를 다르게 평가할 것이다.

 

프롤로그부터 맛깔나다. 마치 정치, 역사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드라마틱 하다. 저자는 게임 체인저 3인방의 심리전으로 은유했다. 얼굴 표정과 동작으로 속내를 숨겨야 하는 포커페이스 정삼회담. 벌써 30년째 세 나라의 식탁에 오른 메뉴 '핵과 미사일'을 두고 기가 막힌 비유를 쏟아낸다. 53년생 문재인, 46년생 트럼프, 54년 생 아베를 두고 노년의 메뉴로는 다소 과하다는 너스레로 시작한다.

 

이 음식의 요리사는 바로 북한의 김정은,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레시피를 이어 받아 자신만의 퓨전 음식을 내놓았다. 이렇게 풀어가는 상상력과 재미있는 은유는 이해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역사서의 새로운 패턴이다. (아마 책이 코로나 이후에 나왔다면 삼국의 핵심 화두가 핵이 아닌 코로나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늘 속내를 숨겨야 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무슨 꿍꿍이로 가득 찼을지 모른다. 때문에 정상회담 직후 세계 언론들은 그들의 속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야 각국의 안보, 경제를 풀어나갈 다음 수를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들의 습관적인 이중행보는 과거의 발자취로 파악된다. 그 세 나라 중에서도 가장 약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박영규 저자의 탁월한 혜안을 따라가 보자.

 

먼저 국가 정상이 되기 전 한 개인의 역사를 살핀다. 이들을 공부한다는 것은 한중일 역사, 경제, 문화로 얽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알기 위함이다. 각 나라마다 다른 정황과 생존 전략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굽어볼 수 있다.

 

이민자의 자손이자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피란민의 아들이자 변호사였던 문재인은 나라다운 나라를 꿈꿨다. 전범의 후손이자 정치가 집안의 (잠깐) 회사원이었던 아베는 아름다운 나라를 표방하며 과거의 영광을 찾고자 했다.

 

세 사람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조상과 부모에게서 배운 가풍과 생활환경은 훗날 가치관을 형성했다. 타고난 기질과 주변 환경이 미친 소년기(사춘기), 청년기를 살펴본다. 부모의 가르침이 주였던 사춘기를 지나 그것을 사회로 나가 실현시키는 청년기는 어땠는지도 살펴본다.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정상이 되었는지 승리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엎치락뒤치락 소설의 캐릭터처럼 분석한 삼국 정상의 흥미로운 삶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그들은 출신도 정치인 생도 각각 다르지만 현시대에 협력해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현재 시점으로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세하다. 미국과 일본은 코로나19 이전과 초반에는 고개를 숙일 줄 몰랐지만, 현재 고개를 떨구고 좌절하거나 거듭 사과하고 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코로나는 잡히지 않았고 몇 달간의 사투로 어느 정도의 유효값을 얻었을 뿐이다. 갈길이 아직 멀다. 하지만 긍정적인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 코로나 사태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승자를 점 춰보면 어떨까. 결코 후회하지 않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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